진정한 일곱 살
허은미 글, 오정택 그림 / 양철북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에는 하늘의 별만큼 들의 꽃만큼
수많은 일곱 살이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일곱 살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진정한 일곱 살>에는 위의 말에 이어 진정한 일곱 살이 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이 이어집니다. 매 페이지마다 ‘진정한 일곱 살은 *** 할 줄 알아야 해요.‘라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마침 내년에 7살이 되는 딸 연의는 책을 읽을 때마다 마치 ‘7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마냥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응, 나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재밌기도 하지만,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연의도, 저도 안심을 하게 되네요.

그렇습니다.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겠지요.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난 후 아이는 다소 부담감을 떨쳐낸 표정이었고, 저 역시 마찬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아니어도 나중에는 내가 [진정한 고3]을 연의에게 강요하지는 않을까?‘

아직 겪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별로 그런 모습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계속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떡하냐고 말이지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제 생각은 너무 태평스럽게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몇 년 뒤처진만큼 남들보다 몇 년 더 살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게 걱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알게모르게 ‘진정한 존재‘임을 강요받고 사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아들‘, ‘진정한 아빠‘, ‘진정한 남편‘이라는 기준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진정성을 감추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진정한 일곱 살>은 이런 의미에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 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부모를 위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있는 아이가 그 자체로 진정한 존재임을 우리가 깨닫는다면 그때가 이 책의 독서가 끝나는 순간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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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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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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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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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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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17-12-17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둘째도 곧 일곱살인데 이 책을 참고해야겠네요..^^

겨울호랑이 2017-12-17 11:32   좋아요 1 | URL
^^: 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많이 실려있어, 아이들도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와같다면 2017-12-18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괜찮아!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아홉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열 살이 되면 되니까....

아.. 이 구절을 읽는데 마음을 쿵 건드리네요.. 이게 뭐라고.. 이렇게 다독이며 위로해주는지..

제가 위로받는 밤입니다.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2-19 06:4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구절을 읽는데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 ‘괜찮아‘라는 말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석유는 경제발전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원이다. 석유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데, 공급 측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한 나라들이 있고, 수요 측에는 미국을 필두로 일본과 유럽연합, 중국이 있다. 특히 OPEC와 미국이 석유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OPEC는 안정적인 석유 수입을 위해서 배럴당 22 ~ 28 달러에서 가격을 맞추려 하고 있고, 미국은 좀 더 확실한 공급원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이것이 석유를 둘러싼 현재의 정치 지형이다.(p87)'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사진] 중동에 집중된 석유(출처 :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A century of war, Anglo-American oil politics>은 미국 제국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軸)으로서의 '석유'를 바라보고 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과거 영국의 파운드 스털링화의 가치는 '금(Gold)'에 의해 유지되는 반면, 미국 달러의 가치는 '석유(Petroleum)'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힘은 군사력과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의 힘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현대 문명의 거의 모든 생산품에 들어가는 원재료인 석유에 대한 통제까지 이루어지면서 미국의 세계 지배는 더욱 공고히 된다는 것으로 이들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결합이 된다.


 1. 미국 지배권의 두 축 : 군사력과 달러


 '자유, 평화, 민주주의라는 미사여구를 벗겨내고 나면 미국의 세기는 다른 나라들에 군림하는 미국의 분명한 지배권(헤게모니)에 기초하고 있다. 그 지배권은 2개의 축에 의지했다. 한 축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로 어떠한 강대국 연합 세력도 도전할 수 없는 우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 군사력의 독보적인 역할이었다.... 미국 힘의 다른 한 축은 세계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독보적인 역할이었다. 미국은 이러한 독특한 역할을 확립하기 위해 1944년 브래턴우즈 체제를 수립했다. 달러는 그것을 보증하는 데 단 한 덩어리의 금이 없게 된 후에도 오랫동안 준비통화의 역할을 했다.(p15)... 군사 지배와 통화 지배가 결합된 힘 덕분에 미국은 종이 증서인 달러를 끝없이 찍어내어 그것을 공학적으로 잘 디자인 된 자동차, 기계류, 섬유와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제품과 교환하기 위해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에게 뿌리는 부러워할 만한 사치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온 세계가 종속되어 있는 달러 채무라는 체제를 만들어내며 더욱 많은 달러화 부채로 수입품들을 사들였다. 이러한 특별한 지배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 되었고, 끝없는 무역 불균형을 유지했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러화를 팽창시켰으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적/공적 부채를 증대시켰다. (p16)'


2. 달러와 석유의 결합


 '1971년 브래턴우즈 금본위제가 종식된 이후 달러화는 더 이상 금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대신 달러화는 아브람스 탱크, F-16 전투기와 미국 핵무기 따위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었다. 전후 미 산업경제 기반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화를 지탱한 두 번째 요인은 1973 ~ 1975년 사이에 약 400퍼센트에 이르는 유가 폭등이었다.... OPEC 오일 판매를 다른 어떤 통화도 배제한 채 오로지 달러화로만 결제하도록 보장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비밀 군사정치협정은 미국의 세기의 수명을 1990년대 초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연장시키는 기반이 되었다.(p373)'


[사진] 다변화된 석유시장(출처 :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또한, 책에서는 군사력, 기축통화, 원자재 시장의 지배력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이전 세계의 공장으로서 기능하던 미국이 전략적인 목적으로 일본과 남한의 경제적 부흥을 지원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강의 기적'은 미국의 의도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된다. 


 '1971년 이후 미국은 한때 성공적이었던 자국의 산업경제를 차근차근 공동화해버렸다.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힘에 대한 아시아쪽 대항세력으로서 일차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일본의, 그 뒤엔 남한의 부상을 허용했다. 그것은 무슨 우호 정신의 발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전적인 "세력균형" 지정학의 미국판일 뿐이었다.(p372)'


 그렇지만, 1970년대와 80년대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일본 경제와 한국 경제는 이후 미국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방해로 지적된 이후 제거 목표가 된다. 이후 199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호랑이 경제권 국가들은 석유달러 통화질서 속에서 외환위기를 겪게 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며, 이들의 자리를 2001년 이후 WTO에 가입한 중국이 대신하게 된다.


 '전후 시기에 일본식 모델은 일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전후 시기에 일본식 모델은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기타 동아시아 경제권에서 육성되었다. 1980년대에 이렇게 급속히 성장한 경제권은 호랑이 국가들이라 불렸다.(p311)... 1990년대에 미 정부가 요구하던 달러화 자유시장 체제를 세계로 퍼뜨리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소련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보다도 자급자족적인 아시아의 호랑이 경제권이었다.(p312)... 일단 자본 통제가 완화되고 해외 투자가 자유롭게 들어오고 나가도록 허용되자 한국과 다른 호랑이 경제권들은 해외 달러의 갑작스러운 유입에 휩쓸리게 되었다.... "펀드들은 태국, 인도네시아,한국을 쉽사리 강탈한 후, 떨고 있는 그 국가들은 국제통화기금에 넘겨주었는데, 이는 그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황폐해진 국가에서 채무 불이행 차관에 집착할 서방 은행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p313)'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속에서는 20세기 이후 영국의 '파운드화-석유의 패권'으로부터 미국의 '달러-석유' 패권이 어떻게 유지되어왔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들의 패권에 도전한 결과 러시아는 1905년 러일전쟁의 패전을 겪었으며,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프랑스의 드골은 정권을 잃게 되었음을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석유(石油)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석유가 결코 축복받은 재화가 아님을 알게 된다. 만일, 우리 나라 주변에 많은 석유가 매장되어 있었다면 남북으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쿠웨이트처럼 매장량이 많은 지역별로 독립 국가로 쪼개졌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수많은 종교가 공존(共存)하지 못하고 분열되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에서 수탈할 자원이 없었기에 경제적으로 원조받을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가난을 극복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지난 100여년의 시간동안 영국-미국의 패권의 기본은 한결 같았다.


 '100년 전 파머스턴경이 대영제국을 두고, "우리에게는 어떠한 친구도 없다. 오로지 이해관계만 있을 따름이다"라고 썼듯이 말이다.(p372)'


 이처럼 미국은 대외 관계에 있어서 철저하게 이해관계를 따지는데 반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나라 일각에서 미국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이 연상된다.


 '켓살코아틀(Quetzalcoatl)은 아스테카 사회에서 삶을 부여해주는 최고의 신이었고, 이와는 반대로 우이칠로포슈틀리(Huitzilopochtli)는 전쟁의 창시자이자 죽음의 신이었다. 켓살코아틀은 다른 영웅들처럼 추방당했고, 방랑자였지만, 그는 사라지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영웅이었다.(p131)... 때는 왔다. 세 아카틀, 즉 제1의 사탕수수 해(Uno Cana)가 가까워올 무렵, 아스테카의 세계는 갖가지 징조로 가득 찼다... 테스코코의 왕은 금발에 턱수염을 기른 신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언이 이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확고하게 믿었다.... 해안에서 전령이 도착해서 금은을 두른 복장을 하고 네 다리를 가진 짐승 위에 올라탄 남자들을 태운 떠다니는 집이 동쪽에서 가까이 오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을 때 목테수마의 고뇌는 편해졌다. 이들은 백인들로서 얼굴에는 턱수염을 길렀고, 그들 중 몇몇은 금발이었으며 벽안의 눈을 가졌다. 목테수마는 한숨을 돌렸다. 이제 고뇌의 시간은 사라졌다. 신들은 다시 귀환했고 예언은 실현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 Monroy Pizarro Altamirano, 1484 ~ 1547)는 자신을 신으로 생각해본 적이 결코 없었다.(p134)'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일부이긴 하지만)우리에게도 아스텍 인들처럼 막연히 백인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아즈테크를 멸망시킨 코르테스처럼, 아마 미국인들 자신도 자기들이 산타클로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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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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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15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로필 사진 속의 연의는 좋아하는 책을 들고 있는 건가요.
겨울호랑이님, 기분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12-15 18:12   좋아요 2 | URL
^^: 아 저 사진은 인증샷입니다. 옷은 고모에게, 책은 할머니에게 받아서 인증샸을 찍었지요.ㅋㅋ 서니데이님 밤에 눈이 온다하니 늦은 시간 외출하신다면 눈조심하시며,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1. 프랑스 음악의 정신


'프랑스인에게 음악의 즐거움이란 부단한 인내심으로 얻어내는 즐거움입니다. 모호한 힘들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무질서 위에 사람의 힘으로 머리를 써서 뭔가를 건설하는 거죠. 프랑스 음악은 독일 음악이 곧잘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불가지 不可知와 신비로운 결합을 거부합니다.... 프랑스 음악의 특징은 투쟁과 도전의 태도라고 말하고 싶네요. (p375)'


'1830년에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 ~ 1869)의 교향곡 <환상 Symphonie fantastique>이 나옵니다. 전례없는 이 위업으로 음악은 단박에 문학이나 그 밖의 다른 예술들과 보조를 맞추게 됐지요.(p380)... 베를리오즈의 음악은 고전적인 교향곡이나 소나타의 형식보다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릅니다. 그는 화성학이나 대위법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감이 좋지도, 지식이 뛰어나지도 않았어요. 그에게 음악은 수단이었죠. 그는 음악의 가장 우연적인 요소들, 가장 외적인 요소들에만 매달렸어요. 그의 회화적인 취향은 결국 음색 音色에 대한 추구로 나아갔죠.(p381)'



2. 이탈리아 음악의 정신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이탈리아 음악은 무엇보다도 표현력 있게 노래하는 음악이라고 봐요. 원활하게 흘러가는 멜로디를 그리 복잡하지 않은 반주가 떠받쳐주는 음악 말이에요... 멜로디를 만드는 재능은 항상 이탈리아인들의 무기였죠.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죠. 그래서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그네들의 토산품처럼 보이곤 합니다.(p390)'

 '여러 작품이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Alessandro Scarlatti, 1660년 ~ 1725)의 <성녀 오르솔라의 순교Martirio di Sant'Orsola>를 들려주고 싶네요. 이 오라토리오는 무엇을 옹호하거나 설교하지 않고, 어떤 관념도 전달하지 않아요. 그저 꾸밈없는 신심의 고양에서 나오는 음악이죠. 얼마나 서정적인가요. 이런 게 바로 잔잔하면서도 넘쳐흐르는 영감의 경험 속에 구현된 이탈리아 특유의 천재성이죠. 그리고 이 바로크 걸작은 로코코와 대척점에 있습니다.(p397)'



3. 오스트리아 음악의 정신


 '게르만 문화와 라틴 문화가 만나 한데 어우러지는 합류점이 생각나네요. 오스트리아이지요.(p410)... 오스트리아 음악 정신과 독일 음악 정신과는 성격, 문화, 종교, 분위기가 다르죠. 이탈리아와의 근접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유념해야 합니다. 또한 오스트리아 민요에서는 독일의 영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요. 마지막으로, 종교의 차이를 잊으면 안 됩니다. 두 나라 모두 음악이 종교의식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 점은 특히 중요해요.(p413)'


 '신성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에게서 음악의 모든 역량과 아름다움은 기적처럼 조화를 이루었지요. 그는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날 수 밖에 없었어요. 그곳이 아니면 어디서 게르만주의와 라틴 문화가 만나고, 부딪히고, 애정 어린 키스를 나누겠습니까. 모차르트는 경쾌함을 추구함으로써만 지고의 경지에 이르는 천재성을 의미하죠. 모차르트의 마지막 5중주 알아요? 그가 죽은 해인 1791년 4월에 만든 곡인데.(p414)'



현악5중주곡 제6번 E flat 장조 K.614  KV 614 - String Quintet No. 6 in E flat major


'모차르트의 마지막 현악 5중주인 동시에 순수 기악 작품의 주요한 기둥 가운데 하나인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실내악에서의 최후의 작품이다. 다른 대작에 비해 지나치게 쾌활한 듯 하지만 곤궁함과 절망 속에서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밝고 투명한 - 일그러짐 없는 유모까지도 포함한다 - 작품을 낳은 모차르트의 모습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작품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쾌활함을 기조로 한다"(아베르트). 비올라 2대로 연주되는 첫 동기가 호른 5도의 울림을 지닌다는 점에서 <사냥 5중주>로 잘 알려져 있다.... 악상(첫악장과 끝악장, 미뉴에트 악장은 단일 주제)과 구성은 매우 명쾌하고 단순하기까지 하며, 이것을 방해하는 것은 배제되거나 또는 숨겨진다.(p34)'


 제가 있는 곳은 밤새 많은 눈이 내렸네요. 아침에 일어나 집 주변을 정리하고 들어오니, 이제는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있습니다. 책상 옆 불이 들어온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올리며,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합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크리스마스 트리


'16세기 이래 독일에서는 성탄 때 전나무를 치장하여 세워두는 관습이 있었다. 전나무는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아서, 예로부터 엄동에 굴복하지 않는 삶의 신비한 힘을 상징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원래, 악령을 막기 위해 성탄절 이후 열두 밤(Rauhnachte)동안 푸른 나무 가지를 집안에 걸어두었던 옛 게르만인들의 풍습에 기원을 둔다. 악령을 쫓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사람과 동물이 늘푸른 식물의 생명력을 전달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촛불로 겨울밤의 어둠을 밝혀 그 불빛으로 악령들을 쫓는 것이다(p129).... 나무는 대지에 뿌리내리고 관을 쓴 제왕처럼 우뚝 선 사람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늘을 베푸는 나무가 모성의 상징이라면 나무둥치는 남성의 상징이다. 나무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결합되어 있다. 그리하여 나무는 하늘과 땅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도 서로 이어준다.(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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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7-12-10 1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트리가 멋지네요~^^

겨울호랑이 2017-12-10 12:05   좋아요 3 | URL
ngs01님 감사합니다^^!

태인 2017-12-10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탄까지는 이제 두주 남았네요.트리가 참 멋있네요.올해는 눈이 자주 오는 게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되려나요.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겨울호랑이 2017-12-10 12:48   좋아요 2 | URL
^^: 태인님도 남은 휴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12-10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0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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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12-10 15: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벌써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는군요. 크리스마스트리가 성탄분위기를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2-10 16:00   좋아요 3 | URL
^^: 이제 곧 연말이네요. 눈까지 내리고 나니 더욱 그런 느낌이 나네요. 이하라님께서도 즐거운 일요일 오후 보내세요^^:

2017-12-10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0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7-12-10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쁘게 꾸민 집이네요. 행복한 겨울이 담겨 있는 것만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2-10 18:21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pek0501님. 아이가 있어 산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꾸미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연의 덕분에 저도 추억 소환을 하게 되네요^^: 남은 일요일 저녁 따뜻하게 보내세요

2017-12-10 1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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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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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2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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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2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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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1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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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1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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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1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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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둘, 셋, 넷... 연의야 숨었니? 찾는다?˝ ˝응~˝.˝...˝

어린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다보면 첫 번째 부딪히는 난관은 아이들의 천진한 대답입니다. 순진하게 대답해서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이는 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안도감과 함께 귀여움도 발견하게 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숨바꼭질」속에도 마치 실제 숨박꼭질하는 것처럼 남매의 숨바꼭질 속에서 ‘숨는 자‘와 ‘찾는 자‘의 긴장감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 중에는 마치 영화 「블레어 위치 Blair Witch」한 장면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만, 공포물은 아니기에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작은 반전?이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숨바꼭질에서 아이가 느낄 수 있는 심리적 불안감을 깨우쳐 주기에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라 여겨집니다.(교훈 : 아이와 숨바꼭질할 때 너무 열심히 깊이 숨지 말자)

집에서 아빠와 놀이를 다룬 책을 찾아보니 몇 권 됩니다. 「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에서는 비가 오는 날 나가지 못해 우울해 하는 아들과 함께 몸놀이를 하는 아빠의 모습이 그려지고,「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에서는 주말에 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빠들이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위의 두 권의 책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직접 놀아주거나 아니면 같이 무엇인가를 함께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아빠에게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엄마가 금지하는 ‘불량 식품‘을 가끔 나누어 먹는 것도 아이들이 아빠에게 기대하는 무엇인가 중 하나겠지요...(킨더조이, 사탕, 치토스 등등)

즐거운 무엇인가를 함께 하거나(몸놀이), 작은 비밀을 공유하면서(불량식품) 아빠와 아이들은 조금씩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가까이 있는 엄마와 달리 ‘매일 보는 주변인‘처럼 아빠를 느끼기에 관계를 발전시키기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놓을 수 없는 것이 아빠의 고민인 듯 합니다. 그렇게 이번 주말에는 ‘뭐하고 놀아야하나?‘를 고민하다보니 밤늦은 시간이 되버렸습니다.^^:

아빠만이 해 줄 수 있는 블루 오션을 찾는 길이 참 멀고도 험난함을 느끼며, 세상의 모든 아빠들을 응원합니다^^!

ps. ˝연의야, 아빠가 잘 하는게 뭐야?˝ ˝응, 코코아 타는 것하고, 짜파게티 끓이는 것˝.. 얼마 전 연의와 애 엄마가 나눈 대화입니다. 아무래도 현재까지 제 블루 오션은 코코아와 짜파게티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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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0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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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0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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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1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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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1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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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2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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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2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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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0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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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0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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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0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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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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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12-08 2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딸아이 첫 경험의 상당 부분은 저와 함께 했습니다. 다람쥐통, 철봉 매달리기- 구름 다리, 자전거 타기, 성냥불 붙이기, 부엌칼 사용, 설겆이 등등.^^

겨울호랑이 2017-12-08 21:02   좋아요 1 | URL
^^: 마립간님께서는 따님과 함께 많은 경험을 나누시는군요. 저도 놀이뿐만 아니라, 일상 경험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겠습니다.^^:

마립간 2017-12-10 12:05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 놀이, 일상 경험뿐만 아니라 국어, 영어, 수학도 가능합니다.

아이가 (국어, 영어) 독서할 때, 나도 독서하고, 아이가 수학 문제 풀 때, 나도 수학 문제 풀고, 아이가 운동할 때, 나도 운동하고, 아이가 악기 배울 때, 나도 악기 배우고 ...

장차 일상 경험의 공유는 희박해지겠지만, 독서, 운동, 음악의 공유 경험은 지속되리라 봅니다.

겨울호랑이 2017-12-10 12:12   좋아요 1 | URL
^^: 마립간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렇게 함께 성장하는 것이겠지요.
 
나는, 오늘도 4 : 걷다 나는 오늘도 4
미쉘 퓌에슈 지음, 루이즈 피아네티보아릭 그림, 심영아 옮김 / 이봄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미셸 퓌에슈(Michel Puech) 교수는 <걷다 Marcher>를 통해 '걷는다'는 의미를 다시 해석한다. 저자에 의하면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리뷰에서는 '걷는다'에 담겨진 의미를 저자와 함께 생각해 보자.


1. 세상과 맺는 관계로서의 걸음


 저자에 따르면 걷는다는 것은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무의미한 과정이 아니다. 세상과 직접 대면(對面)하는 행위이며, 그 자체로 우리의 경험이 된다. 걸음을 통해 우리는 세상에 발자취를 남기고, 세상은 우리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첫 걸음의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오게 된다.


 '거리 감각을 되찾고, 시간과 공간에 대해 좀더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도구들을 이용하다보면 주변 세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좀 더 생생하게 지배할 수 있는 힘을 빼앗기는 것이다.(p42)... 두 발로 걸을 때, 우리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느낀다.(p45)'


 '몸과 생명의 근원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숲 속 서바이벌 체험을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야생의 자연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들에 대한 감각을 되살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계와 직접 대면할 때의 느낌과 평상시의 그것과의 차이를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p13)'


2. 첫 걸음 : 정(靜)적인 상태에서 동(動)적인 상태로의 첫 변환


 첫 사랑처럼 '처음'의 의미가 주는 특별함과 마찬가지로 걸음 중에서도 첫 걸음의 의미는 우리 모두에게 남다르게 남는다. 첫 걸음을 떼기 위해 아이들은 수많은 실패를 하게 되고, 그 과정은 아이에게는 아픔으로, 부모에게는 안타까움을 가져다 주게 된다. 그렇지만, 첫 걸음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저자는 '첫 걸음'의 의미를 인생에서 정(靜)적인 상태에서 동(動)적인 상태로 전환되는 첫 순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는 일단 넘어지기부터 한다. 균형을 잡고 서서 두 발로 쓰러지지 않고 움직이는 데에는 발가락부터 목에 이르는 수많은 근육을 쓰는 복잡한 신체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걸음마를 배우려면 넘어지기를 받아들여야 하며, 낙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p16)'


  '첫 걸음은 다른 걸음과는 다른다. 첫 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역동적 불균형"이 시작되어 다른 걸음들이 딸려오기 때문이다. 사랑에서, 그리고 인생의 한 영역에서, 첫 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정지 자세를 깨고 불균형 상태를 창출하는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첫 걸음을 떼는 그 순간 이미 상황은 변화했고, 우리는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p34)'


 3. 함께 걷는다는 것 : 촛불 


 첫 걸음 이후 사람들은 수 많은 걸음을 걷게 된다. <걷다>에서 해석하는 걸음의 의미 속에는 정치적 의미도 포함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걸음을 통해 그들은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우리는 일 년 전 함께 나누었기에 '걷다'의 의미는 우리 모두에게 특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2016년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를 할 때 함께 무리 지어 걷는 것은 정치적 행위이다. 거리를 행진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진은 상징적 행동으로, 공적인 장소를 걸어 지나감으로써 그 공간을 점령한다는 의미가 있다.. 시위 행진이 있을 때면 수천 명(경찰 추산에 따르면 수백 명)이 사람들이 모여 같은 방향으로 걷는데, 이렇게 함께 걷는 가운데 생성되는 연대감 역시 상징적인 것이다.(p57)'


 <걷다>를 통해서 우리는 '걷는다'는 의미가 다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적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걷다>에는 이러한 '걸음'의 수많은 의미가 열거된다. 그러한 여러 글 속에서 특히 '맨발로 걷기'에 대한 부분이 더 인상깊게 느껴진다.


4. 맨발로 걷기


   <걷기> 속에서는 맨발로 걷는다는 것의 의미를 '자연(自然)'과의 소통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이러한 '자유로움' 의미 외에 다른 느낌은 없을까.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맨발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심플한 가죽 혹은 플라스틱 샌들이나 털 부츠, 캔버스 운동화 같은 신발을 신고 다닌다. 자칫 잊어버리고 지나치기 쉽지만, 신발은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소박한 도구 중 하나이다. 새 신발을 신었는데 발이 아프면 하루가 고역스럽다.(p30)'


 '여름에 맨발로 해변에 처음 들어서거나 테라스의 타일 바닥을 밟으면 묘한 해방감이 든다. 자신의 몸을 다시 느끼고 되찾는 것외에도, 걷다보면 세계와 직접 몸을 맞대는 데서 오는 자유로운 느낌이 있다... 자연 속을 걷다보면 자연과 오감(五感)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p76)'


[사진] 지압용 돌(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Mbr4&articleno=7886109&categoryId=764151®dt=20100916105135)


 지압용 돌 위를 맨발로 걸어 보자. 옮길지 모르는 무좀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처음 맨발로 걸을 때 그 낯선 느낌과 통증은 처음에 견디기 어렵지만, 계속 걷다보면 몇 차례 걷다보면 어느새 익숙한 느낌으로 바뀌게 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대하게 된다. 마치 신발을 신는 것처럼. 평소 가면을 쓴 것처럼 자신의 내면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어느새 우리가 쓴 사회적 가면을 우리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가끔은 공원의 지압용 돌을 걷는 것처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다른 이들에게도 보다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올바른 걷기'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미셸 퓌에슈의 다른 철학 시리즈 <나는, 오늘도>에서와 마찬가지로, <걷다>에서도 일상의 행위 속에서 우리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에, 삶에 지칠 때 잠시 걸으며 읽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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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07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 전에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요. 걷는 것처럼 참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에서도 저렇게 꼼꼼하게 의미를 길어올리는 거 보면, 철학자라는 건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싶었어요. 맘만 먹으면 짜장면으로도 700페이지짜리 인문서를 쓸 수 있을 사람들이라고....

왜 걷기 책을 읽었는데 걷기보다 걷기를 쓴 사람에 대해 더 경외감이 드는 걸까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12-07 22:07   좋아요 1 | URL
^^: syo님 말씀처럼 철학자들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개미만한 작은 곤충으로부터 코끼리같은 의미를 발견하니까요. 저 역시 그런 능력을 가진 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습니다^^:

yamoo 2017-12-07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홍콩 여행가서 발이 아작나는 바람에 걷는 게 너무 힘듭니다. 한 2킬로 정도 걸으면 발이 무쟈게 아파요. 밤에 자고 읽어나 첫 발을 내 디딜때 역시 매우 아픕니다. 아무래도 족저근막염이 의심되는데....그나마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는 발이 별로 아프지 않아 운동화를 주로 신습니다만, 그래도 오래 걸으면 발이 아파 움직이질 못하겠더이다.

걷는 거 정말 좋아했는데, 발이 아프니...ㅠㅠ

겨울호랑이 2017-12-07 22:49   좋아요 0 | URL
이런... yamoo님은 그런 아픔이 있으시군요... 저 역시 걷기를 좋아하기에 yamoo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됩니다...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2017-12-07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0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0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12-08 0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간다는 것도..
첫 걸음을 떼는 아이처럼 수 많은 실패와 아픔을 경험하는 그런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겨울호랑이 2017-12-08 01:09   좋아요 2 | URL
^^: 그런 것 같습니다. 기존의 나에게서 벗어나는 모든 행동이 걷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cyrus 2017-12-08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꽃과 나무가 있는 흙길을 맨발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유레카님이 알려주셨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12-08 12:37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예전에 cyrus님께서 유레카님과 만나 맨발로 흙길을 걷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기억납니다^^:

AgalmA 2017-12-16 0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도 정신도 보조를 맞춰서 잘 걸었으면 싶습니다. 가끔 로봇처럼 걷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몸 따로, 정신 따로^,ㅜ;
바꾸신 연의 프사 역시 이쁘네여 :) 연의는 우리가 흐뭇하게 자기 보고 있는 거 알랑가. 마치 조상신 된 기분ㅎ;;

겨울호랑이 2017-12-16 08:13   좋아요 1 | URL
^^: 저도 그렇지만 우리가 걷는 자체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목적지를 가기 위한. 걷는 자체가 우리에게 의미로 다가온다면 더 여유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쉽지 않지만요 ㅋ 네. 딸을 아들처럼 씩씩하게 키우고 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