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일곱 살
허은미 글, 오정택 그림 / 양철북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에는 하늘의 별만큼 들의 꽃만큼
수많은 일곱 살이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일곱 살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진정한 일곱 살>에는 위의 말에 이어 진정한 일곱 살이 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이 이어집니다. 매 페이지마다 ‘진정한 일곱 살은 *** 할 줄 알아야 해요.‘라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마침 내년에 7살이 되는 딸 연의는 책을 읽을 때마다 마치 ‘7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마냥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응, 나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재밌기도 하지만,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연의도, 저도 안심을 하게 되네요.

그렇습니다.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겠지요.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난 후 아이는 다소 부담감을 떨쳐낸 표정이었고, 저 역시 마찬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아니어도 나중에는 내가 [진정한 고3]을 연의에게 강요하지는 않을까?‘

아직 겪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별로 그런 모습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계속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떡하냐고 말이지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제 생각은 너무 태평스럽게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몇 년 뒤처진만큼 남들보다 몇 년 더 살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게 걱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알게모르게 ‘진정한 존재‘임을 강요받고 사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아들‘, ‘진정한 아빠‘, ‘진정한 남편‘이라는 기준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진정성을 감추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진정한 일곱 살>은 이런 의미에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 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부모를 위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있는 아이가 그 자체로 진정한 존재임을 우리가 깨닫는다면 그때가 이 책의 독서가 끝나는 순간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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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7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7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7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holic 2017-12-17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둘째도 곧 일곱살인데 이 책을 참고해야겠네요..^^

겨울호랑이 2017-12-17 11:32   좋아요 1 | URL
^^: 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많이 실려있어, 아이들도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와같다면 2017-12-18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괜찮아!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아홉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열 살이 되면 되니까....

아.. 이 구절을 읽는데 마음을 쿵 건드리네요.. 이게 뭐라고.. 이렇게 다독이며 위로해주는지..

제가 위로받는 밤입니다.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2-19 06:4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구절을 읽는데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 ‘괜찮아‘라는 말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