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道不遠人。人之爲道而遠人,不可以爲道。」

詩云:『伐柯伐柯,其則不遠。』

執柯以伐柯,睨而視之。猶以爲遠。

故君子以人治人,改而止。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도(道)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안니하다. 사람이 도를 실천한다 하면서 도가 사람에게서 멀리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는 결코 도를 실천하지 못할 것이다. 

시(詩)는 말한다. '도끼자루를 베네. 도끼자루를 베네. 그 벰의 법칙이 멀리 있지 않아.' 도끼가 꽂힌 도끼자루를 잡고 새 도끼자루를 말들려고 할 때에는 자기가 잡고 있는 도끼자루를 흘깃 보기만 해도 그 자루를 만드는 법칙을 알 수 있는 것이거늘. 오히려 그 법칙이 멀리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가!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사람의 도리를 가지고서, 사람을 다스릴 뿐이니, 사람이 스스로 깨달아 잘못을 고치기만 하면 더 이상 다스리려고 하지 않는다.(p191)


'도끼자루를 자를 때, 그 자루에 관한 법칙(이상적 굵기, 싸이즈) 등은 바로 자기가 들고 있는 도끼자루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존재에 관한 법칙이 그 존재 자체에 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철저한 내재주의 사상이다.'(<중용, 인간의 맛> p195)


'도끼는 나무를 베려고 했다. 하지만 도끼가 나무를 벤다면 도끼는 나무뿌리 밑에 눌려 있을 수 없다. 벤 나무는 자랄 수 없고, 자랄 수 없는 나무는 도끼를 휘 감을 수 없다. 인공언어를 가지고 자연언어를 베려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진다.'

 








 


[그림] <알랙산더의 노동> 마그리트 1950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mage_speech&logNo=70167288801)


'세계 속에 살고 있으므로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그 세계 속의 지식이나 가치에 물들게 마련이다. 우리가 이 선입감을 벗고 세계를 맨 눈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선이해야 말로 이해의 전제조건이다. 이 선이해를 이해의 지평이라 부른다.

여기에서 지평이 없으면 사물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가 없는 한 지평을 구성 할 수 없다. 이것은 이상한 고리의 악순환이다. 하지만 해석학은 이 이상한 고리를 적극 받아들인다. '해석학적 순환'은 전체적 지평과 개별적 이해 사이를 오가는 가운데, 우리의 이해는 점점 더 완전해 진다는 것이다. '<미학 오디세이2, 진중권>


같은 나무와 도끼를 보면서도 동양(東洋)의 <중용中庸>에서 자사(子思, BC 483? ~ BC 402?)는 인간의 도(道)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반면, 마그리트(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1898 ~ 1967)는 그의 작품 <알렉산더의 노동>에서 자기모순과 해석의 순환을 발견한다. 분석적으로 사물을 해석하는 서양적 사유체계와 포괄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려는 동양적 사유체계는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다른 한 편으로 같은 사물을 보며 이처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고 살만한 곳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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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8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블랙리스트를 쓰다가 걸린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틀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도끼로 쳐내고 싶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2-08 11:4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공존을 거부하는 사람들마저 우리는 포용해야하는지 참 고민이 됩니다... 우리도 그들을 거부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oren 2017-02-08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끼는 인류 진화 역사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구였던 듯해요. ‘도끼에서 싹튼 ‘생각‘의 과거,현재,미래‘라는 제법 거창한 제목을 달아놓고 제가 끄적거렸던 옛날 글을 찾아보니, 제가 한때나마 저런 글을 남겼다는 기억조차도 벌써 희미해져 있더군요. 그 사이에 벌써 도끼자루가 썩었나 봐요.. ㅠㅠ
* * *
초기 인류가 ‘도끼란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약 7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인간이 불을 처음 사용한 시기였던 142만년 전으로부터 따지면 무려 70만 년 이상이나 더 지난 셈인데, 그 뒤로 인간은 ‘사냥을 통한 육식‘이 가능해지면서 두뇌를 키울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직립 보행 덕분에 인간은 턱의 구조가 바뀌고 혀의 정교한 놀림이 가능해져 언어에 필요한 여러가지 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돌도끼의 사용은 결국 사냥한 동물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이빨의 크기까지도 점차 줄이게 되어 언어의 발달에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집단 생활에 따른 의사소통의 발달은 결국 생각을 ‘공유‘하는 데까지 이르렀을 것이다.(http://blog.aladin.co.kr/oren/5987175)

겨울호랑이 2017-02-08 11:54   좋아요 0 | URL
Oren님께서 알려주신 서재글을 읽었습니다.^^: 생각의 시작이 ‘석기‘에서 시작되어 이후 불의 발견, 직립보행, 언어의 사용 등으로 이어지면서, 인류는 ‘사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좋은 리뷰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Oren님의 글을 통해서 도끼 등 석기는 우리 생활을 지탱해주는 기본도구이면서, 우리 생각의 뿌리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좋은 채과 멋진 리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Oren님^^;

yureka01 2017-02-08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도끼하나 가지고 싶어요...산에 갈려면 도끼는 필수 인데요(아 제가 댓글로 내용과 상관 없는 글만 쓴듯 ㅎㅎㅎㅎ) 도끼의 도리는 내손에 든 도끼와 가깝다..이런 이치에 공감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2-08 12:21   좋아요 2 | URL
^^: ㅋ 아니에요. 유레카님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좋은 도끼가 좋은 이웃처럼 반드시 필요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 위의 글에 대해서 저보다 더 많이 공감하시리라 생각되네요. 유레카님 즐거운 오후 되세요.

AgalmA 2017-02-08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에 이런 표현이 있더군요.
˝현대 수렵채집인에 대한 인류학적 관찰을 통해서 우리는 고대 수렵채집인들에게 어떤 가능성들이 있었을지 이해할 수 있지만, 고대엔 그 가능성의 지평*이 훨씬 넓었고 그 대부분은 우리 시야에서 가려져 있다˝
*가능성의 지평: 특정 사회에서 열려 있는 신념과 관행, 경험의 스펙트럼 전체를 말한다. 이는 나름의 생태적, 기술적, 문화적 한계를 전제로 한다. 하나의 사회나 개인이 각자의 가능성의 지평 안에서 실제로 탐색하는 범위는 매우 좁게 마련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는 포괄적으로 인간 이성의 오류와 한계(...그것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가 주를 이룸ㅎ;)를 짚어내는 게 많아 재밌더군요. 인간의 잔인성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2-08 18:57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Agalma님의 글을 읽으니 <사피엔스>는 <생각의 역사>처럼 인류의 기원에 대한 작품인 것 같네요.아직 <사피엔스>를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조만간 읽어야겠네요.ㅋ 읽어야할 책이 많아서 2017년 연말까지 예약이 끝났네요..ㅋ

갱지 2017-02-09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다른과 틀린을 헷갈려 해,
바깥양반이랑 허구헌날 설전이네요:-p

겨울호랑이 2017-02-09 19:27   좋아요 0 | URL
^^: ‘다른‘과 ‘틀린‘은 많이 다른 말이겠지요? 제가 틀린 것은 아니면 좋겠습니다 ㅋ 갱지님 좋은 저녁 되세요.^^:
 
정치를 말하다 - 가라타니 고진의 민주주의론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6
가라타니 고진 지음, 고아라시 구하치로 들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가라타니 고진의 최신작 <정치를 말하다>(2009)는 전작 대담집으로, 잡지 등에 실린 것을 묶은 것이 아니다... 독자들은 대중서로 씌여진 <세계공화국으로>의 자매편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나는 독서 순서로 <정치를 말하다>-><세계공화국으로>를 추천한다. 그리고 관심영역에 따라 <일본근대문학의 기원>, <트랜스크리틱>, <역사와 반복>, <네이션과 미학> 으로 확장해가면 좋다. 아마도 이것이 '선이해 부족'으로 인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는 길일 것이다.' - 옮긴이 -


가라타니 고진(Karatani Kojin)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알라딘 이웃분들의 리뷰를 통해 간간이 접해면서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쓰신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리뷰를 읽고 그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막상 고진을 읽으려하니 사상가, 문학비평가로서 그의 방대한 저작에 기가 눌려서, 결국 고진 입문서라 일컬어지는 <정치를 말하다>부터 읽기 시작했다. 


<정치를 말하다>는 가라타니 고진의 1960년대 이후 사상가, 비평가로서의 생애를 통해 그의 사상과 활동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대담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래서, 옮긴이의 말처럼 고진의 사상에 대한 전반 흐름을 개략적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입문서(入門書) 성격이 잘 나타난 글이다. 여기에 언급된 주요 사상가와 현대 사회의 문제점, 그리고 고진이 제시하는 해결방안등을 정리해 본다.


1.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 ~ 1883)


가라타니 고진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신용사회'로 인식한다. 그리고, 신용으로 이루어진 자본주의 사회는 구조적으로 120년 주기의 순환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려는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한다.


'<자본론>은 제1권 유통과정, 제2권 생산과정, 제3권 신용과정으로 구성된 체계적인 저작입니다. 제1권, 제2권만 읽으면 <자본론>이 자본주의 경제가 '신용체계'라는 것을 논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p45)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 전체계를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초기부터 화폐 또는 자본제경제를 종교비판을 응용하여 비판하려고 했습니다.. 이 과제를 <자본론>에서 완수하려고 했지요.(p46)'


'자본주의가 신용체계라는 것은 신용공황이 일어나면 알게 됩니다. 그런데 왜 그것은 신용에 의해서만 성립하는가? 그것은 교환의 실현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신용에 의해 교환이 증대되고 확대됩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는 근본적으로 신용에 기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무수한 신용강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일단 터진 곳이 생기면 덜컹거리게 됩니다. 그것이 "위기(공황)"입니다. 신용에 기초하는 버추얼한 세계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불량기업이 도태되면서 호황으로 향하게 됩니다. 자본주의에는 그런 "경기순환"이 불가피하게 존재합니다.'(p47)


2.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


고진은 칸트의 사상을 '이념'으로 제시한다. 칸트를 통해 우리사회가 지향해야할 이념을 제시하고 있으며, 칸트의 철학은 '자본-네이션-국가'라는 교환양식 속의 이데올로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제기된다.


'칸트는 "구성적 이념"과 "규제적 이념"을 구별했습니다. 또는 이성의 "구성적 사용"과 "규제적 사용"을 구별했습니다. 구성적 이념은 현실화되어야 하는 이념입니다. 규제적 이념은 결코 실현될 수 없지만 지표로서 존재하고, 그것을 향해 서서히 나갈 수 밖에 없는 이념입니다.'(p71)


'그러나 칸트는 윤리를 주관적인 문제로만 생각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경제적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칸트에게 있어서 도덕성은 선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유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자유란 자발성이라는 의미입니다.(p75) ... 칸트는 상인자본을 개재시키지 않는, 생산자들의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 협동조합)을 제창했습니다. 프루동보다 50년 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루동도 마르크스도 칸트 윤리학의 연장으로서 존재합니다.'(p76)


자본=네이션=국가


기초적인 교환양식(가) (p82)

A :  증여의 호수제           /  B : 수탈과 재분배

C :  화폐에 의한 상품 교환 / D  : X


'나는 "생산양식"이 아닌 "교환양식"의 관점에서 그것을 재고했습니다. 즉 증여와 호수(A), 수탈과 재분배(B), 화폐에 의한 상품 교환(C)라는 교환 양식의 접합으로서 말입니다. 사회구성체의 차이는 어떤 교환양식이 지배적인가에 의해, 또 그 결합의 정도와 농도에 의해 결정됩니다...자본주의 사회는 (C)가 지배적인 모드인 사회구성체인데, 당연히 A도 B도 남아있습니다. 그것이 자본=네이션=국가라는 사회 구성체가 되는 것입니다.'(p83)


'그런데 여타의 교환양식과는 다르게 교환양식 (D)는 실재하지 않는 것입니다...실제 (D)는 역사상 보편종교로서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칸트식으로 말하자면, 규제적 이념으로 남는 것입니다.'(p84)


역사적 파생형태(나)

A : 농업공동체           /  B : 전제, 봉건적 국가

C :  도시                 /   D  : 보편적 종교


역사적 파생형태(다)

A : 네이션             /  B : 국가

C :  자본(시장경제)  /   D  : 어소시에이션(협동조합)


3.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


헤겔의 철학은 고진이 네이션, 국가, 자본의 관계를 설정할 때 제시하는 철학이다. <정치를 말하다>에선 마르크스와 칸트 철학의 연결고리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상대적으로 다른 두 철학자에 비해 언급되는 비중은 약한 편이다.


'헤겔은 관념론적이고, 또 네이션을 최상위에 두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네이션, 국가, 자본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자본=네이션=국가를 교환양식의 결합체로 생각하게 되었을 때,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헤겔과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p101)


4. 현재 지배 이데올로기 :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고진은 1990년대 이후 지배이데올리기인 '신자유주의'가 제국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전쟁'을 통한 현재 문제의 해결이 유일한 방편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고진이 전쟁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는 "neoliberalism(신자유주의)"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주의"와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제국주의와 같습니다.(p124)...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라고 불리는 사태는 1970년대 선진국에서 발생한 이윤율 저하, 만성불황이라는 위기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내구소비재가 보급되어 지금까지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메리카의 자본은 글로벌한 자유경쟁에서 활로를 발견하려고 했는데, 이는 아메리카의 군사적 헤게모니에 대한 의존없이는 불가능합니다.'(p126) 


'현재의 만성 불황은 오히려 1890년대 이후의 만성불항과 비교해야 합니다. 이는 1860년대 이후 중공업으로의 이행과 더불어 시작되었습니다.(p130)... 자본은 "M-C-M'(화폐-상품-화폐+a)"라는 운동에 의해 자기증식을 하는 한 자본입니다. 자기증식을 하기 위해서는 차이(잉여가치)를 발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종언은 커녕, 앞으로 격렬한 투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p131)


5. 새로운 이념의 제시 : 혁명(革命)과 평화(平和)


이러한 제국주의 전쟁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를 대신한 '강한 사회'에 대한 이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칸트 철학을 빌려 고진은 역설한다.


'일반적으로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칸트가 말하는 "평화"는 "모든 적의(敵意)가 끝나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것, 또는 홉스적인 자연상태가 전면적으로 끝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칸트가 말하는 "평화"는 제국가의 지양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칸트가 말하는 "목적의 왕국" 또는 "세계공화국"은 국가와 자본이 지양된 사회를 의미합니다.'(p144).


'한편 국가의 전쟁을 저지하는 것은 국가를 지양하는 것과 거의 같습니다... 국가를 꼼짝 못하게 하는 데에는 국가에 대항할 수 있는 "사회"가 강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p147)


6. 가라타니 고진의 해결 방안 : 사회주의(社會主義)


고진은 마지막으로 현재 일본이 처한 문제점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붕괴된 '공동체의 재건'이다. 고진은 비록 일본의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공동체 붕괴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그의 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어소시에이션을 만드는 것. 일본에서는 이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단독자)은 그 안에서 단련되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이제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발적으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부족이 강하고, 종파도 강합니다. 민족적(ethic) 조직도 강합니다. 그것들이 국가보다도 강해져 있습니다. 역으로 일본에서는 좀더 "사회"를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p163)


<정치를 말하다>는 비록 옮긴이는 고진의 다른 저작에 비해 이해가 쉬운 책이라고 하지만, 독일 철학자 3인(칸트, 헤겔, 마르크스)의 사상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여기에, 고진이 본문 곳곳에 지나가는 말로 프루동, 한나 아렌트, 로자 룩셈부르크, 아도르노 등의 철학자등을 거론하여 읽는 이(나)의 무지를 여지없이 알려준다. 아무래도, 가라타니 고진을 계속 읽기보다는 다른 철학자들의 책을 먼저 읽는 편이 순서인 듯하다. 성철 스님을 뵙기전에는 기본적으로 삼천배(三千拜)를 한 후에 뵐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정치를 말하다>에서 마치 고진이 자신의 책을 읽으려면 이정도는 읽어야한다고 호통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어려운 시간이었다. 또한 동시에, 철학자들의 사상을 자신의 틀 안에 소화하는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거인을 알게 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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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황금모자 2017-02-06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라타니 고진 인터뷰집 중에 인디고 연구소에서 직접 취재하고 엮은 [가능성의 중심]이 입문하기에 좋습니다. 주석이 꽤 상세해서 자주 쓰는 용어, 특히 칸트 철학에서 빌려온 개념을 이해하기에 유용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2-06 17:12   좋아요 0 | URL
황금모자님 좋은 책 추천과 조언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cyrus 2017-02-06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사회가 좀 더 성숙한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자유주의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민주주의 못지 않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담론은 활발히 형성되었지만, 진짜 자유주의의 의미에 대해선 논할 기회가 없었어요. 아무래도 ‘자유경제원‘들이 자유주의자인 척 행동하니까 자유주의 자체를 언급하는 점을 금기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북다이제스터 2017-02-06 23:21   좋아요 1 | URL
저도 자유주의에 대해 더 많은 공부하고픈 1인으로서 공감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2-07 06:07   좋아요 0 | URL
cyrus님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자유주의‘에 대한 생각을 해오지 않은 것 같아요. cyrus님 좋은 화두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좋은 사상가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7-02-07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에 관한 책인데,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적지 않은 책인가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2-07 18:29   좋아요 1 | URL
네 정치경제학 책입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저녁 되세요^^: 감사합니다.
 
신의 위대한 질문 - 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신의 위대한 질문>은 <인간의 위대한 질문>과 함께 서울대 배철현 교수가 쓴 2부작 중 하나의 작품이다. <인간의 위대한 질문>이 신약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면, <신의 위대한 질문>은 모세오경, 역사서, 시서, 지혜서, 예언서로 구성된 구약성서를 다루기 때문에 자칫 논점이 흐트러질 수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저자는 <인간의 위대한 질문>와 마찬가지로 <구약성서>를 관통하는 주제에 관해 역사서의 인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글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 책은 매 장(章)마다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저자의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저자의 해석이 곁들어진 구조로 되어있다. 저자는 해석을 할 경우 전체 흐름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기보다는 히브리어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의미를 해석한다. 


'<창세기> 1장과 2장을 똑같이 우주 창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신의 이름이 다르게 쓰였음을 알 수 있다. 1장 1절 ~ 2장 3절까지는 "엘로힘(Elohim)"으로, 2장 4절부터는 신을 "야훼 엘로힘(Yahweh Elohim)"으로 각각 다르게 쓰여 있다. 그 이유는 각 구절을 쓴 저자가 다르기 때문이다.....성서에서 신을 "엘로힘"이라고 표기한 저자는 "엘로히스트(Elohist)"라 부르고, 이들이 만든 문서를 "E자료"라 한다. 또한 바빌론 유수 때 사제들이 집대성한 것으로 알려진 글은 "사제(Priest)"의 첫 글자를 따서 "P자료"라 부르고 이들을 "P저자"로 구분하는데, 이들 역시 신을 "엘로힘"으로 부른다. 반면 신을 "야훼(Yaheh)"라 표기한 저자는 "야위스트(Yahwist)"라 부르고, 그 문서를 "J자료"라 하며, <신명기(Deuteronomy)>와 관련된 글을 쓴 저자들은 "D저자"라 하고 그 문서를 "D자료"라 한다.'(p46)


'이삭을 지칭하는 "이 아이"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원문에서 "건장한 청년"으로 되어 있다. 이 문장을 "칠십인역(BC 3세기 그리스 번역본)"과 "불가타(Vulgata, AD5세기 라틴어 번역본)"에서 자신의 외아들마저 신에게 바치는 아브라함의 신앙을 칭송하기 위해 히브리 원문을 일부러 오역한 것이다. 이 구절에서 문제가 되는 "건장한 청년"을 뜻하는 히브리어 단어 "나아르(naar)"는 다양한 연령층을 가르킨다.'(p138)

 

<신의 위대한 질문>에는 이와 같이 명사 하나, 단어 하나에서 그 의미를 찾아간다. 이를 통해 번역본에서는 인식하지 못한 문제를 독자에게 일깨워 준다. 이를 통해 '번역(translation)'과정을 통해 얼머나 많은 의미가 휘발(揮發)되는지를 다시 느끼게 된다. 이러한 언어적 해석을 바탕으로 저자는 문화사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약성서속의 문헌 안에 있는 사건들이 유대문명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 인류 보편적 과제임을 일깨우고 있다.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는 성경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해석이 소개된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이가장 잘 나타난 부분은 '아케다(Aqedah)'사건이다. '아케다'는 <창세기> 22장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신에게 바치기 위해 제단 위에 묶어놓은 사건을 말한다. 저자는 '아케다'를 해석하기 전 먼저 그리스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王>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Bob Dylan)의 노래 <Highway 61 Revisited>를 통해  자식을 죽여야 하는 비극과 아버지를 극복한 후 독립하려는 아들의 모습이 문명의 공통된 과제였음을 보여준다.



밥 딜런 <Highway 61 Revisited>


그리고, <이삭의 희생>이라는 동일의 주제에 대한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 ~ 1669)와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 ~ 1610) 그리고 샤갈(Marc Chagall, 1887 ~ 1985)의 서로 다른 해석을 보여준다. 



[그림1] 렘브란트 <이삭의 희생>,1634



[그림2] 미켈란젤로 다 카라바조, <이삭의 희생>, 1603


저자는 렘브란트와 카라바조의 그림에 나타난 칼의 날카로움,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표정, 날아오는 천사의 위치, 그림 배경(양, 기다리는 2명의 종 등) 등에 대한 의미를 신학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두 작가의 차이를 넘어서 개신교와 가톨릭 신학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림3] 마르크 샤갈 <이삭의 희생>, 1966 (이상 그림 출처 : 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04740)


또한, 현대 화가인 샤갈의 그림도 소개한다. 유대인이었던 샤갈은 미드라시(midrash)적 해석과 함께 두 명의 작가는 다루지 않았던 어머니 사라의 슬픔(그림 왼편)과 예수의 십자가 죽음(그림 오른편)을 배치하여 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다. 저자는 아카다를 통해 개신교와 가톨릭이라는 종파의 차이, 근대와 현대의 시간적 차이를 이들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제시는 독자들의 폭넓은 사고를 도와준다.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는 새로운 관점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 알려진 사실과 오류에 대해서도 저자는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창세기> 1장 26절 "우리가 우리의 형상대로, 우리의 모양대로 인간을 만들자."라는 문장을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삼위일체(三位一體)'교리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 "엘로힘(Elohim)"은 "엘로아흐(eloah)"의 남성복수형이다.... 엘로힘은 삼위일체와는 상관없다. 엘로힘이 문법적으로 '신들'이라고 가정한다해도 셋을 의미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엘로힘이라는 개념 연구는 셈족인들의 신관(神觀)에서 시작해야 한다...<창세기>에 등장하는 엘로힘은 고대 지중해 지방을 지배하던 독특한 신관인 "신들의 모임"구성원이다.(p431)'


<구약성서>를 해석할 때 <구약성서>가 당대 문화의 산물임을 인식하고 이를 해석할 때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함을 <신의 위대한 질문>의 전개를 통해 저자는 이를 알려준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신의 질문'은 무엇일까?

저자는 13개 장을 통해 신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책을 구성했다. 그렇지만,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주어진 신의 질문을 다를 것이다.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그리스 문학 전통과는 달리 아브라함 종교의 경전들은 문장의 행간(行間)을 통해 말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을 "침묵 속의 웅변(eloquence from silence)"라 한다. 인간의 경험을 초월한 신의 말을 인간의 언어로 담을 수 없기에, 경전을 쓴 저자들은 침묵을 통해 자신들이 전하려는 내용을 독자들이 직접 찾아내기를 바란 것이다.'(p397)


'한자 "기도(祈禱)"를 풀이하면 "자신의 목숨(壽)을 자신의 도끼(刀)로 찍으려는 시늉을 하며 간절히 원하는 모습'이다... 40일 금식기도를 했다는 사람에게 아무런 삶의 변화도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깊이 묻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욕망만을 무작정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도는 오히려 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하는 행위다.'(p186)


결국, <신의 위대한 질문>은 스스로가 깊이 있는 묵상을 통해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나열된 질문과 이에 답하려는 저자의 노력을 본(本)으로 삼아 더 고민하는 삶을 저자가 요청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 책에서는 이스라엘 역사서인 <구약성서>를 민족적 관점이 아닌 '개인- 신(하나님)'의 관점에서 '신의 은총'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개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룬 반면 <구약성서>의 배경과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신의 위대한 질문>은 히브리 원어 해석,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료를 제시하고 깊이 있는 고민을 제시한 '성찰서(省察書)'라는 측면에서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PS. 밥 딜런과 샤갈이 유태계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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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7-02-03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권 다 읽으셨네요 축~★역사적 관점에서의 관계가 아닌 신-나의 관점이라 하시니 케고르가 생각이 나요

겨울호랑이 2017-02-03 08:52   좋아요 1 | URL
^^: Theodora님 감사합니다. 키에르 케고르에 대해서는 ‘신 앞에 선 단독자‘ 밖에는 몰라서 다음에 기회되면 깊이 있게 읽어야겠네요^^:

AgalmA 2017-02-04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딜런이 유대계 고리대금업자 같은 아버지 이미지를 몹시 싫어했다고 하죠ㅎ;;
렘브란트 천사 이미지가 그러다 한 대 치겠다 치겠어라 매우 웃김ㅎ;; 렘브란트와 카라바조 나란히 두고 보니 둘다 이삭의 포즈에서 종교적 미술적 양식화를 볼 수 있군요.
샤갈은 역시 색채의 황홀경^^!

겨울호랑이 2017-02-04 13:33   좋아요 1 | URL
^^: Agalma님 말씀을 듣고 나서 다시 보니 적극 공감되네요^^: 역시 많은 작품을 접해서 안목을 길러야겠어요. 그림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 철학 공부와 같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AgalmA 2017-02-04 13:55   좋아요 1 | URL
그래서 예술과 철학이 엮인 미학이 있잖습니까^^ 미학자이자 철학자인 헤겔이나 진중권이 욕을 먹어도 대단한 건 대단함^^

겨울호랑이 2017-02-04 13:59   좋아요 1 | URL
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많이 알려주세요, Agalma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AgalmA 2017-02-04 14:36   좋아요 1 | URL
저도 겨울호랑이님처럼 세계에 대한 궁금함 탐험 중인걸요. 겨울호랑이님과 동지의식을 많이 느낀 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사마천 2017-02-04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훌륭한 서평입니다. 대단하세요. 많은 공부가 됩니다. 어찌 이리도 부지런하신지 정말 부럽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2-05 05:56   좋아요 2 | URL
^^: 사마천님 감사합니다. 사마천님 덕분에 시행착오없이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데카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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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2
르네 데카르트 외 지음 / 나남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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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적 성찰
에드문트 후설.오이겐 핑크 지음, 이종훈 옮김 / 한길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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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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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 -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현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는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의 초기 작품들인<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Regulae ad directionem ingenii)>과 <방법서설(Discours de la methode)>이 수록되어 있다. 데카르트는 서양철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에 불과하다."  -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 

"화이트헤드가 말한 것처럼 유럽 철학이 플라톤에 대한 각주라면, 근대 유럽 철학은 데카르트에 대한 각주다." - 콜라콥스키(Leszek Kolakowski) -


콜라콥스키의 말처럼 데카르트는 근대철학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 책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과 <방법서설>을 통해 그의 방법론과 철학 제1명제를 보고자 한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데카르트는 사물 측면(ex parte rerum)의 고찰하는데 있어 인간의 정신을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장한다.(제12규칙) 그리고,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인식하는 우리 자신과 인식되는 사물 자체가 고찰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이를 위한 능력으로  '오성(悟性 ; understanding)'에 대해 언급한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21개 규칙 중 제 12규칙에서 '정신'의 중요성이 다른 규칙보다 상대적으로 자세히 언급되기에 이를 먼저 보면 다음과 같다.


'사물의 측면에서는 세 가지 측면을 고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첫째는, 자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다음은 하나가 다른 하나에서 인식되는 방식이며, 마지막은 무엇이 어떤 것에서 연역되는가 하는 점이다.'(p76)


'첫째 부분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인간 정신이 무엇이고, 신체는 무엇이며, 신체가 어떻게 정신을 자신의 형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전 합성체에 있어 사물의 인식에 기여하는 능력이 어떤 것이며, 또 그 각각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먼저 설명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p77)... 다섯 번째로 우리가 생각할 것은, 본래적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힘은 순전히 정신적인 것(pure spiritualem)이고, 그것은 피가 뼈와, 손이 눈과 다르듯이 신체와 적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점이다.(p81)'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은 오직 오성뿐이지만, 오성은 다른 능력들, 즉 상상력, 감각 및 기억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고 또 방해를 받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능력이 해가 되고, 도움이 되는지를 순서에 따라 살펴 보아야 하고,... 그런 다음에 우리는 사물 자체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때의 사물 자체란 오성의 접근이 가능한 한에서만 고찰되는 사물을 의미한다.'(p62)


데카르트는 모든 학문은 연결되어 있으며, 사물의 진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一以貫之 (일이관지) : 어떤 일을 일관되게 하나의 원리로 꿰뚫고 있는 것' -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를 연상시킨다.


[1규칙] 정신에 나타나는 모든 것에 대해 견고하고 참된 판단을 내리도록 정신을 지도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이다.


'모든 학문은 인간의 지혜와 다름아니고, 지혜가 비록 여러 상이한 대상에 적용된다해도 그것은 언제나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p15).... 그러므로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은, 모든 학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따로 분리해서 하는 것보다 그것들을 함께 탐구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진지하게 사물의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개별적인 학문을 취해서는 안된다.'(p18)


데카르트 학문에 있어 연구의 대상은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객관성을 가진 학문이어야 했으며, 그의 탐구 대상은 '산술'과 '기하학'으로 국한된다. 


'옛 기하학자들은 어떤 분석(analysi  quadam)을 사용했으며, 이것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대수(Algebram)라고 하는 일종의 산술이 성행하고 있는데, 그 과제는 옛 사람들이 통해 증명하려 했던 것을 수(數)로 설명해 보려는 것이다....'


데카르트에게 있어 '기하학'은 고전적인 방법이었고, '산술학'은 근대의 방법으로 마치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성의 빛'과 '신앙의 빛'으로 사물을 관찰하려고 했던 것처럼 진리 추구를 위한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된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수학적 탐구의 결과는 직교좌표계(直交座標系, Cartesian coordinate system)로 나타난다. 



[그림] 직교좌표계 (출처 : 위키피디아)


[2규칙] : 정신이 확실하고 의심할 수 없는 인식을 족히 얻어낼 수 있다고 여겨지는 대상만을 다루어야 한다.


'우리가 이와 같은 개연적인 의견들(probaliles opiniones)로부터 완전한 지식(perfectam scientiam)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잘 살펴보면, 지금까지 발견된 학문들 가운데 위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오직 산술(arithmetica)과 기하학(Geometrica)뿐이다.(p20)... 이 모든 것에서 귀결되는 것은, 산술과 기하학이 탐구할 유일한 학문이라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이르는 올바른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산술적 및 기하학적 증명이 지닌 것과 대등한 확실성을 얻을 수 없는 대상과는 씨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p22)


스피노자(B. Spinoza, 1632 ~ 1677)의 <에티카 Ethica>는 위와 같은 데카르트 주장에 대해 '윤리학' 역시 수학적 공리에 의해 증명될 수 있다는 일종의 반론의 성격을 가진다. <에티카>는 후에 보도록 하고, 데카르트의 방법론으로 돌아가보자. 그의 연구 방법은 '직관'과 '연역(演繹)법(deductive reasoning)'으로 정리할 수 있다.


[3규칙] : 우리가 다루려는 대상에 관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이나 우리 자신이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명석하고 명증적으로 직관되는 것이거나 아니면 확실하게 연역되는 것만을 고착해야 한다. 오직 이런 방법으로만 지식은 획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p23)


'내가 이해하는 직관이란 변동이 심한 감각의 믿음이나 그릇되게 그려내는 상상력의 판단이 아니라 순수하고 주의를 집중하는 정신의 단순하고 판명한 파악이며, 그래서 이렇게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의심도 품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오직 이성의 빛에서 유래하는 것이다.(p26)


'여기서 연역은 어떤 하나가 확실하게 인식되는 어떤 다른 하나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된다는 것을 뜻한다.'(p27)


데카르트는 이렇게 연역법을 사용하여 사물의 진리를 추구하고자 했다. 그리고, 사용되는 방법은 제5규칙(대상들의 순서와 배열)과 제6규칙 (단순한 것과 합성적인 것) 등의 대상 특성에 따른 적용을 통해 보다 보편적인 진리로 확장시켜 나간다. 


'내가 절대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되고 있는 것의 순수하고 단순한 본성을 갖고 있는 것이고, 이는 독립적인 것, 원인인 것, 단순한 것, 보편적인 것, 하나인 것, 동등한 것, 유사한 것, 곧은 것 및 이와 비슷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이런 절대적인 것을 사용하기 위해, 나는 그것을 또한 가장 단순한 것(simplicissimum), 가장 쉬운 것(facillimum)이라고도 부를 것이다.'(p42)


'반면에, 상대적인 것은 같은 본성에 속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같은 본성 중의 어떤 것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상대적인 것을 절대적인 것과 관계지울 수 있고, 어떤 계열을 통해 절대적인 것에서 연역될 수 있는 것이다.'(p42)


'방법이란 확실하고 쉬운 규칙을 의미하고, 이 규칙을 정확히 지키는 사람은 결코 거짓된 것을 참된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쓸데없는 것에 정신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며, 그래서 그는 지식을 점차 늘려 자신의 역량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참된 인식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p30)


데카르트는 연역법(演繹法)을 사용했다는 면에서, 귀납법(歸納法)을 사용한 베이컨 (F. Bacon)과 비교된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에 나오는 데카르트의 귀납법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때 열거 또는 귀납은 어떤 문제에 속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검사, 즉 우리가 어던 것을 빠트리는 실수를 하지 않았음을 확실하고 명증적으로 결론지을 수 있는 세심하고 정확한 검사를 의미한다.(p50)... 이런 활동은 충분(sufficientem)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것은 종종 결함(defectiva)을 갖고 있어서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p51)


<방법서설>


모든 것에 적용되는 하나의 법칙으로부터 개별적인 사안의 법칙을 끌어내는 데카르트 철학의 제1명제는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이다. 이는 <방법서설> 제4부에 '최초의 성찰들(premieres meditations)'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이 언급된다.


'나는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전적으로 거짓된 것으로 간주하여 던져 버리고, 이렇게 한 후에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내 신념 속에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아야한다고 생각했다...우리가 깨어 있을 때에 갖고 있는 모든 생각 (pensees)은 잠들어 있을 때에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고, 이때 참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신 속에 들어온 것 중에서 내 꿈의 환영(les illusions de mes songes)보다 더 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가상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반드시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je pense, donc je suis / Cogito ergo sum)라는 이 진리는 아주 확고하고 확실한 것이고, 이것을 내가 찾고 있던 철학의 제일원리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p185)


데카르트는 그가 사용한 주된 방법론인 기하학적인 방법마저도 잘못된 추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을 할 경우에도 그가 생각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이를 통해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철학 1명제를 통해 입증한다. 그가 '생각/사유(思惟)한다'는 사실은 정신(mind)의 작용으로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의 제12규칙과 연계되어 데카르트 철학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한다.


<방법서설>과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에서는 그의 연구방법(연역법)과 연구대상 등이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데카르트 철학(데카르트의 이원론 dualism)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거쳐야할 관문이라고 생각되며, 그런 의미에서 일독(一讀)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ps.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는 과연 타당할까?

'존재한다'는 문제는 '생각한다'는 것을 포함해야 위의 명제가 성립할 것이다. 사유(thinking)의 사전적 의미는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또 문제를 제기하는 인간의 지적 활동의 총체'(철학사전, 중원문화)라고 정의된다. 그렇다면, 만일 내 머리에 생각이 프로그래밍(programming)되어 있어도 나는 생각한다고 할 수 있을까? (프로그래밍의 주체가 신(神)이든, 리처드 도킨스의 말처럼 유전자(meme)이든 간에) 우리가 주체적으로 생각한다고 하는 사실마저 데카르트의 표현처럼 악마에게 기만당할 수 있다면 생각을 통해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 철학1명제가 성립할 수 있을까?.... 좀 더 공부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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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1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31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1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1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7-02-01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탐구라는 생각이 들고 공부에 끝이 있을까요, 겨울호랑이 님의 글을 읽고나서 자성하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2-01 08:00   좋아요 1 | URL
^^: 오거서님,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거서님 말씀처럼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부족한 채 공부를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빨리가는 길이 여러분들과 함께 가진 것을 나누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그 점에서 여러 좋은 책과 새로운 분야를 알려주시는 여러 이웃분들께 항상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오거서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으면서 조성진의 피아노곡을 같이 들으니 좋은 조합이었습니다.ㅋ 오거서님 덕분에 좋은 독서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7-02-01 08:07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의 정성스런 글 덕분에 저의 지적 호기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카르트와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가 어울리는 조합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겨울호랑이 2017-02-01 08:13   좋아요 1 | URL
^^: 저 역시 오거서님의 친절한 글로 부족하나마 이웃분들께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개인적으로 데카르트 철학과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가 삼합에서 묵은 지와 돼지고기 조합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름 맛있는 시간이었습니다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