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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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란 제목이 나를 붙잡는다. 이 여름에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제목처럼 누군가의 여름에 닿을 수 있다면 누구와 보낸 여름을 떠올릴까. 바닷가를 찾은 연인과의 여름, 시원한 맥주를 마시던 친구와의 여름도 닿고 싶지만 엄마를 떠나보냈던 그 여름에 닿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럼 소설의 ‘나’가 닿고 싶은 ‘너’는 누구일까.


애틋한 그리움을 던진 제목의 소설은 열여덟 여름의 ‘나’가 골목을 달리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달리는 동안 누굴 마주치게 될지 다 안다는 ‘나’는 그들을 피해 오직 달린다.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곳으로 해변으로 향한다. 그가 ‘너’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나는 너를 만나게 될까. 궁금증만 남긴 채 작가는 다른 인물을 등장시킨다.


이어서 스토킹을 의심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놀랍게도 고등학생을 스토킹하는 장면이다. 열여덟 살 ‘은호’는 누군가 자신의 엿보고 있는 기분이다. 학교, 학원, 독서실이 전부인 고교생을 누가 스토킹할까. 은호만이 아니다. 미대를 지망하는 ‘도희’는 친구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도희 근처를 맴도는 자동차 한 대. 각자 스토커를 추적하던 은호와 도희는 우연히 스토커가 같은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도대체 누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스토킹하는 걸까. 스토커의 존재를 찾기 위해 은호와 도희는 둘의 교집합을 찾는다. 학교, 학원, 동네, 친구 그 어떤 것도 겹치는 게 없다.


그러다 12년 전 여섯 살에 소소리 마을의 바닷가에 놀러 간 사실을 찾게 된다. 그 이후로 둘은 한 번도 바닷가에 간 적이 없고 부모님이 함구하고 있다는 것까지. 은호와 도희는 12년 소소리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본다. 12년 전 소소리 바닷가에 빠진 여섯 살 아이들을 구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고교생 A 군의 이야기였다. 여섯 살 아이들은 바로 은호와 도희였다. 둘은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소소리 마을로 향한다.


은호와 도희가 소소리를 향한 이야기와 함께 나의 꿈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니까 소설 첫 도입의 그 장면. 해변에서 아이들을 구하려는 ‘수빈’을 잡으려 하지만 정작 손을 내밀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라도 수빈을 말리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다르게 현실의 나는 소소리 마을을 떠났고 12년 동안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은 상태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누구라도 나처럼 행동할 것이다. 긴긴밤, 돌이길 수 없는 한순간을 떠올리며 숱하게 잠 못 이루고, 가슴을 치고, 통곡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순간 기회가 주어졌을 때 무조건 잡아볼 것이다. 그 방법이 평생 알고 있던 상식과 어긋난다고 해도,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해도, 일단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을 엿보았다면 최선을 다해볼 수밖에 없다. (130~131쪽)


이처럼 소설은 화자인 ‘나은’과 스토커 추적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은호와 도희가 소소리 마을에 도착하자 둘의 소식이 빠르게 퍼진다.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은 은호와 도희가 12년 그 아이들이라는 걸 알았다. 은호와 도희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 수빈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 자신의 나이와 똑같았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빈의 친구들을 차례대로 만나면서 ‘나은’과도 마주하게 된다. 두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서로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확인한다.


수빈을 말렸지 못했다는 마음 때문에 사고 이후 도망치듯 소소리를 떠난 나은은 최근 반복적인 꿈 때문에 12년 전 여섯 살 아이들을 찾게 된 것이다. 꿈에서 수빈을 막으면 미래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만 그 상황에서 누군가의 희생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모든 걸 알게 된 은호와 도희는 현재의 오늘이 얼마나 값진 시간인지 알게 된다.


기대했던 풋풋하고 순수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그 이상의 감동과 울림을 안겨주는 소설이다. 모든 게 대입 입시로 통하는 고교생의 일상. 막연한 미래를 위해 사소하고 평범한 수많은 오늘의 소중함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묻는다. 똑같은 하루라 여기며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반짝이는 순간은 바로 오늘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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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
조여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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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에 생활비 목록을 살핀다. 무엇을 줄여야 할까. 생활비에서 뺄 게 없다. 배달 앱과 쇼팽 앱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실행하지 못한다. 규모 있는 삶을 지향하지만 종종 타인의 삶에 오래 바라본다. 원하는 삶을 사는 일은 가장 쉬워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말이 길어진다. 조여름의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때문이다. 작은 도시에 방점을 찍는다. 작은 도시, 그러니까 서울이 아닌 그렇다고 광역시도 아닌 지역의 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솔직한 이야기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닌 저자가 고향으로 내려와 취업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복잡한 빌딩 숲, 쫓기듯 서울살이는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혹한 주제다. 서울에 지친 이라면 조금 벌어 조금 쓰며 살아도 충분하다는 이에게는 매력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무 준비 없이 작은 도시로 향하는 일은 금물, 어떤 결심이 섰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반갑고 유용할 것이다.


도시에 있을 때는 오직 ‘나’의 존재만을 느끼고 나머지는 모두 불필요한 배경이었는데, 시골에서는 나 또한 고즈넉하고 잔잔한 배경의 일부였다. (29쪽)


저자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니까 고향이다. 고정 지출을 줄일 수 있었고 가족의 든든한 지원이 있는 곳. 상주에로 내려온 저자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완벽한 자급자족은 아니지만 제철 재료를 맘껏 먹을 수 있고 남들과 비교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게 그저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했던 서울과는 다른 풍경에 스며드는 일상이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녔던 기억과 동시에 고향이 주는 평온과 포근함이 느껴졌다.그렇지만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니 일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곶감 농사는 실패였다. 성공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를 경험하는 일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실패의 경험은 실패가 아니니까.


정직한 경험이야말로 가장 오래가는 자산이다. 실패와 포기의 경험도 정직하게 부딪힌다면 그 자체로 실패가 아닐 것이다. (62쪽)


본격적인 취업을 위해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다가 저자는 ‘임기제 공무원’제도를 발견한다. 그리고 응시해 의성에 일하게 된다. 서울에서 상주를 거쳐 의성에서 제목 그대로 봉급생활자가 된 것이다. 소도시에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창업에 대한 비전이 적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달랐다. 의성에서 일하며 만난 창업자의 만족도는 높았다.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했다. 소도시는 개척하지 않은 가능성의 공간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이곳이 아닌 다른 도시의 삶도 궁금했고 저자는 도전한다.


바로 제주의 삶이다. 제주로 면접을 보면서도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저자는 제주에 거주하며 일한다. 육지에서 온 사람이기에 제주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새롭게 배우고 알아간다. 그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정착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소도시에서 살기 위하 알아야 할 것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를테면 시골의 도로와 버스 상황, 월급, 월세 동향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업 지원 같은 것.


우리나라 곳곳의 소도시에는 흙 속에 알 굵은 감자처럼 숨어 있는 알짜배기 기회가 많다. 나는 여러 도시를 거치면서 발견한 세계를, 잘 몰라서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았던 도시들의 크고 작은 가능성을 알려주고 싶었다. (205쪽)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를 꿈꾼다면 이 책이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타인의 경험은 내 것이 아니니 소도시의 삶을 원하다면 직접 지자체의 창구를 두드려야 한다. 우선은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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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7-17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고물가 시대에 외식비를
줄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말이
참 낯설지 않네요.

작은 도시에서는 돈 쓸 곳이 없
어서...

자목련 2024-07-19 11:35   좋아요 2 | URL
외식비와 배달비를 줄여야 하는데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속수무책입니다.ㅎ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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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백수린의 『다정한 매일매일』에서 나는 다른 문장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같은 부분에서, 같은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 거라 여겼는데 놀랍게도 아니었다. 읽으면서 그래,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 더듬더듬 기억이 나긴 했다. 4년이라는 시간 탓일까. 빵과 소설 쓰기로 둘러싸인 백수린의 일상에서 빵이 아닌 소설, 그러니까 소설과 삶에 대한 부분에 글이 좋았다.


나의 한계를 알지 못한 채 하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시작했으나 남들이 능숙해지도록 혼자 여전히 서툴고 쩔쩔매는 일. 남들 앞에 선보여야 할 때면 늘 자신감이 없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그만둘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게 소설 쓰기와 베이킹은 어쩌면 아주 닮은 작업. (24쪽)


백수린에게 빵을 굽는 일, 소설을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일이라고 해서 언제나 즐겁고 기쁘고 만족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속상하고 의도한 것과 다른 완성도에 절망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놓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읽었다. 그런 마음이 곳곳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다양한 빵과 에피소드와 곁들인 책 소개를 읽으면서 낯선 빵을 검색하며 맛을 상상하기도 했다.


초판으로 읽었을 때 느끼지 못한 어떤 감동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건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이제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단편을 알고 좋아한다는 말이다. 깊은 절망과 고통의 연속이 삶이라는 걸 안다. 이런 문장에 고개를 끄떡일 수 있다. 어둡고 힘든 시절의 내게 건넨 소중한 이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떤 힘일까? 나는 삶이 고통스럽거나 누군가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한 마음이 들 때 이 소설 속 빵집 주인이 건넨 한 덩이의 빵을 떠올리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28쪽)





다시 읽었을 때 처음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세상에나 정말 그랬다. 장마철에 읽어서 그랬을까. 윌리엄 트레버의 『비 온 뒤』가 읽고 싶어졌다. 백수린의 말대로 트레버는 사건의 구체적인 설명을 하는 대신 흐르는 대로 일상을 묘사하는데 그게 정말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은 거다. 어떤 일들은 애를 써도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 폭우의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를 마주하는 게 삶이니까.


그런 마음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로 연결된다. 교수로 성공했다고 할 수 없고 아내와 불화한 삶. 그러나 그가 원하는 문학의 삶은 놓지 않았다. 무언가 포기하지 않는 단 하나의 존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우리네 삶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 (252쪽)


나만의 빵과 어울리는 나만의 책을 골라보고 싶다. 빵의 자리엔 다양한 것들이 대신할 수 있다. 좋아하는 과일, 좋아하는 음식, 나처럼 좋아하는 잔을 골라도 좋겠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이라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읽고 다른 무언가로 확장하는 책 읽기는 얼마나 뿌듯한가. 그냥 제목처럼 다정한 글이며 매일매일 한 꼭지씩 읽어도 충분한 책이다. 읽을 때마다 좋아하는 빵, 처음 만나는 빵을 먹어도 좋겠다. 빵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빵과 함께 선물해도 멋지겠다.


초판을 읽고 나는 부드러운 식빵 같은 책이라고 했는데 개정판을 읽으면서는 어렸을 적 엄마가 만들어준 술빵이 생각난다.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엄마가 최선을 다해 만든 빵이다. 그때 엄마의 삶을 닮은 빵 같다. 어떤 삶을 살든 최선을 다하는 일, 그 안에서 기쁨의 맛을 만들어내는 일. 백수린 작가가 전하고 싶은 것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소설이 삶을 닮은 것이라면, 한길로 꼿꼿이 가지 못하고 휘청휘청 비틀댄다 해도 뭐 어떤가. 내가 걷는 모든 걸음걸음이 결국엔 소설 쓰기의 일부가 될 텐데. 길 잃고 접어든 더러운 골목에서 맞닥뜨리는, 누군가 허물처럼 벗어놓고 간 쓰레기들과 죽은 쥐마저도 내 빵이 필요한 이스트나 밀가루가 될 텐데.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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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날들을 바란다. 그러니까 장마에 대한 이야기다. 밤마다 무섭게 쏟아지는 장맛비. 아침에는 말 그대로 밤새 안녕했냐는 안부를 전한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감사하게도 큰 피해가 없고 지인들도 안전하다. 내가 안도하는 날들, 누군가 어려움에 힘든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자연재해라 해도 피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는 걸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다. 그런데도 놓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


장마의 날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지나가는 얕은 바람이 반갑고 잠깐의 햇볕이 고맙다. 어제오늘은 장마와 거리를 둔 날씨 덕에 젖은 마음을 말리는 중이다. 이런 책도 마음을 말리는 데 좋다. 7월의 책은 한국 단편소설.





작년 7월에 깜짝 출판으로 기쁨을 안겨준 김연수의 단편. 김연수의 단편집은 아니다. 음악소설집으로 김연수, 김애란,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음악이 흐를지 궁금하고 기대가 크다. 프란츠 출판사의 책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런 소설도 있다.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떠올리는 제목의 김화진의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이 책은 단편소설 시리즈로 로맨스 소설인 것 같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양장으로 단편을 출간한 위픽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직 자두를 먹지 못했다. 올여름의 자두를 먹어야 하는데 구매를 못하고 있다. 온라인 주문을 하까 싶다가도 온라인에서 과일을 산 친구의 후기가 별로여서 주저한다.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과일을 먹기 힘든 날들이 올지도 모른다. 금값인 사과를 떠올리니 그렇고 기후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걸 생각하면 서글프다.









올해의 자두는 먹지 못했지만 여름엔 수국이 있다. 올해도 나는 수국을 주문했다. 풍성한 수국이 예쁘다. 수국수국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도 이 여름, 수국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 하나. 맛있는 자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먹어야 한다. 여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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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7-1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와 아이보리의 컬러 조합. 제가 코디에 자주 사용합니다요. 물론 상의가 핑크요 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7-12 10:10   좋아요 1 | URL
잠깐 오늘 물감 님은 어떤 옷을 입으셨을까 상상해봅니다^^

망고 2024-07-1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자두 비싸더라고요. 근데 저희집 자두나무에도 자두가 별로 안달렸어요ㅠㅠ
수국은 정말 너무 예쁜 꽃! 자목련님 수국에 저 잎줄기 꺾어다 화분에 심으면 뿌리가 나옵니다 수국 한번 길러 보셔요😁

자목련 2024-07-12 09:53   좋아요 0 | URL
마트에 자두가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온라인을 뒤적이고만 있어요.
자두 먹어야 하는데 ㅎㅎ
잎줄기에서 뿌리가 나오나요? 정말 신기하네요!

독서괭 2024-07-1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이 아름답네요~ 아직 자두를 못 드셨다니! 전 자두 먹을 때마다 입덧할 때 생각이 납니다 ㅋ
장마 피해 더이상 없으면 좋겠어요 ㅜㅜ

자목련 2024-07-12 09:55   좋아요 0 | URL
수국은 정말 예쁩니다!
아가들도 자두를 좋아할 것 같은데 맞을까요?
다음 주에 또 비가 온다는데 걱정입니다.
 
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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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사진 속 엄마의 얼굴은 흐릿했다. 겨우 찾아낸 사진이 그랬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고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큰언니의 영정사진은 멋지고 환했다. 큰언니의 취미 가운데 하나가 사진이었는데 출사를 다니며 찍은 사진이 많았다. 만약 엄마가 챠밍 미용실에 갈 수 있다면 엄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헤어를 해드리고 싶다. 이런 생각은 사마란의 소설 『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를 읽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눈엔 내가 그냥 동네 미용실 아줌마로 보이지?”

그녀가 빙긋이 웃으며 할머니를 마주보았다. 할머니의 얼굴은 고단했던 일생이 그대로 담긴 듯 깊은 주름살이 패어있었다.

“할머니는 지금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존재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여긴 낮엔 산 사람들 머리를 해주지만 밤이 되면 죽은 사람들이 단장을 하러 오는 곳이거든. 산 사람 꿈에 들어가기 전이나 죽어서 저승에 가기 전에 들러 예쁘게 단장을 해. 할머니도 저승 가기 전에 예쁘게 하고 가.” (112쪽)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챠밍 미용실’은 죽은 사람을 단장해 주는 미용실이다. 낮에는 산 사람을 상대하고 밤에는 죽은 자를 만난다. 그게 가능하다고? 원장 챠밍이라서 가능하다. 챠밍은 이런 일을 500년 동안 해왔다. 죽은 사람을 보는 건 물론이고 고양이와도 말을 나룰 수 있다. 챠밍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걸까. 그녀는 혹 귀신이나 구미호가 아닐까. 그러나 작가는 챠밍에 대해 함구한다. 그냥 그런 존재라고 나중으로 미룬다. ‘도깨비 복덕방’의 사장도 챠밍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만 슬쩍 흘린다. 소설은 챠밍 미용실에 방문하는 죽은 자의 사연이나 원한 같은 단순한 에피소드의 나열이 아닌 호러이면서 판타지인 세계로 안내한다.


챠밍은 죽은 자를 단장해주고 그들에게 구슬을 받는다. 구슬은 챠밍에게 깊은 잠을 안겨준다. 죽은 자와 챠밍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존재인 것이다. 도깨비로 통하는 복덕방 사장은 챠밍과 판(신) 연결하는 존재다. 챠밍이 요즘 꾸는 이상한 꿈 때문에 도깨비에게 신과 만나기를 요청한다. 판은 쉽게 챠밍을 만나 주지 않는다. 챠밍과 도깨비에 이어 웹툰을 그리는 의명이 현월동으로 이사 오면서 소설은 한층 더 재미를 더한다. 도깨비 복덕방의 소개로 이사 온 빌라에서 집밥을 먹고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란 계획은 한순간 무너졌다. 고물과 쓰레기로 가득 찬 1층 할아버지와 그 집 손자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서 신경은 예민해졌고 기이한 꿈까지 꾼다. 거기다 편집장은 그림이 이상해졌다고 말한다. 참다못한 의명은 이 모든 게 1층 때문이라고 여기고 망치를 들고 1층을 찾는다. 그런데 그곳엔 할아버지와 손자는커녕 할머니의 시체만 있었다. 의명이 보고 들은 건 무엇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 의명은 죽은 자를 보는 사람이었다.


의명은 도저히 그런 빌라에서 살 수 없었다. 자신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모른 채 부랴부랴 집을 나와 본가로 향한다. 그림 그리는 걸 못마땅해하는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갈 수밖에 없다. 트렁크를 끌고 가는 도중에 한 남자와 부딪혔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그가 판이라는 걸 의명은 알 리가 없다.


소설은 챠밍과 도깨비에 이어 의명이 합류하여 죽은 자를 안전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과정을 들려준다. 죽은 자만이 아니라 현월동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을 함께 풀어간다. 학폭에 시달리지만 아빠에게 말할 수 없는 만규, 그런 만규를 괴롭히는 석훈의 사정, 어린 나이에 결혼해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만 해온 슈퍼 할머니를 도와주고 위로한다. 그리고 궁금했던 챠밍과 도깨비의 사연도 공개된다.


소설 속 현월동의 모습은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동네다. 낡은 빌라, 편의점이 아닌 동네 슈퍼, 부동산이 아닌 복덕방이 있는 곳이다. 친근하다 못해 개발이 필요한 곳, 뭔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지만 벗어나고 싶은 동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고단한 삶과 외로운 죽음을 조명한다.


저승으로 가기 전 단장한다는 설정과 죽은 자를 보는 능력은 드라마 〈야한(夜限) 사진관〉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 소설도 드라마화되면 좋을 것 같다. 오싹한 공포와 오컬트를 좋아하는 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소설이다. 더위를 날려 줄 재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을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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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7-10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는 독실한 불교 신자라 회색 법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써 달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 사진이 너무 칙칙해 싫더라고요. 근데 당신이 원하시니 그때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죽으면 뭔가 다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영정 사진만큼은 늙은 모습이 아닌걸로 사용하고 싶어요^^

자목련 2024-07-11 16:12   좋아요 1 | URL
문득, 신자들이 입는 법복은 색상이랑 디자인이 다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정 사진이란 말만 들어도 먹먹해집니다.
말씀처럼 죽으면 그만이니 남겨진 이들이 어떤 걸로 결정할지 알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 죽음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