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커피였다. 커피 할인 쿠폰이 있었고 마침 커피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만 사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커피와 책은 세트가 된다. 여름에 카페인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하지만 쉽지 않다. 물처럼 자꾸만 마시고 싶다. 커피 때문에 예정 도착 예정일은 내일이었다. 그런데 연휴 시작인 오늘 도착했다. 덕분에 내일 아침은 새로운 커피를 마실 수 있겠다.


커피와 함께 산 책은 『바라모』였고, 야금야금 그전에 산 두 권의 책은 『연대 시대의 종말』, 『세부 속으로』다. 세 권의 공통점은 내가 사고 싶었던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 싶지 않았던 책이라는 건 잘 모르는 작가란 말이기도 했고 더 이상 읽게 될까 하는 작가의 책이라는 말이다.




이웃 알라디너가 먼저 읽은 글에 반했고 직접 반하고 싶었다. 『바라모』와 『연대 시대의 종말』의 땡스투는 리뷰로 나를 낚아주신 분에게, 『세부 속으로』는 멋진 리뷰를 쓰신 분에게, 커피는 힘들고 지치는 한여름을 커피 한 잔으로 견뎌보자는 분에게.


량이 많은 책이 아니라서 부담이 적기도 했다. 그렇다고 당장 달려들어 읽을지는 모르겠다. 날은 너무 덥고 작은 활자보다는 커다란 화면에 눈이 간다. 연휴의 첫 날인 오늘은 TV 화면 속으로 나머지 이틀을 기대한다.

가볍고 부담 없는 책들이다. 물론 읽기 전이라서 그렇다.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난다면 이런 책들을 데리고 가면 좋겠다. 막상 그곳이 책들에겐 휴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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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7-17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도 잘 낚이시네요ㅋㅋㅋㅋ오늘도 알라딘 낚시대마왕은 흡족하게 웃고 계시겠죠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7-1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대 시대의 종말>에 빵 터졌습니다. 🤣

건수하 2026-07-18 10:08   좋아요 1 | URL
저도 이 댓글 쓰려다가…. ;)

페넬로페 2026-07-1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나갔다가 너무 지쳐 집에 오자마자 진하게 커피 한 잔 마셨어요.
힘들고 지칠땐 커피 한잔으로☕️🥤🥤

책읽는나무 2026-07-1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애 시대의 종말>책 선물 받아서 가지고 있어 흐뭇합니다.^^
그나저나 자목련 님도 낚이시다니..ㅋㅋㅋ
여름은 낚시의 계절인가봐요.^^

서니데이 2026-07-1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줄이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자목련님, 맛있는 커피 드시고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과테말라 라 에르모사 아카테낭고 마마 카타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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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목욕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지연 지음, 김지혜 그림 / 마음산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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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소설을 꽤 읽었다.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특별히 좋아하는 소설도 있다. 그런 이유로 짧은 소설 『꿈 목욕』을 읽었다. 짧은 소설이니 긴 이야기는 없다. 수록된 열네 편의 이야기는 대체로 꿈같다. 어떤 소설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 어떤 소설은 꿈이라 믿고 싶은 현실 이야기, 그 둘을 오가는 이야기라고 해도 좋다. 작가가 실제로 꾼 꿈을 모티브로 한 표제작 「꿈 목욕」부터 꿈이 등장하는 소설이 많다. 어찌 보면 소설은 다 꿈같은 이야기는 아닐까.


나는 이 소설집에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기대한다는 게 우스운 말인지도 모른다. 어떤 책이든 읽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읽었다 해도 처음과 다르게 나중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꿈 목욕』을 읽으면서 발터 벤야민의 『고독의 이야기들』가 생각났다. 김지연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그러니까 꿈을 꾸는 이는 작가 자신이고 이야기는 작가의 의식이 흐름은 그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 그러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아, 너무도 당연한 건가.

친구의 집을 찾아가다가 길을 잃고 만난 폭포에 정신을 잃고 폭포가 떨어져 생긴 샘으로 풍덩 뛰어든 「꿈 목욕」의 ‘나’는 물속을 떠다니며 죽은 친구도 만나고 사라진 친구도 만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이 물속에 있었고 물을 펴내 찬찬히 들여다보니 밤마다 꾼 꿈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결국 꿈이란 잡을 수 없는 모든 것이며 반대로 꿈에서는 모든 존재와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일까.

꿈에서는 그럴 수 있다 치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은 뭐라고 설명할까. 면접에서 자꾸 떨어지는 ‘솧희’를 위해 친구가 예약해 준 호텔에서의 시간을 들려주는 「맴맴」도 다르지 않다. 해변에 위치한 호텔은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곳으로 손님은 송희 혼자였다. 직원과 자신뿐인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던 송희는 직원이 감염병이 걸려서 격리를 해야 한다는 소식과 일주일간 호텔을 떠날 수 없다는 통보는 받는다. 관리인은 연락이 되지 않고 창밖으로 일정한 시간에 같은 옷의 남자와 개가 산책하는 걸 본다. 그러다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 어떤 히루에 갇혀 있다는 걸 자각한다.

어떤 하루에 갇혀 있다는 건 결국 반복되는 꿈을 꾸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렇다면 얼른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수없이 많은 이력서를 쓰고 면접에서 떨어진 송희는 꿈이든 시간이든 그곳에서 머물고 싶었다.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을 꾸는 것처럼.





아직은 이 시간 언저리를 조금 더 맴돌고 싶었다. 물밀 듯이 쏟아져 내리는 시간에서 점점 떨어져 나와 멈춰 있고 싶었다. 유예일 수도, 모른 척 일 수도 있겠지만 그저 잠깐만 쉬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을 비워두고 내 기분만 살피면서. 그다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때는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만큼 나아가고 싶었다. (「맴맴」, 41쪽)

그런가 하면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도 있다. 인류가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의 책을 만들지 않는, 종이책이 사라진 미래의 인간은 악어로 변해간다는 「나무 아래 악어」, 죽은 후 귀신이 되어 과거 연인을 따라 산책하는 「산책하는 귀신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영혼, 그러나 정작 과거 연인은 죽었는데 귀신끼리도 서로가 알아볼 수 없다는 걸 좀 슬프다.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설정이라면 어땠을까. 슬프거나 괴로울 때조차 눈물이 나지 않는 이들에게 비법을 알려준다는 ‘엉엉울음상담소’가 등장하는 이야기 「울음의 형식」. 3개월을 한꺼번에 결제하면 10퍼센트 디시를 해주겠다며 울음까지 상품이 되는 세상. 어쩌면 AI 시대에 이런 가능한 일일까.

『꿈 목욕』엔 허무맹랑한 꿈이라 치부하기엔 쓸쓸하고 외로운 이야기들. 꿈이 아니어도 진실을 알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편한 대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려는 「사인」은 더 그랬다. 달동네 좁은 방에 살던 ‘복수’가 죽은 이유를 두고 자살이라 여기는 사람들. 왕래하는 가족이 없어 그렇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었다. 빚이 있어 이혼을 했고 떨어져 살았지만 아내 경호와 딸 미진과 자주 연락했고 만났다. 경호와 미진만이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다. 지방에 살고 있는 경호와 미진을 만나러 온 복수가 재벌 집 아들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며 나누는 대화를 기억하니까. 실제로도 그랬다. 그의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뒤늦은 발견이란 불운이 더해졌을 뿐이다.

“근데, 나는 그런 거 없어. 죽을 이유 같은 건 없어.”

단호히 말하는 복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미진은 생각했다. 인생은 장밋빛이 아니구나. 비단길도 꽃길도 아니고 가시밭길이구나. 마냥 행복하지도 않구나. 인생은 그런 것. 그러나 죽을 이유 같은 거 없고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사인」, 130쪽)

복수의 죽음이야말로 꿈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꿈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지독하고 현실이라면 좋을 황홀한 꿈은 금세 깨고 만다. 그럼에도 꿈꾸는 인생을 포기할 수 없다. 그조차도 포기하면 인생은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와 막막한 사막이나 마찬가지 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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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6-07-1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을 고민했다. 4점으로 고칠까 하다가 그냥. 별점이 중요한 건 아닐지도.

다락방 2026-07-1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과 상관없는 아야기지만)커피잔이 심하게 예쁘네요!!

자목련 2026-07-15 11:58   좋아요 0 | URL
이런 댓글 환영하고 좋아합니다 ㅎㅎ
 
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박종소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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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님의 책 목록에서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의 저자 이름이 낯설지 않아 찾아보니 <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의 작가였다.‘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책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가 되어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란 메모도 찾았다.재밌게 읽은, 책이 좋은 이들에게는 정말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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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7-10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어나세요! 🤣

자목련 2026-07-15 12:03   좋아요 0 | URL
일어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ㅎㅎ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는 듯 내린다. 무섭게 쏟아진다. 장마라고 하기엔 연속성이 부족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맑음이 적다. 내가 사는 곳은 흐림과 비가 이어진다. 그러니까 장마인 걸까. 습하기가 이렇게 습할 수가 없다.

습습의 날들이다. 좋아하는 감자를 쪄서 먹기 좋은 여름이지만 습한 날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냉장고에 작은 수박의 속내도 보지 않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수박 써는 일은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내가 수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박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수박을 썰어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친구가 보낸 황도 복숭아를 맛있게 먹는다. 한 입 베어 물면 복숭아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는 단맛이다. 친구는 내게 복숭아를 주문하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백도를 주문했다고 했다. 황도보다 단단할 백도의 맛도 궁금하다.

책을 샀다. 아, 자꾸 책을 산다. 지난번 박솔뫼의 짧은 소설을 샀는데 블랑카 님이 단편집 『영릉에서』에 수록된 단편이 좋다고 해서 그 단편이 궁금해서 샀다. 좋아하는 시인 하재연의 신간시집 『인간이라는 환상처럼』, 산문과 시가 모두 좋다는 고명재의 시집도 한 권 샀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란 제목에서 그리움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땡스투는 시인의 글씨가 순수하다고 하신 분에게. 박상수의 『생활력』은 시의적절 시리즈다.





고명재의 시집에는 「작약」이라는 시가 있다. 시가 있는 줄 몰랐는데 좋다. 잘 샀다 싶다. 내가 모르는 작약은 많고 내가 모르는 작약을 담은 시도 많으니까.


먹을 수 없는 작약, 그 오월의 품격

꺾을 수 없는 작약, 그 동그런 향기

약이 될 수 없는 작약, 홀로 아름다움

약도 듣지 않는 미래, 그래도 아름다움

(「작약」, 일부)

하재연의 시는 어려운 시가 많다. 상상이 되지 않는 낯선 세계. 그런데도 이상하게 하재연의 시집은 계속 사게 된다. 계속 읽게 된다. 잘 모르면서 말이다. 이번 시집에 이런 시가 있다.


반구의 너머로부터 네가 도착한다

이십 년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시작되는 대본을 쓰는

창밖으로 눈이 쏟아진다 클리셰가 난무하는

장르 드라마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열린

창문틀이 육체처럼 삐걱거리고 있다

나의 시간들이 새어 나간다

기화하는 탄소에게 사로잡힌

탄산수의 나머지 심정으로

종반부가 다가온다

지면을 덮는다

흰 백지와 같이 절대적으로

이십 년 후의 네가 이상하게 아름다워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눈은 이제 폭설이 되어가며

결말을 준비하고

마지막 장을 덮고서야

여름의 파도 소리는 시작된다

지구의 건너편 반구에서부터

기억처럼 도래하는 방식으로

(「여름 판타지」, 전문)


책을 사는 건 좋은 일이다. 읽으려고 산다. 좋아하니까 계속 좋아하기로 한다. 현재의 상태는 좋음이니까. 나중에는 별로가 될 수도 있고 싫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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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6-07-0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둥, 자목련님이 좋아하셔야 할 텐데... 좋아하실 거라 믿어봅니다. 저 이번달 시의적절 박상수 시인이라 저도 주문했어요. 저도 요새 갑자기 책을 계속 주문하기 시작했어요. 비 오는 장마철 좋은 이야기들 읽고 자목련님 마음도 보송보송해지기를 바랍니다.

잠자냥 2026-07-09 15:56   좋아요 1 | URL
100자평도 꼭 남기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6-07-10 09:21   좋아요 1 | URL
좋을 것 같아요. 어제 도착한 <세부 속으로>도 그렇고요. 아, 박상수 산문도 곁에 두셨군요. 좋은 책과 즐겁고 재미가 가득한 7월이면 좋겠습니다!

건수하 2026-07-0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이셨군요 ^^
고명재 시인 미소도 참 순수하셨어요.. 저도 샀으니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

자목련 2026-07-10 09:22   좋아요 1 | URL
산문도 좋다고 하셔서 궁금한데 우선은 이 시집부터 읽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