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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세계사 - 철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나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 다시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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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는 정부의 지원과 일관된 계획으로 짧은 시간에 철도망을 확대할 수 있었다.특히 토지를 내놓기 꺼리는 지주들을 정부가 힘으로 눌렀는데, 영국 등지에서는 이것이 매우 큰 장애가 됐다. 1836년에는 안트베르펜까지 연결하면서 내륙 수로를 이용하지 않고도 수도 브뤼셀과 안트베르펜 항구 사이를 연결하는 경로를 확보했다. 1843년 철도망의 핵심인 남북과 동서 축의 대부분을 완성해, 고도로 산업화한 벨기에는 나라 크기에 비교해 밀도가 가장 높은 철도망을 갖췄다. 벨기에는 철도로 국가를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1830년) 독립 혁명이 없었으면 철도를 놓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를 놓지 않았다면 혁명은 좌절되고 말았을 것이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철도 개발이 상당히 더뎠는데, 이는 운하가 잘 발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운하 탓에 철도를 놓기도 어려웠고 이 운화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였다. 게다가 산업화가 늦어진 탓도 있었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54


 크리스티안 월마 (Christian Wolmar, 1949 ~ )의 <철도의 세계사 Blood, Iron & Gold>는 19세기 출현한 교통혁명 주역 철도의 모순된 역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철도의 역사와 함께 민영화와 국영화, 분권화와 집중화, 민주화와 독재화, 계급과 평등이라는 모순된 특성들을 함께 발견하게 된다. 대립되는 요소들의 공존.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목적지에 데려다 주지만, 철도 객차 안에 존재하는 1등칸과 3등칸의 계급구조. 그것은 철도의 이중적인 성격이자 특성이다.


 철도는 민주화를 이끄는 힘이었다. 이해가 빠른 통치자들은 철도의 군사적 잠재력을 바로 인식했으며 내외부의 적을 상대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철도가 미칠 영향에 대해 절대군주가 느낀 두려움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p344)...  철도는 대개 버려져 있던 국가의 광대한 지역을 열었음에도 역설적으로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즉 연방 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철도는 민주주의가 태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긴 했으나 그 탄생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철도는 신속하게 병력 이동을 가능하게 했고, 그 결과 지역적인 이해나 더 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려는 집단의 폭동을 분쇄할 수 있었다(p345)...  철도는 어떤 의미에서 계급 체계를 타파하기보다 그것을 반영했다. 철도는 가난한 이들에게 여행할 기회를 처음으로 주긴 했으나, 요금을 낼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다른 기준의 편의를 제공하며 기존의 차이를 공고히 했다... 철도는 차별의 새로운 형태를 낳아 계급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 계급의 대규모 확대를 이끌었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346


 이러한 철도의 이중적인 성격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는 철도의 발전단계에서 요구되는 특성들이 단계별로 달랐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초기 증기기관차, 레일 등 개발 정착단계에서는 과학의 혁신이, 철로가 깔린 이후 운영단계에서는 관료제의 도입이 요구되었기에 각각 여기에 적합한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민영화와 국영화가 번갈아 나타났던 것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1830년의 세계는 그 50년 전과 달리 철도와 그것이 가져올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철도는 증기 기관이 필요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도 필요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철도와 증기 기관의 발명과 빠른 확산이 가능했다. 철도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혁신, 즉 증기 기관을 선로 위를 달리는 열차에 놓는 것은 산업혁명이 촉발한 수많은 기술적인 변화 덕분이다. 이 발명의 단순성은 그 기술을 쉽게 모방하고 개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초기 철도와 기관차의 다양한 크기와 궤간에서 볼 수 있듯이, 철도는 전례 없는 융통성 덕분에 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력원이라는 형태로 힘을 체계적으로 제공했다. 다른 핵심적인 혁신, 즉 철로 뢴 선로 위를 달리게 해준 플랜지 방식의 바퀴와 증기의 힘으로 끄는 기관차의 조합 덕분에 사람이나 가축이 끄는 것보다 열 배 이상 무거운 짐도 옮길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전례 없이 많은 승객을 운송할 수 있게 됐는데, 역마차 수십 대가 필요한 일을 열차 한 대로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336


 철도의 다른 특성들은 민영화와 국영화 문제와는 조금 다르다. 전자가 과정상의 특성에서 도출된 결과라면, 집중화와 분산화, 민주화와 독재화는 철도가 변화시킨 세계를 움직이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표현이다. 


 집중화와 분산화 의 경우 대체적으로 집중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KTX로 인한 빨대효과(straw effect)로 인한 수도권 집중화와 가속화되는 지방소멸 현상으로도 관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교통부분에서의 제약조건인 시간(time), 비용(cost)이 철도의 도입으로 사람(교통)과 재화(물류)의 이동을 완화시키면서 규모의 경제(returns to scale)를 만들어내는 현상은 우리에게 적정 편익이라는 과제를 던져준다. 이같은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철도가 민주화에 미치는 영향보다 독재화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컸음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철도는 역사안에서 제국주의 팽창에 있어 초석(礎石)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했고, 그 결과 일반에게 철도산업은 근대화 과정에서의 적지 않은 역할수행에도 불구하고 '독점적인 거대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후 철도의 운명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철도는 수익과 관계없이 계속 운영해야 하는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이는 자동차의 등장과 버스나 항공기 같은 다른 형태의 공공 교통수단이 발전하기 전까지 특히 그랬다. 철도가 필수적인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철도는 호황일 때는 집중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으나 불황기라고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폐쇄할 수도 없는 거대한 고정 자산이었다. 따라서 철도는 경기 변동이나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특히 취약하다. 자동차와 트럭 그 뒤로 항공기 등에 승객과 화물을 뺴앗기기 시작하면서 결국엔 국유화된 것이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186


 <철도의 세계사>는 이러한 철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20세기 중반 이후 철도의 쇠퇴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탄소절감 교통수단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지만, 문전 연결(door to door)이 좋은 자동차와 시간 경쟁력이 뛰어난 항공편, 취급 물량에서 비교가 어려운 해운과의 경쟁에서 철도의 미래가 예전처럼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철도가 다시 교통의 중추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거의 쇠퇴한 철도의 역사를 아는 것이 큰 의미는 없어보인다. 그렇지만,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어, 혁명의 시대에 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을, 제국주의 시대에 군인들을 전장으로 나르며, 근대시기 중요한 획을 그은 철도의 의미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와 함께, 오랜 경쟁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철도의 DNA와 그 안의 대립된 이중나선의 특성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독할 하나의 염기서열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철도의 세계사>는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철도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거나 부를 안겨줬기에 독점적인 거대 철도 회사에 대한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므로 철도 회사의 독점적인 지위와 부패한 관행에 대중들이 반발해 정부의 개입을 촉구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실제로 19세기 말 무렵 전 세계 철도는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이는 철도가 경제적인 생활에 영향력이 큰 것에 대해 대중적인 비판과 정부의 공권력 행사, 경우에 따라서 국유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344


 대부분의 정부는 철도 산업을 구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세기 중반 자동차와의 경쟁과 정부의 냉대가 철도의 쇠퇴를 부추겼다. 그때까지 많은 주요 국가에서 철도를 국유화했지만, 거대한 독점 기업으로 잘나가던 시절에 쌓인 반감이 수십 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었다. 철도의 경쟁력은 하루하루 줄었다. 처음에는 자동차가, 그 뒤에는 항공기가, 특히 미국에서 철도산업의 수입을 잠식했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440

유럽 전역의 많은 지선과 소규모 철도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다양한 폭의 협궤를 놓았지만, 철도가 국경을 넘어 연결되면서 스티븐슨의 표준 궤간이 유럽 철도의 귀중한 자산임이 증명됐다. 유럽의 주요 나라 가운데 철도 시대에 동참하기를 가장 꺼린 나라가 에스파냐였다. 결국 철도를 놓기로 했을 때 에스파냐는 1672밀리미터라는 광궤를 선택했고, 이는 나중에 유럽 다른 나라와 철도망을 연결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다. 고립주의적인 에스파냐 정부는 군사적인 이유로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다. 국경에서 궤간이 바뀌면 적의 침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 P77

유럽 대륙의 철도 체계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 철도보다 훨씬 엄격하게 규제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국가가 철도 운영에 있어 일상적인 업무의 지극히 사소한 부분까지 간섭했다(p164)... 유럽 대륙에서 철도는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때문에 국가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첫째, 철도 용지는 일정한 기간을 빌려 이용한 뒤 정부에 반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철도 회사가 용지를 직접 사들인 영국이나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둘째, 유럽 대륙에서는 철도 건설에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해줬으며, 그 밖에 최저 수익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도 보조했다. 국가는 여객 및 화물 요금에 세금을 부과해 그 지원금을 회수하려 했다. - P165

대륙 횡단 철도 건설에는 모든 노선에서 작게는 심각하고 크게는 극단적인 부정부패가 뒤따랐다. 불법적인 이익을 얻는 주된 방법은 첫 대륙 횡단 철도를 놓은 주요 두 철도 회사처럼 독립적인 건설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도 회사가 소유한 건설 회사를 세우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겉으로는 합법적으로 보이면서 정부와 투자자들로부터 확실하게 돈을 뜯어낼 수 있었다. - P229

철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발명품이 융통성을 폭넓게 발휘했기 때문이다.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는 화물 운송을 염두에 두고 건설했지만, 화물보다 여객 운송에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애초부터 철도는 다양한 목적으로 놓았다. 석탄이나 광석을 항구로 나르는 광산 노선, 승객만을 위해 놓은 교외 노선 그리고 종종 첫 노선으로 수도와 항구를 잇는 철도 등이 있었다. 그 뒤 다양한 다른 목적으로 이곳저곳에 놓은 이 발명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민지나 원주민을 정복하거나 병력을 운송하려고, 항해할 수 없는 강을 돌아가거나 영토를 넓히려고, 그리고 종종 나라를 통합하려고 철도를 놓았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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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08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님 축하드립니다. 호랑이님 글 읽고 철덕인 아이친구
생각났어요 ㅎㅎ 저도 찜한 책 *^^*

겨울호랑이 2022-09-08 11:43   좋아요 1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시고, 즐거운 독서 되세요! ^^:)

거리의화가 2022-09-08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당선 축하드립니다^^ 철도야말로 근대의 문을 연 발명품 중 하나이죠!

겨울호랑이 2022-09-08 11:45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님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철도는 시간과 거리를 좁혀 이전과 다른 세계를 만든 공과 함께 전장까지 빠르게 병사들을 수송하면서 참혹한 지옥을 선사한 과를 함께 지닌 시대의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님,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9-08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의 역사를 훑고 계신듯요~~^^
축하드려요 ~~

겨울호랑이 2022-09-08 11:46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진득하게 독서를 해야하는데 마음가는대로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ㅋㅋ 그레이스님 행복한 추석 연휴 되세요! ^^:)

이하라 2022-09-08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의 품에 철도가 들어설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책 같았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축하드려요.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2-09-08 22:52   좋아요 1 | URL
저 역시 교통수단, 운송수단으로서의 철도만을 평소 생각하다가, 철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2-09-08 1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08 22:52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세요! ^^:)

하나의책장 2022-09-12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연휴 마지막 날이라 너무 아쉽지만, 마지막날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12 15:59   좋아요 2 | URL
하나의책장님 감사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참 짧게 느껴집니다. 12일 동안 연휴였던 2017년에 비하면 안되겠지만요.ㅋ 남은 오후 잘 보내시고 한 주 시작 잘 하시길 바랍니다! ^^:)

러블리땡 2022-09-14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철도 오...문명의 발전에 참 중요한 물건이었던것 같네요 캬 멋진 발명품 다시 한번 알고 갑니다 ^^

겨울호랑이 2022-09-14 23: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이용하고 있는 제품들이 알고 보면 시대에 큰 흐름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철도의 세계사>를 통해 새삼 실감했습니다. 러블리땡님, 평안한 밤 되세요! ^^:)
 

철도는 수익과 관계없이 계속 운영해야 하는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이는 자동차의 등장과 버스나 항공기 같은 다른 형태의 공공 교통수단이 발전하기 전까지 특히 그랬다. 철도가 필수적인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철도는 호황일 때는 집중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낼수 있으나 불황기라고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폐쇄할 수도 없는 거대한 고정 자산이었다. 따라서 철도는 경기 변동이나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특히 취약하다. 나동차와 트럭 그 뒤로 항공기 등에 승객과 화물을 빼앗기기 시작하면서 결국엔 국유화된것이다.  - P186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철도는 세계 전역에 자리를 잡아, 증기 기관차가 연기를내뿜으며 시골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이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주요 노선뿐만 아니라 급속히 늘어나는 지선이 놓인 외진 지역까지 마찬가지였다. 1880년에는 철도 총연장이 약45만 킬로미터였지만, 19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약 80만킬로미터에 이를 정도였다. 세계 전체로 보면, 철도는 해마다 1만 6000킬로미터씩 늘어나고 있었고,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질 때까지 계속됐다.  - P291

1830년의 세계는 그 50년 전과 달리 철도와 그것이 가져올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되어 있었다. 철도는 증기 기관이 필요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도 필요했다. 이 두가지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철도와 증기 기관의 발명과 빠른 확산이 가능했다. 철도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혁신, 즉 증기 기관을 선로 위를 달리는 열차에 놓는 것은산업혁명이 촉발한 수많은 기술적인 변화 덕분이다. 이 발명의 단순섬은 그 기술을쉽게 모방하고 개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초기 철도와 기관차의 다양한 크기와 궤간에서 볼 수 있듯이, 철도는 전례 없는 융통성 덕분에 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력원이라는 형태로 힘을 체계적으로 제공했다. 다른 핵심적인 혁신, 즉 철로뢴 선로 위를 달리게 해준 플랜지 방식의 바퀴와 증기의 힘으로 끄는 기관차의 조합덕분에 사람이나 가축이 끄는 것보다 열 배 이상 무거운 짐도 옮길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전례 없이 많은 승객을 운송할 수 있게 됐는데, 역마차 수십 대가 필요한 일을열차 한 대로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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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방비는 2~9위를 합친 액수와 맞먹을 정도여서 전 세계 국방비의 36퍼센트를 차지하지만, 미국 군대의 총체적 무능은 거의 모든 해외 원정에서 충분히 드러났다.2 미국은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전쟁을 벌이고도 아프가니스탄(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에서 탈레반을 물리치지 못했다. 한꺼번에 10만 명이 넘는 병력을 주둔시키면서 2300명이 넘는 병사를 잃고 1조 달러 이상을 지출했지만 허사였다.

오늘날 국제적인 패권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련은 이제 사라졌다. 중국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다. 유럽은 혼란에 빠져 있다. 미국은 쇠퇴하는 중이다.

유럽은 현재 세계 주변부의 일부다. 유럽인들은 끊임없이 유럽에 관해 이야기한다. 유럽의 역할이 무엇인지, 유럽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미국이 계속 선두에서 이끌 수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패권국이 등장할 것인지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한 나라, 또는 오직 한 나라만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필연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세계는 ‘패권국’ 없이도 똑같이 순조롭게(또는 똑같이 삐걱거리며) 작동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패권국으로 여겨지는 나라가 패권이 위협을 받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패권이 쇠퇴하는 시대에 미국 이데올로기의 특징은, 페리 앤더슨이 말하는 것처럼, "지배의 자연적 정당성에 대한 믿음과 맹목적인 자기만족"이다.

유럽의 우위라는 가정은 18세기와 19세기에 발전했다. 18세기에 계몽주의의 지적 성취와 합리성, 성직자의 반계몽주의에 맞선 승리를 바탕으로 이런 가정이 만들어졌다. 이런 우월감은 19세기에 유럽의 우위가 더 강력한 물질적 기반?기술적·산업적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에 닻을 내리면서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유럽의 우위?근대의 횃불, 문명의 요람?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럽’은 아일랜드와 이베리아반도의 서부 해안에서부터 카프카스산맥과 콘스탄티노플까지, 그리고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얼어붙은 불모지에서부터 시칠리아의 따뜻한 기후에 이르는 지리적 실재가 아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유럽은 글을 쓰는 사람에 따라 시대마다 각기 다르게 정의되는 서유럽이었다.

민족과 민족주의 둘 다 유럽 프로젝트에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세다. 실제로 유럽연합의 모든 문서는 더욱 응집력 있는 공통의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할 때면 언제나 파편화와 혼란, 충돌을 피해야 하고, 응집과 연대, 보완과 협력을 달성하고 회원국들에서 현존하는 민족 정체성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나는 유럽의 정체성을 가르칠 수 없다고 본다. 유럽을 민족국가들의 민족국가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유럽 각 민족국가의 사람들은 자기 민족을 선택하지 않았다. 민족성과 민족 건설을 억지로 떠안았을 뿐이다. 마침내 그들은 영국인, 독일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에스파냐인, 벨기에인 등이 되었다. 그들은 자기가 스코틀랜드인이나 콘월 사람, 가스코뉴 사람이나 브르타뉴 사람, 바이에른 사람이나 프로이센 사람, 시칠리아 사람이나 피에몬테 사람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관료제와 교육 체계가 공용어와 ‘공동의’ 역사를 부여한 덕분에, 전쟁, 국가國歌, 스포츠 경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국가별 공영방송, 그 밖에 수많은 기획 덕분에? 대다수 유럽인들은 ‘민족’이라고 부르는 특정한 일련의 정치 제도와 동일시하는 법을 배웠다.

민족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만들고, 세금을 인상하고, 교육과 미디어를 통제하고, 경찰과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이런 구조가 없으며 그렇게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 프랑스나 영국, 독일 정체성이 만들어진 방식대로 유럽 정체성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민중’이 ‘엘리트들’에게 분노한다고 지적해왔다. 서구에서 정치인의 자질이 왜 그토록 퇴보했는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검토해야 한다.

가치는 변화를 겪는다. 유럽적 가치는 일정한 가치를 장려하고 다른 가치들은 ‘비유럽적’인 것이라고 깎아내리려고 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구성물이다. ‘유럽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통일된 일련의 원리와 가치라는 개념은 실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강령으로서 지식인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다. 통일된 가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유럽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거를 되돌아보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에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로 눈을 돌려야 한다. 바로 이것이 역사와 언어가 다르고 어떤 면에서는 공통점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역경을 무릅쓰고 공존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27개국 연합의 모습이다. 유럽은 세계의 나머지 200여 개 나라에 공존이 어려울지 몰라도 협력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수 있다.

미디어는 사적인 것이든 공적인 것이든 간에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대중은 이미 아는 것을 원한다. 그리고 대중이 아는 것은 자기 마을(나라)과 미국이다. ‘소소한’ 예외가 많이 있지만?비틀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해리 포터도 유명하다(영어로 노래하고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된다)? 미국은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자국 문화 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이민자들의 땅인 미국의 문화가 여러 문화가 뒤섞인 것이라는 사실이 도움이 된다.

지방주의와 낮은 수준의 민족주의가 계속 남아 있는 것은 유럽 기획이 상대적으로 실패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유럽 회의론은 지난 20년간 뚜렷하게 고조되었고, 유럽 회의론 정당들도 늘어났다.

분명한 이유 때문에 정치인들은 당원보다 유권자에게 더 신경을 쓴다(당원의 주요한 쓰임새는 유권자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당원은 이미 당에 속해 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 당원은 정치에 매료된 사람들이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친구와 술을 마시거나 책을 읽는 대신 을씨년스러운 장소에서 정치 쟁점을 토론하면서 저녁 시간을 보내는 걸 즐긴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것처럼, "사회주의의 문제는 저녁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는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들이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아는 주된 통로는 여론조사다. 정치인들이 접촉하는 유권자들은 보통 불만이나 망상, 대의명분에 사로잡힌 이들이기 때문이다?전부 당 활동가들만큼이나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투표의 의미와 중요성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챙기면서 어쨌든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석한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일단 표를 던지는 순간, 자기가 가진 권한과 목표, 바람을 자신이 믿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정치인에게 넘겨주는 셈이다. 투표는 불가피하게 권력을 포기하는 행위다. 투표를 하고 나면 집에 가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고양이에게 분노를 터뜨린다. 다른 방법은 전혀 없다. 권력은 불가피하게 소수의 수중에 집중된다. 문제는 이 소수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하는 것뿐이다. 노골적인 힘이나 지위, 신분, 출생, 선거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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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각본
박찬욱.정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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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봤다. 사랑이야기지만 마음아프고 슬픈 결말의 영화는 영화 안에 담긴 여러 의미로 여러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영화 감상의 꽃이라 할 미장센(Mise-en-Scene)을 이해하기에는 많은 영화를 보지 않아 한계가 있었음에도 영화가 던져주는 메세지는 울림이 있었다.

[경고] 이하 글에는 영화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관람에 방해받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어주세요...

언어를 통한 의식적인 소통의 한계

형사 장해준(박해일)은 기도수의 살인범으로 송서래(탕웨이)를 의심한다. 서래가 내뱉는 ‘마침내‘라는 말은 매우 의미심장에게 해준에게 다가온다. 그녀는 이 말을 알고 사용한 것일까? 스스로 한국어가 서툴다고 소개하는 그녀의 말처럼 우연한 단어의 선택이었을까. 서툰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의식적인 소통은 피의자와 형사의 관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럼에도 스치듯이 느껴지는 감정은 무의식적인 것이다.

점차 상대를 이성으로 느끼는 해준과 이를 알게 된 서래. 잠복근무를 통해 상대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형사의 눈은 어느새 이성을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의 눈으로 변해간다. 이들의 감정은 무의식적인 것이지만, 출발은 의식적인 것이었다. 남편과는 달리 품위있는 형사 해준의 배려에 마음에 연 서래. 의식세계에서 이들의 교감은 언어의 장벽으로 제한되기에, 스마트폰의 번역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커져가는 감정을 느낀다. 그렇지만, 서래의 마음을 받아들여 욕망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해준의 ‘의식세계‘ 붕괴를 의미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선 해준과 서래.

불면증에 고통스러워 하는 해준은 잠을 잘 때 입으로만 호흡한다는 진단을 받는다. 평소에는 코로 호흡하는 것이 문제없다는 해준. 무의식적인 호흡은 그에게 평안함을 주지만, 잠을 자기위한 의식적인 호흡은 부자연스러운 고통을 안겨준다. 그런 그에게 무의식으로의 미끄러짐은 자연스러운 생명의 길일지 모르겠다.

다른 한편으로, 무의식의 세계는 욕망의 세계다. 작품 속의 시체의 눈은 욕망의 결과들이다. 서래를 소유하고 자 한 첫째 남편, 서래를 이용해 돈을 벌려던 둘째 남편. 무의식 아래 자리한 욕망의 결과 그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작품 중에서 해준은 끊임없이 안약을 넣는다. 안약을 넣기 전 마치 벌레가 기어다니는 시체의 눈과도 같았던 해준의 눈은 안약을 통해 다시 맑아지고, 해준은 멍한 무의식의 상태에서 의식의 세계로 돌아온다. 이런 면에서 해준의 안약을 넣는 행위는 죽지 않으려는 의식의 본능일까. 무의식으로의 미끄러짐은 생명과 사랑을 얻는 것일까. 아니면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죽음의 충동일까. 마치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하는 지진과도 같은.

해준의 아내 정안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한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지키는 존재인 아내 정안은 후반부에 떠나고 해준은 이후 무의식의 세계로, 서래에게로 미끄러져간다. 아내인 정안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정 뿐 아니라 해준을 무의식의 세계로 가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천왕같은 존재였을까.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것은 서래도 마찬가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서래는 산을 싫어하지만, 산에서 남편과 헤어지려는 자신의 욕망을 이뤘고, 바다(물)을 좋아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사랑을 얻지 못했고 헤어질 결심을 해야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산을 배경으로 한 전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후반은 여러모로 대칭된다. 높음과 넓음, 서래를 의심하는 해준의 부하 오수완(고경표)과 서래를 감싸는 여연수(김신영). 이러한 대칭적 세계구도에서 시공간(時空間)을 넘어선 사건(event)은 말그대로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en)이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면...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어요. <헤어질 결심> 中

‘마침내‘와 ‘나는 붕괴되었어요‘. 서래의 ‘마침내‘와 해준의 ‘나는 붕괴되었어요‘는 서로를 향해 나아가면서 서래에 의해 완성된다. 해준의 붕괴를 막기 위해 그녀가 처음에 까마귀를 묻어주었던 것처럼 그녀는 자신을 묻는다. 쌓아올린 모래벽은 거센 파도에 붕괴되면서 자신 또한 붕괴되고, 자신의 선택으로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해준에게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헤어질 결심>에서 모래사장을 찾아가는 서래의 모습과 그를 쫓는 해준의 모습에서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1910 ~ 1998) 감독의 <카게무샤>의 를 떠올린 건 지나치게 나간 것일까. 다케다 신겐과 카게무샤 간의 숨박꼭질처럼 보이는 해준과 서래의 엇갈림.

[사진] 영화 <카게무샤> 中 (출처 : https://www.filmedinether.com/features/kagemusha-40-year-anniversary-kurosawa/)

무너진 예루살렘의 성전을 3일만에 세우겠다는 예수의 말처럼, 필멸의 인생 대신 불멸의 영광을 찾겠노라는 아킬레우스의 선택처럼 서래는 해준에게 불멸의 미제사건이 되는 선택을 한다. 이러한 장엄미(美)가 참된(眞)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선택을 오래 전 <인어공주>에서 본 듯한 기억이 난다.

사실, 어제 본 영화라 다소 두서없이 정리된 감이 많고, 놓친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칠게나마 글을 쓰는 것은 눈 앞의 거대한 향유고래가 사라지기 전 부족하더라도 스케치를 남기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 각본은 아직 채 읽지 못했지만, 의식세계의 문자가 하나의 작살이 되어 내 무의식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헤어질 결심>을 다시 만날 약속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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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8-03 19: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중적 의미를 지닌 각종 장치들 덕분에 추리하고 되새김질하는 맛이 있었던것같아요. 겨울호랑이님 ‘의식세계의 문자가 작살이되어...‘마지막 표현 근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2-08-03 20:02   좋아요 3 | URL
정말 오랫만에 좋은 영화를 봤습니다. 미미님 감사합니다 ^^:)

나와같다면 2022-08-03 20: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헤어질 결심 리뷰 기다렸어요. 다시 한 번 감동에 빠집니다.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어요

폰은 버려요
깊은 바다에 던져서
아무도 못 찾게

겨울호랑이 2022-08-03 20:18   좋아요 4 | URL
에고... 나와같다면님 읽어주신 것도 감사한데, 기다리셨다니요... 감사합니다. ^^:) 나와같다면님께서 인용한 글을 보니 갑자기 영화 <shape of water>가 생각나네요... 물론 폰과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만... 깊은 물과 사랑의 이미지와는 어쩐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참 여운이 오래 가네요...

얄라알라 2022-08-03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께서는 아카데미아에서 프로페셔널한 글쓰기에 달인이시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리뷰 넘 멋져요. 안약 넣는 행위를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영화를 만약 다시 본다면 겨울호랑이님께서 말씀해주신 부분 화악 들어올 것 같아요. Shape of Water도 연관이 되나보네요^^ 아. 멋진 글이었어요. 영화도 넘 좋지만요

겨울호랑이 2022-08-03 21:17   좋아요 4 | URL
당연하게도 제 리뷰가 마음에 드셨다면, 그것은 좋은 영화의 리뷰이기 때문이고, 제 감상이나 해석에 무리가 있었다면 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얄라얄라님께서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단발머리 2022-08-03 22: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숨겨진 의미 해석해 주신 부분도 인상깊었고요, 특히 마지막에 올려주신 사진이 <헤어질 결심>의 일렁이는 파도를 기억나게 해서 참 각별한 느낌이 드네요.

겨울호랑이 2022-08-03 22:15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다만, 단발머리님께서도 느끼셨겠지만, <헤어질 결심>은 보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해석하는 길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 글은 수많은 길 중의 하나라 여겨집니다. 그 길이 이웃분들에게도 <헤어지는 결심>으로 가는 하나의 길로 이해될 수 있었다면, 두서없는 제 리뷰가 작은 의미를 가질 수 있어 다행입니다^^:)
 

여기서 세부적인 실험결과와 수치들은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그 결과가 꽤나 인상적이다. 흥미롭게도, 이 연구에 따르면 작동 과정에서 측정된 미세입자들의 검출량은 일상생활의 다양한 요리활동에서 검출되는 입자량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런 논쟁 과정에서 누군가 "프린터용 잉크는 인체에 유해하다. 그러니 쓰지 말자!" 라는 주장을 하고 이것이 뉴스에 크게 보도된다면 어떨까?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는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유의미한 주장일까? 그렇다면 "전자파는 인체에 유해하다. 그러니 전자파를 뿜어내는 기기들을 쓰지 말자!"라는 주장은 어떠한가? 이는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유의미한 주장인가?
이런 주장들과 논의들은 사회적 논의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소모적이다.

스펙트럼과도 같은 유해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일견 간단해 보이는 해결책인 이분법적인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세심한 맥락화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사회경제적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 유해함을 감수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규제할 것이며 기존의 시스템과 합치하는지, 또 다른 사회적 계층화의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등 사회가 실제로 마주하는 선택지는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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