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하느님>에서 권정생은 이렇게 말한다. 


"겨울이면 아랫목에 생쥐들이 와서 이불 속에 들어와 잤다. 자다 보면 발가락을 깨물기도 하고 옷 속으로 비집고 겨등랑이까지 파고 들어오기도 했다. 처음 몇 번은 놀라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지만 지내다 보니 그것들과 정이 들어 버려 아예 발치에다 먹을 것을 놓아두고 기다렸다." <권정생의 낯선 사랑법> 中


 오늘 성당 주보에 실린 글을 읽다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품고 집에 돌아와 아이책 중 <강아지똥>을 모처럼 꺼내어 다시 읽어본다.

 

 "뭐야! 내가 똥이라고? 더럽다고?"

 강아지똥은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어요.(p2)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강아지똥은 쓸쓸하게 혼자서 중얼거렸어요.(p8)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p10)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p13) <강아지 똥> 中


 <강아지똥>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지만, 몇 번을 읽어도 마음에 잔잔함을 퍼뜨린다.  말 그대로 강아지 똥이, 시간이 흘러 새로운 생명 민들레 싹을 틔워내는 이야기안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담겨있을까. 얼핏 <강아지똥>의 이야기는 다른 동화, 특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 ~ 1875)의 전래 동화와 많은 닮은 듯하다.  

 

 오리 새끼는 물 위로 날아가서는, 아름다운 백조들 쪽으로 헤엄쳤다. 백조들이 오리 새끼를 발견하더니 날개를 펼치고 그를 만나러 달려왔다. "좋아. 나를 죽여, 죽여봐"하며 불쌍한 새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죽음을 기다리듯이 머리를 물 쪽으로 숙였다. 그런데 맑은 물 표면에서 오리 새끼가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오리 새끼는 자신이 더 이상 꼴사나운 새가 아니며, 못생기고 불쾌한 얼굴도 아님을 깨달았다. 그 자신이 바로 한 마리 백조였다!(p382) <주석달린 고전동화집, 미운 오리 새끼> 中


  "한 인간이 너를 너무 사랑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보다 너를 더 소중히 여긴다면, 또한 그가 가슴과 영혼으로 너를 사랑하고 성직자 앞에서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너에게 충실하고 진실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너의 손에 그의 오른손을 올려놓으면, 그의 영혼이 너에게로 미끄러지듯 들어오게 될 것이고, 너도 인간이 누리는 행복의 몫을 얻게 될지도 모르지.(p401)... 왕자님과 불멸의 영혼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p403) <주석달린 고전동화집, 어린 인어 공주> 中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주인공이 새롭게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다는 이야기는 <미운 오리 새끼>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면에서는 <작은 인어 공주>유사점이 있는듯하다. 그렇지만, 내용적으로 보다 깊게 들어가면이들 안데르센 동화와 <강아지 똥>은 크게 2가지 면에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오리 새끼가 아름다운 백조로 변신하는 이 고전동화는 여러 세대에 걸쳐 자신감 부족과 소외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으로 읽혀왔다. 미운 오리 새끼는 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초라한 상황을 벗어난다. 오리 새끼는 때가 될 때까지 그저 묵묵히 굴욕과 궁핌 그리고 위험 요소들을 참아냈을 뿐이다.(p366)... 안데르센은 미운 오리 새끼의 타고난 우수성이 다른 혈통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오리들과는 다르게 미운 오리 새끼는 백조알에서 부화된 것이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는 왕과 귀좃가회를 아름다음과 연관시키는 문화적 편견을 영속화할 뿐만 아니라,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뇌 속에서 미덕을 찾는 경향, 즉 고통의 숭배를 조장한다.(p367) <주석달린 고전동화집, 미운 오리 새끼 註> 中


 어린 인어공주에게는 조용한 인내심을 넘어서는 세속적인 야망이 있다.(p384)... 어린 인어는 처음에는 바다 마녀가 줄 수 있는 것에 유혹되어 마녀의 처소를 방문하는 데 따른 여러 위험에 용감하게 맞선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왕자를 찌를 칼을 바닷속으로 던져버림으로써, 바다 마녀의 검은 마술을 버리고 불멸의 삶을 얻을 기회를 얻는다.(p385)<주석달린 고전동화집, 어린 인어 공주 註> 中


 <미운 오리 새끼>와 <어린 인어 공주>는 모두 태생적으로 고귀한 존재들이다. 오리 새끼는 '백조'의 혈통을, <어린 인어 공주>는 말 그대로 공주다. 이들은 각각 시련을 겪기는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그들안에 내재(內在)한다. 특히, 미운 오리 새끼에서 그런 면이 두드러지지만, 인어 공주에서도 고귀함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크게 같은 부류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성령(聖靈)이 육화(肉化)'된 것처럼 보통 이하의 존재로 하강한 후 시간의 흐름 또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승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마치 플라톤(Platon, BC 427 ~ BC 348) 의 동굴의 비유 또는 기독교의 메시아(Messiah)의 모습이 동화 안에 구현된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림] 무염시태 immaculata conceptio beatae virginis mariae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Feast_of_the_Immaculate_Conception) 


 그렇지만, 강아지똥은 그냥 똥이다... 안데르센 동화의 두 이야기가 금수저의 유학생활을 다룬 이야기라면, <강아지똥>은 흙수저의 삶을 다룬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평범한 이가 발견하는 삶의 의미. 이것이 첫 번째 차이라 생각된다.


 두 번째 차이는 두 이야기에서 고난을 겪고 얻어낸 성취가 '개인' 수준을 넘지 않는데 반해, <강아지 똥>에서는 자신을 넘어섰다는 점에 있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오리 새끼는 '아름다운 미모'를 얻었고, <어린 인어 공주>는 다른 방식의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자신들이 열망하는 것이었지만, 그들을 둘러싼 주변은 이들로 인해 바뀌지 않는다.

 

 단순한 즐거움이나 고통이든 아니면 이들의 변형된 형태든, 사람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관념들 거의 대부분을 우리는 자기 보존과 사회라는 두 가지 항목 아래 분류할 수 있다(p83)... 개인의 보존과 관련된 감정들은 주로 고통이나 위험이 있을 때 생겨나며 모든 감정들 중에서 가장 강한 감정이다. 어떤 형태로든 고통이나 위험의 관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것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강한 감정인 숭고의 원천이다.(p84)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中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 1729 ~ 1797)는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A Philosophical Enquiry into the Origin of our Ideas of the Sublime and Beautiful>에서 숭고(崇高)의 기원 중 하나를 자기 보존에서 찾고 있다.    

 버크의 관점을 따른다면,  미운 오리 새끼, 어린 인어 공주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숭고미를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강아지똥에서 자신의 삶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발견하지 않고, 민들레라는 타자(他者)에 의해 발견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키워낸다는 점에서 이들의 숭고를 넘어선 다른 의미에서 거대함(greatness)이 있지 않을까. ('거대함'은 버크가 <탐구>에서 논하는 숭고함의 필수적 요소이다.) 


 만약, 우리가 <강아지 똥>에서 숭고미를 발견할 수 있다라고 했을 때, 그 숭고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숭고미의 근원을 우리 문화와 작가에서 찾을 수 있다 생각한다. 먼저,  우리 신화(神話) 안에 담긴 숭고미를 살펴보자. 전국 여러 곳에서 폭넓게 이야기로 전해오는 <당금애기> 속에서 우리는 자기 희생의 신성(神性)을 발견할 수 있다.

 

 (당금애기에서) 운명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실현되는 무엇이 아니다. 거기 대면하여 감당하기를 시작할 때 비로소 그것은 나의 삶이 되어서 의미를 발하게 된다. 이 신화에서 당금애기는 무척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형태로 운명에 휘둘리는 존재로 보이지만, 되짚어보면 그렇지 않다.. 그는 방문 밖으로 나가서 시준님을 대면했고, 그를 방 안에서 들여서 자게 했으며, 그와의 만남을 운명으로 여겨 결연을 받아들였다. 뱃속에 버거운 생명이 자라났지만 마침내 그로부터 도피하지 않았다. 깜깜한 돌함 속에 홀로 갇혀서도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세상의 조롱과 박해를 무릅쓰고서 그 아이들을 키워냈다. 누군가 하면 세상의 신령한 구원자로.(p92)...  당금애기는 이렇게 한 명의 딸로부터 여자가 되고 또 어머니가 된다. 키워지던 존재에서 홀로 선 존재가 되고 타인을 키우는 존재가 된다. 요컨대 당금애기는 자신의 운명과 대면하여 그것을 감당함으로써 존재를 실현한 자였다. 일컬어, 신(神)!(p93) <살아있는 한국 신화> 中 


 이러한 전통 문화의 바탕 위에 고된 삶에서 피어난 연꽃 같은 작가의 맑은 정신이 <강아지똥>안에 담겨 있기에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된 것은 아닐까. 마침 오늘 미사 주보에 실린 짧은 에세이 중 작가 권정생(權正生, 1937 ~ 2007)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 본다.


 권정생은 살아있는 모든 목숨이 애틋했다. 개구리든 생쥐든 메뚜기든 굼벵이든 같은 햇빛 아래 같은 공기과 물을 마시며 고통도 슬픔도 겪으면서 살다 죽는게 아닌가, 연민을 느꼈다. 그에겐 위아래가 따로 없었다. 기름진 고깃국을 먹은 뱃속과 보리밥을 먹은 뱃속으로 위아래를 나누는 나누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 했다. 약탈과 실인으로 살찐 육체보다 성실하게 거둔 곡식으로 깨끗하게 살아가는 정신이야말로 참다운 인간의 길이라 믿었다. 그래서 제국주의도 전쟁도 빈부도 독재도 분단도 미워했다. <권정생의 낯선 사랑법> 中


  <강아지똥>안에서 <당금애기>에서와 같은 숭고를 넘어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자기를 넘어선 타인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강아지똥>안의 아름다움은 이러한 전통의 아름다움 위에 작가 권정생의 아름다운 정신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아지똥>의 이야기는 순박하고 정겹다. 그리고, 이러한 숭고미가 있기에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널리 읽히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PS. <캘리번과 마녀 Caliban and the Witch>>의 저자 실비아 페더리치(Silvia Federici)가 말한 자본주의가 살해한 여신(女神)의 모습 안에는 위와 같은 숭고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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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9-08-05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서양의 차이만 보기보다 작가의 세계관(물론 사회 인식 반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차가 크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어렸을 때 자신의 부모가 사실은 가짜이고 진짜 부모는 대단한 사람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단계가 있잖아요. 그런 게 이야기에 반영된 게 더 크다고 저는 생각되네요^^;
그럼에도 권정생 선생의 아름다운 정신은 존경스럽습니다!

겨울호랑이 2019-08-05 08:28   좋아요 1 | URL
AgalmA님 말씀처럼 작가 역시 사회문화의 영향을 짙게 받기 때문에, 이들을 구별하는 것이 사실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세계관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그렇지만, 동시에 이러한 작가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cyrus 2019-08-05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크가 말한 숭고는 거대한 자연(바다, 깎아지른 절벽이 있는 산)을 마주할 때 두려워서 아찔함을 느끼는 감정 상태라고 정의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버크의 책을 더 읽어보고 난 후에 제 의견을 밝혀야겠지만, 어떤 존재의 자기희생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버크의 숭고와 연관 짓는 겨울호랑이님의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버크가 숭고의 개념을 말할 때 언급한 ‘거대함’은 인간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겨울호랑이 2019-08-05 18:46   좋아요 1 | URL
cyrus님께서 말씀하신 버크의 숭고와 관련된 부분을 옮겨보겠습니다.

‘자기 보존과 관련된 감정들은 고통이나 위험에서 생겨난다. 그 원인이 직접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그러한 감정들은 그저 고통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해있지 않으면서 고통이나 위험을 느낄 경우 그러한 감정들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준다. 이러한 안도감은 고통에서 생겨나며 실질적인 즐거움과 다르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즐거움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안도감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을 숭고하다고 부른다. 자기 보존과 관련된 이러한 감정들은 모든 감정 가운데서 가장 강한 것들이다.(p98)‘<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中

저는 위의 책에서 버크가 말한 ‘숭고‘의 개념을 절박한 위험이나, 두려움, 고통에서 벗어난 직후 경외감, 두려움 등이 짙게 배인 평온함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버크가 말한 ‘숭고의 원천‘ 중 자기 보존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은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 욕구가 가장 감정의 욕구라는 말이라 여겨집니다. 이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과도 통한다 생각합니다... 잠시 엇나갔습니다만, 그렇게 본다면 버크의 ‘숭고‘는 ‘평안함을 주는 가장 강한 감정이 상태‘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신의 안전‘을 뛰어넘은 ‘자기의 희생‘은 더 숭고하다 생각됩니다. 자신의 안전이 ‘better‘라면 자기 희생은 ‘the best‘가 아닐까 생각해서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설명의 부족함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는 거리마다 탐욕스러운 쥐떼가 들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무서운 나머지,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마침내 쥐떼는 집 안 부엌이나 곳간까지 쳐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과 분노에 휩싸였다. 하지만 마을에 닥친 이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저 발만 동동 굴렀다.(p4)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中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 미사를 올리는 사이, 남자는 피리를 불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세상에! 일찍이 쥐떼가 그랬던 것처럼, 집집마다 아이들이 물밀 듯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걷거나 뛸 수 있는 아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p16)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中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The Pied Piper of Hamelin>는 그림 형제 -  야코프 그림( Jacob Grimm)과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 가 독일 민담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해 엮은 이야기들 중 하나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로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는 쥐떼가 들끓는 마을에 한 남자가 나타나 사례금을 약속받고 쥐떼를 퇴치하지만, 사례금을 받지 못하자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이 이야기의 유래 중 하나인  '소년 십자군 운동'을 살펴보려 한다. 


[그림] child crusades(출처 : https://www.history.com/news/the-disastrous-time-tens-of-thousands-of-children-tried-to-start-a-crusade)


 1212년, 역사에는 니콜라스라고만 알려진 한 독일인 청년이 선언하고 나서길, 하느님이 자신에게 어린아이들로 십자군을 조직해서 성지로 이끌고 오라는 명을 내렸다고 했다. 이에 그리스도교 교회에서는 평신자와 성직자 할 것 없이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당시는 감정적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세상을 휩쓸던 터라, 니콜라스의 이 생각은 삽시간에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그리하여 부모들이 한사코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집을 나서서 성지로가겠다는 사내아이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평균 열두 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그렇게 이끌리듯 집을 나와 니콜라스의 뒤를 따랐으니, 아이들로서는 집안의 폭정에 억눌려만 지내다 길거리에 나와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마냥 신나기만 했을 터였다... 행군 도중 수많은 아이들이 굶주림에 지쳐 목숨을 잃었고, 일부는 무리에서 이탈했다. 늑대에게 잡아먹히기도 했으며, 또 무리 중간중간에 도둑이 섞여 들어와 아이들의 옷가지며 음식을 훔쳐 가기도 했다.(p84) <문명 이야기 4-1>中

 

 그렇다면, 소년 십자군운동은 왜 일어났을까? 소년 십자군 운동은 제4차 십자군의 탈선에 대한 일종의 반동(反動)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일어났다. 제4차 십자군은 베네치아 상인에게 자금을 원조받는 대가로 같은 기독교 국가인 헝가리의 자라(Zara)시를 공격하고, 급기야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며 라틴 왕국을 세우며 성지(聖地) 회복이라는 자신들이 이념이 허구라는 것을 여실하게 입증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등장한 소년 십자군 운동은 타락한 어른들이 성지를 회복할 수 없으니, 순수하고 소박한 영혼들만이 그리스도 성채를 탈환할 수 있다는 절망적인 생각 끝에 태어난 비극적인 운동인 것이다. 마치, 황산벌 전투의 관창(金官昌, AD 645~ AD 660)처럼.


 <하멜른의 피리부는 아저씨>가 주는 교훈은 서로간의 약속은 소중한 것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 민담의 유래가 소년 십자군 이야기라면 교훈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이 이야기가 주는 진정한 교훈은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의 대가는 그들의 자녀가 대신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만큼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명심해서 새겨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PS. 어렸을 때 내가 읽었던 판본에서는 결론이 조금 각색되어, 아이들이 모두 돌아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대학생 때 내가 가진 책만 결론이 다른 것이 궁금하여 뒤의 해설 부분을 찾아보니,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 결론을 바꿨다고 적혀 있었다. 사실과는 다르지만, 아이들에게는 해피 엔딩도 좋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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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7-03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 현실은 넘 잔인한 것 같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9-07-03 08:55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래 민담을 동화로 내용을 바꾸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화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씌여져야 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2019-07-0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3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글 바로 쓰기 2 우리 글 바로 쓰기 2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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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문일치‘는 어디까지나 ‘글‘이 ‘말‘을 따라가는 것이며, 우리 말은 어린이가 쓰는 말이 가장 우리 말다운 말이다.-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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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9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9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1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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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0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통령, 군인, 과학자로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 bj, 크리에이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산업화 시대‘에서 ‘대중 문화 시대‘로 바뀌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 전 이웃분으로부터 딸아이 선물로「프리파라」책을 선물받았습니다. 저는 잘 몰랐지만, 이미 아이와 엄마에게는 유명한 캐릭터였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아이돌이 세계 각지에서 라이브 공연을 통해 ‘좋아요‘를 모으고,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가 제게는 낯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1인 방송과 sns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접하면서 성장하는 아이에게는 그렇게 낯설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하는 책은 그 외에도 「페어리루」가 있는데, 이 책 역시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연예인이 대세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렸을 때 나온 만화영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도 여주인공 린 민메이가 있었습니다만, 극중 가수로 나온 이 인물의 극중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많은 변화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민메이는 최후의 결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만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 외에도 요즘 아이들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됨을 느끼게 됩니다. 선물을 보내주신 이웃님께 감사드리며 이번 글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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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4-08 0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에는 아이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가 많죠. 그렇다보니 아이돌 만화에 참여한 여성 성우가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는 일이 있어요. 아이돌 가수와 똑같이 팬들을 위한 공연도 하고요. 작년에 일본 만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일본 만화 시장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요, 지금도 그렇고 일본 만화 시장은 신세계입니다... ㅎㅎㅎㅎ 그 곳의 문화가 낯설어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있어요. ^^;;

겨울호랑이 2019-04-08 07: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cyrus님 말씀을 들으니 일본 애니매이션 시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애니메이션과 여기서 파생되는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태인 2019-04-08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린 민메이 추억의 그 이름.작화가 굉장히 예뻤던 기억이 나네요...좀 옛날스러운 작화기는 했지만

겨울호랑이 2019-04-08 09:38   좋아요 1 | URL
^^:) 네 그렇습니다.SF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은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그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80년대 만화다보니 지금 보면 느낌이 예전만 못해도, 좋은 추억을 가져다 준 만화로 기억됩니다.^^:)

2019-04-11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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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시리즈는 요즘 유치원 원아들과 저학년 아이들에게 인기 좋은 책입니다. 저희 집 아이도 많이 좋아하네요. 도서관에서는 항상 대출중이고, 아내 말에 따르면 학교 도서관에서도 서로 보려고 다툴 정도이니 그 인기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연의가 책을 보자고 많이 졸라 설 연휴에 1권부터 5권까지 사서 같이 읽었습니다. 책 주인공인 엉덩이 탐정이 조수인 브라운과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포맷으로 구성된 책 안에서 여러 추리 소설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탐정과 조수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기본 구조는 ‘셜록 홈즈‘에서 가져왔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의 특성상 엉덩이 탐정은 조금은 더 인간적인 ‘에르큘 포와로‘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매회마다 극적인(?) 결말로 이야기가 끝나는데 이러한 부분은 ‘명탐정 코난‘에서 축구공으로 범인을 잡는 모습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여러 탐정의 이미지가 혼합되어 친숙함을 주고, 잔인한 살인 사건 대신 가벼운 사건을 배경으로 하기에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아마도 이런 설정이 아이들에게 다가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이야기 전개 도중 미로찾기, 다른 그림 찾기 등 추리적 요소가 아이들 흥미를 가져와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책을 읽어주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찾기 게임을 즐길 수 읽기에, 부모들 입장에서도 한숨 돌릴 수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만, 추리물과 게임물의 경우 흥미가 다른 책에 비해 크게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은 부모입장에서는 감안해야 될 부분이라 여겨집니다만, 아이들이 한 번이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면 좋은 책이겠지요? ^^:) 연의 입장에서 평점을 매기고 이만 리뷰를 마칩니다. 즐거운 독서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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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2 04: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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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2 06: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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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2 1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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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2 1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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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2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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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2 1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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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8: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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