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언젠부턴가 눈 오는 게 싫어지더라....  집 앞 미끄러울까 치워야 하고, 운전하기 힘들어지니까 짜증도 나고, 사는데 이유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귀찮고 싫어지더라고... 먹고 사는 문제, 자식들 걱정,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늘어가고 성장을 하는데 사실 잃어가는 것도 참 많은 것 같아. _ HUN, 지민 <나빌레라 3>, p50


 뒤늦게 자신의 오랜 꿈을 펼치려는 덕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긴 <나빌레라>를 결국 다 읽었구나. 연의야, 좋은 책 알려줘서 고마워. 이번에는 아빠는 <나빌레라>를 읽으면서 뒤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 또 다른 할머니의 이야기를 알려줄까 해. 덕출 할아버지처럼 겨울을 좋아하는 할머니. 그 할머니는 모지스 할머니(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 ~ 1961)야. 


 그러다보면 겨울이 옵니다. 매서운 날씨가 찾아오는 계절이고, 머리에 혹이 나고 코피가 터질 때까지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를 놓칠 수 없는 계절이지요... 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에 쓸 나무를 구하러 갈 때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밀 공상을 하며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올 때면 또 얼마나 설레였는지요. 참 그리운 날들입니다. _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p97


 할머니도 덕출 할아버지처럼 76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0살에 되실 때까지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여러 그림들을 그렸어. 뒤늦게 시작한 그림이지만, 그림 안에 할머니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은 미국의 화가가 되었단다. 마치, <나빌레라>에서 덕출 할아버지가 발레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듯이, 할머니는 그림 안에서 추억과 함께 삶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어.


 [그림] Remastered Art Deep Snow(출처 : https://fineartamerica.com/featured/remastered-art-deep-snow-by-anna-mary-robertson-moses-aka-grandma-moses-20220205-anna-mary-robertson-moses-aka-grandma-moses.html)


 당신 몸은 힘이 약해졌고 느릴 뿐이지 그렇다고 우아해질 수 없는 건 아니죠. 발레는 기술로만 이뤄진 게 아닙니다. 적당히만 해도 좋아질 거라고는 말 못합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적어도 아름다워질 순 있습니다. '진짜 발레'는 그곳에 있어요. _ HUN, 지민 <나빌레라 3>, p149


  두 분 모두 늦게까지 자신의 꿈을 잊지않고 찾아간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덕출 할아버지와 모지스 할머니가 처한 상황은 조금 달랐단다.  모지스 할머니는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림으로 되살려내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어. 반면, 덕출 할아버지는 지금 배우는 발레를 통해 앞으로 미래 공연장에 서서 발레리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해. 다음 글을 읽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볼까?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지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_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p275


 30분 정도 기억이 멈춘 그런 느낌이었어요. 매일 다니던 길인데, 어디 서 있는 건지, 왜 걷고 있었는지,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어요. 뭔가 무서웠습니다. 망망대해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것 같이(p236)... 발레 하는 사람들은요,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언어가 안 통해도 아무 문제없이 서로 몇 시간을 소통하며 연습을 할 수 있죠. 언어, 성격, 성별 다 달라도 발레 하는 사람들에겐 발레 하나가 그냥 대화 수단이거든요. 제가 가장 두려운 건 가족을 못 알아보고 짐이 될까 봐서입니다. 그 다음은 어린 시절부터 힘들었던, 행복했던 기억들을 다 잃을까 봐 두렵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발레로 대화를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요. _ HUN, 지민 <나빌레라 3>, p230


 아빠는 두 분의 차이가 시간에 있다고 생각해. 모지스 할머니에게는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그릴 수 있었지만, 덕출 할아버지에게는 그것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가 아닌 앞으로의 미래로 자신의 꿈을 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그렇다고 두 분의 꿈 중 어느 쪽이 더 소중하거나 작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 자신의 꿈을 대하는 두 분의 마음은 차이가 있는 듯 해. 마치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는 겨울 밤 코코아를 마시면서 듣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라면, 덕출 할아버지 이야기는 시험 전날 벼락치기 하는 긴장감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림 그리는 일은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아주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여유를 갖고 꼼꼼하게 그림을 완성하는 걸 좋아합니다. _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p254


 취미로 하는 건 아니에요! 남은 인생 전부 다 걸고 하고 계신 거예요. _ HUN, 지민 <나빌레라 3>, p82


 <나빌레라>의 덕출 할아버지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의 모지스 할머니. 서로 다른 나라의 다른 꿈을 가진 두 분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또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아. 우리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재능이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농장에서는 늘 그날이 그날 같고, 달라지는 거라곤 계절밖에 없지요.(p189)... 이렇게 한 해, 또 한 해가 흘러갔습니다. _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p190

 '만약 네가 꿈을 꾸지 않는다면, 식물과 다를 게 없다'라는 말을 누군가 했대. 너한텐 튼튼한 두 다리가 있고, 열정도 있고, 그걸고 하고 싶은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목표도 꿈도 있어. 사람은 어쩌면 말야... 그걸로 다 가진 걸지도 몰라. _ HUN, 지민 <나빌레라 4>, p86


 이처럼 <나빌레라>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모두 꿈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이지. 오늘 연의도 덕출 할아버지처럼 꿈을 위해 노력하고, 태권도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는 독후감을 읽었어. 좋은 다짐이고 생각이야. 여기에 더해 아빠가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어. 


 꿈을 향해 가지만, 너무 열심히 하지 않기. '열심히 해야지'. '잘해야지'라는 마음의 부담을 갖다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어. 때로는 잘 안 될 수도 있고, 하기 싫을 때도 있어. 그럴 땐 가끔 내려놓고 쉬도록 하자. 다만, 꿈을 잊지는 말고. 그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조금은 여유롭게 지치지 않고 간다면 연의의 꿈을 이를 수 있을거라 믿어.  아빠는 연의가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돌아보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어. 너무 열심히 하는 대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기. 아빠도 잘 안 되는 부분이지만, 함께 실천해보도록 하자꾸나. 벌써 어린이날도 있는 5월이네. 아빠는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지만(농담), 푸르른 한 달이 멋지게 출발해보자!


 발레가 우리한테 뭐였을까? 물론 자네한테도 그렇겠지만 발레는 나한테 인생이었어. 정답은 어쩌면 아주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르지. 저것봐, 참 재밌지 않아? 일주일 동안 가장 거리가 멀어야 할 것 같은 저 신기한 둘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고. 채록 저 아이...... 우리의 과거야. 덕출  저 어른..... 우리의 미래고.  _ HUN, 지민 <나빌레라 5>, p120


PS. 예전에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와 관련해서 아빠가 쓴 글들이야. 나중에 연의가 조금 자라서 읽을 때가 있으면 좋겠구나...


[관련 글]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https://blog.aladin.co.kr/winter_tiger/9804019


참 그리운 날들입니다 https://blog.aladin.co.kr/winter_tiger/9791591


- 추가된 연의의 답장 : 그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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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5-01 14: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나빌레라는
여자친구가 부른...
그랬다고 합니다.

겨울호랑이 2023-05-01 15:37   좋아요 3 | URL
아, 여자 아이돌 ‘여자친구‘로군요. ㅋㅋ 레삭매냐님 글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너 그리고 나>가 원제네요. 레삭매냐님 덕분에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ㅋㅋ 레삭매냐님, 좋은 휴일 되세요!

얄라알라 2023-05-01 17:12   좋아요 3 | URL
저는 두 분의 대화도 어려우니 저야말로 시대와 담 쌓고?^^:;

연극으로 했었던 작품이었나요?
연의는 참 행복하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일찍 들을 수 있어서요. 그것도 아버지로부터^^

겨울호랑이 2023-05-01 20:11   좋아요 2 | URL
K-POP이 가요라 불리던 시대에, <가요톱텐>과 10대 가수상이 있던 시절에는 나름 한 주의 10위까지 노래들은 다 가사까지 알고 노래방에서도 신곡만 부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벌써 까마득한 옛날이 되버렸네요 ㅋㅋ 많이 부족하지만 돌아보면 ‘공부해라‘라는 말보다 ‘나가 놀아라‘가 어린이들에게는 더 필요한 잔소리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얄라얄라님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3-05-01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다정한 아빠시네요!^^
연의가 부러워요~

겨울호랑이 2023-05-01 20:04   좋아요 1 | URL
사실 평소에 말을 따뜻하게 해주지 못하는 많이 부족한 아빠입니다... ㅜㅜ 그래도 이렇게 글을 통해서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저야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