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경우에는 단식으로 인한 건강 효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혈압과 인슐린 민감성, 일부 만성 질환 위험에 보인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단식이 인간에게도 비슷한 건강 효능을 나타낼 잠재력이 있다고 믿기에 이르렀다. 동물 연구 결과 단식은 인슐린 민감성 향상, 항암 효과, 뇌 건강 향상, 세포 저항력 향상, 암 위험 감소, 혈압 강하, 뇌 질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DK <음식 원리> 편집 위원회, <음식 원리> , p201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양껏 먹어도 불편함 없이 활동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해지는 것을 보면 신진대사(新陳代謝, metabolism) 능력이 확연히 떨어졌음을 실감합니다. 덕분에, 체형도 미래인류형인 E.T처럼 진화하는 것 같아 신경쓰던 중 아내의 권유로 3일간 금식이 힘들겠지만, 고비만 넘기면 5kg 빼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는 말에 물만 만시는 금식을 했습니다. 임상실험결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5kg 정도는 뺄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단식 1주 전과 1주 후 보식(회복식)기간을 가졌는데, 제게는 이 기간이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준비기간은 충분히 가져가야 후유증이 적다는 말이 있어 탄수화물과 당 섭취를 줄이는 준비기간을 가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단식 전 보식기간에 1kg 정도, 금식 기간에 4kg 정도 빠지고, 단식 후 보식 기간에 1kg 정도 빠져 총 6kg 감량이 되었으니 나름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량보다 긍정적인 요소는 안 좋은 습관을 끊어갈 수 있는 기간을 가졌다는 점이라 여겨집니다. 마치, CPU(Central Processing Unit)를 포맷(format)한 느낌이랄까요. 준비기간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잠시 전원을 꺼두고 나니 리부팅(Re booting)할 수 있어 원하는 습관을 몸에 새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 생각됩니다. 건강한 습관이 지속가능한 건강을 보장해 주리라 희망해 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단현상입니다. 평소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셨는데, 못 마시다 보니 금식 초기 금단 현상이 심했는데, 하루 정도 참고 나니 배가 고파지면서 저절로 해결되었습니다. 큰 고통은 작은 고통을 잊게 해주나 봅니다.

 

 또한, 3일 동안 몸의 통증이 가볍게 있었습니다.  첫째 날에는 두통이 있었고, 둘째 날에는 복부(위)에서, 셋째 날에는 허벅지 근육에서 통증을 느꼈는데,  금식을 끝내고 먹은 끊인 토마토가 들어가니 곧 해결되더군요. 통증의 원인은 첫째 날은 금단현상으로, 둘째 날에는 지방 연소, 셋째 날에는 근손실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가끔 가지는 휴식 시간처럼 정기적으로 금식으로 몸을 쉬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금식이 제게는 맞았습니다만, 다른 모든 이들에게 맞지는 않을 것이기에 추천 드리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계신 분께서는 매우 위험하겠지요. 


 24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게 되면 여가는 늘고, 마음의 동요는 줄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이것을 불필요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자문(自問)해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필요한 행동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생각도 피해야 한다... 26 너 자신을 단순화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p60


 단식을 준비하던 중 이 기간을 의미있게 보낼 요량으로 <코란>, <셰익스피어 전집>을 골랐습니다. <코란>은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Ramadan)에 <코란>을 읽는 이슬람 신도들을 심정에 가까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셰익스피어 전집>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인간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에 골랐습니다만, 모두 하루만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배고픈 것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절감했습니다. 이들을 대신하여 아내는 새로운 책들을 꺼내 주었는데, 이 때 읽었던 책은 페이퍼의 마무리에 소개하겠습니다.(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베일리스(W. M. Bayliss)와 스탈링(E. H. Starling)가 개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그들이 한 실험에서 소화 기관은 매우 입체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 현상은 재현성이 매우 높았다. 내부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소화 기관의 근육 층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험을 반복한 결과 소화 기관의 내용물을 한 방향으로만 밀어내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방식의 연동 운동은 매우 조직화해 있었으며, 구강 수축에서 항문의 이완에 이르는 하향식으로 조화롭게 움직였다. 장 안의 내용물은 기본적으로 항문을 향해 나아갔다. 베일리스와 스탈링은 압력에 반응하는 소화 기관의 움직임을 '소화 기관의 법칙'이라 불렀다. - 마이클 D. 거숀, <제2의 뇌>, p5


 배고픔과 관련해서 마이클 D. 거숀(Michael Gershon)이 <제2의 뇌 The Second Brain>에서 말한 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소화 기관의 역할을 재조명한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읽겠다'는 뇌 또는 의지는 '배고프다'라는 원초적 기관의 신호에 무력해짐을 느낀 저로서는 소화기관이 뇌의 지배를 받지 않은 독립된 기관임을 더 실감했습니다.


 신경계가 끊기기 전이나 다름없이 수축이나 이완같은 소화 기관의 연동 운동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뇌 혹은 척수에서 오는 입력 신호와 관계없이 하향식 연동 운동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이클 D. 거숀, <제2의 뇌>, p7


  배고픔 이외에도 <코란>을 못 읽은 것에는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기독교 <구약 성경>에서 율법서에 해당하는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경전을 읽다보니 지루함을 느낀 것도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상세 내용은 후에 정리하겠습니다만, 인상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코란>에서는 다른 경전(經典)과는 달리 유대교와 기독교(그리스도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명문화 되어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는 후발 종교로서 이슬람교가 앞선 두 종교와 차이점을 명확히 할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이러한 경전의 구절들이 종교 근본주의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일찍이 알라께서는 이스라엘이 자손들과 계약을 맺은 일이 있다. 그때 그들 중에서 열두 사람의 우두머리가 뽑혀 왔다. 알라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다. 만일 너희들이 예배를 지키고 희사(喜捨)를 하고 나의 사도들을 믿고 그들을 도와, 신께 좋은 대부(貸付)를 한다면 아래에 냇물이 흐르는 낙원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러나 그후에 너희들 중 믿음을 배반하는 자가 있으면 그야말로 바른 길에서 멀어져 미로에서 헤매게 된다.' 13 그러나 그들이 그 계약을 깨뜨렸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들을 저주하고, 그 마음을 굳게 다졌다. - <코란>, 5. 식탁(食卓)의 장(章), p143


 14 또 '우리들은 그리스도교도이다'라고 청하는 사람들과도 우리들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르침을 받은 바의 일부를 잊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부활의 날까지 그들 사이에 적의와 증오를 일으켰다. 알라께서는 그들이 한 행실에 대하여 일일이 알려 주실 것이다.- <코란>, 5. 식탁(食卓)의 장(章), p143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의 작품은 <헨리 6세>를 읽었습니다. 이 역시 내용 정리는 추후 하도록 하고, 간단하게 작품의 성격만 <셰익스피어의 책>을 통해 옮겨봅니다. <헨리 6세>는 100년 전쟁(the Hundred Years' War, 1337 ~ 1453) 후반부터 장미전쟁(Wars of the Roses, 1455 ~ 1485)까지 이르는 시기에 2번의 재위기간을 가진 헨리 6세(Henry VI, 1421 ~ 1471)와 주변 인물을 다룬 작품입니다. 


 근거로 미루어 볼 때 <헨리 6세 1부>는 <헨리 6세> 3부작 중 제일 마지막에 집필되었고, 1592년에 초연되어 격찬을 받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헨리 6세> 2부와 3부에서 펼쳐지는 사건의 배경을 제시하는 프리퀄(prequel) 성격을 띤다. 1부는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오가며 대구모의 전투 장면과 스릴 넘치는 백병전이 펼쳐지는 장대한 작품인 반면, 2부와 3부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 스탠리 웰스외 공저, <셰익스피어의 책>, p46


 <헨리 6세 3부>는 헨리 6세의 통치기(1422 ~ 1461, 1470 ~ 1471)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연극 세 편 중에 마지막 작품이다. 여기서는 가장 피비린내 나는 장미전쟁 시기를 다루고 있어, 요크가가 왕위 쟁탈전에서 헨리의 랭커스터가를 제압하고 요크 공작의 장남이 헨리에게서 왕좌를 빼앗아 에드워드 4세로 즉위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탠리 웰스외 공저, <셰익스피어의 책>, p42


 <헨리 6세 1부>에서는 잔다르크(Jeanne d'Arc, 1412 ~ 1431)도 등장하는데, 프랑스의 국민영웅이 영국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다르게 조명된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淵蓋蘇文, ? ~ 665)이 중국 경극에서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된 것처럼 한 인물에 대한 평가도 관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느껴봅니다.


[사진] 경극에 나타난 연개소문(출처 : KBS)


 글이 다소 길어졌지만, 단식 3일을 함께 한 책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페이퍼를 마무리 하려 합니다. 단식 기간에는 되도록 머리를 가볍게 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는 말로 아내가 꺼내준 애장판이지만, 제게는.... 만약 리뷰를 쓸 수 있다면 제 서재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 분명하기에 도전하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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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0-07-23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리가면은 상당히 재밌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7-23 13:27   좋아요 0 | URL
닷슈님 말씀처럼 유리가면은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서사와 갈등묘사가 뛰어난 작품이고, 여기에 재미까지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순정만화는 거의 접하질 않아서 처음에 상당히 어색했습니다.^^:)

hnine 2020-07-23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단식을 성공하셨군요. 유리가면 저렇게 통째 가져다주고 단식하면서 보라면 저도 단식 기꺼이 도전해볼것 같은데요 ^^
(라마단은 금식 기간이라기 보다 해 떠 있는 동안 안먹는 기간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아요. )

겨울호랑이 2020-07-23 13:56   좋아요 0 | URL
hnie님 감사합니다. 단식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은 무리하지 말고 휴가온 것처럼 해야 부담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씀처럼 라마단은 해가 떠 있는 기간동안 안 먹는, 간헐적 단식에 해당하는 기간이기에 수정했습니다.^^:)

페넬로페 2020-07-23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끼만 굶어도 너무 힘든데
어려운 일을 해내셨네요~~
그것도 책과 함께요^^

겨울호랑이 2020-07-23 17:11   좋아요 1 | URL
그리 말씀하시니 쑥스럽습니다. 그저 만화책 보고 놀고 마시고 잤을 뿐인걸요. 조금만 배고파도 머리 쓰는 것을 싫어하는 자신을 발견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7-24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 현실이지만, 다음 글처럼 한번 살찌면 평생 다이어트 해야 한다고 합니다. ㅠㅠ 제가 그렇습니다. ㅠㅠ

“훗날 대비해 지방 분자를 저장하는 지방 조직은 거의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지방 조직이 피부를 제외한 다른 신체 조직과 다른 특성이다. 지방세포는 원래 크기의 열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지방세포는 크고 둥근 지방 방울을 싸는 얇은 막과 같은데, 돼지고기로 채워진 소시지의 막보다 더 잘 늘어난다.
섭취한 식품에 지방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체내 존재하는 지방세포가 다 흡수할 수 없으면, 신체는 새로운 지방세포를 생산해서 남은 지방을 흡수한다.
또 지방세포는 한번 생성되면 죽은 법이 없다. 체중이 줄 때는 지방세포가 죽은 것이 아니라 수축하는 것뿐이다. 한번 만들어진 지방세포는 절대로 죽지 않고 지방질이 풍부한 식품을 늘 기다리고 있다.”

겨울호랑이 2020-07-24 19:54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마치 늘어진 위장처럼 끝도 없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때문에, input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식을 해보니 제게 잘 맞는 것 같아서, 평상시에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정기적으로 금식을 하는 것을 생각 중에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자발적인 금식은 여러모로 좋은 것 같습니다.^^:)

2020-07-26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본론 3 - 상 - 2015년 개역판, 정치경제학비판 자본론 3
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수행 옮김 / 비봉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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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양적 증가를 나타내는 잉여가치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 - 분배과정에 매개됨으로써 실존할 수 있다. 이러한 잉여가치는 이윤으로 전환되고, 잉여가치율은 이윤율로 전환되며, 전환된 이윤은 다시 평균이윤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경쟁에 노출된 자본가들은 보다 높은 생산성 높은 신기술 도입을 강요받게 되고, 그 결과 이윤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성을 보인다.(이윤율 저하경향의 법칙, 이윤율의 경향운동) 한편 자본제 생산의 기초 위에서 화폐는 본래의 사용가치 이외에 추가적 사용가치 - 평균이윤 생산 - 를 갖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화폐소유자가 기능자본가에게 화폐를 일정기간 대여하면서 이윤을 낳는 능력을 양도하는 ‘이자 낳는 자본‘이 나타난다. 이러한 양상은 상품자본과 화폐자본이 각각 상인자본(상품거래자본과 화폐거래자본)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과정을 설명한다.

<자본론 3-(상)>의 전체적인 얼개는 위와 같다. 마르크스가 설명하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진행형이기 때문에, 해당 주제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상세한 내용은 리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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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22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본론> 3권은 말씀하신 이 부분이 항상 흥미롭고 궁금했습니다.^^

<자본론> 1권에서 잉여가치는 노동자의 노동력에서 나온다고 마르크스는 주장했는데,
<자본론> 3권에 오면 그는 ˝잉여가치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분배 과정‘에 매개됨으로써 실존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유통-분배 과정‘이 없으면 잉여가치가 생길 수 없다는 주장인데, 1권과 상충되는 말일 수 있습니다.

하여튼, 만약 3권 주장이 맞다면, 유통-분배 과정에서 말하는 잉여가치를 ‘추가로 발생한‘ 가치라고 본다면,
가치가 ‘추가로 발생‘한 ‘원천‘이 궁금해 집니다.

예를 들면, 사회가 5명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A가 B에게 가치를 유통-분배하는 과정에서 추가 가치를 얻고,
B가 C에게 가치를 유통하여 추가 가치를 얻고, C가 D에게 가치를 유통하여 추가 가치를 얻고, D가 E에게 추가 가치를 얻은 후, 1) 만약 E가 A에게 추가 가치를 얻었다면 추가 가치가 사회 내에서 돌고 돌았기에 그 사회는 잉여가치를 생산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2) 만약 E가 A에게 추가 가치를 얻지 못했다면, E는 사회에서 착취 당했다고 볼 수 있고, (계속)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논리가 맞다면 <자본론>의 잉여가치와 착취 문제는 노동력이 아닌 3권 주장처럼 가치의 유통-분배 과정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 해석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0-07-22 21:10   좋아요 1 | URL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를 ‘하루 노동일 가운데 노동력 가치 부분을 재생산하는 필요 노동 이상의 잉여노동이 산출하는 가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신<자본론> 1권의 내용이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본론> 3권의 도입부분에서는 ‘전체로서의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은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통일‘이라고 말하면서 <자본론> 2권이 유통과정을 다루고 있음도 함께 말합니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논지로 볼 때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은 단순 생산이 아닌 유통과정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됩니다. 때문에, ‘전체로서의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론> 전체를 관통하는 논리는 흔들리지 않아 보입니다.

보다 세분화하여, <자본론> 1권에서는 절대적 잉여가치의 근원에 대해 말하고, <자본론> 3권에서는 잉여가치의 실재화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본다면, 1권에서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3권에서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읽혀집니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언제나 북다이제스터님의 날카로운 말씀을 듣고나면, 다시 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7-22 18:06   좋아요 1 | URL
결국 생산 과정과 유통-분배 과정 두 번에 걸쳐 잉여가치가 두 번 만들어지고 두 번 착취 당한다는 해석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 ㅎㅎ

겨울호랑이 2020-07-22 21:16   좋아요 0 | URL
투하된 자본의 초과분이 잉여가치이고, 잉여가치가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이윤이라고 바꾸어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자본가는 현상으로 나타는 이윤을 착취하는 것이며, 가치가 형성되는 잉여가치는 그 자체로 착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페크pek0501 2020-07-22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잉여가치. 오랜만에 보는 학구적인 낱말이네요.

겨울호랑이 2020-07-22 17:35   좋아요 1 | URL
예전 대학생 때에는 일상회화처럼 참 친숙하게 들었던 단어인데, 시대가 변하고 나니 책에서나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자본론>의 시대가 저무나 싶습니다...

NamGiKim 2020-07-29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알아보니 노동사회과학연구소에서 출간한 자본론이 있더군요. 채만수 선생(김근태 의원의 대학선배이자 노사과연 창립자)이 번역했습니다. 김수행 교수는 영문판을 번역한거라면 채만수 교수는 독어원전 번역이더군요. 나중에 읽게되면 독어 번역판 읽을 생각.

겨울호랑이 2020-07-29 19:46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강신준 교수의 <자본>과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으로 읽었는데, 전자 또한 독일어 판을 번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NamGiKim님 말씀을 듣고 보니 채만수 선생의 판본도 궁금해 집니다. 좋은 리뷰를 기대하겠습니다.^^:)
 

 매월 읽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지만, 이번 2020년 7월호는 과거와는 다른 기사의 흐름을 느꼈다. 지난 호들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의 수많은 문제를 다루는 잡지의 특성상 기사들의 주제가 크게 겹치지 않았는데, 코로나 19(COVID-19)의 영향 때문인지 이번 호에서는 공통된 주제와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이번 페이퍼에서는 일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많은 기사들이 관광업을 다루고 있었는데, 이는 관광업이 발달한 프랑스의 산업구조 때문이라 여겨진다. 

 

 오늘날 관광업으로 발생하는 공해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이 8%의 2/3이상이 여행을 위한 이동과정에서 배출된다... 규제, 세제, 직/간접 지원금에 대한 보상이 관광을 수익과 경제적 혜택 수치로만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없애고, 사회/환경 분야의 쟁점도 고려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 장려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 제네비에브 클라스트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느린 여행, 사회적 관광의 소환>(p8)   


 현지 차원에서 살펴보면, 관광은 확고한 보수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화나 변화에 호의적이지 않은 토지세, 부동산세와 같은 탄탄한 지대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사태가 불러온 생활 방식에 대한 방향으로 관광에 의해, 관광을 위해 세워진 틀과 규범들이 전도되기까지 했다. 이제 '관광의 대안적인 형태'보다 '관광에 대한 대안'이 화두다.- 필리프 부르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세계의 끝자락은 바로 가까이에>(p9)


 공통적으로 기사들은 과거의 관광업이 친환경적이지 않은 산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외자 유치를 위한 지원과 편의 추구가 불러온 환경파괴는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기존의 관광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이들의 지적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지만, 이번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한계상황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따름이다. 


 유로화 사용국가 중 3번째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적어도 300만명이 정식 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코로나 사태 동안 정부가 지급한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숙박서비스 분야의 피고용자 절반 이상이 유기 계약직이다. 시간제 근로자도 맣은 데 주로 여성과 청년, 이주 노동자들이다.- 제랄디나 콜로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관광 수입 위기에 몰린 이탈리아, 버틸 수 있나?>(p14)


 관광업의 폐해는 환경 문제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관광업의 기반이 되는 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또다른 그늘이다. 계약서 없이 불법으로 고용된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이번 사태에서도 바로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주 노동자를 활용한 관광 기반 산업의 양적 성장은 막대한 관광수입이라는 밝은 면과 함께 난민 문제라는 어두운 면을 함께 가져다 주었다. 각국의 국경통제로 긍정적인 영향이 사라지고 부정적인 영향력만 남은 현 상황은 유럽 극우 세력 확장의 자양분을 제공하면서 또 다른 걱정거리가 되었다. 이와 같이 과거의 문제가 모두 드러난 시점에 어떻게 관광업을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

 

 사회적 성공이 상징인, 유급휴가를 갈 수 있는 권리가 급속히 관광의 권리로 변모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서 '관광'이란 상품화된 '민주화'의 증거로 판매되는 휴가를 말한다. 소비사회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소비자 민주주의로 전락한다... 이국취향을 없애고 빅토르 세갈렌이 말한 '다름이라는 개념'을 일반화해서라도, 그런 취향을 우리 자신에 대해 갖도록 바뀌어야 한다. - 로돌프 크리스탱,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세계화에서 벗어나 세계성에 눈뜨기>(p3)   


 코로나 19로 인한 강력한 여행 중단 현상과 함께 환경을 걱정하고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쾌적하고 유익하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휴식하자는 구조적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중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52%와 도미니크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97%가 관광 때문에 발생했다... '책임여행'에 대한 새로운 명령이 만들어지면 사회적 격리도 변하게 될까, 아니면 반대로 자유시간에 대한 세계 정책의 틀 안에서 관광을 생각하는 기회가 될까? 국토개발을 계획하고, 관광 형태와 관광객의 유입을 조율하고, 관광의 사회적 소명과 환경적 소명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히 나서야 한다.- 베르트랑 레오, 크리스토프 기베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대량관광에서 부르디외식 자유문화 또는 책임여행으로>(p11)


 또 다른 지식인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차원의 접근법을 제안한다. 개인 차원에서 관광에 대한 인식 변화와 국가 차원에서의 산업 구조 조정이 그것이다. 사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에서는 국가 수준에서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는 사태가 그만큼 긴박하다는 반증이겠지만, 이를 통해 또 다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질서 대신 빅데이터에 기반한 계획경제,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목소리 속에서 '코로나 19'의 위험도와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관점에서 이를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로 삼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좋거나 싫거나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우리는 갈 수 밖에 없는 듯하다. 새로운 가치 기준이 적용되는 세계에서는 경제 뿐 아니라 정치도 변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17년 9월,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빅데이터의 혁명으로 계획경제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일부 논설위원들은 데이터 수집과 계산이 가능해진 오늘날, 20세기 중앙집권식 계획경제가 겪은 실패를 극복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데이터는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사기업들의 소유다. 데이터를 생산하고 처리하는 그들의 인프라가 그들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감독하에 사회적 효용성을 우선하도록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해준다면, 데이터는 시장경제의 대안을 고안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변화를 일으키려 하며, 이 과정에서 국가를 민주화할 기회, 또는 간접민주주의를 직접민주주의로 대체할 기회를 찾는다. 친환경 경제로의 변화는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정치, 경제 시스템 또한 동시에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세드릭 뒤랑, 라즈미그 쿠쉐양,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친환경 경제, 21세기의 위대한 여정>(p16)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에 소개된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 1971 ~ )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Capital et ideologie>의 내용은 뉴노멀 시대의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상세 내용은 리뷰에서 보다 상세히 다루도록 하고,  일단은  기사에 요약된 내용을 옮겨본다. 그리고 이를 통해 피게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지적한 부의 불평등 문제, 그리고 그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여러 석학들의 찬반(贊反) 의견인 <애프터 피게티>에 대한 답으로 보다 강력한 사회주의를 결합한 수정자본주의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간략하게 정리하자.

 

 1) 모든 사회는 저마다의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2) 각 사회의 지배계급은 지금의 불평등이 마치 "자연"스러운 것으로 믿게 하려 하지만 불평등은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 산물이다. 

 3) 불평등은 지배계급에 의해 의도적으로 증폭된 것이므로, 얼마든지 인간의 의지에 의해 축소될 수 있다. 

 4) 인류의 역사는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반드시 위기를 겪어왔으며, 인간의 진보는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투쟁의 과정에서 나온다. 

 5) 보다 나은 세계를 상상하게 하고 구조화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역할이다. 

 6) 1980년대 이후, 격하게 증가해 온 불평등은 폭발의 단계에 이르렀고, 나는 여기, 오늘의 모순에 답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 '참여 사회주의'를 제시한다. 한글판으론 정확히 1,300쪽에 이르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여섯 줄로 요약해봤다.


 그는 적극적으로 대안을 말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실패했고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마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자본을 사회가 고루 점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하자. 25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종잣돈을 사회가 제공한다. 재원은 누진세 3종 세트가 마련해준다. 소유세, 상속세, 소득세에 과감한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불평등을 깨기 위해선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가 절반 가까이 참여하는 북유럽/독일식의 기업 공동 경영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를 정의로운 사회로 진보시켜왔던 것은 보편적 교육제도, 보통 선거, 공공의료서비스 등 평등의 확대였다.- 목수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피게티의 참여사회주의가 의미하는 것>(p32)

 

 여러 지식인들이 제안한 대안들을 살펴보다 보니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 국가권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항하는 입장에 서 있던 사회주의 운동이 오늘날에는 적극적으로 국가권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국제적 연대 대신 국가 단위의 사회주의 운동은 물론 코로나 19 이전부터 있었던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게 된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계획경제가 신자유주의를 대체한 다면 이러한 상황뉴에서 개인은 국가로부터 자유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필립 페팃(Philip Pettit, 1945 ~ )의 <신공화주의 Republicanism>에서 말하는 비지배 자유의 개념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롤스와 드워킨과 함꼐 정리할 계획이다.


 












 공화주의 사상에는 세 가지 핵심적 주제가 있다. 첫 번째 주제는 자유와 비지배의 동일시다. 여기에서 비지배란 타인의 의지에 종속됨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두 번째 주제는 법의 지배에 근거해 정치를 조직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이때 법의 지배란 어느 누구 또는 어떤 집단에게도 최종적인 권력을 부여함이 없이, 시민들의 자유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 번째가 시민적 견제력의 회복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공식적 채널이든 비공식적 채널이든, 시민들은 정부 당국자들이 재직기간 동안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하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립 페팃, <신공화주의>(p5)


 돌아보면 우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에 기반한 실물경제와 유리된 금융경제의 호황 속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도 현 체제의 문제점을 말하려 하지 않았고, 문제점은 축적되어 COVID-19라는 '사라예보의 총성' 앞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듯하다. 질병의 위험보다는 여기에 부여한 '뉴노멀'이라는 의미가 우리의 마음을 더 두렵게 하는 상황에서 차분히 우리가 갈 길을 생각할 때는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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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21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he left 이미 읽으셨습니다. ^^
전 사다놓고 책두께에 놀라서 아직...
근데 평소 궁금한 점은 이책이 200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배경을 혹시 아세요?

겨울호랑이 2020-07-21 17:38   좋아요 0 | URL
저도 양이 많아 겨우겨우 간신히 읽었습니다. ㅋ 2008년 올해의 책 선정을 북다이제스터님께 처음 듣는지라 잘 모르겠네요. 2008년이면 이명박 정부 시작인데 참 묘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7-25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프트 이거 가격도 가격이지만 정말 두께에 놀라곤 하는데...... ㅎㅎ

겨울호랑이 2020-07-25 19:42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벽돌책이라 한 번에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책임이 분명합니다 ㅋ

2020-07-26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간을 쉽게 바꾸는 조명 좋은집 시리즈
안자이 테쓰 지음, 박은지 옮김, 고기영 감수 / 마티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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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계획이란 조명 기구를 이용해 빛과 그림자를 조절하여 공간을 더욱 쾌적하고 매력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다(p14)

「공간을 쉽게 바꾸는 조명」에서는 빛의 음영을 조절하여 집안 분위기를 새롭게 연출할 것을 제안한다. 세부적으로 저자는 필요한 밝기, 에너지 절약, 분위기, 유지 및 관리, 고령자 배려, 방범 등의 6가지 기본 포인트를 바탕으로 조명기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조명과 관련한 실무서적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주거 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다루기에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조명 계획에서 빛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빛과 그림자를 함께 활용하는 조명계획이 책 전반에서 강조되는데 이는 우리 삶의 기준이 ‘양‘에서 ‘질‘로 옮겨가는 것과 관련있어 보인다.

덕분에 잠시나마 생활의 강조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조명을 매개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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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0-07-21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첨부해주신 사진으로도 많은 것이 이해되네요

저도 조명 조도에 민감한 편이라서
거실 침실.. 에 매입등을 설치하고 스탠드를 활용하여 생활하고 있는데

조명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의 힘이 의외로 크네요

겨울호랑이 2020-07-21 22:35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희 집은 사실 기본 조명외에 스탠드만 사용하고 있어 조명의 중요함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나와같다면님께서는 이미 잘 활용하고 계시네요^^:)

2020-07-26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석 달린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김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주석달린 드라큘라 The New Annotated Dracula>는 제목 그대로 브램 스토커(Bram Stoker, 1847 ~ 1912) 의 <드라큘라 Dracula>에 주석을 단 책으로, 필자의 세세한 주석들은 시대적으로 낯선 약 120년 전의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생생하게 당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여름날 무더위나 식힐 요량으로 <주석달린 드라큘라>를 꺼내들고 읽었지만, 주석달린 책 덕분에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예를 들면, 작품 내에 '코레아 Korea'라는 단어를 설명하는 문장을 살펴보자.


 한 사람 더 올 걸세. '코레아 Korea'(50)에서 만난 우리의 오랜 친구 잭 수어드 말이야. 우리 둘은 술 한잔 하면서 같이 눈물도 흘리고, 하나님이 만드신 가장 고귀한 마음을 가진 어떤 여인, 가장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여인을 얻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친구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술도 한잔 할 걸세.(p175) <주석 달린 드라큘라> 中


 주석없이 읽을 경우 우리는 19세기 후반에 이미 우리나라가 유럽에 널리 알려져 있으리라고 넘겨짚기 쉽지만, 엮은이의 주석은 이러한 오해로부터 우리를 구해준다. 덕분에 우리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지만, 이와 비례하여 책진도에도 과부하가 걸림을 실감하게 된다. 


 (50) 여기서 모리스가 말한 코레아(Korea)가 어느 나라를 가리키는지는 모호하다. 이는 빅토리아 시대에 '코레아 Corea'로 더 잘 알려져 있던 한국(Korea)를 지칭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에 리버풀에서 풀항해 아시아로 항해했던 코레아(Corea)라는 배도 있었다. 레더데일은 이 명칭이 어떤 선술집이나 남자들이 모이는 클럽을 지칭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p176) <주석 달린 드라큘라> 中 


 또한, 주석은 문학작품에 몰입 대신 분석적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이 때문일까. 공포문학의 선조(先祖)라 할 수 있는 <드라큘라>지만, 생각만큼 무섭지 않다. 책의 내용을 영화화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1939 ~ )의 <드라큘라 Bram Stocker's Dracula>을 최근에 봤을 때에도, 생각만큼 무섭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각적으로 더 자극적인 공포물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해서 그런것이겠지만, 이들 작품에는 후대 작품이 따라갈 수 없는 아우라(Aura)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의 경우 게리 올드만(Gary Leonard Oldman, 1958 ~ ), 앤소니 홉킨스( Sir Philip Anthony Hopkins, 1937 ~ )가 펼치는 연기는 지금봐도 관객을 압도하고, 다른 색깔의 공포를 선사한다. 


 [그림] Bram Stoker's Dracula(출처 : https://www.pinterest.es/pin/398498267010086356/)


  공포문학으로서 <드라큘라>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드라큘라>가 주는 공포는 치밀한 묘사나 빠른 전개보다는 작품 내용 전달에서 느껴진다. 책에서는 내용이 등장인물들의 일기, 편지, 축음기에 남긴 메세지 등으로 전달된다. 이로 인해 독자들은 마치, 소극장에서 드라이 아이스가 놓여진 캄캄한 무대 위에서 등장인물들이 한 줄로 앉아 한 명씩 일어나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을 받는다. 이들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한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 서로 충돌되는 내용도 많지만, 정리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이다. 


 때문에, 우리는 안정적으로 작품 내용을 들여다 보는 대신 혼란에 빠진 이들의 어지러운 증언만으로 내용을 짐작해야 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어두운 방안에서 흐릿한 랜턴을 이리저리 비추는 불빛 속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박쥐로 변한 드라큘라 백작을 찾기에 억지로 동참한다. 어느 누구도 드라큘라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보여주는 힘을 통해 어렴풋하게 그에 대해 정리해 나갈 뿐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작품 안에서 전해지는 공포가 드라큘라의 날카로운 이빨이나 기괴한 모습이 공포의 근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진정한 공포임을 느끼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를 3인칭으로 객관화하여 보여준다면, 문학에서는 그렇지 않고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다른 의미에서의 공포를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계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공포. 이러한 부분이 문학작품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아닐까 한다.  비슷한 종류의 공포로는 내기 볼링을 칠때 상대가 터키(Turkey)나 파이브배가(5 Begger)를 쳐서 점수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때의 심정이 있지 않을까.  


 또한, <주석달린 드라큘라>는 작품 해설을 통해 <드라큘라>에 대한 여러 해석들도 함께 제시한다. 작품에 담겨진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도 문학만이 갖는 멋진 매력일 것이다.


 스토커의 이야기는 여러 이론으로 분석할 만한 광범위한 자료를 제공한다. 켄 젤더(Ken Gelder)가 <뱀파이어 읽기 Reading the Vampire>에서 밝혔듯이, 시점이 자주 전환되는 이 작품에는, "민족학, 제국주의, 의학, 생물학적 퇴화(그리고 반대로 진화)에 대한 담론, 관상학, ...  여성주의, ... 남성주의, 신비주의 등의 다양한 분야의 담론과 함께 여러 비평 주제와 비평적 접근의 예가 나오기 때문이다.(p714) <주석 달린 드라큘라> 中


 당초 리뷰에서 해당 내용을 정리해보려 했으나, 막상 해보니 일이 걷잡을 수 없을만큼 커져 별도로 정리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다만, <드라큘라>가 단순한 고전 문학 작품이 아니라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 절정기에 당대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당시 싹트고 있던 새로운 사상의 관점에서도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는 것을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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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6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