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 최면 / 아내의 편지 / 라일락 / 데지레의 아기 / 바이유 너머 얼리퍼플오키드 1
케이트 쇼팽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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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이디스 워튼의 '징구'를 연상시키는, 짧은 소설 모음집이다.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꽁트라고 해야할지, 여섯 편의 글이 묶여 있는, 책도 아주 얇은 편이다.

케이트 쇼팽은 1850년 미국 태생으로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외조모, 증조모, 유모 등 여성들의 손에 주로 자랐다고 한다. 18세까지 학교를 다녔고 바로 사업을 하는 남자와 결혼 하여 여섯 아이를 낳았는데 남편의 사업이 망하고 빚더미를 남긴 채 남편이 세상을 뜬 후 (그녀 나이 32세때) 직접 잡화점 경영과 농장 경영을 맡아 하기도 했다. 글쓰기는 케이트 쇼팽의 우울증을 치료하던 의사의 권유로 시작하였고 1892년 그녀 나이 42세부터 여러 장르의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로 글쓰기는 그녀의 주 수입원이자 정신적 도피처가 되었다고 한다. 주로 단편소설에 집중하여 100여편의 단편과 두편의 장편소설을 남겼는데 1899년에 발표한 장편 <각성 (The Awakening)>은 발표 당시 문제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대표작으로 알려져있다. 말년에 건강이 나빠졌고 1904년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 자신이 직접 여성 운동에 가담했거나 페미니즘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쓴 것은 아님에도 그녀를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라고 하는 것은 그녀가 죽고 한참 지나 비평가들이 그녀의 작품을 재해석 하면서부터이다.

여기 실린 여섯 작품 중 가장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책 제목이 되기도 한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은 짧은 분량에서 기대하지 않던 반전과 충격으로 흥미를 주는 작품이다. 자유란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이어지는 <최면>은 비교적 평범한 내용으로 최면술마저 이기는 진정한 사랑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내의 편지>도 이야기의 소재는 흔하다면 흔할 수 있는 내용이다. 죽음을 앞두고 자기의 숨겨논 남자로부터 받았던 편지를 남편에게 맡기고 세상을 떠난 여자. 그리고 이런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고나서 고민하는 남편.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고뇌는 산 자의 몫이된다.

<라일락>은 다 읽고 나서도 확실하게 내용 파악이 안될 수도 있는 작품이다. 옮긴이의 해설을 읽고 나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는데 그 오묘한 기분이란. 그 시대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던 작가의 섬세함을 다시 헤아려 보게 된다.

<데지레의 아기>는 관습이 가져오는 무지몽매함과 오해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기서 희생이 되는 것은 여성뿐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결국 남성도 그 피해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 그 남성을 보듬어 안는 것은 역시 여성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바이유 너머>의 바이유는 저자가 실제 살던 장소이기도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바이유는 우리 스스로 쳐 놓은 정신적 울타리, 장벽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 트라우마의 장벽을 부수고 나아가게 하는 힘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하는 것이 핵심.

 

글쎄, 세간에 알려진대로 그녀를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로 봐야할지, 페미니즘에 국한시키기보다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사회성 소설을 썼다고 해야할지 아직 이 책만 읽어서는 모르겠다. 그녀의 대표작이며 발표 당시 문제작이라고 말이 많았다는 <각성>이라도 읽어봐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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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16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awakening 은 저는 국내 번역본으로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 으로 읽었어요. 그거 읽고 너무 좋아서 케이트 쇼팽 이란 이름을 기억해뒀죠. 지금도 아직 안읽었지만 최근에 나온 단편집 하나를 사두고 있어요.

저도 징구 읽고나서 이 책도 읽어봐야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인님 벌써 읽으셨군요!

나인님의 리뷰를 읽고나서야 케이트 쇼팽에 대해 알게 되는 게 생기네요. 단편을 100여편이나 썼다는 것,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는 것이요.


딱히 페미니즘 작가다, 라든가 페미니즘 정신을 담았다, 라고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료 여성들의 마음속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꿈틀거리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무엇인지 자신도 모르는채로, 심지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라고 말하는 여자들의 마음 속에도, ‘이건 이상하다, 부당하다, 차별이다‘라는 감각이 있는거죠. 그걸 깨닫고나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페미니스트에 두지 않더라도 페미니즘적 글은 얼마든지 쓸 수 있으니까요. 차별을 인식하고 고정화된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깨부수고자 하는 것 자체가 페미니즘적인것 같아요.


아, 저도 얼른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사둔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도요! 세상에 읽을 책이 많아서 좋으면서 싫으네요. 언제 다 읽죠? ㅜㅜ

hnine 2019-10-16 15:01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에 대한 말씀 저도 동의해요. 오히려 그 말에 대해 색안경 쓰고 선입견 갖고 벽부터 치고 나오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불편해요.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는 책 읽고서 혼란에 빠지면서도 여기 저기 퍼뜨리고 추천하고 다니던 때가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하네요. 여대는 특히 입학하면 이쪽 분야 책을 많이 추천받기도 하니까 대학 입학하면서 부터 책으로나마 알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몸으로 부딪혀 겪는것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푸른사상에서 나온 책을 말씀하신다면 이 책은 따로 구입 안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 여기 실린 여섯 편 중 세 편이 그 중에 포함되어 있거든요. 저도 지금 검색해보고 알았네요.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에 훨씬 많은 작품이 실려 있기 때문에 저는 사서 볼까 생각중이랍니다.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이 더 읽어보고 싶지만요.
케이트 쇼팽의 이 책은 제가 징구를 읽고 올린 리뷰에 다락방님 댓글 보고 찾아 읽게 된것이랍니다. 제가 아는 작가 리스트에 한 사람 더 보태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9-10-1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푸른사상에서 나온 책 맞아요. 그거 가지고 있어요. 오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이 책은 안사고 패쓰하겠습니다. 후훗.
 
구멍투성이 과학 - 지금 이 순간 과학자들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진짜 과학 이야기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지음, 김아림 옮김 / 리얼부커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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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란 무엇일까. 탐구하는 방법이다. 사실을 입증하여 보편타당성을 보이는 방실으로 알아가는 방법이다.

저자인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은 컬럼비아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서 대중의 과학적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에 관련된 활동을 해오며 연구실에서 알아낸 실험적 결과뿐 아니라 과학의 본질에 대한 것, 과학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에 대한 강연과 저술을 해오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번역한 분 역시 생물학을 전공하신 분. 읽기 전 부터 신뢰가 갔는데 과연. 유익한 내용이 술술 읽히기 까지 하니 더 바랄게 없는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우리말 제목은 <구멍투성이 과학>이라고 되어 있지만 원제는  Failure. Why science is so successful. 우리 말 제목에 비해 다소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제목이다. '구멍'이란 'failure', 즉 '실패'를 말하는 것으로 구멍투성이 과학이란 제목은 실패가 과학에서 갖는 특별한 의미를 뜻한다.

혹자는 과학적으로 얻어진 결과라면 실패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종교적인 믿음이 아닌 이상 이 세상에 어떤 것도 실패나 오류란 있을 수 없다는 생각부터 놓아야한다. 물론 실패를 목적으로 하진 않지만 내가 지금 얻은 이 결과도 맞지 않을 상황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상황에 대한 연구와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어야 한다는 자세, 그런 자세가 과학적인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저자는 실패는 생각보다 폭넓고 심오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패는 성공의 일부라고 보았다. 그 이유는 첫째, 실패는 더 큰 통찰을 이끌어 내고, 둘째, 거의 예측 불가능한 영감을 주고, 세째, 우리가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실패 없이 곧바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우리가 들을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며 쓸 만한 조언도 갖고 있지 않다.

핵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험을 통해 가설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면, 여러분은 측정을 한 데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설을 증명하는 데 실패하면 여러분은 뭔가 발견을 한 것이다."

과학분야에서는 실패를 해도 잘 삼키고 소화해야 할 뿐 아니라 실패 자체를 즐겁게 맛보는 일도 필요하다. (36쪽)

여기서 말하는 실패는 예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을 말하지 부주의나 경험 부족으로 생기는 '실수'와는 구별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특히 과학분야에서 실패를 다르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격려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내용이 책의 중반을 넘어가서 본격적으로 나온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163쪽)

과학에서 창의성은 실패로부터 비롯하기 때문이다. 순수한 과학의 과정이란 그래야하는데 문제는 요즘의 연구는 실패할 만한 것을 피해서 접근하고 시도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고 그것은 현장에 있는 많은 과학자들도 느끼고 있는 점이라 생각한다. 연구비를 따기 위해서는 연구계획서를 내야하고 누구에게 연구비가 돌아가느냐 결정되는데는 경쟁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계획서를 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실패한 결과를 논문으로 내지는 않는다. 예상하던 결과가 예상하던 원리에 의해 얻어졌을 때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게 되고 연구 실적은 곧 논문 편수와 논문의 질로 평가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순수한 연구에 대한 열정은 식고, 경쟁력과 목적을 달성해야겠다는 의욕만 활활 타오르는 현장이 되어있다.

결과를 보는 자세도 중요하다. 과학적 실험의 결과는 늘 객관적인 해석이 따를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보이게 하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원하는 결과만 수집하게 하기도 한다.

물리학자 파인만은 과학의 실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번째 원칙은 스스로를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187쪽)

과학자의 태도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외일지 몰라도 '정직성'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직성의 대상은 다름 아닌 연구자 자신이라는 것도.

과학이라면 갖춰야 할 요건중에 fallibility 라는 것이 있다. 반증가능성이라는 것이다. 과학을 신뢰한 만한 이유는 바로 과학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가설을 설정하려면 해당 가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기각할 수 있는 실험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어떤 가설을 확실하게 반증할 수 없다면 그것은 받아들일 만한 가설이 아닌 것이다. 가설이란 부정적인 시험 결과를 허용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가설이 틀려야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 틀릴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을 과학이게 하는 "반증가능성"이라는 것이다. 과학이 실패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근원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제는 틀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라마르크 유전학도 최근에 후성유전학이라는 분야를 통해 귀환한 예를 들면서 저자는 실패가 영원히 실패일까 묻고 있다.

최근 영국의 유명한 과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과학자들이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특이한 아이디어를 감당할 여력이 없이 좁은 길만 계속 고수한다고 한다. 인류가 20세기와 그 이전에 이뤘던 위대한 과학의 진보는 다르게 사고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 있었고 이들에게 연구의 가치나 쓸모를 성급하게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지금과 매우 대조적인 환경이다. 그래서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고 어쩌면 과도한 인력이 과학이란 분야에 매달려 있음에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과학적 방법론이 무엇인지 다시 강조하며 맺는다. 진정한 과학적 방법론이란 의심과 불확실성, 무지, 실패를 폐기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끌어안고자 하는 것이다. 과학은 단순한 사실들의 집적이 아닌 과정으로 바라보며 명사가 아닌 동사로 여기는, 즉 계속 진행되어 가는 과정으로 여기는 것이다.

인간 복제가 거론되는 세상이면 뭐하나. 그것이 과학이 아니고 기술에 불과하다면. 근본이 망각된 첨예화된 기술에 불과하다면. 근본을 무시하고 오래, 멀리 가는 것이 있던가.

오랜만에 과학에 관한 후련한 에세이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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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4일부터 9일까지 체코에 다녀왔습니다.

저의 신체적, 정신적 용량을 고려하여 인근 다른 나라 안가고 오로지 체코에만 있다가 왔습니다.

딱 1년 전 이 기간에 런던엘 다녀왔는데 그때는 혼자 다녀왔었고 이번엔 남편이 함께 했습니다. 저는 체코 여행이 처음인데 반해 남편은 세번째 방문이 되는데, 평소 "경험이 재산"이라 여기는 저의 생각을 약간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기록된 경험은 재산"이라고요.

 

 

날짜나 장소 대신 소재나 주제로 제목을 대신해서 사진을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은 제가 체코에서 발견한 색깔들입니다. 체코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저의 마음을 건드린 것이기때문입니다.

노랑, 분홍, 초록, 파랑 대신 연노랑, 연분홍, 연초록, 연파랑으로 채도를 낮춘 색깔들. 사람이 선택한 건물 벽, 지붕 색을 물론이고 나무, 풀, 밭 처럼 자연 마저도 그래보였답니다. 사진 보정할때 콘트래스트를 높이는 대신 -3, -4쯤으로 일부러 낮춘 듯한 색깔들.

벽돌색과 회색이 번갈아 칠해 있는 벽. 계속 벽인가 싶으면 한 구석에 작은 쪽문이 달려있는데 그 쪽문의 색깔은 연노랑.

보는 사람을 적당히 가라앉히는 색깔들이라고 할까요.

지하철 역의 벽 색깔도 봐주세요. MUZEUM 역과 MALOSTRANSKA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찍었습니다.

 

 

 

 

 

 

 

 

 

 

 

 

 

 

 

 

 

 

 

 

 

 

 

 

 

 

 

 

 

 

 

 

 

 

 

 

 

 

 

 

 

 

 

 

 

 

 

 

 

 

 

 

 

 

 

 

 

 

 

 

 

 

 

 

 

 

 

 

 

 

 

 

 

 

 

 

 

 

 

 

 

 

 

 

 

 

 

 

 

 

 

 

 

 

나이들어 하는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나 했었습니다. 관광 이상의 의미가 있나. 시간 때우기 이상 뭐가 있나.

더 많은 경험과 체험이 필요할때.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는 나이일때 여행은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생각이 이번 여행에 바뀔지도 모르겠구나 그런 예감이 들었습니다. 여행 첫날에.

탁하고 고인 생각들을 털어내고 갈아치울 필요성. 이런건 오히려 젊을 때보다 중년을 넘어선 나이가 되어 생긴다는 것을 왜 못했을까요.

그러니 더 젊었을때 못 다녔다고, 이젠 늦었다고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 여전히 여행은 유익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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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9-10-1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코 여행 다녀오셨네요. ‘기록된 경험은 재산‘ 이란 말에 공감해요!^^ 자연색이 최고의 예술인 듯... 빛과 어우러진 도시 건축도 예술, hnine님 사진도 멋져요!♡
내겐 로망인데 아직 인연이 안 닿아 기회가 오겠지 기다립니다.^^

hnine 2019-10-13 21:51   좋아요 0 | URL
기록된 경험은 재산이라는 말은 세번째 가는 남편이 갔던 곳 기억을 잘 못하는 것을 보고 한 생각이랍니다. 저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은 경험들은 그냥 잊혀지기 마련인것 같아요. 아깝잖아요 ㅠㅠ
체코 저는 또 가보고 싶어요. 저랑 묘하게 코드가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너무 활기차고 역동적인 곳이 아니어석 그런가보죠 ^^
사진이 무지하게 많아요. 잘 골라서 올려야 사진 홍수를 막는 포스팅이 될텐데 말입니다.

서니데이 2019-10-1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사진 속의 오래된 건물들도 풍경도 좋지만, 지하철역이 우리 나라와 조금 달라서 미술관이나 전시관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9-10-13 21:59   좋아요 1 | URL
‘여긴 어딜 가도 색감이 달라‘ 제가 계속 중얼거리고 다녔던 말이어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들로 어울리게 만들어놓았고요. 상식을 깨는 색깔들의 나열들도 그랬고요. 지붕위에 창이 있는데 그 크기가 다 다른 집도 봤어요. 이건 따로 사진을 모아 올리려고 해요.
런던의 지하철 역 벽엔 그 역 주위의 명소나 특징을 살린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이 많은데 프라하 지하철 역은 저렇게 단순하게 패턴으로 말해요. 그런데 심심하지 않고 마음에 들어요. 매력적인 곳이어요.

Emotion 2019-10-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유럽 쪽 풍경 사진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우리에겐 건축 디자인과 문화가 없다는 겁니다. 서양 사람들 마을은 하나같이 모두 건축 디자인이고 문화의 보고라는 생각입니다. 이건 열등 의식적 자각인 동시에 객관적 사실의 인식인 것이죠. 우리의 건축 디자인과 문화는 다 헐렸거나 파괴되었죠. 일부 남아 있는 건 박제화된, 일상의 삶의 제거된, 가공된 것들에 불과하죠. 위 사진에서 보듯이 체코 건축 디자인의 세부는 매우 미학적이고 섬세하게 보입니다. 저런 미학적 건축 환경에서 자라고 생활하는 사람들도 미적 감각이 섬세하고 세련될 것입니다. 환경이 의식을 만들죠. hnine 님이 찍은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면서 어울리지 않게 한국의 건축 디자인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서 좀 죄송합니다. 애초에 맘 먹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댓글이 되었네요. 그래도 일단 쓴 건 지우지 않고 올리는 주의라 이대로 올립니다. 한데 hnine 님 사진들은 정말 맘에 듭니다. 알라딘 서재에서 몇 안 되는 정말 마음 치유가 되는 글이고 사진입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hnine 님 이외에 몇몇 분들은 너무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네요. 어떤 분한테는 제가 실기한 탓에 답글을 드리지 못해 가슴이 아리기도 한데요.

hnine 2019-10-13 22:25   좋아요 0 | URL
Emotion님 말씀에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이번 여행을 하며 느낀 점 중 하나이기도 한데, 우리나라는 보수한다 하면 갈아엎고 새로 짓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러니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고 자꾸 지워져가요. 시간의 흔적은 살아온 흔적,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것인데 그렇지 않으니 새로운 멋은 있는지 몰라도 각별한 정은 안가는거죠. 유행하는 양식, 자재, 디자인, 색상, 이런데 급급한 경향이 있어서 깊이, 심리적 안정감, 이런 것과는 동떨어진 환경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안타깝습니다.
저는 그저 누구나 찍는 사진 밖에 찍을 줄 모르고 그 이상 더 욕심도 없는데, 그럼에도 맘에 들어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긴 댓글과 함께 감사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19-10-1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된 경험은 재산!!
탁 하고 고인 생각들을 털어내고 갈아치울 필요성!!
명언입니다^^

hnine 2019-10-13 22:30   좋아요 0 | URL
아이쿠, 민망해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경험을 했다는 사실만 기억할뿐, 어떤 경험을 어떤 느낌으로 했는지는 다 잊어버리더라고요. 경험을 하는 순간이 1차,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면서 2차,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난 후 그 경험을 추억하면서 3차. 이렇게 최소한 3단계를 거쳐서 나의 컨텐츠가 되는 것 같아서요.
나이가 들더라고 여행에 무관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형편상 자주 많은 곳을 가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계획은 세워볼수 있도록 건강은 다져놓아야지요.
책읽는나무님의 댓글은 늘 힘을 주세요. ^^

2019-10-13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10-13 22:43   좋아요 1 | URL
요즘 이 날씨가 감기 몸살 앓기 딱 좋은 날씨더라고요. 몸살이면 감기보다 더 증상이 심하고 힘드셨을텐데 좀 차도가 있으신지요. 몸 따뜻하게 하시고 약 잘 드시고 물도 많이 드시고요.
체코는 여기보다 기온이 낮아서 아예 겨울 옷을 입고 다녔어요. 추위 잘 안 타는 체질이었는데 젊을 때 얘기이고 이젠 남들보다 더 호들갑 떨면서 추워해요 ㅠㅠ 조금만 빗방울 떨어져도 우산 펴드는 바람에 남편이 뭐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젖으면 더 춥기 때문에 열심히 우산 쓰고 다녔고요. 그러다 한국 돌아오니 체코보다는 아직 덜 추운 것 같지만 밤에는 추워서 히터를 잠깐 틀기 시작했어요.
기록의 수단이 글 뿐 아니라 그림, 음악, 영상등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전 사진과 글이라도 잘 정리해서 남기려고요.
이제 기온은 점점 더 떨어질텐데 따듯하게 입고 다니시고 몸조리 잘 하셔야죠.

2019-10-13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10-13 22:48   좋아요 0 | URL
프라하도 프라하지만 체로키 크룸로프라는 곳을 갔더니 그곳은 더욱 더 중세 모습이 잘 남아있는거라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가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다녀왔다고 그날 일기장에 적었답니다.
사진 정말 많이 찍었지요. 그래도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편했는데 제 남편은 스마트폰으로 찍다가, 카메라로 그것도 렌즈 바꿔가며 찍다가 하느라고 아주 정신 없었답니다.
체코 공항을 떠나면서 ‘잘 있어. 또 올 때까지.‘ 이렇게 혼자말 하고 왔어요 ^^

카스피 2019-10-1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코여행 다녀오셨네요.사진이 넘 그림같아서 정말 멋진 여행이 되셨으리라고 생각됩니다^^

hnine 2019-10-14 12:11   좋아요 0 | URL
사진보다 실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답기도 하고, 사진으로 본의아니게 강조되어 보이기도 하겠지만 체코는 분명히 그들만의 색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어요. 너무 생기발랄하고 밝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왔습니다.

보슬비 2019-10-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로인듯하면서 새로운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움도 함께요~~^^ 다른 사진들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hnine 2019-10-17 05:37   좋아요 0 | URL
그리움이 크실 것 같아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제 옆에 앉으셨던 어르신께서는 10년 만에 체코 다녀오는데 변한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우리나라만큼 몇년 있다 오면 많이 달라져 있는 나라가 있을까요? ^^
저는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어요. 가서 사온 사진책을 어제 들춰보노라니 가서 보고 싶은 곳이 아직도 많더라고요. 특히 Brno에 있는 멘델 박물관을 하필 휴관일에 가는 바람에 내부를 못보고 왔거든요.
 

 

 

 

 

1. 벌새 (2018)

 

 

 

평범한 14살 여중생의 일상을 찍었고 어떤 점을 특히 보여주려고 했다는 티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올땐 이 한편의 영화 속에 가능한 모든 문제들을 담았다는 생각을 품고 나오게 되는 영화.

뻔한 일상을 뻔하지 않게 그려내는 데는 어떤 기술과 능력이 녹아들어있는 것일까.

누구든 볼 수 있는 것만 담담하게 담아내며 무엇을 강조하고 보여주려 했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는 것.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냥 보여주는데까지만 하는 절제와 소신. 그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학교 다닐때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2. 변함없는 자들의 마을 (The land of steady habits, 2018)

 

 

 

제목이 독특하다.

중년.

새로운 것을 계획하는 것 보다 지나온 길 되돌아 보는 일이 더 잦아 지는 때.

앞으로 남은 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안살아보고도 머리 속 짐작이 가능해지는때.

 

 

"인간은 여전히 (   ①  ) 과 (  ②  ) 앞에 무력하다." 라고 혼자 결론을 내린 영화.

 

 

① 자연

② 외로움

 

 

 

 

 

 

 

 

3.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Brad's Status, 2017)

 

 

 

 

 

 

 

 

 

 

아들의 대학 입학 준비 차원에서 가고 싶은 대학 미리 방문 순례를 떠난 아버지 Brad와 아들 Troy.

Brad는 자기의 대학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아들의 대학 면접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부탁하기 위해 잘나가는 대학 동창들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성공한 인생인지, 루저 인생인지.

눈에 띈 업적 없이 살아온 인생, 특별히 모자란 것도 없지만 특별히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현재 위치, 아들도 자기를 별로 존경하는 것 같지 않고, 이상을 쫓아 살다보니 현실적으로는 남는게 없어보이는, 이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자괴감만 든다. 이런 Brad에게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던져준 것은, 친구 아버지인 Brad에게 오히려 조언을 구했던 Troy의 친구였고, 개인적으로 그 장면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제일 인상깊게 남아 있는 장면이 되었다.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

 

 

 

 

최근에 본 영화.

이중 한편을 고르라면 Brad's 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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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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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인가 보다 작가 소개에 먼저 눈길이 간 책이었다.

델리아 오언스. 평생 동물행동학을 연구해온 학자였던 그녀가 2018년, 70대에 이르러 첫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아마존, 뉴욕타임스 등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30주 이상 머무르며 인기 몰이를 하더니 2019년 3월엔 밀리언 셀러에 등극하였고 현재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망라하면 250만부를 넘어섰다고 한다.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영화배우 리즈 위더스푼의 격찬이 인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직접 읽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평소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 이 소설을 번역한 김선형 번역가가 초대되어 이 책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듣던 날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놓기 힘들게 가독성이 있다는 것 (잔잔하고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문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문장 표현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것, 시가 많이 인용되어 번역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는 것, 그러면서 대중의 마음에 꽂히게 하는 그 무엇, 독자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도움이 될만한, 베스트셀러들이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는 그 요소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전 정보를 가지고서 구입하여 읽고난 소감은, 이런 정보들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195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안 습지 마을. 엄마, 아빠, 언니 둘, 오빠 둘과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야의 이야기의 시작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무차별적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엄마, 언니, 오빠 차례로 집을 떠나고, 다만 너무 어려 떠나지 못해 남은 카야는 아버지 눈을 피해다니며 스스로 먹고 사는 법을 배우며 버틴다. 그런 아버지 마저 집을 떠나고 혼자 남게 되자 바닷가에서 홍합을 주워다 마을 상점에 갖다주고 먹을 거리를 얻어오고 습지와 조개, 새들을 친구 삼으며 혼자 사는데 길들여 간다. 말을 할 상대도 없고 말을 들어줄 상대도 없으니 점차 더 고립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고 학교는 하루 나가고 말았을 뿐이다. 행색마저 이상한 카야가 동네에서 가끔 눈에 띨라치면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마시걸이라고 조롱하며 이상하게 볼 뿐이다. 사람대신에 카야에게는 지는 해, 바람, 비, 구름, 물결치는 바다, 새들의 움직임, 소리, 개구리, 반딧불이, 풀숲. 이런 자연 그 자체가 전부였고 그녀의 세상이었다.

다른 생물들도 그러하듯이 사람도 이렇게 계속 혼자 외로움 속에 살 수는 없는 것이다. 혹시나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리며 고립 생활이 일상이 된 카야 앞에 어느 날 테이트라는 소년이 나타난다. 길을 잃어 도움을 주게 된 것이 시작이 되어 서로 새의 깃털을 교환하고 테이트가 카야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며 친해지게 되는데, 테이트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 관계는 단절되고 만다. 여기까지 읽으면 마치 이 소설은 외로운 한 소녀의 성장 소설, 러브 스토리인가보다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소설의 시작 부분은 엄연히 마을의 한 남자가 소방망루 아래 떨어진 채 시체로 발견되는 장면이었으니 범죄 소설, 미스터리 소설일 수도 있다. 이 죽음에 대한 해답은 소설의 맨 마지막에 이를때까지도 알 수 없게 쓰여 있으니 가독성이 있을 수 밖에.

 

제목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대한 유래는 책 속 몇 군데에서 언급되고 있다. 다음은 테이트와 카야의 대화에서 언급된 대목이다.

"저기 어디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 가서 꼭꼭 숨어야겠네. 누군지 몰라도 카야를 데리고 가서 키워야 하는 사람들 참 안됐다." 테이트가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무슨 말이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니? 엄마도 그런 말을 했었어."

엄마는 언제나 습지를 탐험해보라고 독려하며 말했다. "갈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그냥 저 숲속 같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140쪽)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곳, 즉 자연을 말하는 것이다. 이용되고 있는 자연이 아니라 그대로 존재하는 자연.

다 읽은 후 youtube에서 델리아 오언스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캐나다 국경에 가까운 아이다호 자연 속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녀는 제목에 대해 책 속에 언급한 것 처럼 실제로 그녀가 어릴때 엄마가 그녀를 숲속에 산책을 데리고 가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독려하기 위해 하던 말이라고 한다. "Listen to what those woods had to say." 너와 자연 밖엔 없는 그런 곳까지 스스로 멀리 가보면 가재가 노래하는 것을 들을 수 있을거라고.

첫 소설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그녀가 끄적거려온 종이들로 꽉 차 있는 커다란 상자를 인터뷰 도중 보여주는 그녀는 좋은 문장이나 표현이 떠오르면 자다가도 일어나 메모를 해놓았다고 한다.

 

그녀는 영리하다. 그녀의 어린 시절, 자연과 생물에 대한 사랑, 그것에 쏟아부어온 동물생태학자로서의 일생을 이 소설 속에 하나로 이렇게 잘 버무려 놓을 수 있다니.

외로움과 고립은 견뎌야 할 상태일지 몰라도 자연스런 상태는 아니다. 누구든 언젠가는 헤어나오고 싶어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며 상태이다. 이 소설 속에서 카야가 어떻게 그것을 헤쳐나오는지,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벗어나오는 과정과 방법이 궁금하지 않을지.

 

나는 살아있는 동안 가재가 노래하는 것을 들을 기회가 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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