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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Certainty (Paperback)
Wittgenstein, Ludwig / HarperCollins / 1972년 9월
평점 :
철학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사람인 나이지만 다른 어떤 철학자보다 비트겐슈타인에게 관심이 가게 된 것은 그의 유명한 문장들을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사물들의 집합이 아니라 사실들의 총체이다.", "철학의 목적은 언어에 의해 생긴 혼란을 푸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작정하고 읽어본 적이 없다가 우연히 이 책 On certainty>가 내 손에 들어왔다.
이것은 비트겐슈타인이 죽기 전 마지막 18달 동안 쓴 메모들을 사후에 엮어 1969년에 출간한 책으로서, 한쪽 페이지엔 독일어 원본, 바로 옆 페이지엔 영어 번역본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어 문장 자체는 해석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고 짧은 메모 형식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어 보여 겁도 없이 덤벼들게 되었다.
비트겐슈타인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영국의 분석 철학자 G. E. Moore의 "나는 여기 있는 것이 내 손이라는 것을 안다. " 라는 명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게 되면서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안다고 했을때 정말 우리가 그것을 아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의심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일까?
이 세상엔 증명이 필요 없이 받아들여지는 사실이 있고 이것은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지식 (knowledge)'과는 구별하여 '확실성 (certainty)' 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았다.
이 책 <On certainty>는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지식의 토대가 되는가를 탐구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이 메모 형식으로 되어 있고 각 메모마다 1번부터 676번까지 번호가 붙어 있다.
책을 다 보긴 했으니 리뷰라고 올리고 있긴 하지만 이런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공부하는 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냥 영어 문장 읽어서 페이지 넘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해를 위해 youtube에 올라와 있는 자료 영상들을 참고하기도 했고, chatGPT의 설명도 들어가며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 리뷰는 다른 책의 리뷰와 달리 책을 읽으면서 필기해놓은 노트를 다시 정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노트를 나도 노트한 셈이다.
노트란 것이 주로 개념 정리 위주가 되었는데, 여기에 나오는 단어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의미에 더해서 철학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 많아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였기 때문이다.
다음의 번호는 책 속에 표시된 번호이다.
51. proposition (명제): 참 또는 거짓이 될수 있는 내용.
문장 (sentence)이 언어적 표현이라면 명제 (proposition)는 그 표현이 전달하는 의미나 내용을 말한다. 비트겐슈타인은 명제를 가리켜 세계의 사실을 그림처럼 묘사하는 것으로 보았다 (picture of a fact)
language game (언어 게임): 말의 의미는 그 말이 사용되는 방식 속에서 결정된다.
단어자체에 고정된 의미가 있는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규칙에 따라 사용되는가가 의미를 만든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다양한 언어 사용 방식을 언어 게임이라고 불렀다.
과학의 언어, 종교의 언어, 일상의 언어를 모두 같은 규칙으로 해석하려하면 철학적 혼란이 생긴다.
"말의 의미는 그 사용 (use)에 있다."
92. simplicity (단순성) vs symmetry (대칭성)
simplicity (단순성): 설명의 경제성
-설명에 필요한 가정이 적다
-복잡한 현상을 적은 원리로 설명한다
symmetry (대칭성): 세계의 구조가 질서와 통일성을 가진다는 직관
-어떤 변환을 해도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
-형태나 법칙이 균형을 이룬다.
예) 원은 회전해도 모습이 같다.
물리 법칙은 보통 '오늘'이나 '내일'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 아름다운 이론은 단순하고 대칭적이다.
simplicity=적은 원리로 많은 것을 설명하는 것
symmetry=변화 속에서도 유지되는 질서와 불변성
96. Fluid proposition (유동적 명제)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의 믿음과 명제를 두 종류로 나누어 생각했다.
1) 흐르는 물 같은 명제들 (Fluid propositions, 유동적 명제)
2) 강바닥 같은 명제들 (River-bed propositions, 고정된 명제)
대부분의 명제는 물처럼 흐른다. 그러나 어떤 명제들은 우리의 사고 전체를 떠받치는 바닥 역할을 한다.
Fluid proposition은 고정된 진리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의미나 진위가 달라질 수 있는 명제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
예) 이 음식은 맛있다/ 그는 부자다/ 오늘은 춥다
Fluid proposition을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단순히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문장이라기 보다 증거에 의해 비교적 쉽게 수정되는 경험적 명제라는 뜻에 가깝다.
"왜 어떤 명제들은 증명도 하지 않으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가?"
-비트겐슈타인은 이것을 지식 (knowledge)이라기 보다 확실성 (certainty)의 문제로 보았다.
그래서 <On certainty>의 핵심 질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의심과 증명이 가능하려면 의심하지 않는 어떤 배경이 먼저 있어야 하니 않는가?" 라는 것이다.
110. presupposition: 전제 또는 암묵적 전제
어떤 문장이나 발언이 성립하기 위해 이미 참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내용
-proposition: 명제
-presupposition: 전제
-implication: 함축, 귀결
ground: 바탕, 배경 토대
논증으로 증명된 근거라기보다 실천과 삶의 배경
확실성의 토대/언어 게임의 바탕/ 의심이 멈추는 자리
이것에 대해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Giving grounds, however, justifying the evidence comes to an end.'
(근거를 대고 정당화를 하는 과정은 언젠가 끝에 이른다.) --> 204번 메모
116. stand fast
일상 영어에서는 '자리를 지키다, 물러서지 않다' 라는 뜻.
비트겐슈타인의 <On certainty> 에서는 '확고하게 유지하다,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다' 라는 뜻
Instead of " I know~" --> "It stands fast for me that~"
136. enumerate 나열하다
-list: 단순히 나열하다
-enumerate: 체계적으로 하나씩 열거하다
-itemize: 항목별로 자세히 적다.
189. At some point, one has to pass from explanation to mere description.
(어느 시점에 이르면 설명에서 단순한 기술로 넘어가야 한다.)
전통 철학은 흔히 "왜?"를 끊임없이 묻는다.
- 언어는 왜 의미를 갖는가? 우리는 왜 규칙을 따르는가? 이름은 왜 대상을 가리키는가?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질문들이 종종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고 보았다. 어떤 단계에 이르면 더 깊은 원인이나 본 질을 찾으려 하지 말고,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의 임무는 숨겨진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눈앞에 있는 언어 사용의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위의 말은 "언젠가는 '왜 그런가'를 묻는 일을 그만두고,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나 역시 철학은 끊임없이 "왜 그런가?"를 묻고, 숨겨진 메커니즘을 찾아가는 학문이라고 생각했었다.)
272. I know. = I am familiar with it as a certainty.
355. I know it's a chair. 의자의 이름과 기능을 알고 있을 때
I believe it's a chair. 의자라고 알고 있지만 의자가 맞는지 검증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400. fight windmills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유래. 실체없는 적과 싸우다, 헛된 농쟁을 벌이다, 본질이 아닌 것과 씨름하다
402. Empirical proposition (실험명제), logical proposition (논리명제), hinge proposition (힌지명제)
-실험 명제: 경험을 통해 참, 거짓을 확인할 수 있는 명제
-논리 명제: 경험과 무관하게 논리적 형식만으로 참이 결정되는 명제
-힌지 명제: 겉으로는 실험명제처럼 보이나, 의심, 검증 없이 사용하는 명제. 증거를 요구하기 보다 증거 사용의 배경이 되는 명제.
예) 지구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나는 두 손을 가지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명제들은 순수한 논리 명제도 아니고 평범한 실험 명제도 아닌, 힌지 명제로 보았다. <On certainty>의 핵심중 하나는 이 세번째 영역을 탐구하는 것.
424. surmise (충분한 증거 없이) 추측하다.
433. I know~ 라고 말할 때는 그것에 대한 의심이 전혀 없어야 한다.
450. A doubt that doubted everything would not be a doubt.
(모든 걸 다 의심하는 의심이라면 그건 의심이 아닐 것이다.)
452. doubt (의심) 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은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합리적인 의심과 비합리적인 의심 사이엔 확실한 경계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477. ostensive: 가리켜보임으로써 의미를 알려주는 것.
ostensive definition: 지시적 정의
예) 아이가 "사과가 뭐야?" 라고 물었을 때, 실제 사과를 가리키며 "이게 사과야." 라고 알려주는 것
484. I know ~ 를 쓰는 올바른 방법은 어떨게 아는지를 언급하는 것이다. (how I know~)
예) 1. I know he was at home yesterday; I spoke to him.
2. 시력이 안좋은 사람이 저기 보이는게 나무인지 물어봤을때. I know it is a tree; I can see it clearly and am familiar with it.
495. scold: 화를 내며 꾸짖다.
rebuke: 공식적. 강하게 질책하다.
admonish: 상대를 바로 잡기 위해 점잖지만 진지하게 타이르다.
534. pleonasm: 의미상 불필요한 중복 표현. 군더더기 표현
625. A doubt without an end is not even a doubt.
(끝이 나지않는 의심은 의심이라고 조차 할 수 없다.)
의심이란 원래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끝날 수 있어야 한다.
의심하려면 무엇이 의심을 해소해줄것인지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의심이 아니라 단순한 끝없는 회의나 말장난이 된다.
훨씬 더 많은 메모를 하며 읽었으나 그중 간추려서 올려보았다.
비트겐슈타인은 188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매우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고 처음엔 철학이 아닌 공학을 공부하였다.
공학을 공부하던 중 수학의 기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철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케임브리지에서 버트란드 러셀을 찾아가 철학을 공부하였고 러셀로부터 천재라고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하기도 했고 잠시 철학을 떠나있는 동안 초등학교 교사, 정원사 보조, 수도원 생활 등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다시 케임브리지로 돌아와 철학으로 복위하여 언어의 의미에 대해 연구하였고, 언어 게임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철학은 이론 구축이 아니라 언어의 혼란을 해소하는 작업으로 보았다.
1951년 케임브리지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얼마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세상의 존재를 알게 된 느낌이다.
두껍지 않은 책이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원서라고 해도 해석 자체는 어렵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의 번역본이 나와있는지 조차 찾아보지 않았다. 번역본이라고 해서 더 쉬울 것 같지 않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