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oming Tide (밀물)을 읽고난 메모



주요 등장 인물 두 사람 Kevin Coulson과 Olive Kitterridge이다.

둘의 관계는 옛 스승과 제자. Kevin은 7학년때 Olive에게서 수학을 배웠다.

이후 고향을 떠나 시카고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정신과 의사로 수련을 받고 있다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살한 장소로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메인 주의 크로스비 마을 해변가에 차를 세운다.

Hope was a cancer inside him. He didn't want it; He could not bear these shoots of tender green hope springing up within any longer. 

희망에 대한 케빈의 생각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그의 마음 속에서 희망은 암과 같았다. 그는 희망을 원하지 않았다. 여리고 푸른 희망의 싹이 다시 맘 속에 솟아나오는 걸 더 이상 견딜수 없었다.)

차를 세우고 생각에 빠져있던 중 우연히 올리브 키터리지가 과거 그녀의 학생이었던 그를 발견하고 말을 걸면서 그의 차석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된다.

케빈과 올리브는 공통된 가족사를 가지고 있었다. 케빈의 어머니가 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듯이 올리브의 아버지 역시 올리브가 어릴때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는 것을 케빈은 이날 처음 알게 된다. 올리브의 아들은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도. 해변에 차를 세운 채 그런 얘기, 살아온 얘기를 뜨문뜨문 주고 받다가 헤어지려는 찰나 올리브는 케빈의 어린 시절 친구이면서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여자 Patty Howe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난 것을 목격하고 급박하게 케빈의 도움을 요청한다.

케빈은 주저없이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패티를 구하려고 하는데, 패티가 살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 속에 예상하지 못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마지막 두 페이지에 걸쳐 물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 쓰는 패티와 그녀를 구해내려는 케빈의 필사적인 노력의 장면이 아주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패티가 스스로 물 속에  뛰어들었는지, 정말 사고였는지는 잘 모르겠고 (패티는 몇번의 유산을 경험하며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던 중이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패티를 보며 케빈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케빈은 그녀의 팔을 움켜 쥔 손에 힘을 더하며 그녀를 그대로 죽게 두지 않겠다는 것을 패티가 알게 하고 싶었다.

He strengthened his grip on her arm to let her know: He would not let her go.

케빈 자신도 목숨을 스스로 포기하려고 마음 먹기 까지, 절망과 낙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기를 누군가 이해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는 대목이다. 읽으면서 나 자신이 그런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 보았다가, 반대로, 이해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어보기도 했다. 


이 장 역시 마지막에 긴 여운과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구나.

마지막문장에도 케빈의 생각의 전환이 직접적으로 묘사된것은 아니다. 대신 작가는 케빈을 대신해서 이렇게 마무리한다.

Oh, insane, ludicrous, unknowable world! Look how she wanted to live, look how she wanted to hold on.

(아, 미쳐있고, 말도 안되고, 알수 없는 세상이구나. 봐, 그녀가 얼마나 살고 싶어했는지. 그녀가 얼마나 버텨내고 싶어했는지.)


제목 incoming tide, 즉 밀물이란, 삶 속에서 밀려드는 비극, 고난, 어려움, 절망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것일까.

어려서 어머니의 자살을 경험하고,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를 대해야 하는 방법에 회의를 품은 케빈은 삶을 계속해나갈 마음을 저버리고, 역시 어려서 아버지가 권총 자살을 하는 경험을 한 올리브는 현재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옆에서 보고 있어야 하는 아픔이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뱃속의 아이를 잃고 있는 패티의 슬픔. 

슬픔은 개인적이지만 삶은 개인의 비극을 배려하지 않고 계속된다.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방식은 아니지만 거짓위로보다 정직한 위로, 현실적인 위로를 무심한듯 건네주는 올리브의 방식도 눈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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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2-08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에피스도 정말 좋아했어요! 이 단편집의 모든 단편을 좋아하지만, 이 단편, 마지막에 물속으로 빠져서 구하려고 하는 그 장면, 자기 손을 놓지 말라고 하는 장면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인 님의 페이퍼를 통해 다시 만나니, 아, 역시 올리브는 좋구나 싶어요.

슬픔은 개인적이지만 삶은 개인의 비극을 배려하지 않고 계속된다.

밑줄 긋고 갑니다, 나인 님. 저도 얼른 읽고싶네요.

hnine 2026-02-09 09:36   좋아요 0 | URL
incoming tide 밀려오는 바닷물을 우리 힘으로 어찌 막을까요. 하지만 언젠가 그 바닷물이 다시 빠져나갈때가 있다는 걸 알고 버티는 것 뿐이지요. 자기의 어려움과 절망으로 비슷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알아버거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만으로도 케빈은 패티 이상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어요.
덕분에 다시 읽게 되어 저도 좋습니다. 좋은 책은 다시 읽을 때 더 좋아지는 그런 책인것 같아요.
 

























Pharmacy (약국) 에 대한 메모



헨리 키터리지가 약국 점원 드니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묘사한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He pictured everything through Denise's eyes, and thought the beauty must be an assault.

(그는 모든 것을 드니즈의 눈을 통해 그려보았고 그 아름다움은 분명 하나의 공격일거라고 생각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드니즈가 넋이 나간듯 마음을 못추스리고 있자 헨리 키터리지는 드니즈 마음에 위로가 될까 해서 약국에 아기고양이를 데려온다. 드니즈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매우 좋아한다.

He felt immensely pleased.

(그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몹시 기뻤다.)

좋아하는 드니즈를 보고 흡족해하는 헨리 키터리지. 


이런 감정은 뭘까. 사랑과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은 이런 감정. 더 따뜻하고 잘 안 변할 것 같고 사랑보다 더 안심이 되는 이런 감정.


5쪽에서 29쪽에 걸친 Pharmacy 전체 중 가장 난해하면서도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되어 여러번 읽어야 했던 곳은 맨 마지막 문단이었다.

How could he ever tell her - he could not - that all these years of feeling guilty about Denise have carried with them the kernel of still having her?

(그가 오랫동안 느껴온 드니즈에 대한 죄책감은 사실은 아직도 그녀를 자기 안에 붙잡고 있다는 증거의 씨앗이다. 이걸 그녀에게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He cannot even bear this thought, and in a moment it will be gone, dissmissed as not true. 

(헨리 키터리지는 이런 생각을 품고 있을 수 없었고 곧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해버렸다.)

For who could bear to think of himself this way, as a man deflated by the good fortune of others? No, such a thing is ludicrous.

(세상에 누가 헨리 키터리지가 이런 인간이라고 생각이나 하겠느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되는 것을 보고 위축되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헨리 키터리지의 성격, 그리고 더 나아가 그가 사는 방식을 제대로 잘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죄책감의 형태로 여전히 사랑이란 감정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면 자아가 무너진다는 생각에 스스로 그걸 부정하고자 한다. 헨리는 스스로 the man deflated by the good fortune of others 가 되고 싶지 않고, 되면 안되는 것이었다. 

 

상당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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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08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원서를 읽으시다니 참 대단하시네요.그런데 쓰신글을 보면 일종의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이 드는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hnine 2026-02-08 17:03   좋아요 0 | URL
이 책을 같이 읽으실 분들이 알라딘 서재에 있으시기에 시작할 수 있었지, 자발적으로 원서를 찾아 읽는 타입은 아니랍니다 ^^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라기 보다,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50대 여성과 그의 남편, 그리고 주위 인물들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라고 보여요. 삶의 대부분은 견디는 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메시지랄까요. 퓰리처 상 수상작이랍니다.

다락방 2026-02-0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번역본으로 읽었을 때 헨리와 드니즈가 나눈 그 감정을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아마도 아이스크림 에피소드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둘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던가 하는 장면이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 같아서, 올리브 키터리지를 원서로 읽는 것은 큰 기쁨일거라고 나름 짐작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오늘 나인 님의 이 페이퍼를 보니,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아요. 특히 오늘 인용하신 문장들은, 번역본 없으면 저 스스로는 해석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hnine 2026-02-08 17:00   좋아요 0 | URL
드니즈와 헨리 사이에 공통점이 많지요. 헨리와 올리브 사이에 공통점이 별로 없는 것과 대조적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부부로서 더 어울리는 것은 (연인이 아니라 부부) 헨리와 올리브의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이 책을 번역본으로 읽을 당시만 해도 그런 생각을 별로 못했는데 그동안 나이가 좀 더 들면서 생각이 바뀌어가나봐요.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관계요.
다락방님, 저는 처음 부터 어려울거라 각오하고 시작했어요. 잘 모르는 곳은 인터넷도 뒤지고 chatGTP 도움도 받아가면서 떠듬떠듬 읽어요. 그리고 올리브 키터리지는 youtube에도 참고 영상이 많이 올라와있어서 그것도 참고를 많이 하고요. 원서로 읽으니 속도는 느려도 훨씬 더 꼼꼼하게 읽게 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제가 이 책 번역본을 2019년엔가 분명히 읽고 다른 사람에게도 많이 권했는데, 세상에, 지금 그 내용이 거의 생각이 안나는거있지요. 처음 읽는 것처럼 읽고 있어요 ㅠㅠ
 


























첫 번째 episode Pharmacy (약국) , '올리브 (Olive)'가 '드니즈 (Denise)'를 표현한 말들


1. She is the plainest child I have ever seen.

(그 애는 내가 지금까지 본 애들 중에 가장 못생겼어.)


2. simpleton

(바보, 모자란 사람)


3. plain Jane

(아주 평범하고 매력없는 여자)


4. mousy. Looks just like a mouse.

칙칙해. 그야말로 한마리 새앙쥐 같아 (왜소하고 위축된 인상이라는 말)




Olive 가 Denise를 싫어했다기 보다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Olive 의 성격을 드러내는 말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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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2-0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시작하셨군요! 저는 한국 가서 시작할 것 같아요. 화이팅 입니다!!

hnine 2026-02-08 16:50   좋아요 0 | URL
한국 오시는군요! 일단 호주에서 좋은 시간 만드시는데 집중하셔야죠. 부럽습니다~
 
세상의 끝
폴 서루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콘월 지방의 남서쪽 끝에 이르면 lands ends 라는 마을이 나온다. 우리나라 해남에도 땅끝마을이라고 하는 곳이 있듯이.

세상의 끝이라는 이 책의 원제목은 World’s end and other stories 이다. World’s end 는 런던의 첼시 지역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고 이 책에 실린 한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보니, 보다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익숙한 곳을 떠나 나만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은, 세상의 끝에 서 있는 느낌이 아니고 무엇일까.

 

폴 서루(Paul Theroux)1941년 미국 매사추세츠 생으로, 대학 졸업 후인 1960년대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서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다니며 영어를 가르치고 글을 쓰기 시작하여 1970년대부터는 영국에서 17년 동안 거주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한 베테랑 여행 작가이다. 이 책 "World's End and Other Stories" (번역본 제목 세상의 끝’)1980년에 출간된 폴 서루의 단편 소설집이다.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내용의 특징은 런던, 파리, 아프리카, 푸에르토리코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이국 환경에 적응하거나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세상의 끝: 미국에서 영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 온 회사원 로바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여 아이를 스파이로 삼으려 한다. 외국에 매료되어 런던으로 이주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로바지는 긴장의 연속인 생활 속에서 가족을 갈구하고 있었다.

좀비들: 여성 작가 진 리스를 모델로 했다는 작품이다. 한때 잠시 명성이 있었으나 이제는 고립되어 살아가는 노인 작가 브리스토 양은 뒤늦게 옛 명성을 되찾을 작품을 만들지만 흑인 비하 내용 때문에 출판이 어렵다는 출판사의 판단을 출판사 여직원으로부터 전해 듣는다. 흐려진 정신력과 몽롱한 취기로 자기주장을 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주위에서 온통 좀비들의 환영을 본다.

임피리얼 얼음 상점: 출간되지 못한 진 리스의 단편을 폴 서루가 상상으로 구성한 연작이다. 얼음을 운반하는 백인 농장주와 세 명의 흑인 고용인의 단순한 여정 하나로 작가는 인간의 이해관계와 집단 심리, 행동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야드 세일: 나이 든 사람일수록 예전의 장소, 문화, 삶에 대한 애착이 늘어가는 반면 젊을수록 새로운 삶에 적응력이 뛰어나다. 서사모아에서 온 조카 청년을 한 집에 데리고 있게 된 이모는 서사모아에서의 생활이 미개하고 불편했을 거라는 예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다. 서사모아라는 곳은 미개한 곳이 아니라 자연에 더 가까운 곳. 인간의 본성에 더 순응하는 삶을 사는 곳이 이질적일 리 없다.

(이 작품을 읽고서 폴 서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쓰기 스타일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편)

방정식: 자신의 신분을 적당히 포장하여 자기가 원하는 그룹과 친분 쌓기에 성공하는 방법을 알게 된 마이클은 그렇게 함으로써 겉보기엔 권력층이지만 내면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오히려 자기는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결말에서 공허함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오 헨리의 작품과 닮았다고 느꼈다.

영어의 모험: 영어를 익히기 위해 영국에 온 두 네덜란드 중년 여성이 영어로 나누는 대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중 한 명 헨리엇은 남편도 함께 왔지만 남편의 행각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영국에 온 것이 꼭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가 아니라며 그 이상의 다른 목적이 있고 그것을 모험이라고 부른다.

종전 후: 프랑스인 가정에 잠시 머물게 된 영국 소녀 델리아는 강압적이고 독재적인 이 가정의 아버지에게 놀라게 된다. 식사, 나들이, 교회 등 모든 것을 아버지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이유에 대해 이 집 아버지는 전쟁 때를 언급하며 그 시절이 얼마나 잔인하고 강압적이었는지 설파한다. 전쟁에서 겪은 끔찍한 경험을 전쟁 후 가족들에게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곧 행동: ‘당신의 말이 문제라면서 아내로부터 이혼을 통보받은 대학교수 남자는 프랑스로 혼자 여행을 온다.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웨이트리스 여자를 보고 그녀와 함께 떠나겠다는 즉흥적인 결심을 하고 제안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함께 달아나기를 원하는 웨이트리스 여자를 차에 태우고 떠난 남자는 이내 이 여자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하얀 거짓말: 역시 이국적인 배경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미국에서 아프리카로 와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남학생. 기생 곤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와 여자들과 데이트를 일삼으며 돈 많고 멋진 여자를 낚는 것에만 흥미가 있는 제리이다. 여자들을 꾀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던 제리 피부에 어느 날 감염으로 보이는 유충이 번식하게 되고, 나는 처음 발견된 이 유충을 연구의 소재로 삼기로 하면서 거짓말을 일삼던 제리에게 은근히 쾌감을 느낀다.

클래펌 정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런던의 에터릭 부인 집에 에터릭 부인, 콕스, 러지 세 사람이 모여 자기들의 외국 경험에 대해 담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에터릭 부인은 서른 넘은 지적 장애 딸을 데리고 살고 있는데 남편은 태국에서 중국 아가씨와 바람이 나서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다. 러지는 자기 딸을 외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던 중국 촌장 이야기를 하고, 콕스는 말레이시아에서 약탈꾼을 총살한 이야기를 한다. 다음날 에터릭 부인은 딸을 요양원에 데려다 놓기 위해 클래펌 정션 (지명)으로 가서 기차표를 구입한다.

잡역부: 이류 시인의 편지를 적당히 편집하여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된 주인공은 학술적 업적을 위해 런던으로 가서 유명한 시인의 필사본을 손에 얻고자 그 집에서 일하는 잡역부와 밀거래를 한다. 그러고 있는 자신이 사실 비루한 잡역부나 다름없음을 깨닫는다.

여인의 초상화: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 남자가 불법 자금 전달책으로 파리에 간다. 전달하는 상대의 의뭉스러운 태도로 8일이나 파리에 머물면서 무위에 지친 그는 아내가 있음에도 남자 친구까지 있는 처음 보는 여자와 성관계하며 개방적인 유럽의 성문화를 경험하고 자기혐오에 빠진다.

자원연설가: 독일의 변경 지역에 근무하게 된 미국 외교관 부부의 비도덕적이고 비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그렸다.

가장 푸른 섬: 여기 실린 단편들중 가장 긴 분량의 작품이며 폴 서루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젊은 대학생 커플 사이에 아이가 생겼고 각자의 부모들에게도 그 사실을 숨긴 채 몰래 출산하기 위해 푸에르토리코라는 곳으로 오긴 했으나 마땅히 직업도 없고, 덥고 더러운 환경에서 아이를 낳을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여자는 미국으로 돌아가 아이를 낳겠다고 하고, 남자는 의무와 책임의 모든 구속을 떨치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에 처하게 되면 사람은 그 긴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나태한 삶의 방식 속으로 내맡긴다. 이것은 때로 일탈의 형식으로 표출되는데, 익명의 장소가 주는 자유는 둘째 치고 긴장과 불안을 혼자 어쩌지 못하는, 일종의 나약한 인간의 모습에서 악수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외국은 여행지나 휴양지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선택이었고 새로운 삶을 뿌리내려야 한다는 현실은 곧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상황으로 그려진다. 고독이고 두려움이고 불안이다. 고립된 환경에서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비판적 관찰자 폴 서루의 특유의 묘사력으로 탄생시킨 작품들이다.

 

떠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이제 그는 그 방법을 알았다. 소리 하나 없이 떠나 계속 걷기만 하면 된다. 울창한 호텔 정원 너머에서 빛이 보였다. 그러나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나무들을 기이하게 비추며 초록 이파리를 시커멓게 만든 것은 나무들 너머에서 떠오른 달이었다.

그는 집까지 몇 마일을 걸어가겠다고 마음먹었다. 도시의 옛구역으로 바닷가 도로를 따라 걸을 때 달이 솟아올라 그 빛으로 야자수를 적시는 것 같았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왔고 파도는 분실된 은괴 화물처럼 굴러와 해안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가장 푸른 섬의 마지막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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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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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엘리 그리피스의 본명은 도메니카 데 로사. 1963년 영국 런던 태생으로, 범죄 소설을 발표하면서 엘리 그리피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낯선 자의 일기>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이 책 역시 범죄 소설이고, 범죄 소설이라고는 하나 그리 무겁고 잔인하지 않으면서 긴장과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주인공은 90세 노인 페기 스미스. 하지만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바로 이 노인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페기 스미스는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90세 노인이긴 하지만 단순히 요양원에서 늙어가는 노인이 아니라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범죄 소설을 열심히 읽는 취미가 있다. 특히 살인 플롯을 구상하여 기성 추리소설가들에게 살인 플롯을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의 책 앞 감사의 글에 자주 이름이 언급되기도 하는 그런 노인이었는데, 노령이라는 것을 제외하곤 특별히 건강에 위험한 징후도 없던 그녀가 어느 날 자기 방 의자에 앉아 죽은 채 발견된다. 이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페기 스미스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것은 그녀를 돌보던 간병인 나탈카이다. 죽음의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협심증에 의한 자연사이긴 하지만 사후에 그녀의 방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 단서들을 보고 나탈카는 단순 자연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페기 스미스와 친분이 있던 몇몇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요청하며 나탈카는 페기 스미스의 죽음을 파고들고자 한다. 이후 페기 스미스의 도움을 받아 살인 플롯을 작품 속에 담았던 다른 작가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페기 스미스의 죽음과 연관성이 있음이 드러나자, 과거 페기 스미스의 행적을 따라가 보는 수사가 진행된다.

살인 플롯을 작가들에게 제공해 왔다는 노인 페기 스미스란 인물도 흥미롭지만, 이 사건을 헤쳐 나가는 인물도 흥미롭다. 사건 담당 경찰은 <낯선 자의 일기>에서 담당 형사로 등장했던 하빈더 형사가 여기서도 등장한다. 그녀 혼자 임무를 수행하는 대신 여기서는 아마추어 3총사가 활약하는데, 이들의 이력과 성격도 특이하다. 나탈카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민자로서 죽은 페기 스미스의 간병인이었고, 페기 스미스의 요양원 이웃이자 평생 홀로 살아온 노인 에드윈, 수도사로 살아오다가 나와서 카페를 운영하는 베네딕트. 나이, , 정체성 모두 따로따로인 이 세 사람과 형사 하빈더의 경험과 장점이 어우러져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 숨겨져 있던 페기 스미스의 과거 이력이 밝혀져 가며 사건에 실마리가 풀려가는 재미가 이 소설의 매력이다. 범죄 소설이라고만 보기엔 아기자기하고 유쾌하다.

전문 작가도 아닌 한 노인에게서 기성 작가들이 살인 실행의 아이디어를 도움받는다는 설정, 그 노인의 죽음에 이 일이 관련된다는 점이 이 소설을 색다르게 만들었다.

원제는 The Postscript Murders. 그대로 직역하면 추신 살인들’, 또는 추신으로 이어지는 살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편지나 글의 마지막에 덧붙여진 말 (추신)이 살인을 불러온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노인이 죽은 방에서 메모가 적힌 쪽지가 발견되기도 하였고, 노인이 살인 플롯을 제공한 작가들의 책에는 노인의 이름이 언급되며 감사의 뜻이 적히기도 했다. postscript를 어떤 기록의 이후라고 해석한다면 제목 postscript murders어떤 기록이나 출판물이 나온 후 일어난 죽음이라고, 확장된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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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hnine 2026-01-13 20:53   좋아요 0 | URL
재밌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 13권짜리, 5권 짜리, 동일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소설 시리즈가 있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그것도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