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겨울로 가는 길목.

아름다운 단풍도 있지만 쓸쓸한 낙엽도 있는 달


11월은 밝은 분위기보다는 이렇게 쓸쓸하고 음산한 달로 떠올려질때가 많았는데

차이코프스키의 The seasons 의 열두달중 11월은 우리의 그런 선입견을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비발디The 4 seasons (4계)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악장으로 되어 있는 반면 차이코프스키The seasons 는 1월부터 12월까지 12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맨 처음 듣고 좋아하게 된 것은 6월이었다.

7월, 11월, 12월 등, 다른 곡을 듣기 전이라서 그랬다. 

11월에는 Troika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러시아식 세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뜻한다. 차이코프스키의 11월이 조용하고 가라앉은 느낌이 아니라 마치 말이 달리듯 경쾌한 리듬을 타고 있는 이유기 여기에 있다.  


이제 11월 하면 이 곡을 듣지 않고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이 동영상에서 연주가 끝날 때 연주자의 손 위치와 모양을 봐주셨으면.)


이런 느낌의 11월, 괜찮지 않은가요?



덧붙이자면, 12월 부제는 '크리스마스'. 11월만큼이나 경쾌하고 낭만적인 곡이니, 이것도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듣는김에 7월도 들어주시면 더 좋을거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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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1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피아노 음악이 넘 좋네요.러시아 음악과 트로이카 마차를 보니 갑자기 전쟁과평화인지 안나 카레리나인지 러시아 영화가 떠오르네요.설원에 트로이카마차가 장장 몇십분씩 달리는 장면만 나오는데 졸려서죽는줄 알았어요.

hnine 2025-11-19 17:34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저도 전쟁과평화, 안나 카레리나 두개 다 영화로 봤는데, 전쟁과 평화는 중학교때 봐서 거의 생각이 안나구요, 안나 카레리나는 그보다는 나중에 봤는데 그것도 20대때니까 30년전 ㅠㅠ
트로이카마차 장면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두개 다 러시아 작품이니 가능성 있네요.
음악 좋지요?
 



























'당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이라는 문구는 물론 출판사 측에서 붙인 것이겠지만 과장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법률 조항 순서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사례별로 되어 있어 덜 딱딱하고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사실은 이 책을 구입하기 훨씬 전에 법률 상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자각에 의해 혼자 민법 읽기를 했던 적이 있다.






따로 책을 구입한 것은 아니고,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 (www.law.go.kr) 에 들어가서 민법편을 깡그리 출력, 제본하고 표지까지 만들어 나만의 민법 책을 만들었다.











민법을 설명해주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설명을 받아 적고 밑줄 치며 한동안 열심히 했는데, 총칙과 물권 편까지 하고는 계속하질 못했다. 끈기 부족, 능력 부족에다가, 해설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되기도 했고,

(민법은 총칙, 물권, 채권, 친족, 상속 이렇게 다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일반인을 위한 법률 책으로 위의 책을 권해주시는 것을 듣고는 다시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법률 조항에는 정의에 대한 명시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물건의 정의: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

(여기서 유체물이란 형체를 갖고 있는 것을 말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란 중력, 공기 등과 같이 관리할 수 없는 자연력은 제외한다는 뜻.)

일반인으로서 괄호안의 설명 없이 민법 조항만 그대로 읽어서는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생활법률 상식사전에는 민법, 형법 할 것 없이 실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법률에 대한 해설서라서 읽기가 훨씬 쉽다.

중단했던 법률 상식 공부를 다시 이어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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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15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의 민법책을 만드셨다니 넘 멋지시네요^^

hnine 2025-11-15 08:44   좋아요 0 | URL
책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그 책을 잘 활용하는 것이 어렵지요. ^^

2025-11-18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5-11-18 18:09   좋아요 1 | URL
예, 맞아요. 제가 위에도 써놓았어요. 문형배 전헌법재판관님이 추천하신 책이라고요.
사례별로 되어 있어서 법조문을 그냥 읽는 것보다 훨씬 현실감있고 이해가 빠르게 되어 있어요,
저도 추천드립니다.
 



https://bbc.com/news/articles/cn8xdypnz32o


James Watson의 부고 소식이다.



지금은 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것을 많이들 알고 있는 것은 물론미고, 대중적인 노래 제목이 되기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1944년 Avery와 동료들이 폐렴균으로 감염시킨 쥐 실험을 통해 생명의 본질이 Deoxyribonucleic acid (DNA)에 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험 결과를 근거로 한 증거를 가지고 말하는 것임에도 사람들이 믿으려고 하지 않을 만큼 DNA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과 다르게 이름도 길고 생소하기만 한 화학물질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둥글다는 것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증명해보여도 잘 믿지 않던 사람들이 달에서 찍은 둥근 지구의 사진을 보고 의심을 끝냈듯이 DNA가 과연 생명의 본질을 결정하는 물질일까 하는 의문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1953년 James Watson과 Francis Crick, Maurice Wilkins 가 DNA의 구조를 밝혀내어 사람들의 눈 앞에 그 모형을 제시함으로써, "자, DNA가 이렇게 생겼어. 이렇게 합성되고 이렇게 복제되어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이지." 라고 설명할 수 있고서 부터이다. 이것으로 세사람은 1962년에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중 한사람 James Watson이 97세의 나이로 어제 세상을 떠났다.


DNA 구조가 규명된 이후 생명과학 분야는 그 이전과 이후를 구분할수 있을 정도로 일대 전환이 일어났지만 그 중요한 공을 세운 James Watson의 일생은 명예로만 이어지지 않았다.

겨우 15살때 시카고 대학의 장학금을 받을만큼 수재였던 Watson이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종 차별적, 성차별적 발언으로 그는 명예로운 직위를 박탈당하기도 했고 나중엔 과학계로부터 따돌림당했다는 이유로 스스로 노벨상으로 받은 금메달을 옥션에 팔려고 내어놓기도 했다.







Copilot보고 DNA 구조를 그려달랬더니 위와 같이 그려왔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major groove, minor groove 정도는 구분해서 그려줘야지.'

라고 다시 부탁했더니 아래와 같이 다시 그려주었다.








그래, 좀 낫다.

기초적인 생명과학 상식은 열 설명이 필요없다. 그림을 그려보면 안다. 얼만큼 알고 있는지.






















James Watson의 자서전인데, 할아버지 세대 부터 부모 세대의 이야기, 초등학교 다닐 때 성적표, 중학교때 어떤 과목을 들었고 성적이 어떠했는지 까지, 아주 어릴 때 일까지도 구체적인 것 까지 다 적어놓은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나중에 김명남 번역으로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판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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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10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왓슨이 사망하셨네요.그의 DNA연구는 대단했지만 평생을 바쳐서 유전자를 연구한 왓슨은 우생학 옹호론자, 인종차별주의자로 유명했는는데 흑인들이 백인과 동일한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전제하에 이뤄지고 있는 서구 국가들의 아프리카 관련 정책들은 잘못됐다./백인과 흑인이 동등한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흑인 직원을 다뤄본 사람들은 다 안다./인종 간 지능의 우열을 가리는 유전자가 앞으로 10년 안에 발견될 수 있을 것 같은 망언을 해서 결국 과학계에서 영구 퇴출되는 불명예를 안았고 만년에 생활고로 시달려 노벨상까지 팔았다고 하네요.

hnine 2025-11-10 16:56   좋아요 0 | URL
네, 제가 맨위에 링크 걸어놓은 기사에 들어있는 내용이어요.
인종 차별적 내용뿐 아니라 여성 비하 발언도 한적 있어요 그것도 동료였던 여성 과학자를 향해서요.
노벨상 메달을 옥셔에 내놓았지만 러시아 부호가 바로 사들여 왓슨에게 돌려주었대요.
 
독일어 시간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
지그프리트 렌츠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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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를 모델로 한 소설 하면 서머싯 모옴의 <달과 6펜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검색해보니 그 외에도 몇 작품이 있지만 내가 읽은 것은 <달과 6펜스>가 유일하고 이제 한권 추가되었다.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를 모델로 한 바로 이 소설 <독일어 시간>이다.
그걸 알고 집어든 책이고, 내용이 난해하거나, 지루하지도 않은데 왜 그리 읽는데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결국 끝냈다.
1, 2권으로 되어 있는데 알라딘에서 리뷰 올릴땐 리뷰 한편당 두 권 선택이 안되니 1권만 읽은 것 처럼 올라가지만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
화자가 되는 것은 '지기'라는 이름의 아이. 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저자와 이름이 같다.
소년 감화원의 독일어 작문 시간에 백지로 제출한 벌로 혼자 독방에 감금되어 있어야 하는 소년 '지기 예프젠'. 그가 작문 노트를 백지로 제출한 이유는 '의무의 기쁨'이라는 제목에 합당한 추억들을 불러들이느라 시간이 가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년 '지기'가 떠올린 추억은 어떤 추억일까? 그 추억이 결국 이 소설의 내용 전체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아버지기 맡은 임무는 외딴 집에 고립되어 있는 화가 난센의 거동을 살피는 일이었다. 지기는 이웃 화가 난센의 작업에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동시에 자기의 의무를 다하는데만 열의를 보이는 아버지를 지켜본다. 여기서 화가는 짐작하다시피 소설의 모델이 된 에밀 놀데이다. 아버지라는 인물이 맹목적인 복종심으로 관철된 의무감으로 사는 사람을 나타낸다면 화가 난센은 역시 독일인이지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체제에 반항할 줄 아는 자를 나타낸다. 서로 대립되는 입장이지만 둘 다 당시 독일인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소년 지기는 둘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목격하는 자이다.
화가는 그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소년에게 그림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림을 보는 법을 가르친다.


본다는 것은 뚫고 들어가 증대시키는 거야. 또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지. 너다워지기 위해서는 항시, 사물을 바라볼 때마다, 너 자신을 찾아내야 해. 발견되는 것은 사실화되는 거야. 
사물을 바라본다는 것은 너 자신도 동시에 바라보는 거야. 네 시선이 다시 네게로 되돌아오는거지. (131쪽)

11살 소년이 알아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느꼈을 것이다.
창작 금지의 감시라는 아버지의 의무에 대해 소년 지기는 화가의 그림이 압수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화가의 그림을 몰래 빼돌려 자기만 아는 장소에 보관하게 되는데, 이것이 나중엔 화가의 그림을 훔친 것으로 되어 소년원에 송치되고, 그의 의도를 분석하기 위해 소년원 원장과 심리학자로부터 심문을 받게 된다. 
네가 왜 여기 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지기는 대답한다.


'그림들을, 제 아버지가 찾아다니는 그림들을 안전한 곳에 옮겨놓은 것 때문이지요. 그것뿐입니다.'


환각적 방어반응이니, 전향적 공격성이니, 생소한 용어로 그의 행위를 설명하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심판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이곳에 보낸 겁니다. 소년들을 말예요. 옳지 않은 양심들을 배에 실어 이곳에 날라놓는 것입니다. 그래야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밥을 먹고 밤에는 그로그주를 홀짝거릴 수 있겠지요.'


소년 지기를 통해서 작가는 독일인의 마지막 양심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독일인에게도 그런 양심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1926년에 독일에서 태어나 17세때 해군으로 징집되어 참전, 탈영하였다가 연합군의 포로가 되기도 했던 작가는 후에 대학에서 영문학, 철학을 공부하고 기자 생활을 거쳐 창작 활동에 전념한다. 42세때 발표한 <독일어 시간>은 출간되자 마자 독일에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발판이 되어 1999년엔 괴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4년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그프리트 렌츠의 <독일어 시간>은 소년의 눈을 통해 나치 시대를 본다는 점에서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과도 비교되는데 양철북의 경우 좀더 풍자, 환상적이라면 지그프리트 렌츠의 독일어 시간은 인간의 도덕적 양심을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다. 실제로 지그프리트 렌츠와 귄터 그라스 둘다 문학 그룹 47의 멤버로서 전후 독일의 도덕 재건과 문학적 현실참여를 목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어느 해설을 봐도 흠잡을데 없이 완벽해보이는 이 작품을 읽는 속도가 기대만큼 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앞뒤로 너무 완벽하게 짜맞춘 듯하다는 감을 일찌감치 잡아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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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09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과 6펜스를 읽었는데 이 책도 재밌을 것 같네요.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그림을 보는 법을 설명하는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좋은 정보를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hnine 2025-11-09 14:36   좋아요 1 | URL
저는 <달과 6펜스>가 더 재미있었어요. 이 책도 문장력도 훌륭하고 인물로 대변되는 상징도 뚜렷하고, 작가의 취지도 분명한데, 그게 거의 예외없이 끝까지 완벽하게,너무나 드러나게 분명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매력이 좀 떨어졌다고 해야할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달과 6펜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한번 읽어보셔요.
 
오 헨리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0
오 헨리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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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가 본명이 아니라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오 헨리가 필명이 되었을까 이유가궁금해졌다. (난 책을 읽으면 작품 그 이상으로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 편이다. 작품을 읽는 건지, 작가를 읽는 건지 모를 정도)

오 헨리는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던 사람. 한때 은행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 횡령 혐의로 고소당해 수감 생활을 한적이 있다고 한다. 감옥에서도 글을 쓰던 그는 자기의 수감 상태를 숨길 겸 본명과 매우 다른 필명을 지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데, 오 헨리라는 이름은 그가 읽던 약학 잡지에서 (약제사로 일한 적도 있다.) 본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프랑스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프랑스 느낌이 나는 이름 (오 앙리)으로 선택했다는 설도 있다. 

많은 작가들의 공통적인 배경이라도 되는 듯, 오 헨리 역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의사인 아버지를 두었으나 어머니가 일찍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때부터 아버지는 술에 의존하는 불안한 생활을 했고 오 헨리는 고모와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 십대때부터 견습 약제사를 시작으로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데, 어릴 때부터 그림과 글에 재능이 있었나보다. 여러 직업을 경험하는 동안에도 글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도 죽고, 할머니, 아들, 아내도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두번째 부인과의 결혼도 원만치 못해 별거 생활을 하다가 오 헨리 자신도 말기 간경화와 당뇨합병증으로 호텔 방에서 쓰러져 결국 이틀 뒤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에는 그의 스물 여덟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중에는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 이십 년 후, 경찰과 찬송가 와 같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이야기도 있는데 많이 알려진데에는 다 그 이유가 있었나보다. 이렇게 네 편이 읽은 중 가장 수작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단편이고, 반전의 플롯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지루할 틈이 없다.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중에는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도시의 서민 여성으로 여자 점원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남자로는 노숙자나 경찰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등이 있다.

뉴욕은 그가 생의 마지막 8년을 보낸 곳이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거리, 술집, 백화점, 하숙방, 경찰서 등은 실제 장소들을 모델로 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뉴욕은 인간 군상의 축소판이자 현대 도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주인공으로 삼은 사람들은 가난하거나 힘없는 소시민들이 대부분이다. 

누가 등장하든 오 헨리의 작품의 특징은 반전이 있는 플롯 구성에 있다. 감옥을 피난처로 삼으려는 노숙자와 그를 체포하지 못하는 경찰의 코믹한 역전을 소재로 한 <경찰과 찬송가>, 의무와 인간적 정이 충돌하는 경찰의 딜레마를 보여준 <20년 후>, 도둑이 사랑을 계기로 새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인 <완벽한 개심>,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허름한 하숙방을 전전하던 남자가 결국 절망 속에서 자살하는데 그 방은 알고 보니 여인이 죽었던 그방이었다는 <가구 딸린 셋방>은 도시의 고독과 절망을 나타냈다. <잘 손질된 등불>에서는 각각 세탁소와 백화점에서 일하는 두 아가씨가 나온다. 좋은 남자를 만나 나은 생활을 꿈꾸는 둘의 희망은 같지만 서로 다른 삶을 선택하여 다른 길을 걷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작품속에서는 사회적 리얼리즘의 느낌도 났다. 

유머와 반전은 현대인의 아이러니, 즉 도시에서 생존하며 겪는 욕망과 윤리의 대립이라는 고통 속에서 완충 장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오 헨리가 그의 문학에서 사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헨리는 문학성을 문제로 들어 비평가들로 부터 저평가 되기도 하는게 사실이다. 지나친 감상주의로 인해 감정의 깊이나 현실에 대한 탐구가 부족하다는 것, 반전 결말의 묘미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목적이 되는 듯 인물의 심리를 깊이있게 분석하고 다루지 못했다는 점, 문체가 가볍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모든 작가들이 같은 방법으로 문학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건 나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심금을 울리진 않아도 가슴을 치고 가는 메시지를 그 짧은 이야기 속에서 전달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 아닐까?

여행길에 들고 가서 짬짬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젊은 시절의 슬픔과 노년의 슬픔 사이에는 이런 차이가 있다. 젊은 시절의 짐은 다른 사람과 나누면 그만큼 가벼워진다. 그런데 노년에는 나눠 주고 또 나눠 줘도 슬픔이 항상 그대로 남아 있다. (156쪽, '백작과 결혼식 손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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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0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헨리 단편집은 중딩시절 읽었던 세계 단편문학 전집에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hnine 2025-11-02 13:41   좋아요 0 | URL
짧고 위트와 반전을 갖추고 있어서 접근성이 높지 않은 작품들이 많지요.<마지막 잎새> 같은 것은 교과서에서 처음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오래 전이라 기억이 확실하진 않아요.
오헨리의 다양한 인생편력으로 보건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더 많은 다양한 작품들을 남겼을 것 같지요.

잉크냄새 2025-11-0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헨리의 작품 중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소설에 버찌나무가 나오는데 학교 정원에도 버찌나무가 있어 수업 시간에 한동안 바라보던 기억이 나네요.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던 햇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hnine 2025-11-02 13:45   좋아요 0 | URL
버찌나무란 벚나무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아직도 생생한 기억을 남긴 그 작품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네요.

페크pek0501 2025-11-0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갖고 있는데 다 재밌어요. 역시 오 헨리입니다. 특히 경찰과 찬송가, 는 어찌나 웃기던지 막 웃었고 친구에게 그 줄거리를 얘기할 정도였어요. 제목이 안 떠오르는데 호텔에서 만난 두 남녀가 꽤 부자로 행세하다가 서로 가난한 것이 밝혀지는 단편이 들어 있어요. 이 단편에서 좋은 문장이 어찌나 많던지 감탄하며 여러 번 읽었던 게 기억납니다.^^

hnine 2025-11-09 14:37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단편은 아마 <아르카디아의 두 나그네> (번역한 제목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일거예요. 저는 좋은 문장까진 신경 못쓰고 읽었는데 페크님 말씀 들으니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일단 웃지만 웃음끝엔 쓸쓸함을 남기기도 해서, 단순히 기발한 에피소드 모음집이라고 보고 싶지 않은 이유같아요.

차트랑 2025-11-1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할 일이 많은데....

hnine 2025-11-12 19:54   좋아요 0 | URL
할 일 많을 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28편이 초단편이고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서 시간 날때마다 읽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