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스위치를 켜라 - 매끈한 피부부터 요요 없는 다이어트까지
이케타니 도시로 지음, 나지윤 옮김 / 향기책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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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몸에는 무려 37개조의 세포가 살고 있으며 이들이 잘 건사하려면 마땅히 혈류를 통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외모는 체내 혈관의 상태를 고스란히 대변하는 일종의 지표다. 대동맥 같은 굵은 혈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혈관이 자율신경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적으로 조절된다. 특히, 말단 동맥에 자율신경이 촘촘히 분포한다. 

 사람이 늙어 보이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우선 피부 노화다. 그리고 튀어 나온 복부, 마지막은 구부정한 자세다. 인간의 근육량은 남여 모두 20대가 정점이다. 그리고 30대 이후 매년 1%씩 줄어든다. 그래서 40대는 20대에 비해 10%, 50대는 20%, 60대는 60%나 근육량이 적다. 특히 상반신보다 하반신의 근육 감소가 두드러진다. 

 항노화 피부 검진을 받은 279명을 대상으로 혈관나이(경동맥 두께)와 실제 나이를 비교한 결과 간호사 20명이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인다고 평가한 사람이 실제로도 혈관 나이가 늙게 나왔다. 혈관 나이가 젊을수록 혈관은 부드럽고 탄력적이라 혈류가 원활하다. 그래서 영양분과 산소가 몸속 골고루 전달되며 피부 표면이 윤기있고 탱탱한 것이다. 하지만 혈관이 노화하면 내벽이 두꺼워져 유연하게 늘어나지 않는다. 결국 혈류가 줄어 말초조직의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줄어 생기를 잃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혈관은 결국 딱딱해져 아예 끊어져 버린다. 이런 혈관을 고스트 혈관이라 하며 이것들을 결국 사멸해버린다. 그래서 모세혈관은 20대가 최대치이며 60대가 되면 20대의 고작 40% 수준이고 영양도달은 50%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혈관의 상태가 곧 노화를 대변하는 것이다.

 혈관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노화한다. 하지만 노화가 나이보다 심해지는건 문제가 있다. 나이가 들면 동맥의 벽이 점차 두껍고 단단해진다. 이게 동맥경화다. 하지만 LDL이 많아지고 HDL이 적어지거나 과도한 채내 활성산소가 발생하거나 고혈압이 있으면 혈관 내피 세포가 손상되 동맥 경화가 더 심해진다. LDL은 혈관 내벽에 침투해 산화되어 이물질로 변화한다. 그러면 대식세포가 이것을 흡수해버리는데 이것들이 혈관벽 안쪽에 축적된다. 바로 플라크다. 플라크가 쌓이면 죽상동맥경화로 이어진다. 플라크는 유연하고 약해 혈압이 높거나 혈류가 강하면 손상되어 떨어져나간다. 그리고 혈관을 타고 돌다 좁은 곳을 막아버린다. 모세혈관을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플라크가 거대해서 충분히 큰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이어진다. 

 2024년 한국은 심장질환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65.7명이었다. 암에 이은 2위다. 암은 5년 생존율이 현재 무려 70%에 달한다. 하지만 심부전의 5년 생존률은 50%에 불과하다. 보다 예후가 심각한 것이다. 

 영양학적으로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를 제거한 것이 당질이다. 당이 흡수되면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이 포도당을 간과 근육, 지방으로 옮겨 에너지를 사용하고 저장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부족이나 과식으로 대사증후군이 오면 이 시스템이 흔들리게 된다. 내장지붕의 생리활성물질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포도당 흡수가 줄어든다. 이 모든 것들이 인슐린 효과를 떨어뜨려 식후 고혈당, 즉 당뇨로 이르게 한다. 

 혈액 속의 포도당은 혈관 벽의 단백질과 결합하고 그 부위가 체온에 의해 열을 받아 변성되면 탄것처럼 변하게 된다. 이것이 당화다. 이 변한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변성 단백질이 최종당화산물이다. 최종당화산물은 혈관과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포 기능을 저하하고 노화를 촉진한다. 

 뇌에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쌓인다. 유해한 물질로 뇌는 수면을 통해 매일 이 물질을 제거한다. 그런데 베타아밀로이드와 인슐린을 분해하는 효소가 같다. 즉, 고혈당이 지속되면 인슐린은 과도 분비되고 몸은 이것 제거하는데 그 과정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충분히 제거되지 않게 된다. 이는 치매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치매가 요즘 제3당뇨라 불리는 이유다. 

 인간은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 사용하진 않는다. 몸속에 저장된 지방이 포도당과 글리코겐마저 사용되면 분해되어 에너지원이 되는데 이게 케톤체다. 케톤대사는 뇌에 두 번째 에너지가 되며 뇌는 이것을 좋아한다. 또한 케톤은 장기 손상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지방산은 불포화지방산과 포화지방산으로 크게 나뉜다. 어패류나 기름이 불포화지방산이고 육류에 들은 것이 포화지방산이다. 불포화는 상온에서 굳지 않으며 포화지방산은 굳는다. 불포화지방산은 일가불포화 지방산과 다가 불포화 지방산으로 다시 나뉜다. 일가는 오메가9으로 올레산을 갖고 있으며 올리브유가 대표적이다. 염증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항산화 효과가 있다. 다가는 오메가6로 리놀레산을 갖고 있으며 식물성 기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사 시 아라키돈산을 발생시켜 염증을 유발한다. 다가는 오메가3도 있다. 이는 아마씨유나, 들기름에 해다아며 EDA와 DHA를 함유해 항염증 작용을 한다. 

 그래서 체내 염증을 줄이려면 기름에 신경을 써야한다. 오메가 6은 줄이고 오메가 3 흡수를 늘리는게 좋다. 그리고 EDA와 DHA, 아라키돈산의 비율은 1:1이 적당하다. 물고기 반 고기 반인 것이다. 

 지방 중 최악은 트랜스 지방이다. 이는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인공물이다. 마가린과 쇼트닝에 주로 들었는데 인스턴트 과자나 쿠키, 빵, 케이크를 만드는데 쓴다. 이들은 만성 염증의 근원이다. 과산화지질은 공기 중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한 지방이다. 튀김류가 이를 많이 함유하는데 재사용하는 기름에 꾸준히 여러 번 튀겨지기 때문이다. 

 수면은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깊은 잠에 들면 성장호르몬이 손상된 혈관의 내피 세포를 복원한다. 혈관을 젊어지게 하는 일산화질소도 수면시 분비가 증가한다. 잘 때 분비되는 멜라토닌도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자면 뇌 척수액이 베타아밀로이드도 분해한다. 수면 무호흡증은 숨이 멎었다고 다시 이어지며 혈압을 급상승시킨다. 수면 부족은 그래서 고혈압과 동맥경화의 시작이다. 

 혈관을 손상시키는 원인은 정리하면 5가지다. 고혈당, 지질 불균형, 수면 부족, 호흡력의 저하, 스트레스다. 

 과도한 지방과 당질은 에너지로 사용 후 남은 양이 백색지방세포에서 중성지방으로 합성되어 저장된다. 중성지방이 쌓인 백색지방세포는 풍선처럼 부풀어 더 많은 지방을 담아낸다. 중성지방 수치는 공복에서 측정하는데 150mg/dl이면 고트리글리새라이드 증후군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최근 공복상태에서는 정상이더라도 식후 혈중 중성지방이 급상승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그러하다. 

 LDL은 콜레스트롤을 신체 각 조직으로 운반한다. 그러다 남은 것이 혈액 속을 떠돌아 플라크를 생성한다. 산화하면 혈관 벽을 파고들어 염증을 일으킨다. HDL은 콜레스트롤 중 남은 것을 회수해 간으로 보내어 혈관을 청소한다. 

 백색지방은 쌓이는 위치가 3곳이다. 피하지방은 피부 아래에 쌓인다. 내장지방은 소장은 감싸는 막인 장간막에 쌓인다. 그리고 이소성 지방은 간이나 심장, 근육 등에 축적된다. 백색지방은 체온을 유지하고, 내장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며 중성지방산은 유리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된다. 그리고 백색지방세포는 아디포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몸의 기능과 균형을 조절한다. 

 대사증후군은 내장지방이 축적되어 복부가 남자는 85cm 여자는 90cm이상인 경우다. 그리고 여기에 고혈압이나 고혈당, 지질이상이 하나라도 겹치면 확실한 대사증후군으로 판명된다. 아디포사이카인은대사증후군 상태에서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중 동맥경화 같은 생활 습관병은 물론 유방암, 대장암등 일부 암의 발병을 촉진하는 해로운 물질을 많이 분비한다. 

 아디포사이토카인은 언급한 것처럼 이로운 물질도 분비한다. 그게 아디포넥틴이다. 이는 염증을 억제하고 인슐린을 도와 혈당을 내리고, 지방을 잘 태워준다. 그런데 비만이 심해질수록 아디포넥틴과 렙틴이 줄어든다. 그러면서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이 많이 분비된다. 

 이소성지방이 간에 붙으면 지방간이 된다. 지방간이 악화되어 만성염증이 생긴 상태가 비알콜성 지방간이다. 이 상태는 동맥경화와 심근경색이 일반인의 2배, 간경변, 간염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소성지방이 간과 골격근에 축적되면 인슐린 기능이 내려가고, 당뇨가 심해진다. 이소성지방이 심장에 붙으면 심장혈관에 악영향을 미친다. 관상동맥 주변에 붙어서 이 부위에 면역세포인 매크로파지가 모여들어 이 지방을 이 물질로 인식하고 그 과정에서 염증이 생긴다. 

 혈관의 회춘물질은 일산화 질소다. 이것은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를 증가신다. 그리고 혈관을 유연하게 유지하고, 혈압을 내리며, 손상 혈관도 치유한다. 일산화질소는 운동을 하면 근육이 에너지 생성을 위해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데, 그래서 심박수와 혈류가 증가하고, 혈관 내피세포가 브래디키닌이라는 생리활성물질을 생성할때 대거 발생한다. 즉, 움직여야 생긴다는 것이다. 반드시 격렬한 움직임일 필요는 없다. 앉았다가 잠시 일어서는 것 만으로도 이 작용은 일어난다. 

 기적의 혈관 다이어트 방법의 대원칙은 두 가지다. 엄격한 식사제한을 하지 말고, 격렬하고 과격한 운동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둘을 금지하는 것은 부작용이 심하고 지속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엄격한 식사제한은 본능을 과도하게 억제해 반드시 실패하고 폭식으로 이어진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격렬한 운동은 인간을 허기지게하여 사용한 에너지 이상으로 먹게 만들며 그런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혈당과 지질을 위해 식사 순서는 중요하다. 채소와 콩류를 먼저 먹고, 다음으로 고기나 생선, 달걀 단백질을 먹고, 마지막으로 밥이나 빵, 면류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채소나 콩류는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보급해 혈당을 천천히 올리게 하고, 이것을 먼저 먹기에 나중에 먹는 것들을 덜 섭취하게 해준다. 

 목욕도 중요하다. 목욕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혈류 개선으로 혈관이 회춘하고 온수에 몸을 담그면 혈관이 확장하며 운동과 비슷해져 일산화 질소가 생성된다. 또한 목욕을 수면에도 좋다. 자기 1-2시간 전에 하는게 좋은데 올랐던 심부의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며 그 시간이면 자연스레 졸음이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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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1권]-지리는 운명이다.


2026년 상반기에 56권의 책을 읽었다. 연간 100권이 목표로 올해는 조금 순조롭다. 늘 이맘 때면 50권에 못미치는 독서량을 기록한 적이 많다. 코스피가 불타서 확실히 그 분야 책을 많이 읽었다. 교육 쪽엔 조금 소홀했던 것 같다. 상반기에 가장 인상적인 책 10권을 꼽아 본다.


10.속죄

이언 매큐언의 재미난 소설이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신분이 달랐던 두 남여의 엇갈린 안타까운 운명을 그린다. 그것은 남자를 살짝 동경하고 좋아했던 여자의 어린 여동생이 그들 사이를 보고 충격과 질투를 했기 때문이다. 파티에서 집에 초대된 사촌여아가 강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남자가 여동생의 증언 만으로 범인으로 지목되며 비극이 시작된다. 소녀의 기억 속에 그들은 2차 대전의 파고를 건너 행복해지지만 그 모든 건 소녀이 속죄의 소설이란게 반전이다.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소설이다.



9.교실로 온 제미나이

교실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이 화두다. 이 책은 제미나이가 제공하는 다양한 도구의 사용법을 제시한다. 하나하나 따라하기 매우 쉽고, 교육은 물론 교사의 현장 행정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요소가 많다. 인공지능을 알고 싶고 교육하고 싶으나 엄두가 안나는 현장 교사에 강추한다.





8.늙지 않는 뇌

몸이 노화하는 것처럼 뇌도 노화한다. 뇌를 노화시키는 것들은 에너지 활용 능력의 감소, 영양분의 부족, 신경전달물질의 문제, 염증, 독소, 스트레스다. 결국 노화를 막기 위해서는 채식 위주의 건강한 식단, 운동과 적정한 수면, 독소 노출의 최소화, 스트레스 관리가 된다. 이런 것들을 자세히 서술했다. 한 번 정독할 만한 책이다.




7.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미국은 2차 대전 후 전쟁 기계가 된다. 과도해진 무기 회사들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어 포섭하고, 대학, 할리우드, 학계, 싱크탱크 등 사실상 거의 모든 곳에 진출해있다. 그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많아지는 반면 그들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부패가 심하다. 그리고 그런 과한 돈은 미국 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세계평화도 저해한다. 더 큰 문제는 이제 팔란티어로 대표되는 테크회사들이 이런 현상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6. 일본은 어떻게 일본이 되었나

옆이면서도 알 수 없고 증오의 감정이 있는 나라 일본이다. 일본인은 동조와 수직사회의 압박을 강하게 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관계와 사회에서이 위치 자신을 규정한다. 이는 일본이 동북아 문명의 변방에 위치하고 섬이기에 외세에 의해 나라가 거의 흔들린 적이 없어 사회교체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고한 위계구조가 정신에 내면화 되었다. 그래서 집단주의도 강하며 외부에 대해 그들이 약하거나 해가된다면 때론 매우 잔혹해진다. 그 외 일본에 대해 이해할 만한 많은 요소를 담은 책이다.


5. AI 제국 권력 노동 자본

우리는 인공지능을 자주 사용하지만 그것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챗 GPT로 인공지능 시대를 알린 오픈 AI의 비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창업주 샘 올트먼이 어떤 사람이고, 이 기업이 어떤 목표로 시작되었고, 일부가 샘 올트먼이 적잖이 반발하여 지금의 엔트로픽을 창립한 사실이 하나하나 잘 나온다. 그리고 그것이 환경과,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의 정신에 미친 악영향도 잘 고발한다.


4. 지리는 운명이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의 저자 이언 모리스의 또 다른 작품이다. 이 책은 그의 모국 영국의 역사를 지리와 관련하여 3단계로 나뉜다. 오랜 시기 유라시아 대륙의 변방으로 매우 발전이 더뎠던 시기, 그리고 산업화와 상업화에 가장 먼저 성공해 유럽을 너머 세계 제국으로 나아간 시기, 마지막으로 다시 유럽의 일원이지만 유럽연합에 탈퇴하는 잘못된 선택을 한 지금의 시기다. 



3.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이 책은 세계 역사의 진보와 퇴보를 하나씩 살핀다. 반드시 변혁적 진보만이 아니라 적정한 보수도 혼란을 막고 균형을 잡는다는 시각을 가졌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혁명이 사실상 지금의 근대를 낳았다고 본다. 그것을 이어받아 잘 구현한 것이 영국이었고 다음은 미국이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하나하나 역사적으로 잘 고찰한다. 다음은 정보화의 혁명으로 중국으르 흐름이 넘어가느냐 아니냐의 분기점이다.




2. 진짜 예술 가짜 예술

저자는 예술이 무엇인지 규정한다. 예술은 목적이 불분명하고 모호한 것이며 아름다움을 지니고 감상자에게 의외의 것을 보여주어 충격과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반면 가짜 예술은 인공물로 감상자를 특정 목표로 움직이게 만든다. 즉, 목표가 있는 것이다. 그 목표는 감상자의 욕망이나 본능, 도덕적 혐오 등을 자극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 인간은 가짜 예술의 홍수속에서 인간다움과 주체성을 잃는다. 진짜 예술이 사람들을 구원할지도 모른다.



1.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미국의 테크세력인 피터틸, 알렉스 카프, 일론 머스크 등은 트럼프를 지지했다. 그간 실리콘 밸리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유주의 세력이었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이 트럼프를 옹립한 것은 오랜 설계의 결과였다. 이들은 중국과의 새로운 패러다임 패권 차지 싸움에서 지금의 정치체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디지털 신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트럼프를 장기말로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피터틸, 일론머스크, 알렉스 카프, 그리고 차세대 후계자 밴스 부통령을 다루며 저자는 자세히 설명한다. 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시각과 설득력, 세상을 차갑게 제시하는 단호함에 놀라고 감탄했다. 저자의 책은 모두 탐독중이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가 어떻게 가야하는지 고민스럽다면 강추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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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갈림길 - 대전환의 시작, 다시 쓰는 투자 포트폴리오
오건영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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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대통령의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가 있었다. 퇴근하고 전체를 봤다. 세계의 흐름을 늦었지만 빠르게 편승하고자 하는 그야말로 국운을 건 프로젝트로 보인다. 그리고 미래 관련하여 내가 봤던 책들의 내용을 정부 대통령과 각 각료들은 빠짐없이 파악하고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정책 결정을 하고 있었다. 내란 청산에 트럼프와의 관세외교, 코스피 정상화, 부동산 정상화 시도, 중일 및 유럽 정상과의 외교, 호르무즈 해협 봉쇄, 믿고 있던 여당의 통수치기 등 여러 난국 속에 언제 이런 걸 준비했는지 대단했다. 대통령은 말미에 두 대기업 총수에 매우 공손히 인사를 했다. 총수들 역시 그 동안 발목만 잡던 정치권을 보다 총력을 다하여 빠르게 지원하고자 하는 실용적 정치인에 적지않게 감동한 모습이다.

 지금은 마치 구한말 같다. 당시 산업화를 기반으로 제국주의로 넘어가는 시대였다. 지금은 AI 혁명으로 인해 산업체제가 완전히 뒤바뀌고 기존의 정치체지인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양자 모두 그 효용성을 의심받고 있으며 기후위기로 세계가 위기에 빠졌으며 세계화가 무너져 각자 도생으로 서로 긴장하며 살아가야하는 시대다. 구한말 당시 한국은 망국의 조짐으로 생존의 기회를 잡을 역량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제조업 최강국이자. 디지털 산업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유일한 나라다. 거기에 민주주의도 장착했다. 그렇기에 구한말 처럼 기회를 놓치지 않을 뿐더러 단지 흐름을 따라 가는게 아니라 오늘 발표회처럼 세계를 선도할 수도 있다. 꼭 미중의 따라기 노릇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오늘 메가 프로젝트는 전라, 충청, 경상등 지방에 집중되었다. 한국의 망국적 상황인 지방 미개발을 타개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다. 지방은 그 동안 미개발로 소외되었고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 산다. 그 부작용은 최악의 출산율과 최악의 부동산 집값, 그것이 부르는 과도한 경쟁, 그것이 또 경쟁교육으로 이어져 아이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말살하고 있다. 호남, 충청, 경상에 투입되는 모든 개발은 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젠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 의사하는게 워너비 삶이 아니라 해남에서 첨단 반도체나 피지컬 AI기업에서 근무하는게 근미래의 워너비 삶일 수 있다. 제발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지금의 여권의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세계의 상황이 이럴진데 작은 이념을 가지고 서로 치고 받는다. 이러다 분당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가까운 근 미래에 지금의 잡음이 나라를 망치고 뒤로 가게 만든다면 지금의 세계적 흐름에 편승하지 않은 세력은 큰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구한말 위정척사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들에 강하게 동조하고 이념적으로 옳다고 생각했으며 그들을 존경하기에 작금의 사태는 너무 안타깝다. 오늘은 급기야 서로 누가 더 정통성이있는지에 대한 논쟁까지 나아갔는데 마치 조선시대 고리타분한 성리학자들을 보는 것 같아서 환장할 노릇이다. 조금 더 가까운 미래를 봐줬으면 한다. 구한말 한국의 지도층은 위정척사, 개화파, 황제파, 그리고 완전히 따로 노는 민중으로 크게 나눠어 이합집산했다. 

 지금 우리는 당시 어느 방향으로 갔어야 했는지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각 지도층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옳다고 타협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망국이고 피해는 그런 것에 참여도 못한 백성이 입었다. 36년의 식민지배에, 나라는 독립하자 마자 쪼개져, 3년 전쟁을 겪었고 곧 분단 100년을 맞이해 영구분단국가로 남을지도 모르는 지경에 처했다. 

 답답해서 설이 길었다. 이번에 본 책은 오건영의 부의 갈림길이다. 구어체를 써서 잘 읽을 수 있고 쉽다. 러우 전쟁 이후 유가는 빠르게 하락했다. 그래서 배럴당 50-60달러로 낮아졌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는 올랐다. 지금은 해소 국면으로 유가는 다시 하락했지만 전쟁이전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기뢰 제거, 파괴된 생산시설 복구, 통행료의 징수 가능성, 위험으로 인한 운송비와 보험료의 증가가 유가의 상승 요인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은 놀라서 호르무즈 정상화와 동시에 원유를 크게 비축할 가능성이 높다. 2달여의 막힘으로 위기를 겪은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갑작스런 수요도 상승 요인이다. 

 과거 경제 위기 때는 회복 국면에서 V자 반등을 했다. 하지만 2008 금융위기 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당시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고 유로존 위기까지 겹치면서 회복이 매우 더디게 나타났다. 그래서 U자형 반등이 나타났다. 이는 바닥이 깊고 회복은 느리다. 그리고 코로나 19사태를 거치면서 K자 반등이 나타났다. 이는 K자의 상단 부분은 빠르게 회복하고 하단 부분은 회복이 거의 되지 않고 오히려 하향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진다. V자 U자 반등에서 중앙은행의 전통적 해결책은 양적완화 또는 저금리다. 둘 다 돈을 푸는 것이다. 그런데 이 풀린 유동산이 상단으로만 향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단에 위치한 첨단 기업 및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으로 상위층이 혜택을 본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과다한 인플레이션 및 경기 과열 및 자산 버블 우려로 금리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 안그래도 저금리 상황에서도 힘든 하단 층에 사형선고를 내리를 겪이 된다. 

 금리를 양쪽에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면 모르겠으나 그럴 수가 없기에 이런 K자 회복에선 답이 없다. 이 때 역할을 할 수 있는게 정부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각자에게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하단 부분에 재정을 집중할 수 있기에 이런 국면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를 각국의 정부가 대규모의 재정적자로 인해 재정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부채의 해결 방법은 부채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매년 국가예산의 상당 부분을 써야한다. 더 나은 방법은 강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서구의 선진국들은 상당한 부채를 갖고 있었지만 전후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그 거대한 부채가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내가 당장 GDP의 100% 수준 부채를 지니고 있다해도 매년 10%씩 10여년 성장하면 부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간다. 

 K자 구도는 언급한 것처럼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수 없고 정부도 세수가 없어 고착화하는게 지금의 형국이다. 하단의 소비는 줄지만 상단의 소비가 충분히 늘어나서 물가하락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금리 인상은 더 어려워진다. 이런 K자 양극화는 주식시장에도 반영된다. IT, AI 관련 신산업 성장은 크게 상승하며 부동산, 소비재, 유틸리티에 해당하는 하단은 하락한다. 

 미국의 트럼프는 선거를 앞두고 이 K자의 하단에 신경을 쓸수 밖에 없다. 2025년 뉴욕 시장에 조란 맘다니가 당선되었는데 그는 스스로를 민족사회주의자라 부른다. 그는 시대 정신을 잘 파악에 어포더빌리티를 주창했다. 이는 뭔가를 살 수 있는 여유를 말하는 것이다. 상단의 상승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해 미국인들은 렌트비를 내고 나면 소비 여력이 없다. 

 미국은 소비로 인해 성장하는 나라 인 만큼 일반 시민의 소비 여력을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트럼프는 강력한 금리 인하를 원한다. 그리고 강한 성장도 추구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고, 실업률은 줄며, 소득이 늘고 소비가 늘며, 세수는 확대되어 정비 지출 여력이 커져서 지지도 자체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급격한 물가 상승과 자산 버블로 이어질 위기가 언제나 있기에 연준은 트럼프와 긴장관계 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은 성장을 위해 금융권의 대출도 중요하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 단기 금리가 내려가고 양적긴축은 장기금리를 올린다. 시중은행들은 대개 단기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대출하다. 그래서 단기 금리가 낮고 장기 금리가 높으면 예대차가 커져서 은행들이 유리하다. 그러면 대출이 많아지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다. 다만 미국은 과거 금융위기로 인해 대출 규제가 매우 강해져있다. 이를 풀어야만 미국은행이 대출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 

 지금은 AI로 인한 신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 빅테크들은 큰 성장 투자를 하고 있다. 설비투자를 많이하는데 그러면 장비획득에서 회계장부에 자산이 추가된다. 그런데 장비는 매년 감가상각을 한다. 향후 거대한 감가상각비가 회계를 압박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수익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빅테크의 AI투자는 당연히 GDP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빅테크의 주가도 상승시킨다. 그러면 주식을 많이 보유한 미 상류층은 소비 여력이 높아져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 GDP는 더 상승한다. AI혁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물가는 낮아지고 그로 인해 금리가 안정되어 유동성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그러면 설비투자는 더욱 늘어나고 가계소비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된다. 

 저자는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4가지인데 성장성과 물가에 따라서다. 1국면은 고성장 고물가다. 강한 성장과 부의 증가, 소비와 수요의 증가, 물가도 증가한다. 강한 성장으로 주가는 강세지만 원자재 가격도 상승한다. 그리고 물가가 높기에 고금리다. 여기서는 주식은 투자에 좋고 채권은 금리가 높아 가격이 하락해 나쁘며 원자재가 올라 원자재와 금이 좋은 투자 수단이다.

 2국면은 저성장 고물가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물가가 높아 고금리이고 물가도 높아 기업과 가계가 모두 위축된다. 원자재와 금은 초강세다. 그래서 주식은 투자에 나쁘고, 채권도 나쁘며, 원자재와 금이 좋은 투자 수단이다.

 3국면은 고성장 저물가다. 1990년대 신경제 상황이다. 쉽게 오지 않는 상황이다. 성장이 높으면서 물가가 낮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으로 금리가 낮고, 그로 인해 소비여력이 높다. 원자재는 물가가 낮아 저조하다. 그래서 주식과 채권은 좋은 투자 수단이나 원자재 금은 재미가 없다.

 4국면은 저성장, 저물가다. 일본이 좋은 예로 장기 불황으로 제로 금리가 상시화된 상태다. 주식은 좋지 않고 금리가 낮아 채권은 좋다. 다만 저성장 탈출을 위한 적극적 양적완화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진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의 성장 누르고 미국의 성장을 유도한다. 과거 미국은 해외 자금이 성장성이 높은 미국으로 몰려 주가는 오르고 달러가 강세였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주가가 하락하고 통화가 약세를 보인다. 미국은 그래서 금리를 높게 유지해 국채시장에서 인기가 좋았는데 이런 현상을 미국 예외주의라 부른다. 

 하지만 트럼프의 상호관세로 이것이 깨졌다. 관세로 성장에 충격을 주었고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로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지 못한다. 주식시장은 대폭 하락한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미국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으로 미국채와 주식을 모두 매도한다. 그러면 미국은 주가, 채권, 달러 약세의 3중고에 빠진다. 트리플 약세다.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빠지자 결국 트럼프는 한발 물러서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 그리고 2025년 7월 OBBBA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규모 재정 경기 부양안이었다. 이에 힘입어 연준은 9월에 금리를 3차례 인하했다. 그러자 주식도 상승했고 채권시장도 안정되었다. 

 미국의 국채시장은 과거와 달리 이제 불안하다. 과거 미국의 국채는 미국 자체내의 시중 은행도 많이 매입했다. 하지만 SVB은행 사태로 그러지 않는다. 이 은행은 미 장기국채를 주로 매입했었는데 러우 전쟁으로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해 채권 가격이 하락하자 자산이 크게 줄어 파산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일방주의로 각국은 미 채권을 모두 매도하진 않았지만 이전 처럼 많이 사주고 있지도 않다. 지금 미국채시장의 70%가 해지펀드의 차지다. 즉, 미 채권시장이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고 변동폭이 매우 커질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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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예술, 가짜 예술 - 우리를 조종하는 것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들
장 프랑수아 마르텔 지음, 김기상 옮김 / 서스테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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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무엇일까? 그리고 인간의 산물인 이것은 왜 생겨났을까?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어떤 학문도 이것에 대한 마땅한 답을 내놓진 못한다. 인간 정신 진화를 잘 설명하는 진화심리학도 예술에 대한 설명은 부진하다. '성'과 관련된 가설 정도가 다다. 예술은 일부가 성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것의 주제와 소재는 성을 한창 넘어선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모든 문화권에서 꾸준히 예술을 생산하며 그것을 즐긴다. 

 

1. 진짜 예술, 가짜 예술

 책은 진짜 예술과 가짜 예술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예술과 정치, 사회와의 관계를 조명하면서 예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현대 사회의 병폐를 고칠 수 있는 예술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학자들은 예술이 오랜 시간 서서히 진화한 것이 아니라 갑작스레 나타난 것으로 본다. 4만년 전 예술이 불쑥 등장한 것으로 보는데 이것을 인간 정신이 도약한 하나의 사건으로 파악한다. 이는 이미지를 통해서 사고하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러내는 상상력을 의미한다. 그래서 최초의 인간이 예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예술이 인간을 비로소 완성했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오직 예술만이 상상을 통해서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향유하며 인간은 생물학적 본능과 기계적인 인과율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을 보는 통찰력을 갖게 된다. 

 인간은 이미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상상력의 힘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로 되어가는 존재다. 인간은 예술을 보면서 놀라움을 겪게 되는데 이는 작품의 실존적 가치를 판가름하는 척도다. 예술은 꿈의 세계가 지루한 일상에서 현실에 구현된 것으로 인간을 놀라게 하며 거기서 생명력을 얻는다. 물론 놀라움이 예술의 주요 임무는 아니다. 예술의 주요임무는 일상에서 현실의 숨겨진 실재를 포착해 날 것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표현의 극단에 있는 사실주의와 추상주의는 모두 표현방법은 다르지만 작가의 눈에 비친 세상을 그대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같다. 작품의 가치는 화풍이나 기법이 아니라 작가가 세상의 근원적인 신비를 얼마나 예민하게 느꼈는지 ,그리고 느낀 바를 얼마나 작품 속에 솜씨 있게 담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처럼 예술은 작가가 세상의 근원적 신비를 느껴야 하기에 존재에 대한 경외심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외심은 일상에 가려진 실체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낼 때 느끼는 감정이다. 

 문화상대주의는 현대 예술계가 미적 판단의 보편 원리라 받아들이는 생각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로 인해 오늘날 예술 그 자체가 위기에 빠졌다고 본다. 상대주의는 무엇도 예술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어떤 것도 예술이 될 수 없게 만든다. 저자는 예술은 직관적이고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과학과 매우 유사하지만 다만 결이 다르다고 본다. 그리고 예술은 문화의 산물이 아니라고 본다. 문화라는 형식을 빌려 나타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가깝다고 본다. 

 그래서 예술은 보편적이지만 수용자의 미적 감수성이 각자 다르니 작품마다 사람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단지 그런 부분을 상대주의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마말이다. 그래서 세상의 많은 예술이 시대나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 전 세계에 공통적인 울림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예술의 본성이 절대적이라는 증거다. 즉, 예술마다 달리 느껴지는 감동의 다양한 변주는 작품 자체에 깃든 절대적 본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일 뿐, 절대 그 본질을 벗어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미적감수성은 작품의 재미와 아무 상관이 없다. 핵심은 작품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다. 

 조이스는 진짜예술과 가짜예술을 구분한다. 그는 진짜 예술은 정적이지만 인공물인 가짜 예술은 동적이라고 주장한다. 정적, 동적 특성은 작품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작품이 감상자에 미치는 효과다. 진짜 예술이 정적인 이유는 그것이 존재의 신비를 드러내어 감상자가 그것 앞에서 정지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반면 가짜 예술, 즉 인공물은 감상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특정 감정이나 생각, 행동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 설계한 판단, 메시지를 머릿속에 주입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선, 악, 진실,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목적은 감상자로 하여금 제작자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물은 예술과 무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술의 탈을 쓰며, 그 과정에서 본연의 가치를 잃고 도구로 전락한다.

 인공물은 하나의 답변만을 강조하기에 모두가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통념을 낳는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과 직접 부딪혀 얻은 생각이 아니고 타인이 만든 낡은 찌꺼기와 의견이다. 지식, 습관, 이데올로기 등으로 일종의 선입견을 형성하게 된다. 인공물은 세상을 멋대로 포장해 그것이 원래 이런 것이라며 우리가 스스로 질문하지 않게 한다. 그 결과 통념이 더욱 강해지고 새로운 생각이 들어설 틈이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진짜 예술은 매우 모호하다. 그리고 이런 모호함으로 인해서 다양한 해석을 수반한다. 단순한 예로 모나리자만 봐도 그거 웃는지, 무표정인지, 화가 났는지, 심지어 슬픈지 그 표정의 모호함으로 인해 상당히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그리고 실제 삶이 그러하다. 삶은 누구에게나 확실하지 않고 모호하며 불확실하다. 그리고 이것이 예술의 재료가 된다.  

 조이스는 이런 인공물도 두 가지로 구분했다. 말초적 인공물과 교훈적 인공물이다. 전자는 인간 내면의 강렬한 욕구를 자극하는 것으로 대상을 소유하고 욕망하게 만든다. 광고, 선전, CM송 등이 그렇다. 후자는 인간 내면에 혐오감을 주어 특정 대상에게서 멀어지게 만든다. 

 욕망과 혐오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생겨난 기본적 감정이다. 하지만 그것이 심해지면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켜 폭동, 마녀사냥, 파시즘 등의 광기로 치닫는다. 이 때 인간은 개별적으로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자극, 충동에만 반응하는 거대한 군중이 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 경우 인간은 극도로 잔인해진다. 

 그리고 인공물은 인간을 대상화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감상자 역시 사물로 전락한다. 우리가 포르노를 소비하면 거기 나오는 여배우는 그저 성욕의 대상화가 된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했는지는 모두 탈색되어 버린다. 그리고 감상자인 나 역시 그저 성욕에 빠진 도구만이 되어 버린다. 이처럼 동적 힘이 우리의 인격을 지우고, 그 자리를 추상적 욕망으로 채운다. 마케팅의 핵심은 이성을 우회하여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생존과 본능에만 반응하는 파충류 뇌를 직접 공략하는 것이다. 

 교훈적 인공물의 대표는 이념대립 선전영화다. 특정 국가, 민족을 적대적으로 묘사하여 공포와 증오를 부추겨 대중을 하나의 정서적 공동체로 묶는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산물이었으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민주사회의 이익집단도 대중을 길들이기 위해 이를 적극 활용한다. 그들의 목표는 이 미적수단을 빌려 자기만의 도덕규범을 사람들의 내면에 강제 이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은 늘 질서유지라는 명목으로 언제나 인공물을 동원한다. 

 

2. 미란 무엇인가

 전통 미학은 미에 여러 가지 기준을 부여하여 오랜 세월 예술가를 그것에 갇히게 억압했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은 상당기간 체제의 안정과 권력을 보위하는 인공물을 생산했다. 이런 억압에 맞선게 현대 모더니즘이다. 미를 거부하고 인간의 삶, 그 자체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또 다른 형태의 미를 발견한다. 기존의 미를 파괴하여 더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잉태한 것이다. 

 에드먼드 버크는 기존의 미와 구별되는 강렬하고 파괴적인 아름다움의 존재를 숭고라 칭했다. 기존의 미가 내가 규정하는 세상가 딱 맞아 떨어지는 편안한 만족감이라면 숭고는 현실이 내 예상과 전혀 다르게 나타날 대의 파괴적 아름다움이다. 

 현대 모더니즘이 잉태한게 바로 이 숭고다. 양차대전, 홀로코스트, 냉전의 광기는 이성을 무너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미의 추구는 자기기만이었다. 그래서 조화와 대칭이 아닌 숭고에서 미적가치를 찾았다. 샤를 보들레르는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기괴하다고 했다. 진정한 미는 우리의 상식과 고정관념을 찢어 발기는 기괴함이다. 대중이 인공물에게 미적 갈등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인공물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공물은 언제나 기존 상식과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그것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진짜 예술은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고 상식을 초월한다. 

 그래서 예술은 철저히 개별적이 된다. 이 개별성은 기존 진서를 뒤흔들고 해체하는 파괴적인 힘이다. 진정한 예술은 결코 대중의 요구에 영합하지 않는다. 예술의 본질이 언제나 새로운 것의 추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예술만이 도발적이고 숭고함을 갖진 않는다. 진정한 예술을 사실 시대를 막론하고 파격적이었다. 


3. 예술의 3요소

 조이스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 예술 작품으로 구현되려면 총체성, 조화, 광채라는 3가지 단계를 거쳐야한다고 보았다. 

 총체성은 우주라는 무한한 배경에서 특정 요소를 분리하여 하나의 자율적 완결성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이 거대한 시공간에서 분리되어 나와 스스로를 경계짓고 하나의 특정한 세상을 구축하는 찬란한 이미지다. 

 조화는 작품 속 여러 요소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상을 맺는 과정이다. 작품 구성요소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조화는 반드시 기하학적 대칭이나 아름다운 균형은 아니다. 오히려 거칠고 사나운 불협화음이 더 큰 조화를 줄 때가 있다. 

 광채는 작품을 하나의 완결된 전체로 인식할 때 터져 나오는 경이로운 섬광이다. 사물의 본질이 터져나오는 순간이다. 이 광채는 반드시 관찰자가 필요하다. 예술은 관찰자를 배제하면 그것을 목격할 의식이 없어지고, 그 무엇도 세상에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식물도감은 해바라기의 표준을 보여주기 위해 현실에 존재하는 해바라기의 개별적 특성과 변칙을 지운다. 하지만 고흐의 해바라기는 그것이 공유하는 보편적 속성을 오히려 도려내고 그것만의 개성과 변칙에 집중한다. 예술의 목적은 사물의 이데아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고 내 눈앞에 들이닥친 현실의 한 조각을 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예술과 실재

 칸트는 모든 아름다움 속에는 우주의 숨겨진 질서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앙리 베르그송은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예술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베일에 쌓여있다. 인간은 선입과, 습관, 생존 본능으로 인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언어조차 거대한 장막의 일부다. 언어는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의 개성을 지우고 일반화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아름다움이 닥치면 우리를 지배하던 이 관성이 일시정지한다.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의 굴레에서 벗어나 생존과 번식이라는 자기 보존의 알고리즘을 잊는다. 효율과 쓸모에서 벗어나 세속적 사고방식이 멈춘자리에 더 깊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한다. 

 인공물이 우리를 끌고, 미는 힘이라면 진짜 예술은 주체와 객체, 자아와 타인, 원인과 결과 같은 모든 이분법적 사고를 무너뜨린다. 들뢰지는 이처럼 인간의 편견, 고정관념이 사라질 때 드러나는 세상의 실재를 인간 이전의 풍경이라 불렀다. 

 존재의 흐름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 세상을 쓸모로만 파악했던 도구적 관점이 사라진다. 예술에서 인간은 미적 세계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잔상이며, 그 세계에서 목소리를 부여하는 미적 장치다. 인간이 쌓아올린 문화라는 껍데기를 내려놓고 다시 자연이 일부가 되어 원초적인 흐름으로 돌아갈 때 예술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폭발한다. 


4. 예술과 상징

 예술은 기호를 상징으로 바꾼다. 기호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이며,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기호는 그 대상과 내재적 연결이 되지 않는다. 상징은 그 의미가 바뀌면 존재 자체가 무너진다. 상징을 가리키는 대상 그 자체와 내적으로 길게 연결하기 때문이다. 상징의 진가는 무한한 확장성이다. 상징은 시공간, 인과율에서 자유롭고 본질적으로 모호하고 다층적이다. 그래서 상징은 인간 삼의 근본 토대다. 

 나에게 벌어진 일의 물리적 원인만 묻지 않고 그 일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는다면 상징의 시작이다. 기호는 다른 대상을 가리키는 기계적 인과율에서 벗어나면 상징이 된다. 기호가 상징이 된다는 것은 모든 세상을 비추는 렌즈가 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상징을 공식처럼 가르친다. 비둘기는 평화, 해골은 죽음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상징은 단 하나만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예술의 임무는 찰나의 상징을 포착해 공유 가능한 형태로 보존하는 것이다. 상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순간 그것을 광채를 잃고 단순 기호로 전락한다. 예술은 그래서 대상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술은 소통이 아니라 표현이다. 

 예술이 평범한 기호를 상징으로 번성하는 비결은 바로 프레이밍이다. 프레임은 작품과 세상을 구분하는 경계다. 예술의 3가지 단계중 첫 단계인 총체성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예술가는 세상의 무수한 파편 중 특정 요소를 골라 프레임에 가둔다. 평범한 사과도 세잔에게는 우주의 질서를 품은 강렬한 상징이다. 

 프레이밍은 현실의 모든 사물을 하나의 평면 위에 납작하게 압축한다. 대상이 프레임으로 들어오면 현실의 위계질서는 효력이 없다. 프레이밍은 선택과 구성으로 완성된다. 선택은 프레임에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을 구분한다. 구성은 담은 것을 적재적소 배치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의 기호만을 따라가며 전체적인 줄거리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상징을 탐닉하며 깊은 실재를 맛볼 수 있다. 두 가지 다하는게 좋다. 


5. 예술과 균열

 걸작은 구조가 완벽하고 기술적으로 우수하다. 하지만 고전철머 세계관을 깨뜨리고 깊은 혼돈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없다. 그래서 고전은 형식과 기술적인 완성도에 관심이 없다. 예술은 표면과 상징으로 구성된다. 상징이 예술가가 표착한 사건이라면 표면은 사건을 드러내는 창이다. 작가들은 그래서 표면을 깨부서려 한다. 

 모든 고전은 그래서 균열이 있다. 균열은 상식을 부수고 작품을 실재와 카오스모스의 세계로 인도한다. 상징이 드러나려면 예술이 피룡하고 고전이 되려면 균열이 필요하다. 균열은 서투름이다. 기술적 결함이나 앞뒤가 안맞는 전개, 어색한 표현이다. 그런데 이게 실재와 비슷하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연한 사고야말로 세계를 구성하는 진짜 본질에 가깝다. 

 동시성은 세상이 의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인간의 의식이 우주와 근본적으로 연결되었다고 믿는 태도다. 예술에서 의미는 인간의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다. 창작 과정에서 작가 개인의 신념은 중요치 않다. 그래서 균열은 작가의 의도로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도 모르게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예술은 인간의 피조물이 아니고 작가의 의지와 별개로 스스로 완성되는 독립적 생명체다. 즉, 작가는 예술이 발현되는 일종의 통로다.

 예술의 신비를 균열을 통해 완성된다. 균열을 작품의 여백을 만들고 우리의 참여를 허용한다. 인간의 이성요소는 여백을 메우지 못하고 상상력과 내면의 감각만이 그것을 채울 수 있다. 인간은 저마다 다르고 그래서 이 여백을 채우는 게 모두 다르다. 그래서 고전은 저마다에게 다르게 완성된다. 


6. 예술과 정치

 예술과 정치는 근본적으로 대척점에 있다. 예술은 기호를 상징으로 변환하나, 정치는 정확히 반대로 한다. 예술이 내는 균열은 정치 권력이 세운 사회에 균열을 낸다. 하지만 항상 상극은 아니다. 예술도 결국 문화라는 토대가 필요하다. 정치가 구축한 기초가 있어야 문화가 꽃 피고 그래야 예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예술은 권력자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도구로 기능할 때 의미가 있다. 이데올로기에 강하게 지배잗는 사회일수록 원형이 되는 신화를 경계한다. 전체주의 사회는 국가가 정해진 단 하나의 해석만을 허용하는데 신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는 사람들이 신화를 자유롭게 해석하게 둔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도 때로는 질서 유지를 위해 국가가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강요할 때가 있다. 다만 목적을 달성하면 다시 해체해 신화의 바다로 돌려보낸다. 결국 이상적 사회란 질서와 혼돈, 기호와 상징이 끊임없이 순환한다. 

 이데올로기화한 정치는 가장 먼저 예술을 탄압한다. 예술이 균열로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술은 본질적으로 비정치적이고 현실에 구현된 순간 혁명적 힘이 된다. 단단하다고 믿는 것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세상의 껍데기를 의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7. 현대사회와 예술

현대사회는 가짜 이미지와 번쩍이는 조명, 조작된 기억과 인위적인 꿈이 넘쳐나는 미적 과잉시대다. 인공물이 생성한 안개는 우리의 삶을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인공물을 우리의 감정과 욕망을 오로지 정치선동과 시장의 마케팅에만 반응하게 한다. 그래서 마음에는 소중한 상징대신 시장이 자리한다. 

 어쩌면 인공물은 전기의 발명으로 본격화한 것일 수 있다. 인공물의 지배가 정점에 달한 것은 할리우드, 전체주의, 원자폭탄이라는 거대한 사건 때문이다. 원자폭탄은 모두가 죽는다는 상호확증파괴라는 공포를 퍼뜨려 사람을 길들이는 인공물이다. 원폭 이전 인간의 삶은 고정 상수였다. 하지만 원폭이후 사람들이 이 공통 기반이 언제든 사라질 수 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폭의 불안을 빌미로 정치권력은 사회 곳곳에 미적 장치를 놓는다. 화려한 볼거리라는 도피처를 제공해 굳이 폭력 없이도 대중의 무의식에 자연의 이데올로기를 깊숙히 박는다. 미적 장치의 대표사례가 TV다. 그것은 대화와 밤을 앗아갔다. 

 프랑스 사상가 기드브로는 가짜 이미지만 소비하고 스스로를 소비시키는 사회를 스펙터클 사회라고 칭했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사라지고 인간은 하나의 이미지로 가공, 피상 경험된다. 인간은 직접 경험대신 영화, TV, 가상현실로 간접체험에 만족한다. 그래도 스마트폰 이전에는 티비를 끄고 한적한 교외로 나가면 인공물에게 쉽게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스마트폰이 손에 있어 이젠 한치의 틈도 없다. 우리는 SNS 의 환상에 자신을 끼워 맞춰 가치관과 생활 방식을 바꾸는 일을 일종의 자아실현이라 착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스펙터클 사회를 넘어선 유령사회가 된다. 스펙트럴 사회인데 이는 화려한 스펙트럼과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유령마냥 떠도는 스펙터를 의미한다. 인간은 주체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알고리즘과 마케팅의 유령이 되어 생각과 결정을 맡긴다.  

 이런 인간을 구원할 유일한 수단이 예술이 될 수 있다. 예술은 과학이 그러하듯 세상의 진실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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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 전 참패 이후 나는 자조 섞인 느낌으로 아직 1패가 남았다는 글을 썼었다. 내가 섣불렀다. 1승이면 12개조 3위 중 8위 안에 드는 것은 충분히 월드컵 역사를 볼 때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승을 가지고 12개 3위 중 8등 안에 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이번 대회가 48개국 체제로 치뤄졌기 때문이다. 32개국 체제에서는 각 대륙마다 참가국 티켓이 적었다. 특히, 아시아, 북중미, 아프리카 같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아 티켓이 적었는데 이 지역들에 대해 티켓 배분이 더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각 조의 4위가 매우 취약했다. 조4위 중 3패 팀이 무려 6개다. 절반이다. 그러다보니 3위 팀들이 1승을 챙기는 일이 무척 많아졌다. 이번 대회 3위 팀 중 무려 7개 팀이 1승1무1패를 거뒀다. 즉, 48개 체제의 월드컵에서 조2위든 3위든, 향후 1승 1무 1패 이상을 거둬야만 토너먼트를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대표팀은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감독 홍명보의 인터뷰는 놀라움 그 자체다. 남아공 전 이후 그는 모든 것은 감독의 책임이라는 매우 의외의 말을 했다. 사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한국은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등에 대패했다. 그 때마다 그는 자신의 전술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리더답지 못하게 선수 개개인의 탓이나 경기 외적인 시간 부족이나 완성도의 부족 정도를 탓했다. 그런 그가 자기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하루를 가지 못했다 감독 홍명보는 바로, 자신의 전술, 전략, 지도능력의 부재를 인정하지 않고 왜 선수들이 뛰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등등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또 다시 남탓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같은 것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그는 2002 월드컵 이후 사상 최악의 참패였던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자신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홍명보의 임기는 2027 아시안 컵까지다. 대한축구협회는 국민들의 분노에도 아직 그를 경질하지 않았다. 32강 진출 가능성이 그나마 남아있었을 때는 모르겠으나 실패한 지금도 경질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리고 홍명보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 것도 놀랍다. 고국에 와서 인터뷰라도 하면서 사임할 작정일까나.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혹시나 고집스러운 그가 이번엔 시간이 부족했다며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아가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명예회복을 위해 물러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점이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이 그가 선임된 데에도 홍 감독 자신의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작용했었다라는 후문이 돌았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충분히 입증된 만큼,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도무지 기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는 선수단에게 완전히 신뢰를 상실했다. 한국적 문화로 인해 선수들이 말하지 않을 뿐이지, 그의 전술과 선수기용, 상황 대처 능력에 대한 선수들의 불신은 이미 상당해보인다. 위기 상황 또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마다 가만히 앉은 그의 모습은 그가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매우 부족하고, 경기를 움직일 만한 전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함을 입증한다. 

 제대로 된 감독들은 선수들을 순간 순간 지속적으로 지도하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같은 상황이 있다면 전면적으로 움직임이나 세부 전술을 지도한다. 그런데 홍감독은 경기 내내 가만히만 있는다. 제대로 된 감독은 경기 중 선수가 잠깐 물이라도 벤치 근처에서 마시면 디테일하게 움직임과 전술을 지도하고 다른 선수들에 전달까지 시키는데 홍감독이 그러는건 단 한차례도 보지 못했다. 

 때문에 홍감독은 자진 사퇴하는게 맞다. 정 안한다면 위약금이라는게 적지 않게 들 수 도 있겠지만 협회가 그를 반드시 경질해야 한다. 그리고 빠르게 제대로 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으면 한다. 그래야 1년 후에 있을 아시안컵을 간신히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투도 매우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한국문화와 한국 대표팀 개개인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 컵은 중요하다. 한국이 아시아 최강을 오랜 기간 자임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아시아 최고 팀임을 입증하는 대회인 아시안 컵에서 우승한게 반세기도 더 전이다. 이는 한국이 오랜 기간 아시안 컵을 경시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오랜 기간 월드컵에만 올인했다. 그리고 아시안 컵은 월드컵이 끝나고 열린다. 한국은 대개 월드컵에 실패하고 늘 일관성 없는 시각으로 매번 새로운 스타일의 감독을 임명한다. 

 그렇기에 한국 대표팀은 늘 아시안 컵에 제대로 된 대비, 즉 팀이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로 임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월드컵을 치룬 감독이 연임되지 않아 팀을 새롭게 리빌딩하는 초입에 아시안컵을 치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드컵에서의 전력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로 아시안컵에 임한 것은 내 기억으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치뤄진 2011 아시안 컵 정도가 유일했다. 

 그리고 한국은 아시안컵 자체를 홀대한다. 지금은 좀 나아진 것 같지만 내 느낌엔 아직도 한국 축구는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 게임, 아시안 컵 정도의 우선 순위를 가진 듯 하다. 세계 축구계는 모두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을 홀대 하지만 한국은 병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두 대회를 매우 중시한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 게임 우승이면 병역이 면제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게 아시안컵이 2순위 이상의 의미를 가진 대회였다면 우승 횟수는 분명 더 많았을 것이고 경험도 보다 최근이였을 것이다.

 지금의 협회는 갈아 엎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집단이라면 유종의 미를 거두는 입장에서 홍감독을 정리하고, 제대로 된 감독을 제대로 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임했으면 한다. 축구협회장은 사임을 천명했지만 언제 사임할지 모르며, 선임과정에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아시안 컵은 불과 내년 초반에 치뤄진다. 시간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정치권에선 책임을 확실히 물었으면 한다. 한국 축구판을 축구인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은 이번에도 다시 입증됐다. 문체부 중심으로 책임을 묻고 축구협회장 선거에 민간도 적극참여하는 형태로 문호를 열어야 한다. 정치권에도 이는 중요하다.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협회의 독단으로 인해 이번 월드컵은 초반 열기가 매우 차가웠지만 첫 경기를 이기자 바로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남아공 전의 졸전에도 상당수의 국민들이 32강에 오르기를 염원했다. 한국인들은 축구 자체를 좋아하기 보다는 나라를 사랑하고, 그것이 간접적으로 발현되는게 월드컵에서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가 관여해야 한다. 지금의 여당은 청년층으로부터 특히, 젊은 남성으로부터 상당히 인기가 없는데 이는 공정이라는 부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때문에 공정하지도 못하고 투명성도 없었던 축구 협회를 공정하고 투명한 집단으로 변모시킨다면 젊은 층의 마음도 어느 정도 살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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