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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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 색스가 타계한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우리 집엔 그의 책이 몇 권 있기는 한데 이상하게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 그렇게 유명한 작가임에도 말이다. 그러다 도서관 사서의 추천으로 이 책을 보게되었다. 색스의 책이라고는 생각치 못했고 얇은 바쁜 시기에 보기 좋은 책으로 여겼기에 잡았다.

 책은 올리버 색스의 책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자서전을 남겼지만 이 책은 가장 마지막 시기, 그리고 최후의 진단을 받은 후의 6개월 여간의 책이라 가장 얇으면서도 어쩌면 깊을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인상 깊은 구절이다. 80이 되면 쇠퇴의 징후가 뚜렸해진다. 또래의 1/3은 이미 죽었다. 반응이 살짝 느려지고, 주변 사람의 이름이 가물가물해지며 에너지를 아껴써야 한다. 80이 된 사람은 긴 인생을 경험했다. 자신의 인생과 타인의 인생이다. 이 정도 살게 되면 한 세기가 어떤 시간인지 상상하고 체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노년은 여유와 자유의 시간이다. 억지스럽고 다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것을 탐구하고 평생 겪는 시간과 감정을 하나로 묶는 시간이다.

 나는 지난 10년간 또래의 죽음을 자주 경험했다. 내 세대가 퇴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죽음 하나하나가 내게는 갑작스러운 분리처럼, 내 일부가 뜯겨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라진 사람들의 빈자리는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 그들은 유전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있고 생각하는 존재이자 동물로 살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색스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나이를 원소 주기율표에 맞춰서 생각했다. 80살이면 원소기호 수은처럼 말이다. 그는 심지어 친우에게 80선물로 밀폐된 수은을 보냈다. 받은 친구는 어이없어하면서도 나중에 그 선물에 감사하며 건강을 생각해 조금씩 섭취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보냈다. 색스의 삶이 그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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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서양미술사 - 다빈치부터 피카소까지, 시대별 대표 명화로 한눈에 보는 미술의 역사
김찬용 지음 / 땡스B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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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미술 책은 볼 때마다 눈이 즐겁고 시대에 따른 흐름을 느끼는 것이 즐겁다. 예술도 인간의 산물인 만큼 그 정신의 변화를 따라가고 시대의 변화는 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책 한 번쯤은 서양 미술사는 르네상스부터 입체주의까지를 다룬다. 과거 고전과 현대가 없는 부분이 아쉽긴 한데 아마 속편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책은 각 시기의 사조를 소개하며 대표적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보여준다. 시기를 좀 세세히 쪼갰기에 시기별 작가 수가 좀 적고, 대표작은 한개만 보여준게 아쉽긴 한데 그래도 책의 즐거움은 충분하다. 

 르네상스는 미술을 숙련공의 기술이 아닌 그 시대의 지식, 철학, 예술가 개인의 창작물로 보기 시작한 시기다. 그래서 과거와 다르게 작품에 예술가의 이름이 새겨지기 시작한다. 이 시기 등장한 예술가가 보티첼리다. 그는 종교화 중심이던 르네 상스 초기 비너스 누드를 그렸다. 이는 신성모독이었으나 이를 과감히 시도했다. 조각의 중시한 미켈란 젤로는 시스티나 천장화의 의뢰를 받아 그렸다. 흔히 아담의 창조 부분이 강조되지만 이 천장화는 빛과 어둠의 분리, 별의 창조, 땅과 바다의 분리, 아담의 창조, 하와의 창조, 원죄, 노아의 방주1,2,3의 9개 장면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직사각형의 작은 프레임을 이용해 그린 구역과 전체화면을 채운 구역을 교차하고 꺾이는 곡면에 7명의 예언자와 5 사제를 배치해 재미를 살렸다. 르네상스 시기는 3명의 천재가 빛냈다. 조각의 미켈란젤로 회화의 라파엘로 모나라지의 다빈치다. 

 르네상스 시기는 비례, 균형, 조화, 이상미가 추구되었다. 이에 반해 왜곡과 과장의 비대칭과 강렬한 색감을 강조한 사조가 매너리즘이다. 틴토레토의 낙원은 당시의 작품으로 매우 규모가 크면서 수많은 천사와 부활한 성인, 그를 따르는 추종자 50인 이상을 그려냈다. 대규모 군상이 뒤 섞인 모습으로 역동성을 준다.

 바로크는 찌그러진 진주라는 뜻으로 17-18세기 중엽의 사조다. 종교와 역사화 등 주제 표현에 강렬하고 극적인 연출을 한다. 자연스러운 묘사와 정확한 비례속에 강한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키아토스쿠로 기법이 사용되었다. 당시 종교개혁으로 로마카톨릭은 이에 대응하고자 예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래서 이 시기엔 종교적 감화를 일으키는 강렬하고 극적인 작품들이 등장한다.

 로코코는 작은 조개 장식을 의미한다. 조개껍데기 처럼 우아한 바로크라는 뜻이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유럽귀족 사회로 확산한다. 귀족 사회와 연애, 자연을 주제로 한 부드럽고 우아함이 특징이다. 바로크는 다소 진지하고 무거웠기에 귀족 사회의 사적 취향을 충족시킬 방안이 탄생의 원인이다. 앙투안 와트의 키데라 섬으로의 출항은 당시의 작품이다. 키데라 섬은 비너스의 고향으로 연인과의 이상향을 의미한다. 

 신고전주의는 18세기 중후반과 19세기 초에 유행한 것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예술적 가치의 부활을 시도했다. 고고학적 정확성을 바탕으로 절제, 질서, 도덕, 공공정신을 강조한다. 합리주의 미학으로 균형과 구조, 명확한 윤곽, 입체적 형태의 완성을 중시한다. 바로크와 로코코에 반발해 계몽주의적 성격도 띈다. 나폴레옹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자신을 국가의 영웅과 구원자로 만들려고 했으며 그래서 개선문 건설, 전쟁 약탈 예술품으로 루브루를 확장했다.

 낭만주의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등장한 것으로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창작자 자신의 감정을 적극 드러낸다. 낭만주의 풍경화는 낭만주의 사조의 하위로 인물보다는 자연에 초점을 둔다. 자연을 감정과 상상의 투사대상으로 여긴 것이다. 

 사실주의는 19세기 중엽 프랑스에서 시작했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표현단다. 신고전주의의 이상적 미를 거부하고, 낭만주의의 문학적이고 과장됨도 경계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라 여겼으며 이는 근대 회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쿠르베는 '오르낭의 매장'을 그렸다. 이는 대형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외조부의 평범한 장례를 그렸다. 쿠르베의 작품은 당대 아카데미의 성격에 반하는 것으로 살롱에 출품이 거부되자 40점의 자기 작품만을 갖고 전시회를 기획했다. 이는 최초의 것으로 예술가의 주체적 활동 가능성을 드러낸 혁신적 일이었다. 

 인상주의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 중심의 사조다. 실질적으로 현대 미술의 시초라 볼 수 있으며 자연의 빛과 색채, 순간적 인상을 포착한다. 사물의 본질보다는 순간적 인상이 관심사였다. 드가는 무희를 많이 그렸다. 그 자신이 부유층으로 어려서부터 오페라 하우스를 드나들며 자주 관찰한 까닭이다. 그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몰래 사진을 찍은 듯한 관찰자의 시선인데 이는 드가가 당시 등장한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신인상주의는 인상주의에 과학적 이론과 질서를 적용하고자 했다. 광학이론 기반의 점묘법과 채도 높고 밝은 빛을 구현하는 화풍이 특징이다. 조르주 쇠라는 색의 혼합 없이고 원색점을 일정한 비율로 찍으면 관찰자가 이를 혼합색으로 인지함을 그랑자르 섬의 일요일 오후로 증명했다. 샤를 앙리는 미학이 개인의 감성이나 주관이 아닌 과학적 설명이 가능한 법칙 체계라 인식했다. 그는 감정이 수학적이고 물리적으로 예측 가능하다 보았다. 상승곡선은 고양감과 희망, 생명력, 하강 곡선은 침체, 우울, 피로를 수평선은 안정감과 평온, 수직선은 장엄함과 긴장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후기 인상주의는 1880년부터 20세기 초로 인상주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 인상주의 색채, 표현기법, 시대정신은 계승했으나 더 깊은 감정, 상징, 구조, 형태 등을 강조했다. 고갱은 종합주의를 표현했는데 이는 인상주의 처럼 가시적 경험 포착 외에도 눈에 보이는 형태와 색채에 화가가 느끼는 감정과 기억을 종합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다. 세잔은 매번 달라지는 순가보다는 진정은 지금 이순간을 포착하고자 하였고 이런 시도는 관찰자와 물체의 움직임이 적은 정물화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세잔의 사과가 넘쳐나는 이유다.

 표현주의와 상징주의는 19-20세기 초에 등장했다. 개인의 내면 세계와 감정, 상징적 의미를 중시했다. 표현주의는 객관적 현실묘사보다는 주관적 감정과 내면의 고통, 감동 같은 심리를 강렬히 묘사한다. 상징주의는 현실의 직접 묘사보다 상징과 은유를 통해 꿈과 정신, 죽음, 종교, 신화등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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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의 가격 -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박지성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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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위기하면 사람들은 끔찍한 상상을 한다. 영화 투모로우 처럼 대서양 열염순환이 멈춰 북반구에 심각한 빙하기가 도래하거나, 해수면 상승으로 세계 주요 해안이 잠기는 모습, 수자원을 두고 전쟁을 벌이거나 북극항로를 두고 국제적 갈등이 비화하는 장면들이다. 이는 모두 현실적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일어날 확률이 희박하기도 하다. 저자는 부제 슬로우 번처럼 극적인 피해보다는 이미 현실로 다가와 슬슬 우리를 태우고 있는 천천히 연소하고 있는 부분을 직격한다. 이 부분들은 잘 인식되지 않고 천천히 진행되나 이미 일어나고 있고 현실적이며 피해도 막대하다.

 우선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재난의 인적 자본 피해를 지적한다. 환경 재난이 나면 물적 재산 피해는 눈에 드러나가 집계된다. 하지만 인적 자본 피해는 그렇지 않다. 연구결과 1인당 평균 10-100$의 물적 자본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는 1인당 약 41$의 인적 자본 피해를 입힌다. 학생의 경우는 그것이 집중되어 1인당 245$의 피해에 이른다.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라니가 피해를 입혔을 때 학생들은 주거지를 잃게 되었고 피해 복구 기간인 5주간 학습을 하지 못했다. 이것이 인적 자본 피해다.

 기후 위기로 인한 더위는 이런 인적 자본 피해를 가속화한다. 1978-2011년간 미국의 기온은 0.55도 상승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평균적인 미국의 중학새으이 성적은 약 1%감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미국의 전반적인 학습 성과의 감소는 대략 10%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에 피해가 집중된다. 이들이 더위 피해가 더 큰 저위도 지역에 주로 거주하고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서 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이는 나라별로도 차이를 나타낸다. 미국의 학생은 32.2도 이상인 날이 연간 12일이나 인도는 연간 100일이 넘는다. 여기에 미국의 학생은 냉방시설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인도는 거의 그렇지 못하다. 이런 더위로 인한 학습성취도의 차이는 국가간의 차이를 더욱 강화하고 고착화할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높아진 기온은 생산성도 떨어뜨린다. 1994-2005년까지 미국의 수십개의 공장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32.2도 이상인 날이 6일 이상 지속될 경우 주간 생산량이 8%이상 감소했다. 시카고 대학팀은 연구결과 실내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생산성이 2-4%감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야외 작업장일수록 극적으로 다가온다. 실내 사무실은 더워질 경우 면적이 좁아 에어컨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외 작업장은 넓고 사업에 따라 개방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하거나 비용이 너무 높기에 설치를 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기후위기가 심화할 수록 야외 작업장의 생산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 역시 고위도 부유한 국가와 저위도 가난한 국가간의 차이를 더욱 심화할 것이다. 저위도 국가일수록 야외 작업장이 더욱 덥고 냉방 시설이 없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높아진 기온은 범죄도 증가시킨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치안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쓴다. 미정부와 지방정부들이 2019년 치안활동에 쓴 돈이 1250억 달러다. 이는 재정의 7%나. 유럽연합은 2015년 치안에 2500억 달러를 사용했다. 매슈랜슨은 미국 3000여개의 카운티 1만 7천개 데이터를 연구했다. 그 결과 1980-2009년까지 일일기온이 높아질수록 범죄가 증가하는 상관성이 밝혀냈다. 32.2도 이상 기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월간 강간 범죄는 5%증가했고 살인과 가중폭력은 3%증가했다. 더워지면 폭력이 증가하는 요인으로는 더위가 공격성을 가중시키는 것과 날씨 변화로 인한 생계 악화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 기온이 높아져 주로 바깥에서 생활하는 빈도가 증가해 사람과의 만남이 잦아져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다. 기온과 정서간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최고 기온이 38.9도 이상인 날은 사람의 기분은 표준 편차상 15%나 내려간다. 보통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되는 우울한 월요일의 경우 표준편차가 10%정도 감소하는데 그 이상인 것이다. 그리고 38.9도 이상이면 사람들의 욕설 사용은 평소에 비해 3-4%증가한다. 더위는 사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자 패트릭 베리사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의 법정에서 선고 당일 기준이 높으면 형량이 높아졌고 기각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처럼 더위가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이를 피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능력은 개개인의 경제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매우 덥거나 추운날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사람은 대개 15-20도를 가장 선호한다. 실제로 미국 LA의 경우 같은 도시더라도 지형과 녹지 비율에 따라 기온차가 난다. 그리고 이런 지역의 기온 분포와 사람들의 소득 수준은 거의 일치했다. 부유한 사람일 수록 쾌적한 기온의 지역에 거주했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위가 강한 지역에 거주했다. 

 기후 위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농업생산을 것이다. 문제는 전 세계 소득 분포의 하위 10%에 해당하는 빈곤층이 대개 농업에 종사한다는 점이다. 농업은 기후에 당연히 민감하다. 2도 상승할 경우 옥수수, 쌀, 밀, 콩 등 주요 식량작물의 수확량은 20%나 감소한다. 그리고 선진국과 후진국일수록 이런 기온상승에 대처할 농업기술과 시설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즉,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최하위 10억의 생계 소득이 상당량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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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웨이브 - 대한민국 초고령사회 시작, 누가 먼저 기회를 잡을 것인가?
박재병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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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세 인구가 7%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이행하는데 18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6년이 걸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고 있다는 의미다. 중위연령도 이미 40대 중후반이다. 한국은 그간 노인의 복지의 초점을 가족 우선에 두었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도 개인은 자신외에도 자신의 윗세대와 아랫세대를 모두 감당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이 늙고 있다는 신호는 이미 20년 전에 왔고, 실버산업이란게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기상조인데다 노하우도 없어 노인 수는 크게 늘었음에도 이렇다할 진작이 없었다. 저자는 한국의 노인의 현실을 잘 짚어내며, 초고령사회에 대한 여러 해법을 제시한다. 사실 좀 더 미래산업과 관련한 부분을 기대했으나 현실적 요양시설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이 아쉬웠다.

 책은 한국의 노인 빈곤율부터 지적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률은 40.4%로 OECD 14.2%의 3배나 된다. 하지만 이는 서구적 관점을 한국에 들이댄 것으로 허수가 많다. 서구사회는 현금흐름을 중시한다. 이는 자가에 대한 구조가 한국과 서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인 75.7%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주택의 평균가격은 6억에 달해, 한국 평균 자산을 한참 상회한다. 반면 서구사회는 자가 비중이 낮고 대개 월세가 많다. 이렇기에 한국의 노년은 자가를 보유해 현금흐름이 낮고 중요하지 않기에 빈곤율이 높게 측정된다. 따라서 보유자산을 현금흐름으로 대치해 새로 계산하면 한국의 노년 빈곤율은 21.7%로 크게 낮아진다. 

 지금의 노인은 과거의 노인과 크게 다르다. 일단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났고 경제적으로도 윤택하며 활동적이다. 2023년 한국의 노인은 생활비마련, 일하는 즐거움, 무료함의 이유로 근로 희망사유가 조사되었다.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후에도 활발한 여가, 사회생활, 소비를 즐기며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50세 이상 인구를 의미한다. 이들은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경제적 여유가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젊다고 생각하고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며, 다양한 취미, 노후 준비에 적극적이다. 

 향후 이런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 하우징이 거론된다. 과거 노인은 자연을 벗삼아 살아간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시니어의 거주요건은 도심지이고, 의료시설 접근성이 높으며 교통이 편한 곳이 선호된다. 즉, 도심지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니어 주거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성장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2023년 노인주거 시설만 5만 6692개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주택 소유개념이 약하고 월세가 보편적이고 거주 면적도 작아 시니어 하우징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이다. 

 한국의 시니어 하우징은 빠르게 성장하고, 다양한 형태의 시니어 하우징 시설과 업체가 형성되고, 정부의 지원 범위가 확대되고, 민간과 기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제품은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꾸준히 실패했다. 대개 노인용 제품은 그것을 홍보했지만 노인은 그것을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다. 젊어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 제품은 기본적으로 감정적, 사회적 허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꾸준한 개발은 중요하다. 결국 인구의 상당수를 노인이 차지하게 될 것이고 이들의 지갑을 열어내지 못하면 내수가 크게 위축되어 국가경제가 쇠퇴하고 기업들의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노인 장기요양 서비스를 위한 요양원은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어렵다. 요양 시설 사업자는 현행법상 안정성을 위해 건물과 토지를 모두 소유해야한다. 면적기준은 입소정원 10명 이상인 경우 정원 1인당 7평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자기 땅에 5층 정도 건물을 소유해야 한다는 셈이다. 요양원은 24시간 365일 근무다. 반면 수급자 수가가 고정되어 경영을 잘못하면 적자를 보기 쉽상이고 이 경우 요양보호사가 먼저 그만둔다. 요양보호사는 급여가 낮고 일이 힘들며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 즉, 부르는 곳이 많아 요양보호사는 쉽게 이탈하고, 그들이 이탈한 요양원은 질이 낮은 인력만이 남아 더욱 서비스 수준이 낮아져 경영이 어렵다. 

 요양원이 성공하려면 입지가 중요하다. 좋은 입지, 규모의 확보, 타킷 고객, 운영 콘셉트, 디자인 설계가 중요하다. 입지는 노인 인구가 많이 거주하면서도 가족과 지인의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최근 2-4년 사이 대기업들이 요양원 사업진출을 선언했다. 

 장래에는 헬스케이 리츠도 부동산 리츠의 하나로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 관련 부동산이나 병원, 시니어 하우징, 전문 간호시설, 의료용 오피스에 투자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요양서비스의 경우 지금의 상조업체처럼 민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지금 한국의 의료체계는 병원, 요양원, 요양병원, 방문 간호인력이 서로 간의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다 따로노는 체계다. 즉, 환자 자신과 가족이 챙겨야할 것이 엄청 많다는 이야기다. 간호와 비용을 치루는 것만으로도 힘든 형국인데 말이다. 과거 장례도 그러했다. 하지만 상조회사가 등장하면서 그 모든 것을 비용만 치루면 양질의 적절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저자의 생각엔 이런 요양 간호 부분도 민간에서 시행하면 그러한 해법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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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 머니 리셋 - 비트코인에서 시작된 궁극의 통화, 미래를 삼키다
정구태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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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초 스테이블 코인 주가가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크게 들썩인바 있다. 그 후론 좀 한물간 느낌이지만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고 있으며 방식과 시기의 문제이지 언제가는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법정통화는 유럽에서 1648년 베스트 팔렌 조약 이후 도입되었다. 막연했던 국민주권국가의 개념이 형성되며 주권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 화폐발행권이 대두했다. 법정화폐가 탄생했는데 이는 금이나 은 같은 실물자산에 의해 가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정부의 법적 강제와 사회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가치가 부여되었다. 

 이로 인해 국가는 자국의 경제상황에 맞춰 통화량을 조절하고 경제 정책을 펼치는 유연성을 갖게 되었다. 거래 편의성이 높아지고, 경제공동체의 국가정체성이 강화되었으나 국경을 넘어서는 경우 거래 비용과 환율리스크가 생겨났다. 현재 전 세계의 평균 국제 송금비용은 약 6%에 달한다. 그리고 자국통화의 국제적 위상이 낮은 국가는 환율변동에 취약하고 대외 부채 상황부담이 커서 국제금융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핵심은 가치 안정성이다. 원래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들은 법정화폐를 대신해 거래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이들은 사실상 자산이 되어버리며 큰 가치변동을 겪게 되었다. 즉, 거래의 수단으로 부적합해진 것이다. 그래서 법정화폐 및 실물자산과 가치를 연동시켜 가치안정성을 부여한 스테이블 코인이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하였다. 이는 블록체인의 P2P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중개과정을 단축 또는 제거하여 시간을 초단위로 단축하고 수수료를 크게 낮춘다. 

 현재의 소비자 결제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소비자는 물건을 사고 카드로 결제하여 실시간이지만 판매자는 카드사 네트워크와 결제대행사 및 수많은 기관이 얽혀 대금정산이 시일이 걸린다. 이는 거래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나 2-3%의 높은 수수료와 실제 자금정산에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특히 국제거래로 가는 경우 이는 더욱 심각해진다.

 스테이블 코인은 안정성을 담보한 탈중앙 결제시스템이다. 그래서 비용을 절감하고, 빠른 정산과 글로벌 접근성이 생긴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나 유로 또는 금같은 실물자산에 가치를 연동(pegging)한다. 그래서 1코인이 항상 1달러나 1g의 금처럼 일정가치를 유지한다. 이를 위해서 발행사는 코인발행에 상응하는 실물자산을 준비금으로 예치해야한다. 혹은 알고리즘 방식으로 별도 담보없이 시장상황에 맞게 공급량을 조절하여 가치를 유지하는 방안도 있다.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 담보형, 디지털자산담보형, 실물자산담보형이 있다. 법정화폐는 글자그대로 법정화폐를 담보하는 것이고, 디지털 자산은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디지털 자산 자체의 가치 변동성이 커서 안전성 및 자본효율성, 담보리스크 자체가 발생한다. 실물자산 담보형은 금이나 부동산, 예술품 등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다만 담보의 보관과 관리, 정기적 감사의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 발생사에 은행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고 준비금을 현금이나 단기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1:1로 보유하게 강제하는 지니어스법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세계적 추세는 담보가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의 99%가 달러에 연동한다. 이는 개인에겐 피난처이나 해당국가의 통화불신이 심화되고 중앙은행의 정책이 무력화할 수 있다. 미국에게 스테이블 코인은 양날의 검이다. 미국 달러 수요를 강화하여 달러 패권을 강화하지만 연준과 미재무부의 통제 밖에서 움직이는 그림자 달러 시스템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디파이로 인해 활성화했다. 디파이는 탈중앙 재정이란 뜻이다. 디파이 코인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스태킹, 담보를 맡기고 코인을 빌리는 렌딩, 내가 가진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바꾸는 스왑기능을 제공한다. 초기 디파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용했지만 양자의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스테이블 코인이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되었다. 

 메이커다오는 사용자가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을 담보로 예치하면 달러에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 DAI를 발행한다. 사용자는 DAI를 다른 디파이 서비스에 사용하거나 DAI를 반납하면 담보를 되찾게 된다. 중개자 없이 시스템이 자산을 발행하고 유동성 공급자들은 DAI예치하여 이자 수익을 얻는다. 이처럼 개별 디파이를 위한 스테이블 코인은 유용하나 사용성과 법용성에 한계가 있다.

 디파이가 늘며 시장을 점유한 스테이블 코인이 테더의 USDT다. 2017년 1억 5천만 달러 규모였던 것이 2025년엔 1500억 달러규모로 100배 성장했다. USDT는 처음엔 이더리움에서 발행되었으나 지금은 다양한 체인으로 확대하여 신속성과 확장성이 있다. USDT의 성공에는 글로벌 최대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바이낸스는 특정국적이 없고 세계 여러 지역에 분산된 사무소가 있다. 그래서 알트코인을 적극적으로 상장했다. 테너는 미국 기업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의 정식 금융라이센스가 없고 미정부는 테더의 불투명성에 대해 우려한다. 테더의 준비금 보고서는 검토보고서 수준으로 신뢰성이 낮다. 그래서 향후 발전과 신뢰 획득을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의 외부감사가 요구된다. USDT는 이런 요소로 인해 미국의 감독을 받지 않아, 자금 세탁, 대북제재회피, 테러자금 유용에 이용된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테더로 인한 자국의 통화주권위협을 걱정한다. 그래서 미국은 현재 USDT를 법망 바깥으로 밀어내려 한다. 

 이런 테더에 비해 서클은 2015년 뉴욕 금융 감독국이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 사업자 전용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서클의 USDC는 규제 친화적 코인이다. 자산 준비금의 100%를 현금과 미국 국채로 보유한다. USDC의 준비금은 블랙록이 운영하는 증권거래서에 등록된 정부 MMF에 보관되며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 추구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트럼프는 2025년 1월 CBDC를 전면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미국은 지니어스 법을 제정했는데 이의 핵심내용은 이렇다. 1:1자산 담보원칙을 코인사에 강제, 국채 또는 달려 예금 외에 MMF 등 다양한 담보자산을 인정, 회계 투명성과 감사요건 강화와 이에 따라는 경우 연방정부차원의 인센티브 부여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각자 상이하다. 먼저미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흔들리고 있는 달러 패권을 강화할 수단으로 보고 있다. 전략은 중앙을 배제하고 민간이 이를 먼저 만들고 정부가 이를 규제하는 형식이다. 반면 유럽은 Mica라는 스테이블 코인 규제법, 포괄적 규제를 생성하고 법적 제도내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 한다. 반면 아르헨티나나 나이지라아 처럼 자국 통화의 가치가 불안정한 나라는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 시민들이 알아서 이를 활용하여 보급되고 있다. 급여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받고, 결제도 그것으로 하여 자국 화폐 불신으로 인한 자산변동성에서 자신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또한 필리핀이나 브라질 처럼 외국에 노동자가 많이 진출한 나라도 민간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적극 도입중이다. 이들 나라는 GDP의 상당 부분이 해외 노동자의 송금액인데 기존 송금망에 비해 스테이블 코인을 보내는 것이 수수료가 훨씬 적고 시간도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각국의 중앙은행은 스테이블 코인의 통화정책 침해 우려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를 검토중이다. CBDC의 원칙은 중앙은행 고유 의무를 방해하지 않고, 다양한 화폐와 공존하면선도 혁신과 효율성을 도입하는 것이다. CBDC는 직접형, 간접형, 중개형, 혼합형으로 나뉜다. 직접형은 중앙은행이 직접 CBDC를 발행 및 회수, 유통과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간접형은 민간금융사업자가 중앙은행에 현금 및 지급준비금을 예치하고 그에 상응하는 예치금을 담보로 CBDC를 이전 받아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다. 중개형은 CBDC의 제조와 회수, 발행은 중앙은행이 하되 유통을 민간과 공동으로 하는 것이다. 혼합형은 중개형과 같으나 중앙은해잉 개별 거래 정보까지 모두 보관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CBDC를 도입하는데는 중국의 CBDC인 디지털 위안화 방행계획과 페이스북의 리브라 도입 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스테이블 코인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기존 시스템과의 마찰없는 통합, 즉각적 체감 편익이 따라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는 절차, 전자지갑의 준비, 과도한 보한등이 부담이다. 그리고 결제사 입장에선 스테이블 코인을 정산하기 위해 단말기 등의 기기 설치, 코인을 다시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 과정등이 번잡하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카드는 사용자에게 포인트 등 어려 혜택을 주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이렇다할 혜택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아직까지 스테이블 코인의 결제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때 스테이블 코인이 민간에도 잘 퍼져서 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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