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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브레인 - 우리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는 제2의 뇌, ‘장(腸)’
에머런 마이어 지음, 서영조 외 옮김 / 레몬한스푼 / 2025년 2월
평점 :
전통의학은 만성질환을 잡지 못했다. 실제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평균수명의 증가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듯 보이며 만성질환과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 암으로 인한 사망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전통의학은 인간을 기계처럼 파악하고 각 기관 역시 부품처럼 여겨 문제가 생기면 교체하거나, 제거, 수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는 갑작스런 외상, 감염병, 급성질병엔 효과적이었으나 나머지엔 그렇지 못했다.
최근 의학은 장에 주목하고 있다. 장은 제 2의 뇌라 불린다. 장에는 무려 5천만에서 1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는데 이 수는 척수의 신경세포수와 맞먹는다. 그리고 장의 면역세포는 몸 전체의 면역세포와 비슷하다. 그리고 장은 장에 분포한 수많은 감각기관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실시간으로 미주신경을 통해 뇌와 소통한다. 이는 우리의 생각, 감정, 의사결정, 건강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니 장은 제2의 뇌가 될 수 밖에 없다.
장에 이렇게 신경이 많이 분포한 이유는 자명하다. 무언가를 잡아먹는 동물에게 소화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먹이가 되는 것은 매우 다양하며 그 안의 성분은 더욱 다양하다. 또한 주변의 환경은 먹이의 변화, 소화하는 나의 상황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니 장에 신경이 많이 분포하고 뇌와 실시간 상호소통하는 것은 진화상 매우 당연해 보인다.
장에는 무려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거주한다. 이들은 진화 상 우연히 동물의 장에서 거주하며 숙주와 서로 이득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인간 외에도 굉장히 많은 동물의 장에서도 미생물이 거주하는 것을 보면 이런 공생 관계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장내 미생물의 수는 인간의 세포수를 아득히 넘어서며 적혈구까지 합쳐야 간신히 비슷해질 정도로 많다. 인간의 유전자 개수는 360개에 불과하지만 이들 다양한 미생물의 유전자는 7백만 개에 이르며, 무게는 1-2.7kg정도에 달한다.
장내 미생물은 태어난지 3년 정도에 완전히 구성된다. 이후 환경 변화와 음식변화에도 이 구성은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바꾸는 방법은 타인의 분변 이식 뿐이다. 다만 먹는 음식이 바뀌면 장내 미생물군의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대사산물이 변경된다. 이 대사산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인간의 건강, 소화,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식사를 하는 중간에는 장은 소화에 전념하지만 식사 사이 시간에도 일을 한다. 몸은 느끼지 못하지만 이 빈 시간에 장은 압력파인 이동성 운동 수축파를 내보내 위나, 소장의 찌꺼기 및 남은 세균등을 대장으로 이동시키는 청소일을 한다.
장과 뇌는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상당히 일방적이다. 미주신경을 통한 이 정보량에서 장에서 뇌로 보내는 정보가 무려 90%에 달하고, 뇌에서 장으로 보내는 정보는 10%에 불과하다. 즉, 장은 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뇌는 반대로 장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다. 장은 뇌로부터 섭취한 음식의 이동속도의 조절, 소화를 위한 적정량의 산과 담즙에 대한 정보를 받는다.
맛은 혀만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장도 느낀다. 장에서는 적어도 단맛과 쓴맛 수용체가 발견되었다. 단맛 감지기는 포도당의 혈류 흡수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준비하고 뇌에 포만감 신호를 준비한다. 그리고 쓴맛 수용체는 자극을 받으면 그렐릴은 분비한다. 이는 공복 호르몬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심지어 냄새를 맡는 후각 수용체도 장에 분포한다.
세로토닌은 정상 상태에서는 소화가 규칙적으로 진행되게 돕는다. 장에는 세로토닌 분비세포가 90%나 모여있다. 세로토닌은 기본적으로 보상을 얻었을 때, 즉, 음식물을 먹었을 때 분비되는 것이 기본이니 이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세로토닌은 미주신경과 장신경계의 감각신경 말단을 활성화 한다. 이는 장관 아래로 내려가는 내용물에 대해 정보를 장신경계에 제공하여 연동반사를 촉진한다. 식중독이 일어나면 세로토닌은 고농도로 분비되어 구토와 설사를 유발한다. 평소의 낮은 세로토닌 수치는 긍정적 정서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먹으면 살짝 기분이 좋고 행복한 것이다.
장펩타이드는 장내 미생물들이 소화계 및 뇌와 의사소통 하는 도구다. 장펩타이드는 장의 호르몬 세포와 장신경계의 신경 세포에서 분비한다.
장내 미생물군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공생한다. 그리고 유익균도 있지만 유해균도 있다. 유해균이라고 해서 항상 인체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면 평소엔 잠자코 있다가 식단이 바뀌거나 항생제가 들어오거나 급격한 스트레스나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변모한다. 장내 미생물군은 인체의 장에 거주하며 적정한 온도와 안정적 먹이 공급,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 받는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인간이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 및 복합당을 소화하여 여러 장내 대사산물을 제공하고, 추가 열량을 제공한다. 그리고 인간이 생성하지 못하는 필수 비타민 일부를 생성하며 인체가 해결하지 못하는 독성물지이나 화학물질들을 해독한다. 장내 미생물 군 역시 들어오는 음식에 대한 대비 및 주변 환경에 따른 인체의 변화에 대응을 해야 하기에 인간의 몸, 즉 장내벽의 신경세포에 접속해 정보를 얻어낸다.
장내 미생물군은 염증신호, 호르몬, 신경신호등의 채널로 소통한다. 이 정보는 장 내벽을 덮고 있는 얇은 점액층의 두께와 무결성 장내벽의 투과성, 혈액-뇌 장벽에 크게 의존한다. 이 장 내벽은 기본적으로 매우 튼튼하기에 장내 미생물군은 사실 웬만한 것으로는 뇌에 정보를 보내는 것이 제한된다. 하지만 스트레스, 염증, 고지방 식단, 특정 식품 첨가물 등이 이 장벽에 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 경우 부적절한 의사소통이 일어나 인체가 교란된다.
장내벽 바로 아래에는 특수한 면역세포인 수지상 세포가 있다. 이는 길게 늘어나서 장 내부까지 닿는 촉수가 있다. 그래서 장벽 가까이 사는 장내 미생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정상 상태에서는 수지상 세포의 수용체들은 해롭지 않은 미생물에서 다양한 신호를 인식하여 모든 것이 정상이고 방어 반응이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면역체계에 알린다. 이렇게 인간의 면역 세포는 생애 초기에 다양한 장내 미생물군과 상호작용하며 평화 신호를 해석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장에 유해한 것이 침투하면 수지상 세포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이러면 장내에 일련의 염증반응이 생성된다.
장내벽 보호 점액은 장벽 속의 특수세포가 생성한다. 2층이다. 바깥층은 장내 미생물이 대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복합당 분자인 뮤신이 있다. 뮤신은 인체가 굶거나 식이섬유를 섭취하지 않을 시 미생물의 영양공급원이 된다. 안쪽층은 매우 밀도가 높아 세균의 침투가 거의 불가능하다. 미생물이 장내벽을 덮은 보호 점액층에 침투하면 미생물 세포벽의 분자들이 장 내벽 아래에 있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면역세포는 이들이 어느 정도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판단하여 면역반응강도를 조절한다. 지질다당류도 이런 일을 하는데, 이는 그람음성균이라는 미생물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요소로 장의 누수성을 높여 미생물이 면역체계로 쉽게 이동하게 한다.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는 장에 그람음성균, 피르미쿠테스균, 프로테스균의 비율을 상대적으로 높여 면역활성화 매커니즘이 만성작동하게 만든다. 염증이나 스트레스, 과다식이지방은 미생물과 장내벽을 분리시키는 2층의 방어벽을 손상시켜 결국 미생물의 신호전달을 과다하게 만들어 면역체계를 과활성화시킨다. 이로 인해 염증반응이 전신으로 퍼지는 대사독혈증이 발생한다. 이 경우 신체는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며 피로와 통증민감도가 커지고 우울해진다. 염증반응 물질인 사이토카인은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혈액-뇌 장벽을 뚫고 뇌속의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한다. 이는 알츠하이머의 유발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장내 미생물들은 수 많은 대사산물을 만들고 이는 혈액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는 신경 자극성 물질로 추정된다. 장내벽에는 세로토닌이 가득한 장크롬친화세포가 있는데 이 대사산물이 이를 통해 신경계와 연락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사산물 중 일보는 장크롬친화세포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수면과 통증민감도, 총체적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는 불안은 당연히 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깥 상황이 안 좋은데 여유롭게 에너지를 소화에 쓸 수만은 없는 일이고, 안 좋은 바깥 상황은 먹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이는 당연하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적이고 항구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아동기에 불운한 경험은 우울증 밋 약물중독 위험은 4-12배 증가시키고, 건강상태는 2-4배 정도 악화시킨다. 그리고 원숭이 실험결과 어미의 스트레스 수준과 성인이 된 자녀의 신경계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이 밀접하다. 어미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돌봄의 질일 떨어지는데 새끼가 스트레스를 받아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인자가 증가하고 스트레스 통제체계가 약화한다. 이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인간의 뇌 역시 유년기에 불운한 경험을 하면 이에 반응해 재정렬하고 이 상태는 평생 지속된다. 이는 후성유전이고 언급한 것처럼 유전된다.
그리고 유년기 스트레스는 뇌와 장에 영향을 미치고 장내 미생물군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이 더 강하게 수축해서 섭취한 음식물을 빠르게 밀어내기에 설사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내 환경이 변화하여 분변성 세균의 수와 유산균의 수는 줄어들며, 이질균과 대장균등 장관감염균이 늘어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은 침입균을 더 공격적이고 끈질기게 한다.
원숭이 실험결과 임신 중인 모체의 스트레스는 자녀의 장내 미생물군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어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질내 미생물 생태계도 변화한다. 특히 유산균이 줄어들어 질내 산성도가 약해져 감염에 취약해졌다. 모체 질내 미생물군은 포유류의 경우 태아의 장내 미생물군의 첫 씨앗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모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태아의 뇌가 집중적으로 성장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분자가 변화하여 태아의 뇌발달에도 저하가 있었다.
그리고 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자 장내 미생물군이 역시 변화했다. 주의 행동이 변화했는데 쥐는 대개 어둡고 보호된 장소를 선호한다. 밝고 개방된 곳은 위험해서 싫어하는데 덜 불안감을 느끼며 이런 곳으로 행했다. 하지만 항생제 투여를 중지하자 행동이 정상화했다.
또한 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했다. 투여하기 전 쥐가 싫어하는 행동인 수영을 하게 했다. 이는 스트레스를 불러일으켜 염증성 분자인 사이토카인이 증가했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이자 혈액과 뇌에서 우울반응이 감소했다. 이는 인간에게도 유의미했는데 프랑스와 영국에서 일반성인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1개월간 섭취하게 하자 불안감과 우울감이 개선되었다.
자폐증 환자의 40%는 위장관 장애를 갖고 있다. 또한 이들은 혈중 세로토닌 농도가 높고 장내 미생물군이 달라 대사산물도 다를 것으로 여겨진다. 한 연구에서 임신한 쥐에게 바이러스 감염을 모방하고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물질을 투입했다. 태어난 새끼들은 불안 유사행동, 정형적 반복 행동, 손상된 사회적 상호작용 등 자폐와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새끼쥐의 장내 미생물군에서 자폐 어린이의 소변에서 확인된 대사산물과 비슷한 대사물질을 확인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자폐유사 행동을 보이는 새끼 쥐에게 정상 쥐의 대변을 이식하자 행동이 정상화하였다.
인간의 정서도 장의 영향을 받는다. 뇌기반 정서회로는 대부분 유전적으로 결정되고, 생애초기 후성유전으로 변형한다. 그리고 감정과 장반응이 완전히 발달하려면 장내 미생물 체계를 훈련하고 미세하게 조정하는 평생에 걸친 학습이 중요하다. 개인의 고유한 발달사, 생활방식, 식습관이 모두 감정생성체계를 미세 조정한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뇌에 만든다.
장내미생물군은 생후 2.5-3세가 골든타임으로 이 때 형성된다. 인간의 모유에는 인간의 장이 소화하지 못하는 올리고당이 함유되어 있다. 올리고당은 유익한 미생물 비피더스균의 먹이인데 비피더스균이 모유의 올리고당으로 성장하여 이후의 고형식사에 대비한다. 식단을 식물성이나 동물성으로 갑자기 변화시키면 장내 미생물도 변화한다. 하지만 미생물군의 변화보다는 대사산물의 변화가 크다. 이처럼 장내미생물군은 생애 초기에 결정되지만 유연함이 크다. 이는 진화상 인간의 식량 사정이 늘 변동성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잡식이든 뭐든 소화가 언제든 가능한 체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장내 미생물군은 식물성 식사를 선호하는 것을 보인다. 식물유래 탄수활물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뷰티르산 같은 짧은 사슬 지방산으로 대사된다. 뷰티르 산은 대장 내벽의 세포에 먹이를 제공하고, 장신경계 건강을 증진한다.
반면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는 좋지 않아 보인다. 과거 과체중과 비만은 복부에 내장지방을 형성하고 여기서 사이토카인이 분비되어 염증을 유발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굳이 비만이 아니더라도 단 한번의 고지방식사로도 장의 면역체계가 경도 염증상태가 될 수 있고 동물성 지방함량식단의 정기적 섭취는 지속적인 경도염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식사량은 시상하부와 도파민 보상체계, 실행제어체계가 결정한다. 그런데 과다 동물성 식사로 염증신호가 시상하부에 도달하면 식욕조절 매커니즘의 균형이 상실된다. 그리고 현대는 늘 먹을 것이란 보상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대문에 보상체계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대인은 음식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공감미료는 체중증가와 제2형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과 관련이 깊다. 이들은 포도당불내증을 일으켜 대사증후군을 유발하고 마치 고지방 식사를 한 것처럼 박테로이데스균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인공감미료를 열량이 없으므로 섭취시 장내미생물은 열량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여 대사 경로를 바꾸어 추가 열량을 제공한다. 즉, 먹는 것 없이도 섭취 열량을 늘리는 것이다.
식품유화제는 위장관 내부 표면의 점액층을 파괴한다. 이러면 장내 미생물이 장벽에 쉽게 접근하여 면역이 과다 활성화해 대사독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군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책은 마지막으로 장내 미생물을 관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1. 장내 미생물 군의 다양성을 위해 자연발효식품,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섭취한다.
2. 식단에서 동물성 지방은 가급적 줄이고 가공식품도 줄인다.
3. 식사량을 줄이고, 간헐적 단식을 한다.
4. 태아의 영양상태에 관심을 갖는다.
5. 스트레스를 줄인다.
6.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식사하지 않는다.
7. 다른 사람과 즐겁게 식사한다.
8. 나의 직감에 귀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