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경우에는 단식으로 인한 건강 효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혈압과 인슐린 민감성, 일부 만성 질환 위험에 보인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단식이 인간에게도 비슷한 건강 효능을 나타낼 잠재력이 있다고 믿기에 이르렀다. 동물 연구 결과 단식은 인슐린 민감성 향상, 항암 효과, 뇌 건강 향상, 세포 저항력 향상, 암 위험 감소, 혈압 강하, 뇌 질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DK <음식 원리> 편집 위원회, <음식 원리> , p201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양껏 먹어도 불편함 없이 활동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해지는 것을 보면 신진대사(新陳代謝, metabolism) 능력이 확연히 떨어졌음을 실감합니다. 덕분에, 체형도 미래인류형인 E.T처럼 진화하는 것 같아 신경쓰던 중 아내의 권유로 3일간 금식이 힘들겠지만, 고비만 넘기면 5kg 빼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는 말에 물만 만시는 금식을 했습니다. 임상실험결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5kg 정도는 뺄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단식 1주 전과 1주 후 보식(회복식)기간을 가졌는데, 제게는 이 기간이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준비기간은 충분히 가져가야 후유증이 적다는 말이 있어 탄수화물과 당 섭취를 줄이는 준비기간을 가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단식 전 보식기간에 1kg 정도, 금식 기간에 4kg 정도 빠지고, 단식 후 보식 기간에 1kg 정도 빠져 총 6kg 감량이 되었으니 나름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량보다 긍정적인 요소는 안 좋은 습관을 끊어갈 수 있는 기간을 가졌다는 점이라 여겨집니다. 마치, CPU(Central Processing Unit)를 포맷(format)한 느낌이랄까요. 준비기간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잠시 전원을 꺼두고 나니 리부팅(Re booting)할 수 있어 원하는 습관을 몸에 새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 생각됩니다. 건강한 습관이 지속가능한 건강을 보장해 주리라 희망해 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단현상입니다. 평소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셨는데, 못 마시다 보니 금식 초기 금단 현상이 심했는데, 하루 정도 참고 나니 배가 고파지면서 저절로 해결되었습니다. 큰 고통은 작은 고통을 잊게 해주나 봅니다.

 

 또한, 3일 동안 몸의 통증이 가볍게 있었습니다.  첫째 날에는 두통이 있었고, 둘째 날에는 복부(위)에서, 셋째 날에는 허벅지 근육에서 통증을 느꼈는데,  금식을 끝내고 먹은 끊인 토마토가 들어가니 곧 해결되더군요. 통증의 원인은 첫째 날은 금단현상으로, 둘째 날에는 지방 연소, 셋째 날에는 근손실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가끔 가지는 휴식 시간처럼 정기적으로 금식으로 몸을 쉬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금식이 제게는 맞았습니다만, 다른 모든 이들에게 맞지는 않을 것이기에 추천 드리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계신 분께서는 매우 위험하겠지요. 


 24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게 되면 여가는 늘고, 마음의 동요는 줄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이것을 불필요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자문(自問)해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필요한 행동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생각도 피해야 한다... 26 너 자신을 단순화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p60


 단식을 준비하던 중 이 기간을 의미있게 보낼 요량으로 <코란>, <셰익스피어 전집>을 골랐습니다. <코란>은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Ramadan)에 <코란>을 읽는 이슬람 신도들을 심정에 가까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셰익스피어 전집>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인간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에 골랐습니다만, 모두 하루만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배고픈 것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절감했습니다. 이들을 대신하여 아내는 새로운 책들을 꺼내 주었는데, 이 때 읽었던 책은 페이퍼의 마무리에 소개하겠습니다.(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베일리스(W. M. Bayliss)와 스탈링(E. H. Starling)가 개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그들이 한 실험에서 소화 기관은 매우 입체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 현상은 재현성이 매우 높았다. 내부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소화 기관의 근육 층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험을 반복한 결과 소화 기관의 내용물을 한 방향으로만 밀어내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방식의 연동 운동은 매우 조직화해 있었으며, 구강 수축에서 항문의 이완에 이르는 하향식으로 조화롭게 움직였다. 장 안의 내용물은 기본적으로 항문을 향해 나아갔다. 베일리스와 스탈링은 압력에 반응하는 소화 기관의 움직임을 '소화 기관의 법칙'이라 불렀다. - 마이클 D. 거숀, <제2의 뇌>, p5


 배고픔과 관련해서 마이클 D. 거숀(Michael Gershon)이 <제2의 뇌 The Second Brain>에서 말한 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소화 기관의 역할을 재조명한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읽겠다'는 뇌 또는 의지는 '배고프다'라는 원초적 기관의 신호에 무력해짐을 느낀 저로서는 소화기관이 뇌의 지배를 받지 않은 독립된 기관임을 더 실감했습니다.


 신경계가 끊기기 전이나 다름없이 수축이나 이완같은 소화 기관의 연동 운동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뇌 혹은 척수에서 오는 입력 신호와 관계없이 하향식 연동 운동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이클 D. 거숀, <제2의 뇌>, p7


  배고픔 이외에도 <코란>을 못 읽은 것에는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기독교 <구약 성경>에서 율법서에 해당하는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경전을 읽다보니 지루함을 느낀 것도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상세 내용은 후에 정리하겠습니다만, 인상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코란>에서는 다른 경전(經典)과는 달리 유대교와 기독교(그리스도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명문화 되어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는 후발 종교로서 이슬람교가 앞선 두 종교와 차이점을 명확히 할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이러한 경전의 구절들이 종교 근본주의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일찍이 알라께서는 이스라엘이 자손들과 계약을 맺은 일이 있다. 그때 그들 중에서 열두 사람의 우두머리가 뽑혀 왔다. 알라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다. 만일 너희들이 예배를 지키고 희사(喜捨)를 하고 나의 사도들을 믿고 그들을 도와, 신께 좋은 대부(貸付)를 한다면 아래에 냇물이 흐르는 낙원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러나 그후에 너희들 중 믿음을 배반하는 자가 있으면 그야말로 바른 길에서 멀어져 미로에서 헤매게 된다.' 13 그러나 그들이 그 계약을 깨뜨렸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들을 저주하고, 그 마음을 굳게 다졌다. - <코란>, 5. 식탁(食卓)의 장(章), p143


 14 또 '우리들은 그리스도교도이다'라고 청하는 사람들과도 우리들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르침을 받은 바의 일부를 잊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부활의 날까지 그들 사이에 적의와 증오를 일으켰다. 알라께서는 그들이 한 행실에 대하여 일일이 알려 주실 것이다.- <코란>, 5. 식탁(食卓)의 장(章), p143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의 작품은 <헨리 6세>를 읽었습니다. 이 역시 내용 정리는 추후 하도록 하고, 간단하게 작품의 성격만 <셰익스피어의 책>을 통해 옮겨봅니다. <헨리 6세>는 100년 전쟁(the Hundred Years' War, 1337 ~ 1453) 후반부터 장미전쟁(Wars of the Roses, 1455 ~ 1485)까지 이르는 시기에 2번의 재위기간을 가진 헨리 6세(Henry VI, 1421 ~ 1471)와 주변 인물을 다룬 작품입니다. 


 근거로 미루어 볼 때 <헨리 6세 1부>는 <헨리 6세> 3부작 중 제일 마지막에 집필되었고, 1592년에 초연되어 격찬을 받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헨리 6세> 2부와 3부에서 펼쳐지는 사건의 배경을 제시하는 프리퀄(prequel) 성격을 띤다. 1부는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오가며 대구모의 전투 장면과 스릴 넘치는 백병전이 펼쳐지는 장대한 작품인 반면, 2부와 3부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 스탠리 웰스외 공저, <셰익스피어의 책>, p46


 <헨리 6세 3부>는 헨리 6세의 통치기(1422 ~ 1461, 1470 ~ 1471)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연극 세 편 중에 마지막 작품이다. 여기서는 가장 피비린내 나는 장미전쟁 시기를 다루고 있어, 요크가가 왕위 쟁탈전에서 헨리의 랭커스터가를 제압하고 요크 공작의 장남이 헨리에게서 왕좌를 빼앗아 에드워드 4세로 즉위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탠리 웰스외 공저, <셰익스피어의 책>, p42


 <헨리 6세 1부>에서는 잔다르크(Jeanne d'Arc, 1412 ~ 1431)도 등장하는데, 프랑스의 국민영웅이 영국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다르게 조명된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淵蓋蘇文, ? ~ 665)이 중국 경극에서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된 것처럼 한 인물에 대한 평가도 관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느껴봅니다.


[사진] 경극에 나타난 연개소문(출처 : KBS)


 글이 다소 길어졌지만, 단식 3일을 함께 한 책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페이퍼를 마무리 하려 합니다. 단식 기간에는 되도록 머리를 가볍게 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는 말로 아내가 꺼내준 애장판이지만, 제게는.... 만약 리뷰를 쓸 수 있다면 제 서재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 분명하기에 도전하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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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0-07-23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리가면은 상당히 재밌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7-23 13:27   좋아요 0 | URL
닷슈님 말씀처럼 유리가면은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서사와 갈등묘사가 뛰어난 작품이고, 여기에 재미까지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순정만화는 거의 접하질 않아서 처음에 상당히 어색했습니다.^^:)

hnine 2020-07-23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단식을 성공하셨군요. 유리가면 저렇게 통째 가져다주고 단식하면서 보라면 저도 단식 기꺼이 도전해볼것 같은데요 ^^
(라마단은 금식 기간이라기 보다 해 떠 있는 동안 안먹는 기간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아요. )

겨울호랑이 2020-07-23 13:56   좋아요 0 | URL
hnie님 감사합니다. 단식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은 무리하지 말고 휴가온 것처럼 해야 부담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씀처럼 라마단은 해가 떠 있는 기간동안 안 먹는, 간헐적 단식에 해당하는 기간이기에 수정했습니다.^^:)

페넬로페 2020-07-23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끼만 굶어도 너무 힘든데
어려운 일을 해내셨네요~~
그것도 책과 함께요^^

겨울호랑이 2020-07-23 17:11   좋아요 1 | URL
그리 말씀하시니 쑥스럽습니다. 그저 만화책 보고 놀고 마시고 잤을 뿐인걸요. 조금만 배고파도 머리 쓰는 것을 싫어하는 자신을 발견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7-24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 현실이지만, 다음 글처럼 한번 살찌면 평생 다이어트 해야 한다고 합니다. ㅠㅠ 제가 그렇습니다. ㅠㅠ

“훗날 대비해 지방 분자를 저장하는 지방 조직은 거의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지방 조직이 피부를 제외한 다른 신체 조직과 다른 특성이다. 지방세포는 원래 크기의 열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지방세포는 크고 둥근 지방 방울을 싸는 얇은 막과 같은데, 돼지고기로 채워진 소시지의 막보다 더 잘 늘어난다.
섭취한 식품에 지방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체내 존재하는 지방세포가 다 흡수할 수 없으면, 신체는 새로운 지방세포를 생산해서 남은 지방을 흡수한다.
또 지방세포는 한번 생성되면 죽은 법이 없다. 체중이 줄 때는 지방세포가 죽은 것이 아니라 수축하는 것뿐이다. 한번 만들어진 지방세포는 절대로 죽지 않고 지방질이 풍부한 식품을 늘 기다리고 있다.”

겨울호랑이 2020-07-24 19:54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마치 늘어진 위장처럼 끝도 없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때문에, input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식을 해보니 제게 잘 맞는 것 같아서, 평상시에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정기적으로 금식을 하는 것을 생각 중에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자발적인 금식은 여러모로 좋은 것 같습니다.^^:)

2020-07-26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