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카일 하퍼 지음, 부희령 옮김 / 더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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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인들은 홀로세라 불리는 역사적 기후 시대의 특정한 순간, 지중해 지역에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지연되고 있던 시기였다. 더 중요한 것은, 로마인들이 이미 알려져 있던 세계를 가로질러 열대의 변두리까지 덩굴손처럼 뻗어나가 도시화한 제국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자연의 음모 속에서, 로마인들은 병원체가 진화의 잠재력을 분출하기 쉬운 질병 생태계를 창조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신종 전염병이라고 부르는 압도적 힘에 포위되었다. 로마 제국의 종말을 이야기할 때 인류와 환경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_ 카일 하퍼,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 p19/521


 카일 하퍼(Kyle Harper, 1979 ~ )는<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THE FATE OF ROME: Climate, Disease & the End of an Empire>에서 로마 제국의 멸망 원인을 제국 내부의 쇠퇴가 아닌 기후와 질병에서 찾는다. 홀로세의 온난한 기후가 로마에게 지중해를 호수로 선물했다면, 이후 화산폭발 등으로 촉발된 기온 저하는 제국에게 페스트를 비롯한 각종 질병을 선사하며, 제국의 안정을 위협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제국을 하나로 연결해주던 도로와 도로로 연결된 도시는 질병이 뻗어나갈 수 있는 숙주로서 기능하며 제국의 죽음을 재촉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영토 확장의 배경이 되었던 홀로세 기후다. 기원전의 마지막 세기와 기원후 첫 세기에 로마는 이른바 '로마 기후 최적기'로 알려진 온난다습한 안정적 기후 체제의 혜택을 받았다. 로마 제국과 한 漢 왕조 치하의 중국이 동시에 개화한 것은 역사 속에서 자주 나타나는 '기이한 평행'들 중 하나이며, 전 지구적 규모로 성장과 수축이 동시에 발생하는 진동에 의한 것이다. _ 카일 하퍼,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 p75/521


 5세기 후반부터 기후가 결정적으로 재편성되는 소용돌이가 시작되었고, 고대 후기 소빙하기에 접어들면서 절정에 이른다. 530년대와 540년대의 화산활동으로 후기 홀로세는 전반적으로 냉랭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그와 동시에 태양에서 지구로 도달하는 에너지의 수준은 수천 년 만에 가장 낮은 지점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물리적 기후 조건이 악회되면서 미약하나마 남아 있던 로마 제국을 휩쓸어버리는 전례 없는 생물학적 재앙이 함께 일어났다... 로마 제국이 야심차게 사회를 발전시킨 결과는, 역설적으로 치명적인 미생물이 번성할 환경을 여러 방식으로 배양한 것이었다. 로마인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그들의 인구 체계에 영향을 끼칠 질병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연루되었다. _ 카일 하퍼,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 p22/521


 기후가 제국의 경제를 쇠퇴시켰다면, 질병은 제국의 국방에 치명상을 안겼다.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던 당시 5세기부터 시작된 이상 기온은 제국의 농업생산량을 급격하게 감소시켰고, 이로 인해 제국의 경제상황은 치명상을 안게 된다. 다른 한편, 질병은 인구를 감소키는데, 이로 인해 제국의 변방을 유지할 병력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제국의 안보 역시 위협받게 된다. 이후 역사에서 로마제국은 게르만 민족의 이동 속에 몰락해 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염병이 도는 해와 홍수가 일어나는 것과 같은 단기적 환경 교란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토착 질병들이 기후 변동으로 증폭되어 사망률을 치솟게 만든 주범임을 뜻한다. 로마 세계는 들끓는 미생물 수프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체에게 습격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_ 카일 하퍼,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 p159/521


 유스티아누스 역병보다 앞서 나타난 기후 교란은 갑자기 눈앞이 하얘지는 섬광 같았다. 우리는 곧 뒤따라올 충돌이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이 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페스트의 유행은 적어도 다섯 종을 포괄하는 연쇄 반응이다. 박테리아와 야생 동물 숙주(마못),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숙주(검은 쥐), 절지동물 매개체(동양의 쥐벼룩) 그리고 우리 인간을 둘러싼 엄청난 생물학적 도미노 사태이다. _ 카일 하퍼,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 p382/521


 카일 하퍼의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이 다른 역사책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기후와 질병에 의해 이미 역사의 흐름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로마의 마지막을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의 영향에서 찾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지만, 이러한 저자의 관점에 대해 다른 한 편으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과연 기후와 질병이 제국의 종말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을까? 본문에서 보여지는 저자의 관점은 '로마의 멸망'이라는 결과에 대해 기후와 질병을 '제1윈인'을 지적하는 느낌을 받는다. 원인의 원인을 찾아들어가는 원인론과 같은 저자의 주장이지만, 로마의 멸망을 가져온 여러 원인들 상호간의 영향관계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아래 [그림]은 저자가 본문에서 제시한 여러 요인들과 상호 관계를 거칠게나마 정리한 것이지만, 이들만으로도 상당한 영향관계가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국의 멸망 원인을 특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을까.  



[그림] 로마 제국의 멸망원인은? (by 겨울호랑이)


 본문 안에 표현된 제국의 멸망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다분히 감상적이다. 제국의 문제가 아닌 불가항력에 의한 몰락. 그것이 저자가 바라보는 제국의 종말이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로마의 몰락은 시대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로마가 전성기로 향했을 때의 기후는 카르타고와 갈리아가 멸망했을 때의 기후였으며, 로마가 쇠퇴할 때의 기후는 사산조 페르시아가 번영할 때의 기후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기후와 질병이 가져온 결과보다 이에 대한 대처가 가져온 결과가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이 부분에서 저자와는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로마 제국은 언제나 허약함과 회복 탄력성 사이에서 불안정한 상태였고, 마침내 해체의 힘이 우세해졌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서 요동치는 기후 변동과 질병이라는 요소는 로마의 종말을 부른 숨겨진 발톱이나 치명적 선택을 찾고자 하는 유혹을 조금이나마 제거해준다. 로마 제국의 몰락은 시간이 되면 저절로 드러나는 본질적 결함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었다. 혹은 더 현명한 조취를 취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경로로 잘못 들어선 불필요한 결과도 아니었다... 어쨌든 제국은 끊이지 않는 역경과 마주하면서 굳건히 버텼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국의 사람들은 견뎌냈다. 마침내 제국의 뼈대는 더는 견뎌낼 수 없는 필멸의 운명을 맞이할 때까지, 그리고 잿더미 속에 남은 풍요로운 토양 속에서 자랑스러운 새 문명이 자랄 때까지. _ 카일 하퍼,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 p494/521


 카일 하퍼의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은 이처럼 로마 멸망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함께 기후와 질병이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안이지만, 과거 역사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닥친 기후, 질병 등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일독할만한 책이라 여겨진다...

발밑을 받쳐주던 기반이 약해지고, 쾌적하지 못한 기후가 시작되면서 로마인들이 한 번도 마주해본 적이 없는 훙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의 적이 도래했다(p111)... 로마 제국은 살아 남았다. 그러나 팬데믹의 시대가 도래했고, 새로운 세균과 만나게 되는 미래에서 제국은 자연이 예비하고 있던 도전을 결코 감당할 수 없음이 드러난다. _ p123/521 - P123

인도양 체제의 진정한 생물학적 의의는 ‘유라시아의 문명화된 질병 집단들‘을 융합시킨 것이 아니라, 장애물 없이 신종 전염병을 통과시킬 수 있는 통로를 형성했다는 데 있었다. 중앙아프리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척추동물과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결과적으로 그곳은 인간에게 유해할 정도로 불균형한 숫자로 득실거리는 병원균의 요람이기도 한, 진화 실험의 위험한 생산지였고, 지금도 그런 상태로 남아 있다. _ p173/521 - P173

감염된 쥐가 일단 상륙하면, 질병은 로마의 운송망을 따라 확산이 가속화되었다. 로마의 도로 위로 수레와 마차들이 밀항한 설치류를 실어 날랐다...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는 인간과 독립적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확산이 은밀하게 진행된다. 쥐들이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퍼질 수 있다. _ p392/521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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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08 0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그림 겨울호랑이님이 작업하신거예요? 저는 가끔 수업자료 만들때 저런 거 만들긴 하는데 아 진짜 귀찮고 시간 많이 걸리던데말이죠. 그래도 한눈에 쏙 들어오네요. ^^
어떤 한 지역의 몰락을 외부요인만으로 돌리는건 납득하기 힘들죠. 크레타처럼 작은 단위의 도시국가가 화산폭발에 의해서 완전히 멸망했다 같은건 가능하다 생각되지만 로마는 제국이잖아요. 어떤 시대든 환경의 문제는 있을테고 결국 어떤 사회가 유지되는가 몰락하는가는 그런 위기에 대처할 능력을 그 사회 내부가 가지고 있었나의 문제라는 겨울호랑이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2-01-08 08:18   좋아요 4 | URL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저 역시 만들면서 복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선생님들이 학생들보다 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이유가 수업 준비를 통해 끊임없이 복습하기 때문임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와 질병이 하나의 문명을 소멸시키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을 받아들이고, 오늘날 기후 문제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지는 정도로 책을 이해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바람돌이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1-08 10:55   좋아요 2 | URL
저도 본문의 그림 덕분에 겨울호랑이님 리뷰 읽기가 훨씬 수월해졌는데
직접 만드셨다는 걸, 출처 표기 부분에서 보고 깜놀했어요. 안해봐서 모르지만 시간 많이 투자하셨을 것 같은데 열정과 능력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덕분에 로마사 전혀 모르는 독자로서 고마운 가이드가 되었습니다

얄라알라 2022-01-08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사는 물론, 로마사도 모르지만 겨울호랑이님 리뷰 읽으니 카일 하퍼의 시각도 흥미롭네요. 그동안 로마의 몰락은 인간적 요소(도덕성 타락...등)가 주요인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카일 하퍼식 해석은 인간의 개입 여지가 적어지는 건가요? 하지만 겨울호랑이님 말씀처럼 기후와 질병이라는 위기에 대처하는 인간 방식이 몰락과 더 관련많을 것 같네요. 카일 하퍼는 이 주장을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해온 것인지, 팬데믹 겪으로 새롭게 접근해본 것인지 궁금하네요. 2021년 출판된 것을 보면 원출판년도도 최근일 것 같은데^^

겨울호랑이 2022-01-08 11:30   좋아요 2 | URL
제가 이해하기로는 카일 하퍼는 로마 제국의 멸망을 일종의 ‘자연사‘로 받아들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의 인위적인 노력은 멸망의 시기를 조금 늦추는 정도에 불과하겠지요. 국가를 생명체로 바라본다면, 이런 관점이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국가를 시스템으로 바라본다면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북사랑님 말씀을 듣고 찾아보니 영문판은 코로나 이전인 2017년에 출판되었네요.
그림이 북사랑님께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동시에, 텍스트보다는 그림 이미지가, 그림보다는 동영상이 정보 전달에 더 유용하기에, 유튜브가 대세가 된 것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임을 생각해봅니다. 북사랑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1-08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홀로세 기후의 영향.
새로운데요!
읽어봐야겠어요

겨울호랑이 2022-01-08 11:59   좋아요 2 | URL
^^:) 로마 멸망의 원인을 기후에서 찾는 신선한 관점이 인상적인 책이라 여겨집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독서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22-01-08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독교가 로마를 멸망시켰다는 얘기도 많지만, 전 전염병과 기후변화 등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단 말씀에 공감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2-01-08 17:16   좋아요 4 | URL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제국 말기에 기독교가 제국의 종교가 되었기에, 제국의 국교인 기독교가 로마를 멸망시켰다는 분석은 무리한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신약성경이 다루고 있는 네로 시대의 로마 제국과 콘스탄티누스의 기독교 로마 제국은 분명 다르기에, 멸망의 원인은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감사합니다.^^:)
 

애초에, 무혜비(武惠妃)가 사망하자 황상이 슬퍼하며 생각하기를 그치지 않았고 후궁이 수천이었으나 뜻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수왕(壽王, 무혜비의 소생 李瑁)의 비(妃)인 양(楊)씨의 아름다움은 세상에 둘도 없다고 하였다. 황상이 그를 보고서 기뻐하며 이내 비(妃)로 하여금 자신의 뜻으로 여관(女官)이 되게 해달라고 청하도록 하였고, 이름을 태진(太眞)으로 하도록 하였다. 다시 수왕을 위하여 좌위(左衛)랑장 위소훈(韋昭訓)의 딸을 맞게 하였다.

몰래 태진을 궁 안으로 들였다. 태진은 피부가 살이 찌고 자태가 요염하였으며, 음율(音律)을 알고 품성이 조심스러우면서도 빼어나 황상의 뜻을 잘 받들며 맞아들였으므로 한 해가 지나지 않아 총애하여 대우하기를 무혜비와 같이 하니, 궁 안에서 부르기를, ‘낭자(娘子)’라고 하며 모든 의례는 모두 황후처럼 하였다.

황상이 조용히 고력사(高力士)에게 말하였다. "짐이 장안(長安)을 나가지 않은 지가 10년이 되는데도 천하에 아무 일이 없으니, 짐은 높은 곳에 머물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모든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이림보에게 맡기고자 하는데 어떠한가?"

대답하였다."천자가 순수(巡狩)하시는 것은 예부터 있어 온 제도 입니다. 또 천하의 대권(大權)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 줄 수 없는 것입니다. 그의 위세가 이미 이루어지고 나면 누가 감히 다시 그를 논의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황상이 기뻐하지 않았다. 고력사는 머리를 조아리며 스스로 말하였다. "신(臣)이 정신병이 들어 망령된 말을 하였으니 마땅히 죽을죄를 졌습니다."

황상이 이내 고력사를 위하여 술자리를 베풀자 좌우(左右)에서 모두 만세를 불렀다. 고력사는 이로부터 감히 천하의 일을 깊이 말하지 아니하였다.

옛날의 제도에 의하면 변경을 지키는 사람은 그의 조용(租庸)을 면제해 주고, 6년이 지나면 바꾸었다. 당시 변방의 장군들은 패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사졸 가운데 죽은 사람들을 모두 보고를 하지 않고 관적(貫籍)에서 없애지 않았다.

왕홍의 뜻은 거두어들이는데 있었으므로 호적에는 있으나 실제 사람이 없는 경우에 모두 과세를 피하였지만 호적을 조사하여 변방에서 수자리 선 6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 조용(租庸)을 징수하니 합쳐서 30년분의 세금을 낸 사람이 있었지만 백성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양귀비가 바야흐로 총애를 받아 매번 말을 타게 되면 고력사(高力士)가 말고삐를 잡고 말채찍을 주었는데, 수(繡)를 놓는 공인(工人)으로 오로지 귀비원(貴妃院)에게 이바지 하는 사람만 700명이었고 안팎에서 다투어 그릇과 의복과 진귀한 노리개를 올렸다.

애초에, 장군 고선지(高仙芝)는 본래 고려(高麗, 고구려) 사람으로 안서(安西, 신강성 고차현)에서 군대에 복무하였다. 고선지는 날래고 용감하고 말 위에서 활을 잘 쏘아 절도사 부몽령찰(夫蒙靈?)이 누차 천거하여 안서(安西) 부도호·도지병마사(都知兵馬使)에 이르렀고, 4진(鎭)절도부사(節度副使)로 충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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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과 지구의 불규칙한 내부 시스템은 인간 사회의 전망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고동치는 불규칙성은 이미 복잡한 배열을 더 뒤흔들고 요동치게 하고 있다. 정치 조직체와 사회는 경제와 인구통계의 기반 위에서 구축된다. 이것은 결국 변덕스러운 자연의 의지라는 외적 영향 아래 성장하고 수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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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탄생 - 전통과 주제와 서술 방식 케임브리지 세계사 1
데이비드 크리스천 엮음, 류충기 옮김 / 소와당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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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시대구분은 '힘의 장(force field)'이다. 그 시대만의 내재적 의미(특수성)와 연대기(보편성)라는 양쪽의 기둥에서 동시에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여 끊임없는 긴장 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상태다. 시대구분이라는 개념의 핵심에는 이미 '보편적 시간(universal time)'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시대구분 문제는 암묵적으로 세계사 차원의 문제가 된다. _ 데이비드 크리스천 외, <세계사의 탄생> , p37

<케임브리지 세계사 1 : 세계사의 탄생 Cambridge World History Vol. I>는 케임브리지 세계사 시리즈 전체를 개괄하는 메타 역사(metahistory)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분화와 통합, 과학의 서양과 종교의 동양, 유럽중심주의와 탈(脫)유럽주의, 젠더 문제, 미시사와 거시사 등 세계사를 조명하는 여러 주제, 관점들을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개하면서 '세계사'라는 학문의 흐름을 독자들에게 전반적으로 제시한다.

세계사 연구자는 인류 역사 전체와 모든 부류의 사람들을 포괄할 수 있는 역사 이해의 틀을 필요로 한다. 또한 세계화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심도 있는 역사적 흐름의 유의미한 결과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글에서는 역사를 두 가지 커다란 역사적 방향으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즉 분화의 방향과 통합의 방향이 그것이다. _ 데이비드 크리스천 외, <세계사의 탄생> , p199

과거의 세계사가 '어떻게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되었는가?'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세계사를 여러 문명권(文明圈)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발전의 차이에 주목한다면, 오늘날의 세계사 관점을 인류(人類)의 관점에서 공통요인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큰 틀에서 세계사의 관점 전환이라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부분과 전체를 함께 조망하는 인접학문과의 통섭(統攝,Consilience)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 범주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역사학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를 일컫는다. 즉 기존에는 역사학자들이, 랑케(Ranke)의 표현을 빌리자면, "실제로 일어난 일"로서의 과거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했다. 그러나 이제는 역사학자들이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증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연구하게 되었다. 즉 역사학자의 임무는 직접적으로 과거의 현실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학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역사의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이 되었다. _ 데이비드 크리스천 외, <세계사의 탄생> , p57

해류(海流)와 조류(潮流)의 원인과 범위가 다르듯, 역사라는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여러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보려는 세계사 연구의 최근 경향에서 '역사적 판관'의 자리에서 내려와 '사실의 복원자'로서 역사학자의 모습을 재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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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1-06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계사의 관점 전환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네요. 각 문명권의 발전의 차이를 보는 것에서 인류를 통합하는 관점으로 가고 있다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 대한 범주 설정의 부분에서도 과거와 관련되어 수집된 증거가 활용되는 방법도 연구한다니 좀 더 폭넓어지는 것 같군요.

겨울호랑이 2022-01-06 16:23   좋아요 2 | URL
네. 저 또한 거리의화가님께서 말씀하신 바처럼 유럽을 기준에 놓고 우열을 가리는 단선적인 해석 대신, 여러 지역과 시대, 사상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역사 해석을 시대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역사의 해석으로 한정짓는 이러한 흐름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를 정착시키는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