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탄생 - 전통과 주제와 서술 방식 케임브리지 세계사 1
데이비드 크리스천 엮음, 류충기 옮김 / 소와당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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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시대구분은 '힘의 장(force field)'이다. 그 시대만의 내재적 의미(특수성)와 연대기(보편성)라는 양쪽의 기둥에서 동시에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여 끊임없는 긴장 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상태다. 시대구분이라는 개념의 핵심에는 이미 '보편적 시간(universal time)'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시대구분 문제는 암묵적으로 세계사 차원의 문제가 된다. _ 데이비드 크리스천 외, <세계사의 탄생> , p37

<케임브리지 세계사 1 : 세계사의 탄생 Cambridge World History Vol. I>는 케임브리지 세계사 시리즈 전체를 개괄하는 메타 역사(metahistory)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분화와 통합, 과학의 서양과 종교의 동양, 유럽중심주의와 탈(脫)유럽주의, 젠더 문제, 미시사와 거시사 등 세계사를 조명하는 여러 주제, 관점들을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개하면서 '세계사'라는 학문의 흐름을 독자들에게 전반적으로 제시한다.

세계사 연구자는 인류 역사 전체와 모든 부류의 사람들을 포괄할 수 있는 역사 이해의 틀을 필요로 한다. 또한 세계화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심도 있는 역사적 흐름의 유의미한 결과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글에서는 역사를 두 가지 커다란 역사적 방향으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즉 분화의 방향과 통합의 방향이 그것이다. _ 데이비드 크리스천 외, <세계사의 탄생> , p199

과거의 세계사가 '어떻게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되었는가?'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세계사를 여러 문명권(文明圈)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발전의 차이에 주목한다면, 오늘날의 세계사 관점을 인류(人類)의 관점에서 공통요인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큰 틀에서 세계사의 관점 전환이라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부분과 전체를 함께 조망하는 인접학문과의 통섭(統攝,Consilience)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 범주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역사학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를 일컫는다. 즉 기존에는 역사학자들이, 랑케(Ranke)의 표현을 빌리자면, "실제로 일어난 일"로서의 과거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했다. 그러나 이제는 역사학자들이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증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연구하게 되었다. 즉 역사학자의 임무는 직접적으로 과거의 현실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학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역사의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이 되었다. _ 데이비드 크리스천 외, <세계사의 탄생> , p57

해류(海流)와 조류(潮流)의 원인과 범위가 다르듯, 역사라는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여러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보려는 세계사 연구의 최근 경향에서 '역사적 판관'의 자리에서 내려와 '사실의 복원자'로서 역사학자의 모습을 재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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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1-06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계사의 관점 전환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네요. 각 문명권의 발전의 차이를 보는 것에서 인류를 통합하는 관점으로 가고 있다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 대한 범주 설정의 부분에서도 과거와 관련되어 수집된 증거가 활용되는 방법도 연구한다니 좀 더 폭넓어지는 것 같군요.

겨울호랑이 2022-01-06 16:23   좋아요 2 | URL
네. 저 또한 거리의화가님께서 말씀하신 바처럼 유럽을 기준에 놓고 우열을 가리는 단선적인 해석 대신, 여러 지역과 시대, 사상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역사 해석을 시대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역사의 해석으로 한정짓는 이러한 흐름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를 정착시키는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