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주석의 한국의 미美 특강> 속에서 우리는 한국의 미美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그림 감상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교양 미술책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한국의 미美"란 무엇일까? 이번 리뷰에서는 책의 순서와는 조금 다르게, 그러나 같은 내용으로 살펴보자.


1. 한국의 미美 : 옛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


 '과학자들도, 사물을 보는 것은 눈이지만 그 눈은 오직 우리의 마음 길이 가는 곳에만 신경을 집중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눈이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본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래서 옛 그림을 진짜로 잘 보려면 옛 사람의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p82)'


 저자 오주석(吳柱錫 1956 ~ 2005)교수는 우리 그림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이해할 것을 강조하면서, 그림 속에 담겨진 우리 전통 사상인 '음양오행 陰陽五行' 사상을 설명하는데 책의 상당 부분을 할당한다.


 '음양오행 陰陽五行 입니다. 음양오행은 하나의 관념 혹은 철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우주와  인생을 바라보는 일종의 사유의 틀입니다. 그것도 자연 현상 그 자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생각의 방식이지요. 전통 문화는 이 음양오행을 빼놓고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p84)'



[그림] 한글의 음양오행 체계(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음양오행'등이 우리 미술의 사상思想을 이룬다면, 그 사상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었을까. 저자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을 진실眞實대로 표현한 '표현력表現力'이 외국과 차별화된 우리만의 독창적인 미의 특징이라고 해석한다.


 '"중국 그림은 꽤 사실적이기는 하지만 병명을 진단하기에는 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세요. 바로 이 차이입니다. 그러니까 겉보기에는 둘 다 사실적인 듯 하지만, 그야말로 병색까지 있는 그대로 묘사된 그림은 바로 조선의 초상화라는 것입니다.(p184)'


[그림] <채제공 蔡濟恭 초상> 이명기(李命基, ? ~ ?)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ssn2710&logNo=220547165977&categoryNo=0&parentCategoryNo=1786&viewDate=¤tPage=1&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View)

 

 이러한 사실적인 표현력은 초사화 뿐 아니라 동물을 표현한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이처럼 사실적인  한국 미술의 전통은 미화美化에 치중한 일본식 화풍과 뚜렷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그림] <송하맹호도 松下猛虎圖> : 김홍도(金弘道, 1745 ~ 1806) (출처 : 통일뉴스)


 '15cm도 안되는 호랑이 머리 부분을 이렇게 실바늘 같은 선을 수천번이나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이건 숫제 집에서 집에서 쓰는 반짇고리 속의 제일 가는 바늘보다도 더 가는 획입니다.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화가는 지금 우리 세상에 없습니다. 이런 묘사력은 뭐랄까. 그림 그리기 이전에 정신 수양의 문제 같은 것이 전제 되어야 가능합니다.(p118)'


[그림] <호랑이> : 김은호(金殷鎬, 1892 ~ 1979) (출처 : http://bulgogibros.tistory.com/233)


 '언뜻 보기에는 잘 그린 듯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귀엽게 생겼죠? 이건 호랑이가 아니라 고양이입니다. 또 귀는 지나치게 커서 멍청해 보이고 꼬랑지는 가늘어서 아주 쩨쩨합니다. 그리고 앞다리가 이게 뭡니까? 송아지의 목을 일격에 꺽어 버린다는 호랑이 앞다리 살이 너무나 투실투실해서 아예 다이어트를 해야 될 지경입니다. 몸의 줄무늬를 그린 것도 해부학적 정확성은 없이 고만고만하게 반복해서 대충 시늉만 했죠. 흰색으로 성글게 친 터럭 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뜻 겉보기에는 잘 그린 듯하지만 아까 보았던 단원의 호랑이 그림과 꼼꼼히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200년 전 정조 시대의 문화 수준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분위기만 그럴듯하게 살려 내는 일본식의 화풍 畵風이 끼친 악영향입니다.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다듬어 냈을 뿐입니다.(p130)'


2. 그림에 담긴 의미 


 우리 전통 미술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표현력이 표현된 그림 뿐 아니라, 그 이면의 의미도 알아야 한다. 그림 속의 사물事物을 올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사물를 가르키는 의미(언어)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황묘롱접도>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림] <황묘롱접도 黃猫弄蝶圖> : 김홍도 (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BbX5&articleno=18099415&categoryId=360049®dt=20151029180448)


 '그림 감상, 하나도 어려울 게 없습니다. 나비는 가볍게 활짝 날게 그리고, 새는 포로롱 하고 날아갈듯 그리면 바로 그게 좋은 그림입니다. 그런데 나비는 나비 접蝶 자가 80 노인 질耊 자 하고 '띠에' 하는 발음이 같아요. 그래서 80 노인이 됩니다. 그러니까 새끼 고양이가 나비를 바라보는 것은 "70 노인이 80 노인이 되도록..." 그런 뜻이겠죠.... 패랭이는 카네이션의 우리 토종 꽃입니다. 패랭이는 홑꽃으로 시골에서 흔히 보는 것인데, 분가루를 뿌린 것처럼 고운 모양새가 꼭 시골 아가씨 같다고 해서 옛날부터 "청춘"이란 꽃말을 가졌습니다. 이 돌멩이는 수십 만 년 된 것이죠? 당연히 장수, 오래 사는 것의 상징이기 때문에 이끼 낀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이것은 제비꽃입니다. 꽃대가 꼭 물음표(?)처럼 휘었습니다. 패랭이꽃은 초여름에 피고 제비꽃은 이른 봄에 핍니다. 제비꽃의 꽃말은 "뜻대로 된다"는 것입니다.(p140)'


 '전체적으로 읽어 보실까요? "이 그림을 받으시는, 오늘 생신을 맞으신 주인께서는 70 노인이 80 노인이 되시도록 오래오래 장수하시는데, 그것도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청춘인 양 곱게 늙으시기를, 그리고 그밖에도 가사家事 내외 모든 일이 다 뜻대로 되시길 바랍니다!"(p141)'


3.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미술 작품 속에서 '한국의 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를 위해 올바른 우리 그림의 감상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림의 크기에 따라 다른 거리에서, 우상右上에서 좌하左下 방향으로, 가급적 천천히 볼 것을 저자는 옛 그림 감상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옛 그림을 보여드리기 전에 우선 옛 그림 감상의 원칙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선인들의 그림을 잘 감상하려면 첫째,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둘째,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p17)'


  '큰 그림은 좀 떨어져서 보고, 작은 그림은 바짝 다가서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나름으로 생각하건대, 동양화든 서양화든 할 것 없이, 회화 작품 크기의 대각선을 그었을 때, 대략 그 대각선만큼 떨어져서 보는 게 적당할 듯 싶습니다. 혹 성품이 유난히 느긋한 분이라면 대충 대각선의 1.5배 정도까지 떨어져서 볼 수도 있겠죠.(p19)'


  '예술품이란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좋아서 보는 것이고, 또 내 맘에 꼭 드는 작품 한 점이 있으면 그 것 하나 잘 감상한 것으로 충분히 보람이 있습니다.(p21)... 그림도 내 마음에 드는 것, 왠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작품, 그렇게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작품 몇 점을 골라서 잘 보고 찬찬히 나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p22)'


  '제가 오늘 말씀드리는 주제는 우리나라의 옛 그림입니다... 우리 옛날 그림은 족자건 병풍이건 세로가 깁니다! (p25)... 옛 그림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이렇게 쓰다듬듯이 바라보지 않으면 그림 위에 X자만 그어지고 아주 혼란스러워 집니다.(p27)'


 '우리 옛 그림은 반드시 오른쪽 위에서 왼쪾 아래로 훑어가듯 보셔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고궁을 바라보든지 사찰을 보든지 간에 옛 분들이 만드신 여러 문화재는 반드시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훑어보는 것이 원래 옛 분들의 시선 흐름과 맞아떨어지는 옳은 방식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풍수를 말할 때도 좌청룡 左靑龍 우백호 右白虎 라고 하지 않습니까?(p67)'


 '세 번째 원칙은 그림을 찬찬히 봐야한다는 얘기입니다.(p31)... 예술 작품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마음을 기울여 찬찬히 대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그 속내를 내보입니다.(p33)'


<오주석의 한국의 미美 특강>에서는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잊고 있는 우리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작은 부분까지도 상세히 설명하면서, 우리의 아름다움은 결코 '중후장대 重厚長大'한 것이 아니라 '경박단소 輕薄短小'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미술의 특징은 단지 회화에만 그치지 않음을 우리는 다른 미술의 분야로 생각을 확장시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경복궁 (출처 : https://www.emaze.com/@AORFCQWWI/%EA%B2%BD%EB%B3%B5%EA%B6%81)


[사진] 베르사이유 궁전 (출처 : http://ktts.or.kr/bbs/board.php?bo_table=teentrek_news&wr_id=310)


 아름다움의 기준을 크고 웅장함에서만 찾는다면, 결코 경복궁의 아름다움은 베르사이유 궁전의 아름다움을 압도한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경복궁의 아름다움은 거기에 있지 않는다는 것을 <오주석의 한국의 미美 특강>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경복궁 이 건물이 아니라 이 주변을 둘러싼 인왕산, 궁궐 근처의 민가와의 조화를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이 책에 건축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이와 같이, 우리의 미美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좋은 미술감상 입문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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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10-23 17: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탐나는 책은 죄다 읽어버리는 호랑이님.~~
오주석 좋아요^^;
작년에 간송 전형필 전시회때 송하맹호도랑 마상청앵도를 보고 감탄한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ㆍ

겨울호랑이 2017-10-23 17:17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책에서도 간송 미술관 이야기가 나오는데 북프리쿠키님께서는 다녀오셨군요^^: 저도 조만간 가족과 함께 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네요.

bookholic 2017-10-23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주석의 한국의미 특강>을 처음 읽고나서 받은 신선한 감동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겨울호랑이 2017-10-23 18:11   좋아요 1 | URL
네, bookholic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의 미술 감상책과는 다른 감동을 주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입문단계에서 알아야할 부분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기에 우리가 감명깊게 읽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닷슈 2017-10-23 1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명작이죠 저자가 일찍가신게 매우 안타깝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0-23 19:01   좋아요 1 | URL
네, 49세에 세상을 떠나셨지요... 지금 계셨더라면 더 좋은 저작을 많이 내셨을텐데요...

만화애니비평 2017-10-23 1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랑이 그림이 나온 이유는 겨울호랑이기 때문이죠? ㅎㅎ

겨울호랑이 2017-10-23 19:02   좋아요 1 | URL
^^: 의도하지 않았는데, 만화애니비평님 말씀을 듣고 보니 무의식중에 호랑이 그림이 선택되었네요 ㅋ

cyrus 2017-10-23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정판 출간 소식을 확인하고 구판을 알라딘 매장에 팔려고 했는데 결정을 보류했어요. 구판과 개정판의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해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

겨울호랑이 2017-10-23 19:33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확인해봐야 겠습니다^^:

hnine 2017-10-23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김은호의 호랑이를 고양이라고 말한 것은 호랑이를 호랑이답지 않게 그렸다는 뜻이지 진짜 고양이를 그렸다는 말은 아닌거죠? 김은호도 꽤 유명한 화가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7-10-23 20:27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다만, 책 전반에 김은호 화백을 비롯한 일본풍의 그림을 저자는 매섭게 비판합니다. 제 리뷰에는 옮기지 않았지만, 초상화에 있어서도 일본풍 초상화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책 전반에 있어 우리 미술에 짙게 드리워진 일본풍에 대한 저자의 반감이 느껴지네요...

AgalmA 2017-10-24 0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 경험처럼 성북동 간송미술관 전시 있을 때 종종 갔어요. 일 년에 두 차례 잠깐 개방해서 챙겨서 갔는데 <황묘롱접도>도 실제 봤죠 ❤❤ 환상! 동대문에 상설관 생기고 나서는 잘 안 가게 되더라는^^;;; 희귀해야 발동이 걸리는 이 병ㅎ;;

겨울호랑이 2017-10-24 08:48   좋아요 2 | URL
^^: 북프리쿠키님도, AglamA님도 그림 감상을 제대로 하시는 군요! 많이 부럽습니다. 진정한 그림의 멋과 정취를 알아야 하는데, 저는 많이 부족하네요.. 지금 워낙 바닥 수준이라 앞으로 나아지리라 희망을 가져봅니다.ㅋ^^

2017-10-24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4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10-24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음양오행으로 많은 것을 설명하면 듣는 사람도 이해하기 좋았을 것 같은데, 요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론이라 그 설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10-24 21:12   좋아요 2 | URL
이해하기 어려운만큼 전통과 많이 간절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요즘 한결 서니데이님 글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네요^^: 서니데이님 편한 밤 되세요
 

‘지금까지의 친환경주택 개념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제로에너지주택이 기본 방향이었다면, e+ 그린홈은 집이 작은 발전소가 될 수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한다.(p128)... 한전은 전기를 파는 기업에서 사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다.(p130)‘

「친환경 상상력으로 집짓기」는 친환경 주택과 여기에 적용되는 에너지 절감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다른 친환경 주택 들이 ‘에너지 보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잉여 에너지 창출‘을 말하고 있다. 태양열 발전을 통해 ‘소비 전력‘ 이상의 ‘생산 전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개념은 제러미 리프킨이 그의 저서 「3차 산업 혁명」과 「한계 비용 제로 사회」에서 강조한 공유 경제와 개별화된 생산자, 지속가능한 발전을 연상시킨다.

‘건강한 집을 만드는 것은 혼자만의 삶이 아닌 친환경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가능한 주거환경을 만들어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환경, 에너지, 생태가 하나의 순환 사이클 내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윤이 아니라 윤리가 우선시되어야 하며, 미래를 대비한 스마트 테크놀로지가 접목되어야 하고,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개인이 아니라 커뮤니티 개념이 중시되어야 한다.(p74)‘

「친환경 상상력으로 집짓기」를 통해 여러 생각을 갖게 된다. 2선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가정마다 ‘태양열 발전‘이 가능하도록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계획대로 그리고 낙관적으로 실현된다면, 한전은 ‘가정‘발전소에서 전기를 구매하여 ‘기업‘소비자에게 전기를 매매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의 발전 설비 대신에 소규모 발전 설비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면, 탈원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의 연장 선상에서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예를 들어 이동통신 산업에서 각 가정이 기지국이 될 수 있다면?)이 일어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기존의 생산자와 수요자의 힘의 관계는 역전될 것이다...

예전에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를 읽으면서 인터넷과 소규모 커뮤니티 경제로 변화되는 미래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가 지나치게 추상적, 관념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친환경건축을 통해 구현된 현실 속에서 공유경제의 희망과 지속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을 통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IoT‘으로 대표되는 ‘인간없는‘ 제4차 산업혁명이 아닌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중심의 제3차 산업혁명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바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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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3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3 2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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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04: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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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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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들기 전 연의에게 책을 읽어 주려고 오랫만에 공룡책 「한반도 공룡 점박이」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표지에서부터 질문이 쏟아집니다.

˝아빠, 점박이가 어떤 공룡이야?˝

˝타르보사우루스야.˝

˝그럼, 타르보사우루스와 티라노사우루스가 싸우면 누가 이겨?˝

˝...˝

한참을 고민하다가

˝연의야, 사자랑 호랑이랑 싸우는 것 봤니? 육식동물들 끼리는 싸우면 서로 큰 상처가 나기 때문에 서로 알아서 피해.˝

라고 대답했지만, 별로 만족스러워 하지 않네요. 결국 백과사전을 꺼내들어 찾아보니 ‘타르보사우루스‘보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센 것 같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찾아 설명해 주려고 하니 아이 관심은 어느새 공룡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 있네요... 결국, 오늘밤 연의는 「어류대도감」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백과사전은 어른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여러모로 유용한 것 같습니다. 비록 인터넷이 발달되어 온라인 백과가 대세이긴 합니다만, 색인을 찾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가는 맛은 인쇄물 대백과사전을 못 따라가는 것 같네요.^^: e-book보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제 자신만 느끼는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마도 오늘 밤도 별 생각없이 두산대백과 사전 중 아무 권부터 쭉 보며 잠들것 같습니다. 잠들기 전 백과사전은 취침용으로 읽기에 참 좋은 책입니다. 「어류대도감」역시 아이들 취침에 양을 세는 것보다 효과적임을 실감하는 밤입니다^^:

ps. 타르보사우루스는 아래 턱이 길어 무는 힘이 약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약한 것으로 연의와 합의 결론 내렸습니다^^:(출처: 어린이 공룡 백과)

ps2. 일전에 연의가 사파리에 갔을 때 사자와 호랑이가 싸운 것을 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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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1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1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1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과사전 그림에 한번 빠지면 잠이 달아나겠어요. 그림이 많은 책이면 끝까지 다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

겨울호랑이 2017-10-21 08:42   좋아요 0 | URL
^^: 아마도 cyrus님처럼 지적탐구심이 강한 분들은 날밤을 샐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저 같은 이들은 적당히 훑어보다가 잠을 자게 되지요 ㅋ

북프리쿠키 2017-10-21 1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밥이 많은 책은 읽어주다가
침이 바짝바짝 말라 목구멍이 쩍쩍 갈라집니다. 합의결론 보기좋아요^^

겨울호랑이 2017-10-21 13:13   좋아요 2 | URL
^^: 저도 머그컵에 물받아 놓고 그만 읽자고 할 때까지 편하게 갑니다. 그런 면에서도 백과사전은 옴니버스식 구성이라 어디서든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ㅋ

2017-10-24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4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두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남한산성>과 <아이 캔 스피크>.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들 영화를 보고 난 후 두 영화를 관통하는 내용을 이번 페이퍼에서 정리해봅니다. 다만, 제가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촬영기법, 영화의 내적 의미 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기에, 영화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관된 주제를 다룬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페이퍼를 적어봤습니다.


1. <남한산성 南漢山城> : 삶과 죽음의 길


[사진] 영화 남한산성(출처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남한산성>은 김 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CG의 발달로 영화 상에서 대규모 전투신이 어렵지 않게 구현되고 있는 많은 영화를 우리는 접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속에서 치열한 논쟁(論爭)이 주로 이루어지는 영화 <남한산성>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원작에 충실하려는 노력으로도 여겨지기도 합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소설 <남한산성>에서도 주전파(主戰派)와 주화파(主和派)의 대립이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습니다.


 '청(淸)의 무력은 대륙을 비워 놓고 반도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요동을 내주기는 했으나 북경 언저리로 밀려난 청의 빈자리를 압박하면, 청은 남한산성을 포기하고 군사를 거두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었다. 청이 돌아가면 조정은 청의 퇴로를 따라서 싸우지 않고 도성으로 복귀할 것이고, 그런 식으로 환도가 이루어진다면 성 안에서 투항이나 화친을 발설하던 자들은 사직의 이름으로 휘두르는 임금의 칼에 죽어야할 것이었다. 그리고 성 안이 스스로 기진하여 문을 열고 나가는 날, 끝까지 싸우기를 발설했던 자들은 용골대의 칼 아래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p95)'


   우리는 소설 <남한산성>을 통해서 예조판서 김상헌과 이조판서 최명길의 논쟁은 국가적 차원만의 논의가 아니라, 각각 자신의 생명과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게 됩니다. 이들의 전쟁에서 '총'과 '칼'의 자리를 '말'과 '글'이 대신하고 있음은 주인공 김상헌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사물은 몸에 깃들고 마음은 일에 깃든다. 마음은 몸의 터전이고 몸은 마음의 집이니, 일과 몸과 마음은 더불어 사귀며 다투지 않는다... 글은 멀고, 몸은 가깝구나... 몸이 성 안에 갇혀 있으니 글로써 성문을 열고 나가야 할진대, 창검이 어찌 글과 다르며, 몸이 어찌 창검과 다르겠느냐.(p122)'


 그리고, 남한산성 47일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김상헌과 최명길의 논쟁의 끝은 삶과 죽음의 길의 선택으로 치닫게 됩니다. 각자 자신의 길이 '생명(生命)의 길'임을 주장하면서, 이들의 대립은 극으로 치닫습니다.  그렇지만, 소설<남한산성>의 결말은 이들의 대립과는 무관하게 우리가 아는 대로 삼전도의 치욕으로 이어지고, 조선은 결국 청에게 굴복하게 됩니다.


  '김상헌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여 들었다. - 전하, 죽음이 가볍지 어찌 삶이 가볍겠습니까. 명길이 말하는 생이란 곧 죽음입니다. 명길은 삶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 신은 가벼운 죽음으로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니다. 최명길의 목소리에도 울음기가 섞여 들었다.  - 전하, 죽음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소서.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p143)'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마음의 길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어 세상의 길과 맞닿게 해서 마음과 세상이 한 줄로 이어지는 자기에서 삶의 길은 열릴 것이므로, 군사를 앞세워 치고 나가는 출성과 마음을 앞세워 나가는 출성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먼 산줄기를 바라보면서 김상헌은 생각했다.(p199)'


[사진] 삼전도비(三田渡碑) ( 출처 : 두피디아)


 어느 누구의 길이 바른 길이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최대 피해자는 백성이라는 사실입니다. 병자호란 이후 약 50여만명의 백성이 포로로 끌려가게 되고, 포로들의 귀환 문제는 이후 조선에서 중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됩니다. 국가적으로는 소현세자의 비극으로부터, 가정으로는 귀향한 부인과의 이혼 문제에 이르기까지. 병자호란의 비극 속에서 우리는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수뇌부/ 권력층이지만, 그 비극을 직접 당하는 것은 일반 백성, 국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 캔 스피크>는 전쟁의 피해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한 명의 모습을 주제로 합니다. 위안부 할머니의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보면서 우리는 영화가 "I can speak English"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I can speak Truth... I have experienced "Truth''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소설 <한 명>을 통해서 그 truth에 대해 보다 깊이 알 수 있습니다.


[사진]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출처 : 위키트리)


2. <한 명> : I can speak Truth... I have experienced... "Truth"

 

'"희들이 뒷바라지를 안 하면 군인들이 전쟁을 어떻게 하겠느냐?" 하하가 정색을 했다. "군인들 뒷바라지하는 데인 줄 알았으면 내가 절대로 안 따라왔을 것이오."(p37)'


  '신(神)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으면서, 그녀는 신을 느낄 때가 있다. 간유리에 새벽빛이 번질 때, 풀숲에서 참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를 때, 다디단 복숭아를 베어 물 때... 신을 느낄 때를 헤아려보던 그녀는 자신이 신을 느낄 때가 많다는 걸 깨닫고 놀란다. 생전 처음 도라지꽃을 보았을 때도 그녀는 신을 느꼈다... 신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보다 자신이 어쩌면 더 신을 두려워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p56)


  '그녀는 울고 싶은데 울음이 안 나온다. 아귀처럼 입을 한껏 벌리고 목을 늘어뜨려도 눈물 한 방울 안 난다. 자매들이 죽었을 때도, 오빠가 죽었을 때도 그녀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으니까, 친인척들은 흉을 보았다. 독해서 시집도 안 가고 평생 혼자 살더니만 울지도 않는다고. 그녀는 너무 지독하게 살아서 눈꺼풀을 쥐어뜯어도 눈물이 안 나는가 보다 했다. 평생에 걸쳐서 두고두고 울 걸 소싯적에 다 울어버려서 그런가 보다고.(p36)


  소설 <한 숨> 속에서을 통해서 극한 삶의 끝에 놓여진 개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적나라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무덤덤하게 진술된 내용 속에서 그 참담함이 오히려 더 가슴깊이 다가옴을 느낍다.  


  '2만 명이었다고 들었다. 20만 명이 갔다가 해방 후 돌아온 숫자가 고작 2만 명에 불과하다고. 그녀는 자신이 20만 명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2만 명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더 놀랐다. 20만 명 중 2만 명이면 10분의 1이었다. 말하자면 열 명 중 한 명...(p125)'


  '아버지, 어머니 저는 만주에 와 있어요. 이곳에서는 아침부터 군인들이 줄을 서서 들어와요. 저는 곧 죽을 거예요.(p148)'


  '백지에 쓴 문장을 소리 내 읽던 그녀는, 모든 걸 다 말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말을 하고, 그리고 죽고 싶다."... "엄마가, 엄마가 가장 갖고 싶어.(p153)'


 10명 중 1명만 생존해 온 현실 속에서 이들이 원한 것은 삶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이 말하는 삶의 의미는 <남한산성>에서 말하는 언어로서의 '삶'과는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뜨거운 검은 피가 쏟아질듯한 느낌의 '삶'을 <한 명>에서 받다보면, 과연 어떤 명분이 이분들의 고통을 막는 것보다 중요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분들의 경험을 우리의 문제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공감(共感)'이라 생각합니다. 공감을 느끼게하는 계기는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큰 사건이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3. <금요일에 돌아오렴> : 공감(共感)


 자신의 가족이 위안부로 끌려가는 참상을 겪은 부모의 심정과 세월호 사건을 통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의 참담함은 동일할 것이라 미루어 생각해 봅니다.


'승희 보내고 삶의 완전히 바뀌었어요. 인생에 즐거운 것도 없고, 삶에 의욕도 없고, 사람들도 싫고. 사람들은 위로라고 하는데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안 들려요. 억울하고 분한 마음밖에 없는데 뭐가 들리겠어요.(p147)'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 일이 '우리에게 있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창 슬픔에 젖어 있던 무렵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딸과 아들을 잃은 부모를 만났어요. 그분이 고맙게도 위로를 해주고 가시더라구요. "아, 그 당시에 나는 뭐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남의 얘기였고 나와 먼 얘기였는데 이렇게 내가 위로를 받는구나... 다른 사람의 아픔을 껴안는다는 거 그전에는 전혀 생각 못했어요.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모른 체하고 살았던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p623)'


 의도하지 않게 추석 연휴 기간 본 두 편의 영화를 통해서 1636년 병자호란에서 1940년대 태평양 전쟁,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비극을 생각해봅니다. 가슴아픈 일을 우리가 잊지 않고 다시 생각하는 것은 반복되지 않기 위함일 것입니다. 연휴 기간에 본 두 편의 영화와 세 권의 책 속에서 전쟁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는 오늘을 바라보며, 우리가 가야할 길을 생각해 봅니다. 그 어떤 거창한 이념이나 사상도 어린 아이의 웃음이나, 들판의 들꽃보다 크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글을 마치면서 떠오르는 노래를 마지막으로 이 번 페이퍼를 마칩니다.


[사진] 집에 있는 소녀 상 뒷자리에 놓여진 세월호 리본


  '하나의 시간은 균질한 시간이 아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시간들에 하나의 수식어를 붙인다면, 슬픔이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이 더 맞다. 집 밖을 나갈 수도, 집 안에만 있을 수도 없는 시간, 아이의 물건을 태울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시간, 밥을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시간.(p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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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15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송가 좋아하는데, 오늘은 조금은 쓸쓸한 기분이 들어요.
겨울호랑이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10-15 19:28   좋아요 1 | URL
^^: 일요일 저녁이라 그럴까요? 서니데이님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기운차게 월요일 맞이하자구요ㅜㅜ.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17-10-15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과 연대함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생각하던 시간을 기억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10-15 22:16   좋아요 2 | URL
^^: 그렇군요... 얼마후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가 시작된지 1년이 되어가네요. 역사 속에서 이 일은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해집니다...

2017-10-18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8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9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9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 나남신서 1190
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 나남출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막스 베버(Maximilian Carl Emil Weber, 1864 ~ 1920)는 <직업으로서의 정치 politik als Beruf>를 통해 정치가(政治家)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글의 서두에서 주로  '직업 정치가'의 등장배경과 근대적 정당의 형성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직업 정치가의 자질이 무엇인가를 도출한다. 그리고, 뒤이어  '윤리(倫理)' 문제가 제기된다. 


'어떤 종류의 인물이라야 감히 자기 손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여도 좋은가라는 문제는 윤리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p105)'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저자답게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의 자질과 윤리의 문제를 결합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가의 모습을 끌어내고 있다. 이번 리뷰를 통해서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나타난 정치인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막스 베버( 출처 : 위키백과)


1. 직업 정치가의 자질


 막스 베버는 정치가에게 중요한 세 가지 자질은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 세 가지 자질이 정치인에게만 필요한 덕목일까?


 '정치가에게는 주로 아래 세 가지 자질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각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열정이란 하나의 대의 및 이 대의를 명령하는 주체인 신, 또는 데몬에 대한 열정적 헌신을 의미하며, 그런 이상 이 열정은 객관적 태도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열정은 헌신과 동시에 바로 이 대의에 대한 우리의 책임의식을 일깨우는 열정이라야 하며...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균형감각입니다.(p106)'


  사실, 이상의 세 자질은 모든 직업군에 있어 공통적으로 중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가가 다른 직업에 있는 이들과 차이가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차이는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權力)의 추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권력 그 자체를 숭배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의 신념(信念) 문제가 제기되고, 이와 연계되어 정치가의 윤리 문제 또한 언급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권력추구가 <대의>에 대한 전적인 헌신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성을 결여한 채 순전히 개인적 자기도취를 목표로 하는 순간, 그때부터 정치가-직업의 신성한 정신에 대한 배반이 시작됩니다.(p108)... 비록 권력은 불가피한 수단이고 권력지향은 모든 정치행위의 추동력 가운데 하나이지만, 순전히 권력 그 자체를 숭배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력을 왜곡시키는 가장 해로운 행태입니다.(p109)'


 '정치가의 권력지향과 권력사용의 목적인 이 대의가 어떤 내용의 것이어야 하는지라는 것은 신념의 문제입니다... 그는 하나의 <이념>에 헌신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며 아니면 이념에 헌신한다는 이런 생각 자체를 원칙적으로 거부하면서 일상생활의 외적 목표에 헌신하고자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이든 하나의 신념이 있어야만 합니다.(p111)'


2. <절대윤리>와 <정치>


 절대윤리는 크게 '신념윤리(올바른 행동을 하고 결과는 신에게 맡기는 원칙)'와 '책임윤리(우리 행동의 예견가능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원칙)'으로 나뉠 수 있다. 


 '<결과>를 중시하지 않는 윤리, 그것이 곧 절대윤리입니다.(p120). 윤리적으로 지향된 모든 행위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서로 전혀 다른, 화합할 수 없이 대립적인 원칙 가운데 어느 하나에 따라 수행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하나는 <신념윤리적>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윤리적> 원칙입니다.(p121)'


 다만, 현실에서 '선(善)-악(惡)'의 문제는 '목적-수단'의 문제와 결합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치인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의 추종자들의 행동 역시 정치가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은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하여 처신을 해야하 것이다. 정치는 모든 폭력성에 잠복해 있는 악마적 힘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세계의 그 어떤 윤리도 피해갈 수 없는 사실은, <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경우에 도덕적으로 의심스럽거나 위태로운 수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부정적 부작용의 가능성 또는 개연성을 감수할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윤리적으로 선한 목적이 윤리적으로 위태로운 수단과 부작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세계의 그 어떤 윤리도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폭력적) 강제력입니다.(p123)'


 '정치가의 행위에서는, 선한 것에서는 선한 것만이, 악한 것에서는 악한 것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일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도 매우 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자는, 정치적으로는 정말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p127)'


 '지도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추종자들 -그가 필요로 하는 홍위병, 밀정들, 선동가들 등-에게 상기한 보상들이 지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가 이러한 조건하에서의 활동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지는 그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추종자들의 행위에 깔린, 윤리적으로 대부분 저열한 동기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p132)'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 특히 정치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상기한 윤리적 역설들을 자각하고 있어야 하고, 또한 이 역설들의 중압에 눌려서 그 자신이 변질된다면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는 모든 폭력성에 잠복해 있는 악마적 힘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p135)'


3. 정치인 :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는 자


 결론적으로, 정치인은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기본 자질로 갖춘 이로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정치적 행위를 하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헌신할 수 있는 자(者)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의 신념은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조화시키는 윤리적인 신념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덕목을 갖췄을 때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소명(vacation)을 가지고 있다고 베버는 주장한다.


 '정치는 확실히 머리로 하는 것입니다만, 머리로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 점에서 신념윤리가들의 입장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신념윤리가로 행동하는 것이 옳은 지, 아니면 책임윤리가로서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지시할 수 없습니다.(p138)'


 '이렇게 볼 때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는 서로 절대적 대립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있으며 이 두 윤리가 함께 비로소 참다운 인간,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질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것입니다.(p139)'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직후 이루어진 강연 내용을 기초로 저술된 책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막스 베버는 근대 정당 정치의 역사를 통해 정치인의 자질과 신념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패전(敗戰) 이후의 극심한 혼란 상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에 대한 응답을 우리는 막스 베버의 글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당대 석학(碩學)의 조언은 전후 독일 정치에 도움이 되었을까?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지도자도 영웅도 아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희망의 좌절조차 견디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의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오늘 아직 가능한 것마저도 달성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p142)'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전후(戰後) 독일의 선택을 살펴본다면, '윤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단단한 의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일방적인 추종과 선택이  '나치 독일'이라는 비극을 낳게 한 것은 아닐런지.. 그런 관점에서 정치인의 세 가지 자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 아닐까 생각을 정리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사진] 독일 제3제국(출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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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2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2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10-13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추운 가을이 되었어요.
아침엔 더 춥고요.
겨울호랑이님,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금요일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10-14 08:09   좋아요 1 | URL
^^: 날이 이제는 정말 춥네요. 추석 연휴에는 반팔옷을 입었었는데, 마치 옛날 같네요. 서니데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AgalmA 2017-10-15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아... 히틀러 찬양 다큐 한 장면인지 사진인지 사진 구도가 예술이네요.
<공산당 선언> 서설 한 대목이 생각나는군요. 마르크스-엥겔스가 청년헤겔학파 인본주의의 교화적, 준종교적 성격 비판하다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인본주의와 사회주의와 윤리 문제도 거칠게 재단하게 된 딜레마가.... 균형감각 맞추기 쉽지 않죠^^;;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모순 드러나면 화들짝ㅎㅎ 늦게라도 알면 다행인데 우기다가 균형이 안드로메다 가는 일이......

겨울호랑이 2017-10-15 09:18   좋아요 1 | URL
^^: AglamA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종교 등 형이상학적인 것을 비판하면서 유물론을 주장했던 ‘공산주의‘가 또 하나의 종교가 된 딜레마는 참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르크스-엥겔스 역시 현상을 지칭하는 단순 명사를 하나의 ‘실체‘로 오인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체 없는 허상‘을 실체처럼 비판하다보니, 정작 자신도 ‘허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거칠게나마 20세기 이데올로기 문제는 대개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