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인민주권 정당론 클래식 1
E. E. 샤츠슈나이더 지음, 현재호.박수형 옮김 / 후마니타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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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 연구의 함의 가운데 하나는 인민이 너무 무식해서 여론조사원이 묻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실패작이라는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은 이런 해석에 저항해야 한다.(p214)...  그 누구도 정부를 운영할 만큼 충분히 많은 지식을 가질 수는 없기에, 무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가조차도 어느 한 분야에 관해서는 전부를 알고자 하면서도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일 뿐이다.(p217)... 문제는 1억8천만 명의 아리스토텔레스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운영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1억8천만 명의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정치 공동체를 어떻게 조직해야 이 공동체가 보통 사람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리더십, 조직, 대안 그리고 책임과 신뢰의 체계에 관한 문제이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218


 E. E. 샤츠슈나이더 (Elmer Eric Schattschneider, 1892 ~ 1971)의 <절반의 인민주권 The Semisovereign People>에서 (미국) 민주주의 실패의 원인을 진단한다. 샤츠슈나이더에 의하면 현대 민주주의의 실패는 민중의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조직에서 생겨난다. 과거보다 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 ~ 1519)와 같이 다방면에 걸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완전한 개인이 각자 자산의 분야를 가지고 생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들에게 고대 아테네 시민과 같은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패의 원인을 돌리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적일까?  


 샤츠슈나이더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반론을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펼친다. 여기에서 저자는 '갈등'에 주목하는데, 그에 따르면 '갈등'은 부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문제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도록 강제하는 촉진제이기에, 여러 형태의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긍정적이고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정치의 역할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치는 어떻게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가? 저자는 미국의 정치 제도인 민주주의와 경제 제도인 자본주의를 통해 정치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정치의 핵심은 대중이 갈등의 확산에 참여하는 방식 및 대중과 갈등 간의 유동적인 관계를 관리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44


 현대사회라면 어디에서나 무수히 많은 갈등이 잠재되어 있지만, 오직 몇몇 갈등만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갈등의 수를 줄이는 일은 정치가 수행하는 핵심적인 기능이다. 정치는 갈등들 간의 지배와 종속을 다룬다. 민주주의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잠재된 갈등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갈등은 매우 강력한 정치적 도구이기 때문에 모든 정치체제는 필연적으로 그것을 관리하고, 그것을 통해 통치하며, 그것을 변화, 성장, 통합의 도구로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정치의 근본 전략은 갈등과 관련된 공공정책을 다루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121


 샤츠슈나이더는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두 제도가 양립하기 위해서는 두 제도 사이의 긴장과 균형이 필요하며, 이러한 견제와 균형 속에서 대중에 의한 지배는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음을 말한다. 과거 서양의 역사 속에서 '로마'와 '카르타고'라는 두 강대국이 첨예한 대립을 했을 때, 북아프리카의 누미디아 왕국, 서유럽의 갈리아 지역, 지중해 연안의 마케도니아 왕국 등은 자치권과 독립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후 카르타고의 멸망 이후 급속하게 로마의 제국 아래 흡수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정치권력과 자본주의로 표현되는 경제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만들어 내는 여러 대안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대중에게 전달되고 이를 주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대의제 민주주의가 안착할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미국 사회의 기반이 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합은 긴장을 전제로 한다. 이런 긴장은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라는 두 권력 체계의 권력이 매우 다른 원리를 통해 조직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증폭된다. 정치체제는 대체로 평등주의적이며,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수 數이다. 정치체제의 법과 전통에서 강조되는 바는 그 운영 과정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경제 체제는 배타적이다. 그것은 높은 수준의 불평등을 조장하고 권력의 집중화를 장려한다. 게다가 기업의 공적 책임이 제한적이라는 가정은 기업 활동의 자유와 같은 강한 독단적 교리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두 권력 체계의 편향성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194


  많은 경우에 현 체제를 위협하는 외부 세력(불온한 공산주의자, 외계인 등등)에 대항하기 위해 '갈등'을 없어져야 할 요소로 규정하고, 현재 민주주의의 실패 원인을 대중의 무관심/무지로 돌리는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이 갖는 위험성은 '대중은 개/돼지와 같기 때문에, 이들이 자기 눈높이 만큼의 정치인과 정치수준을 갖는다'라는 명제를 합리화시킨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샤츠슈나이더는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명쾌하게 반박한다.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잘못된 작동 방식이 가져온 '실패'는 작동 방식의 변경으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샤츠슈나이더의 분석이며, 이는 '갈등'의 적절한 조직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해결방안이고, 책 전반을 규정하는 큰 흐름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많은 경우 우리들은 '우리 내부'로부터 문제의 원인을 찾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번도 외부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스스로 끌어안고 좌절해온 것은 아니었을까. 샤츠슈나이더의 <절반의 인민주권>이 정치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것은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새로운 분석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리뷰를 정리한다...


 대중은 경쟁적인 권력 체계를 좋아한다. 대중은 민주주의와 높은 수준의 삶의 질 둘 다를 원하며, 체제 내 민주적 요소와 자본주의적 요소 사이의 역동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들 모두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은 자본주의를 규제할 만큼 충분히 강력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기꺼이 자본주의 체제와 함꼐 살아가고자 노력할 것이다._E.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p198


어떤 민주주의 체제에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민의 주권을 이용 내지 활용하는 방식, 즉 대중이 결정하거나 지시할 만한 사안으로서 어떤 문제들을 어떻게 그들에게 제시할 것이며, 대안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대중의 한계를 어떤 방식으로 고려할 것인가에 있다. 좋은 민주주의 체제는 대중에게 불가능한 것을 하도록 요구하는 상황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한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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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길흉은 천명에 달린 것이며, 화복은 사람으로 말미암는 것이니, 이사를 하여서 편안함을 구한다는 것 역시 아무런 이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23/94) - P23

그러나 역시 괴이하게도 폐하께서는 근본적인 것을 잘 다스리지 않으시고 지엽적인 것을 근심하고 계십니다. 사람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문제는 실제로 본성에 달렸습니다.(30/94) - P30

애초 제갈량이 한의 주군에게 표문을 올렸다.
"성도(成都)에는 뽕나무 800그루와 척박한 밭 15경(頃)이 있어서 자제들이 입고 먹는 데는 스스로 여유가 있습니다. 신은 별도로 살아가려고 척촌(尺寸)이라도 늘리지 아니하였습니다."(50/94) - P50

무릇 물이란 것은 지극히 평평한 것이므로 사악한 사람조차도 그곳에서 모범을 찾고, 거울이란 아주 밝게 비추는 것이므로 추한 사람도 화내기를 잊는다.

물과 거울이 사물을 끝까지 다 드러내지만 그에 대하여 원망하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사사로운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52/94)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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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병사를 줄이고 장군을 줄여서 상벌을 분명히 하고 허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며, 장래에 변통하는 도리를 찾아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비록 군사가 많다고 하여도 무슨 이익이 있겠소? 지금 이후로 나라에 충성하고 염려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다만 나의 부족한 것을 부지런히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태는 안정시킬 수 있고 적도 죽일 수 있으며 발뒤꿈치를 들고 공로를 기다릴 수 있을 것이오.(16/70) - P16

서로 이르기를 ‘오늘날 세상에 어찌 잘 넘어가지 못할까를 걱정하는가? 단지 사람을 찾는 길이 부지런하지 않고, 벌려놓은 것이 넓지 않을까 하는 것뿐일세.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가 자기를 몰라줄까 걱정하겠는가? 다만 약으로 그들을 삼키기만 하면 유순하고 순조롭게 되네.’라고 합니다.(33/70)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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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봄이 분석하는 20세기, 그리고 그 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공산주의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열정적이다. 그 태도는 홉스봄이 선호하는 다른 화제를 꺼내며 개입하는 대목에서 드러난다. "우리가 롤링스톤스와 동시대에 살지 않았다면, 그들이 1960년대 중반 지핀 열기에 동참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명예의 전당 제일 위에 인민전선과 스페인 내전이 자리한다. 홉스봄은 스페인 내전을 언급하며, "이 내전이 자유주의자들과 좌파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진보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합친 성향에 가까웠고, 이는 그의 20세기 분석 전반에 잘 배어있다. 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5> - 홉스봄, 역사 조작에 맞서다(上) - , p32


 

지난달과 이번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기사는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CH, 1917 ~ 2012)의 <극단의 시대 The Age of Extremes: A History of the World, 1914-1991>를 다룬 세르주 알리미(프랑스어판 발행인)의 서문이다. <시대 The Age>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대한 서문 을 통해 우리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을 거칠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20세기 마지막을 승리로 끝낸 자본주의의 승리가 사실은 불완전한 승리였다는 홉스봄의 중심에는 '소련'이 자리한다. 홉스봄은 공산주의 국가 '소련'이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소련'의 역할을 강조했다면, 도널드 서순(Donald Sassoon, 1946 ~ )이 <불안한 승리 The Anxious Triumph: A Global History of Capitalism 1860-1914> 속에서 자본주의 승리의 원인을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에서 찾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마침 깊은 인연있는 두 역사가가 '자본주의의 승리와 위기'에 대한 다른 분석을 비교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 되리라 여겨진다. 사실,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서순의 <유럽문화사>와 <사회주의 100년>,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까지 한꺼번에 정리해야겠지만. 한 걸음 나아가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 ~ 1985)과 월러스틴(Immanuel Maurice Wallerstein, 1930 ~ 2019)까지 들어오면 판이 너무 커지겠지만, 충분히 판을 키울 가치가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조만간 순차적으로 정리하기로 하자.


 "소련이 없었다면 서방 세계는 아마 자유주의나 의회 정치 대신 다양한 독재와 파시즘의 아류로 이뤄졌을 것이다. 이는 기이한 20세기가 지닌 역설 중 하나다. 10월 혁명의 결과 중 가장 여파가 오래 간 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 세계를 전복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어난 10월 혁명이 오히려 적을 구했다는 사실이다. 소련은 전시에도, 종전 후 평화의 시기에도, 상대국에게 공포감을 줌으로써 개혁을 촉구했다." ...  그런데, 정말 자본주의는 끝나가는가? 모든 것이 경쟁과 이윤을 기준으로 돌아가는 시장경제 사회를 전 세계 국민이 지지한다면, "소련식 유토피아의 대척점에 있는 반유토피아 또한 완전한 실패작이었다"라고 결론 내린 홉스봄이 과연 옳은 것일까?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문제다. 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홉스봄, 역사 조작에 맞서다(下) - , p42

 

여기에 더해 이번 호에서는 이탈리아 정치문제가 다뤄졌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으로 대표되는 극우정당의 움직임에 대해 다뤄진 이번 기사에서는 이탈리아 남북문제가 언급된다. 일찍이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 ~ 1937)가 지적한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마피아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때문에 이번달 이탈리아 기사는 그람시의 저작과 기사들을 연결해서 읽으면 좋을 듯 싶다. 물론, 영화 <대부 The Godfather>도 시간이 되면 함께 보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1990년대 초 이후 이탈리아의 정치사는 정권 교체와 민주주의 건설 시도의 역사다. 이 역사는 실패로 기록된다. 우파를 지지한 사회적 동맹은 시작부터 분열됐다. 한편에서는 이탈리아 북부의 중소기업들이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찬성하며 유럽 통합 과정에 동참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주로 중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서민층과 빈곤층이 EU의 조약들이 강요한 긴축정책으로 고통받았다.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유럽연합과 화해한 이탈리아 극우의 본심은? - , p25


 

모든 것은 통일 이탈리아의 건국과 함께 시작됐다. 1861년 통일 이탈리아 왕국이 탄생하면서 매우 민간한 사안인 '남부 문제'가 대두됐다. 낙후된 남부지역이 통일 이탈리아 내에서 다른 지역보다 뒤처지게 된 것이다.(p29)... 경제와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한 남이탈리아에서 '지주', 지배계층은 반란과 농민폭동으로 자신들의 권력이 위협당할까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토지와 지배권 유지를 위해 자연스럽게 여러 무장 결사단체의 연합체인 마피아와 손을 잡았다. 가리발디 장군은 농민들에게 토지분배를 약속했는데, 마피아는 대지주의 행동대장으로 활약하며 토지개혁을 무산시켰다.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이탈리아 마피아의 존재 이유 - , p30


  더 나아가 경제 민주주의, 정치적 평등에 대해서도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서구 여러나라들은 주35시간에서 나아가 주 28시간 근무를 논의하고 있는 현 시점에, 우리나라는 주52시간 근무를 확대시행이 이르다는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제는 우리 국민들도 국격에 맞는 대우를 받을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노동시간 감축은 노동비용 상승, 생산성 하락, 노동가치 폄하 등 부작용을 동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때 겪었던 혼란과 실패 경험은 트라우마와 분열을 남겼다. 그리고 우파와 경연진들은 노동시간 감축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19팬더믹은, 미흡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줬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예방하려면, 최대한 다수가 수혜를 누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 28시간 근무제를 논의하면, 노동의 조직과 분배를 새로운 관점에서 생산하고 생산 의존도를 낮추며 성장우선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덜 일하고, 덜 오염시키기 -, p11


 마지막으로, 최근 이뤄진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간 휴전 협정과 15년간 장기 집권을 끝낸 네타냐후 총리 실각을 보면서, <유대 국가>를 통해 헤르츨(Theodor Herzl, 1860 ~ 1904)이 제안한 탄압받는 유대인들에 의한 사회주의 국가와 구현된 시오니즘 국가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당초 헤르츨은 '히브리 노예들'을 위한 평등한 사회를 생각했지만, 그의 구상과는 달리 자본가들은 희생하려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 국가이며, 유럽 출신의 아슈케나짐(Aschkenasim) 주도의 불평등 국가가 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시오니즘을 만약 헤르츨이 본다면 무엇이라 할 것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보다 넓을 세계를 보고, 다른 책들을 통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임을 느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헤르츨은 동화정책이 해결책이 아닌 위협이며, 유대인을 물리적으로 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정 러시아에서 일어난, 유대인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과 학살이 그 직접적인 사례였다. 유럽 사회에 통합되려는 의지는, 종교와의 분리와 공동체의 와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해 보였다. 또한 유럽 통합주의 전략은 반유대주의가 확산해 유대인들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따라서 헤르츨은 유대인이 중심이 돼 안전하게 살아갈 정치적 집합체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즉 유대인 국가의 건설이었다.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막을 수 없는 좌파 시온주의의 쇠락 - , p98


 이스라엘 건국 초기부터 수십 년에 걸쳐, 세속주의와 유대 노동자 간의 연대라는 원칙으로 건설한 노동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서구 자본주의에 완전히 통합돼 신생 디지털 기술 기업들의 '황금의 땅'이 됐다.(p99)... 이스라엘 정부가 '유대민족'은 하나라고 강조하지만, 다양한 유대인 집단(아슈케나짐, 팔라샤, 미즈라힘, 스파라드, 러시아어권 유대인 등)이 국가의 주요 요직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민족 갈등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막을 수 없는 좌파 시온주의의 쇠락 -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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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6-20 22: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은책 소개와 함께 언제나 겨울호랑이님의 명품페이퍼에 감동합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6-20 22:06   좋아요 5 | URL
에고 아닙니다. 저는 이미 있는 좋은 책들 중 극히 일부만 알고 있고, 아는 것만 페이퍼에 옮긴 걸요. 항상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

mini74 2021-06-20 2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세요 좋은 책을 소개해 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읽고 고민하셨다는거.*^^* 좋은 책 소개글은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1-06-20 22:25   좋아요 4 | URL
mini74님 감사합니다. 저도 이웃분들로부터 배워가는데, 부족하지만 이웃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신다니 다행입니다. mini74님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07-07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이달의 당선 추카!추카!
올려주신 책들 몇권 땡튜 ^.~

겨울호랑이 2021-07-07 16:3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1-07-07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7 16:3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

서니데이 2021-07-07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7 16:3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좋은 하루 되세요! ^^:)

mini74 2021-07-07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선되실줄 알았습니다 당근! ㅎㅎ 축하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21-07-07 16: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mini74님 좋은 하루 되세요! ^^:)

초딩 2021-07-07 2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1-07-08 05:25   좋아요 1 | URL
초딩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이하라 2021-07-08 0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21-07-08 10:07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모나리자 2021-07-08 1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겨울호랑이님~^^

겨울호랑이 2021-07-08 10:25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독서괭 2021-07-08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8 12:47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아나르키아 anarchia(지배자 없음)"라는 말은 5세기 중반에 쓰임새가 확인되나 "아나키즘"이라는 말처럼 더 오래전부터 사용되었을 것이다.(p16)... 무질서를 이해하는 데에는 아주 다양한 가능성이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노모스 Nomos가 지켜지지 않는 상태를 "불법 상태"와 "무법 상태"로 생각했다. 이 둘은 단지 단지 폴리스의 질서라는 표본이 있었으며, 또한 개념적으로 이들이 단지 뚜렷하거나 그렇지 않게 구별될 수 있었던 그러한 시대에서부터 나왔다. 이러한 나쁜 상태는 모든 가능한 비참한 상태, 특히 전제정치의 온상으로 간주되었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5 : 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 P21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의 개념사 사전 15번째 주제는 아나키, 아나키즘, 아나키스트(Anarchie, Anarchismus, Anarchist)다. 호메로스(homeros, BC 8C ? ~ ?)로까지 기원을 찾아갈 수 있는 '아나키즘'은 '법률(Nomos)'의 상대어로서 역사속에 자리한다. 다만, 이 단어가 담는 두 가지 의미는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아나키를 '불법 不法'인 상태로 규정할 때, 이것은 다른 형태의 악(惡)이 된다. 폭정(暴政)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아나키는 민주정이 낳은 최악의 결과로 인식되어 왔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군주정, 귀족정, 국가가 필요하다는 논지를 낳았다.


 마키아벨리 Machiavellis는 <로마사 논고 Discorsi>에서 정치체제 이론의 틀 내에서 '아나키'를 최초로 명확하게 언급하였다... 군주제는 쉽게 전제정이 되며 귀족정은 과두제가, 민주정은 쉽게 아나키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키아벨리에게서 민주정이 아나키를 만든다는 표현이 명확하게 발견된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5 : 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 P27


 18세기에는 아나키 개념이 폭정과 새롭게 연결되었다. '폭정 Despotie'이 '폭정적 despotic' 및 '포악한 despotical'과 함께 이미 홉스를 통해서 당시 정치적 논의에 도입되었으며, 아나키 개념의 수용은 나중에야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관에서 순환 모형의 새로운 변형이 제시되었다. 아나키는 폭정/압제정을 만들고, 폭정/압제정은 아나키를 생성한다. 이와 함께 아나키와 폭정은 서로 비교되고 평가되었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5 : 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 P34 


  아나키가 갖는 두 번째 의미가 보다 구체적으로 강조된 것은 18세기 이후 시점이다. 이로부터 '아나키'는 '폭정'과 '불법'이 아닌 '무법 無法'이라는 개념으로 구체적으로 '혁명'과 '자유'와 결합되면서, 아나키에 보다 긍정적 이미지가 부여되었다. 


  빌레펠트 Bielefeld는 다음과 같이 아나키를 정의한 문구를 제시한다. "우리는 '국가'가 어떤 '지도자'도 갖지 못하며 각자가 '법'을 무시하면서 자신만의 환상을 따라 살고 따라서 무질서와 혼란이 판치는 상태를 아나키라 부른다. 우리는 이로부터 이것이 정부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악덕이며, 이러한 상태가 국가의 파멸보다도 오히려 더 심각한 상태임을 즉시 이해하게 된다. '폭정' 내지 '압제정'과의 결합과 분리를 통하여 '아나키'의 연관 영역이 확장됨과 아울러 독자적인 지배 형태 이론으로부터의 최종적인 분리를 통하여서 이들 두 개념은 역사적/사회적 차원으로 보다 강력하게 들어오게 된다... '폭정'과 '아나키'는 자유, 질서, 법과 대립되는 특징적 상태였다. 비록 개별적으로 차별화가 시도되더라도 여전히 이 두 개념은 있어서는 안 될 것에 대한 표현이었다. '아나키'와 '폭정'의 연관은 나중에서야 해소되었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5 : 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 P37


 다른 개념어와 마찬가지로, 아나키 역시 프랑스 대혁명(French Revolution, 1789) 이후 이전의 부정적 의미를 쇄신한다. 혁명이 가져온 무질서, 혼돈의 상태는 단순한 카오스(chaos)가 아닌 코스모스(cosmos)를 내재한 가능태(可能態)이며, (거칠게 표현해서) 음(陰)에서 양(陽)이 나오듯, 아나키에서 자유로 나간다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새롭게 부여된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겠지만, 19세기 지식인들에게 혁명은 새로운 세계의 태극(太極)상태로 인식되었을까도 생각해 본다.


 19세기 초반에 사회적 차별화와 아나키 개념의 역동화라는 특징 속에서 의미의 확산은 의미의 분극화와 변화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사상적 특징과 표현 방식이 바뀌었다... 민주정은 아나키를 낳는다는 표현은 새로운 뉘앙스를 풍기게 되었다. 아나키는 무엇보다도 "무질서 desordre", "혁명 revolution", "봉기 insurrrection"라는 맥락에서 존재한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5 : 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 P54


 헤스는 한편으로는 확실히 프루동을 넘어서서 모든 권위와 계급을 지양하는 것으로서 아나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의 긍정적 위치로서 아나키를 찾아냈다.(p98)... 헤스는 프랑스혁명으로 절대적-역사적 새로운 시작이 제시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역사에 대조적으로 "새로운 역사"가 등장하게 된다. "개인은 다시금 자신과 함께 시작하고, 그 역사는 기원 1년에 시작하고,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정신의 도약 위에서 추상적 자유의 아나키로부터 노예제를 거쳐서 최후의 순간으로 가는 길을 만들고, 마침내는 실제적 자유에 도달한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5 : 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 P99


 개념사 사전은 우리에게 '아나키'안에 담겨진 두 의미 '불법'과 '무법'의 의미 확장 역사를 보여준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와 질서 이전의 태고의 상태. 어느 쪽을 더 크게 보는가에 따라 이 단어는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다가올 수 있는 단어임을 실감한다. 개념사 사전과 관련한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아나키의 두 번째 의미로부터 떠오르는 책이 있어 옮겨본다.


 최소 국가는 우리를 불가침 不可侵의 개인들로 취급한다. 즉 우리는 이 국가 안에서 도구나 수단이나 자원으로 타인에 의해 어떤 방법으로도 이용될 수 없다. 최소 국가는 우리를 존엄성을 가진 개인적 권리들의 소유자인 인격으로 취급한다. 우리의 권리들을 존중함으로써 우리를 존중하는 최소 국가는, 우리에게 허락하여, 개인적으로나 또는 우리가 선택하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우리의 삶을 선택하고 우리의 목표와 스스로가 바라는 이상적 인간상을 실현하게 허락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실현 과정에서 우리와 동일한 존엄성을 지닌 다른 개인들의 자발적인 협동의 도움을 받는다._로버트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p408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 1938 ~ 2002)의 <아나키에서 유토피아 Anarchy, STate, and Utopia>가 그것인데 이 책으로부터 우리는 '국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소환되면, 자연스럽게 소환되어야 할 책이 존 롤스(John Rawls, 1921 ~ 2002)의 <정의론 A Theory of Justice>다. 마침 요즘 정치인 누군가에 의해 '공정'이 이슈가 되고 있느니만큼, 시의적절한 내용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정대로라면. 아나키와 관련하여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The Art Of Not Being Governed: An Anarchist History Of Upland Southeast Asia>을 함께 정리한다면, 아나키즘에 대해 근원적으로 생각해보고 그 의미를 현대적으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ps. 책 한 권을 읽으면 다음에 읽어야 할 책 2권 이상이 나오니, 다단계도 아니고 독서의 끝이 없어 보인다. 잘린 머리에서 머리 2개가 나온다는 괴물 휘드라와 싸운 헤라클레스의 심정이 이러할까. 헤라클레스가 휘드라의 머리를 불로 지져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듯, 밝은 지혜의 힘으로 읽어야 할 책을 줄이는 것이 이 승산없는 싸움을 지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러자면, 지혜를 구해야 되는데, 얘는 또 어떻게 찾아야 할런지... 지혜를 찾을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두 번째 고역으로 에우뤼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한테 레르나의 휘드라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헤라클레스는 불타는 장작을 던져 휘드라가 밖으로 나오게 한 후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몽둥이로 휘드라의 머리들을 쳐서 떨어뜨렸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머리 하나가 떨어져나가면 그 자리에서 두 개의 머리가 자라났기 때문이다. 이올라오스는 가까이 있는 숲 자락에 불을 놓아 불타는 장작으로 휘드라 머리들의 뿌리들을 태움으로써 다시 자라나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헤라클레스는 다시 자라나는 머리들을 제압한 뒤 불사의 머리를 베어 그것을 레르나를 지나 엘라이우스(Elaious)로 가는 길가에 묻고 그 위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았다._아폴로도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신화 Bibliotheke by Apollodoros>, <헤라클레스와 그의 자손들> 5장 2,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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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6-20 13: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휘드라와 같은 책 다단계… 잘 맞는 비유 같네요. 그래도 겨울호랑이님은 열심히 머리를 베어내고 계시네요^^

겨울호랑이 2021-06-20 22:1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님. 휘드라의 머리가 두 개가 아니라 세 개가 나오는 듯하지만, 그저 놓지 않고 가다보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위안을 찾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