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하는 일본사 - 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여행하며 공부하는 일본의 역사 ㅣ 여행하는 세계사 1
구완회 지음 / 따비 / 2024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구완회는 결혼과 함께 직장을 때려치우고 20개월 동안 세계일주 신혼여행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여행과 역사에 관한 글을 쓰거나 강연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여행에서 만난 역사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글을 쓰는 작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 지은 책으로 『랜드마크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조선 사람의 하루』 등 다수 있다.
본문 내용은 1부 워밍업: 일본사 흐름 잡기 2부 일본 역사여행 두 가지 테마로 되어있다. 1부에서는 조몬과 야요이 시대부터 텐노와 귀족, 무사의 탄생 등 시대의 흐름과 역사를 알기 쉽게 요약하고 있다. 2부에서는 대표적인 일본의 도시인 오사카, 나라, 교토, 도쿄, 요코하마ㆍ가마쿠라ㆍ하코네ㆍ닛코,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가고시마까지 아홉 개의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관심이 깊은 나에게 유익한 책이라 생각되어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여행지의 생생한 풍경과 역사 유적지를 담은 사진 자료를 보면서 읽는 내내 여행의 설렘이 되살아났다.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지는 하코네와 닛코, 사가, 나가사키, 가고시마다. 이 중 7장의 사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리뷰해 보겠다.
지도(사가현)
사가는 도래인의 땅이고 무령왕의 고향이라고 한다. 사가현 동쪽의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은 일본의 야요이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엄청 빠른 토기, 너무 늦은 농경’으로 요약되는 조몬 시대의 뒤를 이은 야요이 시대는 벼농사와 청동기로 대표된다. 이 시대의 주역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이라니 놀라웠다. 1986년 공원 단지를 개발에 앞서 사전조사를 하면서 야요이 시대의 유물과 유적들이 쏟아졌단다. 발굴 결과 이곳에는 야요이 시대가 시작하는 기원전 3세기부터 고훈 시대로 넘어가는 서기 3세기까지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장소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마을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자체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한다. 축구장 100개 정도나 되는 크기에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데 그 중 야요이 시대 후반의 마을을 복원한 모습이 보여주고 있어서 시선을 끌었다. 참고로 요시노가리(吉野ヶ里)는 ‘좋은 들판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란다.
사가가 백제 무령왕의 고향이라고 해서 또 놀랐다. 이만큼 일본 역사를 몰랐구나.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을 받고 있던 개로왕이 임신한 자신의 부인과 동생 곤지를 일본으로 보냈는데 가는 도중 산기를 느껴 무령왕을 낳았는데 그곳이 사가현 가라쓰 연안의 가카라시마다. 이런 인연으로 백제를 중흥시킨 무령왕은 오경박사를 보내 학문을 전수하는 등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지금도 가카라시마에는 지금도 무령왕이 태어났다는 동굴이 남아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에는 공주 시민의 모금으로 무령왕 탄생 기념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접하고 보면 너무나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깝지만 먼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백제 무령왕의 탄생지 가카리시마(좌)와 공주 시민의 모금으로 세운 무령왕 탄생 기념비(우)
오랫동안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도 일본의 역사에 관심을 두지 못했는데 이 책 덕분에 훤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면 일본 역사의 시대 구분이다. 조몬과 야요이 시대 등 명칭조차 입에 붙지 않아 헷갈렸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시대 구분을 쉽게 기억하는 꿀팁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조야고야-나헤가무-센에메’다. 조몬 시대, 야요이 시대, 고훈 시대, 아스카 시대, 나라 시대, 헤이안 시대, 가마쿠라 시대, 무로마치 시대, 센고쿠 시대의 머리글자를 따서 외우는 방법이다. 많은 여행지의 경험과 풍부한 역사 지식으로 풀어놓은 이 책은 풍성한 사진 자료와 도표가 들어있어 볼거리를 선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다음 여행은 이 책에서 알게 된 역사 지식과 함께 유익하고 풍성한 여행이 될 것 같다. 일본 문화와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물론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