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봄이 분석하는 20세기, 그리고 그 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공산주의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열정적이다. 그 태도는 홉스봄이 선호하는 다른 화제를 꺼내며 개입하는 대목에서 드러난다. "우리가 롤링스톤스와 동시대에 살지 않았다면, 그들이 1960년대 중반 지핀 열기에 동참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명예의 전당 제일 위에 인민전선과 스페인 내전이 자리한다. 홉스봄은 스페인 내전을 언급하며, "이 내전이 자유주의자들과 좌파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진보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합친 성향에 가까웠고, 이는 그의 20세기 분석 전반에 잘 배어있다. 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5> - 홉스봄, 역사 조작에 맞서다(上) - , p32


 

지난달과 이번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기사는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CH, 1917 ~ 2012)의 <극단의 시대 The Age of Extremes: A History of the World, 1914-1991>를 다룬 세르주 알리미(프랑스어판 발행인)의 서문이다. <시대 The Age>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대한 서문 을 통해 우리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을 거칠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20세기 마지막을 승리로 끝낸 자본주의의 승리가 사실은 불완전한 승리였다는 홉스봄의 중심에는 '소련'이 자리한다. 홉스봄은 공산주의 국가 '소련'이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소련'의 역할을 강조했다면, 도널드 서순(Donald Sassoon, 1946 ~ )이 <불안한 승리 The Anxious Triumph: A Global History of Capitalism 1860-1914> 속에서 자본주의 승리의 원인을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에서 찾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마침 깊은 인연있는 두 역사가가 '자본주의의 승리와 위기'에 대한 다른 분석을 비교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 되리라 여겨진다. 사실,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서순의 <유럽문화사>와 <사회주의 100년>,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까지 한꺼번에 정리해야겠지만. 한 걸음 나아가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 ~ 1985)과 월러스틴(Immanuel Maurice Wallerstein, 1930 ~ 2019)까지 들어오면 판이 너무 커지겠지만, 충분히 판을 키울 가치가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조만간 순차적으로 정리하기로 하자.


 "소련이 없었다면 서방 세계는 아마 자유주의나 의회 정치 대신 다양한 독재와 파시즘의 아류로 이뤄졌을 것이다. 이는 기이한 20세기가 지닌 역설 중 하나다. 10월 혁명의 결과 중 가장 여파가 오래 간 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 세계를 전복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어난 10월 혁명이 오히려 적을 구했다는 사실이다. 소련은 전시에도, 종전 후 평화의 시기에도, 상대국에게 공포감을 줌으로써 개혁을 촉구했다." ...  그런데, 정말 자본주의는 끝나가는가? 모든 것이 경쟁과 이윤을 기준으로 돌아가는 시장경제 사회를 전 세계 국민이 지지한다면, "소련식 유토피아의 대척점에 있는 반유토피아 또한 완전한 실패작이었다"라고 결론 내린 홉스봄이 과연 옳은 것일까?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문제다. 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홉스봄, 역사 조작에 맞서다(下) - , p42

 

여기에 더해 이번 호에서는 이탈리아 정치문제가 다뤄졌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으로 대표되는 극우정당의 움직임에 대해 다뤄진 이번 기사에서는 이탈리아 남북문제가 언급된다. 일찍이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 ~ 1937)가 지적한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마피아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때문에 이번달 이탈리아 기사는 그람시의 저작과 기사들을 연결해서 읽으면 좋을 듯 싶다. 물론, 영화 <대부 The Godfather>도 시간이 되면 함께 보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1990년대 초 이후 이탈리아의 정치사는 정권 교체와 민주주의 건설 시도의 역사다. 이 역사는 실패로 기록된다. 우파를 지지한 사회적 동맹은 시작부터 분열됐다. 한편에서는 이탈리아 북부의 중소기업들이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찬성하며 유럽 통합 과정에 동참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주로 중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서민층과 빈곤층이 EU의 조약들이 강요한 긴축정책으로 고통받았다.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유럽연합과 화해한 이탈리아 극우의 본심은? - , p25


 

모든 것은 통일 이탈리아의 건국과 함께 시작됐다. 1861년 통일 이탈리아 왕국이 탄생하면서 매우 민간한 사안인 '남부 문제'가 대두됐다. 낙후된 남부지역이 통일 이탈리아 내에서 다른 지역보다 뒤처지게 된 것이다.(p29)... 경제와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한 남이탈리아에서 '지주', 지배계층은 반란과 농민폭동으로 자신들의 권력이 위협당할까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토지와 지배권 유지를 위해 자연스럽게 여러 무장 결사단체의 연합체인 마피아와 손을 잡았다. 가리발디 장군은 농민들에게 토지분배를 약속했는데, 마피아는 대지주의 행동대장으로 활약하며 토지개혁을 무산시켰다.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이탈리아 마피아의 존재 이유 - , p30


  더 나아가 경제 민주주의, 정치적 평등에 대해서도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서구 여러나라들은 주35시간에서 나아가 주 28시간 근무를 논의하고 있는 현 시점에, 우리나라는 주52시간 근무를 확대시행이 이르다는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제는 우리 국민들도 국격에 맞는 대우를 받을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노동시간 감축은 노동비용 상승, 생산성 하락, 노동가치 폄하 등 부작용을 동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때 겪었던 혼란과 실패 경험은 트라우마와 분열을 남겼다. 그리고 우파와 경연진들은 노동시간 감축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19팬더믹은, 미흡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줬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예방하려면, 최대한 다수가 수혜를 누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 28시간 근무제를 논의하면, 노동의 조직과 분배를 새로운 관점에서 생산하고 생산 의존도를 낮추며 성장우선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덜 일하고, 덜 오염시키기 -, p11


 마지막으로, 최근 이뤄진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간 휴전 협정과 15년간 장기 집권을 끝낸 네타냐후 총리 실각을 보면서, <유대 국가>를 통해 헤르츨(Theodor Herzl, 1860 ~ 1904)이 제안한 탄압받는 유대인들에 의한 사회주의 국가와 구현된 시오니즘 국가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당초 헤르츨은 '히브리 노예들'을 위한 평등한 사회를 생각했지만, 그의 구상과는 달리 자본가들은 희생하려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 국가이며, 유럽 출신의 아슈케나짐(Aschkenasim) 주도의 불평등 국가가 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시오니즘을 만약 헤르츨이 본다면 무엇이라 할 것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보다 넓을 세계를 보고, 다른 책들을 통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임을 느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헤르츨은 동화정책이 해결책이 아닌 위협이며, 유대인을 물리적으로 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정 러시아에서 일어난, 유대인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과 학살이 그 직접적인 사례였다. 유럽 사회에 통합되려는 의지는, 종교와의 분리와 공동체의 와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해 보였다. 또한 유럽 통합주의 전략은 반유대주의가 확산해 유대인들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따라서 헤르츨은 유대인이 중심이 돼 안전하게 살아갈 정치적 집합체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즉 유대인 국가의 건설이었다.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막을 수 없는 좌파 시온주의의 쇠락 - , p98


 이스라엘 건국 초기부터 수십 년에 걸쳐, 세속주의와 유대 노동자 간의 연대라는 원칙으로 건설한 노동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서구 자본주의에 완전히 통합돼 신생 디지털 기술 기업들의 '황금의 땅'이 됐다.(p99)... 이스라엘 정부가 '유대민족'은 하나라고 강조하지만, 다양한 유대인 집단(아슈케나짐, 팔라샤, 미즈라힘, 스파라드, 러시아어권 유대인 등)이 국가의 주요 요직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민족 갈등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6> - 막을 수 없는 좌파 시온주의의 쇠락 -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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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6-20 22: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은책 소개와 함께 언제나 겨울호랑이님의 명품페이퍼에 감동합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6-20 22:06   좋아요 5 | URL
에고 아닙니다. 저는 이미 있는 좋은 책들 중 극히 일부만 알고 있고, 아는 것만 페이퍼에 옮긴 걸요. 항상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

mini74 2021-06-20 2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세요 좋은 책을 소개해 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읽고 고민하셨다는거.*^^* 좋은 책 소개글은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1-06-20 22:25   좋아요 4 | URL
mini74님 감사합니다. 저도 이웃분들로부터 배워가는데, 부족하지만 이웃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신다니 다행입니다. mini74님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07-07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이달의 당선 추카!추카!
올려주신 책들 몇권 땡튜 ^.~

겨울호랑이 2021-07-07 16:3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1-07-07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7 16:3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

서니데이 2021-07-07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7 16:3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좋은 하루 되세요! ^^:)

mini74 2021-07-07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선되실줄 알았습니다 당근! ㅎㅎ 축하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21-07-07 16: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mini74님 좋은 하루 되세요! ^^:)

초딩 2021-07-07 2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1-07-08 05:25   좋아요 1 | URL
초딩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이하라 2021-07-08 0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21-07-08 10:07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모나리자 2021-07-08 1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겨울호랑이님~^^

겨울호랑이 2021-07-08 10:25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독서괭 2021-07-08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8 12:47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