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는 거리마다 탐욕스러운 쥐떼가 들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무서운 나머지,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마침내 쥐떼는 집 안 부엌이나 곳간까지 쳐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과 분노에 휩싸였다. 하지만 마을에 닥친 이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저 발만 동동 굴렀다.(p4)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中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 미사를 올리는 사이, 남자는 피리를 불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세상에! 일찍이 쥐떼가 그랬던 것처럼, 집집마다 아이들이 물밀 듯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걷거나 뛸 수 있는 아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p16)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中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The Pied Piper of Hamelin>는 그림 형제 -  야코프 그림( Jacob Grimm)과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 가 독일 민담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해 엮은 이야기들 중 하나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로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는 쥐떼가 들끓는 마을에 한 남자가 나타나 사례금을 약속받고 쥐떼를 퇴치하지만, 사례금을 받지 못하자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이 이야기의 유래 중 하나인  '소년 십자군 운동'을 살펴보려 한다. 


[그림] child crusades(출처 : https://www.history.com/news/the-disastrous-time-tens-of-thousands-of-children-tried-to-start-a-crusade)


 1212년, 역사에는 니콜라스라고만 알려진 한 독일인 청년이 선언하고 나서길, 하느님이 자신에게 어린아이들로 십자군을 조직해서 성지로 이끌고 오라는 명을 내렸다고 했다. 이에 그리스도교 교회에서는 평신자와 성직자 할 것 없이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당시는 감정적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세상을 휩쓸던 터라, 니콜라스의 이 생각은 삽시간에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그리하여 부모들이 한사코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집을 나서서 성지로가겠다는 사내아이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평균 열두 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그렇게 이끌리듯 집을 나와 니콜라스의 뒤를 따랐으니, 아이들로서는 집안의 폭정에 억눌려만 지내다 길거리에 나와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마냥 신나기만 했을 터였다... 행군 도중 수많은 아이들이 굶주림에 지쳐 목숨을 잃었고, 일부는 무리에서 이탈했다. 늑대에게 잡아먹히기도 했으며, 또 무리 중간중간에 도둑이 섞여 들어와 아이들의 옷가지며 음식을 훔쳐 가기도 했다.(p84) <문명 이야기 4-1>中

 

 그렇다면, 소년 십자군운동은 왜 일어났을까? 소년 십자군 운동은 제4차 십자군의 탈선에 대한 일종의 반동(反動)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일어났다. 제4차 십자군은 베네치아 상인에게 자금을 원조받는 대가로 같은 기독교 국가인 헝가리의 자라(Zara)시를 공격하고, 급기야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며 라틴 왕국을 세우며 성지(聖地) 회복이라는 자신들이 이념이 허구라는 것을 여실하게 입증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등장한 소년 십자군 운동은 타락한 어른들이 성지를 회복할 수 없으니, 순수하고 소박한 영혼들만이 그리스도 성채를 탈환할 수 있다는 절망적인 생각 끝에 태어난 비극적인 운동인 것이다. 마치, 황산벌 전투의 관창(金官昌, AD 645~ AD 660)처럼.


 <하멜른의 피리부는 아저씨>가 주는 교훈은 서로간의 약속은 소중한 것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 민담의 유래가 소년 십자군 이야기라면 교훈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이 이야기가 주는 진정한 교훈은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의 대가는 그들의 자녀가 대신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만큼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명심해서 새겨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PS. 어렸을 때 내가 읽었던 판본에서는 결론이 조금 각색되어, 아이들이 모두 돌아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대학생 때 내가 가진 책만 결론이 다른 것이 궁금하여 뒤의 해설 부분을 찾아보니,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 결론을 바꿨다고 적혀 있었다. 사실과는 다르지만, 아이들에게는 해피 엔딩도 좋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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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7-03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 현실은 넘 잔인한 것 같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9-07-03 08:55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래 민담을 동화로 내용을 바꾸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화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씌여져야 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2019-07-0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3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