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물리학이라는 단어는 양자 역학의 출현 이전의 물리학을 일컫는다. 고전 물리학은 양자 역학적인 불확정성이 중요하지 않은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일련의 원리들과 규칙들이다. 그러한 일반 규칙들을 고전 역학이라 부른다. 고전 역학이 하는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p17)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레너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와 조지 라보프스키(George Hrabovsky)는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The Theoretical Minimum: What You Need to Know to Start Doing Physics>에서 고전 물리학의 계에서부터 출발하여 해밀토니언과 라그랑지언 방정식에 이르는 개념을 설명한다. 수학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본문에서는 극한, 미적분 등 수학의 기초개념부터 설명하고 있지만, 많은 수학식은 독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페이퍼에서는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1 The Princeton Companion to Applied Mathematics 1>의 내용과 함께 곁들여 라그랑지언과 해밀토니안 방정식의 내용을 정리해 본다.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1>의 설명에 따르면, 뉴턴 역학에는 두 가지 재수식화가 있는데, 이들이 바로 우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라그랑주와 해밀토니안 방정식이다. 이들 방정식은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연결고리가  되는데, 이를 보기 전 에너지 보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종종 많은 형태의 에너지가 있으며 그 모든 에너지의 총합은 보존된다고들 배운다. 하지만 그 모두를 입자의 운동으로 환원하면 고전물리학에는 오직 두 형태의 에너지, 즉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만 존재한다. 에너지 보존을 유도하는 최성의 방법은 형식적인 수학 원리로 바로 뛰어드는 것이다.(p149)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입자의 위치에 의해 결정되는 함수인,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힘 F=F(r)을 먼저 살펴보자. 그중에는 보존력이라고 하는 특별한 종류의 힘이 있다. 보존력의 중요성은 에너지 E라고 하는 보존되는 양의 존재에 있다. E(에너지)= T(운동에너지)+V(퍼텐셜에너지)로 구성된다... 보존력의 가장 간단한 예로는 용수철에 매달린 입자를 나타내는 조화 진동자가 있다. 조화 진동자는 모든 이론 물리학에서 단연코 가장 중요한 체계이다. 퍼텐셜 에너지 V에 의해 서술되는 어떠한 체계에서도, V는 안정된 평형인 점들에서 극소이다.(p606)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정리하면,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조화 진동자는 에너지 보존을 잘 나타내는 개념이며 우리는 조화 진동자를 통해 퍼텐셜 에너지는 안정된 평형의 점들에서 극소이며, 입자는 그 평형인 점에 계속 머무른다는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나아가, 뇌터 정리에 의해 대칭성과 보존법칙은 연결되면서, 에너지 보존은 전하량 보존으로까지 확대된다.


 회전에 대한 불변을 의미하는 공간의 등방성이 각운동량의 보존을 준다는 것도 보일 수 있다. 사실 적절하게 일반화하면, 자연계의 모든 보존법칙은 뇌터 정리(Noether's theorem)를 통하여 대칭성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전하량의 보존과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입자의 보존을 포함한다.(p615)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재수식화 중 첫 번째 방법인 라그랑지언 수식화는 벡터를 제거했다는 점에서 뉴턴의 접근법보다 강력하다. 시간과 공간의 좌표 상에서 두 점의 궤적을 최적의 궤적을 찾는 방법. 그 방법이 오일러 - 라그랑주 운동방정식이다. 최소 작용 원리에 의해 도출된 라그랑지언 방정식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만약, 라그랑지언 방정식에서 시간의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우리는 해밀토니안 방정식을 통해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최소 작용의 원리는 각각의 순간에서 바로 다음 순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미분 방정식이 될 뿐이다.(p174)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공간과 시간 속에 주어진 임의의 두 점에 대해 이 둘을 잇는 많은 궤적이 존재한다. 하지만 오직 하나만이 입자가 취하는 진짜 궤적이다. 진짜 궤적은 작용을 최소화하는, 또는 작용을 정적으로 만드는 궤적이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정적인 작용의 풀이를 찾을 때까지 두 점을 잇는 모든 궤적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 원리로부터 우리는 오일러 - 라그랑주 운동 방정식을 유도했다.(p293)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여러분은 무한소의 각도 a만큼 회전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결국에는 어떤 유한한 회전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환을 연속적이라고 부른다. 이는 연속적인 변수(회전각)에 의존하며, 게다가 그 변수를 무한히 작게 만들 수 있다.(p201)...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퍼텐셜 에너지가 원점으로부터의 거리의 함수가 아니라면 라그랑지안은 무한소 회전에 대해 불변이 아니다.(p202)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시간 이동 대칭성, 또는 그의 부재가 어떻게 역학의 라그랑지안 공식에 반영되어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런 대칭성이 있는 경우들에는 라그랑지안이 명시적으로 시간에 의존하지 않는다. 라그랑지안의 값은 시간에 따라 변할수도 있지만, 오직 좌표와 속도가 변하기 때문에 그렇다.(p216)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해밀토니안이 라그랑지언과 구별되는 지점은 위상공간이다. 위상공간에서는 시간의 변화가 고려되기 때문에, 무한소 회전에 대해 불변이 아닌 라그랑지언의 약점을 보완하여 궤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상공간의 한 점은 그 계의 미래 진행을 결정하는 데 충분하기 때문에, 위상공간의 곡선은 결코 교차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시간에 따른 변화가 위상공간 안에서 흐름에 의해서 제어된다는 것이다.(p615)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구성 공간과 운동량 공간의 합은 위상 공간과 같다.(p142)... 모든 점에는 전체 운동량의 집합이 명시되어 있어서 위상 공간 속의 모든 점은 총 운동량의 값으로 특정된다. 우리는 위상 공간 속으로 들어가 각 점에 총 운동량의 딱지를 붙일 수 있다.(p146)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H라는 양을 해밀토니안(Hamiltonian)이라 부르며, 계의 에너지이다.(p220)... 해밀토니안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해밀토니안은 고전 역학을 완전히 개조하기 위한 기초이며 양자 역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역학에 대한 라그랑지안 공식에서는 2차 미분 방적식이며 초기 좌표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초기 속도 또한 알아야만 한다. 해밀토리안 공식에서는 위상 공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위상공간의 차원은 구성 공간 차원의 2배인 점을 명심해라. 차원의 수를 2배로 해서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인가? 답은 운동 방정식이 1차 미분 방정식이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단지 위상 공간의 초기 점들만 안다면 미래가 펼쳐져 있을 것이란 뜻이다.(p224)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에서는 다음과 같이 라그랑지언과 해밀턴의 관계를 설명한다. 경계치 문제에서는 라그랑지언 방정식이 보다 효과적이며, 초기기 문제에서는 해밀턴 방정식이 효과적이라는 내용과, 해밀토니언 방정식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이 이 두 방정식에 대한 설명이다.


  라그랑지언이 시간의 영향을 받으면서 해밀턴 방정식이 된다. 즉, n개의 2계 미분방정식이 2n개의 1계 미분방정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재구성함으로써 해밀턴의 방정식들은 경계치 문제보다 초기치 문제를 다루는 데 매우 적합하게 된다. 반면에 경계치 문제에서는 라그랑지언 수식화가 더 자연스럽다.(p616)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해밀토니언의 진정한 가치는 고전역학의 구조에 관해서 그 수식화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에 있다. 그 핵심은 고전역학의 기하학적 수식이고, 사교기하학의 언어를 빌리면 더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해밀토니언 체계는 혼돈이론과 적분 가능이론을 포함한 이후의 발전에 발판을 제공하였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해밀토니언이 물리학의 더 근본적인 이론들, 특히 약자역학과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p616)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하자면, 뉴턴 역학의 두 개의 재수식화된 방정식이 고전 역학과 양자 역학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데, 라그랑지언과 해밀토니언 방정식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방정식은 각각 구성 공간과 위상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해밀토니언 방정식은 그 구조 안에 시간에 대한 영향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라그랑지안과 차이가 있다. 한편, 라그랑지언 방정식의 재수식화는 최소 작용 원리에 의해 도출되고, 이들 모두는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가정 하에서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서 잠시 라그랑지언 방정식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연결고리가 된다는 뜻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자. 이는 고전역학의 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서 도출된 라그랑지언 방정식에 최소 작용 원리가 사용된다는 것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 1918 ~ 1988)의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에서는 직진하는 빛의 경로를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여기에서 사용되는 개념이 최소 경로 이론임을 생각해본다면, 최소 작용 원리와 최소 경로 이론의 이론적 유사성을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틀릴 수도 있다.


 빛이 직진하는 이유 역시 양자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능한 모든 경로를 다 고려했을 때, 구불구불한 경로와 그 주변의 경로를 비교해보면 소요시간의 차이가 크다. 그러나 경로 D와 같이 직선에 가까운 경로들은 그 주변의 경로와 차이가 거의 없으므로 이 근처에서 화살표는 거의 같은 방향을 갖는다. 따라서 최종 화살표의 길이는 주된 경로 D 근방의 화살표들에 의해 좌우되며, 그 결과 빛은 직진하는 듯이 보이게 된다.(p92)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강의> 中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은 수식이 많이 나와 수학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쉽게 읽히지 않는다. 또한, 수식 하나하나를 따라가다보면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게 되어 물리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수식 역시 하나의 언어(言語)이며, 물리학 수식은 자연과학의 언어임을 생각한다면 단어 하나에 매이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겨진다. 그런 면에서 사전식으로 개념을 설명한 다른 책(여기서는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과 함께 큰 줄기를 잡고 수식을 눈에 익힌다면, 물리학과 수학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 한다.


PS. 개인적으로는 물리학과 수학이 어렵지 않음을 느끼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런 경험은 없다... 이 책의 후속편 <물리의 정석 : 양자역학편> 을 잠시 훑어보니, 삼각함수와 미적분은 보이지 않는 대신 확률이 눈에 많이 띈다. 이번에는 <수학의 독본>시리즈를 곁에 두고 함께 볼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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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9-3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려워요. ㅠㅠ

겨울호랑이 2019-09-30 21:24   좋아요 0 | URL
네... 필자들이 일반 대중의 수학 실력을 너무 과대 평가해서인지 아주 깊게 들어갔네요. 귀여운 표지와 두께에 속아서는 안 될 책입니다..ㅠㅠ

갱지 2019-10-01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동감입니다:-)

겨울호랑이 2019-10-01 12:3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갱지님 쾌청한 가을 오후 되세요!^^:)

syo 2019-10-01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호랑이님은 그냥 리스펙할래요..... 고개가 절로 숙여져서 페이퍼를 다 읽기가 난망할 지경이네요. 알라딘에서 라그랑지언과 해밀토니언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될 줄이야..... 최고시다.

겨울호랑이 2019-10-01 19:47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니에요. 저도 잘 모르는 걸요. 많은 부분 놏치고 겨우 뼈대만 잡아보았습니다. 여기에 살을 붙여 나가야겠지요... syo님 칭찬에 많이 쑥스럽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19-10-01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경이롭네요 ㅋㅋㅋ

겨울호랑이 2019-10-01 21:03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더 잘 알았다면 더 깔끔하게 정리했을텐데,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좀 더 많이 접하다보면 수식도 점차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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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만약 우리의 장래를 입법자들이 의회에서 보여주는 말재주에만 전적으로 맡기고, 일반 국민의 풍부한 경험과 효과적인 불만 표시로 잘못을 시정해 나가지 않는다면, 미국은 머지않아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그 지위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p56)<시민의 불복종> 中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 ~ 1862)는 1846년 인두세 납부 거부와 관련하여 하루 동안 감옥에 수감되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된 <시민의 불복종 civil disobedience>에는 무정부주의자(anarchism)로서 그의 주장이 잘 담겨있다.


 원칙에 따른 행동, 즉 정의를 알고 실천하는 것은 사물을 변화시키고 관계를 변화시킨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혁명적이며, 과거에 있던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불의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면서 개정에 성공할 때까지는 그 법을 준수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이라도 그 법을 어길 것인가?(p26) <시민의 불복종> 中


 소로우가 반대하는 정부는 노예제도를 유지하고, 멕시코 전쟁을 통해 영토확장을 꾀하는 제국주의 국가 미국이다. 당시 미국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에 동의할 수 없는 소로우는 <시민의 불복종>을 통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올바른 것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든 적은 없다. 오히려 법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조차도 매일매일 불의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p13) <시민의 불복종> 中


 권력이 일단 국민의 손에 들어왔을 때 다수의 지배가 허용이 되고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는 실제적인 이유는 그들이 옳을 가능성이 가장 크거나 그것이 소수자들에게 가장 공정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가장 힘이 세기 때문이다.(p12) <시민의 불복종> 中


 우리는 한 국가에 소속되기 이전에, 인간(人間)의 입장에서 먼저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소로우의 견해다. 이러한 기준에서 봤을 때, 당시 미국 정책은 양심(良心)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그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다수라는 이유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가고 있다면 이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소로우는 이에 대해 물음을 제기한다. 그리고, 깨어있는 소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 몇 사람이라도 '절대적을 선한 사람'이 어디엔가 있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전체를 발효시킬 효모이기 때문이다.(p20) <시민의 불복종> 中


 시작이 아무리 작은 듯이 보여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 번 행해진 옳은 일은 영원히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껏해야 거기에 대해 토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하면서. 개혁은 수십 개의 신문을 붙들어 일거리를 주고 있으나 단 한 명의 사람도 붙들지 못하고 있다.(p31) <시민의 불복종> 中


 시민에 의해 창출되었으나, 올바른 길을 가고 있지 않은 권력이 있을 때 소로우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시민의 불복종>에서 말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부당한 권력에 대해 저항할 것을 강조한다.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한 조각의 종이가 아니라 당신의 영향력 전부를 던지라. 소수가 무력한 것은 다수에게 다소곳이 순응하고 있을 때이다. 그때는 이미 소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소수가 전력을 다해 막을 때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p33) <시민의 불복종> 中


 <시민의 불복종>에서는 이처럼 부당한 권력에 대한 깨어있는 양심의 저항을 말한다. 본문에서는 다수(多數)와 대비되는 소수(少數)의 개념이 언급되지만, 수의 많고 적음보다 과연 얼만큼 양심에 들어맞는가가 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BC 481 ~ BC 411)의 말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기준으로 '양심'을 주장했을 때, 우리는 그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 것인가. 추상적인 수학의 세계와 달리 감각적인 현실 속에서 우리의 기준은 흔들릴 수 밖에 없지만, <시민의 불복종>안에서 우리는 모호한 기준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형평성(衡平性)이다. 


 만일 아무 재산도 없는 사람이 단 한 번이라도 주정부에 9실링을 내기를 거부한다면 그는 곧바로 감옥에 구속될 것이며, 그 기간 역시 정해진 법률 형기가 없기 때문에 구속시킨 자들의 재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주 정부로부터 9실링의 90배를 훔친다면 그는 곧 다시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p28) <시민의 불복종> 中


  아직도 '황제노역'이 존재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형평성이 지켜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양심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임을 우리는 <시민의 불복종>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개인이 양심과 건전한 상식에 맞춰 바른 기준을 세우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삶의 의미에 따라 행동하되, 그 양심에 국가가 어긋났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개인의 양심에 귀기울이는 국가. 소로우는 이러한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시민의 불복종>에서 제기한다. 소로우가 제시한 이러한 관계와 구성원의 수준에는 우리 사회와 구성원이 미치지 못하지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기를 희망하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내게는 다른 할일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중요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든 나쁘든 그 안에서 살기 위해서이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 어떤 일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가 모든 일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어떤 나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p29)<시민의 불복종> 中


 엄정하게 말하면, 정부는 피통치자의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민주주의가 정부가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진보일까?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조직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국가가 개인을 보다 커다란 독립된 힘으로 보고 국가의 권력과 권위는 이러한 개인의 힘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인정하고, 이에 알맞는 대접을 개인에게 해줄 때까지는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화된 국가는 나올 수 없다.(p57) <시민의 불복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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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9 2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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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9 2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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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1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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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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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이것을 알아 두십시오. 모든 사람이 듣기는 빨리 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고 분노하기도 더디 해야 합니다... 말씀에는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완전한 법 곧 자유의 법을 들여다보고 거기에 머물면, 듣고서 잊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실천에 옮겨 실행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한 사람은 사람은 자기의 그 실행으로 행복해질 것입니다. <성경> <야고 1:19 ~ 25)


 시위를 할 때 함께 무리 지어 걷는 것은 정치적 행위이다. 거리를 행진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진은 상징적 행동으로, 공적인 장소를 걸어 지나감으로써 그 공간을 점령한다는 의미가 있다.. 시위 행진이 있을 때면 수천 명(경찰 추산에 따르면 수백 명)이 사람들이 모여 같은 방향으로 걷는데, 이렇게 함께 걷는 가운데 생성되는 연대감 역시 상징적인 것이다.(p57) <걷다> 中


 2016년 이후 오랫만에 뜻이 맞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이웃들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초역과 교대역까지 거리가 짧긴 하지만, 교대역 앞까지 통제된 사람의 물결 속에서 마음이 통하고 생각이 같은 이들을 만나 외롭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화 시대 속에서 통하는 이들을 길에서 만났을 때의 느낌. 그런 느낌을 깊이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양명의 지행합일(知行合一)은 주자학의 선지후행설(先知後行說)에 대한비판에서 나온 것이다. 양명은  "알과 행위는 사욕에 의해 가로막힌 것이지, 지행의 본체가 아니다. 알고도 행하지 않는 자는 없었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은 단지 아직 알지 못한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양명은 "참된 앎은 행하기 위한 까닭이다. 행하지 않으면 그것을 앎이라 말 할 수 없다.(眞知所以爲行 不行不足以爲知)"고 하였다. 양명에 의하면 앎은 실천 중에 터득되는 것이므로 지행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습록 1>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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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2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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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2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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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2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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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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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9-09-28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방이라 참석이 어렵지만 적극 지지합니다!ㅎ

겨울호랑이 2019-09-28 22: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아 참, 저를 지지하는게 아니시지요? 뜻을 같이 하는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단발머리 2019-09-29 0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젯밤의 감동이 느껴지네요.
어제 무리지어 행진하는 사람들 속에 겨울호랑이님이 계셨군요. 저도 그 속에 있었습니다. 서로를 몰라보고 지나쳤지만,
겨울호랑이님, 더욱 반갑습니다^^

겨울호랑이 2019-09-29 08:3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께서도 오셨군요. 저 역시 반갑습니다. 어제 밤 행사로 고단하실텐데 평안한 휴일 되세요!^^:)

나와같다면 2019-09-29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덕분에 미셸 퓌에슈의 [사랑하다] 를 읽었어요

[걷 다] 나는. 오늘도 에도 상징적인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이 있네요

겨울호랑이 2019-09-29 17:49   좋아요 1 | URL
[사랑하다]와 [걷 다]를 처음 읽은 시점이 2017년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때에도 나와같다면님께서 [사랑하다]를 읽고 좋은 독서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번에도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9-29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행합일... 알면서도 가장 어려운 뜻인 것 같습니다. 저녁 날도 추운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9-09-29 18:32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머리와 손발을 일치시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듯 합니다. 그런데, 사실 어제 더워서 고생했습니다. 반바지를 입을 것 그랬다는 생각을.... 아마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23
카를 슈미트 지음, 나종석 옮김 / 길(도서출판)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에 기반한 의회주의가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립할 수 있음을 지적한 카를 슈미트의 통찰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용한 것일까.

인터넷의 발전 등으로 수많은 정보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오늘의 세계에는 의회주의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평등‘을 체제 내에서 잘 조화시키는 길이 있을 듯하다. 기든스의 ‘제3의 길‘은 그러한 길들 중 하나의 길이라 여겨진다...

민주주의의 정치적인 힘은 그것이 이방인이나 평등하지 않은 자, 즉 동질성을 위협하는 자를 배제하거나 격리할 줄 안다는 데서 나타난다. 달리 말하자면 평등의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추상적이거나 논리적이고 산술적인 유희가 아니라 평등의 실질인 것이다.(p24)

선거권의 일반성은 어떤 다른 것을 의미하고 있다. 즉 모든 성인은 단순히 인간(인격체)로서 그 자체에 의해(eo ipso) 다른 모든 인간과 정치적으로 동등한 권한을 지녀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주의 사상이지 결코 민주주의 사상은 아니다.(p27)

사람들이 현대 의회주의라고 부르는 것 없이도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있고 민주주의 없이도 의회주의는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독재의 결정적인 대립물이 아닌 것처럼 독재는 민주주의의 결정적인 대립물이 아니다.(p67)

극도로 일관적이고 포괄적인 체계 속에서 입헌주의 사상과 의회주의가 입각하고 있는 것은 공개성과 토론이라는 두 가지 원리다.(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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