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화가의 붓만 사용하고 철학자 성찰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풍자를 위주로 했더라면 이 '풍경'이 쉬웠을 테지만, 나는 풍자를 철저하게 삼갔다. 전형화된 풍자는 자극적이고 무감각하게 만들 뿐, 올바른 길로 인도하거나 제대로 바꾸지 못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나는 전체적인 그림만을 그렸고, 이것을 넘어서는 일은 공익을 위해서 하지 않았다. 나는 살아 있는 인물들을 보고 이 '풍경'을 그렸다. _ 루이 세바스티앵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1>, 머리말 中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프랑스 혁명을 이대로 정리하기에는 부족함이 생긴다. 물론, 이 부족함은 저자의 부족함이 아닌 내 자신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리라.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은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2016년 촛불항쟁의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 혁명의 의미에 대해 잘 전달한다. 프랑스 혁명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대작(大作)은 분명 큰 의의가 있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이 혁명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책들이 필요할 듯하다. 




 그런 점에서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Louis-Sebastien Mercier)의 <파리의 풍경 Tableau de Paris>은 당대의 시대상을 앵글에 담아 보여줄 것이며, 그런 사료에 대한 현대 프랑스인들의 인식은 피에르 노라(Pierre Nora)의  <기억의 장소 Les Lieux de Memoire>가 알려줄 것이다. <파리의 풍경>를 둘러싼 프랑스 혁명의 사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기억의 장소>와 이를 바라보는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을 통해 혁명을 바라보는 인식의 삼각형을 뚜렷하게 그려보기를 바라본다...


 이러한 삼각형의 윤곽을 잡은 후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의 철학으로 안을 색칠하고, 성공한 파리코뮌이었던 프랑스 혁명과 대척점에 있는 프롤레타리아 혁명 파리코뮌을 주제로 한 <프랑스 혁명사 3부작>으로 외접원을 그린다면, 이제 다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로 독서주제를 선회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계획은 그렇다... 














 기억으로부터 역사로의 이행은 각 사회집단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역사를 활성화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재규정하는 것을 의무로 삼게 만든다. 기억의 의무는 각자를 자기 자신에 대한 역사가로 만든다. 역사의 절대적 필요성은 이렇게 해서 제한된 전문 역사가 서클의 범위를 크게 넘어선다(p48)... 기억의 역사적 변환(metamorphose)은 개인심리로의 결정적인 전환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두 현상이 너무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그것들이 발생한 시점이 일치한다는 것조차 지적하기 어려운 그런 현상들이 있다... 기억의 전이(轉移)는 역사적인 것에서 심리학적인 것으로, 사회적인 것에서 개인적인 것으로, 전달가능한 것에서 주관적인 것으로, 되풀이되는 것에서 회상하게 만드는 것으로의 결정적인 이동이다. 기억의 구속이 집요하고 미분화된 방식으로 힘을 가하는 대상은 결국은 개인이고 오직 개인일 뿐이다. _ 피에르 노라, <기억의 장소 1>,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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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08-25 1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꼬리에 꼬리를 잇는 독서법” 넘 좋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2-08-25 12:32   좋아요 2 | URL
좋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 독서법은 ‘그때 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독서법‘에 더 가깝긴 합니다만 ㅋㅋ 북다이제스터님 좋은 오후 되세요! ^^:)

거리의화가 2022-08-25 1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리의 풍경>은 시민들이 생각하는 역사를 확인할 수 있겠네요. 관심이 갑니다! 겨울호랑이님 덕분에 프랑스 혁명을 훓고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명철 교수의 책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더 좋겠는데 언젠간~!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8-25 14:0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제가 <프랑스 혁명사>10부작은 전체 내용 중 극히 일부만을 인용한 것이라 거리의화가님께서 직접 읽으신다면 훨씬 많은 내용을 담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님 좋은 하루 되세요! ^^:)

바람돌이 2022-08-25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리의 풍경 관심가는 책이네요. 담아갑니다. 겨울호랑이님 덕분에 프랑스혁명에 대해서 다시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구 있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8-25 14:3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

꼬마요정 2022-08-25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리의 풍경> 책 표지가 참 이쁘네요. 흑흑 전 이제 <프랑스혁명사> 1권 시작하는데 뭔가 훅 하고 거대한 밀물이 들어오지만 책이 예뻐서 장바구니에 담아봅니다. ㅎㅎㅎ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습니다. 아니면 북플에는 마약 성분이 분비되고 막 그러나요?? 지름신이랑 계약이 되어 있다거나….

겨울호랑이 2022-08-26 00:09   좋아요 1 | URL
^^:) 설마요 . <파리의 풍경>을 지금 읽고 있습니다만 18세기 프랑스를 느낄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다만 6권에 달하는 방대함이 부담스러울수도 있을 것같아요. 목차 중 관심내용을 선택하여 우선 읽으시면 지루함을 덜수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꼬마요정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제2의 혁명 - 입법의회와 왕의 폐위 Liberte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7
주명철 지음 / 여문책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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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성문헌법을 적용해서 민주적 선거로 뽑은 입법의회는 1791년 10월 1일부터 법을 만들면서 국내외의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 종교인들은 헌법에서 공무원의 지위를 얻었으며, 헌법에 충성하겠다고 맹세해야 했지만 거부하거나 맹세를 하고서도 철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귀족주의자들은 단원제 국회를 영국식 양원제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종교인과 귀족주의자들은 나라 안팎에서 헌정을 파괴할 목적으로 군대를 모으고 외국의 지원을 받았다. 그들은 내전을 부추기는 동시에 외국으로 망명한 왕족들과 내통하고 외국 군주들의 지원을 얻어 대외전쟁까지 부추겼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는 1792년 4월 20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연합군과 전쟁을 시작했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10/464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중 제7권 <제2의 혁명 - 입법의회와 전쟁, 왕의 폐위 Liberte>의 배경인 1791년과 1792년의 2년 시기는 2년 남짓한 시간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혁명기 프랑스의 어려움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로 이후 프랑스 혁명의 성격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는 변곡점이라는 점에서 시대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제군주정으로부터 입헌군주제로의 혁명을 이루었지만, 입헌군주국 프랑스를 둘러싼 내/외부 환경은 결코 그들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제1공무원으로 국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국왕 루이 16세와 귀족들은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최대한 혁명을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행정력을 소모하고 있었고, 이러한 움직임은 그렇지 않아도 국왕의 도주 사건으로 떨어진 그에 대한 인식을 더욱 나쁘게 했다.

능동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수동적으로라도 따라오는 사람이 있는 한 새로운 체제를 정착시키기 쉽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지 않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대하고 방해하는 사람들은 만만치 않은 반혁명세력이다. 루이 16세는 변화에 마지못해 따라가면서도 헌법이 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펵명의 앞길에 장애물을 설치했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45/464

그렇다면 인민의 대표 일부를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왕실비다. 행정부는 왕실비를 써서 대신들을 임명한다. 따라서 행정부가 합리적인 봉급을 주고, 또 어떠한 공직도 마음대로 부리지 않는다면 입법부는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입법부가 부패하지 않으면 건전하고 정의로운 법을 제정할 수 있다. 행정부가 이러한 법을 집행하면 정치는 올바르다. 만일 행정부가 법을 올바르게 집행할 의사가 없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왕의 권리는 신성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무관심이나 행동을 제약할 수 없다. 따라서 혁명은 무용지물이 된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206/464

이런 국왕과 왕당파의 노골적인 태업(怠業)행위에 대해 견제해야 할 온건파 혁명세력이 주도하는 국회에 대한 실망감도 적지 않았다. 라파예트로 대표되는 이들 세력의 굼뜬 움직임 역시 혁명에 대한 민중의 실망을 자아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국회의원들이 모두 실권을 행사하는 것이 처음이라 그들이 겪는 시행착오는 그대로 일반 시민들의 몫이었고, 행정상의 태업과 입법상의 공백 사이에서 민중들의 삶은 매우 불안해져갔다. 이처럼 정치/ 경제적 불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프랑스는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의 오빠 레오폴트 2세로부터 선전포고라는 선물을 받으며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들은 불매운동을 벌여야 설탕 값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투기꾼들을 비난했다. 설탕이 귀해진 이유는 생산지에서 생산량이 줄고 수출관세는 높게 매기는 데서 출발해 프랑스의 투기꾼들이 매점매석하기 때문인데, 서민은 품귀현상의 모든 책임을 투기꾼에게 물었고, 국회에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기 바랐다(p154)...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은값이 치솟았다. 2월 초, 은은 53퍼센트나 비싸졌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156/464

혁명이 시작된 후 프랑스는 국내외의 반혁명세력을 견제해야 했다. 왕의 군대에서 프랑스 수비대는 1789년 6월부터 민간인들과 형제애를 나누면서 상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국민방위군을 창설해 도시와 외곽의 질서를 바로잡았지만, 해가 바뀌고 혁명이 더욱 급진화하면서 국민방위군은 귀족이나 민중의 희망을 저버리고, 더욱이 국민방위군 안에서도 틈이 발생했다. 파리 국민방위군 총사령관 라파예트는 초기에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누렸으나 점점 정치적 암투에서 인기를 잃었다. 정규군도 혁명의 바람에 휩쓸렸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71/464

황제 레오폴트 2세는 끊임없이 유럽 열강들을 프랑스와 대립시킬 방법을 찾았다. 그는 오래전부터 러시아와 공모해 폴란드와 터키를 나눠 가질 궁리를 했고, 프랑스와 스웨덴을 이간질했다. 그는 3월 1일에 죽고, 구스타브3세도 3월 29일에 살해당했다. 레오폴트 2세의 뜻을 담아 카우니츠 공이 지난 2월 18일에 보낸 공식 서한은 진정한 뜻의 선전포고였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264/464

안으로는 반혁명세력, 밖으로는 오스트리아-프로이센과의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국회는 어떠한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하기 위해 나서달라는 호소를, 샹퀼로트(Sans-culotte)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세력들은 튈르리 궁으로 쳐들어가면서 루이 16세의 폐위가 결정된다. 이제 프랑스는 혁명전쟁을 입헌군주국이 아닌 공화정으로 치를 것이었다. 그리고, 튈르리 궁을 지키던 스위스 용병대와의 전투를 통해 피맛을 알게 된 상퀼로트들의 등장은 바로 공포정의 서곡이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음에도, 병력을 증강하자는 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루이 16세가 패배하기 바랐던 전쟁을 장기전으로 가져가거나 결국 승리할까봐 두려웠던 것일까? 설마. 그럼에도 우리는 전체의 이익보다 자기네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을 깨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는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327/464

8월 10일, 왕의 권한을 정지시킨 것은 1791년 헌법을 부정하는 혁명이었다. 그 헌법에는 왕이 입법부를 해산할 수 있으며, 왕은 몇 가지 경우에 '사임 abdication'한다고 정했다. 다시 말해 국회는 왕을 정직 suspension시키거나 폐위 decheance할 권한이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헌법을 부정했던가? 지난 1년 동안 귀족주의자들은 양원제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단원제 헌법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이 왕의 정직과 폐위를 요구했고, 마침내 무장투쟁을 통해 국회를 움직였다. 그래서 1792년 8월 10일은 한 달 뒤에 있을 '공화국 선포'의 첫 단추를 꿰는 날이었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451/464

<제2의 혁명>을 통해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전제군주의 구심점이었던 루이16세는 입헌군주제의 중심이 될 수 있었는가. 앞에서는 입헌군주로의 개헌을 승인하고, 뒤에서는 끊임없이 반혁명 세력의 준동을 지원한 루이 16세의 모습에서 일본 '천황제'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군국주의의 상징을 폐지하지 않고 상징적인 존재로나마 남아있는 현실에서 끊임없이 과거로 회귀하려는 일본 극우의 움직임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인정하고 점진적인 개혁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라파예트 장군의 정치행적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잘 조절하여 중도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미국독립전쟁 영웅 라파예트의 몰락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여겨진다. 그리고, 중도적 개혁이 실패했을 때 상퀼로트로 대표되는 극좌세력이 대두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 프랑스 혁명은 '기요틴'과 함께 공포정으로 향해 나아갈 것이며, '우애'를 상징하는 빨강색은 이제부터 기요틴의 피로써 '우애 없음'을 보여주면서 프랑스를 물들이게 될 것이다...

1792년 6월 20일, 상퀼로트는 왕궁에 들어가 왕을 만나 붉은 프리기아 모자를 씌우고 자신들이 마시던 포도주를 나눠주면서 왕과 형제애를 나눴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무기를 들고 궁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 평소 경멸하고 욕하던 권력자를 막상 마주하게 될 때, 연습했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보통사람의 속성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자주 마주치게 되면 점점 거친 말까지 내뱉게 된다. 결과적으로 6월 20일은 앞으로 한 달 반쯤 뒤에 헌정을 중단시킬 사건을 향한 서막이었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360/464

'기요틴'은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기계였다. 오늘날까지도 손재주 havilete는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낳지만, 산업화 이후의 과학기술 technologie은 규격화한 결과를 낳는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도 조작하는 방법만 제대로 따르면 똑같은 결과를 얻는다. 한마디로 '기요틴'은 사형의 대량화요, 기계화다. _ 주명철, <제2의 혁명> , p188/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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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은 사람은, 루스티쿠스가 동석한 사람들을 무례하게 방해하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남을 배려해서, 또는 다른 중요한 일을 중단하지 않으려고 새로 전달된 소식을 나중으로 미루었다가 들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자기의 개인적 관심사나 쾌락 때문에 미룬다는 것은, 특히 그가 공적인 임무를 맡은 사람이라면 식사 중이거나 나아가 취침 중이라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양심의 힘이란 이렇게 놀라운 것이다! 양심은 우리 자신을 드러내고, 우리 자신을 고발하며, 우리 자신과 싸우게 만들어 다른 증인이 없어도 우리 자신을 우리의 반대 증인으로 세운다.

벌을 예측하는 자는 누구나 이미 그 벌을 받고 있고, 벌받을 짓을 한 자는 누구나 벌을 예측한다. 악행 자체가 스스로를 벌하는 고뇌를 만들어 낸다.

이성적인 사유나 교훈은 마음으로 기꺼이 다짐한들, 그것만으로 우리를 행동에까지 이끌어 갈 만큼 강력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 순응하도록 실제 경험을 통해 영혼을 단련해서 조형해 놓지 않으면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혼은 행동해야만 할 때 필경 당황하고 말 것이다.

고통을 느끼려면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죽는 순간이란 너무 짧고 순식간이라 필연적으로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의 언저리이다. 그리고 그 언저리에 발을 디디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남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은 그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더 많이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베푼 자가 은혜를 입은 자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작품이 감정을 지녔다고 가정한다면, 작자는 자기 작품을, 그 작품에게서 사랑받을 것보다 더 사랑합니다. 우리는 존재한다는 것을 소중히 여기기에, 그리고 존재한다는 것은 움직이고 행동한다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나는 어리고 연한 영혼의 교육에서 행사되는 모든 폭력을 규탄합니다. 명예와 자유를 누리는 인간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인데 말입니다. 엄격함과 억압에는 뭔가 노예적인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성을 통한 교육, 신중하고 노련한 가르침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은 힘으로도 결코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렇게 키워졌습니다.

노년엔 너무 많은 결함이 있고 너무도 무력합니다. 멸시당하기 꼭 알맞은 노년에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식구들의 애정과 사랑입니다. 명령과 두려움은 더 이상 무기가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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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러는 빈을 중심으로 바쁜 생활을 하면서 보냈는데, 알마와 연애를 하면서부터 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살아가는 것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반면, 업무로 인한 과로 등으로 인해 1901년에 치질이 재발되어 몇 회의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런 생활환경이 이 <교향곡 제5번>에 반영된 것은 당연하다. 즉, 근심과 걱정, 비통함, 단념 등이 밝은 생활에 대한 동경과 섞여 있다. 게다가 말러 특유의 그리스도교적인 종교관도 들어가 있다. 그런 것이 선명하게 교묘한 관현악법과 함께 펼쳐진다. _ 음악지우사, <말러>, p59


 이 곡은 형태적으로 5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제1악장을 장송행진곡으로 하고 있고 제2악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제1악장을 제2악장의 서주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04년 10월 18일의 쾰른 연주회에서 스스로 지휘하여 초연하였다. 초연 후 말러는 '<제5번>은 저주할 작품이다. 누구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기록했다._ 음악지우사, <말러>, p59


 영화 <헤어질 결심>에 흐르는 말러 교향곡 제5번. 이 음악을 들으며 기도수는 마치 신선들이 산다는 장가계(張家界)에 있을 법한 구소산을 오른다. 쉬운 루트와 어려운 루트. 구소산을 오르는 두 가지 길은 말러 교향곡 5번의 근심과 걱정, 밝은 생활의 동경의 교차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장송곡으로 시작하는 교향곡5번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죽음으로의 암시일까. 쉬운 코스에서 정상에 도착하면 제4악장에 이르게 된다.


 도수 : 거의 다 왔습니다. 마지막 오버행이 문제라면 문젠데...... 하여튼 보시면 압니다. 말러 오 번을 들으면서 출발하면, 사 악장 끝날 때쯤 도착합니다. 정상에 앉아 오 악장까지 듣고 하산하면 완벽하죠. 


해준 : 송서래가 도착하기도 전에 기도수는 말러 다 듣고 하산했겠지... 


 똑같이 침니에 몸을 숨긴 서래, 휴대 전화 시계를 본다. 조금 떨어진 어려운 루트에 도수가 나타난다. 이어폰 낀 그의 귀에 말러 교향곡 5번의 4악장이 흐른다. 


해준 : 완벽한 은신처다, 한 시간이라도 머물 수 있을만큼._ 박찬욱, 정서경, <헤어질 결심 각본> , p112/196


 제4악장은 말러의 가곡과도 깊은 연관을 갖는다. <나는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의 가사처럼 높은 산 정상에 올라 세상과 떨어져 죽음을 부정하지 않는 도수. 결국 그는 제5악장을 채 듣지 못하고 잊혀진 존재로 세상으로 떨어진다. 말러는 제4악장을 하프와 바이올린으로 끌어가는 반면, 제5악장에서 호른과, 바이올린, 파곳 오보에 등을 활용하며 사뭇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채 4악장에서 5악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도수의 <교향곡 제5번>4악장은 그에게 레퀴엠(Requiem)이 되어버린 듯 하다. 그리고, 제4악장의 가사는 바다를 좋아하는 서래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었음도 생각하게 된다. 



 제4악장 : 아다지에토 Adagietto F장조 4/4박자. 3부 형식. 말러다운 투명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악장으로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경우도 있다. 하프와 현만으로 진행되며 대위법에 철저히 입각하여 쓰여져 있다. 이 악장은 소재적으로 뤼케르트에 의한 <5개의 노래>의 제3곡 <나는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와 관련이 있다. _ 음악지우사, <말러>, p59


도수 : (소리) 오 더러운 세상은 멀리 떨어져 있다, 이렇게 죽어도 좋다.


해준, 벼랑 끝으로 기어가 내려다본다. 바닥에 누운 도수의 시체.


해준 : (소리) 오 그 벌레가 떨어져 죽으면 터진 머리에서

오 이만 마리 황금색 파리떼가 날아올라 비로소 세상을 향해 간다. _ 박찬욱, 정서경, <헤어질 결심 각본> , p116/196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mit der ich sonst viele Zeit verdorben, 내 많은 세월을 보냈던 곳에서

sie hat so lange nichts von mir vernommen, 이제 누구도 내게 귀 기울이지 않으니

sie mag‘ wohl glauben, ich sei gestorben!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Es ist mir auch gar nichts daran gelegen, 그것이 내게 상관은 없네

ob sie mich fur gestorben halt, 그들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Ich kann auch gar nichts sagen dagegen, 나는 정말로 세상에서 죽은 게 아닌가

denn wirklich bin ich gestroben der Welt. 그것을 나는 부정할 수 없네.

Ich bin gestorben dem Weltgetumme, 나는 세상의 혼잡함으로부터 죽어

und ruh’ in einem stillen Gebiet! 고요한 나라에 누워 있네!

Ich leb‘ allein in meinem Himmel, 나는 나의 천국에서 홀로 사노니

in meinem Lieben, in meinem Lied! 내 사랑 안에서, 내 노래 안에서!

[출처] http://ch.yes24.com/Article/View/28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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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8-24 0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말러-뤼케르트, 정말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제시 노먼이라니 아침부터 귀 호강입니다.
생각난 김에 5번 교향곡 CD도 정말 몇 년 만에 먼지 좀 떨어야겠군요. 흠.... 카라얀으로 골랐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8-24 08:59   좋아요 3 | URL
^^:) 저도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 오랫만에 말러를 찾아 들었네요... 번스타인으로 다시 들었습니다만, 골드문트님 말씀을 듣고 보니 카라얀의 곡도 듣고 싶어집니다. 골드문트님 좋은 아침 되세요!

Falstaff 2022-08-24 12:25   좋아요 2 | URL
카라얀의 5번을 사진 추가하셨군요.
ㅎㅎㅎ 저 판이 예전에 LP로 나왔을 때는 크리스타 루트비히가 노래하는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가 커플링 되었었습니다. 아오, 얼마나 좋았는지요. 그 판으로 루트비히 팬이 됐습니다. 당연히 아주 오래 전 이야깁니다. 제가 루트비히 빠이기도 하거니와 말입지요.
아마 DG Original 시리즈가 아니라 초기에 그냥 CD로 팔았을 때 역시 <죽은 아이....>가 커플링 되었던 걸로 아는데, Mid-price 시리즈로 나오면서 그게 빠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역시 말러의 리트는 캐슬린 페리어가 최고고 다음이 루트비히, 안네 조피 폰 오터 뭐 이런 순서 아닌가 싶은데, 당연히 제 경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요. 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22-08-24 13:10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골드문트님의 추천 덕분에 말러의 진수를 시행착오없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앨범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