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홀 2 - 맨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2
힐러리 맨틀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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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토머스 크롬웰이 어릴 적 어떤 일을 겪었는지, 법률가가 되어 울지 추기경 밑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앤 불린과는 어떻게 관계를 쌓았는지를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울지 추기경 실각 이후 권력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울지 추기경의 심복이었으면서도 울지의 실각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헨리의 호감을 샀던 그, 토머스 크롬웰. 그는 이제 헨리왕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권모술수를 부린다. 더불어 개인적인 복수까지.


왕은 수치를 모른다. 몰라야 했다. 왕은 너그럽고 가정적인 멋진 군주이자 남자이길 바랐고 크롬웰은 묵묵히 그의 행간을 살펴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행동했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일도 이뤄지도록 잘 유도하면서 말이다. 앤 불린과 결혼했다고 주장했던 해리 퍼시는 울지 추기경을 체포하러 왔던 이였다. 울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고 그런 모습을 보이게 한 해리 퍼시에게 크롬웰은 복수했다. 해리 퍼시는 결국 앤과 아무 관계 없다는 서약을 하고 재산과 작위를 빼앗길 처지에 놓인다.


 캐서린 왕비와 헨리 왕을 이혼시키기 위해 크롬웰은 덫을 하나 하나 던졌다. 그 중 하나가 엘리자베스 바턴이었는데, 자신이 천사들과 대화하고 사람의 앞날을 예언하던 여자였다. 성처녀라고 칭송받던 그녀는 결국 크롬웰이 바라던 대로 엑서터 후작부인과 피셔 주교를 끌어들였고 프란체스코회도 엮었다. 하지만 끝내 캐서린은 엮지 않았다.


하지만 클래런스 공작의 딸이자 에드워드 8세의 딸인 마거릿 폴 백작부인은 또 다른 덫에 걸렸다. 캐서린 왕비의 딸인 메리를 위해 자신의 두 아들이 카를 황제를 움직일 음모를 꾸민 일을 크롬웰에게 들킨 것이다. 크롬웰은 수하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앞치마를 입고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식탁에 들락거렸고 대화를 수집했다. 반역이란 올가미에 걸리지 않으려면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크롬웰은 메리 공주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여러모로 용의주도한 사람이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앤 불린은 평판이 아주 나빴다. 토머스 크롬웰이 사기꾼에 죽음의 사자 같은 존재라면 앤은 매춘부에 사악한 여자였다. 크롬웰은 앤이 그냥 운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크롬웰 역시 운만 좋으면 된 거였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머쥐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으니까. 공들여 누군가를 실각시키고, 누군가의 가정을 깨트리고, 누군가의 꿈을 짓밟았다. 


교황의 관면을 받은 결혼을 무효로 만들기 위해 헨리는 결국 로마 교황과 갈라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울지 추기경은 실패하여 실각했고, 토머스 모어는 교수형에 처해졌다. 실제로 처형장에서 사형집행인에게 수염은 죄가 없다는 농담을 했다고. <유토피아>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토머스 모어는 로마 가톨릭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이단으로 화형에 처했다. 프리스의 죽음은 안타까웠다. 도망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그는 결국 고통스럽게 죽었다. 종교가 무엇이길래 사람을 그렇게 찢고 불에 태웠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시대 영국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포목동업조합이나 모피동업조합 사람들이 연대하거나 싸우면서 이익을 차지하려는 모습이나 크롬웰이 고리대를 하는 모습에서 상업이 발달하고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다는 점이 보였다. 인쇄술이 발달하여 종교개혁도 불러왔지만 사상의 전파가 엄청나게 빨랐다는 점이 놀라웠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왕을 섬겼던 이들에게 질투를 느끼는 크롬웰이었다. 


 - 지금의 반역법이 제정되던 당시에는 주장을 책이나 전단으로 인쇄해 유통할 수 없었다. 글을 인쇄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는 이미 죽은 자들에게, 지금보다 더디게 흐르던 시대에 왕을 섬겼던 이들에게 순간적인 질투를 느낀다. 요즘은 매수되거나 오염된 정신의 산물이 유럽 전역에 퍼지기까지 딱 한달이면 족하다. (307~308쪽)


이 시대는 무슨 짐승의 시대 같았다. 제인 시모어의 오빠인 에드워드는 자신의 아내를 아버지에게 빼았겼다. 헨리는 자신의 형수와 결혼했다가 이를 무효화 하고 앤과 결혼하려 하고. 심지어 앤이 임신하자 금욕은 하기 싫어 다른 이의 결혼을 훼방놓는다. 크롬웰은 자신의 처형과 관계를 가진다. 그러면서 종교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울프홀은 시모어 가문의 본거지이다. 하지만 제인 시모어나 시모어 가문은 이 책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실상 앤의 몰락에 기여하는 인물들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어쩌면 앞서 크롬웰이 생각했던 바가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앤은 운만 좋으면 되었다. 앤이든 크롬웰이든 둘 다. 1533년 앤은 엘리자베스를 낳았다. 토머스 모어가 처형되고 이제 울프홀로 간다. 앤의 몰락이 시작된다.

추기경은 닫힌 문을 맞닥트리면 칭찬부터 했지 - 오 아름답고 순종적인 문이여! 그렇게 속여놓고 문을 여는 거예요. 당신이 딱 그렇습니다, 딱 그래요." 샤퓌는 서퍽 공작의 선물을 잔에 따른다. "하지만 결국에는 차부수고 들어가지요." - P267

별자리가 우릴 만드는 게 아니에요, 버츠 박사. 상황과 필요, 압박 속에서 우리가 하는 선택이 만드는 거지. 미덕도 우리를 만든다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소. 때에 따라선 우리가 가진 악덕도 동원해야 하는 법이거든."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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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콜롬비아 몬테블랑코 블렌드 - 5.5g, 10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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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패션후르츠의 상큼함이 입 안 가득 퍼지다가 깔끔한 단맛이 살짝 난다. 목넘김 후에도 약간 침이 고일 만큼 진하게 잘 나온다. 드립보다 편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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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5-04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상큼함을 느껴 보고 싶네요.

꼬마요정 2025-05-04 22:27   좋아요 0 | URL
상큼합니다^^ 커피양이 많아서 진하게 내려오더라구요. 따뜻해지는 계절에 잘 어울립니다.
 
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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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가면 20년 후의 미래가, 서쪽으로 가면 20년 전의 과거가 공존하는 계곡이 있는 마을. 그러면 동쪽 계곡을 넘으면 그곳은 동쪽의 서쪽일테니 중간에 있는 마을의 서쪽이 되고, 서쪽 계곡을 넘으면 중간 마을의 동쪽이 되는 건가. 공간 개념에 한없이 약한 나는 철책과 장소를 설명할 때 조금 헤맸다. 재밌고 특이한 설정이라 생각했다. 시간의 계곡은 결코 넘어서는 안 되지만 특별한 경우에만 넘을 수 있고 '개입'을 막기 위해 철저히 관리됐다.


책 광고 문구 중에 '충분히 애도한 사람만이 안다. 과거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현재라는 것을.' 이란 게 있었다. 하지만 오딜이 충분히 애도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오딜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다. 오딜은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한 사람이었다. 


정말로 과거든 미래든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이 책에서는 '애도'하는 사람만이 시간의 경계를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애도하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엄선된 사람들이 짧은 시간 그리워하던 대상을 보고 오는 일이 정말로 남은 이에게 도움이 될까. 그 시간대에 '개입'해선 안 되기에 철저히 얼굴을 가리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 일이 도움이 될까. 만약 그 대상을 구할 수 있다면 개입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어쩌면 오딜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했기에 그런 결과를 가져온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결말이었다면 더 여운이 남았을까.


덧붙여 오딜을 어떻게 해보려 했던 헌병들 다 벌 받았으면. 개인적인 감정을 공적으로 바꾸어 그녀를 이용하거나 괴롭혔던 놈들 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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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28 0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무해 전이라는 게... 지금이 있고 앞날과 지난날로 가는군요 바꾸지 못해도 지난날은 자신이 잘못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앞날은 지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슬픔을 가진 사람이 시간을 넘어갈 수 있는가 봅니다 제대로 애도한 사람...


희선

꼬마요정 2025-04-29 15:24   좋아요 0 | URL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일단 자격이 됩니다. 그렇다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갈 수는 없구요. 저런 세상 자체를 생각한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사람의 상상력이란 정말 멋져요! 재밌게 읽었지만 결말이 좀 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아침에 기차 타고 수서역에서 내려 예당까지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갔다. 2시 공연은 당일치기하기 좋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내가 갈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존 프록터 역은 엄기준 배우님이었다.


연극은 거의 3시간이었는데, 무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내용을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무대는 긴장감과 처절함과 광기가 흘러넘쳐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난 달에 부산에서 <베르테르> 뮤지컬을 봤는데, 그 때 베르테르가 엄기준 배우님이고 롯데가 류인아 배우님이어서인지 존 프록터와 애비게일 윌리엄스만 떼놓고 보면 뭔가 베르테르 흑화 버전 같다고나 할까...


1692년 1월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새무얼 패리스의 질녀가 병에 걸렸고 마녀가 사악한 주술을 행했기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다. 소녀들은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마구 불렀고 특별법정이 세워졌다. 결국 19명이 교수형을 당하고 1명이 압살당헀고 17명이 감옥에서 목숨을 잃었다. 6월 10일에 브리지트 비숍이 처음 교수형을 당했고, 사흘 동안 13명의 여자와 5명의 남자가 교수형을 당했다. 10월에 주지사가 이 특별법정을 해산시키고 재판을 기다리던 사람들을 석방시키고 나서야 마녀사냥이 잦아들었다.


1950년 2월, 미국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은 미 국무부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침투해 있다고 공개적으로 고발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사회 비판적인 성향이 있거나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하면 공산주의자로 몰아가 사회에서 매장시켰다. 줄리어스 오펜하이머나 찰리 채플린도 그렇게 희생되었고 아서 밀러 역시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이 극은 패리스 목사가 자신의 딸 옆에서 기도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조카인 애비게일과 딸인 베티가 벌거벗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본 뒤로 베티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먹지도 않았기에 패리스 목사의는 자신의 지위와 재산이 위태로워질까 걱정이 컸다. 그리고 마을엔 마녀가 악마와 결탁한 이들이 있다고 난리가 났다. 마녀사냥의 시작이었다. 


패리스 목사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저명한 목사인 헤일 목사를 초청하고 헤일 목사는 책을 잔뜩 들고 오면서 이 책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 책 중엔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악마에게 가하는 망치)>도 있지 않았을까.


애비게일은 존에게 집착했기에 존의 아내인 엘리자벳을 고발했다. 메리 워렌은 사라 굿을 고발했고, 자일스의 아내 역시 고발당했다. 신실하다 칭송받던 레베카도 고발당했다. 세일럼은 혼란에 빠졌고 소녀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고발했다.


존은 아내인 엘리자벳이 끌려가자 이 말도 안되는 일을 멈추게 하기 위해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하지만 아내인 엘리자벳은 남편인 존의 명예를 위해 단 한 번 거짓말을 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 파국이었다.


존은 성자가 아니었다. 적당히 깨어있고 적당히 냉소적인 면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죄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살기 위해 자백서에 사인을 하지만 끝내 그 이름만은 넘기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남으면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죄인이 되고 자신의 아이들 역시 자유롭지 않을테니까. 그는 자백을 할 때에도 다른 사람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아서 밀러가 청문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자백하지 않으면 레베카처럼 선한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란 사실에 거부감도 느꼈다. 자신은 죄인이 분명하니까. 하지만 그 자백서를 찢음으로써 그에게도 선한 면이 있음을 입증했다. 엘리자벳은 그런 그를 이제서야 진실되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마녀사냥은 17~18세기 초에 광풍처럼 몰아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계몽, 이성의 시대라고 불린 때에 어떻게 저런 광기가 휩쓸 수 있는지 연구했다. 여러 의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흉년, 전쟁, 전염병 등 재난이 심해졌을 때 마녀재판이 많이 벌어졌다는 거다. 하지만 그런 재난이 없을 때에도 마녀사냥이 많이 있었기에 완전한 설명은 못 된다. 종교 간 갈등도, 희생자들의 재산 약탈도 완전한 이유가 아니라고 한다. 공동체 내의 갈등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꼭 한 가지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이 원인들은 모두 안 맞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다고. 키스 토마스의 연구를 보면 마을 내 전통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기독교적 자선 혹은 부조를 하지 못한 이들이 죄책감 때문에 자선 대상을 제거하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한다. 앞에서 메리 워렌이 세라 굿을 지목한 이유가 설명된다. 키스 토마스의 주장은 마녀재판이 결과적으로 공동체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기능'을 했다는 거다. 


이 희곡의 경우에는 복수와 재산 약탈 그리고 자기 기만이 마녀사냥의 원인이 된 것 같다. 자일스의 부인이나 레베카, 존 프록터 등이 마녀재판에서 유죄가 되면 그들의 재산이 모두 압류된다. 그럼 언제나 그들의 땅을 노리던 푸트넘이 헐값에 넘겨받겠지. 애비는 존에게 복수하고, 나머지 소녀들은 자신들의 죄를 숨기고 남에게 전가시킨다. 패리스 목사는 처음에는 동조했다가 이 모든 것이 자신을 무너트리게 될 것을 알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헤일 목사는 순수하게 성찰하지만 결국 모두를 구하지는 못한다.


극 중에서 애비게일과 소녀들이 희생양의 이름을 외치는데 정말 섬뜩했다. 이 장면은 조지프 매카시가 아무 증거 없이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간 것과 유사했다. 매카시 사후 밝혀진 명단은 159명이었는데 이 중 9명만이 스파이로 밝혀졌다고. 


인간은 이성적이라고 하지만 상황과 감정에 많이 좌우된다. 누군가에게 동조하여 희생자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합리화와 자기기만으로 죄책감을 덮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또한 뉘우치고 책임을 지려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서 밀러는 이 극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낸다. 우리는 각자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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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27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낯익은 건물이 보여 반가웠어요. 저도 지난 달에 무용 공연을 보러 갔다왔어요. 자주 가려 했는데 잘 안 됩니다. 좋은 관람을 하셨네요. 다른 곳에서 뮤지컬을 본 적 있는데 세 시간짜리라 힘들더군요. 연극은 예전에 본 기억만 있네요. 앞으로 연극 관람을 자주 해야겠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꼬마요정 2025-04-27 22:04   좋아요 2 | URL
저는 정말 오랜만에 예당엘 갔어요. 2023년 8월에 뮤지컬 <그날들> 본다고 갔거든요. 연극 <시련> 정말 좋았답니다. 올 초에 부산에서 했던 <벚꽃동산>을 놓쳐서 아쉬웠는데 이 극은 볼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정말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희선 2025-04-28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시간이나 하는 연극이었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나 봅니다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공격하는 건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네요 한사람이 정말 잘못이 있을지, 그런 건 알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옛날엔 억울한 사람 많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5-04-29 15:27   좋아요 0 | URL
세 시간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답니다. 긴장감이 장난 아니었어요. 내용은 힘들고 비극적이지만 재밌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 세상은 그런 면에선 비슷한 것 같아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거요. 정말 완벽하게 착하고 죄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죄 지은 사람들이 지은 죄보다 더 큰 벌을 받는 건 참 억울하겠습니다.

minjsca 2025-05-05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았어요. 배우들의 연기잔치가 정말 좋았어요..물리적인 3시간이 길었다기 보다는 인간의 광기..아니라는것을 집단적으로 모른체하면서 상관없는 누군가를 마녀로 몰아가는집단광기를 보고있기가..괴로웠어요. 여전히 현실에서도 존재하고 너무 괴로워 나가고 싶을정도로..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합니다

꼬마요정 2025-05-06 22:30   좋아요 0 | URL
정말 연기잔치였어요. 저도 무대를 가득 채운 광기가 힘들었어요. 어우 저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그다지 변한 면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 번 보기는 힘들 극이었어요.
 
달의 뒷면을 걷다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3
전혜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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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xSF소설' 컬래버레이션의 마지막 작품이다. 권교정 작가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와 전혜진 작가의 만남으로 <달의 뒷면을 걷다>가 탄생했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에서 2092년 거대 함선 우주정거장 '디오티마'가 완공된다. 이 이름은 천재 과학자이자 이 우주정거장을 만든 csc(우주철도공사)의 회장인 스카 지니어스와 그의 쌍둥이 형제 루이스 지니어스가 붙인 이름이다. 26년 전 최악의 우주선 사고 때 자신들을 구해 준 존 H. 서얼 선장의 별명 '디오티마'에서 온 것이다. '디오티마'는 달의 뒷면을 보고 싶어했던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지혜로운 인물 또는 휠덜린의 소설에서 휘페리온의 연인이자 조화의 상징이다. 


이 거대 함선 우주정거장 '디오티마'의 역장을 취임한 사람은 스물여섯 살의 나머 준이다. 진화하는 영혼 디오티마의 새로운 육체인 그는 앞선 생에서 존 H. 서얼 선장으로 살았고 2천 년의 세월을 지나온 인물이다.


나는 이 만화를 단행본 1권까지만 봤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은 부역장인 지온이 헐렁해보이는 나머 준이 매일 이 거대한 함선을 둘러본다는 것을 깨닫는 부분이다. 나머 준이 때때로 헐렁하게 보이고 어딘가 모자라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정확한 지시를 내리고 이 넓은 정거장을 매일 다 둘러봤다. 그녀가 가진 비밀은 무엇이고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걸까.


전혜진 작가가 되살려 낸 나머 준과 지온은 아주 자그마한 이야기로만 나오지만 반가웠다. 존 H. 서얼의 영혼을 알아봤던 '영혼감별사' 아서 우코의 손자인 라테라사를 자신들이 데리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하는데, 그것은 아주 뒷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아서 우코의 손녀인 디오티마 우코이며 그녀가 달에서 '월인'인 자신의 '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지구의 폐기물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달의 뒷면은 쓸쓸하다. 지구에서 보이는 쪽이 지구인의 환상을 깨트리지 않도록 각종 공장이나 쓰레기장은 달의 뒷면에 만든 것이다. 애초에 달에서 태어난 디오티마는 몇 안 되는 월인이며, 자신이 태어난 곳이 지구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는 것에 분노했다. 


끝없이 아득하게 펼쳐진 미래를 홀로 걸어야 했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디오티마와 <달의 뒷면을 걷다>에서 디오티마의 이름을 가진 디오티마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응시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2천 년 전 달의 뒷면을 보고 싶었던 디오티마는 지금 달에서 태어나 달의 뒷면을 보는 디오티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떤 존재라도 다른 존재의 도구로만 여겨지는 것은 잘못된 것일테니.   


이런 연속 기획물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권교정 작가님이 건강하시면 좋겠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완결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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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4-26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무슨 잡지에선가 디오타마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이 만화 완결되었는지 무척 궁금해 집니다.

꼬마요정 2025-04-26 21:45   좋아요 0 | URL
아직 완결 안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작가님 건강이 안 좋다고 하더라구요. 얼른 건강해지시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저는 권교정 작가님 단편집 몇 개 가지고 있는데 내용이 참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