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볼트 이야기 쏜살 문고
로베르트 발저 지음, 최가람 옮김 / 민음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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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정보 없이 읽다가 자신의 삶에 아주 만족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다. 램프와 램프 갓을 좋아하는 백작의 저택에서 일을 하는데, 아름다운 저녁 방안을 살금살금 걸어다니면 그 조명들 때문에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램프 불빛을 들고 있는 자신이 알라딘처럼 느껴졌다고 하는 부분이나 난로 관리하면서 난로에 불을 지피면 그 신비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불 지피고 하는 일이 너무 즐거웠다고 하는 말이 신묘했다. 


하인주의라고 하던데, 모두가 모두를 섬기는 세상을 발저는 꿈 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토볼트는 하인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비굴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인이 주인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모두를 섬기자는 말을 하는 건 그리 와닿지 않았다. 어차피 귀족이 하인을 섬기자고 해도 그건 마치 사회주의나 혹은 계급 타파를 외치는 계몽주의 같을 것이라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며 남과 비교하다가 결국에는 모든 것에서 소외되고 고독해지는 삶을 경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짧지만 강렬한 책에서 토볼트는 만족스럽고 평화로워보였다. 그가 귀족을 동경하지 않고 자신의 노동을 사랑하며 태어난대로 사는 것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좋아보였다. 살면서 순간 순간을 살아가는 그는 자신이 생각한대로 살았다. 이런 삶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르겠지만 개인에게는 불안에 떨지 않는 평온한 삶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이 편안하고 평안한 삶이라... 무척이나 달콤하고 아늑하여 붙잡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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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갱 올스타전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석혜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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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1984>와 <시녀 이야기>의 뒤를 이을 거라는 광고를 봤다. 내가 둘 다 좋아하는 책이어서 혹해서 샀는데... 나는 그 유명한 신문이나 작가들만큼의 식견이 없어서인가.


왜 자꾸 광고에 현혹되는지 모르겠다. 다른 물건들은 광고를 봐도 와 하고 그 순간만 지나면 잊어버리건만 책은 왜 뇌리에 남아서 사게 되는 건지... 아시는 분 계시려나.


이 책은 미래의 어느 날, 범죄자의 인권이 박살난 우주적 상황을 이야기 한다. 마치 고대 로마에서 검투사 노예들이 죽을 때까지 결투를 벌인 것처럼 범죄자들이 '형사 범죄 처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에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참가하여 죽을 때까지 혹은 사면될 때까지 싸운다. 현재 미국 교정 시설은 민영화 되어 수용 인원을 초과하는 범죄자들을 받기도 했으며, 코로나 시국에는 교도소에 자리가 없어 범죄자들을 가석방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이윤을 내기 위해 범죄자들의 인권은 무시되었고, 위생 상태 역시 엉망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이런 상황을 고발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말도 안 되는 '형사 범죄 처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범죄자들은 인플루언스라는 고통을 극대화 하는 무기로 인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고, 인플루언스의 위험성을 말한 연구원 역시 감옥으로 가게 된다.


민영화된 교정 시설이 갖춘 이윤 창출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수감자들을 착취하게 된다. 이윤을 내기 위해 인권 침해는 물론이고 위생 환경 역시 열악할 수밖에 없다. 범죄자들을 수감하여 격리와 교정을 담당한 교정 시설이 원래 목적을 상실했고, 이윤 극대화는 '데스 매치'를 통해 대중들을 유혹한다. 


범죄자라면 그들의 인권은 무시되어도 좋을까? 그들이 가진 성적 취향이나 윤리적 가치 역시 무시되어도 좋을까? 만약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는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당연히 분노하겠지만, 살인이나 강간 같은 극악무도한 죄를 짓고 들어 온 사람에게까지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살인이라도 자신을 강간하려는 사람에게 대항하다가 그 사람이 죽은 경우, 이 사람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일까?


현재 미국에서는 흑인이 백인보다 높은 비율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수감된 흑인들이 억울한 경우인가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이는 범죄를 저지른 백인이 인종 문제로 잡히지 않은 것이 더 문제라는 뜻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때까지 주인공인 서워에게, 연인인 스택스에게 이입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주인공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감정을 이입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러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줬다. 


그런데 이런 결투를 대중들이 좋아한다고? 그렇다면 고어 영화가 대박을 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잔인한 상황을 그대로 내보내는 스너프 같은 것들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것이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그릇되기 때문인데, 어쩌다가 인간은 또다시 살육을 즐기게 된 것일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광경에 열광하고 많이 죽일수록 팬이 늘어간다는 점이 너무나 끔찍했다. 이들에게 동조하고 열광하는 사람들 역시 방조 내지는 살인 교사의 죄를 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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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읽었다. 이 책은 이북, 오디오북으로 읽고 듣다가 종이책으로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진짜 두 달만에 빌려 읽었다. 솔직히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전한다. 마치 사실인 것마냥 느껴지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결국 희생양을 찾는 이야기이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 -산이든 댐이든 요양원을 가장한 사이비 신사이든-로 자꾸만 사람을 부른다. 홀리면 끌려간다.


일본 공포물답게 무언가 해결되는 것은 없다. 끌려가거나 묻어버리는 수밖에. 처음엔 자연재해나 끔찍한 인간의 만행이었을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피리 부는 사나이마냥 희생자들만 쌓이고 만다. 


제일 처음 나온 <아귀의 논>이 제일 무서웠다. 무엇이? 미하루가 평소 마음에 담아두었던 아오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라면 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어우 무서워!!


<푸가>는 제법 흥미로웠다. 그런데 일본은 생각보다 많이 느렸다. 전화해서 빨리 말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백조의 노래>는 너무 장황한 설명이 지루했고, 반전은 좀 어이없었다고나 할까.


<고쿠리상>은 전형적인 괴담의 형식인데 나름 권선징악 같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셋 중에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물론 결말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치트키 쓴 것마냥 좀 힘 빠지기는 했지만 한 사람의 죽음을 호러와 미스터리로 잘 버무린 이야기였다.


같은 초등학교 같은 반 학생 세 사람이 각자의 목적으로 마을의 7대 미스테리를 추적한다. 머리카락이 쭈뼛할만큼 무서운 괴담도 하나씩 파헤쳐가며 그들은 진실에 접근하는데... 


그런데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똑똑해도 되는 건가? 이 나이 때 애들은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목마타기, 고무줄 놀이 이런 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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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촌 한국추리문학선 21
고태라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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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군대리 동내마을 뒤산 정상에는 옥녀를 위한 제당인 성황사(城隍祠)가 있다. 조선 중종 때 남해안의 해상 방어를 강화하면서 방답진성(防踏鎭城)을 축성하고 성내에는 세 군데의 우물과 네 군데의 다리인 삼정사교(三井四橋)를 만들었다고 한다. 삼정은 군내리의 지세가 옥녀탄금혈(玉女彈琴穴)이기 때문에 옥녀가 목욕할 수 있게 만든 우물이라고 하고, 본당의 유래에 대하여는 이 마을의 지형이 옥녀탄금 형상으로 예로부터 마을의 부녀자들이 화를 많이 입었기에 바압진을 설치한 이후에 성황사를 세우고 옥녀탄금혈에 모녀 삼신(소대각시)을 모셔서 부녀자의 재화를 면케 했다고 한다. (출처 : 디지털여수문화대전 -옥녀를 달래는 성황사의 당제)


이 소설은 이 군내리의 민속을 파헤치고 싶은 작가의 열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무녀촌이라 불리는 마을은 소랑각시를 산신으로 모시면서 세습무와 강신무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이곳은 음기가 가득하여 남자들은 단명하거나 시름시름 앓았기에 어릴 때 마을을 떠났고, 남아 있는 남자는 몇 없었다. 그 중에 가야는 무녀촌 대장이라 할 수 있는 강춘례의 손자였다. 양기로 가득한 그는 음기에 짓눌린 무녀촌을 구할 소중한 재목으로 여겨졌다.


이 무녀촌에서 마을의 안녕을 비는 당산제가 열렸고, 그 굿판 한복판에서 무당이 죽었다. 마을을 지탱하던 당주무당의 죽음은 과연 벌전이었을까, 신의 이름을 빌려 자행한 살인이었을까. 그리고 자리가 비게 된 당주무당의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무속으로 이치를 따지는 곳에 왠 떠돌이 학자가 나타났다. 누구보다 무속에 치를 떨며 민속학 교수에 못지않게 풍부한 지식을 가진 도치는 이 마을에 나타나 가야를 만나고 당주무당 강춘례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무속으로 설명하는 것도 과학과 논리로 설명하고, 과학과 논리로 추리한 것들을 무속으로도 설명하는 이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다. 가야가 소랑정에 갔을 때 전기가 찌릿 통한 것 같이 느꼈을 때나 우물 안에서 그르르 같은 무시무시한 소리가 났을 때나 우물을 들여다보다 얼굴이 다쳤을 때를 설명하는 추리는 향후 사건을 파헤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물론 과학적으로도 설명 가능하지만, 과학이 아닌 우정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마음이 말랑해졌다. 


무녀촌이든 천민촌이든 양반촌이든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무언가를 꼭 지켜야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사람도 있다. 각자가 원하는 바를 옳은 방법으로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릇된 방법으로 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사건이 발생하고, 각자의 신념대로 사건을 파헤치거나 은폐하는데 그 과정에서 하나의 논리에 매몰되어 진실을 못 보기도 하지만, 갑작스럽게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도치나 가야는 어느 쪽일까. 강춘례의 며느리인 이옥화나 손녀인 금은솔, 금아리는 어느 쪽일까. 그리고 무녀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이 모든 이야기에는 '사람'이 있다. 신도 논리도 모두 사람 사는 곳에 거하는 것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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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모카 마타리 내추럴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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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 고소한 커피향이 먼저 퍼지고 신맛이 살짝 느껴지는 단맛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 쌉싸름한 맛이 남아있다. 좀 더 묵직한 단맛이었으면 좋았을테지만 모카 마타리 원두 잘 없어서 대만족. 우유랑도 잘 어울려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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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5-10-24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 진한 단맛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웠지만- 이것도 맛있었어요 :)

꼬마요정 2025-10-24 23:58   좋아요 0 | URL
그쵸? 조금 더 진한 단맛이길 바랐는데 그래도 맛있어서 하나 더 사려구요. 이번엔 건수하 님께 땡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