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8번 출구
가와무라 겐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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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은 죄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스스로 변하고자 한다면 기회가 있다. 결국 남을 도우면서 스스로를 구할 수 있고 용기를 내어 옳은 선택을 한다면 변할 수 있다. 출구를 찾지 않고 포기할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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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어떤 것일까.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각자의 믿음이 달라서 끔찍한 학살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종교가 달라서, 이념이 달라서 등 말이다. 정말 역설적인 것은 그 모든 종교나 이념이 모두 사람을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십자군 전쟁이나 종교 전쟁이나 프랑스 혁명이나 볼셰비키 혁명 같은 것을 들여다보면, 종교는 사랑을 외치고 이념은 모두가 평등하고 잘 사는 세상을 외치는데 정작 그 이상을 현실에서 실행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억압한다. 그것이 마치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절대적이고 선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 믿지 않는 사람을 믿게 만들거나 배척한다. 그렇게까지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믿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읽은 <바라바>와 <침묵>을 읽으면서도 그런 의문이 들었다. 모두가 사람을 위함인데 어째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까.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님에도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종교적 믿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계속 생각하게 됐다.


 바라바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형을 받을 때 사면된 도적이다. 내가 볼 때 그는 진짜 기적을 경험한 사람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 준 여러 가지 기적인 다섯 마리 물고기로 오천 명을 먹였다거나 죽은 자를 살리거나 나병 환자를 치료하거나 등의 기적도 기적이겠지만 바라바가 겪은 기적은 비신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진짜 기적이라 여겨질 만한 기적이다. 


바라바는 죽음에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을 대신하여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예수가 숨을 거둘 때 빛이 사라졌다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 기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삼일 뒤 예수가 부활할 거란 사실을 듣고 동굴에 찾아갔지만 실제로 승천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믿지 않았다.


바라바는 그 뒤로 계속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쫓았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기를 꺼렸다. 직접적인 은혜를 입은 그였으나 그것은 은혜가 아니라 비난받을 일이었다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만난 기독교인들은 그의 정체를 알고나자 그를 달리 대했다. 저런 도적놈을 대신해서 십자가형을 받았다 생각하는 걸까. 자신의 가르침대로 끝까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를 위해서 사랑을 실천한 그분의 뜻보다는 스승을 잃었다는 슬픔이 더 컸기 때문일까. 


바라바는 사형 선고를 받기 전까지 불행하게 살았다. 윤간으로 임신한 바라바의 엄마는 거리에서 바라바를 낳고 죽었고 거리를 전전하던 그는 결국 도적이 되었다. 예수는 그에게 삶의 기회를 한 번 더 주었지만 그는 그 삶의 의미를 몰랐다. 계속해서 자신 대신 죽은 그분을 따라다니고 생각하지만 '믿는다'는 행위를 해 본 적도 가르침 받아 본 적도 없어서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세속에 무관심했고 산대로 살았으나 늘 부채감을 느꼈다. 그는 결국 도적 무리의 두목인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 물론 둘 다 서로가 부자지간이란 사실을 몰랐다. 그는 다시 붙잡혀 광산에서 노동을 하다가 땅 위로 나왔다. 그는 계속 믿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가 만나는 기독교인들의 믿음에 동참하지 못했다. 바라바는 방황했고 고뇌했다. 


바라바가 받아들인 신은 누구일까. 마지막 순간, 어둠을 향해 "당신께 내 영혼을 드립니다."라고 했는데 바라바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그토록 고뇌하고 번민하던 그가 마지막에 선택한 믿음은 충격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토록 사랑을 외쳤는데 바라바는 그 본질을 보지 못한 것일까.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세속의 삶이 모두 고통이니 그분의 세상이 재림하려면 세속을 정화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세상이 이루어질 것처럼 보인다면 바라바처럼 행동할지도. 


바라바처럼 죽음의 순간 기적을 경험한 또 한 명의 유명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이다. 그는 이후 신을 경배하며 살았다. 그와 바라바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이 책 역시 믿음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책이다. 17세기 일본, 기독교는 박해 받았다. 일본으로 선교를 떠났던 포르투갈 예수회 소속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했다는 소식을 들은 교황청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페레이라 신부의 제자인 로드리고 신부와 가르페, 마르타 신부는 상황을 확인하고 선교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포르투갈 상선 정박이 금지되자 병든 마르타 신부를 제외한 두 사람의 신부는 배교자 기치지로를 만났고 몰래 일본으로 숨어들게 되었다.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무장한 로드리고 신부 앞에 놓인 시련은 어떤 것인가.


선교란 무엇일까. 나는 다른 것보다 페레이라 신부의 말 중에 일본인들이 믿는 그리스도는 자신들이 믿는 그리스도와 다르다는 말이 충격이었다. 유럽인이 믿는 그리스도와 일본인이 믿는 그리스도가 다른가. 만약 일본인들이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서로를 사랑하며 산다면, 그렇다해도 믿는 신이 다를까. 솔직히 유럽인이든 일본인이든 신의 말씀대로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일본인들이 일본에 있는 수많은 신들을 믿는 것처럼 그리스도를 믿는다 한들, 제단을 쌓고 성물을 보관하고 싶어한다 한들 그게 무슨 대수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로드리고 신부가 갖고 있는 십자가는 우상이 아니고,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성물은 우상이 아닌가 말이다. 진짜 믿음은 신의 말씀을 이해하고 따르려는 노력에 있는 건 아닐까.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나 일본인들이나 다를 게 무얼까. 


게다가 당시 일본에는 거듭되는 자연재해와 위정자들의 가혹한 수탈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나. 그런 그들에게 천국이란 곳은 얼마나 달콤하고 탐나는 곳일까. 죽었으니 고통이 끝났을 거라 부럽다고 중얼거리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선교가 실패했다는 페레이라 신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야쓰 막부는, 이노우에는 어째서 그렇게 선교를 막고 기독교인들을 탄압했을까. 기독교인들의 믿음이 그들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릴 거라 생각한다지만 그렇게 잔인하고 가혹해야 했을까. 


하나의 신을 중심으로 한 종교는 그 신의 권위를 떨어트리거나 신의 사제들을 투항시키면 신도들이 떠나기에 존속하기 어려울테다. 그렇기에 이노우에는 그런 방법으로 겉으로나마 배교를 하도록 종용했다. 자신들이 추앙하는 성모를 그린 그림을 발로 밟고 그림에 침을 뱉고나면 어찌 다시 우러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사람은 자신이 당하는 고문은 견뎌도 사랑하거나 믿는 사람들이 당하는 고문은 견디지 못한다. 이노우에의 잔인한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죄를 떠넘기는 것. 고문 방법도 너무나 잔인하였는데 읽으면서 독립운동가들이 떠올라서 치가 떨렸다. 


기치지로는 본인이 당하는 고문도 못 견디는 약한 자이기는 하지만 신을 갈망하는 사람이다. 기치지로와 바라바가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 어쩌면 그리스도가 가장 먼저 손 내밀어 줄 사람들일 거란 생각이 들어서일까. 


그래서 나는 로드리고가 그토록 외치던 그리스도는 왜 이 순간에도 침묵하고 있냐는 물음이 의아했다. 그리스도는 자신을 믿는 이들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사랑할테니까. 그러니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을까. 로드리고는 자신이나 기독교 신자들이 '구멍 매달기' 같은 고문을 당할 때 이노우에나 관리들에게 벼락이라도 내리치길 바랐던 건가. 로드리고가 바라야 하는 건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그리스도를 경배하고 선교하는 것이지, 믿지 않는다고 심판을 받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예수 그리스도가 왜 십자가에 매달리는 벌을 받아들였을까. 그냥 저 헤롯왕이나 관리들을 돌로 만들어버리면 쉬운데 말이다.


'서로를 사랑하라.' 인간이 가장 하지 못할 일이 아닐까. 로드리고는 이노우에를 미워할까 기치지로를 미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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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23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라바란 이름 참 오랜만에 들어보내요.어린시절 교회에서 설교를 들으면서 왜 유대인들이 도적인 바라바대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으라고 했는지 이해를 못했지요.하지만 커서 당시 로마의 폭정하에서 유대인들은 이상주의자인 예수님보다는 로마에 반기를 든 현실주의적인 투쟁가인 바라바가 더 필요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실제 성경에는 바라바를 도적,혹은 살인마로 기술하는데 마르코나 루가복음을 보면 (로마에 반대한)반란군으로 기술하고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바라바는 이름이 아니라 고대 아람어로 아버지의 아들 혹은 아들의 아버지란 뜻이라고 합니다.바라바의 이름도 예수라고 하네요.
빌라도는 모여든 군중에게 ˝누구를 놓아주면 좋겠느냐? 바라빠라는 예수냐? 그리스도라는 예수냐?˝ 하고 물었다.<마태오의 복음서 27:17 (공동번역 성서)>
그래서 초기 교부들은 도적과 예수님의 이름이 같다는 것에 매우 당황하여 바라바에게서 예수라는 이름을 교회 기록과 설교에서 삭제했다고 하는군요.

꼬마요정 2025-11-24 15:30   좋아요 0 | URL
아, 바라바 이름의 뜻이 그랬군요. 그래서 책에서 바라바가 아버지를 죽였나 봅니다. 아버지나 아들이나 서로를 모르구요. 사면된 이후 바라바의 삶은 기록에 전해지지 않는다 하더라구요. 작가의 시선이 독특하고 글을 읽는 내내 고뇌가 느껴졌어요.

당시 유대인들은 많이 힘들었겠죠. 분노가 차서 투쟁이 분노를 터뜨리기 좋았을 겁니다. 인간 세상 참...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사람들이 실천한다면 세상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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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을 사랑하고 용서라하라는 가르침은 과연 현실세계에서 실천할 수 있는가. 믿음을 드러낼 자유와 선교할 자유는 타인의 목숨보다 중요한가. 인간은 어째서 이토록 잔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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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11-21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의 이 질문들이 저를 엔도 슈사쿠를 읽고 싶지 않게 합니다. 작년엔가 알라딘에서 엔도 슈사쿠의 열풍이 불었던 듯 한데 저는 저 질문들의 대답을 이제는 딱히 듣고 싶지않더라구요. ㅎㅎ 엔도 슈사쿠를 한 권도 안 읽은 변명입니다. ㅎㅎ

꼬마요정 2025-11-22 19:59   좋아요 0 | URL
저 질문들에 대한 답이 있을까 싶습니다. 종교나 이념은 너무 무섭잖아요. 한 쪽이 절멸할 때까지 증오하고 폭력을 행사하죠. 사랑하고 행복하려고 있는 종교이고 이념인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근데 책은 재미있어요. 하지만 읽고 싶지 않으면 안 읽으셔도 되죠. 솔직히 읽을 책 너무 많잖아요ㅠㅠ
 
바라바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4
페르 라게르크비스트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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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믿고자 했으나 믿을 수 없었던 그가 마지막에 만난 신은 누구였을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이들보다 더 실질적인 구원을 받았던 그는 어째서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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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파일 - 냥냥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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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책갈피 및 엽서들, 자잘한 서류들 한 번에 모아두기 편하다. 냥이들 너무 귀엽고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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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12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쁘긴 한데 좀 비싼것 같아요.다아소에서 나왔으면 오천원 미민이었을 것 같은데 알라딘에서 넘 비싸게 판매하는 것 같군요ㅜ.ㅜ

꼬마요정 2025-11-13 09: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너무 비싸요!! 근데 너무 예뻐서…ㅠㅠ 다이소에 비슷한 게 있다고해서 찾아봤는데 품절인지 없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데서 5천원짜리 하나 하고 이거 샀는데 요게 진짜 귀엽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