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는 빈을 중심으로 바쁜 생활을 하면서 보냈는데, 알마와 연애를 하면서부터 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살아가는 것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반면, 업무로 인한 과로 등으로 인해 1901년에 치질이 재발되어 몇 회의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런 생활환경이 이 <교향곡 제5번>에 반영된 것은 당연하다. 즉, 근심과 걱정, 비통함, 단념 등이 밝은 생활에 대한 동경과 섞여 있다. 게다가 말러 특유의 그리스도교적인 종교관도 들어가 있다. 그런 것이 선명하게 교묘한 관현악법과 함께 펼쳐진다. _ 음악지우사, <말러>, p59


 이 곡은 형태적으로 5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제1악장을 장송행진곡으로 하고 있고 제2악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제1악장을 제2악장의 서주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04년 10월 18일의 쾰른 연주회에서 스스로 지휘하여 초연하였다. 초연 후 말러는 '<제5번>은 저주할 작품이다. 누구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기록했다._ 음악지우사, <말러>, p59


 영화 <헤어질 결심>에 흐르는 말러 교향곡 제5번. 이 음악을 들으며 기도수는 마치 신선들이 산다는 장가계(張家界)에 있을 법한 구소산을 오른다. 쉬운 루트와 어려운 루트. 구소산을 오르는 두 가지 길은 말러 교향곡 5번의 근심과 걱정, 밝은 생활의 동경의 교차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장송곡으로 시작하는 교향곡5번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죽음으로의 암시일까. 쉬운 코스에서 정상에 도착하면 제4악장에 이르게 된다.


 도수 : 거의 다 왔습니다. 마지막 오버행이 문제라면 문젠데...... 하여튼 보시면 압니다. 말러 오 번을 들으면서 출발하면, 사 악장 끝날 때쯤 도착합니다. 정상에 앉아 오 악장까지 듣고 하산하면 완벽하죠. 


해준 : 송서래가 도착하기도 전에 기도수는 말러 다 듣고 하산했겠지... 


 똑같이 침니에 몸을 숨긴 서래, 휴대 전화 시계를 본다. 조금 떨어진 어려운 루트에 도수가 나타난다. 이어폰 낀 그의 귀에 말러 교향곡 5번의 4악장이 흐른다. 


해준 : 완벽한 은신처다, 한 시간이라도 머물 수 있을만큼._ 박찬욱, 정서경, <헤어질 결심 각본> , p112/196


 제4악장은 말러의 가곡과도 깊은 연관을 갖는다. <나는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의 가사처럼 높은 산 정상에 올라 세상과 떨어져 죽음을 부정하지 않는 도수. 결국 그는 제5악장을 채 듣지 못하고 잊혀진 존재로 세상으로 떨어진다. 말러는 제4악장을 하프와 바이올린으로 끌어가는 반면, 제5악장에서 호른과, 바이올린, 파곳 오보에 등을 활용하며 사뭇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채 4악장에서 5악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도수의 <교향곡 제5번>4악장은 그에게 레퀴엠(Requiem)이 되어버린 듯 하다. 그리고, 제4악장의 가사는 바다를 좋아하는 서래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었음도 생각하게 된다. 



 제4악장 : 아다지에토 Adagietto F장조 4/4박자. 3부 형식. 말러다운 투명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악장으로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경우도 있다. 하프와 현만으로 진행되며 대위법에 철저히 입각하여 쓰여져 있다. 이 악장은 소재적으로 뤼케르트에 의한 <5개의 노래>의 제3곡 <나는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와 관련이 있다. _ 음악지우사, <말러>, p59


도수 : (소리) 오 더러운 세상은 멀리 떨어져 있다, 이렇게 죽어도 좋다.


해준, 벼랑 끝으로 기어가 내려다본다. 바닥에 누운 도수의 시체.


해준 : (소리) 오 그 벌레가 떨어져 죽으면 터진 머리에서

오 이만 마리 황금색 파리떼가 날아올라 비로소 세상을 향해 간다. _ 박찬욱, 정서경, <헤어질 결심 각본> , p116/196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mit der ich sonst viele Zeit verdorben, 내 많은 세월을 보냈던 곳에서

sie hat so lange nichts von mir vernommen, 이제 누구도 내게 귀 기울이지 않으니

sie mag‘ wohl glauben, ich sei gestorben!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Es ist mir auch gar nichts daran gelegen, 그것이 내게 상관은 없네

ob sie mich fur gestorben halt, 그들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Ich kann auch gar nichts sagen dagegen, 나는 정말로 세상에서 죽은 게 아닌가

denn wirklich bin ich gestroben der Welt. 그것을 나는 부정할 수 없네.

Ich bin gestorben dem Weltgetumme, 나는 세상의 혼잡함으로부터 죽어

und ruh’ in einem stillen Gebiet! 고요한 나라에 누워 있네!

Ich leb‘ allein in meinem Himmel, 나는 나의 천국에서 홀로 사노니

in meinem Lieben, in meinem Lied! 내 사랑 안에서, 내 노래 안에서!

[출처] http://ch.yes24.com/Article/View/28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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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8-24 0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말러-뤼케르트, 정말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제시 노먼이라니 아침부터 귀 호강입니다.
생각난 김에 5번 교향곡 CD도 정말 몇 년 만에 먼지 좀 떨어야겠군요. 흠.... 카라얀으로 골랐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8-24 08:59   좋아요 3 | URL
^^:) 저도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 오랫만에 말러를 찾아 들었네요... 번스타인으로 다시 들었습니다만, 골드문트님 말씀을 듣고 보니 카라얀의 곡도 듣고 싶어집니다. 골드문트님 좋은 아침 되세요!

Falstaff 2022-08-24 12:25   좋아요 2 | URL
카라얀의 5번을 사진 추가하셨군요.
ㅎㅎㅎ 저 판이 예전에 LP로 나왔을 때는 크리스타 루트비히가 노래하는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가 커플링 되었었습니다. 아오, 얼마나 좋았는지요. 그 판으로 루트비히 팬이 됐습니다. 당연히 아주 오래 전 이야깁니다. 제가 루트비히 빠이기도 하거니와 말입지요.
아마 DG Original 시리즈가 아니라 초기에 그냥 CD로 팔았을 때 역시 <죽은 아이....>가 커플링 되었던 걸로 아는데, Mid-price 시리즈로 나오면서 그게 빠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역시 말러의 리트는 캐슬린 페리어가 최고고 다음이 루트비히, 안네 조피 폰 오터 뭐 이런 순서 아닌가 싶은데, 당연히 제 경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요. 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22-08-24 13:10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골드문트님의 추천 덕분에 말러의 진수를 시행착오없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앨범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