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결론은 같았다. 유럽은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유럽은 국채시장과 은행 자본재구성과 관련된 기본적인 불안정성을 정면에서 다루지 않았고 2010년과 마찬가지로 다시 유럽 문제에 IMF를 끌어들였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인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채무 재조정을 시작했다. 꼭 필요한 일이긴 했으나 그리스 채권자들에 대한 헤어컷 적용은 채권시장에 대한 압박의 수위만 높여주었을 따름이다.

재무부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회담에 대한 IMF 보고서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중대한 위험"은 세계적으로 심화된 "절약의 역설"이라는 것이었다. 전 세계의 가계와 기업과 정부가 한꺼번에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고 나섰고 그 때문에 경기침체의 위험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보고서의 내용은 계속해서 이렇게 이어진다. "이러한 위험은 취약한 금융시스템, 높은 공공 부문 적자와 채무, 그리고 이미 낮아진 금리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고 이로 인해 특히 유로존 지역에서는 낙관주의나 비관주의가 낳은 결과물들이 계속해서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돌이켜보면 마리오 드라기가 "어떤 노력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을 때가 유로존 위기의 전환점이었다. 그의 발언 이후 시장은 급속도로 안정되었고 취약한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 대부분은 시장금리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존 붕괴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깊은 호소력을 지닌 설명이었다

연준은 우선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기관 채권을 매달 400억 달러어치씩 매입하기로 약속했다. 이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연준이 "노동시장 전망에 실질적인 개선"을 확인할 때까지 매입을 계속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거기에 덧붙여 FOMC는 실업률이 6.5퍼센트 이하로 내려가고 연준의 물가상승률 전망이 2.5퍼센트 미만이 될 때까지 연방기금금리를 0퍼센트에 가깝게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2년 12월 12일 FOMC는 다시 매달 채권 매입 규모를 400억 달러에서 850억 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제3차 양적완화 조치는 이렇게 상황에 따라 변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무한 양적완화"라는 유명한 별칭이 붙기도 했다.

유로존 위기는 유럽 정부들이 막대한 규모의 정치적 자본을 투입함으로써 멈출 수 있었다. 즉, 그리스 채무 재조정, 재정 협약, 유럽 은행연합, ESM, 그리고 유럽중앙은행의 OMT 같은 새로운 조치들이 큰 역할을 했다. 유로존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측한 사람들은 유럽 정부들이 할 수 있는 이런 투자 규모를 잘못 판단한 셈이다. 그리고 마리오 드라기가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도 바로 그런 것들이다.

미국은 새로운 형태의 자유주의 헤게모니를 다시 한번 주장한다. 그리고 유럽은 1947년 이후 미국의 지도 아래 시작했던 유럽의 미국화를 다시 한번 추진한다.

국제 경제 정책에 관한 한, 2012년 11월의 오바마의 승리와 벤 버냉키의 제3차 양적완화, 마리오 드라기의 연설이 하나로 합쳐져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종결지었다고 볼 수 있다. 중도 진보진영의 위기관리 능력이 승리를 거두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21세기와 다양성, 개방성, 전문가 위주의 실용주의가 이제 함께 나아갔다.

유럽에서는 결국 유로존이 살아남았고 마리오 드라기의 선택이 옳았다. 위기를 바탕으로 유럽통합의 과정은 더 중요한 단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역시 거기에는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대가가 필요했다.

독일 재무부 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아예 총선을 치르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늘 그렇듯 직설적으로 제안했다.8 그리스의 민주주의 절차를 잠시 연기함으로써 유권자들이 뭐라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전에 핵심 조치들을 취하도록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제안은 그리스 국민들의 분노만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미처 예상치 못했지만 어떤 징조가 되었던 것이 래리 서머스가 2013년 11월 IMF에서 했던 연설이다.8 연설의 주제는 경기회복과 엄청나게 실망스러운 회복 속도였다.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아마도 유럽을 불황에서 구해내고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며 자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유럽의 경제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졌으며 미국은 역사상 가장 느린 회복세를 보였다.

돌이켜보면 2008년 이전에는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이라는 데 사람들이 다 동의했다. "엄청난 규모의 대출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가계를 꾸려나가면서 경험했던 것처럼 돈이 실제보다 더 많다고 믿었다. 너무 많은 돈을 빌리고 또 너무 쉽게 썼으며 그만큼 돈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로 그랬다면 미국 경제는 엄청난 호황이 이어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부동산 시장이 위험할 정도로 과열되었지만 2008년 무렵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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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아이테토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16
플라톤 지음, 정준영 옮김 / 이제이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45d 그렇지만 말이야, 그것들과 관련해서 다른 것들은 제법 이해하고 있네만, 사소한 어떤 것에 대해서는 난관에 봉착해 있네. 자네를 비롯해 여기 있는 이들과 더불어 검토해 봐야 할 게 바로 그것이네. 그럼 내게 말해 보게. 배운다는 건 배우게 되는 것들에 관해 더 지혜롭게 되는 것 아닌가?  _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 p78


 이렇게 소크라테스(Socrates, BC 470 ~ BC 399)의 사소한 어떤 것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테아이테토스 Theaetetus>는 시작된다. <테아이테토스>가 던지는 질문은 "앎(지식)이란 무엇인가"이다. 젊은 테아이테토스와 문답을 통해 진행되는 논의에서 처음 '앎=지각'이라는 명제가 도출된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외부 자극을 일차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이로부터 앎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최초의 논의다. 그렇지만, 이러한 명제는 곧바로 반박된다.


152c 뜨거운 것들이나 그런 모든 것들에서 나타남과 지각은 동일하네. 그것들은 각자가 지각하는 그대로 각자에게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일세. 그러므로 지각은 언제나, 있는 것에 대한 것이며, 앎인 한에서 틀리지 않는 것이네. _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 p92


 누군가에게 '큰 것'이 다른 이에게는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을 때, 우리는 '큼'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처럼 '무엇을 안다'에서 그 무엇이 상대적인 양태로 우리에게 나타났을 때,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이 제기되며, 이 과정에서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BC 490/485 ~ BC 415/410)의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명제가 함께 비판된다. 참된 앎이 지각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오는가?


157a 그 자체가 그것 자체로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들은 서로 간의 교섭 속에서 생겨나 움직임을 통해 온갖 것들로 된다고 말일세. 그들이 말하는 바로는, 작용을 가하는 쪽에 대해서도 작용을 받는 쪽에 대해서도 그것들을 따로따로 취해서 어떤 것으로 있다고 단정적으로 사유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일세. _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 p101


 182b 그 어떤 지각에 관해서든, 이를테면 봄에 관해서나 들음에 관해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대체 봄이나 들음 자체 속에 머물러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을 보지 않음이라고 하기보다 봄이라고 불러서도 안 되며, 어떤 것을 지각 아님이라고 하기보다 다른 어떤 지각이라고 불러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도 나와 테아이테토스는 지각은 앎이라고 말했습니다. _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 p156


 이제 참된 앎은 추론에서 온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된다. 그렇지만, 모든 추론이 '앎'인 것은 아니다. 소크라테스와 테아이테토스에 의하면 오로지 참된 판단만이 우리가 대상을 제대로 알게끔 하는 것이며, 거짓된 판단은 '무지(無知)'에 다름아니다. 마치 새장 안에 새를 넣어 우리가 소유하듯이, 우리가 상기를 통해 영혼이 알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참된 판단에 의한 추론이다. 또한, 단순히 '이름'만 가질 수 있는 요소들과는 달리 '이름'과 함께 '서술'될 수 있는 복합체는 구분되어야 한다. '서술'만이 참된 앎을 표시할 수 있는 것이며, 서술 될 수 없는 것은 앎(지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인식될 수 있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요소에 의해 서술 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참된 판단에 의해 판단된 것들은 참된 앎인가?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하면서 <테아이테토스>는 아포리아(Aporia)로 막을 내린다. 이 아포리아는 무엇인가?


186c 몸을 통해 영혼에 이르는 모든 경험들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태어나자마자 자연적으로 지각하게 되어 있지만, 그런 경험들을 있음과 이로움의 측면에서 헤아린 결과는 그런 것이 누구에게 생기게 되더라도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애를 쓰고 교육을 받아야 가까스로 생기게 되지 않겠나? 앎은 경험들 속에 있지 않고, 그런 경험들과 관련된 추론 속에 있는 것일세. 추론 속에서는 있음과 진리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나, 경험 속에는 그게 불가능한 것 같으니까. _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 p165


199e 맞아요, 소크라테스 선생님. 우리가 새들을 '앎'으로만 놓았을 때 아마 그건 제대로 한 게 아닐 겁니다. '모름'들도 영혼 속에서 함께 여기저기 날아다닌다고 놓았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사냥하는 자는 어떤 때는 '앎'을 붙잡고 동일한 것과 관련해서 어떤 때는 모름을 붙잡기도 하는데, 거짓된 판단은 '모름'에 의해 하게 되는 것이고 참된 판단을 '앎'에 의해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어야 했습니다. _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 p195


 202c 복합체들은 인식될 수 있는 것들일 뿐만 아니라 서술될 수 있는 것들이면서 참된 판단에 의해 판단될 수 있는 것들이네. 그러니까 누군가가 어떤 것에 대해 설명 없이 참된 판단을 취할 때면, 그의 영혼은 그것에 관해 참된 생각은 하고 있는 것이나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닐세. 설명을 주고받을 수 없는 자는 그것과 관련해서 앎이 없는 자이니까. 반면에 설명을 추가로 얻은 자는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고, 앎에서 완벽하게 되네. _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 p200


 그것은 지각으로부터의 개별적 인식이 추론에 의한 보편적 인식과 합치되는가를 검증했을 때 비로소 참된 앎의 과정이 완결된다는 깨달음이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참된 앎이란, 이데아(idea)와 같은 형상에 대한 인식이 될 것인가? 아니면 물리적인 세계(가상의 세계)에 대한 인식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참된 앎이 아닌 것이 아니지 않은가?


 209c 내가 생각하기로, 테아이테토스의 이런 들창코의 상태가, 내가 목격한 다른 들창코의 상태와 차이가 나는 어떤 것을 새겨 주고서 기억상을 남겨 주기 전까지는, 테아이테토스가 내 안에서 판단의 대상으로 되지는 못할 것 같네. 그리고 자네의 모습을 이루는 다른 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세. _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 p217


 209d 이보게, 설명을 추가로 포착한다는 게 차이성을 판단하라는 게 아니라 인식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라면, 앎에 관한 설명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이런 설명은 그것 참 즐거운 것이기도 할 걸세. 그러니 앎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되면, 차이성에 대한 앎을 동반한 옳은 판단이라는 답변이 제시될 것 같네. 우리가 앎을 찾을 때, 차이성이 되었든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그런 것에 대한 앎을 동반한 옳은 판단을 앎이라고 말하는 건 전적으로 어리석은 일일세.  그러므로, 테아이테토스, 앎은 지각도, 참된 판단도, 참된 판단에 덧붙여진 설명도 아닐 것이네. _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 p218


 결국, <테아이테토스>에서의 논의는 참된 앎이 지각과 추론과 서술을 통해서 형상과 질료의 차이성을 밝히는 것이라는 결론과 이 결론 안의 순환구도 속에서 논의가 마무리된다. <테아이테토스>에서의 미진한 결론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참된 앎'이 가리키는 바에 대한 존재론적 논의는 <파르메니데스>와 연결되며 서양 철학사에 인식론과 존재론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이들 책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테아이테토스>를 정리한 이번 리뷰와 함께 이에 대한 답은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1872 ~ 1970)이, <파르메니데스>에 대한 답은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 ~ 1976)의 답으로 정리한 페이퍼로 짝을 맞추려 한다. 단테(Durante degli Alighieri, 1265 ~ 1321)에게는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 BC 70 ~ BC 19)와 같은 스승이 있었다면, 러셀과 하이데거는 인식론과 존재론이라는 지옥을 안내할 스승이 되줄것인가. 개인적으로는 베아트리체와 같은 존재가 더 좋겠지만, 세상일은 자신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이니 불만은 없다...

177e 이름을 말하지 말고 그 이름이 가리키는 대상을 바라보게 해야 하니까요. 그 이름으로 무슨 대상을 가리키든 간에, 나라는 확실히 그 대상을 겨냥해서 입법을 하며, 모든 법을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것들로 제정합니다. 나라가 그 법을 자신에게 가능한 한 이로운 것들이라고 믿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한에서 말입니다. 나라가 다른 어떤 것을 주시하고서 입법을 할까요? 우리는 입법을 할 때, 나중의 시간에 법이 이로운 것들로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제정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가 ‘장차‘라고 하면 제대로 말하는 것이 될 겁니다. - P146

189a 어떤 것을 만지는 자는 하나의 어떤 것을 만지는 것이며, 그것이 하나인 한에서는 있는 것을 만지는 것이지? 하나의 어떤 것을 판단하는 자는 있는 어떤 것을 판단하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있지 않은 것을 판단하는 자는 어느 하나도 아닌 것을 판단하는 것이네. 어느 하나도 아닌 것을 판단하는 자는 아예 판단조차 하지 않는 것이네. 그러므로 있지 않은 것은 판단할 수는 없네. 있는 것들과 관련해서든 있지 않은 것 자체를 그것 자체로 해서든 말일세. 따라서 거짓된 판단을 하는 것은, 있지 않은 것들을 판단하는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이네. 그러므로 우리 안에 거짓된 판단이란 없네. - P171

205c 일차적인 것으로부터 다른 모든 것들이 합성되는데, 그런 일차적인 것들에 대해선 설명이 없으며, 그 까닭은 일차적인 것들 각각 그 자체가 그것 자체로 비복합적인 것이고, 또 그것과 관련해서 ‘있다‘라는 말이나 ‘이것‘이라는 말을 적용해 말하는 것조차, 그것과 이질적인 다른 것들을 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옳을 수 없으며, 그래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일차적인 것들 각각은 설명이 없는 것으로, 그리고 인식될 수 없는 것으로 된다고 한 것 말일세.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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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디에서도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가 어찌 《파르메니데스》를 무시했겠습니까? 실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우리가 《파르메니데스》에서 발견하는 것과 같은 그러한 탐구를 한 적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는 것입니다.

플라톤은 이 견해를 항상 고수했다고 전해집니다. 한번 올바르게 형성되면 불변할 게 확실한 개념들을 소크라테스를 통해 알게 되자, 그는 그러한 개념들을 감각적인 것에 연관시켜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을 가졌다고 합니다. 즉 개념적 인식의 대상이 되는 다른 존재들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숭고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엄청난 영향입니다. 존재란 없고, 영원한 생성은 영원한 비존재 안에 있습니다.

이데아를 인정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그 반대는 철학에 더욱 곤란합니다. 파르메니데스는 소크라테스에게 아직 젊을 때 흔히 무용하다고 여겨지고 요설로 일컬어지는 변증술을 익힐 것을 권합니다.

이 변증술적 방법은 훈련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파르메니데스》는 이데아론이 회의주의로 와해되는 것을 서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가 참된 생각을 우연히 말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서는 물론 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에게는 참도 거짓도 아니고 다만 그것을 인식하는 사람에게만 참입니다. 정견을 이성을 통해 완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성의 개념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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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예산 이용·전용은 총 427억4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새로 집행됐거나 집행될 예정인 돈이 ‘이사비 496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예산전용으로 쓰였다. ‘예산전용‘은 정책사업 내 단위사업 간 예산 이동, ‘예산 이용‘은 정책사업 간 예산 이동을 말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예산을기관 간 ‘이용하려면 국회 승인을 받아야한다. 반면 ‘예산 전용‘은 기관장의 승인만 얻으면 된다.  - P13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국민의 힘은 자유를 ‘반공‘으로 여기는 전통 지지층과  ‘개인‘으로 이해하는 새 지지층이 섞여 있다. 체제경쟁이 끝난 때 태어난 2030 이 후자이고, 이준석이 대표  주자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그 방향으로 가야 살아남는다고 본다. - P19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7차 핵실험이 이뤄질 수도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 외에는 언급하기가 껄끄럽다는의미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를 상대로 낸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기각·각하된 것도 이런 분위기를만드는 데 한몫을 했다.
대신 정부·여당은 색깔론을 꺼내드는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북한 이슈는 다시금 보수세력의 고전적 무기로 등장했다. - P19

실제 작업은 2인1조 구조로 흘러가지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국노총 윤홍식 SPL노조위원장은 <시사IN>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2인1조 규정은 없었다"
라고 말했다. 작업량이나 작업 형식에 따라 교반, 재료 준비 등 업무 배정을 했을뿐 2명이 1개의 교반기를 담당하는 형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작업반장 B씨가 교반기에서 이탈한 것은 우연 또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인 일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기계설비에서부터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 P23

일본은행은 ‘금융완화‘와 ‘엔 가치 안정‘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작정일까?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자금이 엔에서 달러로 갈아타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일본은행이 엔 가치를 지키려면 시장과 싸워야한다. 지난 9월22일, 그런 일이 일어났다.
엔 가치가 1달러당 145엔을 넘어서는 순간 일본은행이, 외환보유고에서 꺼낸 달러를 팔아 엔을 사는 외환시장 개입을 감행했다.  - P26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절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이강국 교수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시한다.
"인플레가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일본 경제의 ‘축소균형‘을 깨기 위해 총대를 메야 한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사회가 임금상승을관철시킬 만큼 강하진 않다. 정치권의 리더십도 약하다. ‘물가가 올랐으니 임금도높아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확산되어 나가길 기대할 뿐이다." - P27

최근 성장하는 10대 금융 서비스들은이 규제의 틈새에서 방법을 찾았다. 대부분 가상계좌, 선불충전 방식을 활용한다.
정식 계좌가 아니어서 예금자보호법의대상이 아니고 이자도 붙지 않는다. 일별·월별 사용 한도도 작다. 하지만 일상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성인의 계좌카드와 별다를 바가 없다. 스마트폰 앱으로 이용내역과 잔액을 확인하고, 지문 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 하나로 송금을 하며, 간편결제를 등록해 각종 ‘페이‘로 인터넷 쇼핑이 가능하다. - P32

새로운 금융 세대가 출현했다. 돼지저금통을 안고 은행을 방문하던 ‘첫 금융기억‘은 옛말이다. 이제 자라나는 세대는SNS 메시지를 보내듯, 클릭 몇 번으로 계좌 속 숫자가 오르내리는 경험을 통해 돈의 세계를 배우고 있다. 과거 세대에게 없던 새로운 금융 이해도와 상상력이 이들에게 주어질 순 있을 것이다. 반면 안전한금융 생활에 필수적인 신중함·인내심 같은 미덕은 경험해볼 기회가 줄어들었다.
핀테크 시장은 10대와 점점 더 접점이 늘어날 전망이다.  - P33

매출 분배 방식 탓이다. 엄밀히 말해전액관리제는 ‘월급제‘와는 다르다. 기사가 손님 몇을 태우든 노동시간에 따라 정액을 주는 방식이 아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전액관리제에 대해, ‘미터기에 기록된 운송수입금 전액을 근무 종료당일 회사에 수납할 것‘ ‘일정 금액을 정하여 납부하지 않을 것‘만 규정한다. 수입금 전액 납부와 사납금 폐지까지만 전액관리제의 영역이다. 매출을 어떤 식으로분배할지, 즉 임금을 어떻게 줄지는 따로정하지 않는다. ‘매출액-사납금기사 소득‘이란 오래된 공식이 사라지자 현장에서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 P35

그렇다면 육아가 조부모의 건강에 미므크치는 영향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와 그렇지은 조부모의 건강을 비교하면 될까요?
답은 "아니요" 입니다. 왜냐하면 건강한노인이 손주를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픈 노인은 아무래도 애초에 손주를 돌보기가 어렵겠죠. 즉 우리는 ‘육아→건강‘
채널을 알고 싶지만, 그 반대로 ‘건강육아‘ 채널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 P38

"평생을 우리 죄인 줄 알고 살았지. 여기에 내 발로 들어왔으니 내 탓이라고만생각했던 거야. 빠져나갈 수가 없었던 건데, 주위에서도 손가락질 많이 했잖아요.
앞에서도 아니고 뒤에서 수군수군. 사실우리가 낸 방 한칸짜리 월세들로 먹고살았으면서. 그래도 이제는 국가 잘못도 있었다고 인정을 했으니까, 옛날처럼 막 대하지는 않겠죠. ‘그래 봤자 양순이‘라고말할 사람은 할 테지만." - P43

원고 122명을 대리하는 변호인 23명이 소장을 작성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소장에 적힌 대한민국 정부의 혐의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국가가 기지촌을조성하고 관리·운영한 점. 둘째, 성매매업소 단속을 면제해주고 불법행위를 방치한 점, 셋째, 조직적이고 폭력적으로 성병을 관리한 점, 넷째, 성매매를 정당화하고 조장한 점. - P44

당연하다. ‘K-wave‘의 K는 한국을 의미하는 게 아니니까. 마치 재외교포가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한국인은 아닌것과 비슷하다. 한류는 글로벌한 팬덤이한국 문화를 가져다가 수용하고, 이해하고, 재해석해낸 문화다. - P49

대한민국과 기업들이 바뀌려면 사람을,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하도록 제도와 인식 변화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그런 법안은 발의되어 있다. 생명안전기본법에는 안전할 권리와 안전사고 피해자의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안전권을보장할 주체로서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의 책무도 규정되어 있다. - P51

팬데믹 3년 차에 접어든 2022년, 한국의초과 사망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사망통계를분석한 결과 예년에 비해 약 4만명이 더많이 숨졌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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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2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사인 구독하는데 정작 글은 여기서 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2-11-02 21:29   좋아요 0 | URL
^^:)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저도 벼락치기로 다음호가 배송되기 직전에 겨우 읽고 있답니다 ㅜㅜ
 

독일로 들어온 자금의 일부는 그리스나 스페인의 부유한 기업체들의 자금이기도 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독일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다시 자국으로 회수해 온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환율 차이로 인한 손실이나 독일 수출업체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자국 통화가치 상승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은 대부분이 통일된 유로화로 거래되었고 또 유럽중앙은행 보증으로 대규모 거래에 대해서는 복잡한 절차 없이 지급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제도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리스 채무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려는 시도가 있으면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국채를 적격담보물로 인정해주지 않을 예정이었다. 유로존 채권시장에는 다시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리스와 아일랜드 같은 작은 국가들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다가 이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같은 규모가 큰 국가들을 포함한 남부 유럽 전체의 위기로 번져가고 있었다. 2007년에 유로존 채권 투자자들은 그리스 국채를 독일 국채 분트와 같은 등급으로 취급했지만 2011년 9월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한 CDS 스프레드는 혁명으로 홍역을 앓는 이집트보다도 더 높았다.

만일 유럽에서 자금이 빠져나간다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에 그런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악화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달러화 매각 공황상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투자자들은 세계 통화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 있는 미국 재무부 채권 쪽으로 몰려들었다.

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중국의 미국 채권 보유 시대는 끝이 났다. 그렇지만 중국의 보유 규모는 1조 2000억 달러에서 1조 3000억 달러 사이로 안정세를 보였다.

중국의 비판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다만 놀라웠던 건 그 비판이 미국 국내에 미친 영향이었다. 8월 5일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미국의 신용등급 평가기관들 중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미국의 등급을 AAA에서 AA+로 끌어내렸다.

미국 정치제도의 약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었다. 평가기관들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MBS에 내린 AAA등급은 2008년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요인 중 하나였다. 유로존 위기의 속도를 좌우한 것도 이들의 연속적인 등급 조정이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 예산안에 대해서조차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유럽중앙은행의 의지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시장에서는 많은 은행들과 중개인들이 그저 유럽연합에 안정을 위한 노력만을 호소하지 않았고 수십억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승부를 걸었다. 안정화를 가로막고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건 미래의 유로존 통치와 관련한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유럽중앙은행 사이의 갈등이었다. 문제는 정치와 경제가 이렇게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얽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국과 프랑스 측에서는 IMF가 발행하는 특별인출권을 활용해 기금의 상한선을 끌어올리고 그런 다음 차입을 통해 규모를 확장하는 임시방편을 제안했던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그 속셈은 뻔히 들여다보였다. 분데스방크는 직접 관련이 없는 IMF를 이용해 EFSF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 계획에 동의할 수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가세했지만 독일의 고집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만일 이탈리아가 IMF의 지시에 따르는 것에 동의한다면 독일로 돌아가 유로존 지원을 위한 기금의 규모를 늘리는 문제에 대해 의회의 공식 승인을 받아보겠다고 제안했다. 그렇지만 메르켈 총리는 특별인출권을 통한 기금의 규모 확대에는 찬성할 수 없었다.

영국과 유럽연합의 관계가 서로 엇갈리고 있었다. 최소한 영국 보수파들의 입장에서 유럽연합 잔류에 대한 결정이 곧 내려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유로존에서 갈등이 불거진 건 앞서 소개한 2011년 12월 초 유럽연합 본부에서 언급된 두 가지 계획안에 공통적인 부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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