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에 관한 보고는 외계 우주선이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기초해서 평가해야 한다. 이는 편협하게 닫힌 마음이 아니라 시간, 항성 간 거리 그리고 가용한 에너지가 항성 간 우주여행에 부과하는 제한조건의 현실성을 직시하는 것이다.

물리학은 속도, 가속도, 힘, 질량, 시간과 같이 기본적으로 관측 가능한 양들에서 유도된다. 이들은 일work의 정의로 결합되고 거기에서 운동에너지 및 위치에너지라는 용어가 나온다. 물리학자는 총에너지 방정식을 세움으로써 물리계를 기술한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서 나온 빛이 결코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것을 ‘과거의 지평선past horizon’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의 한계선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서 나온 빛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한계선도 존재한다. 이것을 ‘미래의 지평선future horizon’이라고 한다. 과거의 지평선과 미래의 지평선 사이에 갇혀 있는 우리는 우리가 관찰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주의 한 부분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주에는 우리가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아주 먼 곳에서 우리 지구 대기의 스펙트럼을 측정해보면 아마도 화학적 비평형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구 대기에는 산소와 오존이 메탄과 함께 존재하며, 수증기가 이 혼합물에 윤활 작용을 해준다. 죽은 행성에서는 분자 상태의 산소와 완전히 환원된 탄소(메탄처럼)가 공존할 가능성이 낮다. 이것은 생명의 존재를 말해주는 생명지표다. 생명은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과정인 호흡과 생장을 위한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성분들을 대기 중에 고농도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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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정으로 가는 길 - 구국위원회와 헌정의 유보 Liberte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9
주명철 지음 / 여문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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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되어서 프랑스가 더욱 불안해진 이유는 벨기에 지방의 전황이 나빠졌다는 소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국에 이어 에스파냐에도 선전포고를 한 뒤, 덴마크와 스위스를 제외하고 유럽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월 24일 '30만 징집법'을 통과시켜 전방으로 병력을 보내는 가운데 만만치 않은 반발을 부딪쳤다. "하나이며 나눌 수 없는 공화국"을 굳건히 세워야 하는 시기에 국내외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적들과 싸워야 했다. _ 주명철, <공포정으로 가는 길> , p113/414

사실상 파리에 밀가루가 부족하지 않으며, 국민공회가 수도의 생필품을 확보하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음을 누구나 안다. 국민공회는 이 문제에만 800만~900만 리브르를 쏟아부었다. 이 돈을 원래 목적대로 썼다면 생필품이 부족할 리 없다. 그런데도 파리의 모든 구역에서 새벽 3시부터 시민들이 빵집 문으로 몰려드는가? 대부분의 시민이 동요하지 않고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하는데도 악의에 찬 사람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소요사태를 조장하기 때문에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_ 주명철, <공포정으로 가는 길> , p240/414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중 제9권 <공포정으로 가는 길 - 구국위원회와 헌정의 유보 Liberte>는 만만치 않은 과제로 험난한 출발을 하는 국민공회의 모습이 그려진다. 국외적으로는 루이 카페의 처형 뒤 제1차 대프랑스 동맹(First Coalition - Seventh Coalition)이 결성되면서 전쟁 상태로 치닫게 되고, 국내적으로 왕정이 무너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식량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 민중의 불만이 임계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신생 공화국 프랑스는 험난한 출발을 해야 했다.

국민공회는 첫 회의를 시작한 뒤부터 루이 16세를 처형하는 날까지 왕정을 청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처럼 매진했다. 1793년 1월 말부터 국민공회는 국내외의 긴급현안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화국을 설립하는 일이 시급했다. 정부를 조직하고 행정관리와 군대도 정비하며, 국가안보가 걸린 전쟁을 치르는 동안 생필품과 개인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다. _ 주명철, <공포정으로 가는 길> , p25/414

보급 물자, 무기, 병력 등 모든 여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훈련과 무장이 잘된 다수의 적들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민공회는 시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자발적인 참전을 독려하는 한편, 투기세력이 상품과 화폐를 독점하면서 생겨난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가격통제정책을 통해 대처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점차 가중되는 문제의 심각성으로 공화정의 위기는 심각해져갔다.

도르도뉴의 라마르크 Francois Lamarque가 다른 의원 두 명과 함께 아르덴의 중부군을 시찰한 결과를 보고했다. 1만 5,000명이 9만 명 이상의 적을 막아야 하는데, 탄약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헐벗은 상태로 궤멸 직전이었다. 그래서 파견의원들은 그 사실을 국민공회에 즉시 알렸지만, 국방위원회는 그런 중대한 사실을 경솔하게 공표했다고 파견의원들을 질책했다. 파견의원들은 국민 2.700만 명 가운데 시민 300만 명을 무장상태에 둔 현실에서 위험을 숨겨서는 안 된다고 국방위원회에 회답했고, 그 뒤에 파견의원들이 바라던 대로 10만 명이 적을 무찌르겠다고 전방으로 달려갔다. _ 주명철, <공포정으로 가는 길> , p77/414

모든 생필품의 품귀현상은 아시냐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났다. 투기와 매점매석이 횡행했다. 국민공회/파리 코뮌/정치클럽에서 '악당 malveillants'이라 부르기 시작한 국내의 반혁명분자들, 그중에서 투기꾼들이 온갖 나쁜 소식을 이용해서 혁명의 성과를 부인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정화 正貨를 빼돌리고, 혁명의 산물인 지폐의 가치를 하락시켰다. 정부의 신용을 떨어뜨릴수록 이익을 얻는 세력은 언제나 존재한다. 혁명기에도 그들은 증권거래소와 시장을 오가면서 사재기를 한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보고 되팔았다. 늘 '개미들'만 피해자가 되게 마련이었다. _ 주명철, <공포정으로 가는 길> , p357/414

이러한 프랑스의 위기는 국외 전제군주정과 국내 왕당파의 범(凡)반혁명세력 때문이었을까?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공포정으로 가는 길>에서는 이러한 위기상황에서도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지롱드파와 몽타뉴파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그려진다. 공화국이 직면했던 어려운 상황은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이전 시대의 부채로 인한 것이었지만, 위기에 대한 대처보다는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국민공회 의원들 역시 위기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단결이냐, 분열이냐? 국민공회의 지롱드파와 몽타뉴파는 모두 통일성/일체성/동질성을 뜻하는 '위니테 unite'라는 말을 썼다. 여러 요소가 하나로 뭉치는 것을 전제로 한 말이다. 국민공회 밖에서도 지롱드파와 자코뱅파는 모두 이 말을 쓰면서 상대방이 분열을 부추긴다고 공격했다. 그러므로 통일성이라는 말에 상반된 뜻이 생겼다. 말에는 고유한 의미가 있지만, 맥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기 때문이다. _ 주명철, <공포정으로 가는 길> , p261/414

자코뱅협회에서는 지도자들이 날마다 지롱드파를 규탄하면서 혁명을 이끌어갈 집단을 급진적으로 정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혁명이 폐지한 특권계급 출신에게는 민간이건 군인이건 공직을 맡기지 말자는 제안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이론상 절대적 평등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p82)... 2월과 3월 초의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공회는 기존의 모든 법원이 너그럽기 때문에 위험에 처한 공화국을 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특별형사법원'을 빨리 조직해서 혁명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했고, 결국 혁명의 산물인 배심원단을 두는 법을 통과시켰다. _ 주명철, <공포정으로 가는 길> , p97/414

결국 1793년 7월 마라(Jean-Paul Marat, 1743~1793)의 사망과 8월 로베스피에르(Maximilien Francois Marie Isidore de Robespierre, 1758~ 1794)가 국민공회 의장직에 오른 후에야 정쟁(政爭)은 마무리되었고, 그동안 쌓인 자신들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를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d'Autriche, 1755 ~ 1793)를 처형하면서 공포정으로 선회하게 된다.

당초 주명철 교수는 우리나라의 2016년 촛불혁명을 염두에 두고 프랑스 혁명사를 집필했음을 밝히고 있다. 혁명을 통해 겪는 여러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역사속의 프랑스 대혁명 과정에서 발견하고 이를 교훈삼아 실패한 프랑스 혁명 대신 성공하는 촛불 혁명이 되길 기원하는 저자의 절절한 마음이 10부작 전반에 묻어나온다.

저자는 9권의 머리말에서 성공하는 촛불혁명의 결과가 이어지는 마음으로 우리가 걸어야 할 새로운 길을 말하지만, 이 책을 읽는 2022년 시점에서 독자들은 이어지는 혁명의 어려움을 지켜보게 된다. 이전 정부를 부정하고, 외교 정책은 방향을 못잡고, 가속화되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시행하는 정책은 반대파를 제거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은 18세기 말 프랑스 민중들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사 9권 <공포정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은 오늘날의 공안정국(公安政局)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를 느낀 급진 상퀼로트 계층에 의한 공포정 요구로 마무리된다. 이로부터 몽타뉴파는 반대편인 지롱드파를 제거와 함께 마리 앙트와네트까지 처형하면서 혁명은 '혁명체제'를 지키기 위해 보수적인 '반혁명'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혁명세력이 개혁을 하지 않고 스스로 보수화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가를 깊이 체감하는 현실에서 마지막 10권 <반동의 시대>로 향해가면서 기시감(旣視感)이 드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혁명기에 서민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말이 삶의 질을 높여주리라고 기대하면서 전보다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을 견뎠다. 그러나 정치적 평등을 실현함에 따라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급기야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리라 믿었던 국미공회와 시 정부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들은 자기 힘으로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들고일어났다.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듯이 마지막도 아니었다. 그들도 경험으로 배우고 행동방침을 세울 줄 알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더욱 효과적인 방식으로 권력이건 재물이건 가진 자들을 압박하고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_ 주명철, <공포정으로 가는 길> , p69/414

수감자 수가 늘어나면서 국민공회가 하는 일이 신속하게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도왔다. 그렇지 않으면 반혁명혐의자가 될 뿐이었으니 달리 외면할 길도 없었다. 예전에는 공무원을 자주 바꾸면 혼란이 발생하고 행정이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이제는 사람만 바뀔 뿐 모든 일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공포의 힘이다. 혁명/반혁명 모두 자신의 자유와 목숨을 걸고 싸웠다. _ 주명철, <공포정으로 가는 길> , p40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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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우리는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미(美)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미의 무슨 본래적 형태가 있다면 불이 뜨겁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이 가능할 터인데, 우리는 우리 인간의 아름다움에도 가지각색의 형태를 상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우리 멋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한다.

이 방면의 대가들이 사랑의 열병에 대한 치료제로서, 갈구하는 대상의 몸을 샅샅이 맘껏 보라고 처방하는 것, 애착을 냉각시키려면 사랑하는 것을 실컷 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은 진실로 새겨 볼 가치가 있는 사실이다.

우리가 우리 것으로 여기는 자산이란 공상적이고 허황된 것, 지금은 없는 미래의 것으로,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장담할 수 없는 것들이거나, 이성, 지혜, 명예처럼 사실과 달리 우리 멋대로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들이다. 그러고서 우리는 실제적이고, 사용 가능하고, 구체적인 장점은 동물들 몫으로 돌린다. 평화, 평안, 안전, 순진, 건강, 그렇다,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값진 선물인 건강을 말이다.

우리는 우리 몫으로 불안정, 우유부단, 불확실, 고통, 미신, 죽은 다음까지 포함해 닥쳐올 일들에 대한 불안, 야심, 인색, 질투, 시기, 무절제하고 광포하고 길들일 수 없는 욕망, 전쟁, 거짓, 배신, 비방 그리고 호기심을 갖는다. 끊임없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 헤아릴 수 없는 격정들을 대가로 치르고서 우리가 자랑해 마지않는 이 대단한 이성, 판단하고 인식하는 이 능력을 산 것이라면 정녕 우리는 이상하리만치 과한 값을 치른 것이다.

우리의 행복이란 불행이 없는 것에 불과하다. 바로 그 때문에 쾌락을 최상의 가치로 삼은 철학 학파조차 행복을 단지 고통 없는 상태라고만 정의했다. 불행하지 않은 것, 그것이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이다.

신앙은 우리가 얻어 낸 것이 아니라 순전히 다른 이의 너그러운 선물이다. 우리가 우리 신앙을 받아들인 것은 우리의 추론이나 이해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밖에서 부과된 권위와 명령에 의한 것이다.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우리 판단력의 힘보다는 허약성이, 우리의 통찰력보다는 우리의 맹목성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판단에 대한 퓌론파의 이런 입장, 즉 판단도 동의도 없이 모든 사물을 받아들이는 곧고도 단호한 태도는 그들을 아타락시아(평정)로 이끈다. 이 아타락시아는 우리가 사물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견해와 지식이 주는 인상이 우리에게 야기하는 동요에서 벗어난, 평화롭고 고요한 생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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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뒤뚱거리는 ‘반동의 시대‘에 발꿈치를 올리고있다. 여기서 ‘반동‘(réaction)이라 함은, 혁명사에서 흔히 봐온 혁명 이후의피비린내 나는 그 반동만을 말하는 게아니다. 조세정의(租稅正義)의 원칙을무시한 채 수십억 원에 달하는 ‘똘똘한집‘을 가진 특정지역 부유층을 위해 부동산세를 확 줄여주고, 코로나 시대에도 사상초유의 실적을 거둔 기업들을위해 법인세를 끌어내렸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을 앞세워 기업을 두둔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면, ‘기업의 이윤확대가 인플레이 션의 주범‘이라는 논리가 더 큰 정당성을 가진다.  - P5

하지만 이토록 무력한 국가가 어떻게 그토록 많은 일을해낼 수 있었을까? 스스로 팔다리를 잘라 내 아무런 통치수단도 남아 있지 않은 국가가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이 마법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 힘의 근원은 다름 아닌 위기를 활용한 통치다. 위기에 의한 통치라고도 할 수 있겠다.  - P14

위기에 처한 국가는 화학적으로 순수하게 신자유주의국가와 시장 개입주의를 표방함에도 일시적으로 행동 방침을 조정해 기능을 중앙에 집중시킨다. 하지만 국가의 목적은 한계를 극복하는 것일 뿐이다. 2020년 3월부터 시행된공공지원과 경기부양책에 들어간 비용은 1,570억 유로에달한다. 2019년 교육·생태·국방·경찰·사법 예산의 총합보다도 많다.  - P16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모든 다자주의적 수단이무용지물이 돼버린 듯한 세상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언급되는 것이 국제법이다. 그런데 유엔 헌장은 정확히 어떤내용을 담고 있는가? 유엔 헌장은 국가의 주권과 영토보전권 그리고 민족의 자결권이라는 잠재적으로 모순적인 두 원칙에 기초한다. 실제로 유엔은 탈식민지 과정을 지원했으며유엔 헌장 제11장은 ‘신탁통치지역 및 비자치지역‘이라는특정 범주를 명시하고 있다.  - P18

2차 세계대전 종식 후 IMF는 세계은행과 함께 국가 간경제 불균형으로 인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창설됐다. 이기구의 주 역할은 전후 재건을 위해 통화 정책을 조율하고회원국들이 납입하는 공동 기금으로 외화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이 기관은 거대해 지면서 신자유주의 전도사로 변질됐다. 관리 감독을 조건으로 요구하는 민영화, 규제완화, 긴축재정과 같은 개혁은의료, 교육, 의식주와 같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결국 이 기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의를 받는 기관 중 하나가 됐다. - P27

 중국은 이제 독립적으로 경제 위기를 겪는 나라에 자금 지원 조건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상황을 지켜보는 미국의 표정이 어둡다.
2000년 미국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IMF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확산시켰다고 비난하면서 "IMF의 목적은 금융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내세웠지만 사실 이들의 활동은 모순적이고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한탄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IMF는 여전히 금융 공동체를수호하고 있지만 이제 다른 나침반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바로 선진국의 지정학적 우선순위다. 이를 지키려다보니IMF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 P33

1982년 이전에 발행된 미국 우표를 연구하는 것은 미국 역사의 다른 측면은 교묘하게 외면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미국의 영웅주의, 미국의 독창성, 미국의 제도, 미국의 건축, 미국의 야생동물, 미국의 여러 장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 지도자들의 고귀함에 대해 끊임없이 피상적인 주장을 늘어놓는 작가의 작품을 연구하는 것과 같다.
개척도시의 설립. 저명한 정치가들. 주요 발명품. 국립공원,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거둔 승리. 각 주의 깃발, 각 주의회 의사당, 각 주의 새, 각 주의 모토, 각 주가 미연방에 가입한 일자. 전문협회, 명문대학, 철도, 댐, 운하, 여러 부대.
우주 탐험. 또다시 영국을 상대로 거둔 수많은 승리 등이 미국 우표를 장식하지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산토도밍고상륙을 기념해 제작된 16부 기념우표 세트에는 콜럼버스가원주민에게 저지른 끔찍한 만행은 빠져 있다. - P37

본질적으로 농촌에 기반을 둔 FARC는 반세기 동안 지속된 전쟁의 참상, 자신들을 마약 테러리스트로 매도하는담론을 퍼트린 언론, 도시-시골 간 인구 이동으로 일부 국민들과 단절됐다. 위계적인 조직이 해체되자 게릴라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됐다. - P46

이런 모순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호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사우디는 예멘 영토 내에서는 알이슬라와 상호의존관계에 있지만, 지역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와 전략적 동맹을맺고 있다. 즉, 알이슬라를 필요로 하는 동시에 거부하는 처지다. 이 같은 정세는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주도로 2015년부터 시작돼 현재에 이른다. 몇 주 내에 후티 반군과 결판을 낼 목적이었지만 군사적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동맹은 약화돼 불완전한 사우디-에미리트 연합만이 남았다.  - P59

프랑스 사회에서 이민자 2세 청년들의 존재감은 점점커졌다. 대중매체나 정치인의 연설에서 이들은 소도시 범죄와 연관된 ‘문제아‘로 등장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온전히 프랑스에 기반한 삶을 살았으나 프랑스 사회와 분리된집단으로 취급받았다. 다양한 계층이 섞인 동네에 거주했으며, 의무교육이 도입되자 공교육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중견직이나 관리직에도 진출했다. 이들은 프랑스 사회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요구하며 시위했다. 알제리 정부도이주민 가족, 특히 프랑스에서 태어난 2세들의 프랑스 영구정착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 P70

 결국 논쟁의 초점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대립으로 흘러갔다. 냉전이 후진국으로 확산되고 탈식민지화가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긴장이 팽팽했다.
후진국은 서구 강대국의 인종차별과 제국주의를 지적하며,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경제 질서가 자국의 경제발전을막는다고 강력하게 맞섰다. 후진국은 선진국의 환경에 대한우려를 믿지 않았다. 오히려, 쓰레기 및 오염에 대한 규제가자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할 것을 걱정했다. 재활용 때문에원자재 소비량이 감소하면, 자국 수출도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과거의 식민지배국은후진국이 환경을 빌미로 재정원조를 얻어내려 한다고 의심했다. 후진국의  근심은 점점  커졌다.  - P74

이 보고서는 "무역과 환경 문제가 충돌할 경우 GATT체제를 활용해서 문제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특히 생산조건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자유무역주의 입장을 취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경계해야 할 중대한 위험은, 환경을 위한 논거가 보호조치 확대를 위한 논거로 변질되는것이다. 품질에 대한 우려가 생산환경에 대한 우려로 확대된다면, 이는 최악의 보호무역주의가 시작된다는 신호이므로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 P79

자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를 옛 침략국 정부 대변인이테러리스트라고 공언했는데도 한국 사회가 별다른 반응도없이 지나간 것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스가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공언한 것은 동아시아인 2천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간 전범국가인 군국일본과 지금의 일본이동일체라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해본 적이 없는 정신상태를 반영한다고 볼수밖에 없다. 이토 히로부미와 아베 신조는 그렇게 연결돼 있었다.  - P101

그런데, 문제는 영동의 와인 재료인 달콤한 과일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영동의 복숭아, 자두, 베리,
포도는 2040~2050년까지 재배가 늘다가 이후 계속 줄어들것으로 예측됐다. 재배지가 강원도 이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라봉 재배지가 제주에서 전남 고흥과 나주 등으로 북상하고, 사과 주산지가 대구에서 훨씬 북쪽인 강원 영월과평창 등으로 대체됐다. 조만간 북한에서 사과나 포도를 수입하는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점차 사라지는 과일의 자리를, 열대 작목이빠르게 채우고 있다. 용과는 물론이고 파파야, 구아바, 애플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패션프루트, 아테모야, 아보카도 등의 열대 과일을 한국 농부들이 키우고 있다. 제주는 올리브노지 재배에 성공했고, 남북회귀선에서나 볼 법한 커피나무까지 하우스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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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 사채는 지자체나 금감원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의 영업 방식이다. 박씨의 경우 일주일(7일) 이자는20만원, 연 이자로 따지면 약 1043만원이다. 원금이 3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연이율 3476%에 달한다. 당연히 불법이다. 법정최고이율은 연 20%다. 하지만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렵거나 급히 돈을빌리려는 사람들, 혹은 대부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고리대 사채의 늪에쉽게 빠져든다. 핀테크(FinTech)의 시대에도 이런 피해는 여전하다. - P11

그러나 대부중개 사이트의 핵심 기능은 따로 있다. 바로 ‘실시간 대출 문의‘라는 이름을 붙인 일종의 게시판이다. 대부중개 사이트 업계 1위인 대출나라는 ‘이용 안내‘ 페이지에서 이 게시판이 ‘역경매‘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한다. - P12

문제는 더 근원적인 곳에 있다. 어째서 대출나라가 게시판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업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다. 대출나라 게시판에 글을 올리려면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가짜 연락처를적는 걸 차단한다. 게다가 글을 올릴 때에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과 ‘개인정보제3자 제공‘에 반드시 동의해야만 한다.
대출나라를 운영하는 임 아무개 대표는<시사IN>과의 통화에서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글 올리는 사용자들이 동의하기 때문에 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거라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 5항에 따르면 제3자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 P13

대출나라 같은 대부중개 사이트는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대다수 사람들은 대출나라 같은 대부중개 사이트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간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어렵다 하더라도 저축은행·캐피털 회사같은 제2금융권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극화된 세상의 끄트머리에는 대부 금융을 통해서만 돈을 융통할 수 있는사람들이 존재하고, 이처럼 취약한 이들을 노리는 불법 사금융업체들은 대부중개 사이트에서 새로운 대출 수요를 기다리고 있다. 과거처럼 전단을 돌리거나 공중화장실 벽면에 광고 스티커를 붙이는대신, 모니터 앞에서 전화기를 들고 대기하면 된다. - P18

윤 대통령의 ‘기능적인 정부론‘은 평소 언행과 이어져 있다. 윤 대통령이 가장즐겨 쓰는 말은 "법과 원칙에 따라서"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세계에서 정부란성문화된 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작동하면 되는 기구이다.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화된 기계에 가깝다.  - P24

수도권 침수와 코로나19. 두 개의 재난이 드러내는 윤석열 통치의 실체는 경험 부족이나 어설픔에 그치지 않는다. 일각의 옹호처럼 전문가 의견에 힘을 싣는합리주의도 아니다. 정치철학의 부재다.
박원호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시절 ‘직권남용‘이라는 죄목의 칼날을 여러번 휘두르는 검사였다는 사실을 특히 위태롭게 보고 있다.  - P24

기후과학자 김백민 교수(부경대 대기환경과학)는 이렇게 말한다. 다가올 기후변화의 피해를 기후과학자들로 하여금한 문장으로 요약하라고 하면 ‘비가 많이내리던 지역에는 비가 더 많이 오고, 가물었던 지역은 가뭄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라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2020년의 역대 최장 장마는 그상징적인 사례였다. - P27

이천·청주공장 화물기사들은 2022년1월부터 운송료 30% 인상‘을 요구했지만 수양물류는 ‘5% 인상‘으로 선을 그었다. 맥주를 만드는 공장에서는 5% 인상안에 동의했지만 소주를 만드는 이천·청주공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었다. "맥주공장은 애초에 운송료가 더 높으니까 5%만올려도 괜찮을지 몰라도 소주공장은 기본 운송료 자체가 낮다. 5% 올려서는 오른 물가를 감당할 수 없다." 박수동 지회장 역시 소주를 만드는 청주공장에서 12년 동안 일해온, 21t 트럭 화물차주다.
2022년 2월 하이트진로는 맥주 출고가를 7.7%, 소주 출고가를 7.9% 각각 인상했다. 하지만 이천·청주공장 화물기사들의 운송료 인상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 P35

 최종적으로, 사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의 합법성과 합헌성을 인정했다. 2015년 11월대법원 판결, 2018년 6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나왔다.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입법 취지와 헌법적 정당성을 우선으로 여겼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말했다.
"양측의 경제효과 분석 등 자료만으로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의 매출 증대 등 효과나 대형마트 개설자와 납품업자 등의 매출 감소 등 효과의 경중을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 규제의 취지 등에 비추어 단순히 경제효과 분석 등에 나타난 수치 자료만으로 규제 수단의실효성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2015년11월19일 2015두295 전원합의체)."
결국, 다시 ‘규제의 취지‘로 돌아간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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