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중 범죄에 대응하는 방식은 역사상 수많은 변화를 거쳤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사법체계에서 언급되는 처벌의 주요 목적은 징벌, 갱생, 제재, 격리다. 이 네 가지 패러다임은 시대에 따라 그 우선순위가 변할 뿐 항상 존재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문제는 본능만으로 행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풍요로운 문화적 환경 때문에 생물학적 본능이 행동에 기여하는 역할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 이는 동물도 마찬가지다. 새끼를 자연적인 사회적 환경에서 분리하여 양육한다면, 자연에서 양육할 때와 매우 다른 행동이 나타날 것이다.

연결망을 구성하는 노드 하나하나에 동역학적인 변수를 배정하고, 연결망의 링크는 노드 사이의 상호작용을 의미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이용해 연결망 전체의 에너지를 적절히 정의하면, 통계물리학의 모형과 비슷해져서 전통적인 물리학의 방법을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연결망 안의 가장 적절한 커뮤니티 구조를 파악하는 문제를 에너지의 바닥상태를 찾는 문제로 바꿔 해결하는 방식이다. 연결망 안의 사람들 사이에 좋아함/싫어함의 관계가 주어지면 이를 인력과 척력이라는 물리적인 상호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정보가 주어진 연결망에서 커뮤니티를 찾는 연구를 우리 연구그룹에서도 수행한 적이 있다.

도당의 탄소와 수소를 생각해보자. 이들이 공유결합 할 때, 전자가 탄소와 수소 양쪽에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이를 양자 중첩superposition이라 부른다.) 전자가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두 장소가 하나처럼 되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탄소와 수소는 하나가 된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전자 하나가 아니라 전자 두 개가 이렇게 행동하는데, 이를 전자쌍이라 부른다.

해당과정의 최종산물인 피루브산은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들어가 아세틸 CoA라는 화합물로 전환된다. 아세틸 CoA라… 이렇게 끝없이 나오는 생소한 용어들이야말로 나 같은 물리학자가 생명현상을 이해할 때 부딪히는 최대의 어려움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지나가자. 해당과정에서 만들어진 피루브산이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들어간다는 말은 해당과정이 미토콘드리아 밖에서 일어났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세균도 해당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해당과정은 산소가 필요 없기 때문에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혐기성嫌氣性 세균이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효모’에 의한 알코올 발효다.

생명의 핵심은 스스로를 보존하는 것이다. 복제, 번식, 진화도 일단 살아야 할 수 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우주에서 자신을 보존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구상의 동물은 호흡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우리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걷고 숨 쉬고 생각하고 번식한다. 한 때 이 에너지를 신비한 생명의 기운 같은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호흡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은 연쇄 화학반응에 불과하다.

생명이 갖는 명백한 특성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을 보존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점점 무질서해진다는 말이다. 이것은 보존에 역행하는 경향이다. 보존하고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집이 엉망진창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매일같이 정리하고 청소해야 하는 이유다. 생명을 볼 때 물리학자의 첫 번째 관심사는 바로 자신을 보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다.

긍정적인 인생관은 장수와 사회적 수용, 그리고 평균 이상의 성공과 (미미하게나마) 관계가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디너의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 태도와 실제 성과 사이에는 양적 선형관계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날의 해피이즘은 그 자체로 악독한 감독관이다. 쌍생아 연구자들은 유전이 인간의 습관적 성향 중 절반 정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추정하지만37 해피이즘의 권위자들은 행복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고 말하며, 우울증 가족력이나 우연, 그밖의 어떤 ‘핑계’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은 추종자들에게 범퍼스티커 문구에 등장할 법한 해결책을 내놓으며 행복을 선택하도록 촉구한다.
이런 압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자유로운 사회다." 《효과적 치료Effective Therapy》를 쓴 심리학자 마이클 허드Michael Hurd의 말이다. "하지만 억압받을 이유가 객관적으로 훨씬 많은 사회들과 비교해도, 그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수준의 우울과 불안장애가 판을 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자신의 행복을 결정하는 데 따르는 책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선택이 사람들을 두려움에 빠뜨리는 셈이다." 배리 슈와츠Barry Schwartz도 명저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비슷한 주장을 한다. 대안이 지나치게 다양한 탓에 뒷북치기, ‘항상 남의 떡이 커 보이는’ 현상, 스스로 유발하는 심리적 고문 등 자기회의라는 끔찍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점성술의 실증적 검증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공정한 검증에 따르면 점성술로는 개인의 특성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이 글에 소개된 결과 역시 이런 결론과 일맥상통한다. 현재의 조사 결과들은 서로 다른 별자리에 속하는 사람들이 타고나는 특성을 뒷받침하기보다는 반박하는 증거가 더 많다.

라스베이거스는 우리 모두가 본성적으로 지닌 편향성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알고 있다. 베팅을 운용하기 위한 수수료를 지급 받은 라스베이거스 도박장들은 판돈을 딴 사람과 잃은 사람이 비슷하다면 약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베팅에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의 숫자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경기가 있기 전 베팅이 이루어지는 일주일 동안 각 팀에 돈을 건 사람의 숫자가 비슷해지도록 스프레드가 수정된다. 컴퓨터 알고리즘도 라스베이거스의 뛰어난 도박사들을 이기지 못한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승자를 예측하는 데 매우 뛰어나지만(거의 60%), 어떠한 알고리즘(또는 인간)도 스프레드에서 지속적으로 돈을 따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은 포기하지 않고 돈을 건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 및 수학과 인간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갖고 있는 본성적인 편향성을 비교한다면, 부와 명예를 거머쥘 대학 미식축구 내셔널 챔피언 자리를 두고 연말 경기에 뛸 네 개의 팀은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선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사용되는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알고리즘을 철저히 분석해 가장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공식과 변수들을 정하고 그에 따라 알고리즘을 적절하게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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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과학자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에 빠져드는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 교육 수준이나 전문성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인간의 본질이 이성적 사고에 있지 않으며, 사고의 많은 부분이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우리의 핵심 의식core consciousness
e 중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기억이나 추론, 언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의 자아에 대한 상대적으로 단순한 감각이다. 이는 진화론적으로 가장 오래된 의식으로,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영장류는 물론 과거 인류 조상도 지녔던 의식 수준이다. 다마지오가 지적했듯이, 의식의 이러한 측면은 우리가 감정emotion이라고 여기는 복잡한 화학반응과 신경반응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된다.

본질주의는 사물이나 유기체의 명백하고 관찰 가능한 성질이 그 사물이나 유기체의 핵심, 즉 ‘본질’에 해당하는 불분명하고 관찰 불가능한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추측하는 행위다.

진화를 오해하는 것과 진화의 기본적인 사실을 부정하는 것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진화가 무엇인지’ 잘못 이해한 사람은 올바르게 이해한 사람보다 ‘진화가 실제로 발생한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침팬지와 보노보의 차이를 늑대와 개의 차이와 비교해보면, 늑대와 개에서 나타나는 여러 차이가 침팬지와 보노보 사이에서도 발견됩니다. 침팬지가 유인원의 늑대라면 보노보는 형태학적 특성이나 행동적 특성 모두에서 유인원에서 개의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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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능으로 향하는 동역학(kinetics)과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구분되어야 할 질문은, 바로 초지능체가 하나만 존재할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개가 존재할 것인지 하는 질문이다.

제4장에서는 초지능의 개발을 선도하는 세력과 그것에 가장 근접한 경쟁자들 사이에 생길 수도 있는 간격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인 한 가지를 살펴보았다. 그것은 바로 인간 수준의 지능에서 강한 초지능으로 이행하는 속도이다.

선두주자와 후발주자 사이의 격차에 영향을 주는 한 요인은 선두주자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의 확산 속도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은,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들이 동시에 도약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도약을 이룬 여러 프로젝트 팀들 중에서 확실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아주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팀들이 얼마나 많은가이다.

초지능의 잠재적인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것을 인간 기준에서 의인화하여 바라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 중심적인 기준은 씨앗 인공지능의 성장 궤도와 성숙한 초지능의 심리, 동기, 그리고 능력에 대해서 근거 없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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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서 "초지능"은 다양하고 보편적인 인지 영역에서 현시대의 가장 뛰어난 인간보다 훨씬 더 우수한 지능체를 일컫는다. 이 정의는 여전히 꽤 모호하다. 단지 이 정의만을 따른다면 각기 다른 수행능력을 가진 여러 가지의 시스템들이 초지능으로 분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속도적 초지능의 입장에서는 물질세계에서 시간 지연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속도적 초지능은 디지털 세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살면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나노 수준 정도의 작은 단위의 인공 팔다리나 부속물이라면 인간의 팔다리 같은 거시적인 수준의 부속물보다 더 빠르게 작동할 것이기 때문에, 나노 크기의 물리적 조종장치(manipulator)를 가지고 실제 물리적 세계와도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한 시스템의 특성 주파수는 그 길이 단위[length scale]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5). 이처럼 빠른 지성체는 인간처럼 느려터진 존재들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속도의 지성체와 주로 상호작용을 할 것이다.

집단적 지능의 통합 정도를 서서히 높인다면, 종국에는 이것이 하나의 통합된 지능, 즉 느슨하게 서로 연결된 작은 인간 지성체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단일한 거대 "지성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뇌를 완벽하게 모방한 전뇌 에뮬레이션에 성공하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에뮬레이션을 더 향상시키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어렵다. 최초로 새로운 에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캔 기술이나 이미지 해석 능력에서 엄청난 수준의 기술적 도약이 필요하다. 또한 이 단계에는 수백 대의 대용량 스캐너를 사용하는 대규모 공장 단지 같은 상당한 정도의 물리적 자원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 전뇌 에뮬레이션이 가능해지면 저항성은 일단 감소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증가할 것이다. 즉 그때에는 가장 눈에 띄게 비효율적으로 구현되던 것들이 효율성이 극대화되도록 고쳐지고, 가장 가능성이 큰 알고리즘상의 변화가 시험될 것이고, 조직적 혁신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들이 실행될 것이다.

요약해보면, 인간 수준의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었을 때, 이런 프로그램들을 빠른 속도로 아주 많이 구동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하드웨어적 기반이 이미 존재할 가능성, 즉 하드웨어 공급 누적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프트웨어 저항성은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더 어렵지만, 어쩌면 하드웨어 저항성보다는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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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소득 격차가 나날이 벌어지는 데 대한 분노는 특정인들이 엄청나게 부유하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들이 일도 별로 하지 않으면서 남의 돈을 뺏고 세금도 충분히 내지 않는 등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부를 취득한다는 믿음에서 온다.

분노를 표현하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나는 뿔이 났고, 네가 그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너도 나처럼 기분이 더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다른 이유는 그 개자식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뜯어고치고, 자신의 불만을 보상받고,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다. 전자의 전략으로 후자의 결과를 얻긴 어렵다.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도덕적 문제는 범주로 나뉘지기보다는 연속적인 경향을 가진다. 세계를 딱 떨어지게 범주화하는 것은 특정 작업에서는 유용한 인지 도구지만, 사회적이며 도덕적인 문제를 이해할 때는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1

종교단체에서 주장하는 대로 수정 직후부터 사람의 인격이 시작된다면 배반포를 파괴하는 줄기세포 추출은 살인이나 다름없다. 이 추론은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분명히 말하자면 수정란은 생물학적으로 ‘사람’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자면 사람 몸의 모든 살아 있는 세포도 사람이다.

신약개발의 세계에는 과학적 발견과 임상 적용 사이에 소위 ‘죽음의 계곡’이 있다. 실패 위험이 커서 잠재적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지점이다. 실험적 치료법의 임상 시험에 뛰어들기로 한 회사가 있더라도 FDA 승인을 받기까지의 길이 험난해서 결심이 흔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존재론적 범주 사이의 핵심 속성의 혼동이 범주들 사이의 공통 본질이라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으며, 이것이 연결성이나 총체성과 관련된 생각으로 이어진다고 제안한다. 이것이 바로 미신, 마술, 초자연 현상에 대한 믿음을 일으키는 핵심 혼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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