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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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관하여 On Photography>는 수전 손택(Susan Sontag, 1933 ~ 2004)의 사진에 관한 에세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본문에 담긴 7편의 에세이의 내용 중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수전 손택의 사진관(寫眞觀)에 대해 살펴보자.


 1. 사진을 찍는다는 것


 수전 손택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 작가가 대상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며, 이를 통해 대상과 작가가 특정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라고 서술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존재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마치 상습적인 관음증 환자처럼 이 세계를 바라봄으로써 모든 사건의 의미를 대동소이하게 취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도 사건인데, 그것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절대적인 권리를 갖고 일으키는 사건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간섭하거나 침해할 수 있으며, 혹은 무시할 수도 있는 그런 권리를 갖고 말이다. 오늘날에는 카메라의 개입이 있어야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p29)'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대상 그 자체, (적어도 "멋진" 사진을 찍을 때까지라도) 지금 모습 그대로 변함 없이 존재하는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행위이며, 사진으로 찍어놓아야 할 만큼 그 피사체를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그 무엇인가(예컨대 남에게는 고통이나 불행이더라도 내게는 흥미로움을 주는 상황)와 공모하는 행위인 것이다.(p31)'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대상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아름다워질 수 없는 피사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피사체에 뭔가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사진 고유의 경향을 막아낼 방법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치 자체의 의미는 변할 수도 있다.(p54)'


 '오늘날은 향수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그리고 사진이 이 향수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애수가 깃들어 있는 예술, 황혼의 예술이다... 모든 사진은 메멘토 모리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또는 사물)의 죽음, 연약함, 무상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을 정확히 베어내 꽁꽁 얼려 놓는 식으로, 모든 사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증언해 준다.(p35)'


 관심있는 대상과 관계를 맺는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주체가 되는 '사진작가'와 대상인 '피사체'가 필요하며, 이들을 연관시키는 구체적인 도구인 '카메라'가 필요하다. 이들의 관계를 살펴보기 전에 '사진 Phtograpty'의 특성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사진을 찍는다'를 이해하는 것을  먼저 정리해 보자.


2. 사진의 특성


 사진은 필름을 넣은 사진기로 물체를 찍은 뒤에, 그 필름을 이용하여 특수한 종이에 재현한 영상이다. (출처 : 구글 국어사전) 사진이 '실재에 대한 증명'자료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진'이 객관적이며,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사진 자체가 현실을 담는다고 해도, 사진작가가 '의미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이를 사진에 담지 않는다면 그 현실은 사진으로 남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 속의 세계는 작가의 의식과 취향이 묻어나는 주관적인 세계다. 또한, 사진으로 남는 이미지는 '연속된 상황'에서의 한 순간이 아닌, 그 순간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도 사진과 현실의 세계는 같은 듯 다른 세계가 된다.


 '사진은 증명해 준다.(p20)... 회화나 산문을 통한 묘사가 세밀히 선택된 해석 이상이 될 수는 없는 반면, 사진은 세밀히 선택된 투명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사진이 진실하기 때문에 영향력 있고, 관심도 끌며, 매력적이라고 가정한다... 그렇지만, 사진작가가 제아무리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려 해도, 은밀히 작동하는 자신의 취향과 의식에서까지 벗어날 수는 없다.(p21)'


 '움직이는 이미지보다는 사진이 기억하기 훨씬 쉽다. 사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어느 한 순간을 깔끔하게 포착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흘려보내는 이미지는 신중히 선택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뒤의 이미지가 앞의 이미지를 곧장 지워버리곤 한다. 그러나 스틸 사진은 어떤 순간을 특권화해 놓은 것으로서, 그 순간을 계속 간직한 채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얇은 사물로 뒤바꿔 버린다.(p39)'


 '사진에게 진실인 것은 사진을 통해서 본 세계에서도 진실이다(p123)... 사진의 우발성은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다시 말해서, 사진으로 된 증거의 자의성은 현실이란 원래 분류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p125)'


 '사진은 실제와 가장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쉽다는 별로 좋을 것도 없는 명성을 얻고 있는 모방 예술이다. 사실, 사진은 유서 깊은 다른 예술이 경쟁에서 줄줄이 낙오되는 와중에서도 마치 초현실주의처럼 지난 1백여 년간 현대의 감수성을 장엄하게 장악해왔던 유일무이한 예술이다.(p87)'


3. '사진을 찍는다'의 주체 : 사진작가 


 사진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기준으로 현실을 해석하게 된다. 비록, 다른 예술 작품보다 사진작가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제한된 역할 속에서 은밀하게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게 된다.


[사진] 사진작가 (출처 : 스마트인컴)


 '사진작가는 사진이 어떻게 보여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선호하는 노출 방식이 있기 때문에, 피사체에 특정한 기준을 들이대기 마련이다. 카메라는 현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는 생각도 존재하지만, 사진도 회화나 데생처럼 이 세계를 해석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행위의 수동성(그리고 편재성), 바로 이것이야말로 사진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메세지"이자 사진이 드러내놓는 공격성이다.(p23)'


 '사진작가들의 말처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객관적 세계를 무한히 전유할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자 단 하나뿐인 자아의 유아론적일수밖에 없는 [자기]표현이다. 사진이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묘사한다면, 카메라는 그 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드러난 현실은 [카메라로 그 현실을 찍은] 개인의 기질을 보여준다. 현실의 어느 면을 잘라냈는지에 따라 기질이 드러나는 것이다.(p180)


 '우리는 사진에 찍힌 피사체를 잘 살펴봐야만, 사진작가가 [피사체 안에서] 매우 조심스레 존재감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진작가들이 각각 특정 피사체를 독점하지 않는 한) 뛰어난 사진작가의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데에 포토저널리즘이 성공한 이유가 있다. 사진은 개성있는 예술가의 의식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 세상을 보여주는 이미지(혹은 복제)로서 힘을 갖는다.(p194)'


 '사진은 그 어떤 이미지-체계가 누렸던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예전의 이미지-체계와는 달리 사진은 이미지 제작자에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지 제작과정을 준비하고 주도하는 데 사진작가가 제아무리 신중하게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 자체는 여전히 광학적, 화학적(혹은 전자공학적) 과정의 일종으로서 자동적으로 진행되며, 현실의 모습을 좀더 정확하게, 쓸모 있게 묘사하려면 불가피하게 기계의 힘을 빌려서 수정되어야 하는 과장인 것이다.(p225)'


4.  '사진을 찍는다'의 대상 : 피사체


  저 밖에 존재하는 세계와 피사체는 카메라를 통해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의미를 부여받는다. 비록, 현실과 사진 속의 세계와의 관계가 사진작가에 의해 맺어진 관계이기에 왜곡된 모습이지만, 바로 이러한 모습을 우리는 기대하고 사진의 매력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만, 이렇게 표현된 모습이 구체적인 (정치적인, 경제적인)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이념)가 그 안에 담겨 있을 때, 비로소 그 사진은 '사건'이 될 수 있다. 


[사진] 피사체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sung0908&logNo=50137211586&categoryNo=94&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사진은 필연적으로 현실과 모종의 거래를 한다. 이 세계는 "저밖에" 있기 때문에 카메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삶이나 사회의 특정한 순간을 정지시켜 놓은 사진이 일련의 과정, 예컨대 시간에 따라 흘러갈 수밖에 없는 삶이나 사회와 상반된 형태를 갖고 있듯이 말이다. 사진에 찍힌 세계는 늘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스틸 사진이 영화와 부정확한 관계를 맺듯이, 현실 세계와 부정확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삶에서는 모든 순간이 중요하거나, 빛을 발하거나, 영원히 고정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진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한다. 사진은 단 한 순간에 우리로 하여금 예술품을 감정하는 사람처럼 세계와 관계를 맺게 만들면서도 이 세계를 아무렇게나 받아들이게 만들이기에 우리를 매혹하며 사로잡는다.(p127)


 '사람들은 경험한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자꾸 축소하려 한다. 결국 오늘날에는 경험한다는 것이 그 경험을 사진을 찍는다는 것과 똑같아져 버렸고, 공개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그 행사를 사진으로 본다는 것과 점점 더 비슷해져 버렸다... 오늘날에는 모든 것들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서 존재하게 되었다.(p48)'


  '한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더라도, 정확히 말해서 사진으로 찍을 만한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인가가 되더라도, 그 사건을 사건으로 만들어 주는 결정적인 요소는 (가장 넓은 의미의) 이데올로기이다... 사진이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그에 상응하는 정치 의식이존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p41)'


5. '사진을 찍는다'의 도구 : 카메라


 '카메라는 (정밀 사진과 원격 탐사를 통해서) 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는 무엇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보는 행위를 부추기며, 보는 행위 자체를 변화시킨다.(p142)'


[사진] 카메라 (출처 : https://www.popco.net/zboard/view.php?id=ur_dica&no=10007)


6. 사진의 해석 : 이미지-체계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사용해서 '피사체'를 사진으로 옮긴 과정이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였다면, 이에 대한 해석은 감상자의 몫이 된다. 비록, 사진이 현실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사진에 대한 이해는 그 이면을 바라볼 수 있을 때부터 시작됨을 저자는 <사진에 관하여>에서 말하고 있다.


  '현실에 끊임없이 토를 다는 사진을 통해서 이 세상을 구매하게 되면 모든 것을 동질화시킬 수밖에 없으므로. 사진은 아름다운 형상을 드러낼 때 못지 않게 무엇인가를 보도할 때에도 변형된다. 사진은 인간의 물성 物性과 사물의 인성 人性을 들춰냄으로써 현실을 일종의 동어반복 같은 것으로 뒤바꿔 버린다.(p165)... 그렇지만 정작 사진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확인해줄 뿐... 사진의 힘은 우리로 하여금 [사진에 포착된] 어떤 한 순간, 그것도 시간의 정상적 흐름이 곧 제자리로 돌려놓을 순간을 마음껏 검토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데에 있다.(p166)'


  '카메라가 기록해 놓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상을 알게 되리라, 사진이 함축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해한다"는 것은 이와 정반대의 일이다. 이해라는 것은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보지 않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즉,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p47)'


 '사실상 사진의 힘은 이미지와 사물, 복제물과 원본과의 차이에 따라서 우리의 체험을 반영하기 위해서 현실을 점점 더 근사하지 않게 만드는 힘, 즉 플라톤의 철학을 소멸시키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진의 힘은 이미지에 대한 플라톤의 파괴적인 태도와 잘 어울린다. 플라톤은 이미지란 무상하며 별로 유익하지도 않으며, 비 非물직적이며 현실의 사물과 함께 존재하는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고 과소 평가했다.(p256)'


 <사진에 관하여>는 이처럼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와 이에 대한 해석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수전 손택은 여기 7편의 에세이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사진과 회화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20세기 복제 시대와 사진, 미국 문화와 사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에세이 속에서 우리는 여러 관점에서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다. 사진 전문 작가 뿐 아니라, 개인이 휴대한 스마트폰을 통해 이제는 '사진찍기'가 일상이 된 요즘 <사진에 관하여>는 사진에 관심있는 이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PS. <사진에 관하여> 속에서 우리는 수잔 손택의 후대 저서인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과 연계되는 구절을 만날 수 있다. 다음의 구절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타인의 고통>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고통을 받는다는 것과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본다고 해서 양심이나 인정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 한번 그런 이미지를 보게 되면 더 많은 이미지를 보려고 이곳저곳 두리번거리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를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드는 이미지, 우리를 완전히 마비시키는 그런 이미지를.(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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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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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17: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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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2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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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2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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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1-08 1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강렬한 두 작품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 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작품으로 그 답을 보네요

겨울호랑이 2017-11-08 14:15   좋아요 2 | URL
^^: 부족한 글에 항상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프레이야 2018-01-03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멋진 리뷰를 이제 보네요.
늦었지만 당선 축하드려요.

겨울호랑이 2018-01-03 12: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프레이야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솔로몬 탈무드 (케이스 포함) - 유대 5000년 최고의 예지 총서
이희영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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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몬 탈무드>는 제목과는 달리 솔로몬(Solomon, BC 971 ~ BC 931)왕과는 큰 관계가 없는 책이다. 탈무드 문헌 자체가 방대하다보니, 한 권 안에 모든 내용을 담는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작업이다. 저자 역시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솔로몬 탈무드>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솔로몬 탈무드>는 방대한 탈무드의 내용보다는 탈무드의 배경 지식 중심으로 책을 구성했기 때문에, 유대 민족과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깊이 있는 삶의 지혜를 느끼기 위해서라면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많은 내용이 유대 문헌의 특징, 성공한 유대인 사례, 유대인의 인생철학, 유대인 교육 방법 등을 다루기에 자기계발서 / 비즈니스 경영서적의 분위기를 많이 느끼게 된다. 때문에, 페이지는 1,000여쪽에 이르지만 크게 어려운 내용이 없어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와 닿는 부분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기독교)의 차이점을 설명한 부분이다. 기독교 사상에 바탕을 둔 많은 자기 계발서와 신앙서적들 중 상당수가 탈무드의 구절을 출전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구약성경(토라)의 내용이 공통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기독교 사상에 익숙한 우리가 <탈무드>를 쓴 유대인의 관점에서 <탈무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물음을 해본 적도, 이에 대답을 한 적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로몬 탈무드>에서는 삶에 대한 유대인과 기독교인의 차이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사실, 이런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구약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슬람 문헌도 언급 될만하지만 아직까지 이슬람의 <꾸란>의 내용을 가져온 서적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솔로몬 탈무드>에서 유대교인과 그리스도교인의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그리스도교 신학자 제임스 파크스 박사는 이 점에 대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차이를 대비시켜 이렇게 썼다. "유대교에서는 신이 인간에게 '나의 창조계획을 성취해라'고 명하고, 인간은 "예"라고 대답한다. 그리스도교에서 인간은 하느님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의 창조과업을 성취해 주십시오. 어리석고 죄 많은 우리들은 할 수 없습니다."라고. 그리고 하느님은 "그래, 그렇게 하지"라고 대답하신다"는 것이다.(p499)'


 그리고, 이러한 유대교인과 기독교인의 삶에 대한 차이는 마사다의 청년 다윗 이야기에서 더욱 극적으로 표현된다. 그전에 먼저 마사다(Masada) 항쟁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진] 마사다 (출처 : 위키백과)

사다(히브리어 מצדה, , 요새라는 뜻)는 이스라엘 남쪽, 유대사막 동쪽에 우뚝솟은 거대한 바위 절벽에 자리잡은 고대의 왕궁이자 요새를 말한다. AD 73 제1차 유대-로마 전쟁 당시 끝까지 로마군에 항거하던 유대인 저항군이 로마군의 공격에 패배가 임박하자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전원 자살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중에 하나이며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AD 73에 드디어 공성을 위한 성채가 마련되자 로마군은 공성기를 이용해 성벽일부를 깨뜨리고 요새로 진격해 들어갔다. 그러나 식량창고를 제외한 요새안의 모든 건물이 방화로 불에 탔고 엄청난 수의 자살한 시체들만 즐비했다... 다른 건물을 모두 불에 태우면서도 식량창고만은 남긴 것은 최후까지 자신들이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자살한 것이지 식량이 없거나 죽을 수밖에 없어서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마사다에서 살아남은 것은 여자 두 명과 다섯 명의 아이들뿐이며 로마군은 그 무서운 자살 광경에 겁을 먹고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출처 : 위키백과]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야훼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었지만, 야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간에게는 끝까지 선택의 여지가 주어져 있다. 우리는 모두 죽게 되었지만, 똑같은 모양으로 죽을 필요는 없다. 더구나 짐승처럼 죽어서야 되겠는가? 야훼가 우리를 불행에 떨어뜨렸지만, 우리를 타락시킨 것은 아니었다.(p517)..."우리는 우리를, 아내와 아이들을 죽여야 한다.... 소중한 것은 목숨이 아니다. 영혼이다. 야훼는 우리에게 영혼을 주셨다. 만일 아내와 아이들을 노예로 만드는 길을 택한다면, 야훼가 주신 영혼을 더럽히는 것이 되고 만다.(p518) - 요세푸스(Flavius Josephus , AD 37 ~ 100) 의 <유대전기> 중 -'

 마사다 항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에서 기독교와 같은 경전(<구약성경>)을 공유하지만, 사상이 다른 이들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문헌에 나타난 글에 묘사된 신(神)에 대한 태도는 보다 적극적이며, 주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음에 언급된 기독교의 황금률 (黃金律,Golden Rule)인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에 대한 유대교적 해석 등은 우리에게 기독교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는 이런 부정 형식으로 말햇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정형 표현이었다고 하는 이 주장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하지만 이 가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정형으로 하기 위한 이유가 2가지 있다. 첫째 이유는 본디 부정 표현을 좋아하는 것이 유대인의 경향이라는 점이다. 토라의 중심에 있는 10계명(출애굽기 20장 2 ~17절)을 보면 그 중의 셋이 긍정형, 나머지 일곱이 부정형으로 씌여져 있다. 특히 대인 관계에 관한 조문(6~ 10계)은 모두 부정문이다. 또 구약 외전(外典)인 <토비트>에는 인용구와 똑같은 내용으로 부정형 표현을 볼 수 있다.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p223)'


 다만, 아쉽게도 책의 깊이면에서 <솔로몬 탈무드> 전체에서 보다 깊이 있는 차이 해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내용의 전개면에서 단순히 '유대인은 어떻다'라는 유대인의 특성을 전후 연관없이 나열하고 있는 점이 한계로 느껴진다. 이런 면에서 <솔로몬의 탈무드>는 유대인의 문화를 소개하는 자기 계발서로서는 어느 정도 내용이 있지만,  '솔로몬'과 '탈무드'라는 말 속에서 보다 심오한 의미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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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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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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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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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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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7: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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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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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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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09: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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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1 0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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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1 0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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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해받지 못한 가치, 잊힌 영예


 '수세기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의 비밀을 우연히 알아냈을 때의 심정보다 더 아름다운 감정이 있을까? (중략) 그러한 인물들 중 한 사람이 된다면 그거야말로 유일하게 가치 있는 명예다.(p310)'


 '정말로 재능 있는 예술가라면 생전에 소수의 팬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겠죠. 하지만 순전히 물질적인 요소가 작품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해요... 이처럼 천재성이 깃든 작품일지라도 그 작품의 운명은 작품을 담고 있는 사물의 수명과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작품들은 그 저자들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소실되었죠. 그런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보물의 수수께끼를 두고 왈가왈부해봤자 소용없어요. 이해받지 못한 가치, 잊힌 영예는 또 별개의 문제랍니다.(p311)'


2.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음악들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1797 ~ 1828) 사망 당시 그의 훌륭한 교향곡들은 미발표 상태였습니다. 슈베르트 본인은 자기 교향곡이 연주되는 것을 보는 기쁨을 누리지도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빈의 대학생들과 젊은 여공들은 슈베르트의 가곡을 즐겨 불렀죠. 그들이 프라터에서 종종 마주쳤던 가난뱅이 청년이 그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도, 그 청년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노래만 불렀던 것입니다.(p321)'



'정답은 구노(Charles-François Gounod, 1818 ~ 1893)에요. <파우스트>에서 병사들의 행진을 만든 구노... <라 페르방슈 La pervenche>! 할머니들의 사진첩 속에 고이 잠든 사랑스러운 음악이죠! 그 잠을 깨울 때의 감동이란!(p318)'



'황홀하네요. 고대 선법의 샘물을 마시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는 화성이랄까요... 에르네스트 쇼송(Ernest Chausson, 1855 ~ 1899)의 <헤베 Hebe>랍니다.(p319)'



'이건 유명한 작품이에요. 브람스(Johannes Brahms1833 ~ 1897)의 <바이올린, 호른, 피아노를 위한 3중주>아닙니까. 내 생각엔 조예가 그리 깊지 않은 음악 애호가도...(p320)'


3. <성냥팔이 소녀> : 우리는 음악가들이 느꼈던 것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음악가 또는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음악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해 봅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불을 켜고, 그 속에서 자신을 사랑해주던 유일한 사람인 할머니를 발견합니다.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싸늘하게 식은 소녀의 시체를 발견하지만, 결코 소녀가 바라본 것은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소녀는 다시 성냥불을 켰다. 그러자 주위가 환해지면서 불빛 속에 할머니가 나타났다. 할머니는 온화하고 다정한 얼굴로 서 계셨다... 소녀는 남아 있는 성냥 더미에 불을 붙였다. 할머니를 붙잡아 두고 싶었던 것이다. 성냥 더미에 불이 붙자 주위가 대낮보다 더 환해졌다. 할머니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거대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할머니는 소녀를 품에 안고 밝은 빛을 내며 지구 너머 먼 곳으로 아주 높이 올라갔다. 그곳에는 추위도 배고픔도 고통도 없었다.(p347)'


 '다음날 새벽, 어슴푸레한 빛을 받으며 길모퉁이에 한 가엾은 소녀가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뺨은 창백했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바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마지막 날 밤에 얼어죽은 소녀였다. 소녀는 타 버린 성냥다발을 손에 쥔 채 시체가 되어 꼼짝않고 앉아 있었다. "쯧쯧 몸을 녹이려고 했던 게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으나 소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p348)


 오전에 예술가의 고독(외로움)에 대해 이웃분이신 유레카님과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외로움 속에서 치열하게 아름다움(美)을 추구하는 예술가들. 성냥팔이 소녀처럼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음악가들)이 느낀 감정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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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2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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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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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5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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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여있는 은행잎과 열매, 그리고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는 해마다 작은 차이는 있지만,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 오네요. 계절 변화와 함께 이런 자연의 질서를  잘 나타내 주는 것 중 하나가 원소들의 '주기율표'라 생각합니다. 이번 페이퍼는 '화학'으로 시작해 봅니다...

 

1. 자연의 규칙성 : 주기율표

 

 

[그림] 주기율표( 출처 : http://bobos7777.tistory.com/21)

 

 우리는 자연을 이루는 모든 원소들을 정리한 '주기율표' 속에서 질서와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기율표 상의 일부 원소들은 발견 이전 부터 이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자연질서 내의 규칙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전자를 채워지는 순서가 주기율표의 모양을 결정한다. 처음 2개의 세로줄은 ’s’오비탈을 채우는 전자를 나타낸다. 다음 10개의 세로줄은 다섯 개의 ‘d’오비탈을 채우는 전자들이다. 마지막 6개의 세로줄은 세 개의 ‘p’오비탈을 채우는 전자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이지만 똑같이 중요한 14개의 희토류 금속은 일곱 개의 ‘f’ 오비탈을 채우는 전자들이다.(p12)’

 

원소가 118번에서 멈추는 큰 이유는 없다. 단지 원자번호 118번이 원소주기율표의 규칙적인 배열을 만족하는 마지막 원소일 뿐이다. 후에 더 높은 원자번호를 가진 원소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전체적으로 새로운 줄을 추가시킬만한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론적 계산으로는 원자번호 120(운비닐륨)122(운비비윰) 사이에 안전성의 섬(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마법수가 되어 긴 반감기를 가지는 원소)”이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p233)시어도어 그레이(Theodore Gray) 세상의 모든 원소 118 The Elements  

 

원소들을 합리적인 족()들로 배치시킨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19세기 고전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다. 그러나 20세기 초 원소들의 성질이 실제로는 이들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의 내부 구조가 가진 규칙성을 반영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원자론이 발전하면서 모든 화학적 성진들은 원자 구조 안에 들어 있는 양성자와 전자의 수에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 졌다. 따라서 원소들을 잘 정돈된 분자 배열로 그룹화할 수 있게 됐다.(p26)

 

2. 자연의 질서 : 대칭성

 

 대칭성 질서의 원리 Symmetry : The ordering principle」에서는 자연의 질석 속에 일정한 '규칙성'과 함께 '대칭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칭성을 통해 물리 세계의 법칙을 설명합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원리가 대칭성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칭성이 무수한 방식으로 자연의 구조에 관여한다는 것과 대칭성의 개념이 물리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또한 대칭성이 미적 차원을 가지며 가장 이해하기 힘든 개념인 미()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p60)데이비드 웨이드 대칭성 질서의 원리 Symmetry : The ordering principle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모든 자연이 '대칭성'을 가진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일치의 역설'을 통해 대칭성 안에서 비대칭이 '깨진 대칭'으로 표현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고대 그리스 신화(神話) 속에서 대칭이 깨져 비대칭의 상태에 놓였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최근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가운데 하나는 "깨진" 대칭성의 개념이 심오한 우주론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일들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어느 곳을 보더라도 대칭성에서 벗어난 정도뿐만 아니라 비대칭의 종류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p44)'

 

오래전 우리들의 본성은 바로 지금의 이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 다른 유의 것이었네. 우선 인간들의 성()이 셋이었네. 지금처럼 둘만, 즉 남성과 여성만 있는 게 아니라 이 둘을 함께 가진 셋째 성이 더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의 이름만 남아 있고 그것 자체는 사라져 버렸지. 그때는 남녀추니가 이름만이 아니라 형태상으로도 남성과 여성 둘 다를 함께 가진 하나의 성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의 이름이 비난하는 말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빼고는 남아 있지 않네.(189 : d ~ e)

 

3. 대칭의 파괴

 

그런데 그것들은 활력이 엄청났고 자신들에 대해 대단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신들을 공격하게 되었네... 그래서 제우스가 간신히 생각을 짜내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네. “어떻게 하면 인간들이 계속 살아 있으면서도 힘이 약해져서 방종을 멈추게 될 수 있을지 그 방도를 나는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그들 각각을 둘로 자르겠다. 그러면 한편으로는 그들이 약해지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수가 더 많아지게 되어 우리에게 더 쓸모 있게 될 것이다.(190 : b ~ d)’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7?)은 그의 작품  향연 Symposion」 속에서 팔다리가 각각 네 개씩이며, 남성과 여성을 모두 가진 자웅동체(雌雄同體)의 인간을 말하고 있습니다. 팔다리가 네 개씩이기 때문에 강력했던 그들은 신(神)에게 도전하게 되었고, 위협을 느낀 신은 그들을 둘로 쪼개 버리게 됩니다. 둘로 쪼개져 대칭이 파괴된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제 그들의 본성이 둘로 잘렸기 때문에 반쪽 각각은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그리워하면서 줄곧 만나려 들었네... 바로 그래서 그토록 오래 전부터 내내 서로에 대한 사랑이 인간들에게 나면서부터 들어 있게 되고, 그것은 옛 본성을 함께 모아 주며, 둘에서 하나를 만들어 내어 인간 본성을 치유하려 노력하네. 그러기에 우리 각자는 한 인간의 부절(符節)이네.(191 : a ~ d)플라톤(Platon) 향연 Symposion

 

 남녀(男女)가 갈라지는 비대칭의 상황에서, 우리는 본성적으로 우리의 잃어버린 반쪽을 그리워하게 된다고 플라톤은 말합니다. 인간 역시 자연의 부분이기에 '대칭'이라는 자연 질서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 생각되고, 이러한 감정은 특히 가을에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을을 타는 이유가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4. 가을 그리고 외로움

 

  

 

 결혼 전 유난히 가을을 많이 탔었던 기억이 납니다. 연애를 하더라도 거의 가을에 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바람이 차지는 가을은 특히 더 쌀쌀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몇 번의 만남과 그만큼의 헤어짐 속에서 힘들어 했던 기억이 가을 풍경 속에서 재생됩니다.

 

 세상이 모든 이별 노래 주인공이 제 자신이라고 느꼈던 그 시절, 가을 밤하늘에 뜬 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있는 그렇지만 아직 모르는)나와 앞으로 함께 할 사람도 어디선가 같은 별을 보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는 알지 못했던 그 사람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외로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풍이 물들어 가고 날이 추워지면서, 외로움 또한 점차 짙어지는 요즘입니다.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이라는 자연의 질서 처럼 지금 외로움 역시 주기율 표의 원소처럼 내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아직 찾지 못한 반쪽을 그리워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기에 아직 만나지 못한 그 사람 역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외로움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가을을 타기는 합니다만, 예전만큼은 아닌 것을 보면 불안감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는 것 또한 젊은 시절의 특권은 아닌가도 생각해 봅니다. 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했던 가요. 큰 불안감 속에서 크게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믿는 것 또한 외로움을 이기는 한 방편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이제 곧 11월 늦가을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마지막 10월의 주말 잘 보내세요.^^:

 

 PS. 예전에 밤늦게 쓴 연애편지를 낮에 읽어보고 상당히 민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밤에 취해 쓴 이번 페이퍼도 내일 오전에 읽으면 대략 난감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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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10-29 0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연과학이 참 감성적으로 다가옵니다. 좋은 글에 첫 좋아요를 누르는 영광을 차지했네요.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잘 보내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0-29 03:49   좋아요 2 | URL
^^: 캐모마일님께서도 늦게까지 안 주무셨군요. 마음 깊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캐모마일님 행복한 일요일 하루 보내세요!

2017-10-29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9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9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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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10-29 1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이네요..

HEDWIG
The Origin of Love 듣고 싶네요

나는 기억해 두 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겨울호랑이 2017-10-29 20:02   좋아요 2 | URL
^^: 가을 타는 이야기지요. ㅋ 시간이 흘러가니 감정의 기복도 많이 사라졌음을 느끼게 됩니다..^^:

2017-11-15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5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왕왕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회사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그렇겠지만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중요한 부분에서 발생했을 때, 그 타격은 상당히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오늘 회사에서 그런 타격을 받아 다소 씁쓸했습니다.^^: 가끔 이런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저는 

'칸나에 전투'를 떠올리곤 합니다...


 칸나이 전투는 제2차 포에니 전쟁 중인 BC 216에 이탈리아 중부 아프리아 지방의 칸나이 평원에서 로마군과 카르타고군 사이에 벌어진 전투이다. 이 전투에서 한니발이 지휘하는 카르타고군은 완벽한 포위 작전으로 로마군을 전멸시켜 현대에도 포위섬멸전의 교본으로 남아 각국 사관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사진] 칸나이 전투 당시 패주하는 로마기병과 로마보병 (출처 : 위키백과)


 칸나이 전투에서 로마가 당한 패배는 꽤 뼈아픈 것이었습니다. 몸젠(Christian Matthias Theodor Mommsen, 1817 ~ 1903)은 그의 저서 <몸젠의 로마사>에서 당시로마가 입었던 피해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군대가 적에게 이토록 적은 손실만 입힌 채, 전쟁에서 이처럼 완벽하게 전멸한 사례는 칸나이의 로마군이 유일할 것이다. 한니발은 6,000명이 채 못 되는 병력을 잃었지만, 그 가운데 2/3은 로마 군단의 첫 공격이 집중되었던 켈트족이었다. 반면 전선에 배치된 로마군 7만 6,000명에서, 집정관 루키우스 파울루스와 대리 집정관 그나이우스 세르빌리우스, 장교들의 2/3, 원로원 의원 80명을 포함한 시신 7만구가 전장을 덮었다. 집정관 마르쿠스 바로만 재빨리 판단해 베누시아로 말을 모아 목숨을 부지했다. 방어군 일부와 전선에 있던 병사 일부를 포함하여 겨우 몇 천 명이 카누시움으로 탈출했다. 실로 이 해에 로마의 종말이 결정되기라도 한 것처럼, 갈리아로 파견된 군단마저 칸나이 전투가 끝나기 직전에 켈트족의 매복 공격을 당하여, 다음해 집정관으로 지명된 사령관 루키우스 포스투미우스와 함께 궤멸되었다.(p187)... 그것이 꽃다운 병사들과 장교들, 전투력을 갖춘 전체 이탈리아 병사의 1/7이 쓰러진 칸나이 전투의 결과였다.(p194)' <몸젠의 로마사> 3권 : 이탈리아 통일에서 카르타고 복속까지


 그리고, 이러한 뼈아픈 패배를 겪은 로마인들을 뭉치게 만든 이는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Quintus Fabius Maximus, BC 275 ~ BC 203)이었습니다. 플루타르코스(Ploutarchos, BC 50? ~ BC 120 ?)는 그의 영웅전에서 파비우스가 킨나이 전투 이후 국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전투(칸나이 전투)가 있기 전까지는 그를 비난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파비우스 막시무스)에게 있으며, 로마를 구할 수 있는 것은 파비우스의 지략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위험이 닥쳐왔을 때에는 지나친 조심성과 겁내는 표정이었으나, 한결같이 좌절과 슬픔에 빠져 있는 지금은 태평한 모습과 온화한 음성으로 사석에서나 공적인 위령제에서 대중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한편, 원로원을 소집할 것을 권고하고, 국정을 책임진 사람에게는 새로운 용기를 심어줌으로써 오직 그만이 나라의 기둥이며 국가의 운명을 짊어질 이라는 믿음을 주었다.(p190)'<플루타크 영웅전> 1권 파비우스 막시무스


 금의 저와 차이가 있다면, 문제를 당면한 제가 파비우스 역할까지 해야한다는 점이겠군요. 파비우스의 모습을 보면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것을 바로 보는 용기를 얻곤 합니다. 언젠가, 같은 상황에서 마음 한편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호랑아, 넌 파비우스 같은 위인이 아니야. 너가 할 수 있을까?


 당시에 애써 생각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답이 바로 튀어나왔습니다.


 "응, 난 파비우스 같은 위인이 아니야. 하지만, 내가 겪고 있는 문제 역시 칸나이 전투의 패배만큼 아프진 않아."


 이번 회사에서의 일도 다소 실망스럽긴 합니다만,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받은 충격이 어지간히 크지 않고는 당시 로마인들의 충격보다 크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라 생각됩니다. 


 로마는 칸나이 전투를 계기로 당시 로마군의 약점인 기병 양성등 군제도(軍制度)를 정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후에 자마전투(BC 202)에서 한니발에게 복수하고, 이후 세계제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지금의 실망스러운 결과가 더 나은 삶으로 이끈다는 다소 진부한(?)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네요. 이웃분들 모두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저는 금요일에 다소 피곤했으니, 누구보다도 편하게 쉬어야겠습니다. ㅋ



PS. 파비우스 막시무스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으로 읽으셔야 찾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제가 가진 책은 1985년에 배재서관에서 나온 <플루타크 영웅전>인데 읽기에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1990년에 큰 호랑이가 되라고 선물해 주신 책이라 지금도 이 책으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체 언제 크려는지...) 예전 페이퍼에 올렸던 사진이지만, 다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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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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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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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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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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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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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8 0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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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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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8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어려움이 있으셨던 모양인데, 잘 이겨낼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매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시네요. 주말 편히 쉬고 재충전하여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7-10-28 12:15   좋아요 1 | URL
sprenown님 감사합니다. 가을 날이 좋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별이랑 2017-10-28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좋은 일은 또 다른 역사를 상기하며, 글을 읽고 삭여가는 겨울호랑이 님.
등뒤에 든든한 가족분들이 계셔서 다 잘 될거예요.
그나저나, 역시나 멋진 아버님 이시네요. 건강하시길....

겨울호랑이 2017-10-28 18:21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별이랑님. ^^: 삶이 생각대로만 되어간다면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가 또 알겠습니까. 더 좋은 일이 생길지..ㅋ 별이랑님 말씀처럼 좋은 일을 기대해 봅니다. 아버지 건강까지 염려해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별이랑님과 가족분들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17-10-31 1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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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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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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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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