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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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관하여 On Photography>는 수전 손택(Susan Sontag, 1933 ~ 2004)의 사진에 관한 에세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본문에 담긴 7편의 에세이의 내용 중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수전 손택의 사진관(寫眞觀)에 대해 살펴보자.


 1. 사진을 찍는다는 것


 수전 손택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 작가가 대상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며, 이를 통해 대상과 작가가 특정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라고 서술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존재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마치 상습적인 관음증 환자처럼 이 세계를 바라봄으로써 모든 사건의 의미를 대동소이하게 취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도 사건인데, 그것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절대적인 권리를 갖고 일으키는 사건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간섭하거나 침해할 수 있으며, 혹은 무시할 수도 있는 그런 권리를 갖고 말이다. 오늘날에는 카메라의 개입이 있어야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p29)'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대상 그 자체, (적어도 "멋진" 사진을 찍을 때까지라도) 지금 모습 그대로 변함 없이 존재하는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행위이며, 사진으로 찍어놓아야 할 만큼 그 피사체를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그 무엇인가(예컨대 남에게는 고통이나 불행이더라도 내게는 흥미로움을 주는 상황)와 공모하는 행위인 것이다.(p31)'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대상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아름다워질 수 없는 피사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피사체에 뭔가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사진 고유의 경향을 막아낼 방법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치 자체의 의미는 변할 수도 있다.(p54)'


 '오늘날은 향수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그리고 사진이 이 향수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애수가 깃들어 있는 예술, 황혼의 예술이다... 모든 사진은 메멘토 모리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또는 사물)의 죽음, 연약함, 무상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을 정확히 베어내 꽁꽁 얼려 놓는 식으로, 모든 사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증언해 준다.(p35)'


 관심있는 대상과 관계를 맺는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주체가 되는 '사진작가'와 대상인 '피사체'가 필요하며, 이들을 연관시키는 구체적인 도구인 '카메라'가 필요하다. 이들의 관계를 살펴보기 전에 '사진 Phtograpty'의 특성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사진을 찍는다'를 이해하는 것을  먼저 정리해 보자.


2. 사진의 특성


 사진은 필름을 넣은 사진기로 물체를 찍은 뒤에, 그 필름을 이용하여 특수한 종이에 재현한 영상이다. (출처 : 구글 국어사전) 사진이 '실재에 대한 증명'자료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진'이 객관적이며,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사진 자체가 현실을 담는다고 해도, 사진작가가 '의미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이를 사진에 담지 않는다면 그 현실은 사진으로 남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 속의 세계는 작가의 의식과 취향이 묻어나는 주관적인 세계다. 또한, 사진으로 남는 이미지는 '연속된 상황'에서의 한 순간이 아닌, 그 순간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도 사진과 현실의 세계는 같은 듯 다른 세계가 된다.


 '사진은 증명해 준다.(p20)... 회화나 산문을 통한 묘사가 세밀히 선택된 해석 이상이 될 수는 없는 반면, 사진은 세밀히 선택된 투명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사진이 진실하기 때문에 영향력 있고, 관심도 끌며, 매력적이라고 가정한다... 그렇지만, 사진작가가 제아무리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려 해도, 은밀히 작동하는 자신의 취향과 의식에서까지 벗어날 수는 없다.(p21)'


 '움직이는 이미지보다는 사진이 기억하기 훨씬 쉽다. 사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어느 한 순간을 깔끔하게 포착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흘려보내는 이미지는 신중히 선택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뒤의 이미지가 앞의 이미지를 곧장 지워버리곤 한다. 그러나 스틸 사진은 어떤 순간을 특권화해 놓은 것으로서, 그 순간을 계속 간직한 채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얇은 사물로 뒤바꿔 버린다.(p39)'


 '사진에게 진실인 것은 사진을 통해서 본 세계에서도 진실이다(p123)... 사진의 우발성은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다시 말해서, 사진으로 된 증거의 자의성은 현실이란 원래 분류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p125)'


 '사진은 실제와 가장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쉽다는 별로 좋을 것도 없는 명성을 얻고 있는 모방 예술이다. 사실, 사진은 유서 깊은 다른 예술이 경쟁에서 줄줄이 낙오되는 와중에서도 마치 초현실주의처럼 지난 1백여 년간 현대의 감수성을 장엄하게 장악해왔던 유일무이한 예술이다.(p87)'


3. '사진을 찍는다'의 주체 : 사진작가 


 사진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기준으로 현실을 해석하게 된다. 비록, 다른 예술 작품보다 사진작가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제한된 역할 속에서 은밀하게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게 된다.


[사진] 사진작가 (출처 : 스마트인컴)


 '사진작가는 사진이 어떻게 보여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선호하는 노출 방식이 있기 때문에, 피사체에 특정한 기준을 들이대기 마련이다. 카메라는 현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는 생각도 존재하지만, 사진도 회화나 데생처럼 이 세계를 해석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행위의 수동성(그리고 편재성), 바로 이것이야말로 사진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메세지"이자 사진이 드러내놓는 공격성이다.(p23)'


 '사진작가들의 말처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객관적 세계를 무한히 전유할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자 단 하나뿐인 자아의 유아론적일수밖에 없는 [자기]표현이다. 사진이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묘사한다면, 카메라는 그 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드러난 현실은 [카메라로 그 현실을 찍은] 개인의 기질을 보여준다. 현실의 어느 면을 잘라냈는지에 따라 기질이 드러나는 것이다.(p180)


 '우리는 사진에 찍힌 피사체를 잘 살펴봐야만, 사진작가가 [피사체 안에서] 매우 조심스레 존재감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진작가들이 각각 특정 피사체를 독점하지 않는 한) 뛰어난 사진작가의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데에 포토저널리즘이 성공한 이유가 있다. 사진은 개성있는 예술가의 의식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 세상을 보여주는 이미지(혹은 복제)로서 힘을 갖는다.(p194)'


 '사진은 그 어떤 이미지-체계가 누렸던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예전의 이미지-체계와는 달리 사진은 이미지 제작자에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지 제작과정을 준비하고 주도하는 데 사진작가가 제아무리 신중하게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 자체는 여전히 광학적, 화학적(혹은 전자공학적) 과정의 일종으로서 자동적으로 진행되며, 현실의 모습을 좀더 정확하게, 쓸모 있게 묘사하려면 불가피하게 기계의 힘을 빌려서 수정되어야 하는 과장인 것이다.(p225)'


4.  '사진을 찍는다'의 대상 : 피사체


  저 밖에 존재하는 세계와 피사체는 카메라를 통해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의미를 부여받는다. 비록, 현실과 사진 속의 세계와의 관계가 사진작가에 의해 맺어진 관계이기에 왜곡된 모습이지만, 바로 이러한 모습을 우리는 기대하고 사진의 매력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만, 이렇게 표현된 모습이 구체적인 (정치적인, 경제적인)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이념)가 그 안에 담겨 있을 때, 비로소 그 사진은 '사건'이 될 수 있다. 


[사진] 피사체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sung0908&logNo=50137211586&categoryNo=94&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사진은 필연적으로 현실과 모종의 거래를 한다. 이 세계는 "저밖에" 있기 때문에 카메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삶이나 사회의 특정한 순간을 정지시켜 놓은 사진이 일련의 과정, 예컨대 시간에 따라 흘러갈 수밖에 없는 삶이나 사회와 상반된 형태를 갖고 있듯이 말이다. 사진에 찍힌 세계는 늘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스틸 사진이 영화와 부정확한 관계를 맺듯이, 현실 세계와 부정확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삶에서는 모든 순간이 중요하거나, 빛을 발하거나, 영원히 고정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진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한다. 사진은 단 한 순간에 우리로 하여금 예술품을 감정하는 사람처럼 세계와 관계를 맺게 만들면서도 이 세계를 아무렇게나 받아들이게 만들이기에 우리를 매혹하며 사로잡는다.(p127)


 '사람들은 경험한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자꾸 축소하려 한다. 결국 오늘날에는 경험한다는 것이 그 경험을 사진을 찍는다는 것과 똑같아져 버렸고, 공개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그 행사를 사진으로 본다는 것과 점점 더 비슷해져 버렸다... 오늘날에는 모든 것들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서 존재하게 되었다.(p48)'


  '한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더라도, 정확히 말해서 사진으로 찍을 만한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인가가 되더라도, 그 사건을 사건으로 만들어 주는 결정적인 요소는 (가장 넓은 의미의) 이데올로기이다... 사진이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그에 상응하는 정치 의식이존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p41)'


5. '사진을 찍는다'의 도구 : 카메라


 '카메라는 (정밀 사진과 원격 탐사를 통해서) 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는 무엇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보는 행위를 부추기며, 보는 행위 자체를 변화시킨다.(p142)'


[사진] 카메라 (출처 : https://www.popco.net/zboard/view.php?id=ur_dica&no=10007)


6. 사진의 해석 : 이미지-체계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사용해서 '피사체'를 사진으로 옮긴 과정이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였다면, 이에 대한 해석은 감상자의 몫이 된다. 비록, 사진이 현실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사진에 대한 이해는 그 이면을 바라볼 수 있을 때부터 시작됨을 저자는 <사진에 관하여>에서 말하고 있다.


  '현실에 끊임없이 토를 다는 사진을 통해서 이 세상을 구매하게 되면 모든 것을 동질화시킬 수밖에 없으므로. 사진은 아름다운 형상을 드러낼 때 못지 않게 무엇인가를 보도할 때에도 변형된다. 사진은 인간의 물성 物性과 사물의 인성 人性을 들춰냄으로써 현실을 일종의 동어반복 같은 것으로 뒤바꿔 버린다.(p165)... 그렇지만 정작 사진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확인해줄 뿐... 사진의 힘은 우리로 하여금 [사진에 포착된] 어떤 한 순간, 그것도 시간의 정상적 흐름이 곧 제자리로 돌려놓을 순간을 마음껏 검토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데에 있다.(p166)'


  '카메라가 기록해 놓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상을 알게 되리라, 사진이 함축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해한다"는 것은 이와 정반대의 일이다. 이해라는 것은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보지 않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즉,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p47)'


 '사실상 사진의 힘은 이미지와 사물, 복제물과 원본과의 차이에 따라서 우리의 체험을 반영하기 위해서 현실을 점점 더 근사하지 않게 만드는 힘, 즉 플라톤의 철학을 소멸시키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진의 힘은 이미지에 대한 플라톤의 파괴적인 태도와 잘 어울린다. 플라톤은 이미지란 무상하며 별로 유익하지도 않으며, 비 非물직적이며 현실의 사물과 함께 존재하는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고 과소 평가했다.(p256)'


 <사진에 관하여>는 이처럼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와 이에 대한 해석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수전 손택은 여기 7편의 에세이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사진과 회화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20세기 복제 시대와 사진, 미국 문화와 사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에세이 속에서 우리는 여러 관점에서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다. 사진 전문 작가 뿐 아니라, 개인이 휴대한 스마트폰을 통해 이제는 '사진찍기'가 일상이 된 요즘 <사진에 관하여>는 사진에 관심있는 이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PS. <사진에 관하여> 속에서 우리는 수잔 손택의 후대 저서인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과 연계되는 구절을 만날 수 있다. 다음의 구절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타인의 고통>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고통을 받는다는 것과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본다고 해서 양심이나 인정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 한번 그런 이미지를 보게 되면 더 많은 이미지를 보려고 이곳저곳 두리번거리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를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드는 이미지, 우리를 완전히 마비시키는 그런 이미지를.(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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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6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6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6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11-08 1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강렬한 두 작품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 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작품으로 그 답을 보네요

겨울호랑이 2017-11-08 14:15   좋아요 2 | URL
^^: 부족한 글에 항상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프레이야 2018-01-03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멋진 리뷰를 이제 보네요.
늦었지만 당선 축하드려요.

겨울호랑이 2018-01-03 12: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프레이야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