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왕왕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회사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그렇겠지만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중요한 부분에서 발생했을 때, 그 타격은 상당히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오늘 회사에서 그런 타격을 받아 다소 씁쓸했습니다.^^: 가끔 이런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저는 

'칸나에 전투'를 떠올리곤 합니다...


 칸나이 전투는 제2차 포에니 전쟁 중인 BC 216에 이탈리아 중부 아프리아 지방의 칸나이 평원에서 로마군과 카르타고군 사이에 벌어진 전투이다. 이 전투에서 한니발이 지휘하는 카르타고군은 완벽한 포위 작전으로 로마군을 전멸시켜 현대에도 포위섬멸전의 교본으로 남아 각국 사관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사진] 칸나이 전투 당시 패주하는 로마기병과 로마보병 (출처 : 위키백과)


 칸나이 전투에서 로마가 당한 패배는 꽤 뼈아픈 것이었습니다. 몸젠(Christian Matthias Theodor Mommsen, 1817 ~ 1903)은 그의 저서 <몸젠의 로마사>에서 당시로마가 입었던 피해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군대가 적에게 이토록 적은 손실만 입힌 채, 전쟁에서 이처럼 완벽하게 전멸한 사례는 칸나이의 로마군이 유일할 것이다. 한니발은 6,000명이 채 못 되는 병력을 잃었지만, 그 가운데 2/3은 로마 군단의 첫 공격이 집중되었던 켈트족이었다. 반면 전선에 배치된 로마군 7만 6,000명에서, 집정관 루키우스 파울루스와 대리 집정관 그나이우스 세르빌리우스, 장교들의 2/3, 원로원 의원 80명을 포함한 시신 7만구가 전장을 덮었다. 집정관 마르쿠스 바로만 재빨리 판단해 베누시아로 말을 모아 목숨을 부지했다. 방어군 일부와 전선에 있던 병사 일부를 포함하여 겨우 몇 천 명이 카누시움으로 탈출했다. 실로 이 해에 로마의 종말이 결정되기라도 한 것처럼, 갈리아로 파견된 군단마저 칸나이 전투가 끝나기 직전에 켈트족의 매복 공격을 당하여, 다음해 집정관으로 지명된 사령관 루키우스 포스투미우스와 함께 궤멸되었다.(p187)... 그것이 꽃다운 병사들과 장교들, 전투력을 갖춘 전체 이탈리아 병사의 1/7이 쓰러진 칸나이 전투의 결과였다.(p194)' <몸젠의 로마사> 3권 : 이탈리아 통일에서 카르타고 복속까지


 그리고, 이러한 뼈아픈 패배를 겪은 로마인들을 뭉치게 만든 이는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Quintus Fabius Maximus, BC 275 ~ BC 203)이었습니다. 플루타르코스(Ploutarchos, BC 50? ~ BC 120 ?)는 그의 영웅전에서 파비우스가 킨나이 전투 이후 국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전투(칸나이 전투)가 있기 전까지는 그를 비난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파비우스 막시무스)에게 있으며, 로마를 구할 수 있는 것은 파비우스의 지략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위험이 닥쳐왔을 때에는 지나친 조심성과 겁내는 표정이었으나, 한결같이 좌절과 슬픔에 빠져 있는 지금은 태평한 모습과 온화한 음성으로 사석에서나 공적인 위령제에서 대중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한편, 원로원을 소집할 것을 권고하고, 국정을 책임진 사람에게는 새로운 용기를 심어줌으로써 오직 그만이 나라의 기둥이며 국가의 운명을 짊어질 이라는 믿음을 주었다.(p190)'<플루타크 영웅전> 1권 파비우스 막시무스


 금의 저와 차이가 있다면, 문제를 당면한 제가 파비우스 역할까지 해야한다는 점이겠군요. 파비우스의 모습을 보면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것을 바로 보는 용기를 얻곤 합니다. 언젠가, 같은 상황에서 마음 한편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호랑아, 넌 파비우스 같은 위인이 아니야. 너가 할 수 있을까?


 당시에 애써 생각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답이 바로 튀어나왔습니다.


 "응, 난 파비우스 같은 위인이 아니야. 하지만, 내가 겪고 있는 문제 역시 칸나이 전투의 패배만큼 아프진 않아."


 이번 회사에서의 일도 다소 실망스럽긴 합니다만,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받은 충격이 어지간히 크지 않고는 당시 로마인들의 충격보다 크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라 생각됩니다. 


 로마는 칸나이 전투를 계기로 당시 로마군의 약점인 기병 양성등 군제도(軍制度)를 정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후에 자마전투(BC 202)에서 한니발에게 복수하고, 이후 세계제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지금의 실망스러운 결과가 더 나은 삶으로 이끈다는 다소 진부한(?)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네요. 이웃분들 모두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저는 금요일에 다소 피곤했으니, 누구보다도 편하게 쉬어야겠습니다. ㅋ



PS. 파비우스 막시무스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으로 읽으셔야 찾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제가 가진 책은 1985년에 배재서관에서 나온 <플루타크 영웅전>인데 읽기에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1990년에 큰 호랑이가 되라고 선물해 주신 책이라 지금도 이 책으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체 언제 크려는지...) 예전 페이퍼에 올렸던 사진이지만, 다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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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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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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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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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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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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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8 0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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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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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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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8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어려움이 있으셨던 모양인데, 잘 이겨낼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매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시네요. 주말 편히 쉬고 재충전하여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7-10-28 12:15   좋아요 1 | URL
sprenown님 감사합니다. 가을 날이 좋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별이랑 2017-10-28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좋은 일은 또 다른 역사를 상기하며, 글을 읽고 삭여가는 겨울호랑이 님.
등뒤에 든든한 가족분들이 계셔서 다 잘 될거예요.
그나저나, 역시나 멋진 아버님 이시네요. 건강하시길....

겨울호랑이 2017-10-28 18:21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별이랑님. ^^: 삶이 생각대로만 되어간다면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가 또 알겠습니까. 더 좋은 일이 생길지..ㅋ 별이랑님 말씀처럼 좋은 일을 기대해 봅니다. 아버지 건강까지 염려해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별이랑님과 가족분들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17-10-31 1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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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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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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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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