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해받지 못한 가치, 잊힌 영예


 '수세기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의 비밀을 우연히 알아냈을 때의 심정보다 더 아름다운 감정이 있을까? (중략) 그러한 인물들 중 한 사람이 된다면 그거야말로 유일하게 가치 있는 명예다.(p310)'


 '정말로 재능 있는 예술가라면 생전에 소수의 팬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겠죠. 하지만 순전히 물질적인 요소가 작품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해요... 이처럼 천재성이 깃든 작품일지라도 그 작품의 운명은 작품을 담고 있는 사물의 수명과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작품들은 그 저자들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소실되었죠. 그런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보물의 수수께끼를 두고 왈가왈부해봤자 소용없어요. 이해받지 못한 가치, 잊힌 영예는 또 별개의 문제랍니다.(p311)'


2.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음악들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1797 ~ 1828) 사망 당시 그의 훌륭한 교향곡들은 미발표 상태였습니다. 슈베르트 본인은 자기 교향곡이 연주되는 것을 보는 기쁨을 누리지도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빈의 대학생들과 젊은 여공들은 슈베르트의 가곡을 즐겨 불렀죠. 그들이 프라터에서 종종 마주쳤던 가난뱅이 청년이 그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도, 그 청년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노래만 불렀던 것입니다.(p321)'



'정답은 구노(Charles-François Gounod, 1818 ~ 1893)에요. <파우스트>에서 병사들의 행진을 만든 구노... <라 페르방슈 La pervenche>! 할머니들의 사진첩 속에 고이 잠든 사랑스러운 음악이죠! 그 잠을 깨울 때의 감동이란!(p318)'



'황홀하네요. 고대 선법의 샘물을 마시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는 화성이랄까요... 에르네스트 쇼송(Ernest Chausson, 1855 ~ 1899)의 <헤베 Hebe>랍니다.(p319)'



'이건 유명한 작품이에요. 브람스(Johannes Brahms1833 ~ 1897)의 <바이올린, 호른, 피아노를 위한 3중주>아닙니까. 내 생각엔 조예가 그리 깊지 않은 음악 애호가도...(p320)'


3. <성냥팔이 소녀> : 우리는 음악가들이 느꼈던 것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음악가 또는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음악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해 봅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불을 켜고, 그 속에서 자신을 사랑해주던 유일한 사람인 할머니를 발견합니다.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싸늘하게 식은 소녀의 시체를 발견하지만, 결코 소녀가 바라본 것은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소녀는 다시 성냥불을 켰다. 그러자 주위가 환해지면서 불빛 속에 할머니가 나타났다. 할머니는 온화하고 다정한 얼굴로 서 계셨다... 소녀는 남아 있는 성냥 더미에 불을 붙였다. 할머니를 붙잡아 두고 싶었던 것이다. 성냥 더미에 불이 붙자 주위가 대낮보다 더 환해졌다. 할머니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거대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할머니는 소녀를 품에 안고 밝은 빛을 내며 지구 너머 먼 곳으로 아주 높이 올라갔다. 그곳에는 추위도 배고픔도 고통도 없었다.(p347)'


 '다음날 새벽, 어슴푸레한 빛을 받으며 길모퉁이에 한 가엾은 소녀가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뺨은 창백했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바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마지막 날 밤에 얼어죽은 소녀였다. 소녀는 타 버린 성냥다발을 손에 쥔 채 시체가 되어 꼼짝않고 앉아 있었다. "쯧쯧 몸을 녹이려고 했던 게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으나 소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p348)


 오전에 예술가의 고독(외로움)에 대해 이웃분이신 유레카님과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외로움 속에서 치열하게 아름다움(美)을 추구하는 예술가들. 성냥팔이 소녀처럼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음악가들)이 느낀 감정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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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2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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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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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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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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