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가장자리 레이첼 카슨 전집 3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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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가장자리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다. 여기는 지상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파도가 육지에 부딪치며 거세게 부서지는 왁자한 곳, 조수가 뭍을 향해 밀려들었다 물러나고 또다시 밀려드는 곳이다. 해안은 이틀 연속 정확하게 똑같은 경우가 없다. 밀물과 썰물은 자신의 영원한 리듬 속에서 밀려들었다 빠져나가기를 되풀이한다. 해수면 자체도 결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바다의 가장자리는 언제나 종잡을 수 없고 뭐라 설명하기 힘든 영역으로 남아 있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25


 레이첼 카슨 (Rachel Carson, 1907~1964)의 <바다의 가장자리 The Edge of the Sea>는 바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를 통해 바다를 주제로 한 한 편의 서사시가 마무리된다. 먼저 <바닷바람을 맞으며>에서는 갈매기, 거북 등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는 바다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크고 작은 물리적 힘 파도, 조류, 조석 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바다의 가장자리>는 생명과 바다가 만나는 곳, 연안을 배경으로 해안과 해안에 서식하는 플랑크톤, 갑각류 등의 생명을 주제로 한다.


 우리가 해안에서 저조선까지 내려간다는 것은 지구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세계로, 즉 땅과 물이라는 요소가 처음 만났던 장소, 타협과 갈등과 끊임없는 변화가 한꺼번에 아우성치는 장소로 접어드는 것이다. 살아 있는 우리 생명체에게는 이곳이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생명체'라고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모종의 존재들이 최초로 얕은 바닷물 속을 떠돌아 다니던 곳이기 때문이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머리말, p211


 가장 강인하고 적응력 있는 생물만이 이 변화무쌍한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고조선과 저조선 사이 지대, 즉 조간대(潮間帶)는 온갖 동식물의 보고다. 이 복잡한 해안 세계에서 생명체는 가능한 거의 모든 틈새에 비집고 들어앉음으로써 엄청난 강인함과 생존력을 과시한다... 해안은 장구한 세계다. 육지와 바다가 존재해온 시기만큼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이곳 해안도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안은 끊임없는 창조와 끈질긴 삶의 본능에 관한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26 


 <바다의 가장자리>에서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와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여러 생명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그려지는 중간중간 저자는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목소리를 전해준다. 


 본시 시간과 공간은 지극히 상대적이라 이와 같은 마법적인 때와 장소가 불현듯 불러일으킨 통찰 속에서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과 기억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체가 등장하고 진화하고 소멸해가는 모든 다양한 징후 속에는 생명의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 장엄한 아름다움의 바탕이 바로 생명의 의미와 중요성이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33 


 생명의 의미와 중요성. 그것은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고향 바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햇볕이 닿지 않는 어두컴컴한 바다 밑에서도, 파도가 넘실대는 대양 한 복판에서도, 끊임없이 육지에서 밀려내려오는 흙과 바다로부터 몰려오는 파도가 만나는 해안에서도 여러 형태의 삶의 모습이 펼쳐진다.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개체로서 살아가고, 종족으로서 번성하기 위한 생명의 약동. 엘랑 비탈(elan Vital). 레이첼 카슨의 바다 3부작은 고요해 보이는 바다 속에서 들리지 않은 수많은 음파가 감지되듯,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움직임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주며 바다의 활기와 소중함을 알려주는 의미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해류가 자기 경로를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한 어떤 특정 생명체가 영역을 넗혀가고, 결국 새로운 영역을 차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생명의 중압감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남고, 여정을 이어가고, 번식하고 하는 강렬하고 맹목적이고 무의식적인 의지 말이다. 광대한 이동에 참여하고 있는 동물 대다수가 실패할 운명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생명의 신비 가운데 하나다. 수십억 마리의 생명체가 실패하고 단 몇 마리만 성공할 때 그 수많은 실패로 인해 비로소 성공이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 또한 신비롭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251



작은 만을 굽어보는 동안 나는 해안이라는 이 가장자리 세계에서 육지와 바다가 서로 소통하고 있으며, 바다 생명체와 육지 생명체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과거를, 그리고 그날 아침 바닷물이 새의 발자취를 말끔히 씻어낸 것처럼 전에 이뤄진 많은 것을 지우면서 시간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P32

조개, 게, 갯지렁이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삶을 살아가는 동물 공동체의 일원이다. 게와 갯지렁이는 적극적인 포식자, 즉 육식동물이다. 조개, 홍합, 따개비는 플랑크톤을 먹고 살며, 매번 밀려드는 조수가 먹이를 날라주므로 같은 자리에 붙박여 생활한다. - P122

달빛이 은백색으로 흐릿하게 비치는 연안해의 해수면 아래에서는, 그리고 고요한 밤 해안 쪽으로 흐르는 조수 아래에서는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이 산호초를 뒤덮는다. 수십억 마리의 산호충은 재빠른 신진대사를 통해 갑각류의 조직, 고둥의 유생, 작은 갯지렁이 따위를 제 몸에 필요한 물질로 전환하는 식으로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는다. 이에 따라 산호 역시 성장하고 번식하고 발달한다. 작은 산호충들이 저마다 자신의 석회질 공간을 산호초에 덧붙이는 것이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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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도에는 사가기록화의 주제가 모두 담겨 있다. 사가기록화는 시대를 거듭하며 양반 사대부 개인의 이력을 기념하고 집안의 명예를 높이는 수단으로 발전하였다. 과거 급제를 추억하는 방회도나 회방연도, 유수나 관찰사 등의 지방 수령 행차, 장수를 축원하는 경수연(회갑연), 가정 화목과 집안 번창의 상징인 회혼례 등 사가기록화가 함의하고 있는 길상과 염원이 평생도 안에서 종합적으로 시각화되어 있다. 사가기록화를 통해 축적된 여러 양상이 양반 사대부들이 열망하는 인생 행로를 시각화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여기에 18세기 이후 병풍화의 유행이 평생도 병풍이라는 한국 고유의 형식을 성립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존중되는 이념이나 가치관은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그와 상관없이 숭상된 덕목은 높은 연치, 즉 장수였음을 사가기록화와 평생도는 시사하고 있다. 지위가 높은 사람, 노인, 덕이 있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면 현덕의 소유자로서 높은 지위에 올라 국가를 태평하게 다스릴 수 있다는 인식을 평생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27 그중에서도 노인은, 사회적으로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따랐지만, 연치가 높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오래 살아야만 그 모든 복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9세기에는 장수하는 조신을 우대하는 조정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더욱 강해짐에 따라 왕은 회갑, 회혼, 회방을 맞은 대신 정원용과 그 자손들에게 최고의 은택을 베풀었고 기념일마다 어필도 하사하였다. 고종은 정원용이 벼슬살이를 시작한 지 70년이 되는 1871년에는 장손 정범조鄭範朝, 1833~1898에게 가선대부의 품계를 내려주고 90세가 된 해에도 내외손을 초사에 등용하고 옷감과 음식을 예외적으로 후하게 보냈다. 이처럼 국가에서 장수한 대신들의 기념일에 왕이 직접 의례에 친림하여 축하하고 자손들까지도 우대하는 것은 수를 누리는 인물을 조신으로 두는 것 자체를 국가의 경사이자 길조로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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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바다 레이첼 카슨 전집 2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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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는 우리를 온통 둘러싸고 있다. 육지 간 교역은 반드시 바다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육지 위에 부는 바람조차 드넓은 바다가 키운 것으로, 끊임없이 바다로 되돌아가려 한다. 대륙 자체도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 그렇게 침식한 대지는 작은 입자로 바다에 가라앉는다. 바다에서 비롯된 비는 강을 타고 다시 바다로 흘러든다. 신비로운 과거에 바다는 모든 흐릿한 생명의 기원을 감싸고 있었으며, 마침내 수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스러져간 뭇 생명의 잔해를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영원히 흐르는 시간의 강처럼 종국에는 처음이자 끝인 바다로, 대양의 강인 오케아노스로 돌아간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313


 레이첼 카슨 (Rachel Carson, 1907~1964)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 The Sea Around Us>에서 바다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전작인 <바다의 가장자리>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생명들의 이야기라면, 이 책에서는 터전이 주인공이다.


 바다가 다시 따뜻해지자 빙하는 녹으면서 퇴각했고, 다시 한 번 따뜻한 물에 사는 글로비게리나 종이 바다를 누비게 되었다. 녀석들은 생명이 다하자 물 밑으로 서서히 가라앉아 또 하나의 '글로비게리나 연니' 층을 형성했다. 이번에는 그 연니층이 방하에서 유래한 진흙과 자갈 위에 깔렸다. 이렇게 해서 따뜻하고 온화한 시대의 기록이 퇴적물에 남았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142


 저자는 본문을 통해 바다를 둘러싼 수많은 요인들과 그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대해 말한다. 육지에서 흘러나오는 토사는 해안선의 모양을 바꾸고, 유기물들은 대륙붕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에게 풍부한 영양원이 된다. 그렇지만, 흘러나온 흙과 유기물이 육지와 인접한 해안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바다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은 해류(海流)라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해류 간의 온도 차이는 종의 다양성을 가져온다.


 훔볼트 해류의 차가운 초록색 물과 적도의 푸른 바닷물이 만나면 거센 파도와 포말의 띠가 생기는데, 이는 바닷속 깊이 숨어 흐르는 물 덩어리들이 서로 맞부딪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반대 상향으로 흐르는 물 덩어리들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것이야말로 바다가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현상 중 하나다(p222)... 일상적으로 대살육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작은 물고기는 무척추동물을 잡아먹거나 플랑크톤을 걸러 먹었고, 오징어는 여러 크기의 물고기를 추격해 잡아먹었다. 지느러미고래는 그 오징어를 늘어지게 포식했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4


 해류가 바다를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힘이라면, 태양과 달이 만들어내는 수직적 힘은 조석(潮汐) 차이를 만들어 내며 성장과 번식에 기여한다. 아니, 그보다는 바다를 둘러싼 거대한 흐름에 맞춰 적응해 온 것이 생명의 역사라고 보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조석은 놀라운 역설을 한 가지 드러낸다. 조석을 일으키는 것은 지구 밖에 존재하는 우주적 힘인데, 이 힘은 지구의 모든 부분에 고르게 작용하는 것 같지만 실상 특정 장소의 조석은 저마다 고유하며 거리가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도 놀라우리만큼 큰 차이가 난다... 조석의 특성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국지적 지형이다. 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태양이나 달 같은 천체의 인력이지만, 그 물이 어떻게, 얼마나 멀리, 얼마나 강력하게 상승하느냐는 해저의 기울기, 해협의 깊이, 만 어귀의 너비 같은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34


 조석이 인간뿐 아니라 바다 생명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각지에서 관찰할 수 있다. 굴, 홍합, 따개비 같은 수많은 고착 동물은 직접 사냥을 할 수 없으므로 먹이를 실어다주는 조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생활을 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흥미로운 적응 기제는 바로 번식 주기가 달의 위상이나 조석의 단계와 일치하게끔 작동하는 특정 바다 동물한테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의 대부분 열대 바다에서는 작은 갯지렁이의 산란 활동이 주석 주기에 정확하게 맞춰져 있어 녀석들을 관찰하기만 해도 지금이 몇 월인지, 며칠인지, 심지어 몇 시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46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통해 거대한 순환과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삶의 터전으로서 바다를 내내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바다와 바다 생물들 안에서 일어나는 먹고 먹히는 관계도 하나의 조화로운 질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면.


 안타깝게도 인간은 해양 섬과 관련해 파괴자로서 암울한 기록을 남겼다. 인간이 섬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그곳은 여지없이 재앙에 가까운 변화를 겪었다. 인간은 삼림을 베어내고 개간하고 불태우는 식으로 환경을 파괴했다. 또 우연한 동반자인 훙악한 쥐들도 함께 들여왔다. 그리고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식물뿐 아니라 염소, 돼지, 소, 개, 고양이, 그 밖의 외래 동물을 섬에 잔뜩 부려놓았다. 애초 섬에 살고 있던 생물 종에게는 차례차례 어두운 멸종의 밤이 다가왔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159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통해 파괴자인 인간이 이제는 오래 전 떠나온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식이 아닌 바다의 질서에 녹아들었을 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바다에 대한 경제적 가치만을 계산하며, 먼 해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듯 타자화 하지 않고, 바다를 삶의 보금자리로 생각하며 인간의 질서를 강요하지 않을 때 비로소 바다는 우리 인류의 진정한 고향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인간 역시 바다로 돌아갈 나름의 방법을 강구했다. 우리는 해안가에 서 있노라면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품은 채 바다를 바라본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제 혈통을 깨닫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수 세기에 걸쳐 온갖 기술과 독창성을 발휘하고 정신적 추론 능력을 동원해 바다를 가장 깊은 부분까지 탐사하고 조사해왔다. 육체적으로는 물개나 고래처럼 바다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상상 속에서나마 바다로 회귀하길 바란것이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53


 인간은 오로지 어머니 바다의 방식에 맞추어야만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인간은 크고 작은 도시처럼 자신이 만들어낸 인공 세계에서는 더러 지구 행성의 진정한 본성을 까먹기도 하고, 인간 종이라는 존재가 지상에 머문 시간이 지구 전체 역사를 통틀어볼 때 오직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긴 안목에서 제대로 조망하지도 못한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54


 어제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와 관련한 옆 테이블에서 나눈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지금 방류해도 5년이나 10년 뒤에 올텐데 무슨 걱정이냐는. 적어도 그분께서는 핵폐수가 불안하다는 인식은 가진 분이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5년과 10년은 우리의 미래가 아닌가. 그분께서는 10년까지 살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후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리뷰의 마지막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해류(海流)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본다. 세계의 바다는 해류로 연결되고 우리의 바다다. 그리고, 이제 핵폐수 위험은 우리의 위험이자 세계의 위험이 되었다...


 태평양의 북적도 해류는 서쪽으로 흐르는 세계 최장의 해류로, 파나마에서 필리핀제도까지 장장 1만 4400킬로미터를 진행하는 동안 방향을 틀게 만드는 요소를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는다. 그러다 필리핀제도에서 섬이라는 복병을 만나면 대부분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거기서부터 태평양판 멕시코 만류라고 할 수 있는 일본 해류가 된다. 일본 해류(쿠로시오 해류)는 동아시아 앞바다의 대륙붕을 따라 북쪽으로 휘어지다 오호츠크해와 베링해에서 쏟아져 나온 차가운 물 덩어리(오야시오 해류)와 합류해 서서히 대륙에서 멀어져간다. 미국 쪽으로 흘러가는 일본 해류는 거대한 북태평향 소용돌이의 북쪽 벽을 형성한다. 일본 해류는 캘리포니아 남부 앞바다에서 다시 북적도 해류와 합류한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0


 해류의 원천에 관한 우리의 지식에 비춰 보건대 심해의 무척추동물이나 어류 같은 종을 남아프리카 연안이나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일부 수집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띤다.... 전적으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혹은 남극에 속해 있는 바닷물이란 있을 수 없다. 지금 버지니아 해변이나 라호이아에서 유쾌하게 부서지는 파도는 몇 년 전 남극의 빙산 기슭을 찰싹이거나 지중해의 햇빛 아래 반짝이고 있다가 보이지 않는 깊은 물길을 따라 오늘 내 눈앞에 당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깊이 숨어 흐르는 해루 덕분에 모든 바다는 진정으로 한 몸이 된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9


바다 전체로 볼 때,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흐르고 해가 가는 것은 바다의 광대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요, 변치 않는 바다의 영원함에 비춰보면 그 의미가 퇴색한다. 그러나 표층수는 다르다. 바다의 얼굴은 항시 변화한다. 해수면이 표정과 분위기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여러 가지 색깔과 빛 그리고 움직이는 그림자가 그 위에 어른거리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해거름 녘이면 신비로운 기운을 자아낸다. - P71

빙상이 두꺼워지고 겨울마다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계속 쌓이면, 이는 거기에 상응하는 만큼 해수면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비나 눈처럼 지표면에 떨어지는 물기는 바다라는 저수지에서 직간접적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대개 이처럼 바닷물이 소실되는 현상은 일시적이라 빗물의 유수, 눈의 해동 같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 - P173

오늘날 우리는 놀라운 기후 교차를 목격하고 있는데, 오토 페테르손의 이론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북극 기후는 1900년경부터 뚜렷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런 현상은 1930년 경에 부쩍 두드러졌으며 아북극과 온대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이다. 가장 추운 세계의 맨 꼭대기 지역이 점차 따뜻해지고 있는 것이다. 북극 지방의 기온이 높아지는 경향은 북대성양과 북극해를 항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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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08-31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다야 너무 미안해..

겨울호랑이 2023-08-31 22:12   좋아요 2 | URL
ㅜㅜ... 이번 일을 계기로 바다 뿐 아니라 환경오염 전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부터 많은 반성을 하게 되네요...

얄라알라 2023-09-01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그래서 레이첼 카슨의 책을 올려주신 거군요...

겨울호랑이 2023-09-01 09:55   좋아요 1 | URL
그렇다기보다 이번 핵폐수 투기 사태를 보면서 제가 레이첼 카슨의 바다 3부작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무거워진 마음에 작은 위안을 받고 싶은 그런 부분이 큰 것 같아요...
 

소피스트 철학은 이를 구축한 여러 철학자들의 단순한 총합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소피스트 철학은 최소한 세 종류의 구체적인 이론적 토대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존재와 사유와 언어(한때 엘레아학파가 하나의 철학으로 통일했던 요소들) 사이에 존재하던 끈끈한 구속력을 완전히 분해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이 바로 담론의 중요성과 자율성뿐만 아니라 담론의 변증법적, 심리학적, 미학적 기능을 결정적으로 부각시킨 가장 우선적인 원인이었다.

소피스트들은 아울러 인간과 인간이 당면한 현실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시했다. 그들은 인간이 현실을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든 현실을 그것에 대한 앎과 해석과 활용에 굴복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마지막 특징은 소피스트들이 처음으로 추상적인 정치학 개념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스로의 무지에 대한 이해는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철학의 선결 조건 중 하나다. 모든 형태의 욕망은 욕망하는 대상의 부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 자신이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유일한 분야는 그가 앞을 내다볼 줄 알았던 여인 디오티마Diotima로부터 배운 ‘사랑에 관한 것들’이다.

질문과 짧은 답변으로 이루어지는 소크라테스의 대화 방식을 플라톤은 난제aporia를 통한 방식, 즉 납득이 가는 전제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도출해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을 일반적으로는 ‘엘렌코스elenchos’, 즉 ‘논박’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제어’, ‘입증’, ‘확인’ 등을 뜻한다.

소크라테스의 방법론이 가지는 궁극적인 목적은 가장 선호할 만한 탐구 대상인 ‘덕목’을 이해하는 일이다.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에서는 글을 읽고 쓰는 방법과 수학, 그리고 체력 단련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었지만 선한 행동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과목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지키지 못할 경우 어떤 처벌이 뒤따르는지 아는 정도가 전부였다. 고대 그리스에는 도덕적 가르침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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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폐기물 처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토대였던 가정 중 일부가 턱없이 부정확했음이 연구 결과 드러났다. 실제로 그간 핵폐기물 처리는 우리 지식이 그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속도를 훨씬 더 앞질러 이뤄졌다. 일단 처리하고 나중에 조사하자는 식이야말로 재앙을 부르는 안일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바다에 투기한 방사성 원소는 회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저지른 잘못은 영영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머리말, p17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 The Sea around us>를 읽던 중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와 관련하여 1961년판 저자의 머리말을 옮겨본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60여년 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마치 일본의 투기와 미국의 방관을 그리고 우리 정부의 협조를 비판하는 듯한 내용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울림이 크다.


 핵폐기물을 버리거나 혹은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하도록 허가하는 미국 원자력위원회(Atomic Energy Commission)의 한 관계자는 공식석상에서 "그 용기들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동안 애초의 안전성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실토했다. 이미 바다에 버린 온갖 용기, 그리고 원자과학의 실용성이 점차 커감에 따라 앞으로 버려질 용기에 담긴 내용물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은 오로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제는 핵폐기물의 쓰레기장 구실을 하는 강에서도 오염된 지표수가 바다로 흘러드는 데다 원자폭탄 실험으로 발생한 방사능 낙진도 대부분 광대한 바다 표층에 내려앉고 있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머리말, p15


 누군가는 핵폐수가 안전하며, 이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것은 괴담 유포라고 비난한다. 그렇지만, 60여년 전에도 지금도 무단투기의 결과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인간의 한 세대보다 훨씬 더 긴 반감기를 갖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불확실성은 알 수 없기에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적으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결론이야말로 교조주의적인 주장이 아닐까.


  규제 당국이야 안전하다고 큰소리치지만, 이 모든 관행은 매우 불완전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해양학자들은 깊은 바다로 흘러든 방사능 원소가 결국에 가서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그저 막연하게 추측만 할 따름"이라고 말한다(p15)... 심해의 난류(亂流), 바닷속에서 여러 방향으로 겹겹이 흐르는 광대한 하류의 수평적 흐름, 해저 바닥의 광물질을 싣고 심층에서 위로 용승(湧昇)하는 물줄기, 그와 반대로 아래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표층수......  이 모든 과정이 어우러져 바닷물은 엄청난 규모로 뒤섞이며, 그 결과 방사능 오염물질이 바다 전체에 골고루 퍼진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머리말, p16


 레이첼 카슨은 방사성 오염물질이 바다에 투기되었을 때 수산물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기준치 180배에 달하는 세슘우럭이 의미하는 바도, 그리고 그 세슘우럭이 가까운 일본에 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도 저자는 상세하게 설명한다. 해류에 의한 핵폐수의 위험이 닥치기 전에 수산물에 의한 우리 건강은 이미 위협받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게 미치는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해양 동물이 방사능 동위원소를 체내에 축적하고 분배하는 현상이 한층 더 심각한 문제다. 바닷속에 사는 동식물은 방사성 화학 물질을 섭취해 체내에 농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구체적 과정에 관한 정보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바다의 작은 생명체는 바닷물에 있는 무기물을 섭취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무기물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방사능 동위원소가 주위에 있을 경우 이를 대신 사용한다. 그로 인해 바닷물 농도의 무려 100만 배에 달하는 방사능 동위원소를 체내에 축적하는 일도 더러 생긴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머리말, p16


 앞서 말했듯 레이첼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머릿말은 1960년대 초반에 쓰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이상 지난 시점에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은 주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바다의 시간은 인간의 기준으로 재어질 수 없다는 것과 우리는 바다로 인해 연결되어 있다는 것. 레이첼 카슨은 여러 곳에서 인류와 환경에 닥친 미래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개인적으로는 카슨의 예언이 트로이의 카산드라(Cassandra) 예언처럼 사람들에게 믿어지지 않는 그러나 반드시 실현되는 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침묵의 봄>에서 보여준 저자의 통찰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우리의 불안도 커지게 될 것이라는 불안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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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8-30 14:1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오염수 투기에 어떻게 보수.진보가 나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해양 생물들이 처한 상황이 가장 가슴아프고 국가가 저지르는 불법을 무력하게 지켜봐야하는 개인들의 절망감, 불필요한 서로간의 다툼이 슬프네요.

2023-08-30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3-08-30 14: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사안들이야말로 더 장기적이고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죠.
오염수는 희석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되는 것이다는 말이 있더군요. 한국이 그토록 우습게 여기는 중국조차 후대세대 생존의 문제라고 접근하는데, 우리는 당장의 수산물 소비에 모든 촛점이 맞춰지고 있네요.

겨울호랑이 2023-08-30 14:53   좋아요 6 | URL
정치가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정치적 사안에 대해 개인의 이익과 연관지어 판단하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개인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야 할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는 분명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오염수 배출에 대한 대응이 미국-일본의 고립화 전략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물론, 복잡한 국제 관계에 있어 여러 변수 중 하나겠습니다만, 적어도 현재 중국의 대처가 보다 대의명분과 상식에 부합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 나라는 대의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치고 있다는 현실이 참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