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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바다 ㅣ 레이첼 카슨 전집 2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1월
평점 :
바다는 우리를 온통 둘러싸고 있다. 육지 간 교역은 반드시 바다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육지 위에 부는 바람조차 드넓은 바다가 키운 것으로, 끊임없이 바다로 되돌아가려 한다. 대륙 자체도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 그렇게 침식한 대지는 작은 입자로 바다에 가라앉는다. 바다에서 비롯된 비는 강을 타고 다시 바다로 흘러든다. 신비로운 과거에 바다는 모든 흐릿한 생명의 기원을 감싸고 있었으며, 마침내 수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스러져간 뭇 생명의 잔해를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영원히 흐르는 시간의 강처럼 종국에는 처음이자 끝인 바다로, 대양의 강인 오케아노스로 돌아간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313
레이첼 카슨 (Rachel Carson, 1907~1964)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 The Sea Around Us>에서 바다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전작인 <바다의 가장자리>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생명들의 이야기라면, 이 책에서는 터전이 주인공이다.
바다가 다시 따뜻해지자 빙하는 녹으면서 퇴각했고, 다시 한 번 따뜻한 물에 사는 글로비게리나 종이 바다를 누비게 되었다. 녀석들은 생명이 다하자 물 밑으로 서서히 가라앉아 또 하나의 '글로비게리나 연니' 층을 형성했다. 이번에는 그 연니층이 방하에서 유래한 진흙과 자갈 위에 깔렸다. 이렇게 해서 따뜻하고 온화한 시대의 기록이 퇴적물에 남았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142
저자는 본문을 통해 바다를 둘러싼 수많은 요인들과 그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대해 말한다. 육지에서 흘러나오는 토사는 해안선의 모양을 바꾸고, 유기물들은 대륙붕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에게 풍부한 영양원이 된다. 그렇지만, 흘러나온 흙과 유기물이 육지와 인접한 해안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바다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은 해류(海流)라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해류 간의 온도 차이는 종의 다양성을 가져온다.
훔볼트 해류의 차가운 초록색 물과 적도의 푸른 바닷물이 만나면 거센 파도와 포말의 띠가 생기는데, 이는 바닷속 깊이 숨어 흐르는 물 덩어리들이 서로 맞부딪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반대 상향으로 흐르는 물 덩어리들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것이야말로 바다가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현상 중 하나다(p222)... 일상적으로 대살육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작은 물고기는 무척추동물을 잡아먹거나 플랑크톤을 걸러 먹었고, 오징어는 여러 크기의 물고기를 추격해 잡아먹었다. 지느러미고래는 그 오징어를 늘어지게 포식했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4
해류가 바다를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힘이라면, 태양과 달이 만들어내는 수직적 힘은 조석(潮汐) 차이를 만들어 내며 성장과 번식에 기여한다. 아니, 그보다는 바다를 둘러싼 거대한 흐름에 맞춰 적응해 온 것이 생명의 역사라고 보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조석은 놀라운 역설을 한 가지 드러낸다. 조석을 일으키는 것은 지구 밖에 존재하는 우주적 힘인데, 이 힘은 지구의 모든 부분에 고르게 작용하는 것 같지만 실상 특정 장소의 조석은 저마다 고유하며 거리가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도 놀라우리만큼 큰 차이가 난다... 조석의 특성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국지적 지형이다. 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태양이나 달 같은 천체의 인력이지만, 그 물이 어떻게, 얼마나 멀리, 얼마나 강력하게 상승하느냐는 해저의 기울기, 해협의 깊이, 만 어귀의 너비 같은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34
조석이 인간뿐 아니라 바다 생명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각지에서 관찰할 수 있다. 굴, 홍합, 따개비 같은 수많은 고착 동물은 직접 사냥을 할 수 없으므로 먹이를 실어다주는 조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생활을 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흥미로운 적응 기제는 바로 번식 주기가 달의 위상이나 조석의 단계와 일치하게끔 작동하는 특정 바다 동물한테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의 대부분 열대 바다에서는 작은 갯지렁이의 산란 활동이 주석 주기에 정확하게 맞춰져 있어 녀석들을 관찰하기만 해도 지금이 몇 월인지, 며칠인지, 심지어 몇 시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46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통해 거대한 순환과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삶의 터전으로서 바다를 내내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바다와 바다 생물들 안에서 일어나는 먹고 먹히는 관계도 하나의 조화로운 질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면.
안타깝게도 인간은 해양 섬과 관련해 파괴자로서 암울한 기록을 남겼다. 인간이 섬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그곳은 여지없이 재앙에 가까운 변화를 겪었다. 인간은 삼림을 베어내고 개간하고 불태우는 식으로 환경을 파괴했다. 또 우연한 동반자인 훙악한 쥐들도 함께 들여왔다. 그리고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식물뿐 아니라 염소, 돼지, 소, 개, 고양이, 그 밖의 외래 동물을 섬에 잔뜩 부려놓았다. 애초 섬에 살고 있던 생물 종에게는 차례차례 어두운 멸종의 밤이 다가왔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159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통해 파괴자인 인간이 이제는 오래 전 떠나온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식이 아닌 바다의 질서에 녹아들었을 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바다에 대한 경제적 가치만을 계산하며, 먼 해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듯 타자화 하지 않고, 바다를 삶의 보금자리로 생각하며 인간의 질서를 강요하지 않을 때 비로소 바다는 우리 인류의 진정한 고향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인간 역시 바다로 돌아갈 나름의 방법을 강구했다. 우리는 해안가에 서 있노라면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품은 채 바다를 바라본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제 혈통을 깨닫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수 세기에 걸쳐 온갖 기술과 독창성을 발휘하고 정신적 추론 능력을 동원해 바다를 가장 깊은 부분까지 탐사하고 조사해왔다. 육체적으로는 물개나 고래처럼 바다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상상 속에서나마 바다로 회귀하길 바란것이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53
인간은 오로지 어머니 바다의 방식에 맞추어야만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인간은 크고 작은 도시처럼 자신이 만들어낸 인공 세계에서는 더러 지구 행성의 진정한 본성을 까먹기도 하고, 인간 종이라는 존재가 지상에 머문 시간이 지구 전체 역사를 통틀어볼 때 오직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긴 안목에서 제대로 조망하지도 못한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54
어제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와 관련한 옆 테이블에서 나눈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지금 방류해도 5년이나 10년 뒤에 올텐데 무슨 걱정이냐는. 적어도 그분께서는 핵폐수가 불안하다는 인식은 가진 분이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5년과 10년은 우리의 미래가 아닌가. 그분께서는 10년까지 살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후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리뷰의 마지막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해류(海流)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본다. 세계의 바다는 해류로 연결되고 우리의 바다다. 그리고, 이제 핵폐수 위험은 우리의 위험이자 세계의 위험이 되었다...
태평양의 북적도 해류는 서쪽으로 흐르는 세계 최장의 해류로, 파나마에서 필리핀제도까지 장장 1만 4400킬로미터를 진행하는 동안 방향을 틀게 만드는 요소를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는다. 그러다 필리핀제도에서 섬이라는 복병을 만나면 대부분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거기서부터 태평양판 멕시코 만류라고 할 수 있는 일본 해류가 된다. 일본 해류(쿠로시오 해류)는 동아시아 앞바다의 대륙붕을 따라 북쪽으로 휘어지다 오호츠크해와 베링해에서 쏟아져 나온 차가운 물 덩어리(오야시오 해류)와 합류해 서서히 대륙에서 멀어져간다. 미국 쪽으로 흘러가는 일본 해류는 거대한 북태평향 소용돌이의 북쪽 벽을 형성한다. 일본 해류는 캘리포니아 남부 앞바다에서 다시 북적도 해류와 합류한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0
해류의 원천에 관한 우리의 지식에 비춰 보건대 심해의 무척추동물이나 어류 같은 종을 남아프리카 연안이나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일부 수집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띤다.... 전적으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혹은 남극에 속해 있는 바닷물이란 있을 수 없다. 지금 버지니아 해변이나 라호이아에서 유쾌하게 부서지는 파도는 몇 년 전 남극의 빙산 기슭을 찰싹이거나 지중해의 햇빛 아래 반짝이고 있다가 보이지 않는 깊은 물길을 따라 오늘 내 눈앞에 당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깊이 숨어 흐르는 해루 덕분에 모든 바다는 진정으로 한 몸이 된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9
바다 전체로 볼 때,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흐르고 해가 가는 것은 바다의 광대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요, 변치 않는 바다의 영원함에 비춰보면 그 의미가 퇴색한다. 그러나 표층수는 다르다. 바다의 얼굴은 항시 변화한다. 해수면이 표정과 분위기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여러 가지 색깔과 빛 그리고 움직이는 그림자가 그 위에 어른거리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해거름 녘이면 신비로운 기운을 자아낸다. - P71
빙상이 두꺼워지고 겨울마다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계속 쌓이면, 이는 거기에 상응하는 만큼 해수면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비나 눈처럼 지표면에 떨어지는 물기는 바다라는 저수지에서 직간접적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대개 이처럼 바닷물이 소실되는 현상은 일시적이라 빗물의 유수, 눈의 해동 같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 - P173
오늘날 우리는 놀라운 기후 교차를 목격하고 있는데, 오토 페테르손의 이론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북극 기후는 1900년경부터 뚜렷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런 현상은 1930년 경에 부쩍 두드러졌으며 아북극과 온대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이다. 가장 추운 세계의 맨 꼭대기 지역이 점차 따뜻해지고 있는 것이다. 북극 지방의 기온이 높아지는 경향은 북대성양과 북극해를 항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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