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가장자리 레이첼 카슨 전집 3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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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가장자리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다. 여기는 지상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파도가 육지에 부딪치며 거세게 부서지는 왁자한 곳, 조수가 뭍을 향해 밀려들었다 물러나고 또다시 밀려드는 곳이다. 해안은 이틀 연속 정확하게 똑같은 경우가 없다. 밀물과 썰물은 자신의 영원한 리듬 속에서 밀려들었다 빠져나가기를 되풀이한다. 해수면 자체도 결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바다의 가장자리는 언제나 종잡을 수 없고 뭐라 설명하기 힘든 영역으로 남아 있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25


 레이첼 카슨 (Rachel Carson, 1907~1964)의 <바다의 가장자리 The Edge of the Sea>는 바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를 통해 바다를 주제로 한 한 편의 서사시가 마무리된다. 먼저 <바닷바람을 맞으며>에서는 갈매기, 거북 등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는 바다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크고 작은 물리적 힘 파도, 조류, 조석 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바다의 가장자리>는 생명과 바다가 만나는 곳, 연안을 배경으로 해안과 해안에 서식하는 플랑크톤, 갑각류 등의 생명을 주제로 한다.


 우리가 해안에서 저조선까지 내려간다는 것은 지구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세계로, 즉 땅과 물이라는 요소가 처음 만났던 장소, 타협과 갈등과 끊임없는 변화가 한꺼번에 아우성치는 장소로 접어드는 것이다. 살아 있는 우리 생명체에게는 이곳이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생명체'라고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모종의 존재들이 최초로 얕은 바닷물 속을 떠돌아 다니던 곳이기 때문이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머리말, p211


 가장 강인하고 적응력 있는 생물만이 이 변화무쌍한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고조선과 저조선 사이 지대, 즉 조간대(潮間帶)는 온갖 동식물의 보고다. 이 복잡한 해안 세계에서 생명체는 가능한 거의 모든 틈새에 비집고 들어앉음으로써 엄청난 강인함과 생존력을 과시한다... 해안은 장구한 세계다. 육지와 바다가 존재해온 시기만큼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이곳 해안도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안은 끊임없는 창조와 끈질긴 삶의 본능에 관한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26 


 <바다의 가장자리>에서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와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여러 생명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그려지는 중간중간 저자는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목소리를 전해준다. 


 본시 시간과 공간은 지극히 상대적이라 이와 같은 마법적인 때와 장소가 불현듯 불러일으킨 통찰 속에서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과 기억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체가 등장하고 진화하고 소멸해가는 모든 다양한 징후 속에는 생명의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 장엄한 아름다움의 바탕이 바로 생명의 의미와 중요성이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33 


 생명의 의미와 중요성. 그것은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고향 바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햇볕이 닿지 않는 어두컴컴한 바다 밑에서도, 파도가 넘실대는 대양 한 복판에서도, 끊임없이 육지에서 밀려내려오는 흙과 바다로부터 몰려오는 파도가 만나는 해안에서도 여러 형태의 삶의 모습이 펼쳐진다.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개체로서 살아가고, 종족으로서 번성하기 위한 생명의 약동. 엘랑 비탈(elan Vital). 레이첼 카슨의 바다 3부작은 고요해 보이는 바다 속에서 들리지 않은 수많은 음파가 감지되듯,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움직임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주며 바다의 활기와 소중함을 알려주는 의미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해류가 자기 경로를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한 어떤 특정 생명체가 영역을 넗혀가고, 결국 새로운 영역을 차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생명의 중압감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남고, 여정을 이어가고, 번식하고 하는 강렬하고 맹목적이고 무의식적인 의지 말이다. 광대한 이동에 참여하고 있는 동물 대다수가 실패할 운명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생명의 신비 가운데 하나다. 수십억 마리의 생명체가 실패하고 단 몇 마리만 성공할 때 그 수많은 실패로 인해 비로소 성공이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 또한 신비롭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251



작은 만을 굽어보는 동안 나는 해안이라는 이 가장자리 세계에서 육지와 바다가 서로 소통하고 있으며, 바다 생명체와 육지 생명체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과거를, 그리고 그날 아침 바닷물이 새의 발자취를 말끔히 씻어낸 것처럼 전에 이뤄진 많은 것을 지우면서 시간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P32

조개, 게, 갯지렁이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삶을 살아가는 동물 공동체의 일원이다. 게와 갯지렁이는 적극적인 포식자, 즉 육식동물이다. 조개, 홍합, 따개비는 플랑크톤을 먹고 살며, 매번 밀려드는 조수가 먹이를 날라주므로 같은 자리에 붙박여 생활한다. - P122

달빛이 은백색으로 흐릿하게 비치는 연안해의 해수면 아래에서는, 그리고 고요한 밤 해안 쪽으로 흐르는 조수 아래에서는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이 산호초를 뒤덮는다. 수십억 마리의 산호충은 재빠른 신진대사를 통해 갑각류의 조직, 고둥의 유생, 작은 갯지렁이 따위를 제 몸에 필요한 물질로 전환하는 식으로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는다. 이에 따라 산호 역시 성장하고 번식하고 발달한다. 작은 산호충들이 저마다 자신의 석회질 공간을 산호초에 덧붙이는 것이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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