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어린왕자
장 피에르 다비트 지음, 김정란 옮김 / 이레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금발머리를 가진 어떤 사내아이 하나가

 당신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어 보인다면,

 그리고 말을 건네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아이가 누군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면, 제게 친절을 베풀어 주십시오.

 날 이토록 슬픔에 잠겨 있게 내버려 두지 마시고

 그 아이가 돌아왔다고 편지를 써서 알려 주십시오...>


여우와의 대화에 워낙 주옥 같은 글들이 쓰여있다 보니 어린 왕자가 사막에 쓰러져 별로 돌아가고 난 후, 쌩텍쥐베리가 그를 다시 만나고픈 마음에 책 말미에 절절하게 쓴 이 편지를 잊고 산다. 어린 왕자만 남고 작가는 사라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소설의 형태일 수도 있지만 어린 왕자의 소식만 기다리는 쌩텍쥐베리 입장에서는 가슴이 타 들어갈 일이다. 가슴 떨리며 몰래 남겨둔 연서를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으니 말이다. 


이 책은 책 말미의 편지를 포착한 작가가 어느 섬에서 어린 왕자를 만나고 그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편지의 형태를 빌려 전개하고 있다. 답장은 어린 왕자의 별 B612에 우연히 도착한 써커스단에서 탈출한 호랑이로부터 시작된다. 호랑이로부터 양을 보호하기 위해 호랑이 사냥꾼을 찾기 위한 양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지구에 도착하기 전 여러 행성을 전전한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지구별 인간 군상들을 만나고, 드디어 작가를 만나게 되는 여정을 그린다. 어린 왕자의 플롯을 그대로 빌려와 사용하고 곳곳에 오마주 형태의 글이 숨어있어 점잖은 패러디 혹은 답장을 모방한 표절 아니야 할 수도 있겠지만, 답장을 받은 쌩텍쥐베리가 '이건 어린 왕자가 아니야' 라고 말할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그토록 바라던, 아무 말 없이 미소를 머금은 금발머리 소년의 소식을 전해주는 친절을 베풀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당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답장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또 다른 편지인 셈이다. 어여 우편함을 뒤져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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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이양贵阳에서 탄 야간 버스가 8시간을 달려 꾸이린桂林에 도착한 것은 새벽녘이었다. 꾸이린은 '桂林山水甲天下꾸이린산수이쨔텐샤(꾸이린의 풍경이 천하 제일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도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카르스트 지형의 영향으로 둥글둥글하고 나지막한 산들이 작은 어깨를 맞대어 있는 모습이 정겹다. 개인적으로 중국하면 떠오르는 가장 중국다운 풍경으로 여기는데 아마도 무협지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런 꾸이린의 풍경중에서도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버스로 시간 반을 더 달려 도착하는 양수오阳朔라는 지역이 손꼽힌다. 대나무 땟목을 타고 강을 내려오며 천천히 바라보는 풍경은 압권이다. 리강漓江을 따라 땟목을 타거나 강변을 산보하는 것은 한 폭의 수묵화 속을 유영하는 느낌이었다.

<둥글둥글하고 나지막하게 어깨를 맞댄 산들이 이어진다. 수묵화처럼 여백이 느껴진다>


저녁 나절 강가에서 늙은 뱃사공을 만났다. 대나무 땟목을 타고 천천히 강을 거슬러 올라오던 그는 마침 해 지는 강가에 앉아 있던 나에게 다가왔다. 양수오의 풍경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가마우지 낚시를 보여주겠노라고 제안했다. 해 저문 이후라 잠시 망설이다 좁다란 땟목에 올라탔다. 다시 강을 거슬러 힘겹게 한참을 지나 강변에 위치한 어느 배 옆에 멈추었다. 그 배 위에는 나무집이 올려져 있었고 그 곳에서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듯 했다. 저녁 식사 중이었는지 숟가락을 입에 문 아이가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뒤로 백열등의 붉은 기운이 창문을 통해 번져 나오고 있었다. 석양이 마지막 긴 꼬리를 감춰버린 어두운 강가에 창문에서 작게 번지던 불그스름한 기운이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옆으로 타고 온 땟목과 유사한 형태의 땟목이 두 대 가량 메여 있었고 주위에 가마우지 몇 마리가 자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려 선상가족의 뱃사공과 강으로 다시 나갔다. 낚시용 땟목은 강을 거슬러 온 땟목에 비해 좀 더 넓었고 후미에는 모터가 장착되어 있었다. 가운데에는 물고기를 담을 커다란 둥근 통이 놓여져 있었고 그 중간에 뱃사공이 서서 삿대를 저었다. 선수에는 집어등 역할을 하는 백열등이 'ㄱ'자 형태로 높다란 장대에 매달려 밝게 빛나고 있었고 그 집열등 아래에 목욕탕 의자를 펼치고 내가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아귀의 주둥이에 해당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셈이었다. 둥근 대나무가 이어진 위에 의자를 펼쳐야 해서 수평을 잡기가 쉽지 않아 낚시하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대여섯 마리의 가마우지들은 땟목 곳곳에 자리를 잡고 꽥꽥거리고 있었고 낚시 지점에 도착해서야 사공의 삿대에 떠밀려 물로 잠수하였다.

<당시에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는 카메라여서 다 흔들렸다>


보통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가마우지의 목에 줄을 묶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줄이 묶여져 있지 않았다. 원래 그러한 것인지, 이 지역만의 특성인지, 아니면 이 사공만의 배려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줄이 묶여져 있지 않으니 물고기의 크기에 따라 가마우지들의 행동 양식이 바뀌었는데 그 모습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먼저 작은 물고기를 잡았을 때 가마우지들은 배로 다가오지 않는다. 물 위로 떠올라 그 자리에서 가볍게 울대를 움직여 꿀꺽 삼켜버린다. 맛을 음미하는지 잠시 물 위에 둥둥 떠서 노닐다 노동을 재촉하는 뱃사공의 삿대가 다가오고 나서야 다시 물로 자맥질해 들어간다. 뱃사공 또한 작은 물고기에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큰 물고기를 잡았을 때는 주변이 온통 떠들썩해진다. 입 안 가득 담고도 모자라 몸통의 절반 정도가 입 밖으로 나와 버둥거리는 물고기를 물고 표면으로 튀어 나온다. 월척을 알리는 신호인지 다른 때에 비해 유독 시끄럽게 꽥꽥 소리를 내는데 그 순간 주변에 잠수 중이던 다른 놈들까지 몰려와 합창으로 떠들어 댄다. 개선 장군의 후광 효과를 노리는 것인지, 상금 쟁탈전을 치르려는 것인지, 주인공을 중심으로 몰려드는데 별다른 소요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 전자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배 위로 올라온 주인공은 쥴리메 컵을 들어 올리던 펠레처럼 의기양양하게 잠시 두리번거리다 커다란 통에 물고기를 뱉어내고 잠시 숨을 고르는데 월척에 대한 보상인지 사공도 잠시의 휴식 시간을 허락한다. 주변에 몰려들었던 추종자들도 배에 오르려다 삿대에 쫓기어 다시 자맥질 하는데 그걸 바라보는 월척 사냥꾼의 눈빛이 거만하다. 그도 잠시 후 삿대에 떠밀려 다시 자맥질한다. 

<월척을 잡은 애들만이 잠시의 휴식시간이 허락된다. 노동은 가혹하다>


어중간한 크기의 물고기를 잡았을 때는 야밤의 살풍경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보통 가마우지는 땟목의 집어등을 기준으로 주변을 돌며 자맥질을 하는데 넘어갈 듯 말 듯한 물고기를 문 가마우지는 순간 땟목으로부터 달아난다. 그 순간을 포착하기 어렵지 않은 것은 눈치 없는 주변의 추종자들도 그 뒤를 무리 지어 따르기 때문이다. 사공이 후미의 모터를 켜는 것이 이 순간이다. 한 손으로 모터를 조정하고 한 손으로 삿대를 들어 올려 도망자 가마우지가 숨을 쉬러 나오는 포인트를 사전에 명확히 선점한다. 강물은 맑고 집어등이 밝아 한 밤에도 물 속을 유영하는 가마우지의 날쌘 몸놀림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이리 저리 방향을 트는 가마우지보다 쫓아가는 사공의 실력이 한 수 위다. 물 위로 나오는 지점에 삿대가 먼저 자리 잡아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몇 차례 타이밍을 놏쳐 버린 가마우지는 잠시 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긴 탄식을 쏟아내며 배로 다가온다. 나무통에 물고기를 뱉어내고 애처로이 사공을 바라보는 가마우지에게 이번에는 괘씸죄가 적용되어 휴식 시간의 보장도 없이 삿대에 떠밀러 다시 물 속으로 자맥질한다. 


자맥질에 지친 가마우지와 돌아오는 길, 땟목에 올라타 숨을 고르는 그들을 바라보다 문득 욕망은 인간이나 가마우지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당할 수 있는 욕망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가늠하기 힘든 욕망이 다가올 때이다. 욕망은 절대 불가능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목울대를 넘어갈 듯 부드럽고 젠틀하게, 손만 뻗치고 조금만 노력하면 잡힐 듯 가깝고 친밀하게, 하지만 그건 허상이고 미끼다. 욕망은 허상을 삼키며 그 크기를 키운다. 미늘에 꿰여 끌러갈 때에야 비로소 욕망은 아프고 허탈하다. 삼킬 수 없이 커져버린 욕망 앞에서는 오히려 가마우지가 현명하다. 인간은 이룰 수 없는 욕망 앞에서 좌절하지만 가마우지는 포기할 줄 아는 현명함을 가졌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땟목 위에 엎드린 그들을 보니 놀고 먹는 놈이 뭘 보냐며 다시 꽥꽥거린다. 

<낚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멀리 양수오 시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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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22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떨방이 없느 카메라라고 하시니 오래전에 찍으신 사진이신가 보네요.그나저나 댜큐에세 본 가마우지 낚시는 다시 봐도 신기하긴 한데 너무 동물학대인 것 같아서 보기 안쓰럽네요.

잉크냄새 2025-10-22 18:27   좋아요 0 | URL
네, 십 년 조금 넘었네요. 특히 야밤에 흔들리는 작은 배 위라 더 심했던 것 같아요.

가마우지가 가축의 범주에 속할진 않겠지만 수 만년 동안 인간에게 길들여진 가축의 운명이 서글프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뚜렷한 방향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생명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 밖에...

2025-10-26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26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26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26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5-10-30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수묵화네요. ˝저녁 식사 중이었는지 숟가락을 입에 문 아이가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뒤로 백열등의 붉은 기운이 창문을 통해 번져 나오고 있었다. 석양이 마지막 긴 꼬리를 감춰버린 어두운 강가에 창문에서 작게 번지던 불그스름한 기운이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멋진 문장입니다.

잉크냄새 2025-10-30 19:34   좋아요 0 | URL
네, 여행을 하다 보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모습들이 있어요. 이 모습도 여행지의 멋진 풍경 못지 않게 기억 속에 남아있던 따뜻한 풍경입니다.
양수오의 풍경은 좀 더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면 진짜 멋진 수묵화의 한 장면처럼 붓이 이리저리 지나간 느낌이 들곤 합니다.
 

유리잔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한순간의 소리를 1분, 한 시간, 하루 또는 1년으로 늘려놓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본다. 소리의 총량은 그대로지만 시간이 늘어남으로써 그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 된다. 우리는 그것을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로 인식하지 못한다. 유리잔 스스로도 자신의 몸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하필이면 깨지는 유리잔에 비유하고 싶지는 않지만, 삶은 이처럼 느리게 진행되는 사건의 과정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청년은 노인이 되고 기억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우리는 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연장된 사건의 미세한 파편들로 이루어진 안개 속에 있다. 예감은 어긋나고, 하나의 사건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종결된 뒤에야 비로소 그것이 무슨 일이었는지 안다. 그제야 뒤늦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세월의 덧없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우리가 삶이라는 사건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연장된 시간 때문이다. 수만 분의 1초로 분할된 느린 화면이 아니라면, 우리의 삶은 유리잔처럼 순식간에 부서져버릴 것이다. -p51~52- 유리잔


파트리크 쥐스킨트에 따르면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고 한다. 계열 필수인 물리학이 F 학점인 스스로도 영 믿음이 가진 않지만 윗 문단에서 독서 건망증에 대한 합리적 변명과 상대성 이론을 함께 읽어냈다. 그러니까 삶에서 유리잔이 쉽게 깨지지 않는 것은 유리잔이 부딪히고 균열이 가고 산산조각이 나도록 늘어나는 그 시간 동안을 우리가 기어코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깨어져 나가는 시간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 당장 삶을 살아가지 않으면 유리잔이 깨지는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시간을 늘여놓은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느끼고 바라보며 살아가는 삶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냥 삶이 수동태냐 능동태냐의 차이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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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5-10-13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어나서 죽음으로 가는 우리는 늘 오늘이라는 시간의 늘어남 속에서 있는 거였네요.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주위의 모든 것이 시간에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시간은 빠른 것이 아니였네요. ㅎㅎ

잉크냄새 2025-10-13 21:16   좋아요 1 | URL
시간의 늘어남을 오늘에 대입해보니 과거-현재-미래가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이 더 확실하게 다가옵니다. 매듭짓지 못하면 불안에 빠지는 인간의 심리가 하나의 연장선을 과거-현재-미래 라는 단락으로 구분해 버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25-10-18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제가 그래서 자신이 늙었다는 걸 모르고 아이처럼 살고 있나봅니다.ㅎㅎㅎ

잉크냄새 2025-10-19 10:45   좋아요 1 | URL
앗, 이것은 철부지에 대한 엄청 철학적인 변명거리가 될 것 같네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25-10-19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과 관련된 위의 글을 읽으니 - 5년, 10년이란 시간은 아주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주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게 신기하다는 평소 생각이 떠오릅니다. 시간에는 인간이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있는 듯합니다.^^

잉크냄새 2025-10-20 19:21   좋아요 1 | URL
심리적 시간은 개인적 편차가 크다 보니 다 다를 수 있겠네요. 일직선의 인간 생을 년으로 분류하는 것은 반복되지 않고 이어지는 끝없는 삶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이루어진 행위라는 설도 있더군요.
 


평생토록 잊히지 않는 영화의 어떤 장면들이 있다. <대탈주>에서 스티브 맥퀸이 오토바이를 타고 철조망을 뛰어 넘는 장면이라든지, 감옥을 탈출한 후 쏟아지는 비를 두 팔을 벌려 맞는 <쇼생크 탈출> 팀 로빈스의 클로즈 업 장면이 그러하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뛰어 나오며 총을 쏘는 두 남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나는 <내일을 향해 쏴라>가 또한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그들 중 한 분이 오늘 세상을 떠났다. 어떤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누군가가 이렇게 떠나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세상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명화극장, 토요명화의 단골이었던 그가 한 동안 잊고 있던 기억 저편의 추억을 어루만지고 떠나간다. 폴 뉴먼과 함께 <스팅>,<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명콤비를 이룬 그는 저 먼 곳에서 낡은 영사기 속 그들 젊은 날의 모습을 보며 웃고 있지 않을까. 로버트 레드포드.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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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9-1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내일을 향해 쏴라>의 마지막 장면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스팅>도요^^

잉크냄새 2025-09-18 22:37   좋아요 1 | URL
저 마지막 장면과 폴 뉴먼의 자전거 타는 장면이 가장 멋진 장면이었죠.

마힐 2025-09-17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렇게도 유명한 <내일을 향해 쏴라>는 보지 못했지만, 잉크냄새님의 글을 유추해 보면 이소룡의 <정무문>이 떠오르네요. 정무문의 마지막 엔딩 장면, 일본 군경들의 총탄을 향해 괴함을 지르며 날아차기를 하는 이소룡의 장면도 제게는 충격적이었거든요. 아마 이소룡이 <내일을 향해 쏴라>를 오마주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ㅎㅎ

잉크냄새 2025-09-18 22:40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정무문>이 72년이고 <내일을 향해 쏴라> 가 69년이니 시기상으로도 설명이 되네요. 생각지 못했는데 오마주....라고 하시니 와우....감탄이 절로 나오는 장면입니다.

카스피 2025-09-18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로버트 레드포드가 오늘 돌아가셨네요.로버트 레드포드가 과거 미국을 대표하는 배우였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나이가 89세로 많으실 줄은 몰랐네요.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잉크냄새 2025-09-18 22:42   좋아요 0 | URL
전형적인 미국 백인 배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해리슨 포드처럼 말년까지 꾸준히 활동하시지 않았는지 이렇게 부고를 통해서야 알게 되네요.

바람돌이 2025-09-18 2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 남아있는 장면입니다. 저 영화 봤을 때가 너무 어릴 때라 왜 해피엔딩이 아니냐며 엉엉 울었다는.... 인상적이고 슬픈 장면이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어졌던 로버트 레드포드 굿바이!!!

잉크냄새 2025-09-18 22:45   좋아요 1 | URL
전 슬픔보다는 어떤 족쇄로부터의 해방감 비슷한 걸 느낀 것 같아요. 페이퍼에 적은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다들 뭔가로부터 탈출하는 장면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네요. ㅎㅎ

바람돌이 2025-09-18 22:54   좋아요 1 | URL
어 그걸 느낄 수 있었다니 멋진데요. 저는 그냥 주인공이 왜 죽어하면서 통곡하는 꼬꼬마... ㅎㅎ

잉크냄새 2025-09-18 23:04   좋아요 1 | URL
아마 기억의 왜곡일지도 몰라요. 어릴 때는 그냥 슬프고 괜히 멋진 장면인데, 철 들고 나서 그런 의미를 기억에 덮어씌워 버린 것이겠죠. ㅎㅎ

icaru 2025-09-18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오늘 라디오에서 바바라스트라이샌드가 부르는 영화 추억의 주제가가 나오더라고요 가을이라선가 그랬는데.. 그 이유가 아하 이제야

잉크냄새 2025-09-18 22:48   좋아요 1 | URL
the way we were...노래를 전부는 모르지만 저 가사가 나오는 부분만큼은 저절로 따라부르게 되는 명곡이죠. ㅎㅎ 제가 아는 가사의 전부이지만 그 선율만큼은 평생토록 각인되어 있을 듯 해요.

transient-guest 2025-10-18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아주 재밌게 봤죠. 폴 뉴먼도 그렇고 레드토드도 그렇고. 이 안 좋은 시대가 싫어져서 떠나버린 것만 같아 우울했습니다

잉크냄새 2025-10-19 10:48   좋아요 1 | URL
<또람뿌를 향해 쏴라>의 마지막 오마주랄까요.ㅎㅎ
 

뭄바이에서 테러가 터졌다. 수 많은 사상자를 낸 테러의 다음 목적지로 델리가 지목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델리 입국 칠일 전이었다. 당시 첫 배낭 여행에 대한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인도방랑기' 라는 다음 카페에 가입해 여행 정보를 얻고 있었다. 인도는 남미와 더불어 배낭 여행 최악의 난이도로 쌍벽을 이루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여행자가 여성인 인도 여행의 특성상 청일점이었던 난 일정과 루트가 비슷한 많은 이들에게 동행을 요청 받아 놓은 상태였다. 그들 모두가 여행을 취소했다. 미안함을 표시하는 그들의 쪽지가 왠지 명복을 빌어주는 쪽지 같았다. 하루 정도 고민했다. 배낭 여행을 위해 회사를 퇴사하고 잡은 일정이었다. 테러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냥 내가 부정당해 버린다는 기분에 화가 났다. 그냥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왠지 어줍잖은 비장함도 가슴 한 켠에 자리한 듯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여행 전날 카페 글을 확인하다 도움 요청글 하나를 보았다. 델리에 있는 '서울 식당'에서 급하게 핸드캐리를 요청한 사항이었다. 댓가는 하루 숙박과 아침밥 제공이었다. 출국하는 날 공항에서 식당 여주인을 만나니 고추장 등속이 담긴 라면 박스 하나를 넘겨줬다. 뒤돌아서던 그녀는 내 짐을 힐끗 보더니 배낭은 들고 타고 고추장 박스 하나를 더 전달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번잡함을 싫어하던 내 성격이 배낭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인데 보부상 개나리 봇짐 정도의 짐을 메고 있었다. 더구나 배낭 유명 브랜드인 columbia는 침낭이 배낭 위에 묶이는 구조인데 반하여 국산 travel mate는 침낭이 배낭 아래에 메여지는 구조였다. 그리하여 이 개나리 봇짐처럼 아래로 푹 꺼진 배낭에 고추장 박스 두 개를 들고 인생 첫 배낭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 복장은 델리 공항에서 검문을 자주 당하는 원인이 되었다. 아마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이 먼저 상영되었다면 이 제안을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

  

<국산 travel mate는 침낭이 배낭 아래에 메여지는 구조이다. 저 보부상 스타일에 양 손에 고추장이 든 라면 상자를 들고 테러가 예고된 델리에 도착했다>


홍콩을 경유한 비행기가 델리 공항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지나서였다. 내세관이 남다른 인도인들은 테러 위협에도 아랑곳없이 북적북적 하였다. 여행자는 남녀 두 쌍이 팀을 이룬 서양인 한 팀만 보였다. 여행 베테랑으로 보이는 그들을 따라가면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들 뒤를 따랐는데 입국 심사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주소지 불명. 그러니까 델리에서 머물 숙박 업소도 없이 들어온 것이다. 출장만 다니고 여행이 처음이니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어디로 가느냐는 그들의 물음에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주소는 '서울 레스토랑'이었다. 심지어 여행자 거리 '빠하르간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엉성한 영어의 추궁과 답변이 지리하게 이어졌다. 나의 막무가내와 부탁에도 불구하고 폭탄 테러 위협으로 강화된 심사에 그들도 만만히 물러나지 않았다. 그렇게 뜻하지 않게 '서울 레스토랑'이 공항에 무료 광고를 때리고 있을 즈음 나타난 상사인 듯한 관리가 나타났다. 그가 귀찮은 듯 간단한 질문만으로 이 상황을 끝내준 것은 자정 두 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심사대를 지나니 테러 지목에 난리난 공항의 상황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꽁무니를 쫓던 서양 여행자는 물론 인도인들조차 모두 사라지고 나 혼자 덩그러니 넓은 공항에 버려졌다. 다음 비행기조차 입국하는 기색이 없었다. 황토색 군복에 총을 든 군인들이 공항 곳곳을 물샐 틈 없이 경계하고 있었고 폭탄 탐지견들이 꼬리를 흔들면 재기발랄하게 오가고 있었다. 고추장 두 박스를 들고 개나리 봇짐을 멘 모습은 지나가는 군인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폭탄 탐지견들도 고추장 냄새를 처음 맡아본 것일까. 폭탄을 탐지해야 할 탐지견들이 관심을 보였다. 박스를 열어 볼 것을 요청하는 군인들에게 고추장을 보이며 korean red pepper sauce 라고 친절히 설명해도 잠시후 또 다른 군인들이 검문하는 식으로 몇 번을 반복했다.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 very spicy 라고 친절하게 덧붙여 주기도 했다.


<다음날 찾아간 델리 여행자 거리 빠하르간지는 공항만큼 어수선했다>


공항 전체는 중동에서 축구 중계를 할 때 들리던 부부젤라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입국장으로 나와도 군인 외에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안전을 위해 공항 자체를 통제한 모양이었다. 공항에서 나오려고 유리창으로 다가서다 움찔 놀라 뒷걸음질 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공항 유리창에 수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약간 검은톤의 피부에 사기처럼 불투명한 백색의 눈동자를 가진 인도 사람들. 그들이 유리창에 일렬로 늘어서 양손으로 손가리개를 하고 일제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 평소처럼 많은 여행자를 예상하고 곳곳에서 몰려든 호객꾼들이 영업에 실패하고 마지막 남은 먹잇감으로 날 찜해두고 있는 것 같았다. 사리 입은 여인, 터번 두른 아저씨, 붉은 색 점을 찍은 사두...그 수많은 안광은 내 영혼을 집중적으로 구타해 바닥에서 감히 일어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였다. '아, 출국 비행기표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입국 한 시간 만에 들었다. 문득 그가 떠올랐다. '류시화씨, 당신이 말한 인도, 이건 아니잖아.'


시인을 잘근잘근 씹고 출국 비행기표를 고민하며 한참을 보내니 가출했던 영혼이 다시 돌아왔다. 서울 식당에서 픽업 나오기로 한 것이 그제서야 생각났다. 입국장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상태였으니 아마도 공항 밖에 있지 않을까 창문으로 다가가니 다시 호객꾼들이 손가리개를 하며 창문으로 몰려들었다.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어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던 출입문으로 이동하여 상반신만 내놓은채 소리쳤다. "서울 레스토랑, 서울 레스토랑~~~" 무상 광고의 메아리가 길게 울려퍼질 때쯤 불을 피워 놓은 드럼통 근처에서 한기를 녹이던 한 청년이 서울 식당이 적힌 A4 용지를 흔들며 인도인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기를 머금고 등장했다. "당신, 픽업하려 나와서 이렇게 하고 있으면 무슨 수로 찾아, 최소한 종이는 들고 있어야지" 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너무 반갑고 영어가 짧아 "땡큐, 렛츠 고"라고 짧게 말하며 공항을 탈출했다. 공항을 벗어나며 뒤돌아보니 공항은 여전히 부부젤라 소리로 가득했고 그들은 아쉬운 눈길을 돌려 다시 유리창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루프탑에서 바라보며 과연 인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이틀 고민했다. 델리 여행자 거리가 이 정도면....>


다행히 델리에 테러는 발생하지 않았다. 군인들은 어떤 테러의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으나 korean red pepper sauce가 very spicy하다는 사실은 알아냈다고 한다. 테러에 대하여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테러는 두려움보다는 끊어질 듯 팽팽한 긴장감과 생뚱맞은 호기심이 더 적절했다. 내가 실제 마주한 공포는 막연한 테러보다는 유리창에 붙어 있던 사람들이 내뿜던 안광이었다. 피부색과 완벽히 대비되던 그들의 불투명한 백색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던 안광은 그 이후로도 델리 기차역에서 절정을 맞이했다. 테러로 여행자 발길이 끊긴 기차역에서 CCTV 돌아가듯 얼굴을 180도 돌리며 따라오던 무표정한 백색의 불투명한 눈동자들. 기차역을 한가로이 거닐던 소의 눈망울마저 나를 따라오는 듯 했다. 세렝케티 초원에 남겨진 초식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그 두려움이 사라지기까지 이틀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튼 델리 도착 후 이틀을 더 고민했으나 출국 비행기표는 결국 끊지 않았다. 그리고 인생 최고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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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04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다른 사람 물건 대행 핸드캐리는 절대 하면 안되는 주의사항 1번이죠. 오래전 여행기같은데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무사히 잘 다녀오셨으니 나머지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될거같네요.

잉크냄새 2025-09-05 21:10   좋아요 1 | URL
네, 전도연의 영화를 보고 실감하게 되었죠. 다만, 여행 전 저의 업무가 핸드캐리의 도움을 받았던 부분이 있어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도움이 필요할때 선뜻 손을 내밀게 된 거죠. ㅎㅎ
오래된 여행기를 다시 정리해 보는 중입니다.

2025-09-05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05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25-09-05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최고의 여행이 시작되었다,로 끝나다니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셔야지요.
언제적일까 싶어 뭄바이테러,로 검색하니 08년과 11년이 나오네요. ^^

잉크냄새 2025-09-05 21:14   좋아요 1 | URL
인생 최고 여행이 뭐 특별한 것 없고 그냥 자신에게는 어떤 여행도 최고가 아닌가 싶어요.
뭄바이 테러는 2008년 11월말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에서 발생했죠. 제가 들어간 건 정확히 일주일후 그들이 델리를 공개 타겟으로 지정한 날이어서 좀 삼엄했죠.

Forgettable. 2025-09-05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08년에 갔던 것 같은데..!! ㅎㅎ 고추장 때문에 아래로 축 늘어진 배낭 너무 웃긴데요 ㅋㅋㅋㅋㅋㅋ 오래전 여행을 엄청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신것이 신기하네요. 저는 이제 정말 가물가물..

잉크냄새 2025-09-05 21:16   좋아요 0 | URL
08년이면 저보다 먼저 여행하고 나오셨겠네요. 제가 입국한 건 12월초였거든요. 어쩌면 델리 빠하르간지 인도방랑기에서 보았을 수도....ㅎㅎ
전 다른 기억은 연기처럼 사라지는데 여행 기억만큼은 아주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아마 여행이 인생에서 의미가 있기는 했나 봅니다.

마힐 2025-09-07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상 광고. 서울 레스토랑, 아직도 있을라나요?
잉크 냄새님, 사투리 어린왕자, 이달의 당선작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
베리 베리 스파이스! ㅎㅎ

잉크냄새 2025-09-07 20:23   좋아요 1 | URL
요즘은 여행지에서 생업을 유지하는 일이 예전과 많이 달라 아마도 지금은 없지 않을까 싶군요. K푸드의 원조는 제가 델리 공항에서 전파한 ˝베리 스파이시˝ 가 아닐까요.ㅎㅎ
당선은 근 20년만입니다. ㅎㅎ 열심히 책 사 읽으라는 계시같아요.

transient-guest 2025-09-13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도. 난이도 최상으로 알려진 곳. 저는 아마 못 갈 듯.ㅎㅎㅎ

잉크냄새 2025-09-14 09:58   좋아요 1 | URL
인도는 남미와 더불어 최상위 경쟁중입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전 난이도도 최상이지만 여행의 매력 또한 최상이라고 생각해요.

감은빛 2025-10-06 0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너무 바빠서 잉크냄새님의 여행기가 올라온 줄도 모르고 지나갈 뻔 했네요.
인도, 정말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입니다.
하필 테러 직후에 새로운 테러 예고가 있었던 곳에 가셨군요.
참, 이런 것도 어찌보면 운인 것 같아요.

델리 공항에서 고추장에 관심을 가진 인도 군인 이야기를 읽으니,
몽골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쉰 김치(문화교류행사 음식 재료) 때문에 저 혼자 입국을 못하고
곤란한 상황을 겪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저는 몽골어를 한 마디도 못했기에 영어로 계속 얘기했는데,
몽골 군인(공항경철이었던 것 같기도)들은 영어를 아예 모르더라구요.
아, 정말 손짓발짓에 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는데도,
꼼짝도 못하고 붙잡혀 있었어요. ㅠㅠㅠㅠ

잉크냄새 2025-10-06 21:51   좋아요 0 | URL
인도는 참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물론 호불호가 너무 명확하게 갈리는지라 싫어하는 분들은 저주하지만 전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은 최고의 여행지입니다. 인도만이 지닌 여행의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공항에 발이 묶이면 참 난감합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라는 말이 나올까 조마조마하기도 하고요. 쉰김치를 그들은 어떤 것으로 여겼을까요? ㅎㅎ 지금이야 김치를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겠지만 그때만 해도 부패된 어떤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