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은 쯔마지에(깨거리)라는 도로변에서 사각형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가는 방향으로부터 살펴보면 먼저 꽤 큰 중국 음식점이 있었고 그 옆에 한국 음식점 대장금이 모서리를 끼고 위치해 있었다. 꺽인 모서리를 돌면 토속적인 이름을 붙인 조선족 식당이 있었고 다시 모서리를 끼고 북한 음식점인 대동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옆 도로변에 이어진 다시 중국 가게는 정확히 무슨 가게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한국과 북한이 중국에 의해 꽉 막힌 지정학적 위치와 세 국가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조선족의 심리학적 상황를 반영하듯 옹기종기 붙어있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한국 음식점 상호는 인기 드라마였던 대장금이 주류를 이루고 궁이나 한성같은 약간은 고전적인 명칭을 고수하고 있었고 조선족은 무지개, 진달래, 해당화 같은 유독 삼음절에 집착한 듯한 토속적인 명칭을 주로 사용했다. 북한은 대동관, 칠보산 등 국가는 곧 영토임을 반영하듯 지역명을 주로 사용했다.  


<굴뚝 산업이 제거되기 전 텐진은 세계 2위 오염도시로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그래도 퇴근후 쯔마지에로 가끔 타고 다니던 세냥 짜리 전철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아직 대북 제재가 이루어지기 전 북한 식당은 출장자들이 으레 한번쯤 들르는 필수 코스였다. 같은 민족이면서 이질적인 그들의 폐쇄된 사회에 대한 호기심에 저녁 한 끼 정도는 꼭 하는 편이었으나 그 호기심은 한두 번 만에 가라앉곤 했다. 먼저 음식이 특별하다고 할 수 없었다. 평양, 함흥 등 지역명을 달고 나오긴 하나 남쪽에 비해 아주 담백하다는 약간의 맛의 차이만 있을 뿐 이국적인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술 또한 솔잎주 등 명칭이나 맛에 대한 호기심에 마셔보긴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싸구려 소주 맛에 금방 잔을 내려놓게 되었다.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북한 사람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철저한 교육을 받은 탓인지 유독 한국인에 대하여 적대적이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몇 번 말을 붙여보다 머쓱하게 말을 거두어 들이곤 했다. 그들은 주로 20대 초중반 평양 출신으로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졌으며 출신 성분이 꽤나 높은 여성들이었다. 고위층 자녀로서 볼모라는 설도 있었다. 미에 대한 평가도 세월을 타는 것인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아름답다고 표현한다면 그녀들은 곱다는 표현이 딱 맞아 떨이지는 분위기였다. 홀서빙과 저녁 공연 시간에 각자 악기를 연주하는 무대 활동을 병행하고 있었다. 주고객인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 노래 공연이 주를 이루었고 북한 노래는 처음과 시작을 알리는 팡파레 같은 의미로 몇 곡 불려지곤 했다. 한국 노래는 김정일이 좋아했다는 이선희의 'J에게' 와 어떤 이유로 해금되었는지 모르는 노사연의 '만남'이 가끔 연주되곤 했다.  


<악기는 주로 가야금과 전자 기타였고 가끔 트럼펫과 같은 관악기도 등장했다>


이런 호기심의 단계를 넘어서 마니아의 단계에 접어든 분이 계셨으니 천진 공장에 근무하는 총경리였다. 그는 출장자 식사도, 고객 접대도, 주재원 회식도, 점심 식사도 모두 대동관에서 진행하였다. 그의 연령대로 보아 북한이 고향일리는 없고 아마 부모님이 실향민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잠시 돌았으나 끝내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년말 망년회조차 대동관에서 진행했기 때문이다. 원칙상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그 동안 올려준 매출을 이유로 VIP로서의 위상을 쯔마지에 만방에 휘날린 쾌거(?)였다고나 할까. 2층 제일 큰 홀에서 진행했는데 북한 여종업원 두 명이 밴드로 참석하였다. 식사가 끝나고 술도 몇 순배 돌면서 난 어떤 모습을 쭈욱 지켜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참석한 형수님들(주재원 아내) 대여섯분이 여종업원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좀 흘렀었고, 상대방의 대화에 호응을 해주는 여성 특유의 감탄사도 들렸었고, 또 다시 중간중간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고, 가벼운 건배 제의도 이루어졌고, 간간히 웃음소리도 들리곤 했다. 술기운인지 어떤 미묘한 감정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들은 김정일이 좋아하던 'J에게' 와 왜 해금인지 알 수 없는 노사연의 '만남'을 같이 부르기도 했다. 마치고 나오는 길 못내 아쉬운 듯 가볍게 마주 잡은 손을 쉽게 놓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 만남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계 평화는 저런 섬세한 감수성과 친화력에서 올 것이라고.


두달여의 출장이 끝나고 돌아오기 전 총경리는 역시 대동관으로 향했고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어두운 홀 구석에 모여 눈물을 훔치는 그녀들을 보게 되었다. VIP급 총경리가 매니저급 남자 복무원을 닦달하여 물어보니 텐진 지역의 대동관을 폐쇄하고 북한 복귀 명령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날은 영업을 하지 않았고 일주일여 남은 시간 영업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미지수였다. 돌아오는 길 총경리는 마지막 송별회라도 해야겠다고 굳센 의지를 불태웠다. 난 송별회가 진행되기전 귀국하였고 그 이후 진행 여부는 알 수 없었다. 2년여의 시간이 흘러 다시 업무로 그 곳을 방문했을 때 대동관이 있던 자리는 기념품을 파는 중국가게로 변해있었다. 한 귀퉁이를 차지하던 대장금과 무지개,진달래,해당화는 여전히 영업중이었으나 왠지 지정학적 심리학적 긴장감이 무너진듯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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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4-0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직 친구가 아니었어요?? 😱

잉크냄새 2025-04-04 21:23   좋아요 0 | URL
네, 변방 아웃사이더라 아직....ㅎㅎ

transient-guest 2025-04-08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에 대한 글을 올리신 걸 보면 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중국어도 배워보고 싶고, 현지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구경도 하면 좋겠다 싶네요. ㅎㅎ

잉크냄새 2025-04-08 20:07   좋아요 1 | URL
땅덩이 넓은 나라는 그 넓이만큼이나 좋던 나쁘던 별의별일이 다 있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다양한 삶과 문화가 존재하더군요. 중국에서의 생과 여행이 저에게는 삶에 다채로운 색채를 더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게스트님의 아이디가 여행과 너무 잘 어울리네요.ㅎㅎ

transient-guest 2025-04-09 03:20   좋아요 1 | URL
ID가 길손이죠.ㅎㅎ 반은퇴를 기점으로 보기는 하지만 이번 해부터 근처라도 열심히 다니려고 합니다. SV에 있으니 Napa Valley가 조금 무리하면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서 한두 달에 한번은 유명한 와이너리 하나씩 가보려고 해요.ㅎ

잉크냄새 2025-04-09 20:06   좋아요 1 | URL
경험상 여행을 멀리 장기적 계획으로 보면 참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여기 일단 한 걸음 내딪는 걸음으로 여행은 시작됩니다. 좋은 여행 되시길...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들의 한 줄 성명


https://drive.google.com/file/d/16mSC2T0fRUyLH6jZDcoww3_dTiOdxYWg/view?fbclid=IwY2xjawJPMkRleHRuA2FlbQIxMAABHVzybVN0xBXI77WUUMFtERz3PY9kM_9zB4UECaTiiqvsSL25AhLVT2Q-ww_aem_-tUMf_ISwjPxefxDmwSUoQ&pli=1



기억하고 연대하고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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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3-26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톡방에 공유되었길래 이동 중에 조금씩 봤어요. 어제 밤에 큰 아이는 여기서 자신을 가르쳤고 지금 가르치고 있는 예고 문창과 선생님들과 현재 대학교 문창과 교수들을 다 찾아서 그 분들이 쓴 글을 공유해줬어요.

잉크냄새 2025-03-26 19:52   좋아요 1 | URL
여기저기서 누군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의미있는 것 같아요. 직접 동참하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연대해주는 것이 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한 줄 보태고 싶어도 순 욕만 나올것 같아 신영복 선생님의 글로 한 줄 성명을 대신해 봅니다.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페크pek0501 2025-03-27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인가 신문에서 한강 작가가 파면 촉구에 대한 한 줄 성명을 내놓은 것을 봤네요. 작가 수백 명이 모여 추진하는 것인데 한강 작가한테 연락했더니 메시지를 보내왔대요.

잉크냄새 2025-03-27 20:05   좋아요 1 | URL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문학쪽에서 움직였다는 부분도 의미심장하네요. 용기는 몸뚱아리가 아닌 심장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베이징 다스란 부근 후통 - 국제도시 베이징의 중심 반경 약 10킬로 정도가 이런 후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이징은 십여년 전 두 시간 거리인 천진에 사는 동안 두세번 다녀온 적이 있다. 마지막 방문은 2010년도였는데 저장성 닝보에 거주할 때 분실처리한 신규 여권을 받기 위해 올라온 때이다. 그 당시 여권이 없어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버스와 기차로 북경에 도착(지금은 여권 없이 버스와 기차도 불가하다)했는데 무려 버스 5시간, 기차 21시간의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선명한 건 상해-천진의 입석 기차 때문이다. 상해에 도착한 날 천진행 고속철이 매진되어 어쩔 수 없이 입석을 타게 되었다. 고속철이 8시간 걸리던 시절이라 입석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노선부터가 내륙 지역을 통과하고 왠만한 역은 전부 정차하는 느려 터진 기차였다. 중간중간 자리가 날때마다 긴 나무 의자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였는데 잠시만 자리를 비우면 바로 사라져 버렸다. 밤이 되자 낡은 기차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윗통을 벗어제낀 남성들이 노트북 하나에 영화를 틀고 커다란 스피커를 연결해 밤새 기차 한 칸을 서라운드 돌비 시스템 영화관으로 만들어버렸다. 객석 위에 위치한 짐칸에는 짐들 사이로 사람이 기어 올라 짐들과 한 덩어리로 잠들어 버려 짐을 내려야 할지 사람을 내려야 할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었다. 낡은 의자 밑에도 누군가 코 고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곤 했다. 내가 잠시 차지한 의자 밑에는 어느 앳된 여성 농민공이 잠들어 있었는데 자리를 양보하려 해도 그냥 슬며시 웃음만 짓던 그 모습이 얼마나 먹먹하고 아련하던지 위아래로 서로 쳐다보며 어색한 웃음 짓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21시간 만에 끊어질 듯한 허리를 짊어지고 내리며 그들에게 무운을 빌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39시간 짜리 단둥행 열차였다.



<스차하이 후통의 저녁 나절>

<스차하이 후통의 아침 나절>



베이징 후통北京胡同은 원나라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해 명,청을 거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전통 골목길이다. 전통가옥 사합원四合院이 거미줄 구조로 골목길을 형성하고 골목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자금성을 중심으로 다스란大栅栏, 스차하이什刹海, 난뤄구샹南锣鼓巷 등의 유명한 후통 골목이 있다. 골목길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항상 골목길 위주의 여행을 하곤 했다. 실제 골목을 거닐기 전 후통은 그저 잘 보존된, 중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꽤나 큰 골목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대화의 물결 앞에 무너지는 흐름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도심 구석에 고인돌처럼 보존된 생명이 다한 지역이라 생각했다. 따스란에 도착 후 걸어 들어간 후통은 단순히 보존을 목적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며 관리되는 골목이 아니었다. 베이징 시민이 아침을 맞이하고, 이웃을 만나고, 저녁을 먹고, 거리를 산보하고, 늦은 밤 하나 둘 불이 꺼지며 잠드는 그들이 여전히 삶을 영위하는 현장이었다. 단순히 생활의 편의성 만으로 그들의 삶을 제단할 수는 없다. 또한 그 규모에 깜짝 놀라게 된다. 자금성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는 후통은 직경이 대략 10킬로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각각의 명칭을 가진 후통이 거미줄처럼 엉키고 설켜 베이징 후통을 구성한다. 베이징 시민의 후통에 대한 자부심은 엄청나다고 한다.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상징성이 살아있는 후통은 당분간 사라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 중국의 청와대격인 중난하이中南海도 후통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유명한 북경 오리집 췐쥐더, 문대통령 내외도 방문한 곳이다>

<요리사가 직접 시연을 보여준다>



후통은 개발이 불가한 이유로 현지인도 공중 화장실을 사용한다. 동행한 친구가 공중 화장실에서 튀어나오며 '도저히 안될 것 같다'는 푸념을 털어놓을 때 그저 불결한 위생 상태에 대한 불만인 줄 알았다. 상태를 확인할 겸 화장실 문을 여니 엉덩이를 깐 남성이 담배를 물고 핸드폰을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사선으로 빗겨서도 아니고 바로 정면에 조금의 동요도 없이 그가 당당하게 앉아 있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에 내 마음을 빼앗겨 버렸네~~~~(이건 배경음악) ' 추억은 똥가루를 타고 그 먼 길을 기어코 달려 오고야 말았다.그러니까 문이 없는 개방된 화장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12년 상해 남부 터미널이다. 배낭여행을 할 때는 내륙 오지 지방이었으니 그러려니 받아들였으나 상해에서 마주한 장면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꽤나 충격적이었다. 상해는 열 몇 칸 정도의 긴 화장실에 앞 뒤로 허리 높이의 칸막이가 쳐져 있고 옆이 개방된 형태이다. 상해 남부 지역으로 가는 승객수가 우리 명절때보다 많으니 항상 대기자가 길게 옆에서 기다리는 상황이다. 담뱃불을 빌리다 한국인임을 들켜버린 후 나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게 되었는데 친절한 아저씨는 그 공간까지 들어와 친히 담뱃불을 붙여주며 말을 걸었다. 한국 드라마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그들은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할 엉덩이 깐 한국인을 옆에 두고 '김희선이냐 이영애냐'로 의견이 갈라졌고 긴장감에 뒤가 길어지던 난 엉덩이를 깐 채 짧은 중국어로 뭐 그리 열심히 김희선과 이영애의 얼굴 품평을 하고 있었던가. 똥가루 난분분하던 그 곳에서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며 굳세게 마주잡던 굳은 악수는 또 어떻고. 일정 시간 단위로 수세식을 가장한 수로가 열리며 맨 뒤부터 똥물이 콰~~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면 쪼그려 쏴 자세에서 기마 자세로 긴급히 바꾸며 뜻하지 않게 파도타기를 하며 장강의 똥물이 튀는 걸 피하곤 했다. 그때 얼쑤~ 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오곤 했다. 그와의 눈맞춤을 통해 상해 화장실의 잔상이  기어코 그 먼 길을 추억으로 달려왔다. '너에게 가장 잊지 못할 중국여행이 될거야' 라며 친구의 얼굴을 보니 여전히 똥색이었다.     



<오래된 북경 자장면집>



중국여행에서 전자화폐의 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듯 하다. 물론 현금이나 카드로도 불편을 감수하며 지낼 수는 있으나 택시 이용만큼은 전자화폐없이 불가능해 보인다. '띠띠따쳐嘀嘀打车'로 알려진 공유택시가 호황을 누린 이후 일반 택시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한 듯 하다. 막 도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항 영업외에 일반 관광지에서 택시를 본 기억이 없다. 중국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알리페이나 웨이신페이를 사전에 준비하고 방문해야 원만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사용하니 그 편리함은 가히 막강하다. 한 번의 현금 사용도 없이 이번 여행을 마쳤다.


숙소나 음식점등 편의 시설을 추천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 곳은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이 곳에 정보를 남긴다. 스차하이什刹海에 위치한 호텔이다. 후통에 위치하여 번잡함 없이 조용하다. 중국 전통 사합원을 개조한 호텔인데 중간의 정원 자리를 그림자 연극 무대로 바꾸었다. 정통 사합원의 풍취를 느낄 수 없는 점이 좀 아쉽다. 이 곳 주인장이 중국 그림자 연극 전수자로서 호텔을 그림자 연극 관련 예술관으로 병행 사용하고 매주 화,목,토에 그림자 공연을 진행한다. 숙박자에 한하여 공짜다. 외지에서 관란시 100RMB이다. 스차하이피잉이수관(什刹海皮影艺术馆 스차하이 그림자 연극 예술관)과 스차하이피잉원화주티쥐덴(什刹海皮影文化主题酒店 스차하이 그림자 연극 문화 주제 호텔) 두 개의 명칭을 사용한다. 구글맵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시끄러운 걸 좋아하는 중국에서 조용한 술집을 찾기는 힘들다. 대부분이 디스코텍 수준이다. 발품을 팔아 어렵게 찾은 조용한 라이브 술집, 스차하이 호수변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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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3-1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진들 모두 직접 찍으신 건가요? 전문가 포스가 물씬 풍기는 것 같습니다^^

잉크냄새 2025-03-17 19:42   좋아요 0 | URL
네 . 그냥 잘 얻어 걸린 경우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25-03-21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도 멋지고 추억은 더욱 향기롭네요 (여러 모로 ㅎㅎ) 중국은 역사 고전 음식
사람 다 너무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 곳인데 심정적으로는 시진핑 독재에 저항하는 맘으로 보이콧 하게 됩니다 저 멋진 풍경과 음식을 담을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

잉크냄새 2025-03-22 20:57   좋아요 1 | URL
거시기 해도 좀 향기로운 추억이죠. 그에 어울리는 향기로운 댓글이네요.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은 다방면에 걸쳐서 흥미로운 것들이 넘쳐 납니다. 넓은 땅덩어리 만큼이나 많은 볼거리들이 존재하죠. 독재에 저항하는 맘으로 보이콧 하시니 당분간 보기 힘드시겠지요. 저도 위안부 관련하여 일본 여행을 보이콧 합니다. 뭔 소용이냐 하겠지만 그게 소신이니 그냥 지키고 살아봅니다.
 
사진, 잘 찍고 싶다 - 생각하며 찍는 사진
남규한 지음 / 혜지원 / 201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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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에 대한 많은 책들이 카메라 사용법에 방점을 찍는데 반하여 이 책은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하여 생각할 것들에 대하여 말한다. 일례로 일반적인 책들이 아웃포커싱 기법에 대하여 주로 설명한다면 이 책은 왜 아웃포커싱을 하려고 하는지 주제와 소재와 이미지에 대하여 스토리를 먼저 구성해 볼 것을 말한다. 물론 카메라 기술이 사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저자 또한 주제와 소재에 대한 개론을 소개한 도입부 이후의 대부분은 기타 서적과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부분에 할애하고 있다. 다만 그 장면 하나에도 '어떻게'가 아닌 '왜'를 먼저 생각한 후 기법을 적용하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이 방법은 사진 찍기의 측면뿐 아니라 타인의 사진을 감상할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사진의 기술을 '3차원의 공간과 시간의 축'으로 설명한다. 가로와 세로를 x,y축으로 보면 교차점에서 앞으로 나오는 부분은 z축이다. x,y,z축의 삼차원 공간을 흐르는 시간을 t축으로 삼는다. 그는 이 시공간의 개념에 사진의 기본 기술을 비유한다. 피사체를 얼마만큼 잘라내 사진에 담아낼지를 결정하는 프레이밍은 x,y축을 결정하는 것이다. 작가로부터 얼마나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를 사진에 담을지 결정하는 조리개의 조절은 z축을 정의하는 것이다. 프레이밍과 조리개에 의한 생성된 이미지를 얼마나 지켜볼 지를 결정하는 셔터 속도가 t축을 이룬다. 뷰파인더에 들어온 풍경에 대한 탁월한 비유이다.


주제와 소재에 대한 이미지 선정, 이미지에 투영된 스토리, 3차원으로 구성되어 뷰파인더에 들어온 풍경이 만나면 꽤 괜찮은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프레이밍을 할 때 피사체가 잘리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 나와야 할 필요도 없고, 나무의 잎부터 뿌리까지 모두 나와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간결하게 잘라내는 프레이밍은 내용면에서는 주제를 부각하여 드러내는 효과가 있으며, 시각적으로는 선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p14-  


사진을 찍을 때 상상력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진은 애초에 현실에 존재하는 장면을 담을 수 있을 뿐입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장면을 바꿀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해석하여 촬영하는가에 따라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를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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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3-01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진을 잘 찍고 싶어 책 두 권을 사서 본 적이 있는데 어렵지만 몇 개의 팁은 얻었죠.
잘 모를 땐 (제 식으로 표현하면) 사물의 배치가 대각선이 느껴지도록 찍을 것. 이건 지금도 명심하는 것 중 하나예요.ㅋ

잉크냄새 2025-03-01 21:01   좋아요 1 | URL
저도 가끔 생각나면 한번씩 읽곤 하는데 금방 잊어버립니다. 읽으며 밖으로 나가 많이 찍어봐야 하는데 영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아요.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효과를 본 몇몇 기법에 대해서는 손이나 눈이 기억해내곤 합니다. 이 책에서는 프레이밍에 대한 정의가 그런건가 봐요.
 

헐거워짐에 대하여


- 박상천-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만남을 어색해하는 것은 서로에게 헐거워지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뒤축을 꺽어신는 놈은 변태다. 꺽어신으면 헐거워지기전 당연히 버리거나 버려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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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3-01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좋네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 - 헌 신발 같은 편안함이 좋긴 하죠.
새 구두를 신고 발이 아팠던 경험이 떠오르네요.^^

잉크냄새 2025-03-01 20:59   좋아요 1 | URL
낡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래 입어 몸에 편안한 옷이라든지, 오래 신어 발에 익숙한 신발이라든지, 오래 읽어 손 때가 묻어나는 책이라든지...우리도 자꾸만 낡아감을 받아들이면 편안하고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감은빛 2025-03-14 0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낡고 늙어가는 이 몸을 생각하면 왠지 서글퍼지는 시가 되고, 시에 나온 것처럼 신발을 생각하면 오래 써서 편안한 물건 이야기가 되네요. 저는 사람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오래 알고 지내서 편안한 관계는 그 자체로 서로에게 좋은 벗이 되겠지만, 그래서 또 서로 함부로 대하거나, 다른 측면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더라구요.

잉크냄새 2025-03-14 20:13   좋아요 0 | URL
낡아져서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것은 비단 신발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영혼과 육체도 그 삐걱거리던 젊음을 달려온 뒤에야 겨우 낡아서 편안한 시절이 오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