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으로 들어가는 길이 또 다시 막혔다. 첫번째는 티벳 독립 운동이 일어난 3월에는 티벳 출입 자체가 봉쇄되기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당시 달라이 라마에게 우호적인 제스쳐를 취했던 한국이 북유럽 몇몇 국가와 더불어 출입국 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티벳행은 불가능해졌고 꿩 대신 닭이라고 잡은 코스가 동티벳이었다. 동티벳은 현재 행정구역상 쓰촨성에 속하나 티벳 독립 전 티벳의 영토를 잘라 쓰촨에 넘겨준 곳이라 동티벳으로 불린다고 한다. 운이 좋다면 티벳의 바로 앞 빠탕巴塘까지 갔다가 샹그릴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갈 예정이었다. 사실 동티벳으로의 일정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식적으로 출입이 통제된 곳은 아니지만 외국인에 한하여 버스표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다만 사람이 아닌 버스표의 문제이니 들어가는 것이 마냥 불법은 아닌 상황이었다. 리탕理塘까지만 들어가면 추방 당할 때 쓰촨이 아닌 윈난으로 내려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캉딩 초입 차마고도 청동상들이 즐비하다.>


청두成都에서 9시간을 달려 도착한 동티벳의 첫 도시 캉딩康定은 차마고도로 알려져 있다. 마을 초입에 '차마고도의 첫 도시' 라는 문구가 걸려 있지만 보통 팬더의 고향 야안雅安을 차마고도의 시발점으로 본다. 국가 지정 차 집결지 '차마사'가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캉딩은 큰 물줄기가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해발 고도 2600m의 작은 마을이다. 티벳의 초입답게 돌산에는 불경과 불상이 새겨진 바위가 눈에 띄었고 타르쵸와 룽다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도착한 첫 날 저녁 비를 맞으며 찾아간 숙소에는 방이 없었다. 난처해 하는 나를 가만히 쳐다 보던 숙소 여주인이 우산을 들고 삼십 분 가량 같이 다녀준 것이 따스하고 오래도록 기억으로 남는다. 여기에서 이틀을 묵었는데 밤새 벼락치는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야 했다. 다음 날 버스 정류장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 역시나 외국인은 리탕행 표를 끊을 수 없었다. 꼬인 일정을 걱정하며 건물을 나오니 한 건장한 사내가 따라붙으며 외국인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현재 외국인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며 자기가 운전하는 헤이쳐黑车를 이용하라고 했다. 헤이쳐는 불법적으로 운행되는 봉고차였다. 새벽 3시로 출발 시간을 정한 후 헤어졌는데 잠시 눈을 붙이는 내내 한밤중에 불법차를 이용한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도 나와 같은 배낭 여행객이 있으리라 위안 삼으며 잠을 청했다. 


새벽 세 시에 터미널로 나가니 어둠 속에 검은 봉고차가 한 대 서 있었다. 내가 제일 늦은 듯 이미 승객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가운데 자리만 하나 비어 있었다. 일가족인 듯 비슷한 외모의 기골이 장대한 장족들이었다. 여행객은 나 혼자였다. 여자들은 맨 뒤에 타고 남자들이 앞에 두 칸을 차지했는데 어깨가 떡 벌어진 그들 사이에서 꼼짝없이 갇힌 형국이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잘 씻지 않는 그들에게서 참기 힘든 악취가 풍겼는데 싸늘한 한밤중에 문을 닫고 달리는 흔들리는 봉고차에서 기절하듯 잠이 들 때까지 꽤나 힘들었다. 차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뜨니 푸른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뭉게 구름은 초원의 양들이 바람에 날려간 듯 흘러갔다. 초르텐 주위로 실제 양들이 풀을 뜯고 있었고 녹색 초원을 배경으로 타르초와 룽다가 경전 소리를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창 밖의 풍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는데 평야에서 초원으로, 계곡에서 산등성이로, 산등성이가 갑자기 탁 트인 초원으로 바뀌었다. 바다를 제외한 모든 풍경이 그 길 위에 있는 듯 했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는 그냥 일상적인 풍경이었는지 차는 무심코 쉬지 않고 길을 달렸다. 길을 막은 나무와 바위도 치우며 달렸고 양지 버섯을 팔려 길을 막고 선 현지인과 진지한 가격 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둠이 깔리자 날씨가 급변하고 좁고 구부러진 도로의 풍경은 경이가 아닌 경악으로 바뀌었다. 오른쪽 도로면이 강인지 절벽인지 모르는 미지가 공포를 더 부채질했다. 리탕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새벽 1시였다. 리탕은 중국에서 사람이 사는 가장 높은 마을인 해발고도 4200m의 마을이었다. 캉딩에서 리탕까지 보통 8시간이 걸리는데 특별히 차가 막히는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22시간이 걸린 것이 의아해 물어보니 중간에 길을 우회하여 온 것이다.  


<리탕 언덕배기 초르텐과 양떼>


차마고도는 야안雅安~라싸拉萨 구간의 천장공로川藏公路와 쿤밍昆明~라싸拉萨 구간인 전장공로滇藏公路로 나뉜다. 천장공로는 다시 망캉芒康을 지나는 천장남로와 창뚜昌都를 지나는 천장북로로 나뉜다. 그러니까 천장공로인 캉딩에서 출발한 버스는 천장남로를 달려 리탕에 도착하는데 헤이쳐는 천장북로와 남로의 분기점인 신뚜챠오新都桥에서 천장북로로 접어든 것이었다. 이름 모를 길을 거쳐 단빠丹巴와 따오푸道孚를 지나 남쪽으로 길을 꺽어 리탕으로 향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리탕에서 버스표를 구하지 못해 샹그릴라香格里拉로 방향을 틀었다. 뜻하지 않게 천장남로와 천장북로, 그리고 전장공로를 모두 달리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각자가 느끼는 여행의 묘미는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의 의외성을 가장 흥미로워한다. 그래서 여행시 큰 밑그림만 그리고 중간 일정은 그때 그때 상황에 맡기는 편이다. 가장 아름다운 길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이며 가장 소중한 길은 이미 지나온 길에 대한 기억이다. 우연히 탄 헤이쳐, 우연히 일행이 된 장족, 우연히 접어든 천장북로의 여정, 차마고도 세 개의 길을 모두 지나는 행운까지, 뜻하지 않은 의외성이 품고 있는 순간의 긴장감과 다소의 스트레스, 뜻밖의 환희는 여행이 가져다주는 백미이다. 


천장북로를 달린 그 날 차가 정차하지 않아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는데 며칠 후의 여행기록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 날의 풍경은 두 번 다시 허락되지 않았다" 


<쓰촨 청두에서 윈난 쿤밍까지 7대의 버스를 갈아타며 59시간을 달렸다. 따오청에서 야딩 풍경구로 들어간 것까지 포함하면 9대의 버스, 67시간이다. 이제는 소화하기 힘든 여정이다.>




<리쟝의 어느 까페에서 통기타 연주로 알려지기 시작해 내가 이 길을 여행할 즈음에는 차마고도 거의 모든 마을에서 들려오던 노래이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페넬로페 2026-01-08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은 여행가 이신가요?
오래 전 tv에서 차마고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납니다.
그곳에서 끊임없이 노동을 하던 여인들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해요.

잉크냄새 2026-01-08 22:20   좋아요 1 | URL
거창하게 여행가는 아니고요 그냥 여행을 좋아합니다. 처음 직장 옮길 때 큰 맘 먹고 반 년 정도 돌아다녔어요. 그 후로도 가끔 시간 내서 돌아다니고요. ㅎㅎ
다큐멘터리에 나온 곳은 아마 옌징 소금 염전에서 일하는 여인들일 겁니다. 위에 지도 보시면 망캉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그 당시 티벳 퍼밋을 못 받아 들어가지 못했어요. 지금은 아마도 댐 건설로 사라져 버렸을 겁니다.

차트랑 2026-01-08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이 쪽이 빠를것 같아 이곳에 답 드립니다.
공유하기를 클릭하시면
화살표 표시가 있을겁니다 < > 이런 식으로요.
이때 우측 화살표시를 누르면
전체 소스를 보여줍니다.
그 소스 전체를 복사하셔서 붙이기 하시면
성공하시리라 믿습니다.

설명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행여 실패하시면 다시 알려주십시요 잉크냄새님~!

잉크냄새 2026-01-09 00:14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공유에서 < > 누르니 전체 소스가 나오네요.
알라딘의 설명이 잘못된 것인지 유튜브의 소스코드 복사 자체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알라딘에 수정 요청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차트랑 2026-01-08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튼 양 옆으로 < > 보이는데 이걸 보셔야합니다 ㅠ

잉크냄새 2026-01-09 00:15   좋아요 0 | URL
수정 완료했습니다.
노래 한번 들어보세요. ㅎㅎ

차트랑 2026-01-09 18:4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댓글 센터링을 어떻게 해야 정확히 들어가는지 몰라
엉뚱한 곳에 센터링을 하게되더군요.

이젠 좋 알듯합니다^^

차트랑 2026-01-09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싸~!
노래 잘듣겠습니다 잉크냄새님~ ^^

잉크냄새 2026-01-09 18:26   좋아요 0 | URL
최초의 글에 연이어 댓글을 다시려면 맨 처음 작성한 댓글에서 댓글달기 누르시고 댓글 다시면 됩니다.
노래 관련은 아래 댓글에 남길게요. ㅎㅎ

차트랑 2026-01-09 18:42   좋아요 0 | URL
앗 그쪽이 아니었네요 이쪽이었는데
센터링을 잘못 했군요 ㅠ
이제 정확한듯요~

차트랑 2026-01-09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어나면서 늘 노래를 듣는데요.
오늘 아침은 이 쪽 서재의 노래를 듣습니다.
업로드 해주신 노래가 아주 마음에 드네요.
잘 듣겠습니다.

내용이 궁금해서 번역기를 돌렸는데,
번역기가 시킨일을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번역기가 해낸 결과가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제목을 알려주는데...
滴答부터 저의 예상이 완전 틀려버리네요 ㅠ
滴 = 물방울 적, 인지라 속으로 판타스틱한 해석을 해본 연후의 깜놀시전입니다.


《똑딱》 노래:칸칸 작사:고지 작곡:고지 (운남瀘구호)

똑딱똑딱똑딱 시계는 계속 돌아간다
똑딱똑딱똑딱 소우(小雨)는 물보라를 두드리고 있다
똑딱똑딱똑딱 아직도 그를 괴롭히지 않을까?
똑딱똑딱똑딱 눈물 몇 방울이 이미 떨어졌다
똑딱똑딱똑딱 외로운 밤 누구와 이야기할까
똑딱똑딱똑딱 슬픈 눈물은 누가 닦아줄까
똑딱똑딱똑딱 마음을 정리하고 출발하자
똑딱똑딱똑딱 또 누군가가 너를 잡아당길 거야

아, 이 노래, 중독성 있네요 ㅠ

잉크냄새 2026-01-09 18:35   좋아요 0 | URL
역시 노래를 좋아하시는 차트랑님께서 알아봐 주시는군요. ㅎㅎ
˝지음˝ 이로세

해석은 다 비슷한데 삼구와 마지막구의 牵挂(첸과)의 해석이 좀 틀렸네요.
牵挂(첸과)는 걱정하다 로 해석하면 됩니다.
삼구 : 아직도 그 사람 걱정을 하고 있나요
마지막구: 누가 또 당신을 걱정해줄까요

특히 낯선 도시에서 통기타 선율로 듣는 도입부가 참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차트랑 2026-01-09 18:48   좋아요 1 | URL
노래가 좋아서 가사가 궁금했는데,
어쩐지 특히 마지막은 이상하다 했습니다.
갑자기 잡아당긴대서 행여나 했더니....
AI형께서 마지막에 특히 오류를 내셨군요.

좋은 저녁되십시요 잉크냄새님~~
노래 잘 듣겠습니다~

잉크냄새 2026-01-10 00:03   좋아요 0 | URL
의미보다는 감성이죠.
좋은 노래 되었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6-01-09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가의 글 같습니다. 여행 작가, 하면 더 멋있지 않습니까?
˝그 날의 풍경은 두 번 다시 허락되지 않았다˝ - 이 순간도 두 번 다시 오지 않지요. 이런 것 생각하면 시간을 아껴 써야 할 것 같아요.
청동상 사진이 참 신기합니다.
멋진 여행가가 되시겠다면 응원하겠습니다. 여행과 글, 잘 어울립니다.^^

잉크냄새 2026-01-09 18:39   좋아요 0 | URL
그날 천장북로의 사진을 찍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 풍경은 앞으로도 펼쳐질꺼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했거든요. 아마 티벳으로 들어갔다면 더 멋진 풍경도 만났겠지만 티벳행이 무산되면서 진짜 그런 풍경은 다시 허락되지 않았어요. 어떤 풍경은 정해진 시간과 장소와 인연이 되어야만 만나나 봅니다.

여행가가 못되더라도 기억에 남은 여행의 추억을 글로는 계속 써볼까 합니다.

마힐 2026-01-09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생 때 헤이처로 라싸를 들어가려다 검문에 걸려 여행국에서 2박 3일 취조(?)받았던 생각이 나네요. ㅎㅎ 우여곡절 결국 라싸를 가게 되었지만, 곤륜산맥을 넘어갈 때 고산증이 너무 심하게 오는 바람에 여행이고 뭐고 집에 돌아갈 생각 밖에 안 났어요. ㅜㅜ 잉크냄새님은 고산반응이 없으신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한번 꼭 ‘라싸 가기‘ 도전하시길 바래요. ^^

잉크냄새 2026-01-10 00:06   좋아요 1 | URL
저보다 오랜 중국 생활을 하셨으니 더 멋진 경험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기억 하나하나가 또 추억을 만들어 가리라 봅니다. 2박 3일이 절대 헛된 시간이 아니었을 겁니다.
참고로 전 폐활량이 좋은 편이 아닌데 고산 증상은 없는 몽뚱이입니다. ㅎㅎ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독서 목표는 일주일에 한 권, 이주일은 애교로 빼고 매년 50권이었다. 물론 젊은 시절에는 달성한 적이 없다. 거의 30권 언저리였다. 코로나때 우연히 도서관에 가게 되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 이후 매주 도서관 방문이라는 습관이 몸에 벤 이유일 것이다. 책은 편식하지 않기 위하여 인문학:소설:에세이를 2:1:1의 비율로, 매월 시집 한 권, 매분기 이해 못하더라도 철학 한 권으로 정하고 되도록 지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올해는 인문학(심리학 포함):소설:에세이가 35 :18 :19권, 시집 12권, 철학 6권, 기타(평전,사진 등) 8권 (수인 2권으로 산정)으로 98권의 책을 읽었다.


지식을 위한 젊은 날의 독서와 달리 이제는 다독에 촛점을 맞추려 한다. 지식의 축적이 아닌 굳어져 가는 뇌와 사고방식의 부단한 변화와 자극에 촛점을 맞추려 한다. "문학은 더 큰 삶,다시 말해 자유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해 주는 여권이었습니다"라는 수전 손택의 말처럼 많은 책들의 마지막 페이지가 덮이고 여권에 도장 하나 남기는 이 기록의 순간을 즐기고자 한다. 


알라디너 여러분,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5-12-31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잉크냄새 2025-12-31 19:0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타국 생활은 건강이 최선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Forgettable. 2025-12-31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셨는데 ㅎㅎ 내년 새해목표 리뷰 쓰기 어떻습니까? 백자평이라도..

잉크냄새 2025-12-31 20:33   좋아요 1 | URL
올해 5권의 리뷰를 올렸어요. 내년 목표는 올해 대비 조금 더 입니다. 100자평도 시작해 볼 계획입니다.
새해 자주 뵙고 복 많이 받으세요.

카스피 2025-12-31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많은 책을 읽으셨네요.내년에도 더 많은 독서를 하시길 바랍니다^^

잉크냄새 2025-12-31 20: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알라딘에서의 교류 또한 독서량 증가에 한 몫 하는 요인입니다.
카스피님도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5-12-31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년에는 잉크냄새님처럼 계획을 세워 소설 편식 독서를 조금 탈피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잘 안 될 것 같아요.
워낙 소설을 좋아해서요.
내년에는 저도 철학 입문하고 싶은데 좋고 쉬운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즐거운 독서하시길요^^

잉크냄새 2025-12-31 20:32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는 에세이 위주였는데 지금은 조금 바뀌었어요. 특히, 올해는 하도 수상한 해인지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던 것 같습니다.
철학은... 솔직히 읽으면서도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읽어보자 하는 무식한 신념으로 밀고 갈 뿐이지요. ㅎㅎ
페넬로페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곰돌이 2025-12-31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의 멋진 글과 사진! 내년에도 기대해도 되겠죠? 해피 뉴 이어!

잉크냄새 2026-01-01 16:44   좋아요 0 | URL
철 지난 여행 기록은 그래도 계속 올려봐야죠. ㅎㅎ 해피 뉴 이어!

페크pek0501 2025-12-31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책들이 풍성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잉크냄새 2026-01-01 16:45   좋아요 0 | URL
노션에 정리한 독서 리스트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꼬마요정 2025-12-31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책 많아요!! 너무 좋아요.
저도 공포소설 편식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말입니다. 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잉크냄새 2026-01-01 16:46   좋아요 1 | URL
그냥 본인만의 독서 습관이면 되죠. 전 공포소설 읽고 싶은데 밤에 읽으면 화장실 못갈까봐 안 읽어요.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힐 2026-01-04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6년 한 해에도 잉크냄새님의 독서 여행 여권으로 다녔던 사색의 나라 기행문 많이 올려 주세요.
그리고 실제 여권으로 다녔던 이국 여행기도 올려주시고요!
멋진 이국의 풍경이 있는 사진들도 기대가 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잉크냄새 2026-01-05 19:49   좋아요 1 | URL
실제보다 독서로 훨씬 많은 여권 도장을 받은 셈이군요. 이상하게도 여행기는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기억납니다. 여행이 가진 마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힐님도 신니엔콰이러!!!!
 

나는 서평이 이 소중한 공동체(읽고 쓰는 공동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짧은 서평이라도, 그리고 악평이라도 그렇다. 

 ”우선 서평은 작가들에게 ‘당신 책을 읽은 독자가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한국의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응답 없는 벽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글을 쓰고 있거든요. ‘출판사 편집자들 말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긴 있나?’라는 막막함에 시달리다 좌절하는 소설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서평은 그들을 어떤 식으로든 자극하고, 움직일 힘을 줍니다.”

 서평은 다른 독자에게도 용기를 준다. 읽고 쓰는 공동체의 시민들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모일 일이 잘 없다. ‘문학하는 하루’ 같은 행사나 독서 모임은 예외적이다. 우리들은 평소에 뿔뿔이 흩어져,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지낸다. 읽고 쓰는 일은 대개 몹시 개인적인 일인 데다,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쓸모가 없다.(회사나 학교에 내야 하는 보고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이때 서평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직 누군가는 치열하게 읽고 있다는 큰 격려가 되지 않을까. 지하철에서 성경이나 수험서가 아닌 책 들고 있는 사람 보면 반가운데, 나만 그런가. -p372-


77편, 현재까지 내가 작성한 리뷰의 수이다. 첫 번째 리뷰가 2003년이니 20여년의 기간에 비하며 참 적은 수치이다. 그것도 대부분 2000년대 중반에 몰려있으니 근 20년 가량 쓴 리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리뷰가 줄어든 이유는 명확히 알고 있다. 비교적 편하게 감상문 수준의 리뷰를 올리던 시절을 지나 전문성을 갖춘 깊이 있는 리뷰가 등장하면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 대한 자기 검열이 시작된 것이다. 잘 쓰고 싶다는 열망과 명확한 한계를 느끼는 절망 사이 작가도 아닌 것이 거창하게 절필(?)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올해 들어 다시금 써 보고 있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리뷰는 주관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주관적이라는 입장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지만 작가의 서평에 대한 단상이 마음에 와 닿는다. 당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응원이 될테고, 우리가 같은 책을 읽고 있고 공감하고 있다는 연대가 될테니 말이다. 100자평이라도 꾸준히 올려봐야겠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트랑 2025-12-19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의 글을 읽고
최근 읽었지만 제게는 난이도가 높았던 책의 리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고수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 있는 경우인지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거창하게 절필˝하려다 생각을 살짝 바꾸어봅니다^^

좋은 하루되십시요~!!

yamoo 2025-12-19 11:32   좋아요 1 | URL
난이도 높은 책이라도 내 느낌을 그대로 쓰는 게 중요하죠. 지금 내 느낌이니까요. 저는 난이도 높은 책을 읽고 용감하게(?) 느낌을 마구 씁니다.ㅎㅎ 이 책이 상찬받을만하다고?! 내가 보기엔 형편없는데...라고 말이죠...무식하면 용감하니까요..ㅎㅎ
그래도 이런 글이 쌓이다보면 난이도 높았던 책도 비판할 수 있게 되더군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잉크냄새 2025-12-19 20:23   좋아요 0 | URL
전문 서평가가 아닌 다음에야 책을 읽고 그냥 편하게 자기가 느낀 점을 써 내려가면 될 것인데 뭔가 잘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항상 앞에 나서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신경 안쓰면 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죠. 자꾸 눈에 거슬리게 되죠. ㅎㅎ
어쨌든 리뷰에 좀 더 집중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stella.K 2025-12-19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걸 또 출판사나 서점이 부추기고 있는 분위기라 씁쓸하죠. 저도 갈수록 리뷰를 안 쓰게 되네요. 작가에게도 그런 애로사항이 있군요. 근데 제가 보면 작가가들이 독자와의 만남 같은 것이 아니면 독자와 소통하는 걸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거나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놓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 책 읽어 본다고 하곤 여태 못 읽고 있네요. 잘 지내시죠?

잉크냄새 2025-12-19 20:26   좋아요 1 | URL
작가들에게 또 그런 면이 있군요. 이 책은 문학계의 메이저급 문학상 당선 외에 올라갈 사다리가 없는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다보니 응원의, 연대의 내용을 좀 더 부각한 면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스텔라님도 잘 지내시죠?

yamoo 2025-12-19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달에 한 두 권 정도는 리뷰를 꾸준히 쓰려고 노력합니다. 작년까지는 리뷰 보다는 페이퍼를 주로 썼는데...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니 얼마 지나면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더라구요. 리뷰를 남기면 다시 신기하게도 복기가 됩니다. 그런 용도로 리뷰를 쓰죠. 올해 목표가 리뷰 20개 였는데 얼추 목표를 채웠습니다..^^

잉크냄새 2025-12-19 20:28   좋아요 1 | URL
개인 입장에서는 리뷰를 쓰면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복기하는 것이 리뷰의 진정한 순기능이라 생각해요.
저도 올해는 한 달 한 권으로 목표를 잡았는데 절반 정도 달성했네요. 내년에도 리뷰에 좀 더 시간 투자를 해 볼까 합니다.

카스피 2025-12-19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아무래도 각 잡고 진중하게 써야하기에 부담이 크죠.그래서 가벼운 맘으로 휘리릭 쓰는 페이퍼가 편한것 같아요.

잉크냄새 2025-12-19 20:30   좋아요 1 | URL
리뷰가 사실 각 잡을 일도 아닌데 말이죠. 각은 군대 관물대에서나 잡으면 되는데 말씀처럼 리뷰 앞에만 서면 각을 잡게 됩니다. ㅎㅎ 리뷰 쓸 때도 페이퍼처럼... 기억할 만한 문구입니다.

카스피 2025-12-27 00:44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잉크냄새 2025-12-28 11: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달인 기준이 뭔지 뭔가 모호하긴 하지만요. ㅎㅎ

페크pek0501 2025-12-2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해에는 리뷰를 꼭 쓰는 걸로... 한 달에 한 권이라도 꾸준히 쓰는 계획을 실천해 보겠습니다. ^^

잉크냄새 2025-12-28 11:16   좋아요 0 | URL
저도 새해에는 뭔가 목표를 잡아볼까 합니다. 100자평이라도 남겨보려고요.

마힐 2025-12-29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저 서재의 달인에 오르신 것 축하드립니다!!!
리뷰쓰기 쉽지 않아요. 리류를 쓴다고 생각하면 안 써지더락구요.
그래서 전 내년에는 잉크냄새님같은 달인의 서재에 부지런히 방문해서 댓글이라도 달아 볼려구요... ㅎㅎ
내년에도 잉크냄새님의 좋은 글을 기대해 봅니다.

잉크냄새 2025-12-29 19: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제가 올린 리뷰나 페이퍼의 수로 볼 때 선정될만한 이유가 있나 하는 의문은 계속 듭니다. 저도 마힐님 서재 자주 방문해 열심히 읽고 댓글로 소통도 자주 하겠습니다.
 

시리아와 국교 수교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은 시리아를 떠나기 며칠 전이었다. 터키 국경 도시 안타키아 출입국 사무소 벽에 붙어 있던 비자 발급 비용표에 SOUTH와 NORTH KOREA가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이 좀 신기하고 의아하기도 했지만 비자 비용 지불만으로 인터뷰도 없이 간단히 국경을 통과한 상황이었다. 숙소에서 만난 여행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수교 문제를 처음 듣게 되었는데 수교조차 맺어지지 않아 국가의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곳에서 여권 분실이 가져올 파장이 지레 두려웠고, 이 곳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분들의 삶이 무척 궁금해지곤 했다.


다마스커스에서 묵던 게스트하우스는 한국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중부 도시 하마에서 내려온 버스가 정차하던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전통 가옥을 그대로 숙소로 사용하던 이층 건물이었다. 삐거덕 소리가 나는 두터운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낡은 소파와 연탄 난로가 놓여 있는 작은 공간 하나를 지나야 마당이 나왔다. 하얀색 그리스풍 분수가 있는 마당을 포함한 집의 구조는 중국의 자그마한 사합원과 유사했다. 일층은 가족이 생활하면서 부엌 한 쪽 면을 여행객을 위한 한국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외부에 계단을 통해 올라간 이층의 골목 쪽은 일반 객실로 안쪽은 도미토리로 사용했다. 

<오른쪽 건물이 숙소다. 나무 대문을 밀면 삐걱~ 하며 다마스커스의 오래된 골목이 찌뿌둥한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난다>


여사장님은 아담한 체구에 만면에 밝은 웃음을 띈 조용한 분이셨다. 부엌 한 곁에 숙소 손님을 대상으로 음식을 파셨는데 김치찌개를 무척 잘 하셨다. 이스탄불 이후 거의 삼 주 만에 접한 김치찌개는 눈물 나도록 맛있었는데 도착한 첫 날 짐도 풀기 전에 배가 터져라 먹었다. 벽에 걸린 십자가나 종교 관련 그림을 통해 그 분의 종교 성향을 알 수 있었는데 독실해 보이는 외견과 달리 우리와의 일상 대화에서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지는 않는 분이셨다. 남사장님은 아내분과 함께 숙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가 마주치는 때는 주로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해질녘이었다. 마당으로 들어오는 입구 작은 방의 조개탄 난로 옆 낡은 소파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사장님과 술 한 잔 할 일이 있었는데 난로 옆에 세숫대가 놓여 있고 양복 차림의 한 중년 남성과 앉아 있었다. '이 곳 사람들은 똥집을 안 먹어요' 라며 세숫대 가득 똥집을 들고 오신 중년 남성은 한국인 사업가로 중동에 실크 히잡을 수출하여 꽤 성공한 분이셨다. 가끔 다마스커스에 들릴 때 사장님과 술 한잔 하는 모양이었다. 네 명이 밤이 이슥하도록 똥집을 구우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었는데, 그는 본인의 의지보다는 아내와 딸의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마스커스 골목에는 유독 폭스바겐형 경차가 많다. 이디오피아-예멘을 거쳐 유럽으로 올라가던 커피가 머물던 오래된 커피숍들이 자리하고 있다>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여학생은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다만 모국어를 사용하는 또래 친구가 없었던 탓인지 저녁 늦은 시간 숙소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계단을 오르는 경쾌한 발소리를 울리며 문을 두드리곤 했다. 도미토리에는 세 명이 기거하고 있었는데 그 중 영국 유학을 마치고 육로로 귀국길에 오른 여대생과 언니 동생하며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곤 하였다. 여기까지는 영락없는 여고생인데 좀 독특한 면이 있었다. 수교도 맺지 않은 이 낯선 나라에 종교적인 이유로 온 것이다. 동방으로부터 온 메시아가 다마스커스에서 출현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메시아가 자신이라는 신념. 어머니 또한 자신의 딸이 메시아라는 믿음 속에 생활하고 있었다. 


중동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이슬람 의식 아잔으로 시간 기준을 삼게 되곤 한다. 한밤중의 아잔 소리에 창문 밖 어둠을 응시하며 하루를 정리한다든지, 새벽 미명의 아잔 소리에 잠을 깨어 창을 열어 새벽 공기를 맞이하게 된다. 종교 의식 자체가 삶의 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기분이랄까. 그래서일까. 그들의 꿈이 이질적이지만은 않았다. 종교적 신념은 물론 보통 신념조차 가져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는 다소 의아하면서도 경외감마저 들었다. 국가의 보호가 전무한 이 곳에서 삶을 꾸려갈 의지와 용기는 종교적 믿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가족이 선택한 기약 없는 기다림의 끝은 무엇이었을까. 기다림이 그들 가족에게 어떤 의미일지는 함부로 재단할 일은 아닐 것이다. 삶은 옳고 그름의 이분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다만 삶이 평온하기를 바랄 뿐이다.


IS가 시리아 유적지 팔미라를 파괴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난 가장 먼저 그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국민에 대한 보호마저 사라진 그 곳에서 그들은 이방인으로써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다마스커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골목골목 비집고 들어오던 햇살은 포근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겠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니르바나 2025-12-09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사도 바울이 회심했다는 다메섹에 다녀오셨군요.
여행 중 묵으셨던 게스트하우스 주인 가족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자신을 메시아로 생각하는 딸과 그것을 믿는 어머니라니 재미(?)있는 모녀입니다.
이 분들은 메시아란 뜻을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요.
개인적인 종교 신념이야 자유의지니까 그렇다쳐도
자칭 메시아로 나섰던 사람들의 뒤끝이 영 개운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거시기합니다.
아무튼 잉크냄새님 덕분에 인간적인 다마스커스 풍경과
거기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잉크냄새 2025-12-09 21:17   좋아요 1 | URL
네, 다마스커스는 그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골목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오래된 골목으로, 기독교인에게는 사도 바울의 회심으로, 커피 애호가에게는 유럽으로 커피가 전해지던 통로로, 이슬람에게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우마이야 모스크로...

전 종교가 없다 보니 메시아 이야기도 사실 자체의 진위보다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바라보았어요. 자신을 메시아로 생각한 딸, 자신의 딸을 메시아로 생각한 어머니. 누구의 신념이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페넬로페 2025-12-09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명한 그곳, 다마스커스에 다녀 오셨군요. 여행을 많이 다닌 저의 지인이 시리아나 이란에 좋은 여행지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최근에 본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을 보고 답답함이 많이 느껴졌어요. 어서 중동이 좀 더 평화롭고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잉크냄새 2025-12-10 13:25   좋아요 1 | URL
시리아에는 티크리스 유프라테스 문명부터 내려온 오래된 유적들이 참 많아요. 창세기, 십자군등 역사의 굵직굵직한 굴곡의 흔적이 많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다마스커스의 골목이 최고였습니다. 중동의 평화는 곧 세계 평화의 시발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힐 2025-12-09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네요. 메시아가 자신의 딸인 것을 안 엄마와 아빠는 어쩌면 계시에 의해 그곳에 머물고 있는 거네요. 그분들이 가진 믿음의 세계, 잉크냄새님 말씀처럼 저도 경이롭네요.

잉크냄새 2025-12-10 13:20   좋아요 1 | URL
여행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의 삶은 우리 삶을 뒤돌아 보게 합니다. 여행자의 삶도 매력적이지만 그곳이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삶 또한 흥미롭습니다. 가끔 삶이 지지부진할때 문득 그때의 어느 시점을 떠올려보면 삶은 여전히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차트랑 2025-12-10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치 찌개라니, 관심 가는군요!! 그러나, 헐~ 올해 4월에나 국교를 수교했다는 군요!!! 충격이네(요) !! (혼잣말인데 적절하지 않아 첨어합니다^^)

잉크냄새 2025-12-10 13:25   좋아요 0 | URL
전혀 생소한 장소에서 만나는 고국 음식은 눈물겹습니다. ㅎㅎ
시리아 국토 건설을 위해 올해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다행이지만 고대 문명의 흔적, 시리아 사람들의 순수함, 옛 도시의 고즈넉함 등은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감은빛 2025-12-10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종교적 믿음으로 수교도 맺지 않은 나라에서 숙박업을 하며 살아가는 가족이라니!

일단 중동에 대해 지리 감각이 전혀 없어서
시리아는 어딘지, 다마스커스는 어딘지 몰라 지도 검색부터 해봤어요.
제가 정말 중동 지리를 몰랐더군요.
이스라엘 위치만 대략 알고 있었는데, 그 주변을 이렇게도 몰랐을 줄이야.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 기다릴게요.

잉크냄새 2025-12-10 20:52   좋아요 0 | URL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가 정의한 삶의 범주를 벗어나 자기 주관의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군요. 저도 한때 길 위의 삶을 꿈꾼 적도 있는데 지금은 돌아와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ㅎㅎ

예전에는 하나의 도시를 기준으로 여행기를 올렸는데 지금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글을 남겨보고 있습니다. 추억하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꾸준히 올려봐야죠.
 

건망증


- 박성우-


깜박 나를 잊고 출근버스에 올랐다

어리둥절해진 몸은

차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방문 밀치고 들어가 두리번두리번

챙겨가지 못한 나를 찾아보았다

화장실과 장롱 안까지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집안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몇 장의 팬티와 옷가지가

가방 가득 들어 있는 걸로 봐서 나는

그새 어디인가로 황급히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렇게 쉬고 싶어하던 나에게

잠시 미안한 생각이 앞섰지만

몸은 지각 출근을 서둘러야 했다

점심엔 짜장면을 먹다 남겼고

오후엔 잠이 몰려와 자울자울 졸았다

퇴근할 무렵 비가 내렸다

내가 없는 몸은 우산을 찾지 않았고

순대국밥집에 들러 소주를 들이켰다

서너 잔의 술에도 내가 없는 몸은

너무 가벼워서인지 무거워서인지

자꾸 균형을 잃었다 금연하면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을 것 같은 몸은

마구 담배를 피워댔다 유리창엔 얼핏

비친 몸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옆에 앉은 손님이 말을 건네 왔지만

내가 없었으므로 몸은 대꾸하지 않았다

우산 없이 젖은 귀가를 하려 했을 때

어딘가로 뛰쳐나간 내가 막막하게 그리웠다


시를 적고 무언가를 끄적이려고 하다 그 무언가를 잊어버렸다. 시인과 완벽한 몰아일체의 경지가 되는 순간이다. 무언가를 잊은 듯 돌아서고 나서도 그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무언가를 잊은 것보다 무언가를 잊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올 때가 더 서글픈 법이다. 가끔 어딘가 나를 놓고 자꾸 뛰쳐나갈 때가 있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힐 2025-11-20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건망증이 치매 증세로 의심 될 때가 요즘들어 자주 있어요. 그것보다 더 서글픈 것은 잉크냄새님 걱정처럼 나를 놓고 자꾸 뛰쳐 나간다는 것에 공감이 된다는 겁니다. 우산 잃어 버릴 때가 더 좋았네요..ㅜㅜ.

잉크냄새 2025-11-20 21:47   좋아요 1 | URL
건망증은 모세혈관 감소로 인한 것이라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반면 치매는 뇌세포의 죽음 문제라 기억 저장소가 망가진 상태라 하네요. 아직은 건망증 단계인가 봅니다. ㅎㅎ
우산을 어디 놓고 왔는지 모르는 것은 만인의 공통 사항인가 봅니다. 하도 잘 잃어버려서 비가 어지간히 내리기 전에는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페크pek0501 2025-11-30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가 얘기하고 있을 때 난 그 얘기를 해야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깜빡 잊어 그게 뭐 였더라, 하고 마는 것입니다. 끝내 생각나지 않다가 집에 오면 떠오릅니다. 제 경험입니다.ㅋㅋ

잉크냄새 2025-11-30 14:34   좋아요 1 | URL
집에 오면 떠오른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겁니다. ㅎㅎ 우린 아직 희망을 이야기할 때인 겁니다요!!!

감은빛 2025-12-06 15:25   좋아요 1 | URL
저도 집에 와서 생각났다면 다행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이미 잉크냄새님께서 쓰셨네요. 저는 비슷한 상황에서 하려던 말을 끝까지 생각해내지 못한 경험이 있어서요. 아마 평생 떠올리지 못하겠죠.

잉크냄새 2025-12-07 09:30   좋아요 0 | URL
아마 평생은 아닐 겁니다. 어느 순간 기억을 건드리는 손길이 닿으면 뜬금없이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2025-12-04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04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04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06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07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5-12-06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를 두고 다닌다는 생각을 저도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시네요.

오늘은 갑자기 중국 노래들에 꽂혀서 언젠가 잉크냄새님이 알려주셨던 노래들을 찾아듣고 있어요.

잉크냄새 2025-12-07 09:33   좋아요 0 | URL
나를 어딘가 두고 떠나시는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어딘가 두고 또 다른 어딘가로 뛰쳐 나가니 말입니다. ㅎㅎ

중국 노래 2탄도 한번 준비해 볼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