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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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세상은 그 기울기는 급격히 줄었으나 우상향으로 조금씩 흘러가고 있다.거대 담론이라는 굵직한 흐름 속에 돋보기를 대어 보면 작은 톱니바퀴들처럼 부침을 거듭하는 미세한 삶들이 올망졸망 분주하다.‘인생 참 계획대로 안 되네‘라고 아우성치는 삶의 외침을 작가는 미세 좌절이라 명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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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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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다 보면 유독 겉도는 느낌의 시가 있다. '이 시가 과연 이 작가의 시가 맞나?' 싶은 다소 생뚱맞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린 시절의 가난과 청춘의 이별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우울한 어조로 노래한 시인 기형도의 시가 그러하다. 그의 첫 시집이자 유고집이 된 <입 속의 검은 잎>의 마지막 시로 <엄마 걱정>이 실려 있다. 그가 짧은 생애지만 시인으로 활동한 중간 정도인 1985년에 쓰여진 시인데 시집의 마지막에 겉도는 듯한 느낌으로 실려 있다. 겉돈다 하여 완전히 다른 분위기는 아니다. 여전히 가난한 풍경이지만 백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다고 해야 할까. 1989년 3월 종로의 파고다 극장에서 생을 마감한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막처럼 올라가던 <엄마 걱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이 마지막 시에서 전해졌다.   


< AI로 생성해보았다. 한글을 이미지 처리하는 건 한계가 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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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6-04-10 0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기형도 시인의 시, 엄마 걱정을 보니
오래 전에 자주 불렀던 <찔레꽃>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엄마는 언제부터인가 저에게 종교가 되었습니다.^^

잉크냄새 2026-04-10 20:11   좋아요 1 | URL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섬집 아기> 2절이 있는 줄 얼마전에야 알았습니다. 엄마라는 단어는 어머니보다 정겹습니다.

니르바나 2026-04-10 20:53   좋아요 1 | URL
섬집 아기, 저는 아주 오래 전 젊은 박인희씨의 노래로 듣습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도 좋구요.^^

잉크냄새 2026-04-10 21:12   좋아요 1 | URL
한 번 찾아 들어봐야겠네요. 노래 <찔레꽃>은 언제고 듣기만 해도 가슴먹먹하고 눈물이 나려 합니다.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인생>을 보면 결혼식 날 평샤의 남편이 동료들과 거리를 행진하며 주위를 둘러싼 동네 하객들에게 담배와 사탕을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뿐 아니라 아직 전통 혼례 방식이 남아있는 여러 마을에서 예식이 거행되는 건물 앞에 작은 탁자를 펼쳐 놓고 그 위에 담배와 껌과 사탕을 쟁반이나 종이컵에 담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풍경을 종종 보곤 했다.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문을 나선 그 날 언덕 위 장족 전통 가옥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풍악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사람들이 분주히 드나들던 그 집 앞에서 마침 담배가 똑 떨어졌다. 리탕理塘은 중국에서 사람이 거주하는 가장 높은 고도인 4200m의 장족 마을이다. 담배 가게를 가려면 한참 숨을 헐떡이며 올라온 언덕을 다시 내려갔다 와야 했다. 염치 불구하고 두 손 합장하며 "꽁시꽁시恭喜恭喜 (축하해요)"를 외치고 쟁반에 담긴 담배 몇 까치를 들고 나와 담배를 물고 다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한 무리의 청년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탁자에 앉아 있던 노인과 몇 마디 주고 받은 후 나에게 험악한 얼굴로 성큼 성큼 다가왔다. "당신 중국인이냐?" "아니, 한국인이야" 중국어로 답변을 하는 순간, 아차 싶었다. 리탕은 티벳 독립 운동 기간 저항이 가장 심했던 도시이다. 티벳 승려의 분신이 빈번히 행하여진 곳이었고 승려중 리탕 출신이 가장 많았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팽배한 지역이었다. 중국인과 외관상 구분이 쉽지 않은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하여 종종 실수로 폭력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심 도로는 CCTV로 가득 했고 몇 십 미터마다 공안을 가득 태운 버스가 도로를 점유하고 있었다. 몇 마디 더 나눈 후 중국인이 아님을 확인한 청년들은 조금 전 굳게 경직된 얼굴이 언제냐 싶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경계심을 풀었다. 결혼식에 참석할 것을 권하는 그들의 요청을 점잖게 거절하니 거의 끌다시피 하여 건물 이층으로 올라갔다.


<잔치집 입구에는 사탕과 담배와 껌이 주로 올라간다>


장족의 결혼식은 삼일간 계속 된다. 그날이 며칠째인지 알 수 없었으나 아직 축하연의 열기가 식지 않은 듯 장족 음악과 웃음 소리가 가득 넘쳐 흐르고 있었다. 이층은 대략 음식을 준비하는 부엌과 손님을 접대하는 대형 홀, 그리고 신랑 신부가 축하 손님을 맞이하는 별도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부엌에는 신부측 어머님을 중심으로 동네 아낙들이 모여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며 전통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커먼 그을음이 세월을 과시하듯 벽면에 도배되어 있었고 창을 통과한 한 줄기 햇살이 음식 연기와 먼지의 춤사위로 아늑했다. 천장에는 그을음으로 훈제된 라로우腊肉가 걸려 있었다. 손님 음식이 부족하면 큰 실례가 되기라도 하듯 음식은 층층이 쌓였다. 으레 부엌에서의 한담이 그렇듯 홀로 부엌을 방문한 이방인은 동네 아주머니들의 놀림의 대상이 되었는데 동생을 먼저 시집 보내는 언니의 상대방으로 웃음소리와 함께 한참 동안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신랑 신부가 하객을 맞이하는 신방은 결혼을 축하하는 사람들이 들락거렸는데 폐백실과 비슷한 용도로 보였다. 외지인인 나에게는 직접 대면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아마 부정을 탄다는 미신적 의미가 있지 않나 싶었다. 대형 홀에는 기다란 탁자가 가로 세로 몇 줄로 자리 잡고 있었고 양탄자가 깔린 낮은 의자가 양쪽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탁자에는 티벳 전통 음식이 가득했고 막걸리 창과 뚝바 같은 전통 술이 놓여있었다. 시커멓게 그을린 주전자에는 수유차가 끈적거리는 버터맛을 풍기며 흘러 넘쳤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1.5리터 코카콜라와 500미리 환타가 쌩뚱맞은 얼굴로 자리해 있었다. 한 무리의 여인들이 일어나 테이블마다 돌며 축하 노래를 불러 제끼고 노래가 끝나면 다들 잔을 들고 축배를 들었다. 여인들이 한 바퀴 돌고 나면 남성들이 그 뒤를 이어받았다. '고산에서의 음주는 자살이야' 라고 다짐하고 수유차酥油茶를 마시며 최대한 술을 자제했으나 이미 거나하게 술에 취한 건장한 장족들의 강압에 한 잔 두 잔 잔술에 취하여 갔다.  


<보통 3일 동안 축제가 이어진다>


건물 일층은 보통 사람이 거주하는 용도는 아닌 듯 했다. 공간의 구획이 명확하던 이층과 달리 일층은 건물을 지지하는 커다란 기둥 외에는 텅 빈 공간이었다. 다만 잔칫날 만큼은 동네 아낙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티벳 전통춤을 추고 있었다. 올라갈 때도 빙글 빙글 돌아가던 춤은 어둑어둑 어둠이 깔려 내려올 때까지 계속 되었다. 오전에 끌려 들어가 해가 뉘억뉘억 넘어갈 때 이층에서 내려왔는데 팔을 잡아 이끄는 장족 여인들에 이끌려 춤사위에 합류했다. 춤사위는 삶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춤이었다. 어깨춤이 절로 나오듯 그들의 습관처럼 몸에 벤 자연스런 춤이었다. 움직임이 많고 동작이 커 우리 춤사위보다 훨씬 동적이었다. 장족 마을에서는 식사를 마친 저녁 나절 이미 어두워진 광장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일이 일상이었다. 지나온 여러 마을에서 이미 본 일상적 풍경이어서 금방 춤사위에 합류했다. 춤도 빙글, 머리도 빙글, 카메라도 빙글, 오직 빙글빙글만 존재하는 아주 편안하고 흥겨운 기분이었다. 한참을 빙글거리며 돌아가다 기억이 끊어졌다. 문득 기억나는 것은 흰 물감 묻은 붓을 휘둘러 별자리마저 취하여 빙글거리던 은하수와 노랫가락 흥얼거리며 고도 4200미터의 마을을 헉헉거리며 걸어 내려오던 기분 좋은 취기였다.



<사진을 찍을 즈음에는 이미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 사진도 다 흔들린다>







<무희만큼의 동작은 아니지만 저녁 어스름이 짙어질 무렵 장족 마을 광장에는 약속이나 한 듯 사람들이 몰려와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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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2026-04-02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영화 <인생>도 수작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챙겨봤었는데, 펑샤 결혼식 장면이 떠오르네요. 글 읽는 동안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는 기분이었어요. 취기가 슬쩍 느껴지는 사진까지! ㅎㅎ
낯선 곳에서의 경계와 환대가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들이 생생하게 전해지네요. (빙글빙글)

잉크냄새 2026-04-03 19:50   좋아요 1 | URL
중국 결혼식 장면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인생>의 그 길거리 풍경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낯선 곳에 가면 말씀하신 경계와 환대의 줄타기가 묘한 긴장감과 짜릿함을 동반합니다. 익숙지 않은 여행의 묘미죠. 그들 표정은 숨길 수 없는 감정이 금방 드러납니다. 경직된 얼굴이 금방 활짝 이를 드러내고 웃을 때의 극적 변화란.....ㅎㅎ

Forgettable. 2026-04-02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오스의 어느 마을에서 노래방기계의 bgm과 함께 춤추고 취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글이네요.
인도에서 만난 티벳 막걸리 창도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떠오르구요.. 모모인가.. 만두도 맛있던데 냠냠

잉크냄새 2026-04-03 19:53   좋아요 1 | URL
우린 역시나 춤의 DNA를 품은 민족입니다. 생각없이 취하고 춤추던 그때가 그립네요.
막걸리 창은 포카라에서 처음 마셨는데 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탄광 광부가 쓰는 랜턴 쓰고 마시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카스피 2026-04-03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족이 티벳인을 가리키는 말인지 처음 알았습니다.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58개의 소수민족(조선족 포함)이 있는데 과거에는 분리 독립등 여러 정치적인 사유로 나름 58개 소수 민족에 대한 자치권과 문화적 독립성을 인정했는데 요즘은 모두 중국 동화정책으로 과거의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박탈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다른 소수 민족들과 달리 티벳은 과거 왕조시절부터 복속국이었지만 라마불교가 원이나 청같은 한족이 아니 왕실에서 우대를 받아서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었는데 1950년대 중공이 티벳을 침공하면서 강제적으로 병합해 지금도 티벳인들의 독립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하더군요.
그나저나 잉크냄새님은 참 좋은 곳을 많이 여행 다니신것 같아 매우 부럽습니다.

잉크냄새 2026-04-03 20:04   좋아요 0 | URL
한글 발음 장족은 중국에서 두개의 소수 민족으로 나뉩니다. 티벳의 중국 표현인 시짱(西藏)의 주요 민족인 짱주(藏族)와 중국에서 한족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좡주(壮族)입니다.
제가 근무할때에는 만주족만 고유 언어에 대한 교육이 통제되었는데 얼마전 소수 민족 언어에 대한 교육을 통제한다는 뉴스를 저도 본 기억이 나네요.
여행은,,,저 스스로에게도 소중하고 풍요로운 기억입니다.

마힐 2026-04-03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졸지에 반 강제로 하객이 되셨군요. ㅎㅎ 신랑신부에게 홍빠오는 주셨나요. ㅎㅎ

잉크냄새 2026-04-04 09:34   좋아요 1 | URL
앗, 그러고 보니 홍빠오 건넨 기억이 없네요. 아마 폐백실에서 주지 않았나 싶은데 그 곳은 제가 들어갈 수 없던 곳이라....ㅎㅎ

책읽는나무 2026-04-04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여행의 단짠단짠 그런 맛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위험했던 순간. 그리고 흥겨운 순간.
결혼식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인식하기에 저리도 흥겹게 3일 밤낮으로 축제를 이루는 걸까요?
그들의 전통문화가 참 신기합니다.
암튼 신선한 여행의 경험이 되셨겠습니다.^^

잉크냄새 2026-04-04 09:39   좋아요 1 | URL
사실 위험이라고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고 살짝 긴장했다고 할까요. 혼자 여행의 장점이 이렇게 뜻하지 않은 각종 이벤트와 마주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죠.ㅎㅎ
소수 민족 전통 문화의 공통점이라면 결국 공동체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3일간의 축제도 가정,친지,마을로 이어지는 공동체에 대한 의례의 흔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번 가면 다시 보기 힘든 작별의 장이죠.

차트랑 2026-04-04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써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장족의 장을 감출장(藏)을 쓴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장족무(藏族舞)를 시현하시는 분들의 발 동작은 우리와 다른듯 한데,
팔동작과 그 곡선, 그리고 상체의 움직임은 우리의 전통무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군요.

우리 전통무 팔의 곡선은 정말 남다르고 우아하죠.
이 모습을 장족무에서 발견합니다.
장족, 왠지 친근감 상승하네요~!

님아,
또 가시려거든,
그땐 혼자일랑 가지를 마오~!!





잉크냄새 2026-04-04 20:05   좋아요 1 | URL
아, 우리 춤사위와 유사성이 있나 보군요. 아니, 차트랑님, 음악에 이어 춤까지 조예가 깊으시다니....

실제 무희분들 말고 마을분들 저녁 나절 광장에 모여 춤추는 걸 보면 무희보다는 동작이 훨씬 작긴 합니다. 그래도 그런 문화 자체가 흥겹고 정이 많이 갑니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풍경일지도 모르겠네요.

감은빛 2026-04-04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잉크냄새님 글에는 늘 긴장감이 넘치네요. 쪼는 맛이라고 할까? 그런 맛이 있어요.

오전에 끌려들어가 해가 넘어갈 때까지 계셨다니, 그것도 신기하네요. 춤추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취했어도, 조금은 흔들렸어도 참 잘 찍은 사진이다 싶어요. 춤추는 모습 영상도 잘 봤어요. 저처럼 춤을 못추는 사람은 여러번 같은 춤을 보아도 따라 추지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26-04-04 19:49   좋아요 0 | URL
아 그럼 다음에는 더 쫄깃쫄깃한 여행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장족춤을 자세히 보시면 대부분 유사한 동작의 반복입니다. 술만 조금 드시면 금방 따라 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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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수렴할지언정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어느 지점에 있다. 행복을 목표로 미래를 구상하는 것은 현실을 도피하고자 미래를 이상화하는 자기 최면이다.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에서 누리고 느끼고 향유하는 모든 경험의 총합이다. 고로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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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우리는 ‘햇빛’과 ‘햇볕’과 ‘햇살’을 구분하여 말하기 시작했을까. 빛과 볕과 살로 변주되는 그 말들은 미세하지만 분명 다른 질감을 지닌 듯하다. ‘햇빛’이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지닌다면 ‘햇볕’은 촉각을 환기하며 감각의 주체에게 보다 가까이 있고 ‘햇살’에 이르면 통각이라고 할, 보다 종합적인 어떤 몸섞임의 상태에 가까워진다. 햇빛이 아직 대상화된 거리 속에 있다면 햇살은 피부와 혀에 감기고 마침내 무언가 부드러운 살점을 나의 내부로 밀어 넣는 듯한 교합의 친밀감 속에 있다. 계절로 치자면 봄과 가을에 그것은 햇볕에 가깝고 여름의 그것은 햇빛에 가깝고 늦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초봄에 이르는 그것은 햇살에 가까운 듯하다. 봄가을에 촉각으로 먼저 느끼는 그것은 햇볕이라는 말이 지닌 적당한 따뜻함을 즐기게 한다. 여름날의 햇빛은 그 앞에 살갗을 봉헌하기가 쉽지 않은, 일단은 피해야 할 거리를 유지하기 십상이고, 쌀쌀하거나 몹시 시려운 겨울날을 지나면서 햇살을 그 살의 거처인 양지로 나를 불러들인다. 겨울에 나는 창가나 마당가로 햇살을 찾아다니고 햇살과의 통음을 즐긴다. 겨울 햇살은 내 속에 숨어있던 적극적인 소통의 열망을 드러내게 한다. -p118-


<시와 사막의 햇빛>


햇빛은 공간 속에서 빛난다. 시각에 공간이 더해져야 그 빛이 비로소 선명해지고 배가 된다. 고립무원의 공간만이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 바다나 사막 혹은 도시의 빌딩 위 피사체가 햇빛과 하늘과 대상으로 명확히 구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조각 구름마저도 배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작열하듯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내려와야 한다. 발 제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한 치도 허용되지 않는 그 곳만이 햇빛을 안을 수 있다.


<옥수수 마르는 마당의 햇볕>


햇볕은 시간의 궤와 축을 같이 한다. 눈이 녹기 시작한 골목길 흙 담벼락에 드리워져 하루 종일 시간의 궤적을 그리며 벽을 어루만진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햇볕의 모든 색감을 담는다. 흙의 모든 질감을 어루만지며 젖은 공간이 말라가듯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어 품어 든다. 은은하게 품고 은은하게 퍼져 나온다. 햇볕이 어루만진 자리는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아늑함을 품는다.   


<고향 창가의 햇살>


햇살은 사물과의 실랑이 속에 살며시 드리워진다. 베란다에 걸린 빨래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기어코 방바닥 한 뼘의 공간에 누워 버린다. 누워서도 흔들린다. 때론 힘에 겨워 커튼에 슬며시 드리워져도 좋다. 그런 날은 바람에 실려와도 좋다. 흔들림 만으로도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눈꺼풀 위 한 뼘의 공간에 자리한 햇살의 어른거림은 때론 말라서 매미 날개처럼 바스락 거린다. 두 손 저어 보내기 전까지 햇살은 그렇게 실랑이 하다 문득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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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3-19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이란 말을 사전에서 다시 찾아보았어요.

잉크냄새 2026-03-20 16:43   좋아요 0 | URL
저도 찾아본 기억이 나는데 그리 살갑지 않은 해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냥 따스한 느낌으로 기억되는 것이 좋아보이네요. ㅎㅎ

마힐 2026-03-20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잉크냄새님 글도 좋지만 올리신 사진도 너무 좋네요. 직접 찍으신 작품 맞으시죠? ^^ 사진에 햇빛, 햇살, 햇볕이 이쁘게 드러났네요. 신기합니다. 저는 진짜 똥손이라 우리 아내를 찍으면 키가 작아지고 얼굴도 커지는 신기한 사진만을 찍어대 언제나 욕을 먹습니다. ㅎㅎ 그래서 사진 잘 찍는 분이 부러워요… 어떻게 찍어야 합니까? ㅜㅜ

잉크냄새 2026-03-20 16:48   좋아요 1 | URL
네, 여행중 직접 찍은 사진들인데 페이퍼 준비하며 사진들을 다시 한번 쭉 살펴보았어요. 그 중 햇빛, 햇볕, 햇살에 가장 가까운 사진을 골라보았거든요.ㅎㅎ

키 작아지고 얼굴 커지게 나오는 사진에 대한 개선안은 인터넷 조회만 해봐도 금방 나옵니다. 아래에서 무릎 구부리고 찍기, 사진에서 발 아래 일정 공간 남기기 등 몇가지가 있는데 구도 등 시간이 필요한 것과 달리 금방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단, 원래 작고 크면 뽀샾외에 방법이 없습니다.ㅎㅎ

페넬로페 2026-03-20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전을 찾아보지는 않지만 세 단어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뉘앙스가 다 다른 것 같아요.
인용해주신 문장이 참 좋아요.
올려주신 사진도요.
사막 사진속의 흔적은 발자국인가요?
오늘 산책하며
햇볕, 햇빛, 햇살을 잘 살펴보겠습니다.

잉크냄새 2026-03-20 16:50   좋아요 1 | URL
네 이집트 시와 사막을 다른 여행자와 같이 반나절 정도 걸어서 들어갈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문득 돌아본 사구에 남겨진 저와 동행의 발자국입니다.

오늘 햇빛,햇볕,햇살을 충분히 느끼셨는지요?

차트랑 2026-03-20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세 단어에 대한 발췌문도 아주 좋았습니다만
각 단어의 의미를 사진과 함께 읽으니
세 단어의 뜻을 시각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듯 합니다.
아름다운 글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잉크냄새님의 글, 태권도 9단의 아크로바틱를 보는듯
예술성 9단 드립니다!!




잉크냄새 2026-03-20 16:53   좋아요 1 | URL
가끔 작가들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동승하여 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보는 시간은 즐겁고 흥미롭습니다.
태권도 9단은 작가인 김선우 시인이고 전 흰띠 잉크냄새입니다. ㅎㅎ

stella.K 2026-03-20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고, 특히 저 고양이 그림자 사진 정말 좋으네요. 어떻게 저걸 포착하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잉크냄새 2026-03-20 16:55   좋아요 1 | URL
제가 기르는 고양이인데 햇살 좋은 날 창가에서 오수를 즐기곤 합니다. 그날 우연히 커튼이 내려와 있었고 낮잠 깬 고양이가 움찔 하는 모습에 바로 핸드폰을 들이댄 거죠. ㅎㅎ

책읽는나무 2026-03-20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후에 산책을 하며 햇빛이 강해졌구나. 생각하며 피하다가도 음지에 가면 또 서늘하여 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잉크냄새 님의 글을 읽다보니 제가 오늘 만난 것은 햇빛이 아니라 햇볕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했었나 봅니다.^^
글과 사진이 또 하나의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잉크냄새 2026-03-21 19:41   좋아요 1 | URL
네, 봄은 햇볕이 가장 어울리네요. 길을 걷다 내가 지금 만난 것이 햇빛인지, 햇볕인지, 햇살인지 가늠해보는 것으로도 즐거운 산책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설픈 글에서 햇님의 여러 모습을 읽고 가셨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ㅎㅎ

감은빛 2026-03-29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들이 정말 멋지네요.
제가 태양광발전 관련 일을 주로 하다보니 ‘햇빛‘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가끔 ‘햇볕‘이란 단어도 사용해요. 그런데 ‘햇살‘은 거의 쓰지 않았었네요.
그냥 단어의 어감으로는 햇살이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는 강의나 발표할 때 햇살을 써봐야겠어요.

해외여행을 거의 가보지 않았지만, 살면서 자랑할만한 것 중 하나가
몽골 고비사막을 아주 짧게 다녀왔다는 것인데요.
생각해보니 사진도 하나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도 점점 희미해져서
이젠 내가 정말 고비사막에 다녀왔다는 증거가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잉크냄새 2026-03-30 20:28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빛에 관한 단어들이 직업적 맥락으로 접근하니 또 새롭게 보입니다. 말씀처럼 에너지쪽으로는 역시 햇빛만큼 강렬한 이미지가 없겠군요. 햇살을 정서적인 접근, 재생에너지의 비유적 표현으로 하면 좀 따스한 느낌일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전 시간이 지니고 나니 여행에서 남는 것은 기억과 사진이더군요. 이상하게도 여행에 대한 기억은 세월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고 사진은 그 구체적 이미지를 더 각인하게 되는 요소가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