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스트 철학은 이를 구축한 여러 철학자들의 단순한 총합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소피스트 철학은 최소한 세 종류의 구체적인 이론적 토대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존재와 사유와 언어(한때 엘레아학파가 하나의 철학으로 통일했던 요소들) 사이에 존재하던 끈끈한 구속력을 완전히 분해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이 바로 담론의 중요성과 자율성뿐만 아니라 담론의 변증법적, 심리학적, 미학적 기능을 결정적으로 부각시킨 가장 우선적인 원인이었다.

소피스트들은 아울러 인간과 인간이 당면한 현실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시했다. 그들은 인간이 현실을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든 현실을 그것에 대한 앎과 해석과 활용에 굴복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마지막 특징은 소피스트들이 처음으로 추상적인 정치학 개념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스로의 무지에 대한 이해는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철학의 선결 조건 중 하나다. 모든 형태의 욕망은 욕망하는 대상의 부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 자신이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유일한 분야는 그가 앞을 내다볼 줄 알았던 여인 디오티마Diotima로부터 배운 ‘사랑에 관한 것들’이다.

질문과 짧은 답변으로 이루어지는 소크라테스의 대화 방식을 플라톤은 난제aporia를 통한 방식, 즉 납득이 가는 전제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도출해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을 일반적으로는 ‘엘렌코스elenchos’, 즉 ‘논박’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제어’, ‘입증’, ‘확인’ 등을 뜻한다.

소크라테스의 방법론이 가지는 궁극적인 목적은 가장 선호할 만한 탐구 대상인 ‘덕목’을 이해하는 일이다.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에서는 글을 읽고 쓰는 방법과 수학, 그리고 체력 단련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었지만 선한 행동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과목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지키지 못할 경우 어떤 처벌이 뒤따르는지 아는 정도가 전부였다. 고대 그리스에는 도덕적 가르침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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