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생리학 교과서>와 <혈관/내장 구조 교과서>, <뇌/신경 구조 교과서>는 서로 보완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전반적으로 <인체 생리학 교과서>가 인체의 기능과 작용에 초점을 맞춘 동(動)적인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면, 구조 교과서 시리즈는 세부 기관의 명칭과 위치 등 정(靜)적인 부분에 무게를 둔다. 


 마치 경제학에서 소득 활동이 flow 개념이고, 자산 부문이 stock인 것처럼 이들 책들은 내용면에서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내용면에서 이러한 차이가 있다보니, 일반 독자의 관점에서는 아무래도 구조 교과서는 보다 전문용어 설명 위주로 구성되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반면, 생리학 교과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문가들 수준에서 본다면 구조 교과서의 내용 역시 낮은 수준이겠지만. 


[사진] <혈관/내장 구조 교과서> 中 심장 관련 부문


[사진] <인체 생리학 교과서> 中 심혈관 관련 부문


 이미 상식적으로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세포를 만들어내거나 에너지를 얻기 위한 소화활동과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한 배설활동, 세포의 활동을 위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호흡활동 등이 여러 기관들의 협조와 연결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본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문은 '혀'와 관련된 부문이었다. 예전 과학시간에 혀에서 맛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당연하게도 따라왔었는데, 본문에서는 이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이전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맛을 느끼는 혀 부위 지도가 잘못된 것으로 검증되면서 이제는 기각된 가설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많은 것이 새롭게 밝혀졌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중 과연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예전에는 지방이 비만의 원흉으로 지탄을 받다가 어느 순간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으로 구분되고, 이제는 비만의 원인이 탄수화물로 상식이 바뀌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특히 건강관련 상식) 중 상당 부문은 의도된 마케팅이나 연구활동의 결과물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진] <혈관/내장 구조 교과서> 중 혀(tongue) 관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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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23-05-16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에 공감합니다.. 요샌 커피 연구가 가장 심한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3-05-16 22:22   좋아요 1 | URL
네... 요즘은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그 정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언론이나 학계에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대중들이 유행에 쓸려다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기는 왜 쓸까? 


일기는 오늘 내가 한 일, 오늘 나의 기분, 오늘 내가 보고 읽고, 들은 것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을 쓰는 글이야. 말로는 잘하는데 글쓰기가 어려우면 일기장을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수다를 떨어 봐. 말 대신 글로 수다를 떠는 거야. 기쁜 일을 일기장에 자랑하고, 잘못한 일도 일기장에 털어놓고, 속상한 일은 일기장에 일러바치면 돼. _ 즐비, 류수형, <냥 작가의 일기 상담소> ,p42


일기를 쓰면 정말 글을 잘 쓰게 될까?


날마다 일기를 쓰면 글쓰기 근육이 쑥쑥 자라서 글솜씨가 좋아져. 하지만 꾸준히 해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소용 없어. 일 년 동안 팔굽혀펴기를 해도, 하루에 달랑 한번씩만 하면 근육이 생기지 않는 것과 같아. 일기의 소재를 다양하게 찾아 쓰고, 비슷한 기분도 다르게 표현해봐. _ 즐비, 류수형, <냥 작가의 일기 상담소> ,p138


 요즘 연의가 냥 작가 시리즈에 푹 빠졌나 보구나? 아니면 글쓰기에 고민이 많거나. 늦은 시간에 학교 숙제를 다 마친 후 일기를 쓰느라 고민하는 연의를 보면 일기쓰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아빠는 마음이 쓰여. 그래서, 오늘은 조금은 편하게 일기와 관련된 몇 가지 사진을 보면서 넘어가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일기는 아마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일거야. 임진왜란 7년 동안의 일을 일기 속에 담아낸 <난중일기>는 역사적 사건을 직접 경험한 충무공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해. 일기를 쓴 사람의 작은 기록이 중요한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난중일기>는 잘 보여줘. 아빠도 <난중일기>를 읽었는데, 아빠 또한 깊은 인상을 받았어. 물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측면을 더 잘 알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크게 아빠에게 다가온 것은 일기 내용이었어. 일기는 1593년 8월 중 일부야.


21일 맑음

22일 맑음

23일 맑음 윤간, 이뇌와 해가 와서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고 전하였다. 또 울이 학질을 앓는다고 전했다.

24일 맑음 이해가 돌아갔다.

25일 맑음 꿈에 왜적이 나타났다.새벽에 각 도의 대장에게 알려 바깥 바다에 나가 진을 치도록 하였다. 날이 저물어 한산도 안바다로 돌아왔다.


[사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일부


 아빠는 처음에 이 일기를 읽고 깜짝 놀랐어. 날짜와 날씨만 있네. 이렇게 써도 일기가 될 수 있는 건가?


 결론부터 말하면, 일기가 될 수 있어. 21일, 22일, 24일은 충무공에게 정말 평범한 일상이었을거야. 군인이었던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면 '맑음'에 행하는 훈련을 전과 다름없이 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 하루를 돌아봐도 별 일이 없었다면, 무소식이 좋은 소식이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물론, <난중일기>의 모든 내용이 날짜와 날씨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야. 정말 중요한 일은 세세하게 마치 눈 앞의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단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연의가 기회가 되면 직접 읽어보면 좋겠구나.


 이제 다음 사진은 아빠가 2학년 겨울방학 때 쓴 일기야. 아빠가 고모에게 일기 쓰는 법을 알려준 내용이 적혀 있어 가져왔어.


 오늘 내가 지연이(고모)에게 일기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일기 쓰는 방법은 느낀 점, 앞으로 할 일, 그리고 본일,  한 일 이렇게 다섯 개의 내용을 적으면 된다. 그렇지만, 동생은 '나는 몰라' 이렇게 쓰고 지웠다. 그리고 "나 일기 안 써" 이렇게 말했다.


 1983년이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이지. 지금은 어른이 된 아빠와 고모지만, 일기 속에서는 현실 남매의 모습이 잘 나타나있지? 당시에는 일기 쓰기 싫어서 일부러 대화체 글을 넣어 줄 바꾸기도 하면서 칸을 채웠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저 칸의 빈 공간이 참 커 보이고 아쉽게 느껴지는구나. 연의도 일기를 통해 이런 기억들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위한 큰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사진 2] 1983년 1월 18일 화요일 눈. <일기>


 <냥 작가의 일기 상담소>에서 나온 것처럼 일기는 하루를 정리하고, 일어났던 일과 그로부터 느꼈던 감정 등의 내용을 자유롭게 쓰는 글이야. 일기는 <난중일기>에서처럼 간략하게 정리할 수도 있으니, 마음을 편하게 갖고 쓰면 좋겠어. 만약, 여유가 있다면 하루에 한 가지 정도를 정리해보자. 그렇다면, 아빠 일기에서처럼 미래의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 될 거야. 매일매일 쌓인다면 큰 부자가 되겠고.


 아빠는 다행히도 어렸을 때 썼던 일기를 거의 다 갖고 있어. 예전에 쓴 일기는 노트에 정리했지만, 지금은 전자일기로 매일매일 정리하고 있어. 2007년 6월부터는 지금까지 거의 매일 쓰고 있는데, 이것도 습관이 되면 뭐라고 쓰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게 되는 것 같아. 물론 그 중 날씨만 적은 것도 적진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야. 


 아빠는 연의가 일기를 쓸 때 자신을 위한 선물을 준다는 마음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 작문을 잘 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면 너무 부담이 되지 않을까. 정 쓸 것이 없으면 날씨만이라도 적는다는 마음으로, 또는 "어제와 같은 오늘이다" 라는 문장을 적더라도 매일 적다보면 어느새 습관이 되고 큰 부담이 없어질거야. 큰 부담이 없어질 때 비로소 연의 마음이 연필에 내려와 담길테니 마음 편하게 갖구.


 오늘은 일기와 관련되서 아빠 생각과 아빠일기와 관련된 이런저런 말이 많았네. 너무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이번 한 주도 건강하게 잘 보내도록 하자꾸나! 


사랑하는 아빠가 


 

[사진 3] 2007년하반기부터 2023년 지금까지 전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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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5-15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난중일기 처음에 봤을 때 의외로 날씨만 있는 날도 많고 본인의 넋두리, 심정 토로 등의 글이 많아서 재밌었어요^^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지더라구요ㅎㅎㅎ 일기야말로 본인의 기록이니 어떻게 써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꾸준히 일기를 쓰시는 겨울호랑이님 멋지십니다!^^

겨울호랑이 2023-05-15 09:56   좋아요 1 | URL
저만 난중일기의 날씨에 감명받은 것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ㅋㅋ 다만, 난중일기의 치밀함을 배워야 하는데 중요하지 않은 사항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만 인상 깊게 봐서 한계가 있습니다만... 매일매일 끄적이다보니 별 내용이 없는 일기지만 가늘고 길게 왔네요.. 어떤 날은 ‘오늘은 일기 쓰기 싫은 날이다‘ 이렇게 넘어간 적도 있는 것을 보면 참 민망합니다. ㅋㅋ 거리의화가님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2023-05-15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5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시우행 2023-05-15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볼 수 있다는 걸 의식해서 일기장 내용을 가식적으로 기록한다면 이건 일기장의 의미가 퇴색되겠지요.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겨울호랑이 2023-05-15 11:20   좋아요 0 | URL
호시우행님 말씀처럼 적어도 일기장만큼은 자기 마음의 해우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보면 손발이 오글거리거리는 부분도 있지만, 그 또한 자신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솔직함이 일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호시우행님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3-05-15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책 속의 내용도, 제 느낌도 다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한답니다.

겨울호랑이 2023-05-15 16:22   좋아요 0 | URL
이제는 기록을 하는 방식도 다양해서 반드시 쓰기 만을 의미하진 않게 된 것 같아요. 다음 세대에게는 영상이 기록 매체가 되겠지만, 제게는 쓰기가 익숙하네요. 무언가 의미있는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기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모두 소중한 작업임을 저도 페크님처럼 느끼는 요즘 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5-15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의가 아빠의 어린 시절 일기를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무척 신기하면서도 아빠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부녀지간의 모습이 부럽습니다^^
일기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되구요.

겨울호랑이 2023-05-15 21: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빠 일기장을 보면서 일기장 속의 철딱서니 없는 어린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거리감을 많이 좁힌 것 같아요. 어른으로서가 아닌 같은 어린시절을 공유했다는 점이 아이에게는 새롭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마지못해 쓴 일기가 이렇게 활용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그 점에서 선생님과 부모님께 감사를 드려야겠어요. 책읽는나무님 감사합니다! ^^:)
 

각각의 역사적 국면이 고유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하나의 국면 속에 역사의 ‘연속성‘과 ‘변화‘라는 이질적인 측면이 하나로 합해져있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역사적 국면은 역사의 ‘순환‘과 역사의 ‘화살‘이라는 양면성을 다 갖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국면과 다른국면 사이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역사의 ‘순환‘이 지배적일 때변화는 양적이고 제한적이다. 반면 역사의 ‘화살‘이 지배적일 때 변화는 질적이며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 P192

이쯤에서 역사의 세 가지 엔진을 다시 살펴보자. 첫째는 지식, 기술, 생산성의 축적이다. 둘째는 잉여의 통제를 놓고 벌이는 지배계급 간의 경쟁과 투쟁이다. 셋째는 잉여의 크기와 배분을 놓고 벌이는 계급 간의 투쟁이 그것이다. 바로 이 세 엔진의 상호작용이 역사를 앞으로 끌고 나간다. - P192

종교개혁의 핵심은 봉건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지주인 가톨릭교회와의 단절이었다. 자유로운 질문과 논쟁이 폭발했다. 프로테스탄트는 무엇보다도 중산층의 종교였다. 그들은 유럽에서 가장 발달된 지역에서 자본주의 농업과 상업에 종사하던, 산업 성장의 개척자들이었다. - P239

결국 자본주의는 경쟁적으로 자본축적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가 융합한 결과다. 오직 이윤을 붙여팔기 위해서만 사야 하는 상인의 원리, 산업혁명이 초래한 노동생산성의 변화, 각각의 경제 파트가 자본들 사이의 경쟁 단위가 돼 버린 상황. - P359

노동에 대한 대가와 노동력에 대한 대가의 차이는 자본주의에 내재된 비밀이다. 임금이 노동에 대한 대가라면, 노동자들은 자신이 생산한 가치에 대한 정당한 지불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금이 노동력에 대한 대가인 경우, 임금은시장의 거래가격에 따라 결정되고, 자본가들은 이윤을 얻기 위해임금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라고 노동자에게 요구하게 된다. - P360

보호무역과 식민지주의는 서로 경쟁해가면서 강도를 더해갔다. 이는 장기불황의 세 번째 결과를 낳았다. 바로 강대국들 간의 긴장고조와 군비지출 증가다. 이 때문에 주요 자본주의 국가 내부의 권력 관계는 재구성되었다. 정부, 군부, 무기업체는 서로 연계되어 군산 복합체‘를 구성했다. - P412

붕괴의 원인은 금융화 때문이었다. 그러나 은행부채가 없었다면호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시스템은 한마디로 깊이 병들어있었다. 1970년대부터 낮은 수익, 수용력 초과, 소비 부족에 시달린이 시스템이 수요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채를 늘리는 것이었다. 금융투기가 거대한 거품으로 부풀어 오른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화려해 보이는 신자유주의 이면에는 영구적인 ‘부채 경제‘라는 현실이 존재했다. - P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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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지음, 김주식 옮김 / 책세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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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적은 해군 관련 사건들에 대한 연대기를 단순히 기록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반적인 역사에서 어떤 해군 관련 사건을 그 사건의 인과관계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전략적이거나 전술적인 토론도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일반적인 전쟁 결과와 국가 번영에 미친 해양력의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_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 p328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Alfred Thayer Mahan, 1840 ~ 1914)의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 1660~1783>은 해양력의 관점에서 바라본 유럽/미국사이며, 이는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헤게모니(Hegemony)가 교체되는 시기에 해당한다. 자연스럽게 마한은 제해권을 통해 자본주의(capitalism), 제국주의(Imperialism) 주도권 교체를 설명한다.

역사 속에서 헤게모니 경쟁의 최종 승자는 당연히 영국이다. 그리고, 영국에 헤게모니를 넘겨주기 전까지 강력한 해운제국은 네덜란드였다. 그렇다면, 네덜란드가 영국에 뒤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모든 자원을 해운에 쏟을 수 있었던 영국과는 달리 대륙의 일부로서 주변 강대국 - 프랑스, 스페인 - 과 끊임없는 전쟁을 기울여야 했던 지정학적 요인이 가장 큰 차이였으며, 결정적으로 영국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 1688)으로 네덜란드 오라녜 공 빌럼이 윌리엄 3세(William III, 1652 ~ 1702)가 되면서 네덜란드의 물적/인적 자원이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패권은 넘어가게 된다.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후 영국과 프랑스 중의 한 나라와 항상 전쟁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전쟁은 네덜란드의 재정을 고갈시켰으며, 해군을 파괴했고, 무역과 제조업과 상업에서의 급속한 쇠퇴를 초래했다. _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 p273

오라녜 공은 영국의 왕위를 차지하기를 바랐는데, 그것은 평범한 개인적인 명성의 확장이 아니라 루이 14세의 세력을 영구히 억제하고자 하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최대한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윌리엄은 영국 원정을 위해서 네덜란드 연방으로부터 함정, 군자금, 그리고 병사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네덜란드인들은 윌리엄의 요구에 대해 망설였다. 왜냐하면 프랑스 국왕이 제임스를 자신의 동맹자로 선언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윌리엄의 영국 원정은 결국에는 프랑스와의 전쟁이 될 것잉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덜란인들의 행동은 결국 루이에 의해 결정되었다. _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 p285

그렇다면, 프랑스가 패권 경쟁에서 밀린 이유는 무엇인가? 마한에 의하면 그것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전 시기까지 재상 콜베르(Jean-Baptiste Colbert, 1619 ~ 1683)와 성공적인 국가 운영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루이 14세(Louis XIV, 1638 ~ 1715)가 대륙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프랑스의 해운력은 감퇴되었고, 이는 헤게모니 쟁탈전에서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점이 저자의 설명이다. 우리는 이로부터 세계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을 유추할 수 있다.

루이 14세는 군함을 제외한 프랑스의 해상 이익에 계속해서 등을 돌렸다. 그는 평화적인 해운과 산업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군함도 거의 쓸모가 없거나 불확실한 존재가 될 것임을 알지 못했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강력한 육군 건설과 영토확장을 통해 동맹을 체결하려고 했는데, 그것은 직접적으로는 프랑스를 해상에서 물러나게 만들고 간접적으로는 네덜란드의 세력을 해상에서 궁지에 빠지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_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 p132

프랑스는 영국과 거의 비슷했으며 다른 적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 놓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는 분명히 부와 신용 면에서의 차이였다. 프랑스는 단독으로 많은 적을 상대했지만, 그 적들은 영국의 보조금을 받아 움직이고 있었다. _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 p356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에서 저자는 해군과 육군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전시가 아닌 평시에서 활용에서 발견한다. 육군은 전시외에는 활용이 불가한 반면, 해군은 다르다. 전시에는 군함으로, 평시에는 무역선으로 선박의 전용이 가능하며 적지않은 경우 해적선으로도 이용가능하다는 점에서 육군은 비용(費用)인 반면, 해군은 자산(資産)으로 설명된다. 결국, 한정된 국부를 어디에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가에 따라 국력이 결정되었다는 설명을 마한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제시한다.

해상을 왕래하는 선박은 돌아갈 항구를 갖고 있어야 하고, 가능한 한 먼 곳까지 자국의 보호를 받으며 항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전시에는 무장함선이 보호 임무를 수행한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한 나라가 해군을 단순히 군대기구의 일부로만 유지시키는 경우를 제외하면, 해군의 필요성은 상선이 존재하면서부터 시작되고 또 그것과 더불어 사라진다고 한정된 범위로 이야기할 수 있다. _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 p73

이처럼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은 해양력의 역사를 보여주지만, 이와 동시에 자본주의와 헤게모니의 역사도 함께 보여준다. 이는 자본주의가 군사력을 바탕으로 유지된 제국주의임을 반증한다. 본문에서는 해양 전술과 관련된 내용도 상세히 다루어지지만, 그러한 전술적인 면보다 바다를 중심으로 제국을 구축했던 제국주의 국가의 전략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시각으로 보는 편이 보다 유용한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바다에 접해 있는 국가의 정책뿐만 아니라 역사의 중요한 열쇠는 교역을 요구하는 생산, 교역품들을 운반하는 수단으로서 해운, 그리고 해운 활동을 도와주고 확대해주는 동시에 안전한 거점을 증가시켜서 해운을 보호해주는 식민지, 바로 이 세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정책은 그 시대의 사상 그리고 통치자의 성격과 통찰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변해왔다. _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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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도 신학기와 환절기가 겹친 3·4·5월은 소아과가 붐빈다. 올해는 차원이 다르다.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되고 지난 3년간 코로나19 유행으로 주춤했던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단체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감기 바이러스 7~8종이 일시에유행하고 있다. RS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나을 즈음이면 보카 바이러스에 보카 치료를 끝내면 아데노바이러스에 다시 걸리는 식이다. 3월부터 두 달째 약을달고 사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 P13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을 문제까? 이 ‘특수 시즌‘이 지나면 지금 당장 목도하는 극단적 형태의 소아과대란은 약간 풀리겠지만 소아과 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은 앞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째 전공의를 확보하지못한 진료 과목은 전공의 확보율을 반등시키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전공의 정원이 비었던 그 병원, 그 과에 전공의로 들어가면 1년 차 레지던트가 2~3년 차 레지던트의 일까지 모두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팔라지는 저출생 기조도 예비의사들의 소아과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 - P17

숨겨진 비밀은 바로, 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핵협의그룹에 있다. 정부는 핵협의그룹을 강화된 확장억제의 알맹이로꼽고, 심지어 제2의 한·미 방위조약이라고까지 칭한다. 정작 차관보급 회의체에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빛 좋은 개살구같지만, 한·미 핵협의그룹은 한·미·일3자 핵협의그룹으로 변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숨겨진 비밀이다. 나아가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포함한 아시아 핵협의그룹으로 확대해갈 것이다. - P27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 각을 세우더라도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일 핵협의그룹이 만들어지면 동북아시아에서 이 전략적 명확성이 가시화되는 조치가 될 것이다.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러시아 2개 나라가 한국에 대한 위협을 전략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시기가 눈앞에 닥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무역, 한반도비핵화와 평화 체제, 그리고 미래의 한반도 통일 등 우리의 국가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나라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 P28

그런데 AI가 개를 포함한 온갖 동식물과 물건과 풍경과 개념의 이미지를 텍스트에 연결 지어 ‘복원 (생성) ‘해내려면, 수많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쌍이 필요하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인터넷상에서 긁어모은 50억 개가 넘는 이미지 - 텍스트쌍을 학습했다. 출처는 워드프레스 같은개인 블로그 플랫폼, 디비언트 아트 같은아트플랫폼, 게티이미지 같은 이미지 플랫폼 등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따로 동의를 구하거나 대가를 지불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 P35

논란의 핵심에 ‘화풍‘이 있다. 인간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하는 데인생의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데 국내외적으로 화풍(그림체·스타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표현‘이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장려하는 취지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화풍이고, 어디부터가 표현인가? 생성 AI의 등장으로 누구나 짧은시간에 특정 아티스트 스타일의 작품을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누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당 예술가에게 작품을의뢰할까?  - P38

생성 A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공들이는 걸 포착해주는 독자들이 있길 바란다. 번역가로서 엄밀한 표현을 쓰려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시간을 들인다. 그런데 요즘 신문을 보면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문장들, 특히정치 영역에서 의도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하는 말들이 난무한다.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다. 당연하다고 여기고 넘어간다. 말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자체가사회적으로 의미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면, 특히 기자들이 끝까지 질문했으면 좋겠다. 말의 의미에 대해서. - P41

반면 정부는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데에는 선을 긋는다. 주거까지는 정부가 지원하겠지만, 재산 손해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 사기도 단지 사기의 일종일 뿐이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P44

대통령의 연설은 눈앞의 청중을 기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서 질문을 한 단계 더 들어가보자.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왜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나?‘ 청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만족한 상대를 대상으로 우리 몫을 얻어와야 한다. 그 지점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을 따져봐야한다. 외교에는 국적이 있기 때문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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