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한국근대와 식민지 근대화 논쟁
정연태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9월
33,000원 → 29,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50원(5% 적립)
2022년 07월 14일에 저장
품절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일제 식민농정의 동역학
정연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4년 7월
43,000원 → 43,000원(0%할인) / 마일리지 2,150원(5% 적립)
2022년 07월 14일에 저장
품절
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 중등학교 입학부터 취업 이후까지
정연태 지음 / 푸른역사 / 2021년 1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2년 07월 14일에 저장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 일제 식민농정의 동역학
정연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식민농정이 기획, 시행, 수정되는 과정, 즉 식민농정의 동역학 動力學을 주체적, 중층적, 장기사적 시각에서 밝히고자 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 농업의 역사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일제 권력, 일제 자본, 지주, 농민 등 사자 四者의 의도와 지향이 서로 연계, 충돌하고 절충되는 가운데 식민농정의 방향과 기조가 결정되는 동역학을 구명하는 것이다(p8).... 식민농정은 일제 권력의 의도뿐 아니라 일제 자본의 요구, 지주와 농민의 대응에 의해 구성된 사중주 四重奏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중주는 힘과 처지와 의도가 다른 네 주체 간 갈등의 산물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 사중주는 불협화음과 파열음의 연속이었다. _ 정연태,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p9

정연태 교수의 <식민권력과 한국농업>은 러일전쟁 직후부터 일제 패망시기까지 한국눙업사를 분석한 책으로, 이 시기 식민농정을 일제권력의 의도, 일제 자본의 요구, 지주의 대응, 농민의 대응의 역학관계로 파악한 책이다. 이 시기를 단순히 민족간 대립, 계급간 대립이 아닌 보다 세분화된 변수로 파악하는 구조 속에서 이분법(二分法)구도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측면들이 드러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증명제도안을 둘러싼 관점의 차이다. 증명제도안 도입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인 통감부, 대한자강회, 대한제국 정부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최적안을 통과시키고자 노력했다. 식민이주를 목적으로 한 통감부는 '임의주의'를, 외국인 토지 소유 제한을 목적으로 한 대한자강회와 대한제국은 '강제주의'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제도의 도입을 일제의 토지침탈인 '토지조사사업'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근대적 제도의 도입으로 침탈을 막고자 한 저항을 읽을 수 있다.

일제 통감부, 대한자강화, 대한제국 관료들은 모두 문권위조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부동산증명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증명법의 제정 의도나 대강 大綱을 둘러싸고 삼자는 갈등했다(p134)... 자강회안과 법부안이 증명 강제주의 원칙을 취한 반면, 우메수정안과 법률6호는 증명 임의주의를 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여리서 주목할 점은 증명 강제주의 원칙을 취하면,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국가가 사실상 확인, 관리, 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자강회와 대한제국 관료들도 바로 이런 효과를 기대해 증명 강제주의 원칙을 취했던 것이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자주적 증명제도안과 식민지적 증명제도안의 분기점이라 하겠다. _ 정연태,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p134

이와 함께, 동양척식주식회사를 통한 식민지적 토지정책은 식민지주제의 강화로 생계를 위협받은 소작농민의 저항으로 인해 의도했던 바를 충족시킬 수 없었고, 사회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제 하 식민농정에서 주체적인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경술국치 무렵에 일본인 지주는 개별 지주로서가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집단적 존재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일본인 지주들이 하나의 계층적 범주를 구성해 식민지주제란 경제제도가 이식, 착근되기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시기 농업식민화 정책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로 전개됐던 이주식민 장려정책의 실적은 극히 부진했다. _ 정연태,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p137

지주경영이 강화되고 식민지주제가 발전함에 따라 소작농민은 생계의 안전성과 안전성을 위협받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소작농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가自家노동을 최대한 연소하거나 소비와 지출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도 살아가기 여의치 않을 경우 지주의 부당한 수탈에 대항하는 길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소작농민이 농민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3.1운동이후부터였다. 3.1운동을 계기로 농민들은 계급적/민족적으로 각성하고, 그 이후 확산된 '사회개조', '자유/평등 사상의 자극'에 의해 더욱 자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3.1운동을 통해 획득한 자유 공간이 농민운동 발전을 가능케 했다(p260)... 소작쟁의의 일상화, 조직화, 대규모화는 일제로 하여금 소작문제를 새롭게 인식케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관헌의 무력적 개입에 의한 소작쟁의 해결은 지주와 소작농민의 사적私的 계급적 갈등을 식민권력과 한국 농민 사이의 공적/민족적 대립으로 전화시킬 수 있었다. _ 정연태,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p263

1930년대 세계적인 대공황의 여파로 지주경영은 한층 수탈을 강화하고자 했지만, 이전 1920년대부터 일어난 소작쟁의 등의 저항은, 제도적으로 이러한 수탈을 막도록 강제했고, 지주들의 자리를 일제자본이 대신했다는 것 또한 식민농정이 일제 권력이라는 정치권력이나, 지주라는 경제권력의 일방적인 강제에 의해 일어난 사안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세계대공황과 농업공황의 여파로 지주들은 손실을 메꾸기 위해 지주경영을 강화했다. 농사 과정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소작료를 인상했으며, 조세공과를 소작농민에게 전가했다. 심지어 농민을 사실상 농업노동자처럼 부리는 위탁경작제를 도입했다. 이와 같은 지주경영은 농촌사회의 관계망과는 동떨어진 일본인 식민 대지주들에게 두드려졌다. 그 결과 식민 대지주는 증가했고, 이들의 토지 소유도 늘어났다. 반면 농가 대부분은 빚더미의 구렁텅이로 더 깊이 빠져들었다. 농가는 파멸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_ 정연태,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p405

대공황기 소작입법과 자작농지 설정사업과 같은 사회개량적 식민농정의 시행으로 지주경영이 확대될 여지는 현저하게 줄었으나, 농업생산성의 발전을 통해 지속 발전할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고 하겠다. 그 결과 1930년대에 지주제는 종전처럼 성장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약화되지도 않았다(p412)... 지주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화되고 지주제가 둔화된 틈을 차지한 것은 금융자본이었다. 금융자본은 부동산 담보 대부를 통해 농촌과 농업 지배력을 확대됐다. 그 결과 지주와 농민의 금융자본 의존도는 높아졌다. _ 정연태,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p413

이와 같은 일제 권력, 일제 자본, 지주, 농민의 서로 다른 불협화음은 1940년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파국으로 마무리된다. 전시총동원령이라는 급박한 전시 경제 체제 아래에서 서로 다른 규모의 힘들이 맞춘 균형점은 파괴되었으며, 이러한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결국 일제 식민통치의 수많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그 지향점은 결국 제국의 중심부를 위한 주변부의 수탈을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나게 된다.

일제가 전시 식량증산을 위해 주력했던 통제 위주 식민농정도 파탄을 맞게 됐다. 이는 일제 본국 요구의 수행과 식민지배의 안정화라는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책임졌던 일제 식민권력이 후자는 무시하고 오로지 전자만을 향해 치달은 결과였다. 달리 말하면, 일제가 식민지 한국의 농촌, 농업, 농민 사회의 실상과 대응을 무시, 억압하고 오로지 제국주의 본국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식민농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역사적 산물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_ 정연태,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p497

<식민권력과 한국농업>은 일제 시대 한국 농업의 주체를 보다 세분화하고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가혹한 조선총독부 시절 통치시기에도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주장을 관철하려는 주체를 발견하게 된다. 만주와 해외에서 보다 적극적인 저항으로 독립의지를 밝히려는 투쟁이 있었다면, 식민농정에서는 자기 것을 무기력하게 빼앗기지 않고 지키려는 보다 작은 규모에서의 저항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역동성을 통해 기존의 역사관 - 식민지 수탈론, 식민지 근대화론, 탈근대 인식론 - 을 비판한다. 모두까기보다는 이들의 관점을 모두 수용해서 보다 종합적으로 역사를 바라보자는 저자의 결론을 통해 암울했던 시기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시대배경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토지>, <아리랑>을 다시 읽어본다면, 작품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식민농정의 동역학 動力學을 밝히려는 이 책의 문제의식에 비춰 볼 때, 세 가지 근대역사관에는 각각 합리적 문제제기가 있었다. 식민지 수탈론은 민족간 대립/갈등에 시선을 집중한 나머지 식민지 한국사회에서 중층적으로 작동하는 다양한 이해관계, 수탈과 저항 사이뿐 아니라 성장과 몰락, 저항과 협력, 적응과 반발 사이를 유동하는 대중의 다양한 실체를 간과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p501)... 식민지 근대화론이 범한 결정적 한계는 두 가지다. 일제의 식민성을 드러내는 핵심 지표인 민족 억압, 수탈, 차별, 말살의 구조와 특성은 거의 무시한 채 일제를 한국 농업, 농촌을 발전시킨 식민지 개발자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식민지 근대화론은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정체성론과 타율성론을 핵심 논리로 하는 신판 식민사관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p502)... 탈근대 인식틀에 따르면, 식민성을 근대성에 매몰시켜 버리고 민족해방운동 주체를 개별적이고 분산적이 하위주체로밖에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식민농정을 둘러싼 일제와 한국 사회/농민의 갈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요컨대, 탈근대 인식틀로는 하위 주체인 농민의 자율성이 민족/사회 운동의 지원 내지 협력을 받거나 이들 운동 역량과 결합했을 때 비로소 식민농정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간파할 수 없다. _ 정연태,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p50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07-14 14: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지금 읽고 있는 토지를 읽을 때 참고하면 좋겠네요. 수탈론, 근대화론을 넘어선 관점도 관심이 가구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4 16:06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최근 <토지>를 읽은 후에 알게 된 책인데, 읽기 전에 알았다면 최참판댁과 평사리 사람들의 처지가 같은 듯 달랐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더 잘 실감했을 것 같아요. 또, 서희와 봉순(기화)와 길상의 처지를 , <아리랑>에서는 해외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상황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렸습니다. 거리의화가님 감사합니다. ^^:)
 

폐쇄 조치는 결코 선진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중간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는 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이 더욱 크며, 이주 노동자의 유입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어떤 점에서 보든 나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은 대개 아이들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교사들도 아니었다. 이탈리아의 경험에서 드러났듯이, 심각한 문제는 더 취약한 노인 인구에 감염이 집중되는 것과 이러한 노인 확진자들이 공중보건 시스템, 특히 중환자실에 부담을 가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변수는 질병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는지를 설명하는 수치인 ‘기초감염 재생산지수 R -naught(R0)’였다

문자 그대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코로나19에 실제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혹은 미디어를 통해 바이러스를 접하면서, 삶의 방식을 조정한 것은 더더욱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된 계기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긴 병원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일들과 박사와 과학자, 유행병 학자들이 만들어낸 어두운 전망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집단적 행위 주체성
collective agency이 발현되는 순간으로 묘사하고 록다운 대신 셧다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대응에 따르는 대가나 제약을 부정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다. 정부의 권한이 민간 부문의 행위에 보완적이었다고 말한다고 해서 정부가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조화로웠다거나 그 과정에 억압적인 요소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대응에 따르는 대가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제였다. 그것은 이에 따르는 정치적 갈등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행병은 일반적이지 않은 공급 충격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기술 혹은 부나 소득의 부존
endowment 같은 경제 변수를 통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유행병은 우리 몸을 통해 나타난다. 유행병은, 집단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인류의 신체가 사회적인 삶과 경제적인 삶의 공통분모임을 드러냈다. 우리 몸을 통해서 유행병은 우리에게 포괄적인 영향을 미치며, 직장과 가정생활, 생산과 생식의 세계에 얽혀들었다.

원격 생활이라는 새로운 삶의 형태로 도약할 가능성은 기술과 기반시설뿐 아니라 직접 손으로 하는 육체노동에도 달려 있다. 사회적 계층 구조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리테일혁명 2030- 구글, 이케아, 월마트 등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참여한 세계적 리테일 전문가가 말하는
더그 스티븐스 지음, 김영정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2월
17,800원 → 16,020원(10%할인) / 마일리지 8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2년 07월 12일에 저장

금융혁명 2030
크리스 스키너 지음, 이미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7년 12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22년 07월 12일에 저장
절판
자동차 혁명 2030
사이먼 B. 버락 지음, 엄성수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3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22년 07월 12일에 저장
절판

주거혁명 2030- 주거의 의미가 변화되고 확장되는 미래
박영숙.숀 함슨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7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2년 07월 12일에 저장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폴레옹 전쟁은 19세기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전쟁은 군주제, 귀족제, 노예제 같은 제도들의 정당성과 전통적 생활방식을 뒤흔들었다. 또한 해소되지 않은 여러 쟁정들을 남겼다. 그러므로 후속 세대는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중앙집권화와 근대화, 공화주의와 군주정주의, 산업화와 급진주의의 유산들을 두고 씨름했다.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된 나폴레옹은 정치적 전설이 자라나게 했고, 전설은 재빨리 그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의 후손들에 의해 기려지고 이상화된 자애로운 황제에 대한 강력한 신화로 진화했다(p843)... 이는 대분기의 시작이었고, 이 전환의 엄청난 의미는 19세기가 흐를수록 더 분명해진다. _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 p844/1210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금융 위기,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위기가 진행 중이다. 마침 이 주제들과 관련하여 '혁명 2030' 시리즈를 꺼내들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물음에 적절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가깝게는 2030년, 길게는 2050년까지 우리 삶을 바꿀 미래전망서인 관계로 눈 앞의 위기가 아닌 낙관적인 미래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는 인터넷 연결, 모바일, 정보기술 플랫폼이다. 테슬라 Tesla의 모델 S는 무선으로 운영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거나 해치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S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자동차는 정보기술의 산물이며, 정보기술의 다른 산물들과 마찬가지로 무어의 법칙이 적용된다(p39)... 대형화, 중앙집권화, 하향식, 공급자 중심의 에너지산업 역시 막다른 길에 몰려 있으며 모듈 방식, 분산화, 상향식, 개방형, 지식 기반, 소비자 중심의 에너지산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에너지산업의 붕괴는 자동차산업의 붕괴와 결부되어 도미노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화물운송, 공공 운수, 렌터카, 주차, 보험 등 많은 부문의 산업이 붕괴할 것이다. 도시계획과 토지이용계획 역시 급변하고 그 파장은 놀라운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_ 토니 세바, <에너지 혁명 2030> , p41


 환경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내연기관 대신 그 자체로 전자제품인 전기차(자율주행차 포함)는 관련 소재 산업부터 보험 등 금융산업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기존 화력, 원자력 중심의 대규모 설치 산업으로서의 에너지 산업은 소형화, 친환경 산업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혁명 2030>) 또한, 향후 금융거래에서는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가치를 거래하게 되면서, 기존 화폐를 대신하는 지불수단과 방식이 도입될 것이며, (금융 혁명 2030>) 소유 중심의 주거가 아닌 공유 공간으로서 스마트 기술에 의해 우리의 삶이 보다 쾌적하게 바뀌는 변화(<주거 혁명 2030>)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의 공통된 바탕은 과학에 의한 기술혁신이 전제된다. 

 

 가상화폐는 기계에서 기계로 가치를 거래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기계 내부에 있는 칩의 형태를 띤다. 우리는 웹 3.0으로 이동하면서 거래 방식도 M2M으로 이동했다. 이 새로운 가치 체계에서는 모든 기계 혹은 상거래가 가능한 대상이 칩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소유한 이 칩은 거래에서 주인으로 지정되며 우리의 신원을 파악하는 구조의 일부가 된다... 가상화폐 체인은 가치를 거래할 뿐만 아니라 신분과 소유권도 관리한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인터넷으로 즉시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공상과학에나 나올 법한 가치 교환을 해낼 수 있다. _ 크리스 스키너, <금융 혁명 2030> , p41


 '혁명 2030' 시리즈는 낙관적인 미래를 전망한다. 아직 2030년이 되려면 여러 해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에서 전망한 인간을 초월한 기술이 가져올 미래는 근심과 걱정이 자리할 공간은 없어보인다. 반면, 이러한 점때문에 현재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비유되는 위기상황에서 책에 그려진 내용이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가까운 미래 대신 장기추세를 전망한 책 내용으로 현 위기의 주요 주제와 제목만 같은 미래전망서들. 현재의 분위기 상 이러한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또 이러 전망을 무조건 틀렸다고 볼 수만도 없는 것이, 실제로 책에 다루어진 과학기술 중 상당부분은 이미 상용화된 것도 있고, 개발 중인 프로젝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혁명 2030' 시리즈의 전망은 장기적인 추세(trend)를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하지만, 전면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는 조금 더 늦춰야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혁명은 기술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50년, 주택은 소유가 아닌 공유가 일반적인 풍경이 될 것이다. 또한 움직이는 벽을 설치하는 등 공간을 재배치함으로써 소비를 줄이고 집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집을 포함해 가전제품들은 모두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상호 소통하는 IoT 기술이 적용될 것이며, 가전 가운데 오작동을 하거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면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p186)... '그린' 개념은 '스마트' 개념을 포함하게 되어 디지털 도시, 상품과 기술이 합쳐질 것이다. 2050년의 인프라는 도시와 도시가 가진 중요한 인프라 시스템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할 것이다. 도시들은 국경을 초월해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_ 박영숙, 숀 함슨, <주거 혁명 2030> , p243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과연 우리 인간이, 사회가 그 변화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된다고 하지만, 전기차가 주력이 되는 상황이 왔을 때, 기존 자동차 산업 종사자와 기업의 반발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신재생 에너지 사업 육성과 관련하여 탈(脫)원전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은 넘어가더라도, 자율주행자동차 도입에 따른 손실 보장 기준 마련 등 법 제도 정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새로운 가치측정 및 교환 수단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가치측정이 기존 화폐인 달러에 연계된다면 이는 다른 하나의 파생상품의 등장에 불과하지 않을까? 새로운 주택 등장과 스마트 시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기존 부동산 시장 가격 결정 기준이 교육과 교통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기술의 변화가 현재 부동산 시장에 과연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등등의 물음을 던져보게 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까지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전망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는 이루어지기 힘들지 않을까.


 

 버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인간 지성의 자랑인 법률학(science de jurisprudence)은 ... 시간이 흐르면서 전수되는 이성이다. 그것은 근본적인 정의의 원리와 극히 다양한 인간의 이익을 결합한다... 이러한 것이 바로 버크 교의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모든 인간 제도의 토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역사이며, 시간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느린 변화만이 지속될 수 있다. 버크에 따르면 추상적인 철학적 원리에 기반을 둔 모든 개혁 시도는 곧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떤 원리도 풍속이 될 수 없으며, 오랜 전통에 근거하지 않은 법은 민중에게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시행될 수도 없다. 이들 연설에서 버크는 결코 이성에 호소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역사를 논거로 이용했다. _ 자크 고드쇼, <반혁명> , p90


  '혁명 2030' 시리즈를 읽으며 혁명(革命 revolution)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존의 가치와 절연한 전혀 새로운 시대를 가져온 것에 비유되는 변화도 결국은 기존 방식의 또다른 변주가 아닐까. 전혀 새로운 가치로 등장한 것들도 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반(反)혁명의 과정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였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실현되기에 처음에 등장한 혁신만으로 세상을 온전히 바꾸기는 쉽지 안음을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촉발된 혁명의 이념이 나폴레옹 전쟁을 통해 유럽과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간 듯 보였으나, 결국은 많은 문제를 과제로 남겼듯이, 과학혁명으로 촉발된 변화도 그 과제가 풀리지 전까지 많은 혼란이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혁명 2030에서 그려지는 낙관적인 유토피아(Utopia)는 아쉽게도 그리 금방 오지 않을 듯하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디스토피아(Dystopia) 또한 그렇게 쉽게 오지 않을 수 있겠다는 점은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위로할만한 희망이 아닐까.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08-10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8-10 22:1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꼬마요정 2022-08-11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1 09:11   좋아요 2 | URL
꼬마요정님 감사합니다.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

얄라알라 2022-08-11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당선작들 제목 보다가, 누구 작품일까? 호기심과 함께 클릭했는데 겨울호랑이님!!!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1 12:31   좋아요 2 | URL
제목 작명이 좋았습니다 ㅋㅋ 얄라얄라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그레이스 2022-08-11 1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겨울호랑이 2022-08-11 12:3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mini74 2022-08-12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보고 나폴레옹 세계사 관심이 생겼어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호랑이님 *^^*

겨울호랑이 2022-08-12 08:0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통해 나폴레옹 전쟁을 단순히 개인의 야심을 충족하기 위한 전쟁이 아닌, 세계사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니님 좋은 독서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8-12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8-12 08:01   좋아요 0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모처럼 맑은 날, 건강한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