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아베 내각의 행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외교, 안보 정책 전환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의를 끄는 것은 패전 이후 70년 만에 강대국 간 지정학 게임에 가담하려는 움직임이다. 지정학 게임의 요체는 대중 '억지' 전략으로, 한층 더 강력한 미일동맹을 구축하여 부상하는 중국, 특히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른바 '미국/일본 대 중국' 구도의 안전보장 전략을 말한다. 아베 내각의 지정학 게임은 자민당 보수우파 세력의 국가관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그렇다면 어떠한 국가관을 말하는가. 아베 총리는 정권의 이념으로 '전후체제의 탈각'을 내걸었다. _ 서승원,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 p302


 며칠 전 아베 신조(安倍 晋三, 1954~2022) 전 일본 총리의 총격 사망 사건이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나라와 극한 대립각을 세우던 일본 총리,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참배를 비롯한 여러 망언, 대한(對韓) 수출규제로 한일 무역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그에 대한 우리 일반의 인식은 정치인들과는 달리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역대 최장기 집권 총리임을 생각한다면, 그가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에, 그의 사망을 맞아 아베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기의 일본 정책을 돌아보는 페이퍼를 작성해본다. 


 중국 칭화대의 류장용(劉江永) 교수가 쓴 논문이 흥미롭다. 작금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중국 정책은 1세기 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내각(1885.12~1901.6)의 그것과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내용이다. 논리적 비약이 없지는 않지만 수긍이 가는 부분도 적지 않다. 사실 아베 총리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국가상(國家像)도 메이지 국가이다. _ 서승원,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 p299


 서승원 교수는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에서 아베 내각의 정치적 특징을 외교 안보 전략에서 찾는다. 미국과 철저하게 한 편이 되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틀을 짜고, 이러한 구도에서 동북아에서 재무장을 실시하여 다시 메이지(明治)시대의 일본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생각. 조슈 번(長州 藩)의 후예인 아베가 충분히 꿈꾸었을 목표다. 아베 내각의 주된 정책 방향은 '전후 체제 탈각'이다. 해군역사학자인 알프레드 마한(Alfred Thayer Mahan, 1840~1914)의 관점을 수용하여 현대 G2인 미국과 중국을 각각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에 위치시키고, 이들의 갈등을 이용하여 헌법9조를 고치고 재무장하고, 과거 일본제국의 영광을 찾겠다는 일본 극우의 발상을 '전후체제 탈각'의 내용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과거 일본이 저지른 죄악과 그에 대한 사과를 부정하는 행태는 이웃인 우리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자신의 집권을 위해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941 ~ )이 일본 국민의 무의식에 자리했다고 평가한 헌법 9조를 의식의 세계로 끌어올려 파괴하려는 무리수도 주저하지 않았던 그의 생전을 생각하면, 우리의 분노를 누구보다도 원했던 것은 아베 자신이 아니었을까.


 헌법 9조는 자발적인 의자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외부로부터의 강요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후 그것이 깊이 정착되었습니다... 헌법 9조는 일본인의 집단적 '초자아' 이자 '문화'입니다.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는데, 문화가 바로 그와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 전해집니다. 그것은 의식적으로 전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식적으로 제거할 수도 없습니다.  _ 가라타니 고진, <헌법의 무의식> , p32


 도고 가즈히코(東鄕 和彦 2015)는 아베 총리가 내거는 전후체제 탈각을 대체로 안전보장, 역사인식, 그리고 국가의 재군축이라는 세 측면에서 파악한다. 첫째, 전후 일본에 계승되어 온 평화주의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서 자국의 방위와 세계평화를 위해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둘째, 도쿄재판에 유래하는 자학적인 역사인식을 배제하고 위안부 문제나 난징사건과 관련하여 사실관계를 넘어서는 국제사회의 일방적 비판에 대해 분명하게 반론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셋째, '이해득실을 초월한 가치'의 경우는 전후 사회에 있어서의 자연과 전통/문화의 상실, 그리고 그 배경으로서 자신과 그 주변을 넘어선 사회전체, 공공(公共)을 중시하는 정신이 결여되어 왔다는 생각이다. _ 서승원,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 p304


 일본에 해외에 파견할 군대가 있었다면 국지전이라고 일으켰겠지만, 평화헌법으로 인해 그럴 수 없었던 제약, 대신 외교적으로 이웃나라인 우리와 끊임없는 분쟁을 일으켰던 아베였기에, 그의 죽음에 대해 애통한 마음을 갖기 어렵다. 기껏해야 한 인간이 소멸해간다는 생물학적인 죽음에 동병상련의 마음 정도가 그의 죽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애도의 한계라 여겨진다. 일본과 우리가 현재 경제전쟁 중임을 생각한다면, 적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정유재란 때도 조선 장군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 죽음에 조문을 표했던가. 오히려,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물러가는 적을 하나라도 잡으려 했던 전례를 생각해 본다면, 소위 정치인이라고 하는 이들의 행태는 솔직히 이해되질 않는다.


 아베 정권은 태생부터 한국 비판 세력이었다. 위안부 문제 등 한국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사람들이 일본의 극우파이자 아베 정권이다. 그 이유는 한국과 중국만이 일본 극우파들의 주장에 강한 반론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극우파로서는 그들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기 위해서는 강대국인 중국 한수 아래로 생각하는 한국을 세게 때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렇게 한국을 때릴수록 극우파들은 일본 내에서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_호사카 유지,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p216/382


  요약하자면 아베 내각의 지정학 게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일본의 미일동맹에 대한 경사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화되었다. 이러한 미일동맹 제일주의는 역으로 전략적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또한 대중 억지력의 향상 보다는 동북아 안보딜레마를 심화시킬 개연성이 크다. 둘째, 아베 내각에 들어서면서 거의 모든 대외전략이 중국문제로 수렴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최근 혐중/반중 일색의 국내 여론과 중국에 대한 대항 의식은 과거 러시아에 대한 그것과 유사한 측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셋째, 지정학 게임과 가치관 외교의 충돌이다. 정치체제결정론적 사고는 외교의 이념화, 관념화를 가져오며 냉철한 국익판단과 전략적 유연성을 필요롤 하는 지정학 게임과는 양립하기 힘들다. 넷째, 과거사를 매개로 한 정체성의 정치는 중국을 이질적 체제로 타자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역사수정주의는 대외관계에서 새로운 외피가 필요했는데 이는 지리적으로는 해양국가, 정치체제로는 민주국가, 그리고 이념적으로는 보편적 가치였다. _ 서승원,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 p357


 정치인 아베 신조는 죽었음에도, 최근 심각해지는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그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는 이후 우리나라에서 자주 언급되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법인세 감세, 사회보장제도 개악, 민영화 추진, 노동 규제 완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새정부정책의 주된 방향이 이미 실패로 입증된 아베노믹스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극우 정치인 아베는 죽었지만, 그가 남긴 부채가 일본 뿐 아니라 남은 우리에게도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담한 금융 정책, 기동적 재정 정책, 민간 투자를 불러일으키는 성장 전략인 '세 개의 화살'로 장기간 계속된 엔고와 디플레이션 불황에서 탈출하여 고용과 소득의 확대를 도모한다'는 아베노믹스의 핵심 기조가 모두 언급되어 있다. _ 안베 유키오, <일본 경제 30년사>, p345/456


  왜 아베노믹스는 실패했을까. 확실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세 개의 화살'이 전부 과녁을 벗어나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나 디플레이션의 원인에 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의 진짜 요인은 소비 증가 부진이었고, 그 배경에는 임금의 하락과 상승 부진이었다. 아무리 금융을 완화시켜도(첫 번째 화살),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기업이 이익을 보도록 배려해도(세 번째 화살) 임금이 늘지 않는 한 일본 경제의 '재생'은 없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또한 공공투자의 확대(두 번째 화살)는 소비 부진에 의한 수요 부족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세 개의 화살' 중 비교적 목표에 근접한 화살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재원 문제도 있고 화살 수량에 제한이 있어 효과는 일시적인 것에 그치고 말았다. 둘째, 아베노믹스가 사람들의 삶의 향방에 너무 무관심했고, 임금을 올리는 등 보다 나은 삶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했음에도 반대로 소비제 증세, 사회보장제도 개악 등 생활에 해를 입히는 정책을 계속해서 취한 것이다. _ 안베 유키오, <일본 경제 30년사>, p406/456


PS. <일본회의의 정체>에서는 일본 종교계와 결탁한 극우세력의 실상이 자세히 그려진다. 일본 신도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일본정가의 모습이 그렇게 낯설지 않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러길 바라본다...


 신도 종교의 중심적 존재라 할 수 있는 메이지 신궁. 그리고 전후 일본 우파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다니구치 마사하루가 이끄는 거대신흥종교 '생장의 집'. 양대진영의 지도자들에게 우파계 종교인이 호소함으로써 두 진영의 두터운 지원을 받으며 발족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 이 구도는 지금도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다. 즉, 일본회의라는 존재의 배후에는 신사본청을 축으로 하는 신도 종교단체와 생장의 집의 그림자가 조직과 인맥에 드리웠고, 어쩌면 자금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_ 아오키 오사무, <일본회의의 정체>, p42/418


 일본회의와 그 핵심, 주변에 있는 '종교심'에 의해 움직이는 종교 우파의 정치사상은 확실히 그러한 위험성 - 전쟁 전으로의 회귀 - 을 내재한다. 자민족 중심주의, 천황 중심주의, 국민주권의 부정, 지나치기까지 한 국가 중시와 인권의 경시, 정교분리의 부정. 신사는 종교가 아니라는 이나다의 논리도 '국가의 제사'로 여겨지던 전쟁 전 국가신도의 논리와 매우 흡사하다.  _  아오키 오사무, <일본회의의 정체> , p38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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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2-07-10 17: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장기 불황을 엔저 정책으로 탈피하려던 아베노믹스가 실패하고 그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해서 일본이 더이상 선진국이 아니게 될 것이라며 국가의 경제 정책 실패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는 책이 있더라구요.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도 걱정되구요.

겨울호랑이 2022-07-10 21:29   좋아요 4 | URL
네, 아베노믹스는 여러 면에서 동일한 실질가치를 달러로 환산한 명목가치로 눈속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예전부터 있었음에도 최근에야 비판이 주목받는 듯 합니다... 찾아보니 알려주신 책은 이번에 새로 출간된 책이군요. 오거서님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2-07-10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0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란공 2022-07-10 2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호사카 유지 교수를 처음 알게 되었네요. 앞으로 또 한일 관계에 어떤 변화와 변수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0 23:36   좋아요 4 | URL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계 한국인으로 일본과 관련한 정치현안 논의 시 섭외 1순위 전문가로 알고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과 오마이뉴스에서 깊이있는 논설을 하시는 분이라 참고하시면, 향후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22-07-12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베 총리 사망한 사건에 꽤 놀랐습니다. 하루아침에 그럴 수가...

겨울호랑이 2022-07-12 18:36   좋아요 1 | URL
건강이 좋지 않아 총리 사임을 했다고 하지만, 갑작스럽게 세상을 뜰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의 죽음이 일본을 군군화의 길로 더 빨리 몰아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게 할 지 전혀 종잡을 수가 없게 하네요. 여러 면에서 혼란스러운 국내외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이 생애 말기를 고통스럽게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아니다. 우리 대부분은 가까운 이들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유가족이기 때문이다. 변변한 임종실도  없고, 중환자실 입퇴원을 반복하게 만드는 한국의  생애 말기 의료 경험은 무엇보다 남은사람의 기억을 혼란과 두려움으로 채운다. 탄생이 그렇듯 죽음에도시간이 필요하다. 호스피스 병원은 "우리가 이렇게 죽어야 한다‘ 혹은 ‘이렇게도 죽을 수 있다‘는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 P11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부동산 시장에서도 젊은주택 매입자들이 늘었다.  특히 이들이 동원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눈에 띈다.
<그림 3>은 연령대별 가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을 분기별로 분석한 결과다.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2분기까지만 40세 미만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빌린주택담보대출은 약 111조원이다. 전체신규 주택담보대출의 46.9%가 이들 청년층에서 발생했다. - P14

데이터를 통해 팬데믹 이후 자산시장을 살펴보면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2030 세대는 확연한 존재감을 보인다. 주식시장에서는 젊은 신규투자자가 늘었다.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은 사실상 2030 세대가 주도했다. - P14

이자연씨처럼 2030 세대가 자산시장에 뛰어든 2020~2021년에는 집단적인불안감이 팽배했다. 당시 사회를 가장극단적으로 묘사한 두 가지 신조어가 바로 ‘파이어(FIRE)족‘과 ‘포모(FOMO)‘다. 파이어족이란  경제적 독립(Financial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구하는 이들을 뜻한다. 이른 나이에 넉넉하게 돈을 벌어 빨리 노동에서  벗어나는 삶을  지향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다. 불과 수년 전유행했던 욜로(YOLO-오늘을 즐기는 삶)와는 대척되는 모습이다.
반면 포모는 흐름이나 유행을 놓치고 소외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동성이 확대되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자신만 자산을 늘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말로 활용되었다. ‘벼락거지‘처럼 비슷한 신조어도 튀어나왔다. - P17

이런 큰 변화가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은 겁니다. 세계화 후퇴의 경제적 함의는 ‘비싸게 소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계화가 평등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극단의 효율은 경험하게 해줬습니다. 기업은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곳에공장을 지었고,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에소비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화의 퇴조와 경제적 비효율은 동전의  양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논리가 아닌 지정학의논리에 의해 진행 중인 글로벌 밸류체인재편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겁니다.
공급 측면의 교란이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만들었다는 점을 앞에서 논의했는데요, 우리 시대의 공급발 인플레이션을 만들 가장 핵심적 동인은 ‘세계화의 후퇴‘에있다고 생각합니다.  - P42

당시만 해도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대법원장이 스윙보터 역할을 하며 그런대로 균형을 잡았다. 2020년 9월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대표적 진보 판사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하자 트럼프는 곧바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지명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지명 후 한 달 만에 그를 초고속으로 인준했다. 연방대법관의 구성이 보수 6, 진보 3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순간이자 미국 사회의 급속한 보수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때부터 임신중지권 폐지는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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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조작 음모론은 이 단순한 사실을 확대해석하여 모든 미디어가 기업이나 정부의 악행을 덮기 위해 조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암시하는 것은 ‘미디어’ 전체를 누군가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대인이 할리우드를 조종하고 있다.’는 식의 소문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떠돈다

배후조종자 음모론의 문제는 이처럼 공들인 암살 책략들이 역사의 흐름을 조종하는 수단으로서는 비효과적이며 그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만약 프랭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이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미국이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할 명분을 얻기 위해 모른 척했다면, 왜 마지막 순간까지도 방어하지 않았을까?

그 학생이 관찰한 바가 옳다. 과음 문제는 (알코올 질환 연구에서 흔히 말하듯) 술 그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술을 마시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나 종일 쌓인 피로를 털어내려고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좀처럼 중독이 되지 않는다. 문제성 음주 습관은 불안이나 우울을 억누르거나 감추려고 술을 마실 때, 슬픔이나 걱정을 달래려고 혼자 마실 때, 구속에서 벗어날 구실을 술에서 찾을 때 생긴다.

수년간 술독에 빠져서 지속적으로 폭음을 해 온 사람들은 두뇌의 물리적 변화로 이미 알코올 중독 상태로 진행되었을 터라 적당하게 마시는 법을 배우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주가는 ? 폭음을 부추기는 환경에서 몇 년을 보내는 대학생들을 포함하여 ? 틀림없이 술을 줄이고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영원한 알코올 중독자임을 인정하고 음주 습관을 통제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책망하게 하는 AA 같은 프로그램을 제안한다면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가중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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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제 윤석열 정부에게 공은 넘어갔다. 이전 정부와 차이점을 그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와 함께 서방세계에 밀어닥친 인플레이션 등 악재에 대해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그의 발언을 생각해보면, 별다른 기대감이 들지 않지만.

한국은 단호한 조기 대응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였다. 한국인들은 2015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위기 당시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단 4명밖에 없었던 1월 27일에 이미 공중보건 당국은 서울역의 어느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정부는 한국의 생명공학 회사에 치료제나 백신이 아닌 진단 검사 기기를 요구했다. 진단 검사 기기만 있으면,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자마자 추적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생명공학 기업의 우선순위는 진단 검사 기기의 절대적인 신뢰성이 아니라 속도였다. 2월 4일, 코젠Kogene의 진단 기기가 최초로 승인되었다. 두 번째 진단 기기는 2월 12일에 승인되었다. 진단에 실패할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 진단 기기들은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2월 중순 유행병이 진짜로 강타한 바로 그 순간에 한국이 이미 유행병을 추적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조기 대응의 의의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2월 7일부터 2월 말까지, 한국의 진단 능력은 하루당 3000건에서 2만 건으로 급증했다. 여름을 기준으로 볼 때, 이는 작은 숫자였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 유행병에 대처하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정상성을 기꺼이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정상성을 지키는 사실상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토록 반직관적인 도약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즉각 대응한 한국이 예외 중의 예외였다. 다른 어떤 위기를 기준으로 판단해도, 세계 각국 정부들의 대응에서 부족함을 찾기란 어려웠다. 문제를 인식하고 근본적인 조치를 하는 데 불과 몇 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만하면 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움직이는 범유행 감염병을 다루기에는 처참하리만큼 느렸다.

무엇을 했어야만 했을까? 한국은 대량 검사와 격리로 확산 방지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유행병을 초기 단계에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 국가 대부분에서 초기 단계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 이제 유럽과 미국에는 냉혹한 선택지만 남아 있었고, 그 선택지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냉혹해졌다. 만약 코로나바이러스가 억제된다면, 그것은 대규모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일상생활의 완전한 중단을 수반할 것이다. 타임라인은 이제 하루 단위와 시간 단위로 집계되었다.

한국은 범유행으로 큰 피해를 본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었다. 부가가치세 납부액은 삭감되었다. 다른 세금들은 연기되었다.

연방준비제도의 놀랄 만한 통화 정책 완화는 통화 시장의 상황을 바꿔놓았다. 브라질과 멕시코, 한국 같은 선택받은 소수들만이 연방준비제도의 스와프 라인을 통해 달러에 접근할 수 있었다. 자산 상태가 훌륭한 G20 회원국으로서, 인도네시아가 이미 중국 인민은행, 일본은행과 체결한 스와프 라인을 보완하고자 연방준비제도에 스와프 라인을 신청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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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8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가을쯤 재유행할거라고 하더니 여름으로 앞당겨진 것 같습니다. 유럽도 다시 폭증이라고 하네요^^; 윤석열 정부 지지율 데드크로스인데 여당도 야당도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 우려감이 큽니다.

겨울호랑이 2022-07-08 11:39   좋아요 1 | URL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연령별 분포를 보면 70대 이상과 이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요양원 등 집단시설이 아닌 대외활동 여부와 밀접한 관련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네요. 여름휴가와 9월 추석까지 대규모 이동이 이어지는 점을 생각한다면,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그렇지만, 정은경 본부장을 공공안전 논리로 고발한 현 상황에서(물론 시민단체 고발입니다만) 적정한 통제를 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동안 선거도 없는 상황에서 각 당의 당권을 장악하려는 여야 당 내 갈등이 폭발하는 시점인 것도 참 안 좋은 상황입니다. 한동안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들이 평가에 구애받지 않고 방학 때 기초실력을 쌓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정치인들의 당 내 권력 투쟁을 비난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번 코로나 재유행은 이전 정부와 지금 정부의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흔히 미국은 경제 분야에서 뛰어난 나라로 여겨진다. 이 나라의 일인당 소득이 높긴 하지만 일인당 건강 관리 비용도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노동 생산성도 아주 높지만 최근에는 노동 생산성의 증가가 노동자의 소득 증가와 일치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일인당 소득의 증가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그다지 높지 않았으며, 국부의 증가는 상위 계층에 집중된 것이었다. 그 결과 현재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소득 불평등은 미국에서 극단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사회적 유동성, 깊게 뿌리내린 빈곤, 유신론자의 증가, 자유주의 정책의 강화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비정상적으로 낮은 투표율은 아마도 사회 불평등을 조장하는 정치적 기능 장애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그다지 높지 않은 데다 부패지수마저도 계속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소득 불평등도가 낮고 개인 자선 활동이 적으며 세금과 공적 사회비용 및 노조 결성률이 높을수록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다. 결국 모든 요인은 강한 무신론적 성향 및 낮은 종교성과 관련이 있다. 이를 볼 때, 이 요인들이 어느 정도 인과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극단적인 사회주의는 부의 팽창보다는 재분배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정부 기능이 너무 약하면 초상위 계층에 권력이 집중된다. 그들은 실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대신 금융 조작 같은 편법을 써서 거의 모든 소득 증가분을 차지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불평등의 심화는 능력주의의 유지에 꼭 필요하며 번영과 발전을 이끄는 요소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나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중산층 및 저소득층의 심신 건강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부분적으로 비참한 환경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발생한다

모든 나라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긴 하지만, 고도로 종교적이거나 고도로 자유주의가 발달한 나라 중 어떤 나라도 종교성이 약하면서 진보적인 경제 정책을 펼치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의 사회경제적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도 추정할 수 있다. 즉, 이 결과로부터 고도로 종교적이거나 고도로 자유주의적인 사회에는 사회경제적 성공을 거두기 위한 실질적 수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마음 속에 구성된 실재에 대한 모형이 ‘원자적’ 실재에 부합하게 작동한다고 가정한다. 그는 유비적 언어를 사용하여 정신 모형을 실재에 은유하는 것인데, 즉 ‘원자적 사실’에 대한 마음 속 모형이 사실은 축소 모형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그의 주장은 대부분 단순한 믿음에 의존한다

아인슈타인이 질량을 에너지와, 중력을 가속도와,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간을 시간과 동일시함으로써 비유적으로 사고했다면, 이러한 유비들은 바로 그러한 유비, 즉 실제 세계의 현상에 적용될 수 있는 유비이다. 잘 알려진 대로,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가 우주의 유일한 상수라고 추측했지만, 이 추측은 오로지 그의 천재적인 머리에서 나왔을 뿐이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소리의 속도가 우주의 유일한 상수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해도 그는 모든 요소가 동일한 기술적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것은 소리보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입자와 파동만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천재성은 인간이 알고 있던 가장 빠른 속도, 어쩌면 인간이 알아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에서 시작하여 인간이 접할 수 있는 모든 입자를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다.

뉴턴 역학적 수준에서 이끌어낸 우리의 추진력 유비는 입자 수준에서 적용하기가 무리일 수 있다. 의식, 빅뱅, 그 밖의 특이성에 대해 우리가 혼란스러워 하는 이유는 모두 그것들을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유비가 우리의 경험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심령사진에 대한 믿음이 지속되었던 또 다른 이유는 심령론자들이 자신들은 함정에 빠진 것뿐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진에 찍힌 영혼들 일부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판명이 나자 그 영혼들이 ‘살아 있는 영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림이나 책, 잡지에서 복사된 것으로 드러난 영혼 사진에 대해서는 ‘이것이 바로 심령사진은 영혼의 초상화가 아니라 영혼에 의해 그려진 이미지라는 증거’라고 우겼다. 심령사진의 이중노출의 흔적이 문제되자 그것은 영혼들의 에너지가 기이한 방법으로 빛을 굴절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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