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생애 말기를 고통스럽게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아니다. 우리 대부분은 가까운 이들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유가족이기 때문이다. 변변한 임종실도  없고, 중환자실 입퇴원을 반복하게 만드는 한국의  생애 말기 의료 경험은 무엇보다 남은사람의 기억을 혼란과 두려움으로 채운다. 탄생이 그렇듯 죽음에도시간이 필요하다. 호스피스 병원은 "우리가 이렇게 죽어야 한다‘ 혹은 ‘이렇게도 죽을 수 있다‘는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 P11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부동산 시장에서도 젊은주택 매입자들이 늘었다.  특히 이들이 동원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눈에 띈다.
<그림 3>은 연령대별 가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을 분기별로 분석한 결과다.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2분기까지만 40세 미만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빌린주택담보대출은 약 111조원이다. 전체신규 주택담보대출의 46.9%가 이들 청년층에서 발생했다. - P14

데이터를 통해 팬데믹 이후 자산시장을 살펴보면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2030 세대는 확연한 존재감을 보인다. 주식시장에서는 젊은 신규투자자가 늘었다.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은 사실상 2030 세대가 주도했다. - P14

이자연씨처럼 2030 세대가 자산시장에 뛰어든 2020~2021년에는 집단적인불안감이 팽배했다. 당시 사회를 가장극단적으로 묘사한 두 가지 신조어가 바로 ‘파이어(FIRE)족‘과 ‘포모(FOMO)‘다. 파이어족이란  경제적 독립(Financial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구하는 이들을 뜻한다. 이른 나이에 넉넉하게 돈을 벌어 빨리 노동에서  벗어나는 삶을  지향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다. 불과 수년 전유행했던 욜로(YOLO-오늘을 즐기는 삶)와는 대척되는 모습이다.
반면 포모는 흐름이나 유행을 놓치고 소외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동성이 확대되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자신만 자산을 늘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말로 활용되었다. ‘벼락거지‘처럼 비슷한 신조어도 튀어나왔다. - P17

이런 큰 변화가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은 겁니다. 세계화 후퇴의 경제적 함의는 ‘비싸게 소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계화가 평등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극단의 효율은 경험하게 해줬습니다. 기업은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곳에공장을 지었고,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에소비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화의 퇴조와 경제적 비효율은 동전의  양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논리가 아닌 지정학의논리에 의해 진행 중인 글로벌 밸류체인재편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겁니다.
공급 측면의 교란이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만들었다는 점을 앞에서 논의했는데요, 우리 시대의 공급발 인플레이션을 만들 가장 핵심적 동인은 ‘세계화의 후퇴‘에있다고 생각합니다.  - P42

당시만 해도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대법원장이 스윙보터 역할을 하며 그런대로 균형을 잡았다. 2020년 9월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대표적 진보 판사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하자 트럼프는 곧바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지명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지명 후 한 달 만에 그를 초고속으로 인준했다. 연방대법관의 구성이 보수 6, 진보 3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순간이자 미국 사회의 급속한 보수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때부터 임신중지권 폐지는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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