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11 Season 17 과학이슈 11 17
박진희 외 10명 지음 / 동아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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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알아야할 과학이슈 11 Season 17

[동아엠엔비] (2026)

 



학창 시절에 배운 과학 지식을 훗날 다시 돌아보면, 지금의 학생들은 보다 더 깊어진 지식을 더 이른 나이에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발견한다. 과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지식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 전공자라고 해도 새로운 발견을 일일이 따라가는 일은 벅차다. 늘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성과들에 관심을 두어야 현대과학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맥락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국내의 각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일반인들을 위해 꾸준히 글도 쓰는 연구자들이 많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이런 변화 가운데 최근 주목하게 된 책이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시리즈였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시즌 17권으로 표제어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11>로 바뀌었다. 아마도 대상 독자를 일반인 위주에서 과학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으로 구체화한 시도로 보인다. 좀 더 조사해보면 이 책은 자연계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삼은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 15호에 실렸던 상온 초전도체 논란을 흥미롭게 읽었었는데,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읽는 이들는 분명 큰 틀에서 최신 과학 이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해당 이슈가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를 일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 먼저 주목한 주제는 양자역학 100주년이었다. 작년(2025)이 유엔이 선언한 양자과학과 기술의 해였는데,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양자 이론을 정식화한 해가 1925년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자이론의 태동으로 범주를 확대한다면 1900년 즈음 베를린 대학의 교수였던 막스 플랑크가 양자개념의 도입한 일을 포함시킬수도 있겠다.








양자역학의 역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사건은 아인슈타인과 인연이 있다. 19세기까지 물리학에서는 빛이 파동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이 우세했는데, 플랑크의 실험 결과를 받아들인 아인슈타인은 광양자 이론을 정립했던 것이다. 이는 사실상 양자 이론의 정립에 큰 기여를 했는데, 문제는 아인슈타인이 양자 역학의 관점들에 강하게 거부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양자 세계의 여러 현상들처럼 양자역학의 역사에는 이처럼 아이러니한 사건들이 있다.


양자역학 100주년이었던 2025년에는 아마도 이를 기념하는 취지에서 양자 역학에 본격적으로 기여한 연구자들에게 노벨상이 돌아갔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호에 실린 2025 노벨과학상에 대한 글은 양자역학 100주년에 대한 글과 닿아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에 대한 관심과 인프라 투자가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피부로 실감한다. AI 기술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여러 반도체 소자들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 반도체 소자들의 구동 자체가 바로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했던 결과다.




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양자 컴퓨팅 분야는 어떤가.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컴퓨팅의 토대를 마련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는데, 양자 컴퓨팅 분야 자체가 바로 지난 100여 년간 양자역학의 지식이 축적된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양자 컴퓨팅은 양자역학 연구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양자역학 100주년글에서 소개되어 있는 양자 컴퓨터 구현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다. 202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업적과 보다 관련이 있는 양자 컴퓨터 구동 방식은 낮은 온도에서 큐비트를 만들고 제어하는 초전도체활용 방식이었다. 하지만 큐비트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실리콘 스핀, 광자(포토닉스), 중성 원자, 이온 트랩이 있는데, 아쉬운 점은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 구현 기술 혹은 원리에 대한 소개가 거의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번 호의 대상 독자가 청소년이기에, 이 지점에서는 더 깊이 설명을 시도하지는 않은 듯하다.


매년 노벨 과학상이 발표되면 우리 과학 연구의 현실이 거듭 조명된다. 아직 우리 나라는 노벨 과학상을 수상한 과학자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작년까지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만 31명이었다. 바로 이웃하는 나라임에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많은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차이라 생각하는 요인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하나의 큰 분야에 천착하는 연구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결과를 빨리 내야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우수한 젊은 연구자들은 늘 해외의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주목받는 결과를 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반면 일본은 해외의 유명 연구실에 합류하지 않고 국내에 남아 연구를 지속해도 좋은 연구를 도출해내곤 한다. 우리도 이제는, 우수한 젊은 연구자들이 핵심 분야에서 우리 스스로 주도하는 연구를 하고 해외의 유명 연구소와 대등한 결과를 많이 축적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연구자 개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호에서는 양자역학과 노벨 과학상, AI에 관한 기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각 호에서는 늘 과학이슈 11가지에 관한 기사를 소개하기에, 이 책을 꾸준히 읽어나가는 한 최신 과학 이슈에 대해 분명히 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매체에 자주 오르내리는 용어인 '피지컬 AI'의 개념이 이미 생체모방공학과 연결되고 있음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드론이나 로봇관련 연구에서 앞으로 더 활발한 기술의 접목과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청소년들이 이 책에 소개된 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내가 보기에 청소년들에게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일반인들이라고 이 책의 모든 이슈를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닐테니 나만의 기우인지도. 전문가라고 모든 분야를 다 익숙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전문가들이 최신 과학 이슈들을 동료들이 아닌 비전공자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러 이슈를 다루는 글에서 비전공자들을 위해 좀 더 쉽고 기본이 되는 개념들에 대한 소개가 함께 정리되어 있는 책은 독자/학습자가 흥미를 갖는 분야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학창시절에 어느 분야에 대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아도 특별히 흥미를 끄는 분야를 발견하고 만날 수 있다면, 이 책의 기획 의도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과학 분야는 매일 새로운 무언가가 발견되고 지식이 추가되는 분야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선별하고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어 앞으로 나올 <과학 이슈 11>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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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이미지 알마 인코그니타
에르베 기베르 지음, 안보옥 옮김, 김현호 해설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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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베르와 바르트의 유령 이미지란?

- 유령 이미지


에르베 기베르 지음

안보옥 옮김 [알마] (2017)

 




재능이 넘치는 20대의 에르베 기베르의 사진에 관한 에세이 유령 이미지를 읽습니다. 다만 이 책은 젊고 잘생긴 저자의 표지 사진 이외에 사진 한 장 나오지 않는 에세이입니다. 책 뒤의 해설에 보면 이 책은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사진을 이야기한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또는 카메라 루시다)에 화답하는 책이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를 생각해보고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면, 이 책은 여러 면에서 밝은 방의 대척점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르트는 실존하는 어머니의 어린 시절 온실 사진으로 자신의 사진론을 전개합니다. 사진이 제시하는 코드화된 정보인 스투디움과 사진의 요소가 관람자와 상호작용하여 그를 찌르듯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푼크툼의 관점에서 피사체 혹은 대상의 부재를 실감하고, 부재한 대상을 소환하는 사진 읽기로 이해합니다.



반면 유령 이미지는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이루어졌으나 필름이 없거나, 노출값 조정이나 카메라의 작동 오류로 인해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된 이미지에서 출발하여 글쓰기로 밀고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관점에서 기베르의 글쓰기는 바르트의 관점을 비틀기라는 표현도 이해가 됩니다.



또 바르트가 책에서 언급한 유령(spectrum)'과 기베르가 사용한유령 이미지를 견주어 봅니다. 여기에도 차이점이 보이는 데요, 바르트의 유령대상이 발산하는 환영적 이미지라고 말합니다. 이는 죽은 자의 귀환으로도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바르트 본인에게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찾아주는 이미지로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곧 바르트의 유령은 실존했던 대상의 부재를 인증한다는 의미와 되찾기/부활과 맞닿아 있습니다.



반면 기베르의 유령은 대상의 실존 자체가 의문시됩니다. 실제 사진으로 남아 있지 않은 이미지이니까요. 그러므로 기베르의 유령이미지는 실존을 입증하고 인증하기가 아니라 그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의심하게 만드는 이미지라고 이해됩니다. 따라서 바르트의 유령이미지 개념에 또 다른 방식으로 비틀고 저항하기를 텍스트로 시도하는 작업인 것이죠.



이런 관점은 가족사진에 대한 기베르의 입장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런 사진은 실존했던 대상에 대한 추억을 불러오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동의 추억을 희미하게 만든다고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감한 글쓰기에서 한편으로는 재능 넘치는 20대의 저자에서 보이는 젊음의 패기와 약간의 치기마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어지는 파편적인 글에서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성적정체성을 펼쳐보이는 저자의 태도에 감탄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용감하다라고 말하겠지만, 그는 이렇게 응답하죠.

 


그것은 최소한의 진정성입니다. 욕망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채 어떻게 사진에 대해서 말하기를 바라십니까? (...) 그것은 심지어 용기의 문제도 아닙니다(나는 투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글쓰기의 진실이란 점에서 정당한 겁니다.”(112)

 


이 선언적인 응답에 또한번 감탄합니다. 사진을 포함한 모든 예술 작업에는 자신에게 은폐없는 솔직함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다양한 정체성은 그 개별자의 존재 양식일 뿐이라고 여깁니다. 자신을 그대로 신뢰하고 인정하는 태도에 감탄한 것이죠. 반대로 저는 사회적으로 얼마나 스스로를 은폐하고 다양한 페르소나로 연기하는 존재인지도 더 선명히 자각하는 독서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해지는 것은 어느 사진가가 자신에게 해준 조언에 주목해 봅니다.

 


당신과 아주 친근한 사람들, 부모님, 형제자매, 연인들 사진만 찍어봐요, 먼저 애정이 있어야 사진을 얻을 것입니다...”(124)


 

이 표현의 맥락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애정이 먼저라는 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수 있을 테지요. 이 애정의 대상에는 자기 자신이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르시시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 자신의 행위로 도출한 결과물, 이미지 등에 대한 신뢰 역시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어머니 사진을 얻지 못했던 기베르에게는 바르트와는 분명 다른 사진에 대한 정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통념상 사진은 인화지에 드러난 결과물을 의미하지만, 기베르에게는 이 정의가 무의미하니까요. 기베르의 사진에는 인화지 이전의, 촬영자와 피사체 사이의 지극히 내밀한 교감과 기억과 더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정리해보면, 에르베 기베르가 사용한 유령 이미지는 촬영에 실패하여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에서 출발합니다. ‘사진이라는 우리의 통념에 존재하는 맹점을 음화(negative)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텍스트는 이미지의 절망”(21)이라고 언급했던 표현이 이제서 좀 더 이해가 됩니다. 기베르에게는 텍스트 자체가 이미지의 유령이었던 것이지요.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밝은 방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보다 풍부한 주석과 함께요. 언젠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책 속으로]


[1] "그것은 최소한의 진정성입니다. 욕망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채 어떻게 사진에 대해서 말하기를 바라십니까? (...) 그것은 심지어 용기의 문제도 아닙니다(나는 투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글쓰기의 진실이란 점에서 정당한 겁니다."(112) - P112

[2] "다시 말하자면 이미지는 욕망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이미지의 성적 특성을 없애는 것은 이미지를 이론으로 축소하는 일일 것입니다... "(113) - P113

[3] "당신과 아주 친근한 사람들, 부모님, 형제자매, 연인들 사진만 찍어봐요, 먼저 애정이 있어야 사진을 얻을 것입니다..."(124) - P124

[4] "검열된 사진은 나체 사진보다 더 에로틱하다, 포르노 사진이 에로틱한 사진이 되는 것이다."(136)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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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사이언스 믹서' 후기



일시: 314() 11-13

장소: 책방연희 홍대 본점


 


책방연희(홍대)에서 진행되는 과학책 읽기 사이언스 믹서두 번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작년 말에 출간된 정우현 교수님의 책 나쁜 유전자2(‘희귀병 유전자)을 함께 읽고 만났습니다. 책 전체가 유전자와 관련한 생물학 이야기다보니 모든 이야기가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더 뚜렷해집니다.



2장은 대표적인 유전 질환이면서 발생 빈도의 95%에 해당하는 사례가 성염색체 이상으로 발병되는 혈우병으로 시작합니다. 특히 혈우병 보인자(carrier)였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자손들이 러시아나 스페인 등의 왕가에 전파한 혈우병의 재앙이 인류사에 뚜렷하게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후손이 섞여 있는 러시아 지역 왕가의 신임을 받은 수도사 라스푸틴의 국정 개입, 그의 존재가 어떻게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는지가 혈우병이라는 유전 질환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어서 흥미로운 주제는 근친혼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합스부르크 왕가에 얽힌 역사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의 넓은 영토를 정략결혼으로 확장해간 이 역사적인 왕가의 이야기가 알려주는 생물학적 교훈을 전합니다.‘정치 권력의 분산 방지, 왕족 혈통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근친혼이 재앙의 시작이었던 것이지요. ‘합스부르크 턱이라는 표현으로 잘 알려진 이 유전 질환은, 주걱처럼 앞으로 튀어나온 턱, 늘 벌어져 있는 입과 둥글넙적한 입술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런 근친혼의 문제는 고대 이집트 왕조에서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동유럽의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에게도 족내혼의 문제(특정한 질환의 발병율이 다른 지역의 사람들보다 100배 이상 높음)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다만 저자는 이들이 족내혼을 집착해온 역사라고 하셨으나, 이를 조금 달리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베리아반도에서 국토재정복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추방되다시피한 세파르디 유대인들의 기록이 15세기에 보이고, 16세기 베네치아에 유대인 격리구역인 게토에 관한 기록이 보이는 것을 보면, 유대인에 대한 분리와 배제의 기작은 이미 그 역사 오래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들 유대인들의 족내혼문제는 이들의 집착’(원인)이라기보다는, 지독한 고립과 배제의 결과가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죠.



현대에 이르러 유전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유전자 가위와 같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유전자 조절과 통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한 참여자분은 생명체에 대한 경계짓기의 어려움, 혹은 '불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생물학적, 유전학적 문제가 거시적/미시적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의견을 내주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사회적 합의라는 표현이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유전학의 문제는 과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지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하는 정치적문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는 함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번 달에도 참여자분들의 적극적인 대화로 이야기가 풍성해졌습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달(4)에는 제3사나운 유전자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음 달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4월(4/11, 토)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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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위치한 독립서점 '책방 연희'에서 진행되는 과학책 읽기 모임 '사이언스 믹서(Science Mixer)' 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생물학자 정우현 교수님의 <나쁜 유전자>로 1년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첫 모임에서 우리는 1 장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봤고, 두번 째 모임인 3월 14일(토)에는 <나쁜 유전자> 제2장 ‘희귀병 유전자’에 관한 유전학 부분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첫 모임때는 읽기 모임의 취지와 안내를 겸해서 제가 말을 좀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이번 모임부터는 읽어오신 제2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생각해보는 시간을 좀더 가져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즐거움과 배움이 있는 독서 모임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참여자의 활동이 중요합니다. 과학책을 읽어나가다보니, 현대 과학의 여러 발견들, 빠르게 발전하고 축적되어온 지식을 만나기 때문에 궁금한 지점을 꺼내어 묻고 답하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되겠습니다. 과학 지식은 과학만의 것으로 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애초에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훗날 과학지식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조금이라도 궁금한 점이 있거나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임에서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느리게 책읽기'를 하기로 한 주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3월 모임에 읽어오실 부분은 <나쁜 유전자>의 제2장 ‘희귀병 유전자’입니다. 책 모임은 1부와 2부로 구성해보려 합니다. 1부에서는 함께 읽어론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2부에서는 본 책의 제2장에서 인용된 참고도서 중 참여자가 읽고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각자의 관심에 맞는 책 한 권을 더 읽어오셔서 책에 대한 소개를 해주시면 되고요. 물론 2부에 참고도서를 읽어어오시는 활동은 선택사항이며, 각자의 관심에 맞게 책을 선택하여 ‘확장하는 책읽기’를 시도해보기 위함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셨더라도 2장과 연관된 책에 관심이 생긴다면 나중에 읽으실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3월 모임날은 3월 14일 (토) 11-13시입니다.
장소는 독립서점 책방연희 홍대 본점에서 진행됩니다.


문의는 책방연희 인스타@chaebangyeonhui 또는 
네이버 블로그 ‘책방 연희’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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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글라피라 스미스 지음, 권가람 옮김 / 바람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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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검정개 트러플 이야기

<트러플>
글라피라 스미스 글/그림
권가람 옮김



“개의 수명은 너무 짧다. 정말이지, 그것이 개들의 유일한 단점이다.”
_라이너 마리아 릴케


책표지를 넘길 때 보이는 강아지 스케치들과 릴케의 이 문장을 보았을 때, 이 책은 어느 한 강아지와 함께한 사람에 대한 그래픽 노블이라는 짐작을 했더랬다. 물론 아주 틀린 짐작은 아니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글라피라 스미스는 스페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스토리텔러라고 한다. 이번에 만나게 된 <트러플>은 그녀의 첫 작업물이다. 간결하고 자유로운 작가의 선이 덤덤한 느낌이면서도 정겨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트러플은 고가의 버섯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품에서는 호세 루이스라는 남자의 가족과 16년 넘게 함께 살았던 검정개의 이름이다. 표지를 넘기면 보이는 스케치는 에너지 넘치고 발랄해보이는 강아지의 모습이 나를 맞는다. 이어서 본문에서 제시되는 장면들의 시점이 시간 순서대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어서, 마치 트러플과 함께 했던 사람의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을 따라간듯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6년이 넘는 시간 동안 트러플은 호세 루이스의 가정에서 함께 살았다. 간간이 보이는 장면의 전환은 호세 루이스의 눈으로 바라보는 트러플의 모습과 트러플이 바라보는 루이스 가족의 모습들이 교차하기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책에 보이는 장면장면들이 어느덧 우리와 17년을 함께 살다 간 강아지 ’쭈‘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쭈’ 역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트러플이 살았던 시기와 비슷하게 우리 가족과 수많은 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내게는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쭈’도 트러플처럼 나를 저런 시선으로 쳐다보았을까 싶다. 공놀이와 술래잡기를 좋아하던 에너지 넘치던 ‘쭈’는 마지막에 걷는 것마저 힘들어 해서 집 여기저기에 대소변을 놓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집 ‘쭈’처럼 트러플은 호세 루이스 가정의 한 식구로 특히 호세의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트러플과의 이야기만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젊은 시절의 열정을 잃은 듯 보이는 루이스 부부의 평범한 일상이 솔직담백하게 담겨있다. 또한 호세 루이스의 은퇴와 재기의 모습도 보이고, 루이스 부인의 암진단-항암치료-사망으로 이어지는 한 가정의 부단한 인생사가 교차하고 있어 더 실감나게 읽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 항암 치료를 받다가 떠나 보낸 가족이 있기에 <트러플>의 이야기는 작가가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작업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이야기 같아 가슴 한켠이 헛헛하고 시렸다. 정말이지 강아지뿐만 아니라, 길다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우리 인간의 삶 또한 이렇게나 짧은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정말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말이다. 우리의 삶 역시 이렇게나 짧은 것인가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걷기도 힘들어했을 우리집 ‘쭈’역시 숨이 멎은 후, 트러플처럼 꽃길을 달리고 나와 공놀이하는 꿈도 꾸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작가 글라피라 스미스의 <트러플>은 바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지구 반대편의 어느 작가가 포착하고 그려낸 이야기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삶을 관통하는 듯하다. ‘트러플’의 이야기는 내게 ‘영혼을 가진 존재’가 친구로서 어울려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재확인해주고 있는 듯하다. 나아가 내 주변에서 나와 함께하는 존재들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떠올리고, 우리의 일상을 함께 지내는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트러플 #글라피라스미스 #권가람번역가 #바람북스 #그래픽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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