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것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왜 멸종했으며 어떻게 해서 해부학적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 대신 그의 성공 역사를 전세계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p66)... 모든 생활의 중심은 사냥, 도살, 도축이었다. 동물은 생존에 필수적인 고기, 지방, 골수를 제공했고 거기에 더해 가공해 사용할 수 있는 털, 힘줄, 뼈, 뿔도 제공했다. 요컨대 동물은 식량으로, 또 도구로, 의복으로, 나아가 집을 짓는 자재로 남김없이 이용되었다. _ 헤르만 파르칭거,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 p78/962
얼마 전 대통령의 지시로 '개 식용 금지 검토'가 보도되면서 오랜 한국 사회의 논쟁 중 하나인 '개를 먹어도 좋은가'가 잠시나마 이슈가 되었다. 찬반의 여러 논리가 있지만, 크게 묶어본다면 '개는 다른 가축과 다른가?'에 대한 물음으로 돌릴 수 있을 듯하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얇게나마 이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공존했던 시기로 약 3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헤르만 파르칭거(Hermann Parzinger, 1959 ~ )는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Die Kinder des Prometheus: Eine Geschichte der Menschheit vor der Erfindung der Schrift>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기후, 종족의 특성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에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책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말하듯 이 시기의 중심이 '수렵(狩獵)'이었다는 사실은 독자들에게 사피엔스의 생존과 관련된 어떤 관련성을 추측케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단히 중요한 사실은 유럽의 후기구석기시대 현생인류는 그 이전의 인류종과는 달리 투창가속기라는, 사냥 성공률을 확실히 높일 수 있는 일종의 기계를 발명했다는 것이다. 즉 당시 인류는 자연환경에 일방적으로 적응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활이 그때그때 사냥 운과 같은 우연적 요소에 덜 좌우되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계획적으로 목표의식을 갖고 사냥 도구와 기술을 개선시켰다. _ 헤르만 파르칭거,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 p126/962
후기구석기시대를 공존하던 인류의 두 종(種)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시기에 개발된 여러 개발된 사냥도구들은 이러한 노력의 성과물로. 두뇌의 용량도 비슷하고 같은 수준의 문화를 누리던 이들의 결과물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러한 새로운 도구의 개발이 생존의 견인차가 되지는 못할 듯하다. 그렇다면, 사피엔스가 해냈고, 네안데르탈인이 하지 못했던 일 - 가축화 -가 수렵 생산성에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었을까.
당시 인간이 개를 길렀던 것은 시간이 더 지난 후 다른 가축을 기르게 됐을 때 가졌던 목적과는 아주 다른 이유에서였다. 다른 가축들의 경우 고기와 젖 그리고 털을 공급받기 위한 목적이 주였다. 이에 반해 갯과 동물은 가장 환영받는 사냥 조력자였다. 추정컨대 갯과 동물은 처음에는 인간이 사냥하고 남은 것을 주워 먹기 위해 야영지 근처에 머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과 더욱 친밀하고 지속적인 공동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었을 것이다. _ 헤르만 파르칭거,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 p74/962
파르칭거가 인간과 개의 공생을 '사냥 조력-음식 제공'이라는 경제적 교환관계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면, <최초의 가축, 그러나 개는 늑대다 The First Domestication: How Wolves and Humans Coevolved>에서 저자들이 보여준 관점은 한 단계 나아간다. 늑대 중 일부가 자신들의 무리 대신 인간을 동료로 택하고, 인간(호모 사피엔스) 역시 늑대집단의 특성을 받아들이면서 생존을 위한 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으로 이들은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를 통해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렌시스를, 개는 늑대보다 생존에 우위에 서게 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생인류와 조우한 최초의 늑대들은 사자와는 매우 다른 방법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기로 마음먹었을 것이다. 이 늑대들은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심지어 호모 에렉투스 같은 호모 속의 다른 구성원들 옆에서 수천수만 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들과 친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늑대는 이들과 사회적 유대를 맺거나 장기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늑대 표현형의 분명한 변화를 이끈 유대조차 없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더 몸집이 크고 더 육체적으로 강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를 유럽과 아시아 전체에서 밀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사피엔스가 늑대를 파트너로 가졌던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Coren 2006 ; Shipman 2015) _ 레이먼드 피에로티외 , <최초의 가축, 그러나 개는 늑대다> , p119
인류가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퍼져나가면서, 인간 집단의 사회성은 영장류 모델을 더 이상 닯지 않고 갯과 동물 모델의 요소를 반영하기 시작했다.(Schleidt and Shalter 2003)...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는 순록, 말, 들소 같은 유제류처럼 떼를 지어 이주하는 동물을 먹고 산 '최초의 목축업자'이기도 하다. 마지막 빙하기 동안 인간 집단은 늑대의 목축 생활과 집단행동방식을 받아들였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아마도 아시아 동부의 호모 에렉투스 같은 시간적으로 더 앞선 다양한 호모 속이 현생인류에게 일을 내주고 개가 늑대로부터 분리되면서, 두 종 모두 종안과 종 사이에서 더 협력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이때다. _ 레이먼드 피에로티외 , <최초의 가축, 그러나 개는 늑대다> , p123
이런 관점들을 종합해 본다면, 수렵시대부터 시작된 '개'는 다른 가축과는 분명 다르다. 고기와 젖을 얻기 위해 기르기 시작한 소, 양과 같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동물이 아니었으며, 인류와 비즈니스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는 고양이와 같지만, 농경시대 이후로 가축화된 고양이보다 이른 시기에 손잡은 혈맹(血盟)이라고 본다면 지나치게 나간 것일까. 이런 역사적인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개는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주장이 단순히 반려견을 집안에서 키우기 때문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개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인류와 개와의 전통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문제가 아닐까를 생각하게 된다. 다만, 법을 통해 관계 회복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우리들 스스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바람직할 것은 물론일 것이다. 서유구 徐有榘, 1764 ~ 1845)의 <임원경제지 林園經濟志> <정조지 鼎俎志>에는 '개'고기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위장의 기운을 보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기력을 북돋는다는 효능도 소개되지만, 이와 함께 해(害)로운 점도 많은 것을 보면 전통적으로도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은 아닌 듯하다.
<본초강목 本草綱目> 개고기는 그 성질이 상륙(商陸, 자리공뿌리)과 상반되고, 살구속씨를 꺼린다. 마늘과 함께 먹으면 몸을 해친다. 마름과 함께 먹으면 전간(癲癎)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개는 구워 먹어서는 안 되는데, 구워 먹으면 소갈병에 걸리게 한다. 임산부가 먹으면 아이가 말을 못하게 된다. 열병이 있은 후에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 야윈 개는 병이 있고, 미친개는 발광하고, 저절로 죽은 개는 독이 있고, 발굽 뒤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 개는 몸을 해친다. 넓적다리가 붉고 부산스러운 개와 누린내가 나면서 눈이 붉은 개는 모두 먹어서는 안 된다. _ 서유구, <임원경제지> <정조지1>, p302
이번 페이퍼를 쓰면서 가축화된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냥 친구 개, 창고 지킴이 고양이, 경작 도움이 소 등등. 이들 모두 인류 문화가 바뀌면서 전통적이 역할에서 벗어나 귀염받거나 아니면 고기를 제공하는 관계로 변화되었음을 역사 안에서 바라본다. 이와 같이 사회, 문화가 바뀌면서 관계가 다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우리 가치의 중심을 인간에 두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물음으로 돌아오면서 마지막으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다음주제는 '노동가치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