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 박근혜 자서전
박근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는 박근혜의 자서전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인간 박근혜의 사상(思想)과 정치 철학(政治哲學)에 대한 궁금증을 풀 목적으로 전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내용이 예상되는 책에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내가 시간이 남는 편도 아니어서 이 책을 읽는 것은 후순위로 밀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계속된 대국민 사과와 5%미만의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서, 빨리 읽지 않으면 영영 읽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2016년 대재앙의 예언서` 수준으로 생각할만큼 많은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다. 저자인 박근혜가 20살 무렵에 당한 개인적인 불행과 이를 극복하고 정치세계에 뛰어들어 당시 몰락해가던 신한국당(한나라당)을 난파 위기에서 구출해 나간 이야기가 담백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다만, 자서전에 나타난 저자의 세계관과 인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20대 퍼스트 레이디로서 청와대에 있었던 시기와 이후 1998년 정치 입문 이후 2006년 한나라당 총재였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이하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주제별로 정리해본다.
1. 1970년대 정치와 새마을 운동에 대한 인식
내 기준에서 아버지는 나라를 지키는 정의의 사도였다.(p24)
1970년대 중반부터 아버지는 서서히 대통력직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고 계셨다. 한번은 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때였는데, ˝차기 대통령으로는 누가 적합할까˝ 하고 물으신 적이 있다.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혼란 없는 정권 이양을 위해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계셨다.(p130)
김대중 납치 사건, 정인숙 사건 등을 비롯해 나중에는 상식을 넘어서는 기사도 버젓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런 가십성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p150)
청와대라는 공가에서 15년을 사는 동안 나는 애국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p165)
˝저는 대통령이 어떤 자리인지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봐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해도 많이 받고, 국민들의 걱정이 곧 대통령의 걱정이 되며, 24시간 노심초사하는 자리입니다. 무한대의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남들은 권력자라 하겠지만 사실 무척 외로운 자리입니다... 야당(한나라당)은 나라 잘되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제의에 대해 - (p258)
신농촌운동인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중국의 많은 공무원이 한국을 찾고, 대학에서 새마을 운동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p319).. 우리는 한류에 이어 새마을운동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보다 앞서 잘사는 나라를 만들었고, 그들에게 발전의 모델이 되고 있다... 나는 중국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땅, 엄청난 자원과 수많은 인재를 가진 중국이 배울 것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배우고, 성공한 제도가 있다면 그 제도를 거침없이 가져다 쓰고 있었다.(p321)
2. 정치 입문 동기와 정치 철학
하루는 진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고 아버지가 물으셨다. 나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산업 역군이 되어 나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p53)
IMF 이후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나라가 이렇게 흔들리는데 나 혼자만 편하게 산다면 훗날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을까? 죽어서 부모님을 떳떳하게 뵐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10년 뒤 바로 오늘을 떠올리며 `내 한 몸의 안녕을 위해 주어진 소임을 외면했다.`는 자책이 들 것 같았다.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정치인 박근혜`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p173)
근혜야, 기억해둬라. 방위산업을 보면 그 나라 산업의 수준을 알 수 있단다. 방위산업이 그 나라 산업의 척도가 된다고 여기면 될어야...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수출, 탱크 생산 등 남의 나라 눈치 보지 않고 울이 기술로 모든 것을 생산할 수 있게 되지.. 지도자란 어려운 길을 개척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 소신을 가져야 하지. 욕을 많이 먹더라도 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가야할 길을 잃지 말아야 한다.(p107)
어릴 적 어머니의 교육 덕분에 나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배려`다. 인간에 대한 배려, 이는 곧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다.(p31)
그래서 당내 분란을 일으킨다는 소리도 듣고, 종종 왕따가 되곤 했어도 당이 바뀌어야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일관했다. 그리하여 어느덧 나는 `비주류`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p191)
3, 외국어(프랑스어, 영어, 중국어)의 중요성과 외교에 관한 인식
내가 속한 반은 어느 정도 프랑스어 구사가 가능한 학생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화에는 무리가 없었다.(p74)...그녀는 나보다 프랑스어가 서툴렀기 때문에 한국의 온돌문화와 예의범절, 풍습 등을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프랑스어보다 영어를 더 잘 구사하는 그녀를 위해 우리는 곧잘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p76)
저녁 만찬 자리에서 만난 카터 대통령은 아내에게서 나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만찬 내내 내게 질문을 했다. 계속 나에게만 질문하고 답하니 나중에 우스갯소리로 `근혜-카터 회담`이란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후 카터 대통령의 행동이 달라진 데 대해서 많은 사람이 놀라워 했다.(p122)
내가 중국어로 ˝장쉐쭝 쓰촨성 당서기께서 건강하셔서 더욱 큰일하시고 한중 우애가 더 깊어지기를 바란다˝라고 건배사를 하자, 중국 측 참석자들이 다들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p318)
외교 훈련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숙성되어야 깊은 맛이 나는 와인처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당시는 잘 몰랐지만 나는 퍼스트레이디라는 자리에서 예습과 복슴을 충실히 하며 외교 감각을 체득해가고 있었다.(p126)
4. 국민과의 소통에 관하여
정치 입문을 선언한 지 8일 만에 나는 민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했다.(p177)
언제부턴가 내게 `싸이폐인` 증세도 나타났다. 싸이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끼면서, 네티즌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하며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한나라당에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p229)
나는 새로운 별명 하나를 얻었다. 바로 `수첩공주`다. 협상 당시 나는 당내 전문가들과 충분히 회의를 한 뒤 협상할 때 유연성을 발휘해도 되는 부분과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을 수첩에 꼼곰히 기록했다. 그리고 마지노선으로 적은 부분은 끝까지 지켜냈다. 그걸 보고 여당은 ˝박근혜는 협상이 불가능한 `공포의 수첩`을 들고 다니며, 수첩에 적힌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고 공격했다(p245)...나의 작은 수첩은 `약속의 수첩`이 되어 모든 민생현장에서 함께 했다... 공포의 `약속 수첩`을 지니고 다니는 수첩공주의 보좌진과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p247)
5. 북핵과 관련한 인식
나는 정책을 펴는 사람도, 정책의 혜택을 받는 사람도 피부에 닿는 기쁨을 느끼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진정한 정치라고 생각한다.(p271)
나는 북한의 핵무장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북한에서 핵은 완전히 폐기되어야 한다. 이는 북한을 제외한 6자 회담의 당사국인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긴밀한 공조 아래 한목소리를 내고,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어떤 이익이 있고 포기하지 않았을 때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그들에게 분명히 보여줄 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핵심당사국인 북미간의 신뢰 회복과 이를 위한 중국의 중재 노력이 중요함을 설득했다.(p286)
중국은 북한 에너지의 80퍼센트를 공급하는 혈맹의 나라였고, 6자 회담을 주도하면서 어떻게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 역할은 중국이 적임이었다.(p289)
햇볕정책의 취지는 좋으나, 원칙 없는 포용일변로의 정책으로 북한의 핵실험까지 왔다. 이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p332)...나(엘빈 토플러) 역시 오늘 박 전대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p333)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북측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북한 방문을 통해 이런 확신을 얻었다.(p203)
6. 교육에 대한 인식
선진국이 되려면 인재를 잘 키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학교나 대학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학교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중요하다. 획일적인 규제 속에서는 창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p260)..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자라는 교육환경과 제도에는 세심한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p262)
7. 인사(人事) 원칙
나는 그러한 현실 속에서 사람의 안팎을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고마운 사람은 나에게 물 한잔 더 준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으며 진실한 태도로 일관된 사람들, 진정 빛나는 이들이었다.(p149)
8. 대연정(거국내각) 구성과 관련하여
2005년 9월 7일 청와대 회담전까지, 대연정은 여름 내내 따라다니던 쟁점이었다. 처음엔 그냥 무시했다. 왜 연정을 하자는 것인지 대통령의 말도 오락가락할 뿐 아니라,상식적으로 국정 철학과 정책 노선이 확연히 다른 당에게 연합정치를 제안한 이유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p255)
대연정에 대해 나는 진심으로 (노)대통령에게 몇 가지 충고를 했다.
˝권력이란 국민이 부여하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권력을 나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만큼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겁니다. 여소야대일 때 힘들다고 하시는데, 총선 이후에는 여대야소였지 않습니까. 대통령께서 경제에 전념하셔서 선거로 국민의 표심을 얻어야 합니다. 민심,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는 점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p258)
개인적으로 자서전에 묘사한 저자 자신의 모습은 `결점없는 지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 대한 반성(反省), 후회 등 인간적인 면은 없고, 불행에도 나라와 국민만 걱정하는 소신에 찬 지도자의 모습만 그려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부분에서는 원론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도 나타나지만, 자서전이 쓰여진 이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과연 여기에 묘사된 대로 지켜졌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쓴웃음을 짓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 박근혜`를 발견하기 어려웠지만,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했는지, 하고 있는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과제 또한 부여받은 느낌이다.
책을 마지막으로 덮으면서, `개인 기록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비록 높은 지위의 사람의 기록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주관적인 이야기가 과연 사료(史料)로써 가치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이제부터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했던 결심, 오로지 국민과 나라만 바라보자는 그 초심만큼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 박근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