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이 지나고 오늘도 해가 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많지만, 지난 대선기간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이 사건(event)의 진정한 의미는 시간이 흐른 후에 알겠지만 그 때까지 같은 여울목에 서 있다는 깨달음은 아니길 바라본다...

ps. 《자치통감》을 쓸 때의 사마광 심정을 절절하게 이해하게 된 것은 지금 당장의 작은 소득이다. 책을 더 깊게 읽을 수 있겠구나...






역사상 민주주의적 조류는 연속적인 물결을 닮았다. 그들은 항상 같은 여울목에서 부서진다. 그것은 항상  새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계속되는 모습은 격려가 되기도 동시에 좌절을 주기도 한다. 민주주의가 어느 발달  단계에 이르면 민주주의는 점차 변질되어 귀족정의 정신을 받아들이게 되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는  귀족정의  형태도 또한 받아들인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출발 당시에 격렬하게 싸웠던 대상이다. 이제 새로운 비판자가 배반자를 공격하기 위해 일어선다. 영광스러운  투쟁의 시대와 불명예스런 힘의 시대가 지난 후 그들은 구시대 계급과 결합한다. 그 후, 이번에는 그들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호소하는 새로운  반대자들의  공격에 직면한다. 이 잔혹한 게임은 끝없이 계속될 것 같다.
- 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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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3-10 08: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밤사이 뜬눈으로 보낸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도 결과가 아쉽지만 어쨌든 앞으로의 5년을 어찌 끌고 갈지 잘 지켜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겨울호랑이 2022-03-10 10:18   좋아요 4 | URL
그렇습니다. 솔직히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앞으로 해야할 과제가 바뀌었네요... 차차 고민해봐야 하겠습니다. 마음은 상심되지만, 새로 집권하는 대통령이 위로의 마음을 담아 재산세를 감면해주겠지요... 큰 불행에는 작은 행복이 따를 듯 합니다.

필리아 2022-03-10 0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통선거가 지닌 민주정에 대한 회의를 일으키게되는 과정이었죠. 귀족정의 정신, 미국 헌법 제헌 과정에서 일반 시민의 선거권에 대한 불신의 정체를 떠올리게 됩니다. 한편으론 드러난 표상이란 실재와 같지 않으리라는, 그리고 맹목적 의지의 세계에 대해서 관조하게 되기도 합니다. 추신으로 달아주신 문장에 공감하며....

겨울호랑이 2022-03-10 08:59   좋아요 3 | URL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길고 힘든 과정이기에 많은 이들이 실망감으로 좌에서 우로 자리바꿈을 한 것 또한 확인하게 됩니다. 사실, 개인의 의지와 마음대로 되는 게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훌훌 털어버리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5년만 살 것도 아닌걸요. 필리아님 감사합니다^^:)

별족 2022-03-10 09: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그래도 잘 이끌어주기를 아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요.

겨울호랑이 2022-03-10 09:03   좋아요 2 | URL
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잘못 하면 고생하는 것은 국민들이니까요.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겠지요...

Cinema Paradiso 2022-03-10 1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 선거는 마음을 많이 비우고 있었지만. 검찰 공화국이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겨울 호랑이님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0 10:15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시네마님. 우리 모두의 불행이라 여겨지지만, 달리 생각하면 벌써 ‘정권교체‘ 공약 100%를 이행하고 출범하는 정부이니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를 5년의 시간 동안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꿈과 같은 오늘 일이 생각만큼의 큰 불행은 아닐지도, 또는 이후 더 킁 행복의 약속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시네마님 좋은 하루 되세요! ^^:)

초란공 2022-03-10 1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 선택이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겠지요. 제게는 타인과 세상에 대해서 좀더 배우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재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0 10:17   좋아요 3 | URL
초란공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누군가의 탓을 하기보다 제 자신이 오늘의 결과를 낳게 한 원인임을 저 또한 인정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겠습니다. 아픔없이 배웠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만.... 감사합니다.^^:)

mini74 2022-03-10 1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밤새 뒤척이다 여기서 호랑이님 글과 댓글들 보먀 위로빋고 갑니다. 아자아자

겨울호랑이 2022-03-10 10:33   좋아요 3 | URL
그럼요, 앞으로 5년 동안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주 건강하게 악착같이 먹을거야, 아주 ... ㅋㅋ 미니님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2-03-10 10:3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새벽까지 잠 못 이루다가 거의 결과가 나왔을 때 오히려 담담해졌습니다.
그리고 먼저 이런 결과에 대한 원인을 생각해 보기도 했고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지만 비대해진 자본주의의 폐해는 아닐지도 생각해 봤어요.
어쨌든 잠시 기대도 해 보지만 결국은 우려했던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비관에 빠집니다^^
겨울호랑이님께서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0 10:44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께서 좋은 말씀 해주셨네요. 저도 공감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문제점의 중요성에 대해 알면서도 긴급성에서 뒤로 밀려 처리를 안하다보니 생긴 문제인 듯도 하구요... 긴급하다는 주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이 날 것인지는... 다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도 중요하겠지만, 그 일 후에 ‘우리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게 된다면, 먼 훗날 2022년 3월 9일은 1987년 6월 10일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03-10 10: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서로에게 토닥토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ㅠㅠ

미국이 건국 당시 대의민주주의가 귀족정, 엘리트주의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여 받아드릴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유는 다음 <철학 vs. 철학>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주권 논리란 선거를 통해서 사람들이 자신 정치 권력을 한 사람 혹은 다수 대표자에게 양도하는 대의민주주의 이념을 말한다. 권력을 대표자에게 양도하는 순간, 우리는 권력이 없는 존재, 즉 글자 그대로 노예적인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권력을 양도받은 대표자는 과잉된 권력을 가진 존재, 즉 새로운 형식의 군주처럼 사람들 위에 군림하게 된다. 자발적인 권력 양도가 논리적으로 ‘자발적인 복종‘으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는 결코 민주주의적일 수 없으며, 오히려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행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로서 기능한다.
데이비드 흄은 그의 논문 <원초적 계약에 대하여>에서 인간이 결코 자유롭게 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사실을 ‘가난한 농민들과 장인들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서는 결코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어떤 계약이든 달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진정으로 사회계약이 가능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주어진 국가나 사회를 떠나서 살 수 있어야만 한다. 이 점이 바로 흄이 당시 유행하던 다양한 사회계약론은 허구에 불과한 것으로 공격하게 했던 핵심적 근거였다.
나아가 그는 인간이 어떤 사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비자발적이라는 사실도 덧붙이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떤 국가나 사회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 주어진 국가나 사회에 맹목적으로 던져지면서 훈육되는 존재일 뿐이다.”

겨울호랑이 2022-03-10 12:22   좋아요 2 | URL
북다이제스터님 글을 읽으며 민주정과 공화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하게 사용되는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은 서로 대립되는 모순된 개념의 합 일수도 있겠습니다.... 최초 국가 성립 시에는 자발적인 구성원의 동의에 애한 대의제 민주주의가 수립되었을 지 모르지만, 다른 세대들은 이전 계약에 자연스럽게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을 보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참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지점에 선 느낌입니다. 북다이제스터님도 기운나는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03-10 21:29   좋아요 1 | URL
세싱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공화국 혹은 공화제인 거 같습니다.
그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 우린 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2-03-11 07:34   좋아요 1 | URL
^^:) 이번에 더 깊게 민주주의와 공화제 그리고 다른 정체에 대해 고민할 동기가 생겼네요. 진지하게 성찰할 과제라 여겨집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03-11 08:03   좋아요 1 | URL
저는 ‘민주공화국’보다는 ‘자유민주공화국’에 관심이 더 많고 이 단어의 방점 혹은 문제는 ‘자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2-03-11 08:08   좋아요 0 | URL
^^:) ‘자유민주공화국‘에 대한 북다이제스터님의 좋은 글을 기대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22-03-10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1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