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이 포도청, 이야기를 하고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김칫국부터 마신다'가 뭔 말인지 알아?"

"알지, 설레발 친다는 소리잖아. 그러니까 앞서 나가고, 그런 거"

"그럼 '김칫국부터 마신다'앞에 뭐가 있는지도 알아?"

"뭐가 있어?"

"모르네, 그 앞에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가 있어.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떡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는 거지. 그 떡을 보고 '와 맛있겠다, 그런데, 저 떡을 먹으면 목이 막히겠지, 그러니까 김칫국을 마셔야겠다' 그러고 마시는 거지. 웃기지?"

"그러네."

와, 재밌네. 


다른 날 아이가 해 준 이야기는 이런 거

"엄마,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라는 말 있잖아? 거기서 밥을 먹는 게 누구인가,에 대한 얘기가 있대. 엄마는 뭐라고 생각해?"

"어? 어. 여태 밥은 개가 먹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밥은 내가 먹고, 건드리는 게 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개가 먹는 거라고 했다더라고."

"오~ 신기하네."


티비에서 본 건 이런 거.(핸섬가이즈,에서 나온 거였지)

'까라면 까라'는 앞에 뭐가 생략되어 있다는 거다. 

에? 나는 까라면 까라,를 아는데, 나도 딱 아이들이 김칫국부터 마신다,를 모르는 거처럼 그 앞에 뭐가 있었는지 모르네. 

티비에서 알려준 내용은 '엉덩이로 밤(송이)을 까라고 해도'였다. 

야, 그 정도는 못 까는 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지. 


오래 전부터 말해지는 오래된 짧은 이야기들 가운데, 남고 사라지는 많은 것들이 말들에 있다. 

다음 세대에는 무엇이 얼마나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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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07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로 김칫국을 마신다의 앞에 떡줄 사람을 생각도 않는데라는 것이 빠져있었네요.저도 별족님이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까막게 잃어먹고 있어군요.정말로 이런 속담들은 시간이 흐르면 그 원뜻을 기억하는 이들이 없어지면서 하나 둘씩 우리 주변에서 사라질것 같습니다.

잉크냄새 2025-08-0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라면 까라 가 절대로 쉬운 말이 아니었군요.
 
하늘길 한빛문고 12
이문열 지음, 김동성 그림 / 다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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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대로 읽었던 걸까, 이전에 읽은 민담 가운데 아는 걸까, 모르겠다. 

너무 너무 박복해서 고아가 된 가난한 소년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이 모든 복없음에 대하여 옥황상제에게 말해보려고 길을 떠난다. 길을 떠난 소년은 청년이 되고, 처녀 혼자 지키는 외딴 집에서 괴물을 물리치고, 끝없는 벌을 가로지르고, 높이를 알 수 없는 산을 오르고, 이무기의 등에 타서는 결국 옥황상제를 만난다. 벌 끝에 선비는 세상 모든 책 속에서 하늘 가는 길을 찾는 중이고, 높이를 알 수 없는 산의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읊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늘에 닿느니보다, 자신의 춤과 노래와 시로 하늘의 한 자락을 땅에 불러오려고 하고, 높은 산 높은 곳의 도 닦는 사람은 자신의 정신만이라도 하늘로 보내보려고 하고, 이무기는 날아서 하늘에 가려고 한다. 그 모든 사람이 결국 닿지 못한 그 하늘을 청년은 이무기의 등에 올라 내던져져서 결국 닿는다. 옥황상제에게 탄원해서 비어있는 자신의 복단지를 채우고 다른 사람들의 의문에 답을 듣는다. 돌아오는 길에 왜 이무기가 하늘에 오르지 못하는지, 왜 도인이 하늘에 오르지 못하는지, 그 사람들이 하늘을 조금이나마 당겼는지, 왜 선비는 하늘에 닿지 못했는지, 왜 처녀의 집에 머리 둘 달린 괴물이 나왔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처럼, 그 처녀와 결혼해서 살다가 다시 길을 나서는 것으로 마친다. 

전설의 고향,이나 전래동화집,에서 봤을 법한 이야기였는데, 다시 쓴 사람이 이문열, 이라서 읽어볼 마음을 먹고 읽었다. 내가 이미 알고 있어서 재미가 없나, 싶어서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했는데, 아이는 처녀 집에 괴물을 처리하기도 전에 못 읽겠다고 했다.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은데, 싶었다. 

어른인 내가 아이가 읽었으면 싶은 어떤 주제들이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읽기 싫은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인지도 궁금했는데 알 수 없게 되었다. 엄마의 궁금증을 고려해서 힘들어도 끝까지 읽고 얘기해 줬으면 좋으련만, 그러질 않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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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07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작가가 이런 아동 동화책도 썼는지 몰랐네요.
 
채석장의 소년 한빛문고 19
염상섭 지음, 유기훈 그림 / 다림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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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하늘길,을 사면서 염상섭의 채석장의 소년,도 같이 넣었다. 

이문열,의 하늘길,은 이미 내가 읽었었나, 싶은 이야기였고, 채석장의 소년,은 애니 개봉 후 구해 본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이 났다. 계급이 다른 소년들이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과거란 잊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기부 전단지에 보이던 어린 나이에 엄마와 아니면 엄마도 없이 채석장에서 돌을 깨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봤는데, 처음 그런 장면이 나온다. 열 두세 살쯤 먹은 소년이 더운 날 땡볕아래서 엄마와 돌을 깨고, 그 옆에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논다. 작업장과 놀이터가 분리될 수 없는, 해방 이후 복작대는 도시의 풍경이다. 전재민,이라고 불리는 여기서 전쟁은 일본이 패망한 전쟁이고, 전쟁의 재앙을 겪은 이라면 만주나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가 돌아와 몸 누일 방 한 칸 없이 돌아온 사람들이다. 돌을 깨는 소년은 그런 전재민이라, 언덕배기 방공호에 살고, 공을 차고 노는 소년들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이다. 

옛날을 좀 더 그럴 듯하게 상상하는 가운데, 나는 모두가 가난해서 그래도 덜 박탈감을 느끼는 시대라고, 혹은 그래도 좀 더 인간적이고 믿을 만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는 그렇지만은 않다. 

모두가 가난하지는 않지만, 아예 생존이 위협받는 중이라, 다른 쪽에 눈 돌릴 틈이 없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거 같은 묘사다. 학교에는 자기 책상은 들여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난한 학생이 그 돈을 벌려고 돌을 깨고 있고, 가난한 엄마가 친정에 가 있는 사이에 배를 쫄쫄 곯다가 쓰러지는 학생이 있는 교실에서 2층 양옥에 맞춤 운동화를 신고, 간식거리를 사 먹을 수 있는 소년도 있는 거다.

예나 지금이나 삶은 고되고, 그 와중에도 우정이 있어 살 만해지는 어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재미나게 읽었는데, 아이들은 읽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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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23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염상섭하면 고작 표본실의 청개구리만 생각나는데 이런 청소년 책들도 저술하셨나 보네요.어느 시대건 빈부의 격차는 생기나 본데 비록 전란이후 시대라고 하지만 채석장에서 일하는 어린이가 한국에서도 있었던 시절이 있다고 하니 마음이 참 아파옵니다.
 
[전자책] 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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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드라마 광고를 보고 책을 찾아 읽었다. 

탄금,이라, 어찌저찌 옛 형벌이라는데 진짜일까 의심이 든다. 금을 삼키는 벌이라, 무용광고였던가, 중국에서 황실의 여자를 폭포처럼 쏟아지는 흰 비단으로 죽였다는 이야기도 생각나고 말이지. 모르는 일이라고, 쓸데없이 사치스럽다.  

드라마,는 음, 여자 주인공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서 안 보기로 했다.

여성의 성적 욕망을 긍정하는 현대의 여성이, 사극이라는 설정 안에서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들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같을 수도 있겠다. 드라마를 먼저 봤으면 좋아서 책을 봤을까,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냥 취미로 지붕에 올라가는 여자애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취향의 문제다.

작가는 어떤 이미지를 원했던 건가, 생각은 해 봤다. 

이복동생임을 주장하는 낯 선 남자와 양자로 들여 오라비가 된 남자, 사이에서 가짜 이복동생에게 마음이 쏠리는 아슬아슬한 금지된 마음을 묘사하는 것. 

조선시대,라는 배경 가운데 금지된 것들로 성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고, 그래서, 온 몸을 꽁꽁 싸맨 사극 속의 남녀가 손만 스쳤어도 절절해지는 순간들이 있어서, 물론 나도 사극 좋아하는데, 나의 취향에는 좀 노골적인 데다가, 여주인공이 정말 별 역할이 없다. 이미지로만 전시되는 강인함에는 끝까지 알맹이가 없고, 그 와중에 그 여주인공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는 채로 쉽게 끝냈다,는 인상을 받았다. 


드라마,를 보면 다를까. 모르겠네. 

제목이 왜 탄금,일까 계속 생각하는데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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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17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족님 글을 읽으니 드라마 탄금이 궁금해서 보고 싶었는데 공중파가 아니라 넷플릭스라서 시청 보기해야 겠네요ㅜ.ㅜ
 

아이들에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뜻을 알아?

아들에게서 놀라운 해석을 들었다. 

'목소리가 달달하다??'

포도청,을 매실청,같은 걸로 생각한 거다. 


목구멍이 포도청,은 배가 고프면 뭐든 할 수 있게 된다,라는 말,이라고 설명해준다. 


포도청,은 경찰서, 같은 조선시대의 관청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은 배가 고파서 목구멍에 들어가는 게 없으면, 감옥에 갈 줄 알면서도 나쁜 짓도 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해준다. 

목구멍과 포도청은 나에게 같은 존재라는 말이라고. 목구멍이 밥 내놔라,라고 명하면, 나라는 존재는 얄짤없이 그 무엇이라도 하게 마련이라는 말이라고. 

포도청,을 설명하기 위해 포도대장,이라는 말을 해도, 아들에게는 달콤한 연상들이 따라온다. 나의 이 익숙함은 사극으로 단련된 어휘인가, 싶다. 


목구멍이 포도청, 

시장이 반찬, - 이 말도 뜻을 잘 모르더라. 시장하다,라는 말이 배고프다,라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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