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야 놀자! - 1990년 무화과나무
정구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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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가 있는데, 책 속에서 맘에 드는 글귀를 캘리로 그려서 올린다.( @hahayoii )

같은 저자의 책을 두 번 올린 적은 없는데, 고래가 그랬어,에 만화로 연재되는 순이야 놀자,는 두 번 썼다. 좋아한다. 

두 번 쓴 것 중에 에피소드 하나는 알라딘에 서평으로도 썼다. 

https://blog.aladin.co.kr/hahayo/13599788

나도 좋아하고, 작가 인터뷰를 보니 작가도 좋아하는 에피라고 했고, 단행본에도 실려 있다. 

아쉽게도 다른 하나는 단행본에 없다. 골라뽑은 이야기들이라서, 지금까지 연재된 것에 비하면 많이 적지만, 그래도 역시 이게 어디냐 싶다. 


책소개 그대로 1990년 부산에 사는 6학년 순이와 친구들의 이야기다. 

아이들도 그 시절을 보냈던 어른들도 재미나게 읽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만화가 지금의 아이들에게 자두(1978~84년 배경)나 검정고무신(1969년 배경) 같은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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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2-1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35년전 이야기가 과연 공감이 될까하는 생각이 듭니다.이런 만화는 90년대에 초등학생을 다녔던 어른들에게 추억을 되돌아 보게 하는 만화란 생각이 드네요.

별족 2025-12-16 06:38   좋아요 0 | URL
검정고무신, 만화를 즐기던 아이들도, 그 만큼의 세대차는 있었던 거니까, 좋은 이야기는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2025-12-17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18 0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요일 한 낮에 하는 EBS 일요시네마로 하이랜더 를 봤다. 

영화설명에 설정이 모두 다 있는데, 영화를 볼 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봤다. 아니지, 아마도 읽었을 것이다. 젊은 날에, 저예산으로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을 것이다. 젊은 날에 읽고도 잊은 어떤 이야기를 다 늙어서 이제 아이들도 시끄럽지 않은 일요일 낮에 본 거다. 모르고 보는 사람처럼 재미나게 봤다. 

토요일 낮에는 극장에서 나우 유 씨미 3를 보고 실망해서 그런가, 재미나게 보고 다 늦게 설정에 대해 생각하면서 웃고 있다. 

영화 속 불멸자는 늙지 않는다. 주인공 코너 맥클라우드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라미레즈는 확실히 코너보다는 늙어보이기 때문에, 언제부터 늙지 않게 될까, 가 나의 웃음 포인트다. 아마도, 불멸자는 한 번 죽어야 각성하는가 본 데, 그 시점이 참. 싶은 거다. 

최후에 1인이 상을 받는다는 이유로 서로를 찾아 목을 뎅겅뎅겅 잘라대는 불멸자 설정에 그럼 어느 시점에 불멸자가 불멸자로 각성해서 늙지 않게 되는 시점인가, 까지. 늙어서 죽는 남자가 불멸자면 노인도 생기겠네, 금방 목이 잘리려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와글와글 상은 못 받겠네. 

결국 최후의 1인이 되어 상으로 죽음을 받아든 주인공. 

참으로 기이하게 평화로운 이야기다. 

이걸 시리즈로 어떻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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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단단한 삶 - 나답게, 자립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야스토미 아유무 지음, 박동섭 옮김 / 유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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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가는 교육에, 혼자 자는 방에서 읽었다. 

읽고 완전히 잊고 있다가, 밑줄이 있다길래 옮겨 놓으려고 펼친다. 

좋은 책이었는데, 왜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많은 일본저자, 동아시아 저자의 책들처럼 자신을 거대화시키지 않는 어떻게 보면 사소해보이기까지 한 이야기다. 학술서라기보다는 에세이로 읽히고, 그래서 아마도 잊었나보다. 학술서,로 쓰기보다 내 마음에 더 잘 들어오지만, 그래서 조금은 얕잡힌 걸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이상하니까. 대단해 보이지 않다고 해도, 실천하고 살아가는 삶이 훨씬 더 어려운 건데 말이다. 


저자는 독립이 더 많이 의존하는 거라고 말한다. 오직 한 사람에게 의존하던 것을 더 많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의존하는 상태, 라고 한다. 

엄마에게 온 삶을 의존하던 아기가 온 세상에 삶을 의존하는 어른이 되는 거라고, 독립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이나 경험, 통제하려는 엄마와 아내로부터 독립해나가는 자신의 경험들을 통해서 말한다. 어른이라고 독립이 쉽지는 않다. 

의존의 편중을 벗어나는 것, 그래서 특정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것. 어쩌면 그래서 나 자신이 단단해 지는 것. 그게 독립이다. 특정한 타인은 엄마일 수도, 아내일 수도, 남편일 수도, 자녀일 수도 있고, 가족이 하는 그 모든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그 의존 때문에 자신을 훼손할 지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거다. 경제학 전공자가 가지는 돈을 대하는 태도나 설명도, 도움이 된다. 


좋은 내용인데, 너무 당연해서 쉽게 잊었던 것도 같다. 

단단하다는 것은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말이겠지. 그런 사람을 그런 삶을 만나는 것은, 안정감을 주고, 그래서 쉽게 열광하지도 쉽게 동요하지도 않게 되는 거다. 열광을 부르는 불안한 말이 아니다. 진지하게 자신에게 묻는 말이다. 내 몫의 실천이 남았다. 


내가 받은 사랑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늘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뭔가를 달성해야만 비로소 조금만, 그것도 거짓인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 -35p


화폐는 애당초 신뢰 관계의 대체물에 지나지 않기에 신뢰 관계가 있으면 화폐가 없어도 어떻게든 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유념해 두세요. -123p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첨뿐입니다. -134p


쓸데없는 노력을 쌓아서 필요 없는 것을 손에 넣고 기쁜 척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침울해져서 절망만 합니다. -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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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2-1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2030세대들이 부모님들의 가섭과 잔소리에서 벗어나 독립을 하기를 희망하고 있지요.하지만 부모에게서 독립은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독립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단 사실을 쉽게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 밑에서 지내던 펴안한 일상(잠자리,식사,기타 공과금등)을 독립해서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새삼 꺠닫고 놀라는 이들이 많지요.

별족 2025-12-16 06:36   좋아요 0 | URL
요즘은 ‘가출‘보다는 ‘자퇴‘를 한다는 짧은 동영상을 봤습니다.
간섭과 잔소리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건 맞는데, 독립을 하기를 희망하는지는 모르겠네요.
 

초6딸이 보자고 해서, '혼자 보라'고 했더니 싫다,고 해서 같이 갔다. 

운전도 해주고, 결제도 했는데, 영화보고 나서 싫은 소리를 잔뜩 했더니 다음에는 혼자 가겠다고 했다. 

나는 주토피아도 싫었다고!!

( https://blog.aladin.co.kr/hahayo/8604003 )

눈물을 마시는 새, 를 읽으면서 시우쇠가 륜에게 하는 말을 옮겨놓는 나는, 아예 주토피아의 설정을 싫어한다. 신인 시우쇠는 륜에게, 신은 생명을 먹는 존재,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래, 먹는 것. 그게 너희야. 그게 생명이지. 모든 동물들이, 식물들이, 생명이라는 생명은 모두 먹는다. 먹지 않으면 생명이 아니지. 우리가 만든 것은 그런 것이다.~(중략)~ 먹는다는 것은 자기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 외의 것을 파괴한다는 것이지. ~(중략)~ 우리는 너희들을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파괴하는 것으로 만들었어. 하지만 생명은 파괴를 일으켜서 자신을 유지하지. 그런 것을 가리켜 '먹는다'고 하는 거야. ~"


- 눈물을 마시는 새3, 제12장 땅의 울음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의 우정 이야기(https://blog.aladin.co.kr/hahayo/5025827 )도 싫고, 양과 늑대의 우정이야기(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6998&start=pcsearch_auto )도 싫어하니까. 주토피아,를 좋아할 수가 없는 거지. 


토끼와 여우가 더럽게 귀엽다는 것도, 그 둘이 연애하는 남녀처럼 성격조차 묘사되는 것도, 간지러운 부분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는 역시 T인가. 


극장은 커플들과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모들로 가득 찼다. 

불만에 차서 딸에게 끌려 온 나는 안 보는 게 나았을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나는, 선재업고 튀어,에서 선재의 콘서트 무대를 보고 앞으로 계속 보겠어,라고 결심하는 나는,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토끼와 여우가 연애를 한다는데 뒷담만 까는 내 자신이 좀 꼰대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예 이야기의 기반이 먹는 존재인 내 자신에게 너무 잔인해서 순순해지지가 않는다. 

모든 종을 아우르고 포용하는 큰 사랑,이 먹는다,는 내 행위와 어떻게 양립하는지,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공감하지도 못하니까, 아예 이런 이야기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해버리는 거다.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내게 보여준다면, 나는 도망칠 거야,라는 심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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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다,는 말은 감정적인 인상이 있다. 

죽을 때까지 칼로 찌르는 것,과 죽을 때까지 때리는 것, 무엇이 더 잔인한가?라는 이야기를 하릴없을 때 하릴없이 한 적이 있다. 

잔인하다,라는 한자어는 역시 칼,이지만(殘忍 죽을사변에 남을잔(창(戈:창과)이 두 개나 겹쳐있다), 심장에 칼을 꽂았다.), 그 말이 가지는 감정적인 느낌은 저런 질문을 만든다. 

잔인하다,라는 말의 사전적 풀이에 보이는 인정머리 없다,라는 건 인간이 당연히 가지고 있을 어떤 마음이 뭘까,라는 무얼 더 보기 힘들어 하는가,란 질문도 만든다. 

어떤 걸 더 보기 힘들어하나, 인간이라면 응당, 무엇을 더 못 참는가. 

책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같지만 다른 잔인함에 대해 생각한다. 


1.상나라 정벌

이 책을 읽을 때, 인간은 잔인하다,라고 생각했다. 

모든 초기 문명에서 나타난다는 인신공양, 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초보적인 문명의 단계, 인간이 상상하는 어떤 것, 지금은 '잔인하다'나, '인간답지 못하다'고 말하지만, 인간은 그럴 수 있는 존재,라고도 생각한다. 잔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라고도 생각했다. 

내버려 두면, 잔인해지기 때문에 악착같이 가리고 숨기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고대의 이야기라서, 너는 그렇지만, 나는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인정머리 없다,와 잔인하다,는 말에서 인정머리,라는 것이 얼마나 문화적인 것인가,도 생각한다. 

신께 드릴 게 없어서, 귀한 사람의 절박한 비명이 하늘에 닿게 하는 종교적 묘사들 가운데, 인간의 잔인함을 보는 거다. 제사는 그런 것이었지만, 그런 게 아닌 척, 이제 인간은 그걸 감추고 숨겨서 그럴 듯하게 인정머리를 연기하고 있다. 

 

2. 원청 

제국이 사라진 광대한 땅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본다.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무시무시한 세계에서, 칼 뿐 아니라 총을 들고도 사람들은 서로를 도륙한다. 


묘사가 일상적이라, 충격을 받는다. 

밥을 먹는 일처럼, 귀를 자르는 비적의 묘사가 있다. 도시의 사람을 납치해서, 돈을 요구한다. 귀를 잘라 협박하는 비적의 무리는 다시 자리잡는 문명이나 제도 아래서, 사람들 사이로 흩어져 섞인다. 

내 옆에 선량한 누구라도, 복수와 원한 가운데, 칼을 들고 일어서서 그 대상만큼 혹은 그 대상을 넘어서는 잔인함을 또 보여줄 수 있다. 피로 갚는 피, 가운데, 인간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위태롭고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다. 



3. 인어사냥

잔인함을 묘사하고 있지만, 좀 결벽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봤자 인간은 아니다, 라고. 

잔인무도한 나는, 이입하는 대신 물러선다. 

그런 약은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인 나는 아마도 그래서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하지만, 그런 종류의 잔인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선량함에는 의구심을 가진다. 

인간은 잔인하지만, 어떤 종류의 인간은 그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 죽여 먹을 수 없을 만큼 예민하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만들었다. 





4. 영화들 : 귀멸의 칼날:무한성편1, 체인소맨레제, 주술회전:회옥,옥절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니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그림으로 표현된 잔인함은 너무 과해서 보기 어렵다. 

머리가 터지고, 사지가 잘리고,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 

인간이 아니라고, 다른 존재라고, 악마거나 귀신이거나, 악귀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럴 수 있는 잔인함이 눈 앞에 전시된다. 


나는, 그걸 구분할 수 없다고, 인간은 잔인하고, 알 수 없는 게 아니냐고 질문한다. 

잔인하고, 잔인한 동아시아에서, 잔인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들을 본다. 

신께 바치는 고귀한 자의 비명을 위해 잔인할 수도 있고, 팽배한 자본주의 하에서 돈을 위해서도 잔인해질 수 있고,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목숨이나 안위를 위해서도 잔인해질 수 있다. 

혹은 그 잔인함을 상대에 대한 재정의로도 행할 수도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 

잔인함이란 어디까지 그 범주를 늘릴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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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1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나라 청동제기는 매우 정교한 문양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현대의 기술로도 복원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근데 이 세공작업이 노예들을 비인간적 환경에서 노동시킨 결과라고 합니다.게다기 갑골문에서도 전쟁포로들을 인신공양한 기록이 많다고 합니다.주가 상에 역성혁명을 일으킨 주된요인을 상의 이런 잔혹한 통치행위를 문제삼은 것이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