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민중은 이제 자신들의 불행이 대부분 토지의 사유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해 '토지는 신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불행의 원인은 특정한 사람들이 많은 땅을 소유하는 데 있다. 그들은 땅을 잘 경작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해마다 땅값이 올라가서 굳이 경작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땅이 너무 좁아서 그 자연의 은혜를 거의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하며 가는 곳마다 임금을 떨어뜨리고 있고, 그것이 그들이 불행한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_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p762


 톨스토이(Leo Tolstoy, 1828 ~ 1910)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1>는 매일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주제들과 여러 격언들을 소개하는 명상록이다. 일주일마다 조금은 긴 '이레 째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매일 읽기에는 조금 긴 글이나 단편소설들이 소개되고 있어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글로 읽는 중이다. 이번 주에는 마침 부동산과 관련한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 ~ 1897)의 내용을 정리한 글이 있어 옮겨보고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토지가 주는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누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을 위해서 지금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그것을 빼앗아 모든 사람들에게 분배할 필요는 없다. 지금 땅을 가지고 있는 자는 그대로 가지게 하라. 모든 사람들이 지금까지 하던 대로 땅을 가지고, 다만 그 땅에 대해 1년에 얼마의 토지세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면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결정되면 땅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땅을 이용해 일하지 않는 사람은, 그 땅에서 토지세를 벌 수 없으므로 이내 그 땅을 포기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 땅을 활용해 일할 사람이 그것을 인수하게 될 것이다... 땅에서 걷히는 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 수입은 모든 다른 세금과 공물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_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p763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흩어져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에 몰려와 임금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품의 가격도 공장주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것이고, 상품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도 없어지므로 생활용품의 가격도 당연히 싸지게 된다.._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p764 - 에스 디 니콜라예프 구술, 헨리 조지 기록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Progress & Poverty>를 잘 요약 정리한 글 속에서, 최근 강화된 부동산 규제책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날 도시에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유는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던 20세기 초 러시아 사회와는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삶이 빈곤해진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부동산 문제가 어제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 사실을 알려주면서, 최근에 시행된 부동산에 대한 중과세(重課稅) 정책은 톨스토이와 헨리 조지의 오랜 주장을 따르고 있음도 알게 된다. 오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토지 소유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토지소유자들의 반발 때문이며,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토지소유자들은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행위가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평등'을 강조한 것이기에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여기에 더해 다수당에 의한 '의회독재'도 명분에 더해진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정책의 실행이 사유재산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형식상 하자와 내용상 하자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지세법은 지정판매소에서 파는 인지를 아메리카에서 사용하는 모든 서류, 영업감찰, 고지서, 신문, 연감, 카드 등에 첨부하도록 규정한 것이었다. 이 법령은 과연 합법적이었을까? 식민지 대표들은 영국 국민의 경우 과세를 하려면 그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중세기 의회는 '대표권이 없는 곳에 과세는 없다'는 주장에서 탄생했다. 사실 18세기의 영국인은 '의회의 승인 없이는 과세가 있을 수 없다'는 말에 만족하고 있었다. 영국의 일반인에게 고루 투표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 지역에서 선출한 의원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대표권을 행사했는데, 식민지 주민들은 그마저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론적으로 반대할 수 있었다. _앙드레 모루아, <미국사>, p159


 과거 미국 독립전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세금(稅金) 때문이었다. 영국 본토에서 식민지 주민에게 부과한 세금이 '대표권 없는 곳에 세금 없다'는 원칙에 위배되었고, 자신이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의회에서 부과된 세금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식민지 주민들의 의견이었다. 이에 반해, 법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있는 이들을 제외한 주권자가 참여한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대표권을 보장해 주었다 할 것이고, 이렇게 선출된 대표들이 사안이 결정되었다면 일단 형식적 하자는 없어 보인다. 다만, 모든 것을 다수결로 결정할 경우 지속적으로 의사결정에 배제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을 수 있으니 추가적으로 고민할 부분이 생긴다. 내용적으로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가 충돌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로널드 드워킨(Ronald Myles Dworkin, 1931 ~ 2013)의 주장을 인용한다.


 드워킨에 따르면 평등은 자유를 전제하지 않고는 정의될 수 없으며 자유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정책들에 의해서 향상될 수 없다. 자유와 평등이 양립할 수 있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분리되어 있는 덕목이 아니라 하나의 이상의 다른 측면들이기 때문이다._ 로널드 드워킨, <자유주의적 평등>, p31 - 해제 中 - 


 로널드 드워킨은 자유와 평등은 상충되는 가치가 아니라, 이상의 서로 다른 측면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치 공동체와 자신을 동일화하는 시민들에 의한 시민 공화주의(civil republicanism)를 지향하는데, 이는 자유의 기반 위에서 평등의 가치를 구현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자유주의적 평등>에서는 사유 재산의 체계를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드워킨에 따르면 사유 재산 체계는 자원의 평등한 분배와 함께 자신이 누리는 자유를 (입장 바꿔서) 다른 사람이 같이 누린다고 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정의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드워킨은 진정한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은 평등주의로 간주되는 배려와 자유주의로 간주되는 배려의 교차지점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두 가지 배려를 결합시키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사유 재산의 체계는 국민에게 그들의 자원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부과되는 진정한 비용에 의해서 판단된 평등한 자원을 보장할 때 그들을 평등한 사람으로 대우하는 것이라고 가정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참된 비용은 가능한 자유의 하나의 관행(norm)을 인정함으로써, 만일 문제되는 자원들이 다른 사람들의 것이었을 경우 그것들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용했을 것임을 인정함으로써 측정되어야 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기회비용은 야누스 같은 이념이다. 그것은 한 얼굴로는 평등을 향해 있고, 다른 얼굴로는 자유를 향해 있으며, 두 덕목들을 융합한다. _ 로널드 드워킨, <자유주의적 평등>, p31 - 해제 中 - 


 다소 거칠게 드워킨의 이론을 현재 부동산 문제에 적용보면 어떨까. 만약, 지금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처지가 바뀐다고 가정해보자. 이제는 세입자가 된 집주인들이 지금의 부동산 규제책을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면, 이 제도는 공동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임이 입증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집단 이기주의로 판별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물론,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에는 위와 같이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세대 내'가 아닌 '세대 간'으로 관점을 넓힌다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코로나 19로 묻혀진 부동한 문제지만, 읽을 거리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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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8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래에서 두 번째 문단~~ . 만약 집주인과 세입자가 바뀐다면~의 경우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어느 쪽도 더 불리하지 않다면 그거야말로 최상인 거죠.
톨스토이가 제기한 문제가 지금의 부동산 문제가 무관하지 않음을 확인하며 그래서 불멸의 고전이란 말이 있는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정리를 잘해 주셔서 꼼꼼히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0-08-28 13:01   좋아요 0 | URL
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사상을 가지고 이를 자신의 작품 안에 부어 넣어 불멸의 작품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미켈란젤로처럼 돌을 깎아 자신의 생각을 드러나게 하거나요. 그 사상이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 페크님 말씀처럼, 불멸의 고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는 그 중 한 명이겠구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님, 더운 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북다이제스터 2020-08-28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헨리 조지 이론과 주장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재 많은 국가, 소위 말하는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머지 않아 우리나라도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개인 견해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8-28 13:04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많은 선진국에서 받아들이고 보편화된 제도인데, 뒤늦은 출발을 한 우리는 지금도 과도기를 겪고 있네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만, 이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는데는 물리적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그래도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되겠지요? 저 역시 그렇게 바라봅니다. ^^:) 무더운 여름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AgalmA 2020-09-01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유주의가 개인주의로 강화되면서 ‘권리‘를 더 강조해나간 게 지금과 같은 여러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 거겠죠. 나누고 합리적으로 이것저것 규제하자고 하면 할수록 개인의 자유로울 권리 침해라는 불평은 터져 나올 수밖에 없게 됐죠.
세계 각지에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마스크 쓰기‘ 거부 운동만 봐도^^;;;
요즘 ‘자유주의‘를 생각하면 그 반대쌍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완강한 편견으로 움직이는 ‘보수주의‘(한국에서 통용되는 의미의 보수주의)라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겨울호랑이 2020-09-01 22:35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개인과 공동체를 별개로 볼 것인가, 아니면 공동운명체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은 오랜 주제이면서도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연속선상에서 유전자와 개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면, 지나친 환원주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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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이보스 아폴론은 헥토르를 싸움터에 나가도록 격려하며

 그에게 다시 용기를 불어넣고 지금 그의 마음을 괴롭히고있는

 고통을 잊게 해주는 한편, 아카이오이족에게는 무기력한

 패주를 불러일으켜 그들이 도로 돌아서도록 만들것이오.

 그들이 달아나다가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노가 많이 달린

 함선들 사이로 쏟아져 들어가도록 말이오. 그러면 아킬레우스가

 그의 전우 파트로클로스를 일으켜 세울 것이고 파트로클로스는 

 내 아들인 고귀한 사르페돈을 포함하여 많은 젊은이들을 죽인 뒤

 일리오스 앞에서 영광스런 헥토르의 창에 죽게 될 것이오. 그러면 또

 고귀한 아킬레우스가 그 때문에 화가 나서 헥토르를 죽일 것이오._호메로스, <일리아스>, 15권 59 ~ 68

 

 호메로스(Homeros, BC 8세기 ? )의 <일리아스 Ilias>를 처음 읽게 된다면 먼저 두 가지 점에서 놀라게 된다. 10년간 이뤄진 '트로이 전쟁' 중 불과 며칠을 다루고 있기에 많은 이야기들이 빠져 있다는 사실과 해부학 강의를 연상시키는 전투의 잔혹한 묘사는 의외로 다가온다. 또한, 거창한 수식어를 잔뜩 달고 등장한 이름도 낯선 이들이 한 칼에 쓰러지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전투의 혼란스로운 상황은 작품 내내 지속된다. 때문에 독자들은 23권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 전까지 전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버려져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강재진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는 전투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독자를 꺼내준다.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처럼.


 이제 파트로클로스의 출정과 사르페돈의 죽음, 그리고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뒤이은 아킬레우스의 출정, 헥토르의 죽음과, 아마도 목마 계략에 의한 일리오스의 함락이 모두 언급되었다. 제우스는 이렇게 해서, 테티스가 청하고 자기가 약속한 것을 이루리라고 덧붙인다. 이런 식으로 아킬레우스의 소망을 이루리라고. 하지만 파트로클로스가 죽는 것은 아킬레우스가 바랐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 한 가지 미래의 중요한 사건이 언급되지 않았으니, 바로 아킬레우스 자신의 죽음이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362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아카이오이족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을 가져다주었으며

 숱한 영웅들의 굳센 혼백들을 하데스에게 보내고

 그들 자신은 개들과 온갖 새들의 먹이가 되게 한

 그 잔혹한 분노를!_호메로스, <일리아스>, 1권 1 ~ 5 


 아킬레우스가 어머니에게 탄원하는 첫 마디는, 이 작품에서 풀어야 하는 아킬레우스의  문제 중 하나와 연관되어 있다. "어머니, 당신은 나를 단명하도록 낳아 주셨으니"(1:352). 이 작품은 인간들이 죽음이라는 운명을 어떻게 수용하게 되었는지 보여 준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74


 널리 알려진 대로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하지만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전우 파트로클로스가 죽은 이후 그는 아가멤논에 대한 분노를 접고 복수를 맹세한다. 신의 아들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의 복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잘 알고 있다. 복수는 그에게 불멸의 명성과 죽음을 함께 가져다 준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는 불멸의 명성을 선택한다. 


[그림] Achilles and Patroclus(출처 : 위키백과)


 그녀(테티스)에게 준족 아킬레우스가 크게 역정을 내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어요! 전우가 죽는데도 도와주지 못했으니 말예요.(98 ~ 99)

 불화는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서 사라지기를!

 그리고 현명한 사람도 화나게 하는 분노도 사라지기를!

 분노란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더 달콤해서

 인간들의 가슴속에서 연기처럼 커지는 법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괴롭더라도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필요에 따라 가슴속 마음을 억제해야지요.

 이제 저는 나가겠어요!(107 ~ 114)

 제게도 똑같은 운명이 마련되어 있다면 저도 죽은 뒤

 꼭 그처럼 누워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탁월한 명성을 

 얻고 싶어요._호메로스, <일리아스>, 18권 120 ~ 122 


 아킬레우스는 자기가 진작 나서서 다른 동료들을 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그는 이제 불화와 노여움을 저주한다. 아가멤논이 자기를 노엽게 했지만, 이제는 그 노여움을 흘려 버리고 감정을 억제하겠다 한다. 그는 헥토르를 향해 나아갈 것이고 죽음은 신들이 원하는 아무 때에나 받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은 죽음을 받겠다, 하지만 그 전에 훌륭한 명성을 얻고야 말겠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432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당당하게 불멸의 명성을 선택한다. 필멸의 인간이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역사(歷史)에 이름을 남기는 일이기에 아킬레우스의 선택을 나쁘다고만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일리아스>의 시대로부터 얼마지나지도 않은 <오뒷세이아 Odysseia>의 시대에 이르면 벌써 그가 열망한 불멸의 명성이, 필멸의 명성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가치란 있는 것일까? 그런 면에서 모든 고난과 유혹을 무릅쓰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뒷세이아>의 내용은 불멸의 가치에 대한 무상함을 말하는 듯하다.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여, 아카이오이족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자여!(478)

 어느 누구도 예전 그대처럼 행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오. 그대의 살아생전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은 그대를 신처럼

 추앙했고, 지금은 그대가 여기 사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통치자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아킬레우스여, 그대는 죽었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시오.'_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11권 482 ~ 486


 오뒷세우스의 말은 약간 위로의 색깔을 띠고 있다... 사실 이 대목은 <일리아스>의 이상에 맞서는 새로운 이상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저승의 왕이라도 살아 있는 가난한 집 머슴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영원한 명성을 위하여 죽음을 선택하던 <일리아스>의 전사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생각이다.(p339)... 손상된 명예 앞에서, 부당하게 주어진 운명 앞에서 화산처럼 폭발하던 <일리아스>의 영웅들은 이제, 이렇게 온건하고 인간적이고 스케일 작은 생활인들이 되었다._ 강대진,<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p340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죽음에 대해 내게 그럴싸하게 말하지 마시오,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나는 세상을 떠난 모든 사자들을

 통치하느니 차라리 지상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 가난한 사람 밑에서 품이라도 팔고 싶소이다._호메로스, <오뒷세이아>, 11권 487 ~ 491


 "나는 율리시스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두었기에, 앞으로 수 세기 동안 대학 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며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적으로는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1882 ~ 1941)가 <율리시스 Ulysses>를 통해 불멸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일리아스> 시대로의 회귀라 여겨지지만... 읽다가 낙오할 것 같은 <율리시스>에 대한 리뷰는 정리가 되면 올리겠지만, 현재까지는 답이 없어 보인다... 


 다시 <일리아스>의 시대로 돌아가자. 아킬레우스는 불멸의 명성을 선택하고 헥토르를 죽인다. 이어 헥토르의 시체를 전차에 묶어 끌고 다니며 모욕하고, 파트로클로스의 장례도 치뤘기에 그는 신의 도움으로 모든 것을 이룬 듯하다. 그렇지만, 신의 입장에서 본다면 진정한 완성은 아킬레우스의 불멸의 완성과 함께 찾아오는 죽음까지 실현되어야 한다.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의 죽음은 노래되지 않고 끝나는데, 이는  시인이 불멸의 명성을 추구했던 젊은 영웅을 애도했기 때문일까. 결국, 신의 아들인 그도 운명을 알았지만, 자신이 운명의 저울에 올라갈 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해가 중천에 이르자 제우스가 양군의 운명을 저울에 달고, 희랍군의 운명이 땅에 처진다. 우리로서는 무거운 쪽이 이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땅은 죽음의 방향이기 때문에 땅으로 처지면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232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시인은 아킬레우스를 한 단계 성장시킨다. 바로 <일리아스> 24권에서 아킬레우스는 아들을 잃은 프리아모스 왕을 동정하는 모습을 통해서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킬레우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파트로클로스와 바꿀 수 없었기에, 헥토르를 잃은 프리아모스의 슬픔에 공감했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마침내 고귀한 아킬레우스는 실컷 울어

 울고 싶은 욕망이 그의 마음과 사지에서 떠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노인의 흰 머리와 흰 수염을 불쌍히 여겨

 그를 향해 이렇게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아아, 불쌍하신 분! 그대는 마음속으로 많은 불행을 참았소이다...(513 ~ 518)...

 아무리 괴롭더라도

 우리의 슬픔은 마음속에 누워 있도록 내버려둡시다.

 싸늘한 통곡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신들은 비참한 인간들의 운명을 정해놓으셨소.

 괴로워하며 살아가도록 말이오. 하나 그분들 자신은 슬픔을 모르지요._ 호메로스, <일리아스>, 24권 522 ~ 526


 모처럼 <일리아스>를 읽으며, '분노'라는 감정에서 일어나, '이성'에 의한 명예추구, 이후 '공감'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한 신과 같은 젊은 전사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역시 평소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다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느낀다는 점에서 '죽음'이라는 주제가 결코 쉽지 않은 주제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여기에 더해 그가 '죽음'과 바꾸려 했던 '불멸의 명성'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과거 최고의 가치가 '불멸의 명성'이라면,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최고의 가치는 '돈 money'가 될까. 모든 사람에게는 아니겠지만, 많은 이들에게 불멸의 가치로 보이는 '돈'. 우리는 과연 그 진정한 가치를 얼마나 생각하고 추구하고 있을까. 우리는 별 생각없이 이를 열망하다가 아킬레우스처럼 후회하는 것은 아닐런지.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 ~ 1918)은 <돈의 철학 Philosophie des Geldes>에서 돈의 운동성에서 그 가치를 찾는데, 이는 부동산(不動産)의 자산가치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한국경제 현실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자. 이미 페이퍼가 충분히 길어졌다...

 

세계의 절대적인 운동 성격을 돈보다 더 명백하게 보여주는 상징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돈의 의미는 곧바로 줘버린다는 사실에 있다. 고정되는 순간 돈은 돈으로서의 특별한 가치아 의미를 잃어버린다. 돈이 상황에 따라 정지된 상태에서 끼치는 영향력은 그것이 곧 다시 운동하리라는 기대에 근거한다. 돈은 운동하지 않는 모든 것을 완전히 제거해 버리는 운동의 담지자 바로 그 자체다.(p909)... 돈은 그 내용상 가장 영속적인 것으로서, 세계의 다른 모든 내용들 사이에서 무차별점 및 균형적으로 존재한다. 돈의 이념적 의미는 법칙의 이념적 의미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물들에 척도를 제공하지만 스스로는 이 사물들에 의해서만 완전히 실현될 수 있다._게오르그 짐멜, <돈의 철학>, p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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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0-08-27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BC제작 <트로이>를 보니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가 모두 흑인이고 동성애 관계라 새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율리시스는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하네요. 전 엄두가 안나서^^

겨울호랑이 2020-08-27 12:00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BBC의 <트로이>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영화계에 불고 있는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 때문에 그렇게 설정한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를 생각한다면 기계적인 설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현대적 해석이라는 면에서는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율리시스는 쉽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ㅜㅜ 여러 차례 읽으면서 작가가 숨겨놓은 의미를 최대한 발견하는 것. 이 정도에 의의를 가지려 합니다... 완전히 독해하려고 접근한다면 스트레스만 받고 중도에 포기할 것 같아서요...

AgalmA 2020-08-27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 분야 다 좋아라 하지만 오페라는 즐기지 않는데요^^; 과장된 몸짓과 노래들에 너무 손발이 오그라들고 몸이 쭈삣거려서;;
그리스 신화 고전들도 그놈의 코러스 서사시 방식 때문에 읽기 고역입니다ㅜㅜ; 글이 시끄러워ㅜㅋㅜ);;;
러셀도 서양철학사에서 그 시대의 발화에 맞춰 서술하고 있다며 당부하는 카톨릭 철학 부분 정말 지루했어요ㅎㅎ;
겨울호랑이 님은 이런 고전을 묵묵히 읽어내시니 참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8-27 14:24   좋아요 2 | URL
저도 사실은 그리스 비극을 무슨 재미로 읽나 싶습니다.ㅋ 제가 생각했을 때 독서취향이 좀 다를 뿐 대단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 제가 자신을 잘 아니 사실일 겁니다. 다른 분들보다 딱딱한 책을 더 많이 읽기는 하지만, AgalmA님처럼 시, 전시회, 공연 등을 즐기지 못하는 것을 보면 ‘다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조금은 다른 것이 있어야 쟁쟁한 이웃들 사이에서 살아남지 않겠어요?ㅋㅋ 그래서, ‘존경‘은 조금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갱지 2020-08-29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아가멤논이 너무 뻔뻔하고 열받게 굴어서, 결말이 뻔한 걸 읽으면서 승질냈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쿠쿠

겨울호랑이 2020-08-29 09:32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일리아스>에서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그냥 중도에 끝나서 황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리아스> 2부가 있는 줄 알았어요.. ㅜㅜ
 

 시진핑이 그린 '뉴 실크로드'란 중국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르며 각각 러시아와 이란을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육로와 해상수송로, 그리고 나중에 추가된 극지방 항로를 말하는 것이었다. 어떤 경로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는 여전히 모호하지만 '땅과 바다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라는 방향성만은 확실하다... 창립 당시 57개국에 불과했던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의 회원국 수는 오늘날 102개국으로 확대됐으며, 중국 자본이 약 1/3에 달하긴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자본도 총 20%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뉴 실크로드 전략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이는 실상 중국의 순수한 대외사업이었다. _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0.8>, 흔들리는 '뉴 실크로드 전략', p1


 이병한은 <유라시아 견문>에서 21세기를 유라시아의 세기이며, 유럽과 아시아의 협력의 시대로 예상한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이 시진핑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이며, New Silk Road라 불린다. <유라시아 견문>의 저자는 이를 통해 유라시아 각국들이 새롭게 문명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달리 흘러간다.


 책임대국'을 표방하는 중국은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20세기형 '강대국'을 추구하지 않는다. 무력에 의존하여 패도를 행사하는 패권국이 아니라, '왕도의 근대화'를 도모한다. 20세기의 대장정이 21세기의 일대일로와 접속하는 연결고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_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1>, p407


 문제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순수하게 이웃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대일로를 위해 우선적으로 중국은 항만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해 자금을 대출해 주었고, 각국은 이를 활용하여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중국 자금의 사용이 위안화의 결제 비중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인프라 구축이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통해 자금을 활용하면서 유휴설비 문제도 해결하고, 구축된 인프라의 이용권을 획득하지만, 정작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이용한 회원국들은 과거 중국이 서구 열강에게 당한 '99년의 조차권'을 강요받는 실정에서 반발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이 인프라 개발을 우선시 하는 것은 중국 개발 모델 자체가 인프라 구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 서부 농촌 지역의 낙후된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택한 인프라 중심 개발 모델은 주변국 및 수혜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뉴 실크로드 전략의 중상주의 측면은 명백하다. 중국의 대형 기업들에게 즉각적인 판로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 토목, 철강 분야의 기업들은 심각한 공급과잉에 처해 있었다... 또한 새로운 통로가 마련되면 중국은 그만큼 안정적인 수출입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_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0.8>, 흔들리는 '뉴 실크로드 전략', p14


 중국이 가는 길은 '가시밭길'에 가깝다. 부패문제는 물론 분별없는 차관에 대한 비판도 거세고, 사업계획 역시 무모할 정도로 방대할 뿐 아니라 수익성을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혜국인 개도국을 부채의 덫에 빠뜨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018년 스리랑카는 못 갚은 빚 대신 중국의 다국적 기업 자오상쥐 그룹에 무려 '99년 임차'로 항만 운영권을 내주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중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유럽연합의 구조조정 및 긴축정책 상황을 이용해 그리스 피레우스 항을 접수한다. 스페인 발렌시아와 빌바오 항만 컨테이너 기지도 상황은 비슷했다._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0.8>, 흔들리는 '뉴 실크로드 전략', p14


 이러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유라시아 견문>에서 말하는 '책임대국 중국'은 지나친 낙관이 아닐까. 설사 중국은 그럴 의도가 없다고 할지라도 이로 인해 많은 투자가 연기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21세기 패권국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이웃 국가들에게 퍼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유라시아 견문>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의 싹이 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는 재편될 것이고, 새로운 중심국이 떠오를 것이고, 중국이 이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변화에 대한 과도한 낙관 또는 비관을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장기적으로는 21세기 유라시아로 가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각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냉정한 국제 정치의 현실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시세와 시류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서세동점의 말기이다. 서구적 근대의 말세이며, 미국적 세계화의 끝물이다. 그러나 탈근대도 아니요, 반세계화도 아니다. 구미적 근대에서 지구적 근대로 이행하고 있다. 미국적 세계화에서 세계적 세계화로 진입하고 있다. 지구적 근대화와 세계적 세계화의 최전선에 유라시아가 자리한다. 구 舊 제국들은 귀환하고, 옛 문명들은 복원된다. 동서고금이 사통팔달 회통한다._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2>,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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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8-2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을 대륙이라 부르는 그들의 국민의식은 경제가 발전하고 여유가 생기면 나아질 것같습니다. 그들의 마음대로 정치가 좀 바뀐다면 아주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어떻게 내려 언제 강제 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항상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8-26 11:05   좋아요 2 | URL
중국의 정치체제 문제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라 여겨집니다. 소수민족자치구를 포함한 현재 중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체제로 가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개인의 자유가 통제받기에 시민들의 불만은 높아지겠지요... ‘대국‘과 ‘개인의 자유‘ 라는 상충된 가치에서 중국 인민들의 선택이 중요하겠지요...

페크pek0501 2020-08-26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며
일본의 아베가 물러나면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정세도 변화할 것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있고 없음에 따라 역사가 달라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겨울호랑이 2020-08-26 19:05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역사를 이루는 힘은 시민, 민중, 다중으로 불리는 이들로부터 나오지만, 이러한 힘의 방향을 정하는 키 역할을 하는 것은 지도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도도자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점에서 지도자의 중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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