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지음, 정병규 북디자인 / 보림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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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 온책 읽기 세 번째. 비가 오는 날에 무엇을 할까?

「비가 오는 날에...」에서는 우산 쓰고 가는 치타, 물 먹는 사자, 살살 걷는 나비, 물장난 치는 티라노사우루스,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호랑이, 비를 뿌리는 용 등 여러 동물들의 비맞이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유독 무엇을 하는지 그려지지 않는 이가 한 명 있다.

‘아빠는 지금 무얼 할까?‘

책에서 아빠의 자리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여백으로 비워져 있다. 이는 작가가 아이들을 위해 비워둔 공간일 것이다. 이 공간에 채워지는 아빠의 모습은 아마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한 아빠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림책의 마지막은 비를 내리는 구름위에 다른 동물들과 함께 선물을 들고 웃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비오는 날의 아빠 모습과 그림 속의 아빠 모습은 현실 속의 아빠와 아이들이 바라는 아빠의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아이가 바라보는 현실의 아빠와 이상적인 아빠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를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비가 오는 날에... 」는 이런 점에서 글밥은 적지만, 부모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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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09-18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반가워요 우리 아이랑 이 책 정말 좋아했어요 *^^*이 책 보고나서 아이랑 김창열님 물방울 그림도 같이 보면서 이야기 나눴지요. 그 아이가 지금은 고3ㅠㅠ 말이 없습니다 ㅠㅠ 생사만 확인할뿐 ㅠㅠ

바람돌이 2020-09-18 18:56   좋아요 2 | URL
생사확인 공감 팍팍!!! ㅎㅎ
그 생사확인도 지 필요할때만요. ^^

겨울호랑이 2020-09-18 19:2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직 저희 딸애는 틈만 나면 놀아달라고 보채는데... 말씀을 듣고보니 감사한 마음을 갖고 같이 놀아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0-09-18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랑 아빠랑 그림책을 함께 보는 모습.
사진을 찍어 두세요.
멋진 한 장면일 듯합니다. 훗날 추억해 보시면...

겨울호랑이 2020-09-19 00:25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추억이 될 듯합니다. 페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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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8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책에 관심이 가네요.
강신주 저자가 딴지걸기인데다 제가 좋아하는 장자, 노자인데다, 게다가 김영사라니...ㅋ

겨울호랑이 2020-09-19 00:28   좋아요 1 | URL
아, 그러시다면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는 <장자 & 노자 : 道에 딴지걸기>의 내용을 심화시켜 ‘뒷다리 잡기‘ 수준이라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주나라의 전통적인 사회 규범으로서의 예(禮), 즉 '주례(周禮)'의 권위가 크게 약화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회 규범으로서 중앙집권적인 법(法)이 제정되고 규범이 강화되었다. 이로 인해 당시의 지식인들은 과거의 전통을 고집하고 새로운 질서를 경계하는 보수적인 입장과 옛날의 제도를 부정하고 혁신하려는 진보적인 입장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전자가 바로 '유학 지식인들', 즉 유가(儒家)들이었다면, 후자는 바로 '관료 지식인들', 즉 법가(法家)들이었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17


 강신주의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는 공자(孔子, BC 551 ? ~ BC 479 ?)에서 시작된 유교(儒敎)가 맹자(孟子, BC 372 ? ~ BC 289 ?)와 주희(朱熹, 130 ~ 1200)에 의해 시대의 도전을 이겨내고 새롭게 변모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유학의 본래 모습은 어떠했을까. 주(周)나라가 쇠약해지는 춘추시대(春秋時代, BC 770 ~ BC 403)에 공자는 예(禮)와 인(仁) 그리고 서(恕)를 통해 전통으로의 복귀를 강조한다. 전통적인 행위 규범인 '예'와 이를 내면으로 받아들인 '인'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서'는 공자 철학을 대표하는 핵심어이며, <논어 論語>는 이를 잘 담고 있는 책이다.


안정되고 질서 잡힌 사회는 피통치자들이 '도덕적 수치심(恥)'을 가질 때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공자는 이를 위해 먼저 주례를 잘 지켜야한다고 통치자에게 요청했던 것이다. 이 점에서 한비자와 공자의 정치철학, 즉 '법에 의한 통치[法治]'와 '예에 의한 통치[禮治'는 타율적 복종인가 아니면 자율적 복종인가 하는 차이점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38

 공자와 안연의 대화에서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유명한 말이 등장한다. '자신을 이겨서 예를 회복한다'는 이 말은, 결국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여 예에 따라 행동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예에 따라 행동하는 주체의 모습을 공자는 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한 사람이란 '예를 내면화해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41


 공자의 자기 반성은 주체가 모든 것을 무조건적으로 반성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예에 의해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냈을 때, 그것은 예에 맞지 않는 것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서(恕)를 따른다는 것은 자신에게 내면화된 예의 명령에 따라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57


 그렇지만, 이러한 공자의 사상은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03 ~ BC 221)에 들어서면서 도전받게 된다. 진(晋)나라가 한(韓), 위(魏), 조(趙)로 나뉘어지고, 제(齊)나라 주인이 강(姜)씨에서 전(田)씨로 바뀌면서 시작된 철기문명의 전국시대에서 공자의 사상은 위협받는다. 당시를 대표하는 사상가는 양주(楊朱, BC 440 ? ~ BC 360 ?)와 묵자(墨子, BC 480 ~ BC 390)로 이들에 의해 국가, 가족의 질서는 위협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맹자는 새롭게 본성(本性)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응전해간다.


 맹자에 따르면 양주의 철학은 '자신만을 위하기[爲我]' 때문에 군신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국가질서를 부정하게 된다. 한편 묵자의 철학은 '모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랑하기[兼愛]' 때문에 부자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가족질서를 부정하게 된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69


 

맹자에 의하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주체의 의식적인 생각이나 현실적인 경험에서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측은지심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여기서 맹자는 '본성[本性]'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그는 모든 인간은 측은지심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결론 내린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75

 

 맹자가 도입한 '본성'이라는 개념은 유교 사상 체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공자의 '예'가 거울과 같은 본보기였다면, 맹자의 '예'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이미 가지고 있다면, 무게 중심은 예에서 인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지게 된다. 이러한 공자와 맹자의 사상 차이에서  '돈오점수(頓悟漸修)',  '돈오돈수(頓悟頓修)'를 떠올리게 된다. 공자의 '예'에서 깨닫고도 계속해서 수행을 해야한다는 불교의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떠올리고, 맹자의 '예'에 단번에 깨닫고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다는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연상한다면 다소 무리한 연관일 수도 있겠지만.


 공자는 교육을 통해 주례(周禮)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자연스럽게 익힐 것을 권고했다. 모든 사람이 서(恕)의 정신을 발휘할 것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맹자에게 있어서 예는 결코 외부에 존재하는 학습 대상이 아니었으며 우리 마음의 본성에서 기원한 것이다. 즉 우리는 노력하지 않아도 선천적으로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예라는 덕목이 인간 본성에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맹자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유학의 이론을 내재화하고 규정하기 시작했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22


 공자에게서는 인보다는 예가 근본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맹자는 예보다 인을 더 중요시한다. 이는 그의 정치 이상이 인한 정치[仁政]로 표현된다는 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공자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던 예를 맹자는 본성이 실현되어 나오는 네 가지 마음 중 세 번째 마음 정도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맹자에게 있어 예란 예의범절이라는 외적 형식을 학습해서 내면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불현듯이 출현하는 사양지심과 관련된 것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78


 이러한 맹자 사상과 공자 사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맹자의 사상이 본성이라는 혁신을 이루었지만, 지나친 낙관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가한다. 예를 본성으로 내면화했지만, 이것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순자(荀子, BC 298 ? ~ BC 238 ?) 철학에서 체계적인 논리와 함께 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공자의 정신을 찾을 수 있음도 지적한다.


 순자는 '본성[本性]의 영역'과 '인위[僞]의 영역'을 분명히 구별하는 것에서 자신의 논의를 시작한다. 본성의 영역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조건이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 인위의 영역은 우리의 의지와 실천에 의해 변경 가능한 영역을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맹자가 예를 사단이라는 형식을 통해 본성의 영역 안에 포함시킨 것과는 달리, 순자는 그것을 인위의 영역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순자는 성악설을 통해 예를 외재성이라는 본래 자리로 되돌려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100


  또한, 외래 사상인 불교(佛敎)사상에 대항하는 유학의 또다른 모습인 성리학 사상을 소개하면서 본성의 문제가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는가도 이(理), 기(氣)의 개념과 함께 설명된다. 이처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해온 유학의 모습과 주요 사상가들의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로부터 독자들에게 유학이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끊임없이 변화해온 물과 같은 학문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좋은 입문서라 생각된다. 


 송대의 신유학이나 시유학을 체계화한 주희 철학이 후대에 성리학[性理學]이라고 불린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들 모두 인간 내면의 잠재성으로서의 '성[性]'과 인간 외부에 있는 사태들의 법칙으로서의 '이치[理]'가 같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즉리[性卽理], 즉 '우리의 본성과 외부 사태의 이치가 같다'는 명제는 주희 철학 체계의 핵심테마가 된다.(p111)... 주희의 발상 중 핵심은 인간에게만 본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게도 그들만의 본성이 있다는 주장에 있다._ 강신주,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p116 

 이와 함께 <장자 & 노자 : 道에 딴지 걸기>, <정약용 & 최한기 : 실학에 길을 묻다>,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는 지식인 마을에서 관련성이 높은 책이기에 더불어 읽는다면 체계적인 동양철학 줄기를 잡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만약, <논어>와 관련하여 깊이 읽고 싶다면, 정약용의 <논어고금주>와 이토 진사이의 <논어고의>를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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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9-17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한창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고 있는데, 오고쇼 씨도 천하를 삼킨
다음에는 무력으로 지배할 수 없다며
논어와 맹자 타령을 하는 걸 보면
역시나 주자학이 지배 계급의 질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9-17 11:54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종교 또는 사상이 국가와 결탁하게 되면 초기의 뜻보다는 체제 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고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되는 현상을 예외없이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한 변화가 사상이나 종교를 처음 일으켰던 선각자들의 뜻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끊임없이 반추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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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스가 생각한 공리주의의 이론적인 약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부의 증가와 그 사회의 정의로움이 반드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왜 한 사회의 부의 증가가 곧 그 사회의 정의로움으로 나갈 수 없을까?(p65)... 공리주의는 일단 사회 재화를 키우는 데는 일익을 담당했지만, 그로부터 발생한 사회 재화의 정의로운 분배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이것이 바로 롤스가 공리주의를 공격하는 요지다. 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66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은 '정의'에 대한 롤스(John Rawls, 1921 ~ 2002)의 의견과 이에 대한  매킨타이어(Alasdair Chalmers MacIntyre, 1929 ~ )의 비판을 간략하게 정리한 입문서다. 책은 '정의 Justice'에 대한 롤스의 논리를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이를 비판하는 매킨타이어의 입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심이 롤스에 다소 치우친 감이 있지만 (그래서 '불편부당'하지 않게 느껴지지만,) <정의론 A Theory of Justice>의 내용을 잘 요약정리한 입문서라는 점에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 먼저 롤스의 이론을 살펴보자. 롤스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념은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인데, 본문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롤스는 수많은 정의관을 대조, 평가할 수 있는 어떤 상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바로 '원초적 입장'이다... 원초적 입장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 공정한 조건에서 정의원칙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원초적 입장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현실에서 실제로 선택하는 상황이 아니라, 사유를 통해 가상적으로 심사숙고하여 정의원칙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둘째, 이러한 선택은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정의관들에서 그 도덕적 우열을 따져보는 데서 선택이 이루어진다. 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77


 '무지의 베일'은 원초적 입장의 공정성을 최종적으로 확보하는 계기다... '무지의 베일' 아래서 원초적 입장의 공정성은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선택이 어느 편에도 기울지 않음을 보여준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상태를 '불편부당함(impartiality)'이라 한다.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이 불편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그들의 선택이 당사자들이 이해관계에서 철저히 분리되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83


마치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가 사고실험을 통해 상대성 이론을 고안해낸 것처럼, 로스는 사고실험을 통해 이상적인 낙원인 엘리시움(Elysium)과 같은 이상 사회를 생각해 낸다. 사익(私益)을 추구하지 않고 절대적인 사회법칙에 따라 운영되는 그런 이상사회를 꿈꾸는 롤스의 이론안에서 우리는 자유와 평등의 '이데아 Idea'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이데아를 통해 보편타당한 법칙을 도출해낸다는 점에서 롤스와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 사이에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죄수는 빛을 찾기 위해 죄수 자신이 보고 있던 흐릿한 모습을 버리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면, 롤스의 이론에서는 정의의 이데아를 위해 흐릿한 베일이 필요하다는 점은 다소 차이가 느껴진다.


 롤스의 정의관은 적어도 다음 두 가지 근본원칙에 기초한다. 1) 모두와 조화롭게 살 수 있는 평등권과 자유권이 구비된 최상의 체제에서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 2)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받아들여진다. 첫째는 모두에게 직무와 직위가 열려 있는 공정한 기회 균등이 조건 하에서만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혜택이 가장 높은 쪽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p98)... 제1 정의원칙은 정치적 자유를 규정, 규제하는 원칙이다.... 제2 정의원칙은 정의로운 체제 내에서 원활한 사회/경제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원칙이다.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99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에서는 롤스의 정의관을 '자유'와 '평등'의 조화에서 찾는다. 다만, 롤스에게 '평등'은 절대적인 평등이 아니라, 차등원칙에 따른 평등으로 이를 통해 '양 量'에 치우친 공리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는 점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롤스 정의관의 특색은 자유와 평등 문제를 결부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개인 선택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오직 '자유'를 강조할 뿐 평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정의' 문제의 독특성을 보지 못한다.(p118)... 차등원칙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이 사회협동을 진작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모두가 상호 호혜할 수 있도록 모든 활동을 장려한다.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125


 이에 대한 매킨타이어의 비판은 무엇일까.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상적인 사회의 자유와 평등을 제시한 롤스의 사상이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것이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만 강조하고 있다는 매킨타이어의 비판 속에서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라는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1724 ~ 1804)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공동체주의자들로 일컬어지는 일군의 철학자들은 현실에서 도덕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으로 바라보았다.(p132)... 롤스에 대한 매킨타이어의 주된 논지는 지나치게 인간 이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서구 근대성을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p133)... 그들은 현실의 관심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동떨어져 있다. 오로지 개인의 진정한 관심에서만 정의원칙을 선택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상은 서구 전통과 동떨어질 수 없고, 따라서 그런 전통에서만 그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고 매킨타이어는 생각했다. 이렇게 볼 때, 원초적 입장은 결코 인간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134


 매킨타이어의 입장에서 보자면 원초적 입장은 근대인의 이상에 바탕을 둔 이성적인 절차일 뿐이다. 원초적 입장이 표방하고 있는 도덕적 관점은 서구 근대사상에서 나타난 이성의 합리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에는 서구 역사상에 나타난 도덕적 이념이 다르다는 사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145


 정리하면, 롤스가 '무지의 베일'로  '원초적 입장'의 상황에 처한 개인들의 선택을 '정의'의 이데아로 삼는다면, 매킨타이어는 이러한 선택이 공동체와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문화적 전통을 강조한다. 이러한 이들의 관계 속에서 각각 이상과 현실을 강조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문화(文化)'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들의 철학을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와 칼 융(Carl Gustav Jung, 1875 ~ 1961) 심리학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개별 리뷰를 통해 별도 정리하도록 하고, '정의'를 둘러싼 롤스의 매킨타이어의 내용 요약을 마무리짓도록 하자...


 롤스는 정의개념을 결국 개인과 사회제도를 연결시켜주는 핵심 개념으로 본 반면, 매킨타이어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매우 추상적인 인간을 전제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국 그 강조가 서구 근대철학의 전통을 전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p148)... 롤스의 가정은 옳음의 관점이 각 개인의 삶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을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고, 매킨타이어의 가정은 그 울음의 관점이 보편타당한 영원의 진리라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구체적인 가치를 통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인간들의 삶의 방식 속에서 정당화된 합리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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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9-15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리시움>이란 영화가 생각나는데요, 그 영화에서도 자유와 평등이 균일하게 추구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유와 평등이 모순되지 않은 사회가 진정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15 23:11   좋아요 1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신 영화 <엘리시움> 속의 사회는 공중에 떠있다는 점에서만 유토피아일 뿐 극단적인 자유와 불평등이 적용되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이상향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어쩌면, 선택받은 엘리시움 시민들 사이에서는 평등이 적용되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자유와 평등이 그 사회 내에서는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9-15 22:55   좋아요 1 | URL
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균일하게 추구될 수 있다는 공허하고 근거나 구체적 방법 없이 그냥 주장하는 책은 많이 봤습니다. 그렇지 않은 책, 혹시 아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꼭 읽어보고 싶어드리는 청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9-15 23:15   좋아요 1 | URL
제가 읽은 책은 대부분 북다이제스터님께서도 읽으셨을 거라 생각되기에 선뜻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자유와 평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드워킨의 <자유주의적 평등>이 상세하게 이들간의 관계를 다룬 책으로 생각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9-16 05:35   좋아요 1 | URL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꼭 읽어보겠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16 07: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9-16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니 정의롭다는 것도, 최선이라는 것도 헷갈리더군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현명한 판단이란 건 아예 없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겨울호랑이 2020-09-16 15:27   좋아요 1 | URL
페크님 말씀처럼 사람의 가치란 상대적이라 어느 것이 최선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