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이 켜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시사IN>이 신뢰도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신뢰도 중에서 가장 낮았다. ‘역대급‘ 기록 경신이다. 보통 대통령신뢰도는 임기 첫해에 가장 높았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나쁜 시그널이다. 신뢰는 정치인의 핵심 자본이다. 대통령은 국정 수행을 위해최고 자리에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앞날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 P14

이 중 ‘김건희 여사 등 주변 관리‘는2.43점으로 최저점이었다. 대선 경선 때부터 우려되었던 바다. 지난해 당내 경선경쟁자였던 당시 홍준표 후보는 윤석열후보를 공격하며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시사IN> 제740호 "윤석열 패밀리‘가 넘어야 할 10대 본부장 리스크" 기사 참조).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허위이력·논문표절 의혹 등을 샀다. 윤석열 대통령의장모 최 아무개씨는 ‘위조 잔고증명서 사건과 관련해 형사재판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민사재판 2심에서도 불법행위 방조가 인정됐다. - P15

검찰을 둘러싼 ‘정치 구도‘와 2022년검찰 신뢰도 조사 결과를 겹쳐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검찰은 우리 편‘이라는일종의 일체감을 느끼고 민주당 지지자들사이에서는 그에 비례해 적대감이 커지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성향에 따라 ‘좋은 검찰‘ ‘나쁜 검찰‘로 구분될 경우, 단일기관 신뢰도 하락을 넘어 전반적인 사법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 P21

왜 그럴까. 이번 조사에선 ‘문재인‘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지난 5월9일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롭게 문항에 포함되면서 지난해 1~4위였던 노무현·박정희·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이 모두 줄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첫해 ‘문재인 신뢰도‘는 15.1%다. 순위로 보면 각각민주당 계열 정부와 보수정당 계열 정부의 상징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대통령에 이어 3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 P24

방역이라는 순전히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듯 보이는 분야가, 사실은 얼마나 정치적이고 가치판단이 개입되는 영역인지국민들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2년 사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배웠다. ‘방역과학‘은 성립하지 않는다. 과학은 좋은 방역 정치의 기반이기도, 나쁜 방역 정치의 핑계이기도 하다. 
좋은 방역 정책이란 과학을 기반으로 좋은 정치적 판단을  행할 때 나오는 것이다. "정치 방역에서 과학·표적 방역으로 전환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허하고 비현실적인 까닭을 이번 신뢰도 조사결과가 설명해주고 있다.  - P27

레거시 미디어뿐만 아니라 ‘대안 미디어‘로 여겨졌던 유튜브까지도 불신의대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같은 정치적 국면을 거치면서, 편향을 강화하는 정보와 가짜뉴스로 점철된유튜브 환경이 피로감을 부추긴 것으로파악된다. 온라인 공론장은 더욱 양극화되었다. 그 결과 언론매체에 대한 무관심이 올해 신뢰도 조사의 가장 큰 특징 중하나로 나타났다. - P28

정정보도를 하느니 아예 기사를 삭제하겠다는 그들의 자존심이 허탈할 뿐이다. 오보를 내고도 아무런 사과나 해명도 없이스윽 삭제해버리는 일이야 하루이틀 된 게 아니지만, 이런 몇몇언론의 태도가 한국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의 목표가 ‘노조 흠집 내기‘라면 기사가 나오자마자 거의 성공한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기는 매우 어렵다. 언론 보도 피해 당사자는 몇 배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오보를 낸 당사자는 당당하게 나온다. - P34

날이 갈수록 더 많은논란을 일으킬 ISDS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시민들에게 노출시켜왔다. 한국-론스타 분쟁 같은 사건을 ‘소송‘으로 해결해주는 ‘국제 법정‘ 따위는 애당초 존재하지않는다. 언론들이 국제 법정으로 부르는ICSID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같은 조직역시 법정과는 어떤 상관도 없다. ICSID는 ‘분쟁 당사자들이 다투는 장소 제공‘
‘증언 기록‘ ‘증거 보관‘ ‘관계자들에 대한연락‘ 등을 수행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정서비스 제공 기관‘이다. 무엇보다 ISDS는 소송이 아니라 ‘중재‘의 일종이다. - P45

서래는 바다 모래를 양동이로 파서굴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간다. 그죽음의 방식을 보고 많은 관객들이 ‘아,
저 사람은 내 마음속 어떤 감정이라도가져갈 수 있겠구나‘ 하고 느꼈던 것같다. 서래는 마치 샤먼, 무당이나대속하는 예수처럼 종교적인 인물이다.
그가 땅으로 들어갈 때 우리가 갖고 있던그리움과 슬픔까지 다 자신의 것으로받아들이고 묻히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관객들은 주인공이 되어‘ 슬퍼하는 게아니라, 주인공이 안쓰러워서 눈물을흘리게 된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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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의 진짜 중요한 존재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수소핵융합반응이다. 4개의 수소가 결합하여 2개의 헬륨을 만드는데, 이때 막대한 에너지가 나온다.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태양이 빛을 낸다. 태양빛이 없으면 지구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을 이루는 3대 물질은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이다. 이들은 모두 끈 같이 긴 구조를 갖는다.9 이런 구조가 가능한 것은 탄소가 줄줄이 연결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이름 자체가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라는 뜻이니 탄소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지질은 딱 봐도 탄소가 실처럼 줄줄이 연결된 구조다. 단백질은 탄소와 질소가 번갈아 가며 늘어선 구조다. 탄수화물은 에너지원이고, 지방은 세포막을 만드는 데 쓰인다. 집으로 말하면 벽을 만드는 재료란 뜻이다.

단백질이야말로 생명의 물질이다. 콩에 많이 들어 있다고 알려진 성분 말이다. 단백질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효소가 되기 때문이다. 효소는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생화학반응을 제어한다. 뿐만 아니다. 생명체가 뭔가 하려 한다면 대개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단백질이다.

오늘날 모든 다세포생물의 원형인 진핵생물은 미토콘드리아를 끌어안고 산소의 독을 헤쳐 나갔을 것이다. 원래 미토콘드리아는 독립적인 생명체였다. 하지만 어느 날 큰 세포에게 잡아먹힌다. 이유는 모르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소화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고 결국 포식자 세포의 일부가 되었다. 이런 추론의 강력한 증거는 미토콘드리아가 그 자신의 DNA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다. 우주물질의 무려 75퍼센트가 수소이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는 무시했다.) 나머지 25퍼센트는 원자번호 2번인 헬륨이다. 둘을 더해서 완전히 100퍼센트가 아니기에 다른 원자들도 존재할 수 있다. 원자번호 1번과 2번 원자가 우주에 가장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우주의 역사에서 핵반응을 통해 가장 단순한 구조의 원자가 먼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거의 매일 평균회귀를 경험한다. 하지만 우리는 평균회귀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깜짝 놀라며 잘못된 결정을 내리곤 한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평균회귀의 논리는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내부고발자들과 잘못된 행동을 용인하는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는 갈등이 있다. 이 갈등은 노벨상 수상자 존 내시John Nash가 개발한 ‘내시 균형’이라는 막강한 수학 알고리즘으로 훌륭하게 정리할 수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실린 연구에서 마이클 셔머는 지난 수십 년간 사이클링계에서 발생한 약물 파문을 ‘죄수의 딜레마The Prisoner’s Dilemma’라는 경제 게임으로 풀이했다. 이 게임의 참가자들은 동료 죄수에게 협조하거나 그를 배신할 선택권을 갖게 되는데, 선택의 결과는 상대 죄수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까지 내부고발은 개인이 자신의 조직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위험하고 불공평한 시합이었다. 이 시합에서 큰 상처를 입지 않고 살아남은 내부고발자는 극소수인 반면 조직은 대부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내부고발에 관한 통제 연구나 현장 연구는 거의 없고, 이 주제에 관한 문헌은 대부분 사례 연구의 형태로 발표되었는데, 그 결론은 대체로 내부고발자가 보복을 당하거나 해고당한다는 내용이었다.2 내부고발 관련 소송들은 20년 이상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내부고발자에게 산더미 같은 빚과 해고만을 안겨주었다. 면담에 응한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는 자신이 처음에는 너무 순진했다며 그 일로 뼈저린 교훈을 얻었기에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슈뢰딩거의 사고실험 중 한 가지1는 전자 하나를 상자 안에 넣었을 때 어떻게 거동할지 상상하는 것이다. 상자 안에는 이 전자가 스핀 업 상태일 경우에 작동하는 감지기와 고양이 한 마리를 놓는다. 감지기에는 총이 연결되어 있어 감지기가 작동하면 불쌍한 고양이에게 총알을 발사한다. 전자가 스핀 업 상태라고 측정되면 스핀 감지기가 작동하여 총이 발사되므로 이 고양이는 죽게 된다. 그러나 측정 결과가 스핀 다운일 경우 감지기는 작동하지 않고 총이 발사되지 않아 고양이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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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책은 경제에 충격을 야기한다. 원래의 상태에서 새로운 정상상태로 안착해야 성과를 판단할 수 있고, 그 과정에는 다양한 부작용과 의도에 반하는 교란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사전에 감지하거나 혹은 사후에라도 보완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이때도 객관적 자료가 보여주는 사실을 평가하면서 그것이 조정 과정 중에 발생하는 부작용인지 아니면 정책의 기본 방향 자체의 문제점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적 언론매체들은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 채 후자의 결론으로 비약하는 수준 낮은 비판을 주도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자본주의체제하에서 한 나라의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와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낸 결과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책과 성과의 시차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난 5년간 한국경제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두가지 기준에 대한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는 글로벌 자본주의하의 여건을 반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선진국들과 한국의 성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2017년 극한으로 치달았던 북핵 위기와 한반도 군사적 긴장, 2018년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무역의 침체, 2019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정부의 수출 제한조치와 한일 경제전쟁,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 경제위기 등 전쟁·질병·경제 삼중 위기가 이어진 5년이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는 다른 선진국과 견주어 건실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것이 OECD·IMF·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판단이다. 대표적 경제지표인 국가신용등급, GDP 성장률과 일인당 GDP, 고용률 등의 자료가 이런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초연금 인상, 근로장려금 확대, 아동수당 도입 등 정부의 재분배 정책에 따른 소득분배 개선 역시 눈에 띈다.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크게 완화됐다.

윤석열정부의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두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막연하고 비현실적이며 합리적이지도 않은 경제관에 의존하는 점이다. 있는 자들을 위한 세금 경감과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낙수효과는커녕 강자들만의 힘의 질서를 강화하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
20) 두번째 심각한 문제는 지금처럼 세계경제의 전망이 어둡고 불확실성이 높은 위기 국면에서 이런 낡고 허술한 틀만 가지고 대처하겠다는 안이한 자세에 있다.

성장지상주의는 아직도 한국정치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저개발국으로서 빠른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경제성장이 필수적이었던 역사적 경험이 여전히 성장지상주의가 공감을 얻는 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후진적 정실 자본주의와 불투명한 구체제 속에서 경제적 잉여를 독점하는 기득권세력과 그에 영합하는 언론·정치·공권력 집단에 있다.

성장지상주의를 폐기하고 구조개혁에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성장정책이라는 것이 OECD·IMF·세계은행 등의 포용적 성장 전략이 강조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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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 시대 - 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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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가 '축의 시대(Axial Age)'라고 부른 시기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시기가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서 중심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대략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에 세계의 네 지역에서 이후 계속해서 인류의 정신에 자양분이 될 위대한 전통이 탄생했다.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합리주의가 그것이다. 이 뜨거운 창조의 시기에 영적/철학적 천재들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인간 경험을 개척해 나아갔다. _ 카렌 암스트롱, <축의 시대> , 머리말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 1944 ~ )은 BCE 900년경부터 BCE 200년에 이르는 이른바 '축의 시대 Axial Age'에서 새로운 시대의 통찰을 발견한다. 이 시기에 세계는 철기 혁명을 거치며, 이전 사회와는 근원적으로 다른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고, 이러한 변혁기에 여러 문명들에서는 새로운 사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저자는 축의 시대에서 일어난 고민의 결과가 바로 새로운 영성의 시작으로 해석한다.

경제 호황은 불평등을 심화하고 심각한 사회적 분열을 일으켰다. 농민은 정기적으로 군대에 끌려가 가정과 경작지로부터 멀어졌다. 일부는 농부로서 성공을 하기도 했으나, 일부는 빚을 지고 자기 땅에서 쫓겨났다. 통치자들은 농민이 물고기를 잡고 사냥을 하고 땔감을 모으던 많은 늪지와 숲을 가로챘다. 마을 공동체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_ 카렌 암스트롱, <축의 시대> , p495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였다. 종교의 핵심은 깊은 수준에서 자신을 바꾸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축의 시대 이전에는 제의와 동물 희생이 종교적 탐구의 중심이었다. 종교가 곧 자비(compassion)이었다. _ 카렌 암스트롱, <축의 시대> , 머리말

철기시대는 청동기보다 광범위하게 보급되었고, 보다 많은 노동력의 동원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각 문명은 공동체 의식 강화를 위해 제례(祭禮)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약 7세기에 이르는 시간동안 제례가 한 방향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긍정되고 때로는 부정되고 낡은 제례를 대신할 새로운 사회이념이 등장하면서 개혁(改革)과 새로운 길이 모색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재해석되었음을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교한 제의는 참여자들이 자신을 초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축의 시대 동안 사람들은 이기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단순한 방종보다 더 깊은 만족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중국의 축의 시대에 일부 철학자들은 제의의 정교한 꾸밈을 거부한다. 그러나 어떤 철학자들은 이런 전례 의식을 바탕으로 심오한 영성을 구축한다. _ 카렌 암스트롱, <축의 시대> , p136

문명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제례의 재해석의 방향은 내면을 향한 성찰로 흐른다. 소수 엘리트 전사들에 의해 수행되던 청동기 시대 전쟁과는 달리, 철기 시대 이후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면서 공동체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집단의 힘을 녹여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개인의 성찰을 강조한 유교, 불교 등이 이 시기에 뿌리를 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외부로의 끊임없는 팽창과 하늘(天)에 있는 존재에 대한 시선을 내부로 돌리면서, 축의 시대는 인문학적인 통찰과 지식의 시대도 함께 열게 되었다.

전례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내면 세계의 발견이었다. 제의 전문가들은 희생제를 드리는 사람의 정신적 상태를 강조하여 그의 관심을 내부로 이끌었다. 고대에는 종교가 보통 바깥을, 외부의 현실을 가리켰다. 과거의 제의들은 신에게 초점을 맞추었으며, 그들의 목표는 가축, 부, 지위 등 물질적 이익을 얻는 것이었다. 자의식적인 반성은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 따라서 제의 개혁가들은 선구자들이었다. _ 카렌 암스트롱, <축의 시대> , p148

이들 종교들은 황금률(黃金律, Golden Rule)에 근거하여 개인의 윤리(倫理)가 확대시켰다.. 그렇지만, 현실과 이상간의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이들이 추구한 안정돠된 상태(아타락시아, 평화 등)의 특성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모두 제국의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었다. 제국의 이데올로기로 현실의 제도로 정착된 모습이 초기 사상과 차이가 있다는 것도 축의 시대 공통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축의 시대>에서 우리는 현대 종교의 시원(始原)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종교의 형성이 치열한 시대정신의 결과물임도 함께 알아가게 된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모순으로 비춰지는 종교의 충돌하는 교리들이, 각기 다른 시대 속에서 나름의 이유로 형성되어 전승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오늘날 우리의 교리 역시 현대 관점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필요성에 우리가 눈을 뜨고 교리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종교에서 발견하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저자의 본심이 아닐까를 생각하게 된다...

카를 야스퍼스는 이렇게 말했다. "축의 시대는 큰 두 제국 사이의 공백기, 자유를 위한 휴식, 가장 명료한 의식을 가져다 주는 깊은 숨이라고 부를 수 있다." 기원전 2세기 말에 이르자 세계는 안정되었다. 축의 시대 후에 확립된 제국에서는 새로운 정치적 통일을 긍정하는 정신성을 찾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_ 카렌 암스트롱, <축의 시대> , p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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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2-09-12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벽돌책을 읽으셨군요! ㅎㅎ 전 짬짬이 아무 데나 펴서 읽고 있는데 1년도 넘었네요~~

겨울호랑이 2022-09-13 06:46   좋아요 1 | URL
저도 여러차례 미루다가 이번 추석 연휴를 이용해서 겨우 읽었네요. 공자, 소크라테스, 붓다의 시대를 각자 세계사적인 흐름 속에서 해석한 저자의 관점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었습니다. 젤소민아님 감사합니다! ^^:)

hnine 2022-09-13 05: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셨네요. <황금가지>와 함께 제게 숙제 같은 책이고, 수년째 째려보기만 하고 있는 책인데요.

겨울호랑이 2022-09-13 06:50   좋아요 2 | URL
hnine님 말씀처럼 <축의 시대>는 유명도에 비해 쉽게 손이 가질 않는 책 중 하나라 여겨집니다. 저 경우에는 ‘종교‘에 대한 마음의 부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해야 한다‘는 당위가 이러한 진입장벽을 높혔던 듯 합니다... 그럼에도 막상 책을 읽다보니,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문명의 보편점을 찾아내는 저자의 통찰에 빠르게 읽게 되는 명저라 여겨집니다. hnine님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2-09-13 09:29   좋아요 2 | URL
빌렸다가 반납한 책이예요 ^^

초란공 2022-09-13 0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민하는 책인데 마침 올려주셨어요^^ 책을 읽으라는 계시! ㅋ BC500년 즈음 전후로 석가모니, 공자 등의 인물이 나타난 것이 흥미롭기도 했는데 이것도 당시 시대적인 영향(고민)의 결과라고 이해해볼 수도 있겠어요. (뒤늦게)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주목하던 책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9-13 10:09   좋아요 2 | URL
<축의 시대>는 과거에 새로운 시대 정신의 산물이었던 종교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데, 저는 여러 면에서 교조화된 현대 종교의 모습과 비교하며 읽었습니다. 이제는 안정화, 정형화된 예식으로서의 종교가 아닌, 불안한 시대에 새로운 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초기 축의 시대 모습이 재현되길 바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만... 독자마다 자신에 맞는 새로움을 맛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여겨집니다. 초란공님 즐거운 독서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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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카렌 암스트롱 지음, 장병옥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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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진보- 카렌 암스트롱 자서전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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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역사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감수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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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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