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열흘 동안 알라딘에 못 들어왔다
사이트 에러인줄 알고 신고했고 알아보겠다는 답이 왔다
사정상 전화를 했는데 내 목소리에 짜증과 초조함이 덕지덕지.
상대방은 몹시 친절했다. 알라딘 만세.
알고 보니 사이트 에러 아니고 우리집 와이파이 문제.
몹시 친절했던 상대방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사과를.
나만 안되었던 거다. 열흘 동안 알라딘에 못 들어오면서
금단 증상을 겪었다.
하루에도 열 번씩 들어왔다 나갔다.
알라딘은 알리바바 도적들이 잠근 돌문처럼 굳건히 안 열리고.
(근데 왜 하필 암호가 '참깨'였을까. 그걸 궁금해본 적 없다는 게 더 궁금해짐)
이제 보니, 알라딘은 내 삶의 8할이었다.
열리는 순간, 실제로 비명을 질렀다.
가족들은 쥐 나온 줄 알았다고.
바로 밀린 책 주문부터!
이사하면서 책꽂이 놓은 공간이 대폭 줄었다.
(다음 페이퍼에는 책꽂이를 좀 찍어 봐야것다)
알라딘에서 매주 한 박스씩 열 권 정도는 사들인 것 같은데
지금은 한 달에 두 번, 대여섯 권 밖에 소비를 못하게 생겼다.
물론 돈도 늘 걸림돌이었지만 이번엔 새로이 공간 문제로. 큼큼.
미리보기로 봤을 때 살짝 가벼워 보인다는 우려가 있었음
목차보다가 눈에 띄는 게 있어서 구매할 결심
책이란 게, 전체가 다 좋을 수는 거의 없어서.
명작, 거작도 그렇지 않나.
다 좋든가 어디.
물론, 있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밑줄 긋는 거 아닌가 말이다.
밑줄 그을 곳이 한 군데라도 있다면
그 책은 볼 가치가 있다고 보기에
영어 이야기이긴 하고
내가 전 세계의 언어를 다 알지도 못하지만
어떤 언어든 동사는 몹시 중요하겠지.
가만, 없던 물건이 생기면 명사는 으레 생기겠지만
새로 탄생하는 동사가 궁금해진다.
인류의 움직임은 완료형일 텐데.
어제부터 홈트를 시작했다.
내게는 없던 동작이 생겼고, 아울러 동사가 생긴 셈
나를 구원하거나 파괴하는 타자, 타자성.
어제도 어떤 타자가 날 구원했고
어떤 타자는 날 파괴하려 들었다.
구원은 잘 당하고 파괴는 덜 당할 방법이 있을까해서
아, 자기계발서 아니고 비평서이자 자서전.

<앨저넌에게 꽃을>과 <거짓말의 규칙>을 읽었다면
그럴만한 이유로 이 책도 읽어야 한다,고 누가 그랬다.
세 책 모두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다.
세 책 모두 명작이다, 라고 또 같은 누가 그랬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100자평에 기대평을 썼다.
세상 좋은 책을 다 모아놓은 듯한 출판사들이 있다.
인문학서 출판사로 나는
[글항아리] 출판사와 [돌베개]를 맹신한다.
다른 곳도 더 있지만.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남.
요즘 편집자들이 뜨고 있다. 영미권은 이미 작가에 더불어 에디터들이 책을 많이 냈는데 이제 한국도 에디터가 상승 중.
나야, 믿고 읽을 책 더 생겨 좋기만 하고.
헤밍웨이인가가 그랬대잖아. 에디터는 늘 옳다고.
미리보기에서 구경했을 때 느낌이 왔다.
보이는 단어가 춤추는 것 같았다.
적확한 자리에 놓인 단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흥겨움이랄까.
뭔가 할 말이 있는데 나오지 못하던
내 안의 단어를 찾아주는 느낌이랄까.
그 단어들이 섞이고 비벼져 만들어진 문장의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도시의 광고판과 전단지에서는 냄새가 난다. 하나의 도시에 도착하여 그 도시에 젖어 들기 시작한다는 것은 광고판에 익숙해진다는 뜻도 된다. 축약된 공감각의 어법, 전혀 다른 이미지의 후각적 문법. 그 이질적 감싸 안음 속에도 역시 냄새는 들어 있다. 도시는 냄새를 생산하고 다시 그 냄새를 지운다.
/세계-사이 중에서
*혹시, 궁금한 사람을 위해,
누운 책들 옆에 혼자 서 있는 책은 책이 아니라 초콜릿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