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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그리는 무늬 -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최진석 지음 / 소나무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인문학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자세, 삶의 자세에 대한 책이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왜 공부해야 하는가?"(인문적 통찰을 통한 독립적 주체되기) 에서 부터 시작해서,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기" (인간이 그리는 무늬와 마주서기, 명사에서 벗어나 동사로 존재하라)로 다시, 우리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찾아보기"(욕망이여, 입을 열어라)의 구조로, 종합적인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책은 객관식으로 주어진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강의 형식으로 구성된 책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 저자로부터 던져진 질문들이 있다. 제기된 질문이 우리가 평소 접하는 질문이 아니기에, 다소 당혹스러운 질문이기도 하다. 이런 새로운 질문을 통해 평소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잠시 생각을 멈추게 된다. 대화 형식과 질문 형식을 통한 자연스러운 문제제기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편하게 대하게 한다.
다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다소 강하다. 맞는 말이지만, 정형화된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들어,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기 힘들다.
이 책 뒷 면을 보면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고 씌여 있다.
저자는 자유로운 생각으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욕망에 충실하라고 하지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정답'에 익숙하게 길들여진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자기개발서처럼 '자유롭게 생각하기' 마저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점이 다소 아쉽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여러가지 각자의 이유로 공부를 할 것이다.
요즘 인문학이 대세여서 하는 사람, 문학책이 좋아서 하는 사람,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등 여러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공부할 것이다. 이 사람들이 모두 '인문학적 통찰력'을 얻기 위해 인문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인문학적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여, 마치 자신의 욕망을 모르는 사람은 인문학을 하지 말라는 것처럼 강하게 다가오는 점이 부담스럽다.
내 생각은 '자신의 욕망을 아는 것'도, '인문학적 통찰력'도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인 것 같다. 우리가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 다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그냥 새로운 '내'가 되버리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들었던 것은 "정말 '인문학의 정도(正道)'가 있다면, 굳이 의지를 가지고 가지 않아도 하다보면 저절도 문리(文理)가 터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인문학에 대한 시각을 가졌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저자가 말한 것처럼 지금은 욕망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해서, 그것을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고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지금처럼 하다보면, 때가 되면 우리는 달라진 자신을 보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