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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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은 철인(哲人)황제로 알려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이 담긴 에세이다. 스토아 학파의 사상이 잘 담겨있으면서도, 여러 짧은 잠언등이 가슴에 와 닿는 잔잔한 책이라 생각된다. <명상록>의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해봤다.


먼저, <명상록>은 우리의 고통과 고민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게 되면 여가는 늘고 마음의 동요는 줄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이것은 불필요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자문(自問)해 보아야 한다.(4장 24)


네 불행은 악에 대한 네 판단력이 자리 잡고 있는 부분에 달려 있다... 말하자면 악인과 선인에게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을 그것이 악이나 선이라고 판단하지 못하게 하라.(4장 39)


앞으로는 너에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일이 일어날 때마다 잊지 말고 다음의 원칙을 적용하라. "이것은 불운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을 용감하게 참고 견디는 것은 행운인 것이다."(4장 49)


복수하는 최선의 방법은 네 적(敵)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6장 6)


고통에 관하여.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우리를 죽게 할 것이고, 지속되는 고통은 참을 수 있다.(7장33)


고통을 당할 때마다 상기하라. "네가 그 한계를 생각하고 상상력으로 거기에 뭔가를 덧붙이지만 않는다면, 고통은 참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영원한 것도 아니다.-에피쿠로스-"(7장 64)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과 같은 일들은 전에도 일어났음을 늘 명심하라. 그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임을 명심하라.... 그 연극들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과 같고, 배우들만 다르기에 하는 말이다.(10장 27)


또, <명상록>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 준다.


너는 똑바로 서야지, 똑바로 세워져서는 안 된다.(3장 5)


"아침에 일어나기 싫으면, "나는 인간으로서 일하기 위하여 일어난다."고 생각하라. 아니면 나는 이불을 덮고 누운 채 몸이나 데우려고 만들어졌단 말인가?(5장 1)


너에게 어떤 일이 어렵다고 해서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에게 가능하고 인간의 본성에 맞는 일이라면 너도 틀림없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라.(6장 19)


네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싶으면 너와 함께 사는 자들의 장점을 생각하라.(6장 48)


미래의 일로 불안해하지 말라. 그리고 가야 한다면, 네가 지금 현재의 일에 쓰고 있는 바로 그 이성으로 무장하고 그리로 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7장 8)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너에게 달려 있다.(7장 1)


찌뿌린 얼굴은 자연에 아주 어긋난다. 그것이 자주 반복되면 상냥한 얼굴 표정이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종국에는 완전히 소멸되어 전혀 되살릴 수 없게 된다.(7장 24)


너는 아무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다면 네가 그 장본인을 바로잡고, 그것이 안 되면 일 자체라도 바로잡도록 하라. 그것도 안 되면 비난한다고 해서 네게 무슨 덕이 되겠는가?(8장 17)


무엇을 행하는 것뿐 아니라, 무엇을 행하지 않음으로써 불의를 저지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9장 5)


가능하다면, 잘못을 저지른 자를 타일러라. 가능하지 않다면, 그런 경우를 위하여 관용이 네게 주어졌음을 명심하라.(9장 11)


이제 더 이상 선한 사람은 어떠어떠해야 하는지 토론하지 말고, 그런 사람이 되라. (10장 16)


건강한 눈은 보이는 것은 모두 보아야 하며 "나는 초록색만 원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눈병의 징후이기 때문이다. (10장 35)


도저히 해내지 못할 것 같은 것들도 연습하라. 많이 써보지 않아 다른 일에는 느린 왼손도 고삐는 오른손보다 더 단단히 잡는다. 왼손은 이 일을 익혀두었기 때문이다.(12장 6)


적절치 않으면 행하지 말고, 진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마라. 네 욕구는 너에게 달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12장 17)


그리고, <명상록>은 삶에 지친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다른 것은 다 던져버리고 이 몇 가지만 꼭 붙잡도록 하라. 무엇보다도 각자는 현재라는 짧은 순간을 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나머지 시간은 이미 살았거나 불확실하다.(3장 10) 


인간에게 자신의 영혼보다 더 조용하고 한적한 은신처는 없다.(4장 3)


너는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든가 능력이 모자란다는 핑계를 대지 않고도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지 못하겠느냐? 정직성, 위엄, 끈기, 향락에 대한 혐오, 운명에 대한 만족, 자비심, 마음의 자유, 검소함, 과묵함, 고매함 말이다.(5장 5)


네가 올바른 길을 가고, 올바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은 언제나 네 힘에 달려 있다.(5장 34)


네 인생 전체를 그려보고 낙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네가 겪었고 겪게 될 온갖 어려움을 한꺼번에 떠올리지 말고, 그때그때 현재의 일과 관련하여 "이번 일에서 참을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해보라.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말이 깊이 다가온다.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7장 21)


죽음을 멸시하지 말고, 죽음을 기뻐하라. 죽음도 자연이 원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9장 3)


위로 던져진 돌에게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악이 아니고, 위로 오르는 것이 선이 아니다. (9장 17)


벌써 오래되었지만,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초반부에 나오는 황제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로마 제국이 붕괴되기 시작한 5현제의 마지막 황제로서, 그는 재임 중 각 전선을 다니다가 병사(病死)한다. 그 바쁜 시기중에서도 틈틈히 저술에 몰두했다고 하며, 이 <명상록> 중 일부도 전선에서 씌여졌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나오는 조언이 더 깊이 와닿는다.


 

<영화 : 글래디에이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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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기아스 / 프로타고라스 - 소피스트들과 나눈 대화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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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타코라스>는 소크라테스와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로 유명한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 간에 이루어진 '미덕(arete)'에 관한 대화편이다.

 

소크라테스는 프로타고라스에게 당신의 제자가 되었을 경우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묻고, 프로타고라스는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대답을 한다. 같은 소피스트 였던 고르기아스는 이와 유사한 질문에서 수사학을 통해 성공시켜 주겠다는 대답을 하는(<고르기아스> 中) 반면,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적인 내면의 수양에 집중하고 있다.

 

'힙포크라테스는 그대의 제자가 되고 싶어 하며, 그대의 제자가 됨으로써 어떤 이득을 보게 되는지 알고 싶답니다.'(318a)
'자네는 날마다 계속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될 걸세.(318a) 내가 가르치는 것은 자기가 할 일을 훌륭하게 판단하는 것이오.(318e)'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해 미덕은 가르칠 수 없다는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고, 프로타고라스는 국가를 경영하는 기본 소양인 염치와 정의는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것이며,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국가를 경영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대는 국가경영술에 관해 말하며 사람들을 훌륭한 시민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시는 것 같은데,(319a)... 분명 그들이 그런 것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가장 지혜롭고 가장 훌륭한 시민들도 자신들의 이러한 미덕을 남들에게 전수할 수 없으니까요.(319e).. 프로타고라스님, 나는 이런 사실들로 미루어 미덕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320b)

'인간은 생존을 위한 지식은 얻었지만 국가를 경영하는 기술은 아직 갖지 못했소.(321d).. 제우스는 우리 인간 종족이 완전히 멸종하지나 않을까 두려워서 헤르메스를 인간에게 보내 염치와 정의를 가져다주게 했는데, 공동체를 구성하고 우애를 맺는데 이것들이 원칙이 되게 하기 위해서였소.(322c)...(정의와 염치를) 모든 인간이 나눠 갖게 하라. 다른 기술들처럼 정의와 염치가 소수의 것이 되면 국가가 생길 수 없을 테니까.'(322d)
'다음에 내가 그대에게 보여주려는 것은 미덕이 타고난 것도 저절로 생긴 것도 아니며 그것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애쓰고 노력하여 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오.'(323d)

 

또한, 프로타고라스는 정의와 절제와 경건함이 국가가 존재하려는 하나의 자질(미덕)이라고 말하고, 미덕의 부분들로 정의, 절제, 경건이 부분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이 서로 다르며, 각자 고유한 기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그대가 훌륭한 사람들에 관해 제기한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소. 국가가 존재하려면 모든 시민이 가져야 하는 한 가지 자질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없는 것일까?(324e)... 만약 그 한 가지 자질이 정의와 절제와 경건함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모두 다 가져야 하는 자질이오.'(325a)
'미덕은 단 하나의 자질이고, 그대가 묻고 있는 것들은 미덕의 부분들이오.(329d)

 

소크라테스는 정의와 경건함을 통해 부분들 간에 공통되는 요소가 있음을 보이며, 프로타고라스를 논박한다. 프로타고라스는 닮은 점의 정도 차이를 말하며 응수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반대되는 요소들이 여러 개 있음을 보이면서 프로타고라스의 논리를 재논박한다.

 

'정의는 올바른 것이라고 대답할래요(330d).. 그렇다면 경건함은 올바른 것이 아니고, 정의는 경건한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그러니까 경건함은 올바른 것이 아니라 불의한 것이고, 정의는 불경한 것이라는 뜻인가요?'(331b)

'사물들이 닮은 데가 있다 해도 닮은 점이 적으면 닮았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며, 사물들이 다른 데가 있다고 해서 다르다고 해서도 안 될 것이오.(331e)'

'우리는 어떤 것이든 그것에 반대되는 것은 하나뿐이라는 데 동의했어요.(332d).. 어리석음은 분별력에 반대되겠지요? 그대는 우리가 앞서 어리석음은 지혜에 반대된다는 데 동의한 일이 기억나세요?(332e)...어떤 것이든 그것에 반대되는 것은 하나뿐이라는 주장을 포기할까요, 아니면 지혜와 분별력은 서로 다르지만 둘 다 미덕의 부분들인데, 둘은 서로 다를 뿐더러 얼굴의 부분들처럼 그 자체로도 그 기능에서도 서로 같지 않다는 주장을 포기할까요?'(333a)

 

 다시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간에 미덕과 그 부분들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다. 프로타고라스는 모두 미덕의 부분이지만, 용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유사점이 있지만, 용기는 다르다고 말한다.

 

'지혜, 절제, 용기, 정의, 경건함은 하나에 대한 다섯 가지 이름인가요, 아니면 이들 이름 각각에는 어느 것도 다른 것과 같지 않은 고유한 기능을 가진 별개의 실체가 대응하고 있나요?'(349b)

'소크라테스, 내 주장은 그것들은 모두 미덕의 부분들이고, 그중 넷은 서로 상당히 닮았지만, 용기는 다른 것들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이오.(349d)... 대담성은 인간들에게 기술이나 분노나 광기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용기는 타코난 본성과 혼의 적절한 계발의 결과물일 수 있기 때문이라오.'(351b)

 

용기가 지혜의 다른 속성과 같은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논의가 시작된다. 즐거운 것과 좋은 것에 대해 대화가 시작되고, 두 사람은 쾌락은 좋은 것이며, 좋은 것(쾌락)의 측정을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을 위한 지식(지혜)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이룬다.

 

'즐거운 것들은 즐거운 것인 한 그것들에서 다른 어떤 것이 생기든 그 자체로 좋은 것이 아닐까요?(351c)...그대도 지식이 다른 모든 것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노예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지식은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고상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352c)
'지식과 지혜야말로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주장하오'(352d)
'사실 여러분이 나쁘다고 여기는 것은 고통이고 좋다고 여기는 것은 쾌락이오. 여러분은 쾌락의 경험 자체도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쾌락을 앗아가거나 그것이 주는 쾌락보다 더 큰 고통을 안겨주면 나쁘다고 부르니 말이오.(354c)... 쾌락과 고통의 올바른 선택에, 그러니까 그것이 더 많으냐 아니면 더 적으냐, 더 크냐 아니면 더 작으냐, 더 멀리 있느냐 아니면 더 가까이 있느냐의 올바른 선택에 우리 삶의 구제가 달려 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일종의 측량술이 아닐까요?(357a)... 일종의 측량술이라면 필연적으로 일종의 기술과 지식이겠지요?... 지식보다 더 강력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어디서나 지식은 쾌락과 그 밖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357c)'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용기가 지혜의 부분임을 밝히면서, 용기가 미덕의 다른 부분과 차이있다는 프로타고라스의 견해를 최종 반박한다.

 

'겁쟁이들의 대담함이 수치스럽고 나쁜 것은 다름 아니라 무지와 무식의 소치인가요?(360b)... 그대는 무엇이 사람을 겁쟁이로 만든다고 말하시오?-비겁함이오.(360c).. 그렇다면 비겁함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고 무엇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는 무지이겠네요?(360c).. 그렇다면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고 무엇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지 아는 지혜가 용기이겠네요?'(360d)

 

 이러한 논증 결과, 소크라테스는 지식이 미덕이라는 입장으로 바뀌고, 프로타고라스는 지식(용기)가 미덕과 다르다는 것을 주장하게 되어, 결국 '미덕을 가르칠 수 있는 가?'하는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된다.

 

'소크라테스여, 그대는 처음에는 미덕은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더니 지금은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소. 그대는 정의, 절제, 용기 등 모든 것이 지식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는데, 그런 식이라면 미덕은 분명 가르칠 수 있는 것일 테니 말이오.(361b)... 한편 프로타코라스는 처음에는 미덕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지금은 반대로 미덕은 사실상 지식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것을 밝히려고 열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럴 경우 미덕은 사실상 가르칠 수 없는 것이 되겠지요.'(361c)

 

<프로타고라스>의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간 문답식 대화를 따라 가다보면, 생각없이 대답하게 되고, 다 읽고 나면 멍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들의 논의와 관계없이 생각해보자.
정의, 절제, 용기 등 미덕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가르칠 수 있지만, 모두가 배운 대로 실천할 수는 없다는 것이 보다 타당한 대답일 것이다.(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더 좋은 대답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프로타고라스와 소크라테스의 대화가 흐지부지 된 것은 기본전제로 '지행합일(知行合一)'을 가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알지 못하면 행위할 수 없다고 두 사람은 생각했기 때문에 '지식(지혜)'에 초점을 두고 논의가 되었고, 결과는 위와 같이 난다. 그렇지만, 현실은 머리로 아는 것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이들의 대화는 방향이 잘못 잡혀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개인적으로  플라톤의 여러 대화편을 읽으면서 생겼던 의문이 있었다. '과연 플라톤이 말하고자 했던 'arete'가 우리가 생각하는 미덕(美德)과 같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다. 예를 들면, 영어로 honesty는 '정직'으로 번역된다. 그렇지만, hoensty안에 '공자의 정직'을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葉公語孔子曰,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孔子曰, “吾黨之直者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섭공이 공자에게 말씀을 건네었다. 제가 다스리는 마을에는 궁(躬)이라는 정직한 청년이 삽니다. 그의 아버지가 양을 훔치니 아들이 아버지가 죄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공자 왈, 실망했소이다 섭공. 당신은 통치의 편의를 위해서 정직이라는 핑계로 아들이 아버지까지 고발하게 하였소이까. 우리 마을의 정직한 자는 이와 다르오이다. 아버지는 자식을 숨겨 주고 자식은 아버지를 숨깁니다. 정직이란 그런 속에 있는 법이외다.

 

마찬가지로, 이들이 말하는 '용기', '절제' 속에는 한국인이 잘 모르는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보다 용어의 정확한 정의와 본문에서 쓰이는 의미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없이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톤을 접하면서 내 자신의 한계를 더 많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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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기아스 / 프로타고라스 - 소피스트들과 나눈 대화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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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르기아스>는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인 고르기아스 그리고 고르기아스의 숭배자들인 폴로스, 칼리클레스 간 이루어진 대화이며, 주제는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이다.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 간 이루어진 대화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에게 수사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고르기아스는 수사학이란 설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기술이라 말을 하고,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연설가들이 올바르게 알지 못하면서 설득을 한다며 고르기아스를 비판한다.

 

'수사학은 무엇과 관련있는 지식인가요? 연설과 관련있는 지식이오.'(449e)
'고르기아스님, 수사학이야말로 모든 것을 말하기로 성취하고 달성하는 기술들 가운데 하나이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수사학에서 쓰는 이들 말하기들은 실제로 무엇과 관련있나요?' '인생의 가장 중대하고 가장 좋은 일들과 관련 있소.'(451d)
'고르기아스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그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답변해 주시오.' '인류에게는 자유의 원천이자 개인에게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오. 나는 그것이 설득이라고 주장하오.'(452e)
'그렇다면 수사학은 정의나 불의와 관련하여 확신을 낳는 설득의 생산자이지, 사람들을 가르치는 설득의 생산자는 아닌 것 같군요.'(455a)
'연설가는 사실 자체가 어떠한지는 전혀 알 필요가 없고, 대신 비전문가들에게 전문가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득의 묘안을 생각해내기만 하면 되니까요.'(459c)
'그대가 누군가를 연설가로 만들 경우, 그는 미리 알고 있건 나중에 그대한테 배워서 알고 있건 올바른 것들과 불의한 것들을 반드시 알고 있겠군요.(460b) 이 논리대로라면 올바른 것들을 배운 사람은 올바른 사람이기도 하겠네요? 그렇다면, 연설가는 반드시 올바른 사람이고, 올바른 사람은 반드시 올바른 것들을 행하려 하겠지요?'(460c)
'그러나 잠시 뒤 그대가 연설가는 수사학을 불의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대가 하는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소.'(461a)

 

소크라테스와 폴로스 간 이루어진 대화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이란 혼이나 몸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인 척 하는 아첨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내가 보기에 수사학은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림직작에 능하고 조금은 용감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재주를 타고난 혼의 활동인 것 같소. 나는 그것을 한마디로 아첨이라고 부른다오.'(463b)
'혼을 돌보는 [기술]을 나는 정치학이라고 부르지만, 몸을 돌보는 [기술]은 체력단련과 의술이라는 두 분야가 있다는 게 내 주장이니까요...그리하여 이들 네 가지 기술이 두 가지는 몸을 돌보고 두 가지는 혼을 돌보며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자, [아첨]이 이를 눈치채고는, 자신이 바로 그 분야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오.'(464b)
'나는 수사학이 아첨의 한 분야라고 말했네, 폴로스.'(465a)

 

폴로스는 그럼에도 연설가들이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항변을 한다. 그런 폴로스에게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힘은 좋은 것이며, 불의를 행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불의를 당하는 것이 불의를 행하는 것보다 좋기 때문에, 자기의 즐거움으로 행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연설가들도 참주들도 그들의 나라에서 가장 힘없는 자들이라는 게 내 주장일세.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행하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행하지 못하기 떄문일세.'(466e)
'자네 말처럼 힘은 좋은 것이지만, 지성없이 아무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행하는 것은 나쁘다는 데 자네도 동의하고 있네.'(467a)
'누가 다른 것을 위해 무엇을 행하면,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행위의 목적이 되는 것이겠지?(467d) 사람들이 이런 모든 행위를 하는 것은 좋은 것을 위해서네.'(468b)
'참주든 연설가든 누군가 그렇게 하는 것이 사실은 더 나쁜데도 자기에게는 더 좋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처형하거나 국외로 추방하거나 재산을 몰수한다고 가정해보게. 그런 사람이 자기 나라에서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468d)
'그대는 불의를 행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의를 당하고 싶으시겠네요?' '나는 어느 쪽도 원하지 않네. 하지만 불의를 행하거나 불의를 당해야 한다면, 나는 전자보다 후자를 택하겠네.'(469c)
'불의를 행하는 불의한 자는 아주 비참한데, 불의를 행하고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더 비참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신들과 인간들에게 처벌받는 다면 덜 비참하다는 것이 내 의견일세.'(472e)
'두 개의 훌륭한 것 중에 어느 하나가 더 훌륭하다면, 즐거움과 이익이라는 두 측면 중 한 측면에서 또는 두 측면 모두에서 다른 것을 능가하기 때문에 더 훌륭한 것일세.(475a)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수치스러운 것은 그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고통의 측면에서 또는 나쁨의 측면에서 또는 두 측면 모두에서 불의를 당하는 것을 능가하기 떄문이 아니겠는가?'(475b)
'올바른 것은 훌륭한 것이라는데 우리는 동의했지? 훌륭한 일을 당하는 것은 좋은 일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좋은 일을 당하는 것이겠지?'(477a)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은 불의를 행하지 않을 때만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폴로스, 불의를 행하는 것은 온갖 나쁨을 가져다주기에 사람은 무엇보다 불의를 행하지 않도록 자신을 지켜야 하네. 그리고 자신이든 자신이 돌보는 다른 사람이든 불의를 행하면 최대한 빨리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는 곳으로 자진해서 가야 하네.(480b)...나는 수사학이 불의를 행할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네.'(480b)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 간 이루어진 대화

 

카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와 폴로스간의 대화에서 자연과 관행이 혼동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자연속에서는 불의를 당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자연 속에서 대다수가 개인보다 강하며, 대다수에 의해 제정된 법은 자연에 맞는다고 반박한다.

 

'자연과 관행은 대게 서로 상반되지요. 자연에서는 불의를 당하는 것처럼 더 나쁜 것은 무엇이든 더 수치스럽지만, 관행에 따르면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수치스럽기 때문이지요.(483a).... 내 생각에 법을  제정하는 것은 힘없는 사람들, 즉 대중인 것 같아요.(483b)... 그러나 내 생각에 더 나은 사람이 더 못한 사람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더 무능한 사람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정의라는 것을 자연 자체가 분명히 보여주는 것 같아요.'(483d)
'그런데 자연에서는 대다수가 개인보다 더 강하지 않은가?(488d) 그렇다면 대다수의 법은 더 강한 사람들의 법일세... 대다수의 법은 동등한 몫을 갖는 것은 옳고,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다는 것 아닌가?'(488e)

카리클레스는 사치와 무절제 등이 미덕이라고 주장하고, 소크라테스는 좋은 것과 즐거움은 다른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리고, 단순히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아첨이라는 폴로스와 대화 결론(수사학은 아첨이다)으로 돌아간다.

'나는 더 훌륭하고 더 지혜로운 사람이 더 열등한 사람들을 다스리고 이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자연의 정의라고 믿어요.(490a)... 그럴 재력만 있다면 사치와 무절제와 자유야말로 미덕이자 행복이죠.'(492c)
'결핍과 욕구는 모두 괴로운 것이라는데 자네는 동의하는가?(496d)... 마시는 것은 결핍의 채움이자 즐거움이겠지?(496e)... 목마를 때 마신다고 자네가 말할 때, 그것은 누군가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 된다네.(496e)... 그러면 좋은 것들은 즐거운 것들과 같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들은 괴로운 것들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기 때문이지.'(497d)
'이런 즐거움들 가운데 몸에 건강이나 힘이나 몸의 다른 미덕을 가져다주는 것들은 좋은 것이고, 그와 정반대되는 것들을 가져다 주는 것들은 나쁜 것인가?(499d)... 그 대상이 몸이든 혼이든 그 밖의 다른 것이든 이처럼 더 좋은 것인지 더 나쁜 것인지는 따지지도 않고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아첨이라고 주장하네.'(501c)

 

카리클레스는 이후 논쟁을 중단하고, 소크라테스 혼자 대화를 이어간다. 좋은 것을 위해 즐거운 것을 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건하고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것을 위해 즐거운 것을 행해야 하네.(506c)... 인간들에 대애서 적절한 것을 행하는 것은 올바른 것을 행하는 것을 의미하고, 신들에 대해서 적절한 것을 행하는 것은 경건한 것을 행하는 것을 의미하네.(507b).. 부당하게 따귀를 맞거나 몸이나 지갑이 잘리는 것이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세. 나는 정당한 이유 없이 나를 치고 나를 자르고 내 자신을 잘라가는 것이 더 수치스럽고 더 나쁘다고 주장하네.(508e)... 신들께서 오늘날까지도 승인하시는 그 법이란 다름 아니라 올바르고 경건한 삶을 산 사람들은 죽은 뒤 축복받은 사람들의 섬들에 가서는 고통에서 벗어나 완전한 행복 속에 살게 되지만, 불의하고 신을 부인하는 삶을 산 사람은 타르타로스라 불리는 응보와 심판의 감옥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네.'(523b)

 

제목은 고르기아스지만, 주된 대화는 오히려 카리클레스와 이루어진 대화편이었다. 수사학이 당시 아테나이 청년들이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요즘사법고시, 로스쿨 정도의 위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공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심지어 인문학도 성공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하는 시대다. 그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원론적이지만, 의미있는 대답을 한다.

 

'우리는 불의를 당하지 않기보다는 불의를 행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하며, 특히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훌륭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누군가 어떤 점에서 나빠진다면 처벌받아야 하며, 처벌받고 응분의 대가를 치름으로써 올바르게 되는 것이 본래 올바른 것 다음으로 가장 좋은 것이며, 모든 아첨은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든 남들이든 소수이든 다수이든 피해야 하며, 수사학은 다른 활동과 마찬가지로 정의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 말일세.'(527c)

 

진부한 이야기같지만, 같은 이야기가 2500년에 걸쳐 계속 나오는 것은 그것이  우리가 이루지 못한 목표이기 때문 아닐까. <고르기아스> 전편에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며,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것을 위해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는 세상. 우리는 그런 세상을 언제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에게 '좋은 것'은 무엇이고, '즐거운 일'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ps. 소크라테스는 제화공, 축융공, 요리사, 의사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대화편의 거의 모든 논증에서 이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에, '소크라테스의 4대 천왕'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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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흥망
폴 케네디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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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을 불가피하게 한 것은 아테나이의 세력팽창과 그로 인해 스파르테인이 가지게 된 두려움이었다. - 투퀴티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中 -


위의 말에서 아테나이와 스파르테 두 나라의 이름만 바꾸고, 다른 전쟁 당사자 또는 국명을 넣어도 대부분의 전쟁원인이 설명될 것 같다. <강대국의 흥망>은 16세기부터 1980년대 비교적 현대까지의 강대국들의 흥망을 전쟁과 무력충돌을 중심으로 군사학과 경제학적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다.


16세기 당시 통일되었던 중국의 명(明)제국, 인도의 무굴(Mogul)제국, 터키의 오토만(Ottoman)제국은 거대권력으로 통일되어 큰 자극을 받지 못하고 쇠퇴하게 된다. 이에 반해 유럽은 여러 도시국가들과 왕국으로 분열되어 있어서 끊임없는 분쟁을 겪는다. 이러한 분쟁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유럽에서의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을 자극했다. 그리고, 경쟁적, 기업적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적, 상업적 진보가 맞물려 유럽은 중앙집권적 국가들보다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다만, 16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기간동안 유럽 내에서의 패권은 상대적인 우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다른 나라의 '실수'와 '착오'가 다른 나라의 이익으로 연결되었다. 

 

 국민국가의 힘은 결코 군사력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기술적 자원과 기민한 외교정책 수행과 선견지명, 결단력 그리고 능률적인 사회적, 정치적 조직으로 구성된다. (p244) 


 주로 '실수'와 '착오'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군사력만을 고려하고, 국력을 뒷받침하는 다른 요소를 미처 고려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이처럼 실수한 강대국이 어떻게 쇠망하는가를 책에서는 스페인-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를 통해 보여준다. 반면, 이 시기에 영국은 비록 인구면에서는 다른 유럽국가보다 열위에 있었지만, 유럽으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지정학적 위치와 효율적인 금융자본을 활용하여 상대적으로 해군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17세기에서 19세기는 유럽의 강대국으로 부상한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한 비(非)프랑스 동맹간의 대결로 압축될 수 있다. 다만, 이 시기는 국가간 절대적인 능력 차이보다 상대적인 운영능력이 중요했던 전 시기와는 달리 '산업혁명'이 발생한 시기로 '절대적 우위'가 나타나는 시기다. 비록, 산업혁명의 성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이 시기 동안 영국은 전(前)시기에 다져진 금융자본과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무역,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능력이 향상된 제조업 등을 무기로 식민지 전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산업혁명의 성과가 미국, 러시아, 신생통일국가인 독일로 전파되어, 영국의 절대적 우위는 무너지게 된다. 특히, 산업혁명의 성과는 무기의 발달로 이어지게 되었다. 무기발달은 전술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이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일찍 깨달은 1850년대와 1860년대 사이에 프로이센은 독일통일을 이루게 된다.. 한편, 1870년대 이후 미국은 남북전쟁, 일본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을 통해, 국론을 통일하고, 새로운 변화를 수용함으로써 세계무대에 본격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기존의 유럽의 제국들은 3세기 이상 지속적인 전쟁으로 힘이 점차 쇠퇴되어 영국과 독일을 제외하고는 강대국의 대열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미 19세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그 영토의 크기와 인구로 인해 차세대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데 세계 정치가들의 견해가 일치된다. 반면,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주된 관심은  이들 양 강대국과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것인가가 였다. 이미 쇠퇴하는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단독으로는 다른 나라를 견제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동맹체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유럽대륙에서는 새로운 강대국인 독일에 대항하여, 프랑스-러시아-영국 등이 동맹을 형성하였고, 이에 대항한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동맹이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부딪히게 되었다. 이후,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을 겪게 되고, 이러한 대공황을 타개하고자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과 연합국 사이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게 되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 강대국은 미국과 소련의 양강체제로 지속된다. 다만, 미-소간 대립구도는 이데올로기간 대립으로 과도한 군비경쟁과 지역적인 충돌을 야기하였으며, 그 결과 양강체제에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경제공동체, 소련이 5대 강국으로 경쟁하는 여러 강대국의 시대가 되고 있다.(내가 가진 서적은 1989년 본이기 때문에, 이후 역사는 서술하지 않고 있다. 표지에서도 일본의 부상이 나타나 있다.)


<강대국의 흥망>은 우리 모두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서양중심의 세계사'의 이면에 숨겨진 이면을 보여준다. 여러 강대국들의 군사적-경제적 통계 비교를 통해 '지속적인 전쟁상태' 또는 '능력밖의 과다한 팽창'이 어떠한 재앙을 불러오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내용이 반드시 국가에 한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다른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포기하고 직장생활에만 매진하는 모습과 국가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종교적/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빠져 지나친 군비지출로 붕괴한 합스부르크제국과 제국주의 일본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 -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대기업 하청 중소기업 문제 등 -이 '21세기의 지속적인 전쟁상황'의 피해라 생각되었다.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모습과 그로 인한 결과가 역사라는 이름으로 서술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거시적인 국가관련 문제를 다룬 책이지만, 실증 역사를 통해 우리 삶을 여러면에서 조명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저자의 서구중심적 세계관은 동감하기 어렵고, 서양을 제외한 세계사는 오류 - 지도에서 조선을 명나라 지배하 영토로 표시(p21),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수군의 활약으로 일본군을 격퇴했다는 내용(p23) 등 - 등은 아쉽게 생각된다.







그렇지만 인생의 다른 여러가지 일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약점이란 상대적인 것이다.(p197)

군사적 잠재력(military potential)은 군사력(military power)와 동일한 것이 아니다. 경제대국이 정치문화적 이유나 지리적 안전보장의 이유로 군사소국이기를 원하는가하면 경제적 자원을 갖지 않은 나라가 그 사회를 동원하여 강력한 군사대국이 되는 수도 있다.(p240)

전선의 파괴행위와 동떨어진 경제가 그같은 진보의 혜택을 받아 약진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명하다.(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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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인분으로부터 블루베리 나무5그루를 분양받았습니다. 그리고 며칠전 어느정도 열매가 익었다는 연락이와서 오늘 다녀왔습니다. 때맞추지 않으면 땅에 떨어져 수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일할 때 프로젝트 종료일까지 맞추기 위해 야근도, 경우에 따라서는 밤을 새워야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일정은 사람 마음에따라 조정이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자연은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급하다고 해도 기다려야 하고
제가 원치않는다고 해도 해야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때가 차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비가 모여 내를 이루고 흘러 가듯, 일이 이루어 지는 것 같습니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도 이러한 것은 아닌가 얼핏 생각이 드네요.

한편, 요즘 읽고 있는 플라톤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아마 플라톤이 블루베리를 본다면 블루베리의 `이데아`를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진정한 실체를 고민하면서요.

오늘 블루베리를 따면서 `이데아가 뭐가 중요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보다는눈앞에 영글은 블루베리에 집중해서 잘 따서 맛있게 먹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지나친 관념보다는 행동과 실천, 현실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블루베리를 따면서 해봤습니다.

다음주부터는 플라톤의 후기 대화편인 「티마이오스」,「테아이테투스」등을 읽을 계획입니다. 그의 우주관과 기하학적인 세계는 어떤 의미를 보여줄지 은근히 기대되는 주말 저녁 입니다.

2016년 하반기 처음 맞는 주말의 편한 밤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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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07-02 21:5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yureka01님 네^^ 몸에 좋다고 하네요 양가부모님과 딸아이 간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야구르트와 같이먹으려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7-02 2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루베리는 정말 사람손이 많이가는 열매라고 하더군요. 하나하나 손으로 다 따야하는..
플라톤.. 읽고 있지만 어렵더군요~

겨울호랑이 2016-07-02 22:0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지금행복하자님 손이 많이 가지만, 익은 열매를 찾으며 하나하나따다보면 편해짐을 느끼게되네요^^ 저도 플라톤이 어렵네요.. 안맞는 연인처럼 안맞는거 같아요 아마 저와 인연이 아닌것같습니다 ㅋ

북프리쿠키 2016-07-02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읽기를 실천하는 건 아침에10분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힘든 일이더군요ㅠ.ㅠ

겨울호랑이 2016-07-03 07:0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북프리쿠키님 저도 잘 못하지만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큰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플라톤`이 기독교사상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기에 `무슨 이야기를 했나?` 궁금해서 시작했어요. 마음에 안들면 그만 읽으려구요. ㅋ 편하게 마음가실 때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나와같다면 2016-07-03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믿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기다린다는 것과 믿음에 대해서 생각중이였어요..
때가 차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깊은 위안이 됩니다

겨울호랑이 2016-07-03 07: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나와같다면님 저도 하는 일이 제 마음대로 안되고 있지만, 지금 이 일이 제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니 편해지네요^^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다시 모든 것을 돌아보는 요즘입니다^^

서광복 2016-07-04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마라서인지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입니다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는것일까 생각하게됩니다
무엇을생각하느냐는 무엇을알고잇느냐에서부터 시작되겟죠? ㅎㅎ
블루베리의 이데아를 생각하고 우주와 기하를 생각하는 호랑이님은 어린아이의 호기심을 닮앗네요
끝없는물음은 답은아니더라도 좌표는 알려주지않을까요?

겨울호랑이 2016-07-04 08: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서광복님 네 말씀하시는대로 생각이 생각을 낳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간이 마침 되어서 평소보다 책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제가 잘 모르는 것도 많아서 벽에 부딪히는 느낌도 들지만, 한걸음 나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행복합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월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