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흥망
폴 케네디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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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을 불가피하게 한 것은 아테나이의 세력팽창과 그로 인해 스파르테인이 가지게 된 두려움이었다. - 투퀴티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中 -


위의 말에서 아테나이와 스파르테 두 나라의 이름만 바꾸고, 다른 전쟁 당사자 또는 국명을 넣어도 대부분의 전쟁원인이 설명될 것 같다. <강대국의 흥망>은 16세기부터 1980년대 비교적 현대까지의 강대국들의 흥망을 전쟁과 무력충돌을 중심으로 군사학과 경제학적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다.


16세기 당시 통일되었던 중국의 명(明)제국, 인도의 무굴(Mogul)제국, 터키의 오토만(Ottoman)제국은 거대권력으로 통일되어 큰 자극을 받지 못하고 쇠퇴하게 된다. 이에 반해 유럽은 여러 도시국가들과 왕국으로 분열되어 있어서 끊임없는 분쟁을 겪는다. 이러한 분쟁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유럽에서의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을 자극했다. 그리고, 경쟁적, 기업적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적, 상업적 진보가 맞물려 유럽은 중앙집권적 국가들보다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다만, 16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기간동안 유럽 내에서의 패권은 상대적인 우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다른 나라의 '실수'와 '착오'가 다른 나라의 이익으로 연결되었다. 

 

 국민국가의 힘은 결코 군사력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기술적 자원과 기민한 외교정책 수행과 선견지명, 결단력 그리고 능률적인 사회적, 정치적 조직으로 구성된다. (p244) 


 주로 '실수'와 '착오'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군사력만을 고려하고, 국력을 뒷받침하는 다른 요소를 미처 고려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이처럼 실수한 강대국이 어떻게 쇠망하는가를 책에서는 스페인-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를 통해 보여준다. 반면, 이 시기에 영국은 비록 인구면에서는 다른 유럽국가보다 열위에 있었지만, 유럽으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지정학적 위치와 효율적인 금융자본을 활용하여 상대적으로 해군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17세기에서 19세기는 유럽의 강대국으로 부상한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한 비(非)프랑스 동맹간의 대결로 압축될 수 있다. 다만, 이 시기는 국가간 절대적인 능력 차이보다 상대적인 운영능력이 중요했던 전 시기와는 달리 '산업혁명'이 발생한 시기로 '절대적 우위'가 나타나는 시기다. 비록, 산업혁명의 성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이 시기 동안 영국은 전(前)시기에 다져진 금융자본과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무역,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능력이 향상된 제조업 등을 무기로 식민지 전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산업혁명의 성과가 미국, 러시아, 신생통일국가인 독일로 전파되어, 영국의 절대적 우위는 무너지게 된다. 특히, 산업혁명의 성과는 무기의 발달로 이어지게 되었다. 무기발달은 전술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이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일찍 깨달은 1850년대와 1860년대 사이에 프로이센은 독일통일을 이루게 된다.. 한편, 1870년대 이후 미국은 남북전쟁, 일본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을 통해, 국론을 통일하고, 새로운 변화를 수용함으로써 세계무대에 본격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기존의 유럽의 제국들은 3세기 이상 지속적인 전쟁으로 힘이 점차 쇠퇴되어 영국과 독일을 제외하고는 강대국의 대열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미 19세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그 영토의 크기와 인구로 인해 차세대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데 세계 정치가들의 견해가 일치된다. 반면,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주된 관심은  이들 양 강대국과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것인가가 였다. 이미 쇠퇴하는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단독으로는 다른 나라를 견제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동맹체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유럽대륙에서는 새로운 강대국인 독일에 대항하여, 프랑스-러시아-영국 등이 동맹을 형성하였고, 이에 대항한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동맹이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부딪히게 되었다. 이후,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을 겪게 되고, 이러한 대공황을 타개하고자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과 연합국 사이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게 되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 강대국은 미국과 소련의 양강체제로 지속된다. 다만, 미-소간 대립구도는 이데올로기간 대립으로 과도한 군비경쟁과 지역적인 충돌을 야기하였으며, 그 결과 양강체제에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경제공동체, 소련이 5대 강국으로 경쟁하는 여러 강대국의 시대가 되고 있다.(내가 가진 서적은 1989년 본이기 때문에, 이후 역사는 서술하지 않고 있다. 표지에서도 일본의 부상이 나타나 있다.)


<강대국의 흥망>은 우리 모두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서양중심의 세계사'의 이면에 숨겨진 이면을 보여준다. 여러 강대국들의 군사적-경제적 통계 비교를 통해 '지속적인 전쟁상태' 또는 '능력밖의 과다한 팽창'이 어떠한 재앙을 불러오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내용이 반드시 국가에 한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다른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포기하고 직장생활에만 매진하는 모습과 국가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종교적/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빠져 지나친 군비지출로 붕괴한 합스부르크제국과 제국주의 일본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 -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대기업 하청 중소기업 문제 등 -이 '21세기의 지속적인 전쟁상황'의 피해라 생각되었다.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모습과 그로 인한 결과가 역사라는 이름으로 서술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거시적인 국가관련 문제를 다룬 책이지만, 실증 역사를 통해 우리 삶을 여러면에서 조명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저자의 서구중심적 세계관은 동감하기 어렵고, 서양을 제외한 세계사는 오류 - 지도에서 조선을 명나라 지배하 영토로 표시(p21),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수군의 활약으로 일본군을 격퇴했다는 내용(p23) 등 - 등은 아쉽게 생각된다.







그렇지만 인생의 다른 여러가지 일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약점이란 상대적인 것이다.(p197)

군사적 잠재력(military potential)은 군사력(military power)와 동일한 것이 아니다. 경제대국이 정치문화적 이유나 지리적 안전보장의 이유로 군사소국이기를 원하는가하면 경제적 자원을 갖지 않은 나라가 그 사회를 동원하여 강력한 군사대국이 되는 수도 있다.(p240)

전선의 파괴행위와 동떨어진 경제가 그같은 진보의 혜택을 받아 약진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명하다.(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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